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8 방문 1112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5834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52 2007 이곳은 조선시대 내게 국사시간은 눈물 한 바가지를 흘리는 시간이다. 왜 눈물 한바가지를 흘리냐 하면 바로 턱이 빠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하품을 쩍쩍 해대기 때문이다. 내 나이 열일곱. 중학교 때부터 쭉 국사를 배워왔는데 대체 왜 모든 국사 선생님들은 나른한 목소리로 국어책 읽어주듯 우리나라 역사를 가르치는 것일까.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하는데 잡생각 때문이던, 어디가 아파서든 해서 잠을 못 잘 때 국사 선생님이 수업을 딱 한 시간만, 아니 10분만 해준다면 정말 잘잘 자신 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빨리 자야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 때에는 수도 없이 이런 생각을 해댄다. 미칠 듯이 졸린 시간, 눈꺼풀에 온 힘을 주어 들어 올려도 힘에 부치는 국사, 그 시간. 그러나, 오늘은 다른 날이다. 열일곱 살, 국사 시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달랐다. 옛날이야기를 좋아하고 특히 로맨스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로써 오늘은 여태까지의 한 달에 한 번 보다 더 특별한 날이었다. 국사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수업을 하시다가 책속에 어떤 인물이 나오거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한 업적이라기보다 그 사람의 일화나 전설 같은 것들을 들려주곤 하신다. 오늘의 이야기는 농사꾼으로 살다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왕이 되어버린 조선의 25대 철종 왕의 관한 것이었다. 철종 왕 어떤 것에 관한 이야기냐하면... “1762년 영조의 탕평책에 따라 다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남인과 노론 명분 속에 미약한 권력을 유지하여 온 소론 등이 사도세자를 앞세워 정권을 잡을 기회만 노리고 있었어. 사도세자의 혜경궁 홍씨의 집안은 노론이었고 권력을 장악한 노론은 여러 가지 사건으로 소론들을 죽이고 내몰아버려 권력이 노론으로 기울며 권력을 남용한다는 생각으로 소론측으로 돌아서게 됐지. 영조가 쇠약해지자 다음 왕위는 사도세자가 이을 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그렇게 되면 권력은 당연히 소론측으로 기울겠지. 그것을 염려한 노론은 사도세자의 잘못을 극대화 시켜 영조에게 고했고 영조는 분노하여 사도세자를 죽게 만들었어.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사도세자를 죽이는데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이 다름 아닌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이었다는 거지.” 와, 독하다. 진짜 독하다. 옛날 여자들이 더 독해. 현대 여자들을 조선시대 그것도 권력에 눈이 먼 혜경궁과 같은 여자 옆에 갖다 놓으면 그 독기에 현대 시대 여자들은 죽고 말거다. 어떻게 피와 살을 섞은 지 남편을 죽이는데 공헌을 해? 아니, 권력이 좋다지만 남편 죽으면 자기는 평생 혼자 살려고?? 사랑 없이 정략적으로 결혼하는 거라지만 정말 정이 확 떨어지고 사도세자가 더 불쌍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사도세자가 죽고 사도세자와 혜빈 홍씨 사이에서 태어난 정조가 영조의 대를 이었고 그 다음에는 정조의 둘째 아들인 순조, 순조의 외아들 익종이 먼저 죽어버리고 익종은 외아들 헌종뿐이라 헌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헌종은 무자식으로 일찍 죽어버리는 바람에 그 다음 왕을 이을 사람이 없었지. 왕의 씨가 말라버린 거야.” 딱 보면 왕들은 오래 사는 법이 없다. 왕이 되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요새 할아버지 할머니들 보면 아무리 적어도 칠십까지는 정정하게 어디 아픈 곳 없이 사시는 분들이 수두룩한데 대체 왕들은 어떤 고민들을 하길래 그렇게 일찍 죽어버리는 걸까? 왕이 되면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즐기니까 일찍 죽는 것은 하늘의 순리? 허허, 그럼 나는................... 하고 싶을 일 다 하고 즐기고 내 마음대로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놀면서 나중에 나이 먹으면 일찍 죽을래. 한 사십까지만 그렇게 원 없이 왕으로 살다가 죽어도 좋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모든 왕들도 다 이런 생각이었을까? 아... 내 마음대로 예쁜 옷을 사고 먹고 싶은 거 다 사먹고... 또... 아! 터질 듯한 볼살을 지방흡입기로 빨아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그리고는... 잘생긴 남자와 샤르륵, 녹는 아름다운 로맨스를-! 꺄아~ 생각만 해도 행복해. 잠깐, 로맨스하기 전에 나 키도 늘리고... 약간 살도 좀 빼고... 그 다음에 뭘 하지? 코도 좀 높일까?? 이러다가 인조인간 되는 거 아닌 가 몰라... “그때 사도세자의 아들 중 은언군만 아들이 셋이 있었는데 한 아들은 정조 때 역모를 꾀한 자들이 추대한 대가로 은언군과 함께 처형됐고 나머지 하나는 아들이 없었고 나머지 아들 하나 전계군이 있었는데 온 가족들이 죽어버리고 집안이 파탄하자 강화도로 유배되어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살고 있었지. 근데 왕위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이 없자 전계군의 셋째 아들을 그저 농사꾼으로 살던 그 셋째 아들을 순원왕후 김씨의 아들로 입적시켜 왕에 앉혔어. 이 사람이 왕이 된 이유는 일단 셋째 아들이 나이가 어렸고 더 똑똑하고 가까운 왕족들이 많았지만 어릴 때 학문을 멀리하고 농사만 해오던 철종을 더 좌지우지하기가 쉬웠거든.” 우와, 무섭다. 무서워. 지금 내 나이가 어리고 정치란 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지만 지금도 이렇게 피 튀기게 정치를 할까? 그때야 나와 같은 평민은 이렇게 피 튀기는 권력 다툼을 하는 것을 몰랐을텐데... 우리가 죽고 한 100년 후 200년 후가 되면 우리의 후세들도 우리더러 '진짜 징그럽게 피 튀기는 권력 다툼을 했구나.‘ 라고 말하는 것 아닌지 몰라. “철종이 평범한 농사꾼으로 살 때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양순. 평민 보다 못한 천민으로 혼인을 약속할 정도로 아주 가까운 사이였지.” 그렇지. 나왔다. 로맨스- 오우예~ 어떤 로맨스일까? 두근반, 세근반, 네근 반의 반에 반반. “철종의 집안사람들은 자신들이 왕족 이라는 사실을 증오할 정도로 싫어했어. 할아버지인 은언군과 아버지인 전계군 그리고 전계군의 첫째 아들이자 철종의 큰 형을 모두 죽였으니까. 천애 고아가 된 둘째 형과 철종. 자신들을 벼랑 끝까지 밀어낸 안동 김씨 세력을 더더욱 증오했지. 그래서인지 왕족이라는 것을 거리낌 없이 버리고 농사꾼이 되어 열심히 농사를 지었고 장사꾼의 자식인 양순이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양순? 이라는 이름은 솔직히 좀 깨지만 그래도 왕권을 버린 남자와 사랑이라니... 결국엔 왕이 되는 남자와 사랑이라니... 이거 정말 말 그대로 백마 탄 왕자잖아!!! “철종의 나이가 차고 혼사가 오고가는 그때에 헌종이 죽고 안동 김씨 세력은 무지한 철종을 찾아 말 그대로 정말 너무나도 뜬금없이 순원왕후 김씨의 양자가 되어 왕이 되라는 명령 아닌 명령을 받게 돼. 철종으로써는 거절할 수도 없었고 거절해서도 안 됐으며 거절은 곧 죽음을 의미했어.” 갑자기 안동 김씨가 미워지는 까닭은...? 예전 한문 첫 번째 시간에 선생님께서 자신의 본을 조사해 오란 적이 있었다. 그때 안동 김씨 아이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에도 쭈욱, 우리 반을 둘러본 결과 김씨의 대부분은 안동 김씨였다. 뭐, 지금 애들이 무신 잘못이 있으랴? 다들 먹고 살 자고하는 짓인데... 근데... 근데... 철종이랑 양순이 너무 불쌍하다... 흑. “철종은 양순이를 강화도에 두고 궁으로 가 왕이 되었지만 왕 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았어. 학문을 멀리했다는 이유로 적은 나이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순원왕후가 수렴청정을 하였다. 한 마디로 왕이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왕후가 발을 치고 왕의 뒤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휘둘렀다는 거지.” 철종이 엄청나게 불쌍해지는 순간이다. 사랑하는 여자랑 헤어지면서 하기 싫은 왕 했는데 결국은 허수아비 노릇밖에 하지 못 했다는거다. 우어... 우어... 서글프다. 너무 슬프다. 이씨, 권력 이 나쁜놈. “철종은 몸이 건강하고 성품이 곧았으며 농사꾼으로 살던 시절이 있었기에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렸고 수렴청정 3년이 끝난 후 백성들을 위해 암행어사 제도를 강화해 탐관오리들을 붙잡으려 힘썼고 가뭄이 오거나 화재가 나거나 굶어 죽는 백성들이 있으면 국고를 풀어 그 백성들을 보살폈다. 그러나 그 탐관오리의 윗대가리 윗대가리들이 왕인 철종이 어쩔 수 없는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의 세력이었고 신료들의 반대와 계략으로 철종의 백성들을 위한 모든 것들은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였지. 외로운 궁 생활에 사랑했던 여자 양순이를 들이고 싶었으나 천민이었던 그녀는 왕의 명으로도 빈은 물론 첩도 궁녀도 될 수 없었어. 기껏해야 청소나 남의 잔심부름이나 하는 무수리가 고작이었지.” 우어... 슬프다. 천민이고 양민이고 평민이고...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람, 사랑하면 장땡이지... 우어, 우어, 우어... 양순이랑 철종은 얼마나 슬펐을까... 아, 이거 완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엄청난 신분차이잖아!!! 철종아, 넌 할 수 있어. 넌 왕이잖아! 자! 양순이를 너의 신부로 삼아!!!! “자신이 뜻한 것을 행할 수 없고 점점 더 허수아비 왕이 되어가는 철종은 양순이를 더욱 더 그리워하게 됐고 그것을 아는 왕족들과 신료들은 귀한 왕족이 천하디 천한 천민을 그리워한다는 이유로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독살시켜 버렸어.” “우어어-” “너무해!” 여기저기서 나를 비롯한 여자아이들의 비명소리가 터져져 나왔다. 남자 아이들은 지겹다는 눈으로 꾸벅 꾸벅 졸고 있지만 여자 아이들은 두 눈 새까맣게 뜨고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안타까워하며 국사 선생님을 바라봤다. “사실 영조의 어머니가 무수리였고 그 일은 조선왕조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었기에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래 양순을 죽인 거지. 내가 생각 할 때 철종은 양순을 그리고 또 그리고 양순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듣다가 어느 날 들리지 않은 양순의 소식에 초조하고 가슴앓이 하다 뒤늦게 양순의 죽음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서 그 비통함에 자신의 무능함에 어쩔 줄을 몰라하다 이내 여자와 술에 빠져 건강한 몸을 잃고 총명했던 눈빛을 잃고 백성들이 굶어 죽고 세상이 시끄러웠지만 어차피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시름시름 앓다가 서른셋이라는 짧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 “우으...” “철종 불쌍해...” “양순이도 불쌍해! 아, 진짜 너무한다!” 여기저기서 안타까움을 가득 안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마치 자신들의 일인 것 마냥 발을 동동 구르며 미간에 잔뜩 인상을 쓰고 안타까워 죽는 얼굴로 입술을 여는 아이들 틈에 당연히 나도 끼어 철종과 양순이의 슬픈 사랑에 각자의 목소리를 높였다. “딩동댕동-” 때마침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아이들의 열렬한 반응에 국사 선생님은 빙긋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우리들을 바라보신다. “그럼 다음 시간에 보자.”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도미노 쓰러지듯 주르륵 인사를 하자 국사 선생님이 간단하게 책과 분필들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가신다. 나가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륵 의사에서 일어나 각자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으! 철종 완전 불쌍해!” 내 앞에 앉아 있는 세린이가 몸을 홱 틀어 나를 바라보며 울상을 내짓고 나는 세린이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완전 불쌍해... 진짜 뭐 그러냐! 이씨...” “왠지 철종 멋질 것 같지 않아?” 갑자기 여기서 얼굴 얘기가 왜 나와?? 눈을 껌뻑이며 세린이를 보는데 세린이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내게 더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며 말한다. “영조, 고종, 막 이런 왕들은 이름이 별로 멋없는데 ‘철종’ 이러면 왠지 대게 강인해 보이고 멋질 것 같지 않아? 거기다가 서글프지만 아름다운 로맨스를 하는 남자이구... 솔직히 왕인데 얼마나 이쁜 여자들이 깔렸겠냐? 걔네 다 뿌리치고 양순이만 그리워한 거잖아.” “오옷.” 세린이의 말에 갑자기 솔깃했다. 아무리 힘없는 왕이라지만 후사를 낳아야 하니까 깔린 것이 지체 높은 양반집 귀수, 아름다운 여자들일 것이 틀림이 없는데 양순이만을 그리워하다니... 이거 대단한 일이잖아!! 요새 남자들 중에 그런 사람 있으면 나와 봐!! 역시... 옛날 사람들이 지저와 절개는 따라갈 수가 없는가보다. 갑자기 철종이 가슴 설레도록 좋아지기 시작한다. 나도 철종 같은 남자, 나도 철종 같이 한 여자만 바라보는 남자. 아아아, 잔뜩 기대에 부푼 얼굴로 스륵 미소를 지으며 우리 반 남자아이들을 바라봤다. “야! 그때 그 게임! 존나 죽이지 않냐?” “어! 죽여! 죽여! 오늘 하러 가자.” “당연하지! 야, 근데 너 미영이랑 어떻게 됐냐?” “걔? 버려, 아 존나 못생겨가지고... 나 그때 헌팅 했던 민하있잖아~” “헉... 너 걔랑 만나냐?” “내가 한 능력하잖냐.” “킥킥. 나한테 새끼 좀 쳐라??” 버리자... 버리자... 저런 것들을 철종과 비교할 수는 없다. 세차게 도리질을 하며 세린이를 바라보자 세린이가 턱을 괴며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꽃잎아.” 여기서 잠깐... 세린이가 말하는 꽃잎이라함은 꽃의 잎이 아니라 내 이름이다. 박꽃잎... 박꽃잎... 참... 촌스러운 이름... “저런 어린놈들을 보지마. 응?” 어린놈들이면 우리 반 남자 아이들을 보고 하는 소린가?? 하기는 17살이면 어리지. 암, 어리지. 물론 나도 쟤들과 같은 나이니 어리긴 하겠지만 남자와 여자는 정신연령이 틀리다구! 여자가 훨씬 높대잖아? 툭- 갑자기 내 어깨에 세린이가 손을 얹으며 미간을 찌푸리고는 파이팅 포즈로 소리친다. “할 수 있어!!” “뭐를??” “천연기념물 탈출!! 이제 열일곱인데... 남자 좀 만나고 그래야 하지 않겠어?” 빠직, 김세린... 저것이 내 염장에 골고루 불을 붙여 주신다. 그래, 너는 남자 좀 만나봤다 이거야?? “걱정마. 사귈거니까.” “정말? 어떻게?” 니가 어떻게 남자를 사귀어? 라는 눈으로 나를 묘하게 응시하는 세린이. 너도 사귀는데 내가 못 사귀리?? 내가 너무 많은 로맨스를 바래서 그렇지 내가 눈만 좀 낮추면 내 뒤로 남자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줄줄줄 늘어선다고. “어떻게든 사귈 거야!” 두 눈에 불끈 힘을 주고 세린이를 노려보자 세린이는 고개를 내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솔직히 우리 반 남자애들처럼 코찔찔이 애들이랑 사귀는 건 영 아니지만 그래도 너는 남자에 대해 너무 많은 바람을 가지고 있어. 그러게 순정만화 좀 작작 보지.” “순정만화가 뭐! 연애에 다 도움 된다!” “그래서 여태껏 솔로야?” “끙...” 할 말 없어 그대로 입에 풀칠을 찍찍 하고 입을 꾹 다물어 버렸고 그런 내 모습에 작은 한숨을 내쉬며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담임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종례하자.” 나이스 타이밍이요. 방긋 웃으며 세린이를 바라보자 이제 막 자신의 연애담들을 리플레이 시키려다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쩝 다시며 앞을 바라본다. 아, 김세린의 연애담 시리즈. 정말 지겹다. 몇 번이나 리플레이 시켰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들어봤다. 세린이가 입으로 말한 만큼 테이프로 돌렸다면 테이프는 쭈욱, 늘어났을 거고 CD는 퉁 하고 튕겨 타버렸을 정도로 똑같은 내용을 줄줄줄 처음부터 끝까지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말했기에 처음에 우아, 오, 오우, 라고 들었던 모든 내용들은 그저 매일 같이 읽어도 죽어도 외워지지 않는 영어 단어와 같은 지루함이 되었다. 정말 타이밍 좋게 우리 담임선생님이 종례를 하러 오셨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국사 시간에 자지 못했던 잠들을 종례 시간에 자야했을지도 모른다. 아, 그나저나 오늘 국사 시간의 철종의 러브스토리... 며칠 내내 내 가슴을 찡하게 만들 것만 같다. 나도 그런 사랑 할 수 있으려나?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8 방문 1114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2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702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53 2007 이곳은 조선시대 “에엑! 나랑 신발 사러 가기로 했잖아!” “진짜~ 미안. 정말 약속 있다고 계속 말하는데도 도통 듣질 않잖아.” “그럼 내 신발은!” “내일 사러 가자. 응? 정말 정말 미안해...” 세린이가 눈썹을 축 내리며 불쌍한 시선으로 손까지 합장을 해서는 나를 애처로이 바라본다. 하교 시간이라 안 그래도 교문 앞에 아이들이 바글바글되는데 우리 학교에서 최고로 이쁘다는 김세린이 내 앞에서 애처로이 양손 합장을 하고 날 바라보며 교문 중앙에 섰으니 얼마나 많은 시선들이 이리로 쏠리겠는가. “끙... 알았어...” 세린이는 남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그리고 정말 이국적으로 예쁘게 생긴 세린이와 정말 토종 한국인으로 생긴 평범한 내가 비교되며 서 있고 싶지는 않았다. 솔직히 못생긴 애와 예쁜 애가 서있으면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예쁜 애 쪽으로 시선이 가고 못생긴 애는 더 못생겨 보이잖아. 나는 바로 이게 싫다는 거다. 매일 같이 비교당하는 이 느낌... 그래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나 춘향이 선발 대회 이런 대회에서 1등을 휩쓸고 다녔는데... 왜! 왜! 점점 미의 상징이 동글동글한 얼굴이 아니라 숱 많고 짙은 눈썹의 동양 얼굴이 아니라 점점 이국적으로 변해가느냔 말이다!!! 물론 내 얼굴이 어릴 때의 미모를 조금 잃긴 했지만... 어쨌든-!!! 서양화되어가는 이 한국이 너무나도 밉다. “그럼 내일 봐! 내일 꼭 신발 사러 같이 가자. 내가 예쁜 걸로 골라줄게.”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며 내 앞에서 유유히 사라지는 세린이. 그래, 세린아. 내일 신발 이쁜 걸로 골라주라. 김세린 얼굴도 예쁜 만큼 물건 고르는 것만큼 탁월한 눈썰미도 가지고 있으니까.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세린이의 모습에 나는 방긋 웃으며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에이, 신발 하루 늦게 산다고 뭐가 어떻게 되는 거는 아니니까! 집에 가서 토요일에 못 봤던 무한도전이나 볼까?? 아, 완전 재밌었다는데 자느라고 놓쳤네. 재방송 봐야지~ “에휴...” 나 완전 처량하다... 누구는 연애하기 바쁜데... 공부에도 취미 없는 박꽃잎... 남자 하나 없이 너털너털 집으로 향하네. 아아, 이 꽃다운 나이 열일곱이여. 아아, 남정네 하나 없이 살아온 내 불쌍한 17년의 청춘이여. “냐옹-” 집으로 가기 전 신호등 앞, 한적한 2차선 도로였다. 번화가 쪽도 아니라서 차들이 별로 없고 특별히 볼거리나 할 거리도 없어 이 주변에는 동네 사람들 말고 오는 사람도 없는 한적한 곳이라 어떨 때는 운치 있고 밤이나 비오는 날에는 무서운 이곳에 뜬금없는 고양이 소리다. 고양이 소리에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눈을 번뜩이며 고양이를 찾기 위에 눈을 사사삭 돌렸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어디에 고양이가 있는 거지? 눈알이 튀어 나올 정도로 눈을 크게 뜨고는 고양이를 미친 듯이 찾았고 이내 눈에 포착. 인도 끝머리에 앉아서 방긋 웃듯 눈을 감으며 나를 향해 냐옹- 거리는 고양이. “나비야~ 꺄악, 너 왜 거기에 있니~” 고양이 강아지라면 좋아 죽는 나. 비록 부모님의 반대로 둘다 키우지 못하지만 길거리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그 자리를 떠날 줄을 모르고 심할 때에는 다음 날이고 그 다음 날이고 강아지나 고양이를 만났던 그 자리에서 기웃거리기도 했다. “아이 이뻐라~”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경계심이 강하기 때문에 조심조심 고양이를 향해 다가가는데 어레? 고양이가 도망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 고양이 앞에 쭈그려 앉아서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냥이가 냐옹- 거리며 또 눈을 감으며 웃는다. 까만 고양이, 사람들은 흔히 도둑 고양이라고 하는데 나는 턱시도 고양이라고 부른다. 겉은 턱시도를 입은 듯이 까맣고 배 쪽은 셔츠를 입은 듯이 새하얀, 턱시도 고양이. 상처인가? 피가 나거나 하지 않으니까 어릴 때 다친 것인가? 고양이의 한 쪽 귀 끝이 살짝 잘려나간 듯 했지만 아주 예전 상처인지 고양이는 아파하지도 않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날 올려다본다. 고양이 귀 대게 특이하네? 어디 잃어버려도 금방 찾겠다. “너 너무 이쁘다~ 누가 그렇게 이쁘래!” 빙긋 웃으며 고양이를 안아 올려 내 무릎에 두려하자 어레레, 고양이는 낯선 사람에게 안기는 거 싫어하는데 살포시 나의 품에 안겨서 편안하게 자기 발을 핥는다. 너무... 너무... 귀여워-!!!!!!! “아, 아, 너무 귀여워! 나비야. 주인 잃어 버렸니? 응? 그럼 언니랑 같이 살래? 응? 응?” “미안하게도 그 고양이의 주인은 나일세.”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쭈그린채로 고개를 홱 드는데 내 눈 앞에 정말 인자하게 생기신 할아버지가 방긋 웃으시며 나를 바라본다. 흡사 KFC 앞에서 방긋 웃으시며 서 있는 할아버지와 아주 많이 닮은 할아버지였다. 고양이처럼 새까만 턱시도 안에 새하얀 셔츠를 입고 백색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넘기시고는 인자하게 허허, 웃으시는 할아버지. “냐옹-” 고양이는 제 주인을 만났다는 듯이 내 품에서 뛰어 내려와 할아버지의 높게 점프에 쏙 안으로 들어간다. 고양이와 할아버지가 너무 잘 어울려 멍하니 두 사람(?)을 응시하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어색하게 웃었다. “에... 저기... 고양이가 길거리에 혼자 있길래... 혹시 버려 졌나 해서... 집 없는 고양인가 해서요...” “허허, 고양이와 내 집은 바로 학생 뒤에 있잖나.” “네?” 작지만 이 도로 한복판에 집이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를 돌아보아 보았고 나는 이내 눈이 수박 만큼 커졌다. “우,우,우아-!!” 너무 놀라 감탄사도 더듬거리며 나올 정도의 엄청난 것. 도로 한 귀퉁이에 서 있는 깔끔하게 새하얀 차. 그것도 텔레비전에서 본, 가장 최근에는 불후의 명작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에서 본 캠핑카와 똑.같.이 생긴 차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거, 이거! 캠핑카에요?” “난 집이라고 부르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더구나.”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시며 나를 바라보시는 할아버지. 어머, 박꽃잎아. 아무리 고양이에 눈이 팔려 있어도 그렇지 이 캠핑카는 안 보이고 고양이만 보였던 거니... 대게 고양이를 보기보다 캠핑카를 먼저 보고 그러는 거 아니니?? 너의 쌩뚱 맞은 관찰력에 매일 같이 놀란다, 꽃잎아... “와... 너무 멋져요!” 캠핑카를 바라보며 방긋 웃자 할아버지께서 뿌듯하신지 캠핑카를 쭉 올려다 본다. 근데 저렇게 멋진 할아버지가 이런 멋진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하시고 있는 걸 보면... 음... 부자?? 엄청난 갑부?? 막 이런 분이신가? 에, 근데. 우리나라의 엄청난 갑부가 있나?? 혹시! 이 할아버지 삼성 회장 아니야?! “과학자라네.” “에엑?” 깜짝 놀라 할아버지를 바라보자 할아버지는 캠핑카에서 시선을 돌려 나를 응시하시며 다시 한 번 말씀하신다. “내 직업은 과학자라네.” “에...” 어떻게 알았지?! 내가 할아버지 직업이 궁금하다고 생각하는 걸? 이 할아버지 완전 관심법 아니야?? 나는 부처니라~ 막 이러면서 관심법~! 막 이러면서... 내가 니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어! 뻥까지마! 막 이러면... 억... 무서워. “다들 묻지. 이런 캠핑카를 타고 다니는 댁의 직업은 무엇이냐... 하며 말일세.” “아...” 놀래라. 관심법인 줄 알았잖아. 젠틀한 할아버지에게서는 묘한 느낌이 흐르고 있었다. 정말 관심법을 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굉장히 멋진 캠핑카에요.” “그러니? 고맙구나.” “할아버지 대게 멋지게 사시네요! 아... 나도 이렇게 멋지게 살고 싶어라...” 꿈에 젖듯 몽롱한 눈빛으로 캠핑카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멋진 남편과 예쁜 아이들과 젊은 날을 보내다가 나이를 먹어 남편과 함께 이런 멋진 캠핑카를 타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아아,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지만.... 가끔씩 이런 생각한다. 난... 시집이나 제대로 갈 수 있을까...? 내 나이 열일곱인데... 제대로 된 남자 하나 못 사귀어 보고, 아니 제대로 되지 않은 남자도 사귀어 본적도 없으며 남자와 말 한 마디 1분 이상 나누어 본 적 없으니... 아직 시집가려면 적어도 10년이나 남았는데 무슨 걱정이냐! 하겠지만... 걱정 된다. 왜냐, 나는 17년 동안 남자를 만나보지 못했기에... 조선시대라면 나 완전히 노처녀라구! “학생 바쁘지 않으면 날 도와주겠는가?” 나는 놀란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내가 하나 발명한 발명품이 있는데 그걸 써 볼 사람이 마땅히 없어서 말이지...” “발명품이요?” 내 되물음에 할아버지께서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인자한 미소와 함께 부드럽게 올라가는 저 콧수염... 아 만져 보고 싶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위로 뻗쳐 있는 저 하얀 콧수염... 진짜... 만져 보고 싶다. “한번만 시험해 주면 이 콧수염을 만지게 해주마.” “억.” 관심법이다-!!! 틀림없는 관심법이다. 무조건 관심법이다. 관심법이 아니고서야 절대 내 속 마음 알아맞출 수가 없잖아! 정말 관심법이구나... 진짜 관심법이구나... 꼴까닥, 잔뜩 긴장이 되었는지 침이 목구멍으로 왕창 흘러 내려갔다. “절대 위험하지 않단다. 해보겠니?” 할아버지의 인자하고 상냥한 미소에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위험할 것 같지 않았고 또 저 수염을 꼭 만져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되는건데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할아버지에게 묻자 할아버지는 캠핑카의 문을 열더니 빙긋 웃으신다. “들어오련.” “네,네!!!” 우억, 나 캠핑카에 타 보는 거야? 난생 처음 캠핑카에 타는 거야? 한 평생 살면서 캠핑카 못 타볼지도 모르는지 나 타는 거야? 우억! 기뻐, 기뻐, 기뻐!! 할아버지께서 먼저 캠핑카 안으로 들어가시고 나는 그 뒤를 따라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며 자 꾸만 하늘을 향해 치솟는 내 입 꼬리를 주체하지 못하며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우아!” 들어가자마자 내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탄성. 캠핑카 겉모습 보다 안은 훨씬 넓었다. 한 쪽에는 깔끔한 흰색 침대도 보이고 그 옆에는 왠지 정말 좋아 보이는 컴퓨터와 텔레비전, 하얀색의 이인용 소파와 작은 테이블도 있다. 캠핑카 안에서는 차 냄새보다 달콤한 냄새가 났는데 그 근원은... 컴퓨터 옆에 커다란 유리통에 들어 있는 사탕과 젤리들 때문인 것 같았다. 할아버지... 단 것 좋아하시는구나. 조금 의외다. 단 것 절대 안 좋아하고 밥만 열심히 드실 것 같은데. “자, 일단 기다려 보겠니?” 할아버지는 턱시도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 놓으셨고 그 고양이는 우아한 자태로 내게로 다가와 나의 다리에 몸을 부빈다. 고양이의 애교에 사르륵 녹으며 고양이를 안아 올리자 할아버지는 접시에 젤리와 사탕을 담아 내 앞 테이블에 두신다. “먹으면서 기다리렴.” “네~” 절대 사양하지 않고 빠딱 대답을 하며 의자에 앉아 젤리와 사탕을 입안 한 가득 넣고는 오물오물 씹으며 고양이도 줄까, 했는데 젤리와 사탕에는 영 관심이 없는지 자신의 앞발만 반달눈을 그리며 열심히 핥으며 치장한다.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할아버지께서 무엇을 하나 봤더니 침대 아래에서 어떤 물건을 어렵지 않게 꺼내셔서는 무언가 막 조립하시는 것 같았다. 캠핑카의 색깔과 맞지 않게 검은색의 의자였는데 특이하게도 좌식 의자였다. 평범한 좌식 의자 치고는 조금 좋아 보이는데... 저게 할아버지의 발명품인가?? 어디를 어떻게 발명했다는 거야?? 그리고 뭘 사용해 달라는 거지?? 그냥 한 번 앉아달라는 거야? 우아, 그럼 무지 쉬운거잖아!! “잠깐 이리로 오겠니?” 할아버지께서 뒤를 돌아보시며 말했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양이를 안고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갔다. “이것이란다.” “이거요? 의자요?” 빙긋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시는 할아버지. 나는 순간 멍해진다. 대체 이 의자 어디를 발명하셨다는 것일까... 물론 다른 좌식 의자들보다야 좋아 보이기는 하다만... 이런 의자들은 가구점에 가면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들인데... “그냥 여기에 앉으면 되는 거에요?” “그렇단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의자에 앉았다. 발명품이라고 해서 뭐 어디가 이상한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것도 없었기에 정말 털 끝 만큼도 겁이 나질 않았다. “앉았어요.”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며 말하자 할아버지는 내게서 고양이를 데려가신 다음 내 앞에 의자를 끌고 오시더니 가만히 앉으신다.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해 보거라.” “네?” “그럼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수 있단다.” “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실까?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면 만날 수 있다니?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멀뚱멀뚱 할아버지를 바라보는데 할아버지는 역시 관심법으로 내 마음을 파악하신 듯 설명해 주기 시작하셨다. “연예인도 좋고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도 괜찮단다.” “그럼 과거의 사람은요?!” 순간 머릿속에 번뜩 생각이 난 한 사람. 바로 오늘 7교시에 양순이와의 가슴 아픈 사랑을 했던 철종이었다. “만날 수 있지.” “엄청 엄청 옛날 사람인데도요?” “이 기계가 제대로만 작동한다면야 만날 수 있단다.” 아, 맞다. 이거 제대로 발명된 거 아니라고 했지? 그래서 내가 시험 삼아 하는 거고... 억, 설마 이거 엄청 위험한 거 아니야?! 라고 외치고 싶지만... 가만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게 해주는 그런 기계가 있었던가? 발명이 되고 있었고 이 정도로 시험을 할 수 있다면... 내가 여기 앉아 있지는 않겠지. 나 대신 국가에서 보낸 사람이 이 기계를 시험하고 된다면 뉴스 신문 기타 등등의 모든 언론에 엄청나게 크게 이야기가 쓰일 것이다. “에에...” “응?” 할아버지의 말처럼 이 기계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줄 거라는 생각을 하다 결국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라고 끝이나니 힘이 쪽 빠져 내 입에서는 김새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후르륵 흘러나오고 말았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8 방문 1114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773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54 2007 이곳은 조선시대 “내 말이 믿기질 않는구나?” “예? 아,아니요!” 진짜 관심법이다... 에이! 나쁜 할아버지. 정말 관심법을 쓸 줄 안다면 남의 마음 허락도 없이 들여다보는 게 아니죠! 그런 기술은 아무데나 쓰지 말고!!! 나를 가르쳐 줘야죠. 호호호. “당연한 생각이니 당황할 것 없단다.” 할아버지는 믿지 않는 나의 모습에 화를 내시거나 기분 상해하시는 것이 아니라 당연해! 라며 빙긋 웃으신다. 할아버지의 이런 미소에 나는 입술을 꾹 다물게 되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크게 부풀어 올랐다. “내 발명품을 시험하지 않아도 된단다.” “예?” “하지 않아도 여기까지 나를 믿고 와줬으니 내 수염을 만지게 해주마.” “예? 아,아니에요! 저 해볼게요.” 솔직히 할아버지의 발명품이 정말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최대한 돕고 싶었다. 왜냐고 물으면 마땅히 대답할 것이 없지만.... 음... 이 할아버지. 무지 착해 보이시니까. “그냥 여기에 앉아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면 되요?” “정말로 해보겠니?” “네!” 내 대답에 할아버지는 작은 미소를 지으시더니 이내 주머니에서 펜던트 하나를 꺼내 내 손에 쥐어 주신다. 엄지 손가락만한 금색의 펜던트인데 묘한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그 가운데에 푸른색의 납작한 돌이 박혀 있었는데 깊은 바다와 같은 깨끗하고 푸르른 심연의 색깔에 시선이 떼어지질 않았다. “만약 니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정말 가게 됐다면 그곳에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이것이 필요하단다.” “이게요?” “그래. 이걸 꼭 쥐고 니가 있는 이곳을 생각해야 한단다. 그곳에서도 역시 니가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다시 원래의 자리로 오는 거지.” “아...” 뭔가 상당히 진지하다. 꼭 진짜 이 평범한 의자가 뾰로롱 작동을 해 내가 만나고 싶은 철종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어차피 그냥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캠핑카에서 내려 집으로 가 잠을 자고 다음 날 학교 끝나고 세린이와 예쁜 운동화를 사러갈 텐데. 그럴 텐데... 왠지 나. 너무 진지해. “다시 돌아오려면 이게 꼭 필요해.” “네.” 빙긋 웃으며 할아버지가 주신 펜던트를 빤히 바라보며 손으로 꼭 쥐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요?” “그 펜던트를 가슴 중앙에 대고 니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계속해서 생각해 보거라.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계속해서.” “음... 네... 알겠어요.” 일단 하기로 했잖아?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기로 했잖아. 원래 여자도 칼을 뽑으면 양파라도 다지는 거야!! 하자. 이왕 하기로 한 거 진짜 되지는 않겠지만 진짜 되라는 심정으로 해보는 거야. 눈을 꼭 감고 할아버지가 주신 펜던트를 양손에 고이고이 쥐며 가슴 중앙으로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오늘 국사 시간에 들은 철종을 생각했다. 철종... 철종... 철종... 멋진 로맨스를 했던 왕족... 안동 김씨와 그 밖에 세력 때문에 비록 학문은 그 깊이가 얕았으나 총명한 기를 펴지 못하고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불쌍한 왕족. 철종... 철종... 철종... 철종을 생각하자. 철종... 철종... 철종을 만나고 싶어. 그를... 만나고 싶어. 얼마나 생각했을까. 몇 번이나 철종을 불렀을까. 정말 눈을 꼭 감고 진지하게 철종을 만나고 싶다고, 그를 만나고 싶다고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웅얼거렸 지만 불빛이 화아- 하니 뿜어져 나온다거나 삐용- 소리가 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거나 극심한 고통이 온다거나... 뭐 그딴 것은 없었다. 아아, 어차피 안 되는 거 알았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맥이 탁 풀리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뜨려 하는데 하도 오래 감고 있었더니 잘 떠지질 않아 눈에 힘을 주며 간신히 눈을 떴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이 기계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 에?” 허허. 나... 꿈꿨나보다... 그것도 아주 리얼한 꿈 말이다. 눈을 뜨며 일어났을 때 내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우리 엄마가 손수 만드신 십자수 액자였고 그 다음에는 정말 제대로 한국풍인 여러 가지 물건들이었다. 우리나라 옛 미를 좋아하고 아끼시는 엄마는 손재주 또한 좋아 종종 이런저런 옛 물건을 만드시곤 하셨다. “아아, 무슨 꿈이 이래?” 찝찝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에 있는 핸드폰을 열었더니... 음. 하루가 지났다. 어제 내가 어떻게 집으로 와서 잠을 잔거지? 에... 에... 그 할아버지와 턱시도 고양이는 정말 꿈인가? 철종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들어서 그런가? 별 이상한 꿈을 다 꾼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올려다보니 이상한 꿈 덕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난 것 같기는 했다. 일찍 일어났으니 오랜만에 아침밥도 먹고 머리도 제대로 말려보고 교복도 깔끔하게 입고 등교해 보자. 상쾌한 아침-!!! 빙긋 웃으며 창문 쪽으로 다가가 커텐을 활짝 열어젖히며 마치 CF 주인공이 된 마냥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기지개를 쭈욱 피며 창문 아래를 내려다 봤다. 이른 아침인데도 아침 형 사람들이 많은지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머리를 곱게 하나로 땋고 머리에 큰 보따리를 이고 가는 처녀 하나. 지게를 매고 도끼를 지게 안에 두고는 옷매무새를 제대로 다듬지 않은 채 터프하게 산에 나무 하러 가는 것 같이 씩씩 하게 걸어가는 돌쇠차림의 남자 하나. 머리에 갓을 쓰고 등에는 보따리를 매고 보따리 아래에 짚신 두 짝을 덜렁 덜렁 매고 가는 허름한 선비 차림의 남자 하나. “음... 음...” 눈을 크게 떠 보기도 했고 눈을 찌푸려 보기도 했고 눈을 감았다 뜨기도 했는데 내 방 창문 아래 사람들은 그 모습이 변하거나 달라지지 않고 열심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음... 아직 잠이 덜 깼나봐. 그래. 세수를 할까? 세수를 하자.” 고개를 도리도리 빠르게 내저으면서 내 방문을 끼익 열었다. “음... 나 정말 아직 잠이 떨 깼나봐... 다시 자야하나? 아니면 오늘 아파서 학교를 못 간다고 해야 하나? 오늘 신발 사야 되는데...” 내가 미쳤을까? 아니면 내가 돌았을까? 아니면 그냥 난 정말 정상인데 그저 잠이 안 깨서 이러는 걸까? 내 방문을 열고 나가면 원래 소파가 보이고 아빠가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신문을 읽고 엄마가 분주하게 아침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건 대체 뭐지? 우리 시골 할머니네 집이 지금은 현대식으로 고쳐 사라졌지만 낡은 옛날 한옥이었다. 그래서 아주 어릴 때 창호지 미닫이문을 열고 나가면 뻥 뚫린 앞마당이 보였고 미닫이 문 바로 앞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다섯 뼘, 일곱 뼘, 정도의 마루가 있었다. 그 마루에 앉아 수박도 먹고 그 마루 끝에 걸터앉아 신발을 신기도 했고 비오는 날에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며 다리를 휘휘 내저었었는데... 우리집에는 그런 마루가 없었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우리 집은 아파트였으니까... 근데... 이게 대체 뭐지? 너무 놀라 어벙하니 서 있다가 이내 다시 방문을 닫고 문에 기댄 채 심호흡을 했다. “후우... 후우... 후우...” 넌 꿈을 꾸고 있거나 아니면 잠이 덜 깼거나 둘 중 하나야. 니가 미쳤다거나 니가 돌았다거나 그런 게 절대 절대 아니라구. 꽃잎아. 박꽃잎아. 정신 차리고 다시 문을 열자. “후우... 후우...” 눈을 부릅뜨고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며 문을 홱 열아 제쳤다. 소파가 나와라! 아빠가 나와라! 텔레비전이 나와라! 엄마가 나와라!!! ... 라고 외쳤지만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게 대체 뭐야. 여기가 대체 어디야!!! 너무 놀라고 어이가 없어서 눈물이 다 나오려고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랐다. 힐끔 뒤를 돌아 내 방을 바라보았다. 방 구조도 물건도 내가 어질러 놓은 것도 전부, 전부 똑같은 내 방인데... 왜 창밖은 틀리고 거실은 틀린 거야? 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 난거야! 너무 복잡해서 그 자리에 우뚝 서서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흐어어엉... 엄마... 아빠... 꽃잎이 미쳤나봐요... 흐어어어엉. 엉엉엉!!” 진짜 눈물이 울음과 함께 터져 나온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겁은 일단 나고 너무 무서워 죽어라 울음을 터트렸다. 쪽팔리면 어때, 창피하면 어때, 나이 먹고 이렇게 좀 울면 어때! 지금 내 상황에서 이런 울음이 안 나오는 게 더 이상한거라구!!! 엉엉 우렁차게 울어 젖히다가 이내 울음을 콧물을 훌찌럭 대며 밖을 내다 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없고 그저 휑한 마당뿐이다. 이게 환영이든, 꿈이든, 잠이 덜 깼던, 일단 사람을 찾아야 겠다 싶어 내 방에서 발을 한 발자국 떼어 밖에 마루를 밟았다. 환영은 아닌지 내가 밟은 마루는 딱딱하고 튼튼했다. 일단 환영이 아니라 아래로 쑥 꺼지지는 않아 안심이 되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역시 사람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이이... 무서운데... 일단 다시 내 방으로 들어... “억... 억... 어어억-!!!!! 내 방!!!!!!!” 이 사라졌다-!!!! 분명히 나는 한 발자국만 걸어서 나왔는데. 분명히 나는 내 방문도 닫지 않고 한 발자국만 걸어서 마루를 밟았는데... 내 방 문이 없다. 내 방이 없다. 뒤돌아 선 곳에는 내 방이 아닌 창호지로 된 미닫이문이 열린 채로 작은 방 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깔끔한 방이었지만 침대도 없었고 책상도 없었고 인형도 없는... 내 방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방. 내 방이 어디로 사라진 거지? 내 방 문이 어디로 없어진 거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다리에 힘까지 풀린다. 아아, 정령 박꽃잎이는 미친 것인가... 땅이 꺼져라 한숨이 나오고 가슴이 미친 듯이 뛰어 진정시키려 손을 가슴 중앙에 대며 심호흡을 했다. “어?” 심호흡을 하는데 가슴 중앙에 무언가가 내 손에 잡혔고 나는 옷 속에서 잡히는 무언가를 꺼냈다. 내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여러 개의 선으로 얽히고설킨, 중앙에 바다와 같이 짙은 보석이 박혀 있는 금 색의 펜던트... 꿈에서 내게 할아버지가 주셨던 그 펜던트가 얇은 줄에 걸려 내 목에 걸려 있었다. 그럼... 그 할아버지와 턱시도 고양이는 꿈이 아니었던 거야...? 꿈이 아니면... 그 발명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는 그 발명품이... 진짜인거야?! 그래서... 그래서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영상들이 전부 옛날 조선시대의 영상인 거야?! “아니 아씨! 어찌된 거에요!” “우오!!!” 놀랄 노자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널따란 마당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는데 머리를 하나로 곱게 땋아 뒤로 넘기고는 저고리 소매를 둥실둥실 아무렇게나 걷어 올린 여자애 하나가 기겁을 하며 나에게로 다가온다. “아씨!” 아씨? 나한테 욕해? 난 이 여자애 모르는데 왜 나한테 욕해!!! "아씨~?“ 자꾸... 자꾸 욕한다. 이 여자애 뭐야!! 얼굴에는 주근깨가 잔뜩, 얼굴도 새까맣고 꼬질꼬질하게 때국물 가득 껴서는 험상궂고 커다란 큰 바위 얼굴을 하고 있는 쌍꺼풀 없는 쫙 째진 눈을 가진 여자애가 자꾸 나한테 욕한다. 아씨, 아씨, 아씨라고... “아씨!” “우웁!” 소리 지르지 마라. 소리 지르지 마라. 무섭단 말이야!!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무섭게 생기고 한 주먹 할 것 같은 애가 나한테 욕하면서 소리 지르면... 난... 난... 죽겠다구!! “아씨, 울어요?” 와... 대단한 내공이다. 원래 반말하는 것보다 띠껍게 존댓말 하는 게 더 열받는 건데... 그걸 어찌 알고 앞에 아씨, 아씨 욕을 하며 존댓말을 한다. 으으... 그 무서운 얼굴을 내게 들이대지 말란 말이다! 잔뜩 움크린 채로 뒤로, 뒤로 물러서 창호지 미닫이문에 몸이 툭, 하고 대였다. 그러자 무섭게 생긴 그 여자애는 기겁을 하며 마당에서 와다다 달려와서는 마루에 손을 터억-! 대더니 소리친다. “아씨!!!!” “으,으, 소,소,소,소리 지르지 말아요!!! 무섭다구요!” 간신히 울음소리와 함께 소리를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여기 진짜 조선시대인거야? 나 정말 조선시대 온 거야? 그 기계가 정말 제대로 작동한 거야?? 그럼...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어머나. 아씨.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자,자꾸 욕하지 말아요!” “예? 제가 어떻게 아씨께 감히 욕을 한다고 그러세요!!!” 움찔, 쟤는 무슨 목청이 저렇게 크니... 흐윽... 안 그래도 콩알 만한 가슴 코딱지만 해지게... 눈물을 꼴까닥 삼키며 어쩔 줄을 몰라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그때 엄청 펑퍼짐하게 생기신 아줌마 한 분이 전광석화와 같은 빠르기로 달려오더니 이내 내 앞에 있는 무서운 여자애의 등짝을 찰싹 내려치신다. “아악! 아퍼!!!” 괴물이 포효한다!! 도망가야 돼!!! 아줌마에게 정신 팔려 있는 괴물에게서 난 도망쳐야 한다. 그래야만 하다. 괴물이 포효하며 아줌마를 휙 돌아보고 있을 때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다시 미닫이문으로 슬금슬금 들어가려 엉금엉금 기는데... 내 몸에서 사그락, 사그락 옷들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들린다. 근데 이건... 교복 천 소리가 아닌데...?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팔을 시작으로 해서 몸통 다리를 쭈욱 훑어보는데... 교복이 아니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건 교복이 아니라 새하얀 모시 차림... 것도 한복처럼 치마, 저고리를 걸쳐 입은 계량 한복이 아닌 정.통 한복의 소복 모시 차림... “우오오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기겁을 하며 까부러치듯 비명을 내지르고는 뒤로 발라당 자빠지자 괴물과 괴물을 무찔렀던 우동통한 아줌마가 와다다 내게로 달려오며. “아씨!” 동시에 둘이 욕한다. 나한테... 나한테... 욕 좀 하지 말라구요... 이렇게 욕 많이 들어본 날은 또 난생처음이네... 그것도 쌍으로 아씨, 를 남발해 대니... “어머, 어머 괜찮으세요?!” “우악!” 뒤로 발라당 자빠진 나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려 얌전히 나를 마루에 앉혀주는 우량한 아줌마. 나는 겁에 질린 눈으로 아줌마를 바라보자 아줌마가 걱정되는 시선으로 나를 응시한다. “아씨?” “저기... 욕 좀... 안 하시면 안 돼요?” 내 목소리... 너무 떨린다. 너무 울먹인다. 그치만... 무서운 걸.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서 갑자기 내 옷이 바뀌고 쌩판 모르는 사람들이 난리치고 주변이 바뀌고 꼭 시대가 바뀐 것 같은 이 불안감. 공기부터가 다른 이곳은 대체 뭐냐구!!!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17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293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55 건강한새끼♡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게시판이름이 '이곳은조선시대'라서 2007까지 있는 줄 모르셨나봐용^^ 정확한 제목은 2007 이곳은 조선시대 입니당~★ 잇힝, 그래도 손글 너무 예뻐요~ 손글 감사드립니다^^★ “욕이요? 제가요?!!” “막... 아씨... 아씨... 하시잖아요오오...” “예?” 내 말에 눈이 휘둥그렇게 뜨고는 날 응시하는 우량한 아주머니. “그것 봐. 내 말 맞지? 아씨 또 이상해지셨지!” 괴물이 옆에서 또 욕을 하며 나를 바라본다. 아아, 제발 저 괴물 좀 내게서 치워주세요... 그래 주세요... 그러면 나 덜 겁먹을 자신 있는데... 쩝... “아씨... 라고 하는 건 저희가 꽃잎 아가씨를 부르는 호칭이에요.” 얼레. 이 아줌마 내 이름은 어떻게 안 거지? 특이하고 요상한 내 이름은 대체 어떻게 알았길래 신기해하지도 않고 내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는 거지? 그리고 아씨라는 건 나를 부르는 거라고? 아씨~ 아씨~ 이러고? 향단이가 춘향이 부르듯?? 모든 사극 드라마의 하인들이 양반집 딸래미를 부르듯??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며 우량한 아주머니를 바라보자 그녀는 이제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며 자근자근 조용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박꽃잎. 그건 여기에 앉아 계신 아가씨의 이름이에요. 저희는 꽃잎 아씨, 꽃잎 아씨, 아니면 아씨께서 기거하고 계신 곳이 수연당이기에 수연 아씨, 수연 아씨, 거리기도 한답니다.” “아-” “아가씨는 정 6품 현감님이시자 이곳의 원님으로 계신 분의 하나 밖에 없으신 무남독녀 외동따님이시며 이곳은 강화도, 섬입니다.” “아... 아... 어어억!!!” “아씨?! 아씨?!” 나의 기겁 소리에 괴물도 우량한 아주머니도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나를 응시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우리 아빠가 정 6품 어쩌고 하지만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원님이라고 하니... 그럼 여기의 사또?? 나 양반이야?? 잠깐 그게 문제가 아니라... 분명 우량 아주머니가 여기가 강화도라고 했다. 강화도는 철종이 어릴 때 유배되었던 곳. 여기가 강화도. 여기 배경은 완전 조선 시대. 말투도 완전 조선시대. 여기는 강화도. 그럼... 그럼... 여기에 철종이 있다는 거야!? “그럼 여기 철종 있어요?!” “예?” 내 말에 두 여자는 얼굴을 홱 찌푸리며 갑자기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얼레, 다들 철종을 모르는 거야? 강화도가 많이 넓은 섬인가? 그래서 철종을 모르나?? “철종 몰라요? 철종?” “에? 철종이요?” 괴물이 신기한 듯이 물었고 나는 불안한 얼굴로 침을 꼴까닥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에... 철종이요...” “우억, 아씨. 저를 왜 이렇게 무서워해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 니 얼굴을 봐라 안 무서워할 사람이 어딨나.” “엄마까지 이러기야?!” 얼레, 엄마? 우량 아주머니와 괴물 여자애는 모녀지간? 휘둥그레진 눈으로 두 여자를 보자 우량 아주머니는 빙긋 웃으신다. “아씨 또 자꾸 까먹으신다. 이 아이는요. 제 딸이랍니다.” “아...” “그리고 저와 제 딸은 이 집 종년들이라 아씨께서 하대를 하셔야 저희가 혼이 나질 않습니다.” “에? 하대요? 반말하라구요?” “아... 뭐 그렇지요.” 내 말 어딘가에 당황한 듯 아줌마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나를 바라보신다. “엄마, 엄마. 오늘은 아씨께서 평소보다 더 이상해. 그치? 그치?” “입 안 다물어?!” 지금 나 들리지 않으라고 하는 소린가요. 나 들리라고 하는 소린가요. 내 눈치 보며 수군거리는 걸 보면 나 듣지 말라고 하는 소리인 것 같은데 너무나도 잘 들리네요. 아하하하. “아씨 많이 놀라셨죠?” “아... 뭐 많이요...” 지금 이 상황에서 안 놀랠 사람이 어디 있겠어. 2007년 20세기를 살아오던 나인데 조선시대로 넘어와 버리다니... 진짜지? 이거 꿈 아니지? 나 진짜 조선시대로 온 거지? 내 목걸이에 걸려 있는 펜던트와 마당 뒤로 아파트나 건물이 아닌 끝없는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조선시대가 맞긴 맞나보다. 그리고 보니 공기가 참 달다.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상쾌한 공기 보다 더 달고 맛있다. 진짜 조선시대구나... 진짜구나... 진짜구나...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 내 모습에 모녀는 놀란 얼굴로 내 눈치를 이리저리 살피지만 나는 그 모녀들을 지나 시선을 더 멀리 두었다. 모녀들의 뒤에 기와 담장이 보이고 아주 멀리 그야 말로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 차를 타고 가야지만 볼 수 있는 웅장한 산이 내 눈에 들어섰다. 진짜... 과거구나. 여기... 서울이 아니구나. 놀라 찬찬히 마루에 걸어 나와 마루 끝에 서서는 기둥을 붙잡고 멀리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파랗다. 정말 새파랗다. 서울의 날씨 좋은 날 그 파란과는 정말 차원이 다를 정도로 그 빛깔이 아름다웠다. 원래 우리나라의 하늘이 이렇게 파랬구나. 정말 하늘색 물감을 찌익, 찌익 붓으로 칠해 놓은 것처럼 파랗구나. “기집애야. 뭐하니. 아씨 몸 상하신다. 빨리 방으로 모셔.” “쫘악-!” “악! 아퍼! 엄마는 그만 좀 때려!” 모녀의 실랑이에 새파란 하늘에서 눈을 띠고는 모녀를 보았다. 그러자 우량 아주머니는 민망하고 무언가 미안한 듯 고개를 한 번 굽실거리더니 괴물 여자애에게 눈치를 주며 인상을 쓴다. “아씨 앞에서 그렇게 소리 바락바락 지를래?!” “엄마나 아씨 앞에서 때리지마!” “주둥이 안 다물어?! 빨리 아씨 모셔.” “알았다구!” 우량 아주머니에게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는 괴물. 가슴이 두근, 하고 떨려온다. 아, 괴물 여자아이... 두렵다... “아씨. 어서 방으로 들어가요.” 방긋 웃으며 짚신을 벗고 마루에 올라서는데... 헉... 무슨 여자애가 키가 이렇게 커!!! 옛날 조선 여자들은 키 작다며, 그렇다며! 근데... 완전 거인이다. 내가 좀 작은 편이긴 한데... 키 170은 그냥 넘겠어! 괴물은 전봇대다... 내가 괴물 옆에 서면 완전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 한 마리네... “예? 아가씨. 몸도 안 좋으신데 어서 들어가시어요.” “나... 몸 말짱한데요...” “에, 하대하시라니까요. 나으리 아시면 경을 치십니다!” “아... 예...” “하대요!” “아...! 으으응!” 진짜 눈물이 찔끔 난다. 하대하라고 해서 반말을 하긴 했는데... 나... 왜 이렇게 쪼니. 이건 완전 협박이야. 이건 내가 원해서 반말하는 게 아니라구... 이건... 협박에 못 이겨 하는 거야!! 반말을 하는데 난 왜 이렇게 불편하고 엉덩이에 가시 100개가 박힌 것만 같니... “아씨. 어서 방으로요~” 미닫이문을 스윽 하니 더 활짝 열어주며 방긋 방긋 친절하게 웃는 저 미소가 왜 나에게는 마치 ‘내 뱃속으로 한 번 들어와 볼텨?’ 라는 미소 같니... 무섭다... 너무 무섭다... 정말... 무섭게 생겼다. 흑. 난 방에 들어가기 싫은데... 난 밖에 나가서 양순이랑 철종 찾고 싶은데... 도저히 말을 못하겠다. 괴물 여자애한테 도저히 말을 못하겠어... 흑... 괴물 여자애의 기에 눌려 몸을 틀어 방안으로 들어간 나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아까 내가 펜던트를 만지기 전 방과는 전혀 다른 모습. 방 맨 안쪽에 산수화가 멋지게 쫙쫙 뻗쳐 알롱한 꽃떨기와 함께 그려진 8폭 병풍이 있고 그 아래 자수로 놓아진 방석과 보료. 우리 엄마가 워낙 옛 물건들을 좋아하시고 만드는 것을 좋아라 하셔서 귀동냥 어깨 넘어로 잠깐 스쳐 지나가며 보고 들은 것이 있기에 내 방에 꾸며진 것은 엄청나게 귀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옆으로는 너무나도 정교한 장들이 쭉 방 양쪽에 늘어서 있고 그것 또한 예사 품이 아는 듯 아주 멋지고 아름다웠다. 여기가 내 방이라고 하는데... 일단 내 방에 처음 들어가기 때문에 열심히 구경을 하며 괴물 여자애가 안내해준 쪽으로 그러니까 한마디로 병풍 앞, 보료 위에 앉았다. “며칠만에 깨어나신지 모릅니다.” 아주 기쁜 듯 정말 다행이라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괴물. 정말... 저 표정을 믿어도 되는 걸까?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지? “어릴 때부터 아씨를 모셔왔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아씨께서 오래 깨어있으신 것도 처음인 것 같아요. 그렇게 씩씩하게 걸으신 것도...” 빙긋 웃으며 환한 어투로 내게 말하는 괴물. 음...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괴물이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나보네... 근데 진짜 궁금한 게... 나는 그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발명품을 타고 여기에 온 건데... 어떻게 이곳의 신분도 있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 왜? 왜? 왜? 영화나 소설속의 일명 타임머신을 보면 다들 나를 괴물취급 하거나 혼자 외로이 싸우거나... 막 그러잖아. 근데 난 어떻게 된 거야? “매일 깨어나실 때마다 저를 못 알아보시고 저를 겁내시지만... 그래도... 그래도 저는 아씨가 깨어나셔서 이렇게 저를 겁내시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때만큼은 아프시지 않다는 거잖아요.” 멍하니 한참 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괴물 여자아이의 말에 나는 멀뚱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아이... 운다. 코를 발갛게 물들이고 두 눈망울에 한 가득 눈물을 담고 창피한 듯 손등으로 거칠게 눈두덩이를 북북 닦으며 울먹인다. “너무 기뻐요. 아씨가 이렇게 기운 차리신 것 보면... 정말 너무 좋아요.” 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 마음이 찡해진다. 내 앞에서 눈물을 훌쩍이고 있는 이 여자애. 나는 오늘 처음 봤는데... 이 여자애는 어떨지 몰라도 내 기억속에 이 여자애는 오늘이 처음이고 그렇게 좋은 기억이 없는데... 그런데... 마음이 찡 하다. 훌쩍이는 이 아이의 모습이 싫지 않다. 정이 가고 내가 이 아이의 손을 감싸줘야 하는 것만 같다. 이 기분... 대체 뭘까? “울지마. 울 거 없어.” 자연스럽게 그 아이를 향해 말을 내뱉자 그 아이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내 모습이 나도 신기하지만 그러고 싶으니까. 내 마음이 움직이니까. “이제 안 아플 거야. 이렇게 만날 서서 너도 보고 너랑 얘기도 할 거야. 정말 안 아플 거야. 그리고 나 원래 건강했고.” 정말 나 건강했다. 17년 인생 살아오면서 감기 걸린 적은 내 평생 딱 한 번이다. 개근상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줄줄이 타왔고 고등학교 3년도 탈 생각인데... 가만, 나 여기에 오래 있으면 개근상 못 타는 거 아니야? 내가 탈 수 있는 상은 개근상 밖에 없는데!! 우이이잉! 잠깐! 이거 개근상이 문제가 아니잖아?? 내가 여기서 하루라도 있다가는 우리 집에서는 나 찾느라고 혈안이 될 게 뻔하다. 안 그래도 우리 엄마 걱정 많고 겁 많으신데... 이렇게 보여도 나 우리 집에서는 귀한 외동딸인데...! 하루라도 무단으로 집에 안 들어가면 경찰서에 연락하고 온갖 친척들 다 출동해서 이 동네 저 동네를 이 잡듯이 뒤질 것이 뻔했다. 억... 억... 불안하다!!! 지금 철종이고 양순이고 그게 문제가 아니다. 온 집안이, 아니 온 동네가 뒤집힐 위험이다!! “정말이죠? 정말이죠, 아가씨?” 닭똥 같은 눈물을 똑 똑 떨어트리며 나를 바라보는 여자아이. 괴물이라고 부르기에는 미안하고 이름은 모르니 그냥 여자아이라고 하겠다. 일단, 이 여자아이를 밖으로 나가라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 가야하는데... 할아버지가 그랬지? 이 펜던트를 쥐고 원래 있던 곳의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면 돌아갈 수 있다고! 여자아이가 보는 앞에서 해서는 안 될 것 같고... 일단 나가라고 하자. “저기 나 쉬고 싶은데 나가주면...” “양순이 있니?” 엑, 양순이? “응! 엄마 있어!” 눈물을 치맛자락으로 마구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내 앞에 있는 여자아이. 한 때 내가 괴물이라고 불렀던 여자아이. 머리 좀 크고 눈 조금 째지고 얼굴 좀 네모에다가 키 좀 크고 얼굴에 주근 깨 좀 많은... 이 아이... 이 아이가... “양순이...?” “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내 이름 왜 불러요? 그거 내 이름인데, 내 이름인데??’ 라는 얼굴로 거짓 하나 없이 나를 향해 고개를 홱 돌리는 내 앞에 앉아 있던 여자아이. “니가... 양순이...?” “아씨 이번에는 제 이름 기억해주시네요!!” 환하게 웃으며 박수까지 짝짝짝 세 번 치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아이. 일명... 양순이... 양순이... 양순이... 강화도의 양순이. 강화도의 양순이면 철종과 사랑을 하는 양순이. 철종과 불타는 사랑을 목숨을 넘나드는 사랑을 하는 양순이. 양순이가...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아이였다니...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17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293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55 건강한새끼♡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게시판이름이 '이곳은조선시대'라서 2007까지 있는 줄 모르셨나봐용^^ 정확한 제목은 2007 이곳은 조선시대 입니당~★ 잇힝, 그래도 손글 너무 예뻐요~ 손글 감사드립니다^^★ “욕이요? 제가요?!!” “막... 아씨... 아씨... 하시잖아요오오...” “예?” 내 말에 눈이 휘둥그렇게 뜨고는 날 응시하는 우량한 아주머니. “그것 봐. 내 말 맞지? 아씨 또 이상해지셨지!” 괴물이 옆에서 또 욕을 하며 나를 바라본다. 아아, 제발 저 괴물 좀 내게서 치워주세요... 그래 주세요... 그러면 나 덜 겁먹을 자신 있는데... 쩝... “아씨... 라고 하는 건 저희가 꽃잎 아가씨를 부르는 호칭이에요.” 얼레. 이 아줌마 내 이름은 어떻게 안 거지? 특이하고 요상한 내 이름은 대체 어떻게 알았길래 신기해하지도 않고 내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는 거지? 그리고 아씨라는 건 나를 부르는 거라고? 아씨~ 아씨~ 이러고? 향단이가 춘향이 부르듯?? 모든 사극 드라마의 하인들이 양반집 딸래미를 부르듯??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며 우량한 아주머니를 바라보자 그녀는 이제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며 자근자근 조용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박꽃잎. 그건 여기에 앉아 계신 아가씨의 이름이에요. 저희는 꽃잎 아씨, 꽃잎 아씨, 아니면 아씨께서 기거하고 계신 곳이 수연당이기에 수연 아씨, 수연 아씨, 거리기도 한답니다.” “아-” “아가씨는 정 6품 현감님이시자 이곳의 원님으로 계신 분의 하나 밖에 없으신 무남독녀 외동따님이시며 이곳은 강화도, 섬입니다.” “아... 아... 어어억!!!” “아씨?! 아씨?!” 나의 기겁 소리에 괴물도 우량한 아주머니도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나를 응시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우리 아빠가 정 6품 어쩌고 하지만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원님이라고 하니... 그럼 여기의 사또?? 나 양반이야?? 잠깐 그게 문제가 아니라... 분명 우량 아주머니가 여기가 강화도라고 했다. 강화도는 철종이 어릴 때 유배되었던 곳. 여기가 강화도. 여기 배경은 완전 조선 시대. 말투도 완전 조선시대. 여기는 강화도. 그럼... 그럼... 여기에 철종이 있다는 거야!? “그럼 여기 철종 있어요?!” “예?” 내 말에 두 여자는 얼굴을 홱 찌푸리며 갑자기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얼레, 다들 철종을 모르는 거야? 강화도가 많이 넓은 섬인가? 그래서 철종을 모르나?? “철종 몰라요? 철종?” “에? 철종이요?” 괴물이 신기한 듯이 물었고 나는 불안한 얼굴로 침을 꼴까닥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에... 철종이요...” “우억, 아씨. 저를 왜 이렇게 무서워해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 니 얼굴을 봐라 안 무서워할 사람이 어딨나.” “엄마까지 이러기야?!” 얼레, 엄마? 우량 아주머니와 괴물 여자애는 모녀지간? 휘둥그레진 눈으로 두 여자를 보자 우량 아주머니는 빙긋 웃으신다. “아씨 또 자꾸 까먹으신다. 이 아이는요. 제 딸이랍니다.” “아...” “그리고 저와 제 딸은 이 집 종년들이라 아씨께서 하대를 하셔야 저희가 혼이 나질 않습니다.” “에? 하대요? 반말하라구요?” “아... 뭐 그렇지요.” 내 말 어딘가에 당황한 듯 아줌마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나를 바라보신다. “엄마, 엄마. 오늘은 아씨께서 평소보다 더 이상해. 그치? 그치?” “입 안 다물어?!” 지금 나 들리지 않으라고 하는 소린가요. 나 들리라고 하는 소린가요. 내 눈치 보며 수군거리는 걸 보면 나 듣지 말라고 하는 소리인 것 같은데 너무나도 잘 들리네요. 아하하하. “아씨 많이 놀라셨죠?” “아... 뭐 많이요...” 지금 이 상황에서 안 놀랠 사람이 어디 있겠어. 2007년 20세기를 살아오던 나인데 조선시대로 넘어와 버리다니... 진짜지? 이거 꿈 아니지? 나 진짜 조선시대로 온 거지? 내 목걸이에 걸려 있는 펜던트와 마당 뒤로 아파트나 건물이 아닌 끝없는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조선시대가 맞긴 맞나보다. 그리고 보니 공기가 참 달다.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상쾌한 공기 보다 더 달고 맛있다. 진짜 조선시대구나... 진짜구나... 진짜구나...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 내 모습에 모녀는 놀란 얼굴로 내 눈치를 이리저리 살피지만 나는 그 모녀들을 지나 시선을 더 멀리 두었다. 모녀들의 뒤에 기와 담장이 보이고 아주 멀리 그야 말로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 차를 타고 가야지만 볼 수 있는 웅장한 산이 내 눈에 들어섰다. 진짜... 과거구나. 여기... 서울이 아니구나. 놀라 찬찬히 마루에 걸어 나와 마루 끝에 서서는 기둥을 붙잡고 멀리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파랗다. 정말 새파랗다. 서울의 날씨 좋은 날 그 파란과는 정말 차원이 다를 정도로 그 빛깔이 아름다웠다. 원래 우리나라의 하늘이 이렇게 파랬구나. 정말 하늘색 물감을 찌익, 찌익 붓으로 칠해 놓은 것처럼 파랗구나. “기집애야. 뭐하니. 아씨 몸 상하신다. 빨리 방으로 모셔.” “쫘악-!” “악! 아퍼! 엄마는 그만 좀 때려!” 모녀의 실랑이에 새파란 하늘에서 눈을 띠고는 모녀를 보았다. 그러자 우량 아주머니는 민망하고 무언가 미안한 듯 고개를 한 번 굽실거리더니 괴물 여자애에게 눈치를 주며 인상을 쓴다. “아씨 앞에서 그렇게 소리 바락바락 지를래?!” “엄마나 아씨 앞에서 때리지마!” “주둥이 안 다물어?! 빨리 아씨 모셔.” “알았다구!” 우량 아주머니에게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는 괴물. 가슴이 두근, 하고 떨려온다. 아, 괴물 여자아이... 두렵다... “아씨. 어서 방으로 들어가요.” 방긋 웃으며 짚신을 벗고 마루에 올라서는데... 헉... 무슨 여자애가 키가 이렇게 커!!! 옛날 조선 여자들은 키 작다며, 그렇다며! 근데... 완전 거인이다. 내가 좀 작은 편이긴 한데... 키 170은 그냥 넘겠어! 괴물은 전봇대다... 내가 괴물 옆에 서면 완전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 한 마리네... “예? 아가씨. 몸도 안 좋으신데 어서 들어가시어요.” “나... 몸 말짱한데요...” “에, 하대하시라니까요. 나으리 아시면 경을 치십니다!” “아... 예...” “하대요!” “아...! 으으응!” 진짜 눈물이 찔끔 난다. 하대하라고 해서 반말을 하긴 했는데... 나... 왜 이렇게 쪼니. 이건 완전 협박이야. 이건 내가 원해서 반말하는 게 아니라구... 이건... 협박에 못 이겨 하는 거야!! 반말을 하는데 난 왜 이렇게 불편하고 엉덩이에 가시 100개가 박힌 것만 같니... “아씨. 어서 방으로요~” 미닫이문을 스윽 하니 더 활짝 열어주며 방긋 방긋 친절하게 웃는 저 미소가 왜 나에게는 마치 ‘내 뱃속으로 한 번 들어와 볼텨?’ 라는 미소 같니... 무섭다... 너무 무섭다... 정말... 무섭게 생겼다. 흑. 난 방에 들어가기 싫은데... 난 밖에 나가서 양순이랑 철종 찾고 싶은데... 도저히 말을 못하겠다. 괴물 여자애한테 도저히 말을 못하겠어... 흑... 괴물 여자애의 기에 눌려 몸을 틀어 방안으로 들어간 나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아까 내가 펜던트를 만지기 전 방과는 전혀 다른 모습. 방 맨 안쪽에 산수화가 멋지게 쫙쫙 뻗쳐 알롱한 꽃떨기와 함께 그려진 8폭 병풍이 있고 그 아래 자수로 놓아진 방석과 보료. 우리 엄마가 워낙 옛 물건들을 좋아하시고 만드는 것을 좋아라 하셔서 귀동냥 어깨 넘어로 잠깐 스쳐 지나가며 보고 들은 것이 있기에 내 방에 꾸며진 것은 엄청나게 귀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옆으로는 너무나도 정교한 장들이 쭉 방 양쪽에 늘어서 있고 그것 또한 예사 품이 아는 듯 아주 멋지고 아름다웠다. 여기가 내 방이라고 하는데... 일단 내 방에 처음 들어가기 때문에 열심히 구경을 하며 괴물 여자애가 안내해준 쪽으로 그러니까 한마디로 병풍 앞, 보료 위에 앉았다. “며칠만에 깨어나신지 모릅니다.” 아주 기쁜 듯 정말 다행이라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괴물. 정말... 저 표정을 믿어도 되는 걸까?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지? “어릴 때부터 아씨를 모셔왔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아씨께서 오래 깨어있으신 것도 처음인 것 같아요. 그렇게 씩씩하게 걸으신 것도...” 빙긋 웃으며 환한 어투로 내게 말하는 괴물. 음...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괴물이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나보네... 근데 진짜 궁금한 게... 나는 그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발명품을 타고 여기에 온 건데... 어떻게 이곳의 신분도 있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 왜? 왜? 왜? 영화나 소설속의 일명 타임머신을 보면 다들 나를 괴물취급 하거나 혼자 외로이 싸우거나... 막 그러잖아. 근데 난 어떻게 된 거야? “매일 깨어나실 때마다 저를 못 알아보시고 저를 겁내시지만... 그래도... 그래도 저는 아씨가 깨어나셔서 이렇게 저를 겁내시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때만큼은 아프시지 않다는 거잖아요.” 멍하니 한참 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괴물 여자아이의 말에 나는 멀뚱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아이... 운다. 코를 발갛게 물들이고 두 눈망울에 한 가득 눈물을 담고 창피한 듯 손등으로 거칠게 눈두덩이를 북북 닦으며 울먹인다. “너무 기뻐요. 아씨가 이렇게 기운 차리신 것 보면... 정말 너무 좋아요.” 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 마음이 찡해진다. 내 앞에서 눈물을 훌쩍이고 있는 이 여자애. 나는 오늘 처음 봤는데... 이 여자애는 어떨지 몰라도 내 기억속에 이 여자애는 오늘이 처음이고 그렇게 좋은 기억이 없는데... 그런데... 마음이 찡 하다. 훌쩍이는 이 아이의 모습이 싫지 않다. 정이 가고 내가 이 아이의 손을 감싸줘야 하는 것만 같다. 이 기분... 대체 뭘까? “울지마. 울 거 없어.” 자연스럽게 그 아이를 향해 말을 내뱉자 그 아이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내 모습이 나도 신기하지만 그러고 싶으니까. 내 마음이 움직이니까. “이제 안 아플 거야. 이렇게 만날 서서 너도 보고 너랑 얘기도 할 거야. 정말 안 아플 거야. 그리고 나 원래 건강했고.” 정말 나 건강했다. 17년 인생 살아오면서 감기 걸린 적은 내 평생 딱 한 번이다. 개근상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줄줄이 타왔고 고등학교 3년도 탈 생각인데... 가만, 나 여기에 오래 있으면 개근상 못 타는 거 아니야? 내가 탈 수 있는 상은 개근상 밖에 없는데!! 우이이잉! 잠깐! 이거 개근상이 문제가 아니잖아?? 내가 여기서 하루라도 있다가는 우리 집에서는 나 찾느라고 혈안이 될 게 뻔하다. 안 그래도 우리 엄마 걱정 많고 겁 많으신데... 이렇게 보여도 나 우리 집에서는 귀한 외동딸인데...! 하루라도 무단으로 집에 안 들어가면 경찰서에 연락하고 온갖 친척들 다 출동해서 이 동네 저 동네를 이 잡듯이 뒤질 것이 뻔했다. 억... 억... 불안하다!!! 지금 철종이고 양순이고 그게 문제가 아니다. 온 집안이, 아니 온 동네가 뒤집힐 위험이다!! “정말이죠? 정말이죠, 아가씨?” 닭똥 같은 눈물을 똑 똑 떨어트리며 나를 바라보는 여자아이. 괴물이라고 부르기에는 미안하고 이름은 모르니 그냥 여자아이라고 하겠다. 일단, 이 여자아이를 밖으로 나가라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 가야하는데... 할아버지가 그랬지? 이 펜던트를 쥐고 원래 있던 곳의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면 돌아갈 수 있다고! 여자아이가 보는 앞에서 해서는 안 될 것 같고... 일단 나가라고 하자. “저기 나 쉬고 싶은데 나가주면...” “양순이 있니?” 엑, 양순이? “응! 엄마 있어!” 눈물을 치맛자락으로 마구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내 앞에 있는 여자아이. 한 때 내가 괴물이라고 불렀던 여자아이. 머리 좀 크고 눈 조금 째지고 얼굴 좀 네모에다가 키 좀 크고 얼굴에 주근 깨 좀 많은... 이 아이... 이 아이가... “양순이...?” “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내 이름 왜 불러요? 그거 내 이름인데, 내 이름인데??’ 라는 얼굴로 거짓 하나 없이 나를 향해 고개를 홱 돌리는 내 앞에 앉아 있던 여자아이. “니가... 양순이...?” “아씨 이번에는 제 이름 기억해주시네요!!” 환하게 웃으며 박수까지 짝짝짝 세 번 치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아이. 일명... 양순이... 양순이... 양순이... 강화도의 양순이. 강화도의 양순이면 철종과 사랑을 하는 양순이. 철종과 불타는 사랑을 목숨을 넘나드는 사랑을 하는 양순이. 양순이가...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아이였다니...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20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5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098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56 오옷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으응... 기억... 나네...” 어쩌다가 뻥쳤다. 뻥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뻥이 훅 하고 내 입에서 튀어 나갔다. “다음에도 제 이름 기억해주셔야 해요! 엄마가 부르니까 잠깐 나가볼게요. 왜 부르지??” 방긋 웃으며 정말 기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는 이내 말끝은 흐리며 고개를 갸웃고리고는 밖으로 사뿐히 나간다. “나으리 오시니까 아씨 채비해드려.” “채비?” “그래 채비.” “아씨 아프신...” “지금 괜찮으시잖아. 채비하고 맞이해야지.” “알았어요.” 밖에서 모녀의 말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저 멍했다. 빨리 원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펜던트를 잡고 원래 살던 그 누군가를 마구 떠올려야 하는데... 아주 난감하게도 나는 패닉상태였다. 내 앞에 있었던 사람이 양순이라니... 그녀라니... 로맨스의 주인공이라니... 뭔가... 맥이 빠진다. 그런 로맨스의 주인공이라면 뭔가... 뭔가 좀 야리하고 아름답고 뭔가... 뭔가... 좀... 그래야 하지 않는가? 나...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거야? 그럼 철종도... 철종도!!!!! “달칵” "아가씨 나으리 오신대요. 채비하셔야겠어요.“ “채비?” 조금은 멍한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양순이... 철종과 엄청난 로맨스를 할 양순이를 바라보자 양순이가 웃는다. “나으리께도 이렇게 건강한 모습 태어나서 한 번도 보여주시지 못했잖아요. 마님께서 준비해주신 저고리 치마 입고 나으리 맞이해요. 네?” “어... 그래... 그래...” 난 패닉 상태다.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질 않고 무슨 행동을 해도 난 에라 모르겠다. 어영부영 내 앞에 있는 철종과 애틋한 로맨스를 하게 될 양순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양순이는 방긋 웃으며 장으로 가서는 곱게 개켜져 있는 저고리와 치마를 꺼내 내 앞에 둔다. “아씨께는 노란 저고리가 어울릴 것 같아요.” 양순이는 혼자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노란 저고리와 다홍 치마를 꺼내서는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들어 보인다. “예쁘죠?” “아... 응...” 부럽다. 많이 부럽다. 부러워서 죽겠다...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나도 외모지상주의에 치우치면 안 되는데... 그치만... 그치만... 이건 21세기인 지금에까지 내려오는 로맨스니까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멋진 남자가 애틋한 사랑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실망이다. 흑. 그러면 안 되는데... 솔직히 실망이다. 꽃잎아. 박꽃잎아. 연애질이 수월하지 않은 이곳, 조선시대에서도 서로 애틋한 사랑을 하는 남녀가 있는데 너는 뭐하고 살았니. 너는 여태 뭐했길래 남자 하나가 없니... 남녀칠세부동석을 외치는 유교 사상이 뿌리 끝까지 박혀 남녀가 손만 잡아도 결혼하는 이 시대에도 양순이는 아름다운 로맨스를 펼쳐 나가는데...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연애하는 것이 유별난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21세기 박꽃잎은... 대체 뭐하고 살았니. “자 아씨. 옷 입으셔야지요.” 방긋 웃으며 나를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운 후 열심히 옷을 조근조근 입히기 시작하는 양순이. 그런 양순이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래, 참하네. 참하다. 이렇게 보니 참 여성스럽고 눈물도 많은 걸 보니 정도 많고 마음도 여리고... 예쁘네. 양순이... 근데 왜 이렇게 내 마음이 안 좋냐... 철종과 양순이를 만나보고 싶긴 한 건데 철종을 먼저 만난 게 아니라 양순이를 먼저 만나버리다니... 우익-! 나 정말 나쁘다! 국사 선생님의 말만 듣고 멋진 철종을 상상하다가 그 철종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실제로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다가 철종의 여인 양순이를 만나니 질투를 하는 거야! 에이! 나빠! 박꽃잎아. 너 너무 나쁘다! “양순아!” “아씨?” “미안해!” “예?” “앞으로 절대 넘보지 않을게!” “예에?” 눈썹을 바짝 치켜세우고 양손 주먹 불끈 쥐며 양순이를 정열적으로 응시하자 양순이는 멍하니 이내 날 바라보다 이내 방긋 미소 지으며 말한다. “넘봐요? 아씨께서 저를 넘보실 것이 있으세요? 에이. 아씨께서 저 같은 종년에게 그런 것이 어딨습니까?” 있다. 남자. 내가 아씨고 니가 종년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양순아. 일단은 있다. 남자... 그것도 조금 있으면 왕이 될 남자. 그리고 영원히 널 사랑해줄 남자. “아씨. 나으리께서 오셨습니다.” 밖에서 우량 아줌마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나으리? 나으리? 나으리? 무슨 나으리? 어떤 나으리? 뭐하는 나으리!!!! 박꽃잎아. 너 또 정신없이 여기에 있었구나... 엄마 아빠가 걱정하신다구! 온 동네가 난리가 난다구!! 철종은 못 봤지만 그래도 양순이는 봤으니까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근데 어떡하지? 양순이가 내 앞에 있으면 어떻게 돌아가냐구!! 멍하니 양순이 보고 놀라서는 돌아가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나으리 봐야하구!! 우량 아줌마와 양순이가 저렇게 크게 존대하는 걸 보면 나보다 높은 사람? 아씨보다 높은 사람은 누구지?? 그럼 우리 아빠? 우리 엄마?! 에씨... 원래 부모는 자기 자식 알아본다고 나 알아보고 ‘얘 내 자식 아닌데? 죽여라!’ 이러면 어떡해!!! “큼큼” 밖에서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야 말로 사극에서만 듣던 그 걸걸한 남자 목소리. 난... 난... 이제 죽는 건가!!! “들어가겠다.” 윽-!! 어떡해! 나는 난감해 죽을 표정으로 양순이를 바라보지만 그녀는 뭐가 문제냐는 얼굴로 방긋 웃으며 나를 응시한다. 어떡해? 어떡해?? 스륵- 미닫이문이 열리고 이내 감투를 쓰고 턱수염을 길게 기른 한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선다. “어디 몸은 괜찮느냐.” “에.” “꽃잎아...?” 내 표정에 놀란 얼굴로 내 이름을 부르는 그 나으리. “왜 어디가 또 안 좋으냐! 의원을 불러라. 의원...!!” 내 방에 들어온 그 나으리. 감투를 쓰고 턱수염을 길게 기른 그 나으리. 비단 옷을 입고 걱정되는 눈빛을 하고는 방으로 들어온 그 나으리. 낯이 익다. 나이 드신 것 치고 부리부리한 눈과 복코라고 불리우는 커다란 코와 두툼한 입술까지... 낯이 익다. 이 분은... 이 사람은...!! “아빠!!!!!!” 와다다 달려가 마치 이산가족 상봉한 듯이 한 10년을 아빠 얼굴 못 본 것처럼 아빠의 양손을 와락 내 손에 움켜쥐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빠 품에 와락 안겼다. “아빠!!!” “아,아,아,아빠?” “아빠 여기 어떻게 온 거야!!!” “허. 허. 허허!” 아빠의 반응이 이상하다. 엄청나게 당황한 얼굴로 그리고 무언가 상당히 마음 쓰이는 얼굴로 날 바라본다. “아빠 여기 와서 놀랬지! 아빠도 턱시도 고양이랑 그 할아버지 만났어? 응? 응?” “허허.” “그렇게 웃지만 말고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헛 웃음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아빠. 그것에 양순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우왕좌왕 거리다가 이내 나를 부축하며 아빠에게서 날 떼어 놓는다. “왜 그래!” 반가워 죽겠는데 아빠와 떼어 놓자 나는 신경질적으로 양순이를 향해 소리쳤고 양순이는 어쩔 줄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아씨. 아씨. 왜 그러셔요. 천한 것들 하는 것 마냥 왜 그러셔요.” “에? 뭐가?? 우리 아빠 더러 아빠라고 하는 게 왜!!!” “이번에는 몸은 건강하나... 정신이 문제구나...”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는 아빠. 에? 지금 내 정신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거야? “아빠 왜 그래! 나 아빠 딸 맞잖아!” 아빠를 향해 소리치자 아빠는 어이없고 난감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며 시선을 하늘 위로 올리며 허허, 하며 헛웃음을 다시 내뱉으신다. “아씨 이러시면 안 돼요. 맞죠. 나으리 따님 맞으셔요. 하지만... 이건 양반 집 귀수께서 하실 행동이 못되셔요.” “에?” “이 고을에서 가장 높으신 나으리의 따님께서 이렇게 행동하시면 아니 되어요... 아씨... 아씨... 제발 정신 좀 차리셔요...” 양순이가 또 다시 울먹이는 눈동자로 나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진다. 허, 허, 허... 또 다시 엄청난 혼란의 나락 속으로 퐁당, 빠져 버린 박꽃잎 양...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얼굴이 아주 익은 21세기의 우리 아빠가 맞다. 근데 이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란다. 아니, 그러니까 조선시대의 박꽃잎의 아빠가 맞긴 맞는데 21세기의 우리 아빠가 아니라는 소리다. 고로, 생긴 것은 똑같은데 내 앞에 서 있는 아빠는 21세기에서 건너온 아빠가 아니라 여기 있던 아빠? 헉...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는 거야? ...하긴... 21세기에서 조선시대로 넘어왔는데 이런 일 저런 일 없겠니... 담담해지려 노력하자. 21세기 인간이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더 놀라운 일이니까. “굿을 해야겠다.” “에?” 구웃? 구웃? 무당이 와서 춤을 팔짝 팔짝 뛰며 잡귀야 물렀거라!! 하는 그 굿? 눈이 휘둥그레져서 아빠를 바라보니 ( 일단 내 아빠가 맞긴 맞잖아? ) 아빠는 근심 어린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며 말한다. “니가 이렇게 건강해진 것 하늘이 도왔어. 어릴 때 부터 니 발로 제대로 한 번 걸어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건 아니다. 내게 귀신이 씌인 것이 분명해.” “에! 아,아닌데! 아니에요!” 소리를 바락 지르자 아빠는, 아니... 아니... 아버지? 에이씨 사극에서 뭐라고 불렀더라? 아! 아! 아버님!! “아버님! 저 정말 괜찮아요.” 나의 말에 아버님은 눈을 또 다시 휘둥그렇게 뜨고 나를 바라봤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멀쩡해요. 이렇게 건강한걸요. 굿은 무슨 굿이에요! 정신 사납게. 그 방방 뜨고 난리 브루스 추는 거 맞죠?” 내 말에 얼굴이 점점 녹아가고 있던 아버님과 양순이의 얼굴은 내가 말을 하면 할수록 어두워지고 이내... 아버님은 몸을 홱 틀어 방을 나가며 노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셨다. “굿 준비를 해라!” “네. 나으리!” 양순이는 마치 특수임무라도 수행하는 듯이 잔뜩 기합이 들어간 얼굴로 나를 홱 바라본다. “윽.”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신음. “아씨. 조금 있으면 무당이 와서 굿을 할 테니까요.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셔야 해요.” “에? 굿은 무슨 굿이야! 굿 같은 거 무섭다구...” 텔레비전에서 보면 무당이 신 내림을 받아서 막 애기 귀신 흉내 내고 막 사람 잡아먹을 듯이 소리치고 작두 타고 막 그러잖아... 무섭다구... 으으으, 난 귀신도 안 씌였고 멀쩡한데 내가 왜 굿을 받아야 해!! “아씨. 여기 꼭 붙어 계셔야 해요. 어디 가시거나 그러면 안 돼요!” “어... 응응.” “평소에 아씨라면 몸이 아프셔 가끔 정신을 잃고 저희를 못 알아보시긴 해도 이렇게 천한 아랫것들이 하는 어투를 하시진 않으셨어요... 정말... 정말 걱정돼 죽겠네... 흑...” “거,걱정 할 것 하나 없는데...” “아씨 정말 여기 계셔요!” “응응.” 여기서 나가진 않을 거야. 21세기로 휘릭 돌아가긴 할 거지만... 하하. “여기 꼭! 계셔야 해요.” 아무래도 불안한지 양순이는 방을 나갈 때까지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나를 바라보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보료 위에 엉덩이를 깔았다. “응응. 여기 이렇게 앉잖아.” 앉아도 21세기로 돌아갈 수는 있으니까. 상냥하게 양순이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말고 다녀와.” “아씨. 정말 믿어요.” “응응.” 빙긋 웃으며 양순이를 배웅하자 양순이는 몸을 틀며 고개를 갸웃이며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리지만 워낙 쫑긋한 귀를 가진 박꽃잎이는 다 들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아씨가 도망갈 것만 같지?” 양순아, 너의 예지력이 참으로 뛰어나 상당히 두렵구나. 하지만 그래봤자다. 니가 밖으로 나가면 나는 삐융- 21세기로 날아갈터이니. 엄청 화나신 아버님이 문을 활짝 열어 두고 가신 덕분에 양순이는 문을 열지도 않고 그대로 빠르게 밖으로 나가는데... “양순아!” 우량 아주머니다. “응?” “너는 거기 아씨 곁에 있어라. 나랑 영산댁이 알아서 다 할 테니까.” “아. 그래요? 응 알았어.” 억, 이렇게 돌아가면 안 되는 거잖아. 그렇잖아. 이러면 내가 21세기로 못 돌아가는 거잖아. 그럼 우리 집안을 물론 우리 동네까지 발칵 뒤집혀서 다른 사람들한테 폐 끼치는 거잖아. 지금 나는... 걱정되어 죽겠는 거잖아!! “스륵” 문을 얌전히 닫고는 내 앞으로 쪼르륵 달려와 다소곳이 앉으며 상쾌하게 빙긋 웃는 양순이. “저 여기에 있어도 된대요. 헤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아씨 다른 곳 가실까 너무 불안했는데 다행이에요.” “나... 다른 곳... 안 가는데...” 21세기로 언제가... 엄마 아빠 곁으로 언제가... 나 어떡하면 좋아!!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21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222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57 하나츠키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리구용~ 다음에는 2007도 붙여주세요>_< 손글 너무 분위기 있어요~~ “워워! 신님이 들어오신다! 내 몸으로 신님이 들어오신다!” 딸랑 딸랑 방울 소리가 내 귀를 찢을 듯 정신 사납게 울려 댄다. 색색의 천을 걸친 무당의 옷을 입고 천을 휘날리며 눈을 발라당 뒤집어 깐 채 흰 눈동자를 번뜩이며 방방 뛰는 여자. 나는 그 앞에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며 무당을 바라보았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옆에서는 이곳의 하인으로 보이는 여러 사람들과 조선시대 박꽃잎의 어머니가 열심히 고개를 숙이며 손을 싹싹 빌며 기도한다. 여기서 너무나도 당연한 것 같지만 당황스러운 것 하나... 조선시대 박꽃잎의 어머니 또한 21세기 박꽃잎의 엄마와 아주 똑닮았다는 것이다. 미친 듯이 비나이다를 외쳐대는 사람들 옆에 완전 겁먹은 얼굴로 딱딱하니 굳어서 무당을 바라보고 있는 나. 물론 처음 보는 거라 좀 신기하긴 하지만... 무당이 나를 홱 홱 째려 볼 때면 온 몸에 소름이 다 돋는다. “아아아아!!!” 갑자기 무당이 비명을 내지르며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그 무당을 바라본다. 벌써 신이 온 거야? 무당한테 신이 왔어?? 무슨 신? 애기 신? 남자 신? 여자 신?? 무슨 신?? 난 애기 신이 제일로 무섭던데... 흐윽. “아잉! 나 싫어!” 하하. 애기 귀신이다... 쓰러진 무당은 자리에 일어나 앉더니 이내 애기처럼 발을 구르며 애기 목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나 싫어! 나 싫어! 우아아아앙!!” “뭐가 싫으세요. 신님. 뭐가 싫으세요. 신님.” 조선시대 우리 엄마. 하나도 안 무섭나 보다. 무당에게 다가가서는 아주 진지하게 뭐가 싫으냐고 묻는다. 21세기 우리 엄마는 겁 무지하게 많은데... 이건 또 다르네? “저 기집애 너무 싫어!” “윽!” 눈을 시뻘겋게 치켜뜨며 나를 바라보는 무당. 무섭다. 무서워 죽겠다. 불안한 눈동자로 옆에 있는 양순이와 우량 아주머니를 바라보지만 그 두 사람은 나를 구해줄 생각이 없는 듯 무당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나는 뒤로 물러서며 도망치려 하지만 양순이와 우량 아주머니가 나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떡 하니 몸으로 막고 섰다. 으, 으, 무섭다구!! “저 기집애 싫어! 저 기집애 싫어!” 시뻘건 눈과 부들거리는 손가락으로 정확히 나를 응시하고 가리키며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무당. “무엇이요. 신님. 무엇이 그러합니까.” 어머니는 눈물이라도 흘릴 듯 간절한 모습으로 무당을 향해 말하고 무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똑바로 노려본다. 두근두근 가슴이 떨리고 무서워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지만 기둥처럼 뻣뻣하게 서 있는 두 여자와 나 때문에 눈물까지 쏟으려는 듯 진지하게 무당을 향해 애걸하는 어머니를 보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여기 어머니는 21세기 내 엄마가 아니지만 그래도 조선시대의 박꽃잎의 엄마이니까. 조선시대 엄마와의 추억은 없지만 그래도 내 엄마니까. 나를 바라보는 조선시대 엄마의 시선이 21세기 엄마의 시선과 전혀 다르지 않으니까. “저 기집애의 가슴에 있는 거.” 이번에는 나의 가슴 중앙을 가리키며 소리쳤고 나는 순간 움찔 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내 가슴 중앙에 있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닌 할아버지께서 주신, 다시 원래 21세기로 돌아갈 수 있는 물건,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물건 펜던트였다.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새에 무당은 벌겋게 충혈 된 눈으로 미친년처럼 달려와 나의 저고리 안을 마구 뒤지더니 이내 펜던트를 홱 잡아 낚아채며 내 목에 걸려있던 끈을 끊어 버리고는 펜던트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 버린다. “아, 안 돼!” 자리에서 일어나 무당을 잡으려 하지만 내 치맛자락에 밟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무당은 그 펜던트를 어머니와 멀리서 지켜보는 아버님을 향해 소리친다. “이거 때문이야! 이거 때문이 이 기집애가 이상한 거야!” “아아...” 사람들이 모두 탄성을 내지르며 할아버지가 내게 주신 펜던트를 바라본다. 저 펜던트를 가져가면 안 되는데 저 펜던트를 돌려받아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이곳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추억은 없지만 21세기 부모님들과 똑같은 시선으로 날 바라보시기에 저 펜던트를 빼앗아 이 자리에서 달아 날수가 없다. 못하겠다. 미치겠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정말 안 되는데...! 사람들이 모두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정말 여기서 저 펜던트를 빼앗으면 이곳 부모님이 정말 날 미친년 취급 할지도 모르고 기어코 저 펜던트를 빼앗아 날 광에 가둘지도 모른다. 무서워서 저 펜던트를 빼앗을 용기가 나질 않아. 어쩌지? 어쩌면 좋아! “이거 없애버려야 해! 이게 저 기집애에게 재앙을 가져와!!!” “저 물건이 대체 어디난겨?” “몰라! 저런 물건은 나도 첨 봤네!”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무당이 들고 있는 펜던트를 바라봤고 어머니는 놀란 얼굴로 그 펜던트를 응시하다 이내 몸을 틀어 나에게 묻는다. “저게 어디서 났니.” “에? 할아버지가 줬어요.” “할어버지? 너에게 할아버지가 어딨다구.” “에? 그러니까...” “재앙을 가져올 흉측한 물건이다.” 어머니는 미간을 찌푸리시며 다시 무당을 향해 비나이다를 정성스럽게 하시기 시작한다. 재앙을 가져올 흉측한 물건? 저건 내 희망이라구요!!! “이것만 없어지면 돼. 이것만 없어지면 다 괜찮아져!” 소름 돋는 애기 목소리에 나는 움찔움찔 몸을 떨었고 그것을 양순이가 보았는지 나의 팔과 어깨를 살짝 손으로 비벼 주며 안쓰러워했다. “이건 내가 가져 갈거야! 가져 갈거야!” 앙칼지게 외치며 나와 어머니를 바라보았고 내가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어머니가 소리쳤다. “가져가세요. 신님 가져가세요. 가져가시어 내 아이의 불운을 없애주세요. 내 아이의 병을 낫게 해주세요.” 두 손 모아 공손히 무당에게 말하자 무당은 나의 펜던트를 노려보더니 이내 몸을 부르르 미친 듯이 떨며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무당을 응시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시벌것던 눈을 원래의 까만 눈동자로 돌리고는 무섭도록 사나운 표정이 아닌 본래 사람의 모습으로 나와 어머니를 바라보는 무당. “신께서 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작은 인사와 함께 여자 하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도 양순이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섰다. “이 흉측한 물건은 제가 가져갈 것입니다. 가져가 부적을 써 봉인 시키겠습니다.” “부디 그래주세요. 부디 그 흉한 물건이 우리 아이를 해치는 일이 다시는 없게 해주세요.” 그렇게 어이없게... 그렇게 힘없이... 내게서 21세기로 돌아갈 수 있는 물건인 펜던트를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나는 망했다. 망했지만... 내 앞에서 울먹이는 모습으로 나를 응시하는 조선시대 어머니를 뿌리칠 수는 없었다. 이곳은 나의 방. 어느 덧 밖은 어두워져 전기로 밝히는 형광등이 아니라 초로 방안을 밝게 밝히고 나의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나는 처음 입었던 새하얀 모시 소복차림으로 이불 위에 누워 있었고 어머니가 그런 나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주신다. “제발 부탁이다. 이제 더 이상 어미를 걱정시키지 말아다오.” “에...” “내 죄가 커 어릴 때부터 문 밖의 세상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자랐고 양반 집 딸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학문도 여인네의 몸가짐도 아무것도 너에게 가리키질 못했구나.” “그게 왜 어머니의 죄에요...” “내가 너를 그렇게 낳았다. 전생에 어떤 죄를 졌는지는 몰라도 너를 너무 약하게 낳아 고생만 시켰구나.” “저 건강한걸요...” “그래. 이제야 건강을 찾고 그 흉측한 물건을 내게서 떼어내니 마음이 놓이는구나.” 흉측한 물건이 아닌데요... 21세기로 돌아가야 하는 제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물건인데요... 흑. 나 이제 어떻게 원래 21세기로 돌아가? 나 여기서 눌러 살아야 하는 거야? 그럼 21세기 우리 엄마 아빠는? 하나 밖에 없는 딸래미 한 순간에 잃어 버리는 거야? 무지 슬퍼하실 텐데... 무지 아파하실 텐데... 어쩌면 좋아. 어떻게 하면 좋아... “밤이 늦었구나. 자거라.” 어머니는 입가에 상냥한 미소를 지으시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내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어머니는 고개를 내저으시며 우아하게 치맛자락을 잡으시며 걸어 나가신다. “일으킬 것 없다. 자거라.”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말투에 나는 한 번에 주눅이 들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어설프게 한 마디 내뱉는다. “살펴가시어요.” 이정도면... 나 몇 시간 만에 적응 잘하는 거지? 세상에 이렇게 캄캄할 수가. 정말 보이는 것이라고는 저 하늘의 달빛과 별빛 뿐. 스륵, 문을 조심스레 열고 처음 마당을 향해 시선을 두었을 때에는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다. 눈에 들어서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덜컥 겁이 나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 도로 방안 이불로 기어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으로 기어 나가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로 그렇게 겁을 내며 수십가지 생각을 하며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혹시 귀신이 내 뒤에 있지는 않을까. 귀신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대로 뒤를 돌면 귀신과 눈이 마주치는 것은 아닌가. 아아, 무서워 죽겠다. 얌전히 이불에 누워서 잠이나 잘 껄 왜 기어 나와서 이 고생을 하나. 라며 훌쩍이며 뻣뻣하게 굳어 있기를 한 몇 분 정도 되었을까? 여전히 캄캄하고 여전히 무서웠지만 그래도 캄캄한 것이 눈에 적응이 되어 점점 앞의 사물들이 흐릿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꽃잎아. 정신 차려. 귀신은 없어.” 아니지. 아니야! 귀신은 없다고 믿는 사람한테 잘 나타난다고 했다. 갑자기 덜컥 겁이 나고 나는 세차게 도리질 치며 급하게 말을 바꿨다. “귀신님. 난 알아요. 당신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있어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있어요. 난 믿으니까... 난 아니까... 나한테는 나타나지 마요. 응? 귀신 안 믿는 사람한테 가서 깜짝! 놀래켜 줘야 하는 거에요! 알았죠? 알았죠?” 제발 나타나지 말아줘요... 흐윽... 나타나면 난 기절할지도 몰라 심장마비로 저 세상으로 갈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제발 나타나지 말아요. 으으으- 나는 양손을 턱 하니 합장을 하며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이리저리 휙휙 틀며 간절히 외쳤다. “귀신님아! 이렇게 부탁할게요. 나오지 말아요. 네? 네? 네?” 혹시 귀신이 대답을 하실까 조용히 숨을 죽이며 무슨 소리를 기다리지만... 역시 대답하지 않으신다. 그럼 귀신님이 얼마나 귀하신 분인데 나에게 대답을 하겠니. “대답은 안하셨어도 안 나타나시는 거 맞죠? 믿을게요~” 방긋 웃으며 합장했던 손을 내리고는 미닫이문 밖으로 슬금슬금 내 몸을 내밀어 마루에 기는 자세로 떡 하니 안착했다. 새벽이라 그런지 수연당 근처를 왔다갔다 거리던 양순이도 없고 우량 아줌마와 그 밖에 돌쇠 비슷한 사람들도 보이질 않는다. 모두 자고 있겠지? “휴우... 힘내자.” 내가 이렇게 가득 두려움을 안고도 이불 속에서 잠을 자지 않고 캄캄한 어둠속에 나온 이유. 물어보나 마나 생각하나 마나 당연히 내 펜던트를 찾기 위해서이다. 아까 낮에는 사람들의 시선과 부모님의 애틋한 눈빛에 펜던트를 빼앗기 못했지만 이렇게 넋 놓고 여기에 있을 수는 없다. 21세기에 계신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을 하시겠냐구! 아까 양순이에게 지나가는 어투로 슬쩍 무당이 사는 곳을 물어보았더니 마을 북쪽 끝자락 홀로 서 있는 집이라고 했다. 하여튼 누가 무당 아니랄까봐 마을 끝자락, 그것도 북쪽이 뭐냐구... 흐윽. 마루를 천천히 기어 나와 신발을 찾으러 마루 아래를 훅 내다보니 신발이 단 한 짝도 없다. 양순이나 다른 하인들이 신던 짚신도 없고 나의 어머니가 신던 그런 꽃신도 없다. 신발로 보이는 것은 단 한 짝도 없다. “하.하.” 헛웃음이 살짝 입가에서 나돈다. 어쩌지? 신발도 없는데 우짜지? 잔뜩 울상이 되어서 여기저기 훑어보지만 신발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나는 마루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내 양발을 손으로 휙 들어 올렸고 내 몸은 뒤로 고꾸라지며 발과 손만 공중에 훙, 하니 떴다. “양말. 좀 두꺼운 양발. 이게... 버선이라고 했지?” 이 버선이 겨울에 그렇게 따뜻하다고 21세기 엄마는 손수 만들어 항상 신고 다니셨는데... 내게도 이 버선 양말을 센스 있게 이쁜 모양으로 만들어 주셨는데 버선은 무슨 버선이냐며, 촌스럽다고 훽 내팽겨친 적이 있었다. 아, 그 버선을 여기서 내가 신고 있구나... 그리고 그 버선이 이렇게나 도움이 되구나... 나는 눈썹을 홱 치켜 올리며 말 그대로 버선발로 땅을 밞았다. 시멘트질이 되어 있질 않은 땅이지만 돌부리나 발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죄다 치워나서인지 버선만 신고 땅을 밞았는데도 발에 통증은 전혀 없었다. 사락,사락 내가 입고 있는 모시 소복의 소리가 귀에 거슬리고 다리에 치댕기지만 마땅히 갈아입을 옷도 없고 갈아입을 여력도 없기에 나는 치맛자락을 움켜쥐고는 바짝 들어 올려 버선 바람으로 마당을 나선다. 지리를 몰라 수연당 한 두어 바퀴 돌다가 겨우 수연당을 나가는 문을 발견 끼이익- 거리는 소리에 기겁을 하며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이 소리를 못 들었는지 주변은 고요했다. 수연당 밖으로 나가니 또 무슨 한옥이 여기저기 우뚝 우뚝 서 있다. 여긴 또 어딘교. 그리고 여긴 또 어떻게 나가는교. 미간을 찌푸리며 이리저리 훑어 보며 대문을 찾는데 도통 어딘지를 모르겠다. 밤이라 어둡지 처음 나가보는 길이라 뭐가 뭔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야! 죽지 않게만 맞았지.” 캄캄한 어둠 속 한 쪽에서 갑자기 불빛이 확 비치더니 이내 사람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 우아, 우아, 어쩌지?? 나 이 상태로 걸리면 저 사람들이 날 붙잡아 다시 수연당에 가두고 이곳 부모님에게 일러 받쳐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양순이더러 날 지키고 서라고 할지도 모른다. 사람의 목소리와 발걸음은 급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울상이 되어 발을 동동 구르는 나. 숨을 때 숨을 때 숨을 때!! 발견!! 와다다 달려가 집의 마루 밑으로 훅 들어가 몸을 낮췄다. 내 키가 워낙 작고 그만큼 몸집도 작은지라 큰 무리를 하지 않아도 마루 밑으로 몸을 쑤셔 넣으니 금방 들어갔고 나는 숨을 죽이며 밖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서 저리 누워있는 거고만?” “그렇지. 그러니까 누가 수연당 아씨를 함부로 말하고 다니래?” “잘 됐구만!” “잘 되고말고! 수연당 아씨 얼굴도 제대로 뵌 적 없는 주제에 어딜 나불거리고 다녀?!” “이제 수연당 아씨 건강해지셨으니 다신 그런 소리 안 떠돌아다니겠지?” “당연하지! 떠돌아 다녀도 나으리께서 가만 두겠나?” “살려두면 다행이게?” “그렇지?” 수연당 아씨? 나? 박꽃잎이? 나 말이야? 저 두 남자는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횃불을 들고 나란히 걸으며 신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남자. 차림새를 보아하니 신분이 높은 사람 같지는 않았고 나를 ‘아씨’ 라고 부르니 이곳에서 일하는 하인 같아 보였다. 근데 무슨 말이야? 날 함부로 말하고 다녀? 누가?? 그래서 나으리 그러니까 즉 우리 아빠가 죽지 않게만 때렸다구?? “빨리 아씨께서 기력을 회복하시어 좋은 낭군 만나 시집도 가셔야 할 터인데.” “아씨 시집가시면 나으리와 마님께서 얼마나 섭섭해 하시겠는가.” “그래도 꽃다운 나이 때 시집가야지. 안 그런가?” “하긴, 그건 또 그렇네. 허허허.” 시집? 내 나이 아직 열일곱 연애 한 번 안 해봤는데 무슨 얼어 죽을 시집! 아, 더 다급해졌다. 더 빨리 21세기로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팍팍 든다. 내가 아무리 옛날 풍습을 모른다지만 조선시대에는 결혼을 아주 어린 나이에 한다는 정도는 안다. 펜던트를 찾지 못하면 21세기로 돌아가지 못하고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하지 못하고 얼굴도 모르는 남정네와 결혼해야 할지도 몰라! 돌아가자. 돌아가자. 21세기로!!! 두 남자가 이내 불빛과 함께 사라지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루 밑에서 나오려 슬금 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근데 대체 어디로 나가야지 대문이 나오는 거야? 텔레비전에서 보면 양반 집 같은데 대게 넓고 밖으로 나가려면 하인들이 열어주는 엄청나게 큰 대문을 지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에에... 담을 넘을 수도 없고... 나 아예 밖으로 못 나가는 거 아냐? 하여튼... 박꽃잎아. 생각 좀 하고 밖으로 나오지... 무작정 밖으로 나오니 이 고생이 아니냐... 흑... “냐옹-” “에?” 갑자기 들린 고양이 소리에 마루 밑에서 기어 나오던 나는 귀를 쫑긋 세우며 내가 들어갔던 마루 밑을 휙 고개를 숙이며 보았다. “냐옹-” 고양이다. 고양이었다. 고양이는 어두운 마루 밑에서 살금살금 냐옹 거리며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고 나는 무언가에게 홀린 듯 그 고양이가 마루 밑에서 나오는 모양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냐옹-” 이윽고 고양이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섰고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하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턱시도 고양이였으며 그리고 쫑긋 서 있는 한 쪽 귀 끝이 살짝 잘려 나가 있었다. “어! 너! 너! 그 고양이!”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25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7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052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59 하나츠키 님의 손글입니다. 하나츠키님 손글 너무 잘쓰시네용^^ 손글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냐옹-” 틀림없이 그 고양이다. 21세기에서 봤던 그 고양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멍하니 내 앞을 스쳐지나가는 고양이를 보고 있다가 이내 나는 허리를 쭉 펴 그 고양이를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놀렸다. 어떻게 이 고양이가 있는지가 지금 중요한게 아니다! 21세기 사람인 나도 여기에 있는데 나를 여기에 있게 만들어준 할아버지의 고양이가 이곳에 있지 말라는 법도 없지! “나비야!” 저 고양이를 안으면 갑자기 21세기로 뿅- 하고 가는 게 아닐까? 일단 고양이를 안아야겠다. 잡아야겠다.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담벼락 쪽으로 가는 고양이를 열심히 쫓자 고양이는 마치 따라오라는 것 마냥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이 내 담벼락 아래 무성히 자라 있는 장식용 수풀 속으로 휙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수풀을 이리저리 뒤지는데 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지? 분명히 다른 쪽으로 안 빠져 나왔는데!! 다급한 얼굴로 주변을 휙휙 돌아보지만 고양이의 모습은 사라졌다. “에... 에...” 울상이 되어 발을 동동 구르는 나. 어디로 갔니, 고양아. 너라도 나를 구해주련... 응? 응? “냐옹-” “나비야!” 울음소리에 환호하며 그 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두자 그렇게 뒤져도 안 나오던 수풀 속에서 고양이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에? 너 어디 갔었던 거야~” “냐옹-” 반달눈을 하고는 귀엽게 냐옹- 거리며 울어 보이는 고양이. 으, 으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어! 안고 부비적, 부비적거리고 싶어! 귀여움에 녹아 얼굴에 작은 홍조를 띄우며 고양이를 안아 올리려 하자 갑자기 고양이는 내 손을 휙 피해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나는 깜짝 놀라 수풀을 마구 뒤지니 고양이가 담벼락 아래 구멍으로 들어가려는 포즈로 날 바라보는 고양이. “에?” 개구멍이다. 아니, 고양이가 들락날락 거리니까 고양이 구멍인가?? 내 몸이 겨우겨우 딱 맞게 들어갈 정도로 작은 고양이 구멍. “니가 나에게 이걸 알려주려고 했구나! 기특한 자식!” 다시 고양이를 안으려 하자 고양이는 고양이 구멍으로 휙 빠져 나가 버리고 나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이리저리 뻗쳐 있는 수풀을 손으로 걷어 내며 고양이 구멍으로 겨우겨우 몸을 들이 밀었다. 그 작은 고양이 구멍으로 내 몸은 아무런 무리 없이 휙 빠져 나온다. 아, 나의 밋밋한 바디 라인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구나. 엉금엉금 기어 밖으로 나오자 집 밖에 세상은 정말 한국 민속촌을 보는 듯 했다. 여기저기 큰 나무들이 길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서 있고 민가로 보이는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귀엽게 늘어서 있었다. “여기가 밖이구나...” 당연한 거겠지만 한국 민속촌 뺨치게 토속적이고 아기자기한 이곳의 모습에 나는 멍하니 그 집들을 바라보았다. 비록 밤이라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없고 약간 으스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색다른 느낌. 매일 고층 빌딩과 아파트로 이루어져 산이 높은지 아파트가 높은지 제대로 알 수 없는 21세기의 사람이 보이에는 당연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아! 맞다, 고양이!” 그제야 생각난 고양이. 뒤늦게 고양이의 행방을 알아보려 하지만... 역시나 사라졌다. 보이질 않는다. “히잉...” 또 갑자기 눈물이 핑글 돈다. 아, 어쩌다가 내가 이 고생을 하는 걸까... 그냥 얌전히 집에 갔더라면... 아니, 세린이가 나랑 같이 신발만 사러 가줬더라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질 않았는데... 나쁜 김세린. 넌 가면 빵 10개 쏴야 해!!! “고을 끝자락 북쪽이라...” 끝이라면 무조건 앞으로 걸어가면 되는 거다. 북쪽으로 무조건 걸어가다 보면 무당의 집이 나오는 거다. 근데 문제가 뭔 줄 알아? 나는 방향치... 동서남북이 어딘지 제대로 모르겠다... 어디가 북쪽이냔 말이야! 히이잉~! 어디가 북쪽인지 어떻게 찾나... 해라도 뜨면 알겠는데 이 캄캄한 밤에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을거고... 주변을 둘러보니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 몰골로 길을 물을 수는 없다. 그리고 나 양반 집 아씨라고 했으니 내가 지금 이 몰골로 돌아다녔다는 것이 소문이라도 나면 난리가 날 것이 뻔했다. 물론 내가 21세기로 돌아가면 나한테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곳에 남은 부모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고 또... 또... 만약 못 돌아갈 것을 대비해... 안 돼! 이런 약한 마음먹으면 안 돼! 넌 무조건 21세기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이잉... 어떻게 하지? 어디로 가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캄캄하고 잘 보이지 않은 어둠속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으쓱하니 살짝 쌀쌀한 것 같기도 하고 불빛이라고는 별빛과 달빛 밖에 없고... 여기저기서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데... 귀신님. 아까 저렁 약속했죠? 안 튀어나온다고? 그렇죠? 그렇죠? “터억-” “으-” 어깨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커다랗고 축 늘어진 손, 차가운 손, 따뜻함 하나 없는 손. 내 뒤에서 축 늘어진 손이 척 하니 내 어깨에 놓이고 나는 찔끔 오줌을 저린다. “꺄,꺄,꺄아아악!!!!!!!!” 그 자리에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냅다 다리를 놀리지만 내 어깨를 꽉 잡은 귀신은 날 놓아주질 않는다. 아아, 처녀 귀신이 많다는데 얘는 총각 귀신인 걸까, 왜 이렇게 힘이 세니. 아, 원래 귀신은 힘이 세구나. 아아아 나는 이제 죽는 걸까. 조선시대에서 귀신 보고 심장마비로 죽는 걸까. 아아아아- “사,사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차마 고개는 뒤로 돌리지 못했다. 내 어깨를 잡고 있는 귀신과 눈이 마주치면 난 정말 심장마비로 죽을 지도 몰라. 그 자리에서 즉사할거야. 엄마 아빠 박꽃잎이 여기서 생을 마감하려 합니다. 부디 먼저 가는 불효 용서하시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흐윽- “귀신님! 난 믿어요! 난 귀신님이 있다는 거 믿었다니까! 아까 나랑 약속했잖아요! 귀신님 내 앞에 안 나타난다구! 근데 이렇게 약속 깨고 나오시면 나 정말 섭섭해요!!” 눈물 섞인 목소리로 일단 소리 치고 봤다. 내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귀신한테 뭔 요상한 짓거리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싹싹 빌고 아까 약속한 것을 상기 시켜 주면 그냥 휘리릭- 나 안 죽이고, 나 안 놀래키고 그냥 사라질 수도 있는 거잖아. “귀신님. 귀신님. 정말 이러시면 안 되죠오오...” 다리에 힘이 슬금슬금 풀리지만 주저앉으면 안 된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그대로 귀신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몰라! 귀신이 내 어깨에 힘을 빼는 순간 나는 냅다 달려야해! 여기 퇴마사 없나?? 아, 무당에게 가면 나 살려주나?? 그것보다 일단 빛이 있으면 귀신이 사라지지 않을까?? 아아아, 귀신님 일단 나 좀 놓아달라구요!!! 두 손 딱 모으고 눈 질끈 감은 채로 놓아 달라고 빌고 또 비는데 놓아주는 커녕 날 잡고 있는 어깨에 힘을 더 꽉 주며 나를 귀신 쪽으로 홱 돌려 버린다. “꺄악-!” 난 이제 심장마비로 죽는구나!!!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귀신 얼굴이 흉측하지 않다. 가장 다행인 것은 처녀 귀신이 아니라 총각 귀신이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눈알 까맣고 참 착실한 외모를 가진 총각 귀신 말이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외모는 있었구나... 멍하니 귀신 얼굴을 감상하는데 총각 귀신의 눈과 눈썹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너구나.” 이 총각 귀신도 나 아나?? 다짜고짜 널 잡아먹겠다! 내 다리 내놔! 이것도 아니고 ‘너구나?’ 사실 내가 모르는 조선시대 박꽃잎이 이 총각 귀신을 사실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래서 총각 귀신이 박꽃잎을 잡아먹으려고 이렇게 나타난거고!! 조선시대 박꽃잎아! 너 어떻게 처신을 하고 살았길래 귀신이 널 쫓아와!!! “저기... 제가 댁한테 무엇을 잘못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밤마다 소복 입고 버선발로 다니는 미친년이 네년이었어.” “에....에?” 미친년? 밤마다 소복 입고 버선발로 다니는 미친년?? 나 오늘 처음 여기에 온 건데?? 나 오늘 조선시대가 처음인데?? 헉, 설마 조선시대 내가 모르는 박꽃잎은 정령 미친년이었던 거야?? 조선시대 박꽃잎아! 너 대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온 거니!!! “저기... 저는 여기가 처음이라...” “네년 때문에 귀신이다 어쩐다 고을이 얼마나 흉흉했는지 아느냐?” “그랬군요. 아... 그것 참 나쁜 짓을 했네요. 근데 제가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고... 오늘은 일단 그런 게 맞긴 한데 일부로 그런 게 아니라 제가 뭐를 좀 찾을 것이 있어서...” “뭐라고 떠들어 대는 게냐.” 말소리에 포스가 엄청나다. 역시 이래서 귀신을 해먹는 거구나... 세상에 이렇게 멋진 남자 귀신이 있다니... 그러면 여자 귀신들은 다 이쁜가? 이쁘면 자격지심 드는데... 무서워서 만나기 싫었는데 이쁘기까지 한 귀신들이 널렸다면 난 절대 죽어도 귀신을 보고 싶지가 않다. “그러니까 그 미친년은 제가 아니거든요? 근데... 저 일수도 있고... 그러니까...” “네년이 그 미친년이 확실하구나.” “그러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니까요? 무슨 원한으로 절 죽이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니까 제가 그 미친년이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구요.” “뭐?”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총각 귀신은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라는 표정으로 얼굴 가득 짜증을 담고 나를 바라보고 나는 멍하니 총각 귀신을 올려다보았다. 근데 요새 귀신 참 선명하네.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사람 같네, 그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귀신은 그렇게 하나 같이 소름이 돋게 생겼더만. “그러니까... 일단 저는 그 미친년이 아니에요.”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지 조선시대 박꽃잎은 미친년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난 미친년이 아니니까. “정말 아니에요. 저 진짜 미친년 아니에요~” 방긋 웃으며 양 손으로 손사래를 흔들며 총각 귀신을 향해 말해 보지만 총각 귀신은 꿈쩍도 않는다. 근데 내가 귀신이랑 이렇게도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을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귀신 별거 아니네 뭘! “저 정말 아닌데...” 머리를 긁적이며 빙긋 총각 귀신을 향해 웃어 보이지만 총각 귀신의 구겨진 얼굴은 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이 총각 귀신, 그 미친년한테 정말 많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나? 표정 한 번 장난아니게 서슬 퍼렇다. “저 정말 아니에요! 귀신님! 저 죽이지 마세요!” 눈 질끈 감고 양손을 고이 모아서는 귀신님을 향해 바짝 들고는 싹싹 손바닥에 불이 나게 빌어 보였다. 정말 조용한 새벽에 내 손바닥 비비는 소리만 사사삭, 들리고 총각 귀신님은 아무런 말도 없이 내 앞에 떡 하니 서 있고... 아무리 무섭게 생긴 총각 귀신이 아니라고 해도... 귀신은 귀신이잖아? 무섭다. 흑. “무슨 소리하는 거요?” “예?” “귀신이라니? 나 말이요?” “예? 예! 총.각.귀.신.님.” 애교 미소까지 방긋 지으며 몸을 한번 비틀어주는 센스! 귀신님, 어때요? 나의 애교에 녹습죠? 마구 녹습죠? 나 마구 살려주고 싶어지죠?? “하-” 갑자기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응시하며 이내 픽, 샌 웃음을 내는 총각 귀신. 귀신도 비웃기는 하지만 일단 웃긴 웃구나... “왜 웃어요??” “당신 눈에는 내가 귀신으로 보이오?” “예! 총각 귀신님!” “하.” “귀신 아니에요?” 눈을 멀뚱히 뜨고 총각 귀신을 바라보자 총각 귀신은 손가락을 입에 물더니 이내 꽉 깨문다. 톡, 하는 소리에 입에서 손가락을 떼어 나를 보여주는데... “에, 피다.” “귀신이 피나는 거 봤소?”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27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8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036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60 *행복한천사* 님의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그냥 어서 들어본 말이라서...” “당신 진짜 정체가 뭡니까?” “저요?” “그럼 여기 당신 말고 또 있습니까?” “아... 저는... 음... 성은 박이 옵고 이름은 꽃잎이라 하옵니다.” 내 말에 총각 귀신의 얼굴은 더욱 더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헉, 설마 이 총각 귀신이 쫓아다니고 있던 미친년 이름이 박꽃잎인게야?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 조선시대의 박꽃잎이었던게야?? 이렇게... 운이... 운이... 드러울수가!!! “니가 뭔데 아가씨 이름을 운운하는 거냐.” 아가씨? 아가씨? 이 사람도 나를 아는 거야? 멍한 얼굴로 입을 쩍 벌리며 총각 귀신, 아니 피가 나니까 총각 귀신이 아니라... 음... 그냥 총각! 이구나. “제가 뭐냐하면 그러니까 박꽃잎이라니까요.” 내 말에 더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훅 훑어보더니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내게 되묻는다. “수연당... 아씨 말이냐?” “우량 아주머니...가 아니라 양순이 어머니께서 저를 아씨, 수연당 아씨, 수연 아씨라고 부른다고도 했어요.” 내 말에 총각은 좀 벙- 한 얼굴로 다시 한 번 나를 쓱 훑어본다. 외간 남자가 나를 이렇게 계속 쓱쓱 훑어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 갑자기 팍 기분이 상한다. 미간을 찌푸린 채로 총각을 응시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그. “정말 수연당 아씨요?” “맞다니까요.” 그러고 보니 남자랑, 그것도 알지도 못하는 남자랑 이 새벽에 단 둘이 이야기해 보는 것은 처음이다. 갑자기 묘한 기분이 생기면서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우,우,우아... 내가 외간 남자랑 그것도 내 또래의 남자랑 그것도 저리 깔끔하게 생긴 남자랑 이새벽에 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완전 로맨스 같잖아!!! “근데 아씨께서 왜 여기 있소?” 내 말을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응시하는 총각. 가늘게 뜬 저 실눈이 왜 이리도 샤프해 보여 나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고. “찾을 것이 있어서...” “찾을 것?” “예... 혹시 여기 마을 끝자락 북쪽 끝에 사는 무당...” “꺄하하하!! 꺄하하하!!” “음메야!!!” 드디어 귀신 출현인가! 진짜 귀신이 출몰한 것일까!! 소름이 확 돋는 여자 웃음소리가 내 귓전을 내리 찢고 그 웃음소리에 남자는 미간을 홱 찌푸리며 몸을 튼다. “수연 아씨인지는 모르겠소만 그쪽이 미친년이 아닌 건 확실해지는군요.” “예?” 귀신 출현에 온 몸이 쪼그라 들어 잔뜩 몸을 움츠린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나에게 무심한 투로 말을 툭 내뱉는 총각. 무슨 소린가 싶어 두려운 시선으로 고개를 들어 총각이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우, 우악!!!” “꺄하하하~!!!” “진짜 귀신이다!!!!” 새하얀 소복을 입고 버선발으로 새까맣고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이리로 뛰고 저리로 뛰는 처녀 귀신. “귀신이 아니라 저년이 미친년이오.” “에?”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귀신 봤습니까?” “그,그거야... 하긴, 텔레비전에서 귀신 봤을 때에는 전부다 스스스슥- 하고 왔으니까...” “테,테 뭐요?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에?? 아,아니에요!” 왜 자꾸 날 이상한 취급하게 여기에는 없는 말들을 쓰고 그럴까. 흑. 입버릇부터 고치자. 아니, 아니지. 빨리 펜던트를 찾으면 입버릇 고칠 것도 없지. 원래 21세기로 훌렁 가버리는 거니까. “저기 무당 집이... 어! 어어엇!!” 총각에게 무당 집을 진지하게 물어 데려다 달라고 하려 하는데 총각은 빠르게 그 춤을 추고 있는 미친년에게 달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에띠, 사람이 말을 하는데 먹고 달려?! “저기요! 총각!!!” 총각... 이라고 하니까 나 왠지 할머니 같다. 그치만... 마땅히 부를 말도 없잖아? “총각!” 바락 바락 소리를 지르지만 총각은 뒤돌아 볼 생각이 없는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미친년에게 질주했고 총각이 다가온 것을 보는 미친년은 기겁을 하더니 재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저,저기!!!“ 총각과 미친년이 내 시아에서 사라질 때쯤... “휘잉-” 무섭게 불어오는 바람, 오들오들 떨리고 사- 하니 가라앉은 분위기. “으, 지,진짜 귀신 나올지도 몰라. 저,저기요! 같이 가요!!!” 혼자 있는 것 보단 일단 저 총각 따라갔다 미친년 잡으면 무당 있는 곳 물어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쭉쭉 내 앞에서 멀어지는 남자. 저 미친년도 얼마나 속도가 빠른지 남자가 저렇게 속도를 내는데 잡히질 않는다. 빠른 미친년과 총각. 그 뒤에 헥헥 거리며 소복 치맛자락 홱 들어 올리고 달려가 보지만 역부족이다. 이씨, 저 미친년이랑 나랑 똑같은 소복 입었는데 쟤는 빠르고 왜 난 느린 거야?? 버선도 똑같고 신발 신지 않은 것도 똑같은데... 아! 내가 머리를 풀어 헤치질 않았구나!! 꺄하하하! 하고 웃으면서 머리까지 풀어 헤쳐 봐?? 으... 거울 보면 내가 기절할지도 모르니까 포기다. “자,잠깐만요!” 치맛자락 붙잡고 버선발로 열심히 뛰다 못해 저 남자 붙잡고자 안 그래도 숨찬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니 다리에 힘이 풀려 바들바들 거린다. 자꾸만 멀어지는 총각과의 차이 때문에 마음은 다급해지지만 내 달음박질 속도는 왜 자꾸만 다리에 추라도 단 듯 쭉쭉 떨어지는 것인지... 으으, 여기서 놓치면 안 돼. 무섭기도 무섭지만 무당의 집을 찾기에는 글렀다구!! 어디 그뿐이야?? 우엥... 너무 많이 달려와서 여기서 우리 집 찾아가려면 아침 해가 떠도 불가능하겠다!!! “헉헉.” 숨차 죽겠는데 총각은 그렇다고 치고 미친년 너무 잘 달린다. 아, 저 미친년 21세기로 데려가 육상 선수 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저런 달음박질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육상 감독에게 엄청난 사랑 받을 텐데, 그럼 저런 미친년 짓거리도 하지 않지 않을까?? “우우-!” 오예, 무섭다, 무서워~! 앞에 총각과 미친년이 풀숲을 사삭 헤치고 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워낙 거리가 먼 터라 논과 밭을 지나고 산으로 진입하고 있는 나는 무서워 죽겠다. 앞도 제대로 안 보이고 커다란 나무들이 귀신처럼 우뚝 우뚝 솟아 나뭇잎들을 귀신 머리카락처럼 바람에 흩날렸다. 눈을 그곳에서 돌려 총각만을 또렷하게 응시하며 따라가야 하는데 귀신이 머리카락을 흔들듯 섬뜩하게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꾸만 그쪽으로 시선이 돌아간다. 시선을 돌려야 하는데... 위를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데... “우,우악-!!” 갑자기 발밑이 훅, 하고 꺼지더니 한쪽 발밑에 무언가가 대이지 않은 체 후두두둑 아래로 꺼지기 시작한다. 살고자 하는 의지로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손을 버둥거려 보지만 아무 것도 잡히질 않고 후두둑 아래로 꺼지던 내 몸은 갑자기 옆으로 휙 기울더니 아래로 데굴데굴 멈춰 보려 손으로 바닥을 쓸어 보지만 멈춰지질 않는다. “으으으아아아악!!” 나 죽는 구나. 나 죽어 버리는 구나!! 아, 21세기 고향에서도 아니고 조선시대에서, 내가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내가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곳에서 정말 어이없게 무당 찾아 가려다가 죽는구나. 아, 나 죽어버리는 구나...!! “탁-!” “악!” 엄청난 속도로 굴러가는 내 옷을 누군가가 홱 낚아채고. “뿌드득-” 속도와 갑자기 누군가가 내 옷을 낚아채는 바람에 내 저고리는 뿌드득, 소리를 내며 홱 찢어져버린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데굴데굴 구르던 내 몸이 멈춰지고 겨우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숨을 고를 때 나의 손목을 홱 낚아채며 사사삭- 아래로 누군가 내려와 나를 바라본다. “괜찮소?” 그렇게 낯익지는 않았지만 많이 들어본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나를 구해준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히이잉...” 내 생에 처음으로 이 새벽에 그것도 둘이 그것도 꽤 오랜 시간을 말을 주고받은 남정네. 깔끔하고 조금은 날카로운 인상의 이 남자. 아까 미친년을 쫓아 내 말 싸그리 무시하고 열심히 달음박질하던 이 남자. 무섭고 두렵고 이제 죽는구나, 라는 생각까지 든 이 시점에서 짜잔- 하고 나타나 나를 구해주니 코가 벌렁벌렁 심장이 벌렁벌렁 눈물이 울컥울컥... “흐아아앙! 총각~!!” “그... 총각이란 말 좀 어떻게 할 수 없소?”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떨구다 이내 그렁거리는 내 눈을 응시하는 총각. 총각의 난감하고 한심스러운 시선에 나는 눈물을 뚝 그치고 우물쭈물 총각의 눈치를 살폈다. “뭐요?” 그러자 총각은 나를 향해 살짝 짜증이 섞여 있는 목소리로 물었고 그것에 또 움찔거리는 나. “저 때문에... 그 미친년... 놓쳤죠... 히이이잉!” “알고 있으면 됐습니다.” “미안해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락 소리를 지르자 총각에게서 낮은 한숨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다친 데는 없습니까?” “다친 데요? 다친 데요?” “이 정도 굴렀으면 다친 데는...” 총각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 밑으로 꺼지고 굴렀는데도 발목 하나 심지어 어디 까진 곳 하나 없이 멀쩡하게 벌떡 일어나 방긋 웃어 보였으니까. “없군요...” “없어요.” “다행입니다.” “제가 운이 좀 좋거든요~” 어제 오늘 운은 눈물 날 정도로 없지만...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총각은 나를 살피려 쭈그려 앉아 숙였던 몸을 일으키며 한숨 쉬며 내게 물었다. “근데 날 왜 따라온 거요?” “부탁이 있어서요.” “부탁?” “저를 여기 마을 북쪽 끝에 있는 무당의 집으로 데려다 주시면 안 돼요?” 내 말에 미심쩍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총각. 일단 내 말을 들어주고 있는 사람이기에 지금 이곳, 이 시간에서는 날 도와줄 사람은 이 사람 밖에 없기에 다급하게 외쳤다. “무당에게 볼 일이 있어요!” “설마 그 요사스러운 물건을 다시 되찾을 셈이오?” “요사스러운 물건이라니요...?” “당신이 진짜 수연당 아씨라면 이 시간에 그것도 종년 하나 거느리지 않고 몰래 나와 무당을 찾는 다는 것은 그것을 찾기 위함이 아니고 뭐겠소?” “예?” “요사스러운 물건, 오늘 낮에 당신이 무당에게 빼앗긴 것 말이오.” “펜던트!” “펜... 뭐시오?” “아... 음... 목걸이요.” “그래. 그거요.” “맞아요. 그거 찾으러... 우앗!”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내 손목을 홱 낚아채더니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깜짝 놀라 휘둥그렇게 눈을 뜨고 얼떨결에 끌려가다시피 앞으로 나아가다가 이내 소리쳤다. “어디 가는 거에요?” 묵묵부답인 그. “어디 가는 거에요!” 또 다시 내 말을 꿀꺽 삼켜 버리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 그 사람. 내 손목을 잡은 그의 손아귀의 힘이 강인하고 빠르게 걷는 그 사람의 발걸음을 맞추려다 보니 금방 숨이 차고 나는 걷는 것이 아니라 뛰다시피 그를 따라갔다. “어디 가는 거냐구요! 아, 설마 나 무당에게 데려다 주는 거에요? 그래요?” 아무리 소리를 치며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그 총각. 인상을 쓰고 그 자리에 멈춰 서려고 해도 얼마나 힘이 센지 질질 그대로 끌려가 버린다. “이봐요! 나 무당에게 데려다 주는 거에요? 그죠? 그치요? 대답하지 않으면 그런 줄 알아요!” 대답 않는다. 그럼 나 무당에게 데려가는 거 맞지? 나 도와주는 거 맞지? 아, 오늘 새벽 안에 21세기로 돌아가는구나.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요!!!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27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9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652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61 요술공주★ 님의 손글입니다. 우아 상당히 분위기 있고 옛날풍 나는 손글이에요^^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어가시죠.” “에...” 뭐야, 원점이다. 처음 문 밖으로 나와 (고양이 구멍으로) 총각을 만난 그 장소다. “무당에게 데려다 달라니까요!” “그 흉한 물건을 다시 찾으러 간다라고 했으니까 이리로 온거요.” “흉한 물건이라니요! 그건 정말 정말 저한테 중요한 거라니까요!” “무당이 그랬소. 그 물건 때문에 그쪽이 그렇게 잠들어 있었던 거라고.” “잠들긴 뭘 잠들어요? 내가 무슨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인가!” “뭐요?” 아, 정말 말이 안 통한다, 말이 안 통해. 이놈의 세계 홱 떠버리든지 해야지!!! “어쨌든 빨리 날 무당에게 데려다 줘요.” “그럴 수 없소.” “데려다 달라구요!!” “그 흉한 물건을 당신에게 준다면 당신은 또 잠들 것이요.” “에이, 난 그런 거 몰라요! 빨리요!!” “현감 나으리 걱정 시키지 마시고 빨리 돌아가시오.” “정말! 난 그런 거 모른다니까요!” 바락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총각의 얼굴이 차갑게 싹 굳어져 버린다. 아까 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싸늘하고 무서운 얼굴에 나는 금방 움찔, 하고 쫄아서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당신 때문에 현감 나으리와 마님이 얼마나 마음 아파했는지 아시오?” “그,그런 거 몰라요!” 난 여기 사람이 아니니까. 조선시대 박꽃잎이 아니라 21세기 박꽃잎이니까! “현감 나으리와 마님께는 자식이라고는 당신 하나요. 그런 자신이 열일곱 해가 다가올 때까지 제대로 일어나 마당 한 번은 부축 없이 나가본 적이 없단 말이요. 30일 중 20이일을 정신을 잃고 누워있었단 말이요. 이제야 정신을 차려 흉측한 물건 던져 버렸는데 그걸 찾으려고 하는 것이 제 정신이요?” 총각의 말에 나는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조선시대 박꽃잎이 아니다. 아무리 21세기의 부모님과 목소리 얼굴 하나하나 나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닮았다고 해도 나는 그 사람들과 추억이 없다. 나는 그 사람들의 자식이 아닌 걸. 우리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셔. 21세기. 내가 원래 살던 그곳에서. 그렇지만... “돌아가시오. 대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갔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당신이 원래 나왔던 곳으로 들어가 양순이를 불러 몰래 몸을 추스르시오.” “양순이 아시네요?” “어릴 때부터 동무였습니다.” “아... 그렇구나...에? 잠깐! 동무?!” 순간 가슴이 두근, 콧구멍이 벌렁, 다리가 후들. 동무라. 동무라. 동무라. 양순이를 잘 알고 있는 동무라. 강화도에서 사는 동무라.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남자가 철종?! “당신 이름이 철종이에요?!” 심장이 미친 듯이 떨린다. 아, 무당 덕분에 나 양순이의 사랑, 21세기까지 내려오는 애틋하고 안타까운 사랑의 남자 주인공을 드디어 보는구나! 철종을 보고 싶어 이 시대로 온 것인데... 드디어, 드디어 보는구나!! 아, 이 남자가 양순이의 사랑이구나... 상당히 멋지다. 든든하고 남자답고 신념이 강할 것 같고. 부...럽...다-!!!! “철종?” “네. 당신 철종이죠?” “누구와 착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이름은 철종이 아니오.” “에? 그럼?” “이름까지 말해야 하는 거요?” 순간 입 꾹. 그렇다. 이 사람이 나에게 이름까지 말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아, 지금 상황이 꼭 뭐랄까... 21세기에서 헌팅으로 번호 따다가 퇴짜 맞은 기분? 그런 묘하고 울적하고 야따꾸리한 아주 심하게 쪽팔린 기분. 덕분에 내 얼굴을 붉게 달아오르고 덕분에 그 남자는 신기한 구경하는 얼굴로 날 가만히 응시한다. “꼭, 꼭 말해야 하는 건 아니지요!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말...!” “원범이오.” “예?” “내 이름말입니다. 원.범.” “아...” “내가 당신의 이름을 아니 말해주는 거요. 원.범.” “아... 원범... 에에에엑?! 철종이 아니고 원범이요?!” 기겁을 하며 그를 향해 되묻자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일그러진다. 그리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날 응시하며 작게 입술을 뗀다. “내 이름이 철종이 아니라 원범인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요?” “예??” “내 이름이 당신에게는 그렇게 이상하게 들렸냐는 말이요.” “에...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당신은 철종이어야지...” 말이 되지! 양순이와의 사랑!! 응? 로맨스! 안타까운 로맨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그런 거 있잖아!! “내 아버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이오. 당신에게는 철종 보다 못한 이름일지는 몰라도.” “에,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라...!!” “들어가시오. 곧 있으면 날이 밝고 종년놈들이 왔다갔다 거릴 터이니 들키면 나으리께 심려를 끼치게 되니까.” “에? 벌써요?” “양반집 아씨에게는 이 시간에도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르나 종년놈들에게는 아니오. 서둘러 들어가시오.” “아... 예!” 이사람 묘하게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 카리스마에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 내가 들어갔던 고양이 구멍을 열심히 찾았고 역시 수풀 속에서 어렵지 않게 고양이 구멍 포착. “감사했습니다.” 데굴데굴 열심히 구르던 나를 잡아주고 여기까지 데려다 줬으니까. 무당에게 데려다 주지 않아서 그게 문제긴 하지만... 두고 봐라. 내일 밤은 반드시 무당을 찾겠어!!! “현감 나으리 속 썩이지 마시고 때 되면 좋은 곳에 시집가길 빌겠습니다.” 시,시,시집?! 그렇구나! 나 빨리 안 가면 진짜 시집가겠구나!! 아, 안 돼. 안 돼. 이렇게 허무하게, 그것도 이리도 창창한 나이에 21세기가 아닌 꽉 막힌 조선시대에서 시집을 갈 수는 없다구! 반드시, 반드시 내일은 펜던트를 찾겠어. 두 주먹 불끈 쥐며 양 쪽 눈 활활 불태우고는 수풀 사이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숙이려 하는데... “저... 안 가세요?” 솔직히 민망했다. 이 조그마한 고양이 구멍으로 온 몸을 낑낑 억지로 끼어 넣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꼴이란... 너무 민망했다. 너무 창피했다. 거기다가 이 사람은 남자고, 잘생겼고, 호감형이고, 철종이 아니기에 양순이 남자친구도 아니고... 훗, 후후후훗.... 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하여튼 박꽃잎아, 그만 밝히자~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겁니다.” “에, 왜요?” “그 모습으로 또 밖으로 뛰쳐나가면 누가 책임집니까?” “안 나가요!” 이이, 창피해. 그러고 보니 나 완전 그야 말로 상 그지 꼴이다. 양순이가 곱게 빗어준 머리는 헝클어진지 오래고 새하얗고 질 좋아 보이는 모시 저고리와 치마는 여기저기 찢어지고 흙 때문에 더러워지고... 데굴데굴 굴렀으니 얼굴 모양새도 그다지 좋지는 않을 거다. “위험한 꼴 겪으면 안 되니 여기 있겠소.” “거기 있으면!!!” “....?” “제,제가 여기 기어 들어가는 꼴이 좀...” “아.” 그제야 눈치 챈 남자는 큼큼, 헛기침 두 번을 하더니 이내 빙글 몸을 틀어 선다. “보지 않겠소. 들어가시오.” “에... 예...” 나를 그렇게 못 믿나? 아니 이 꼴로 어디를 간다구! 이 상태로 돌아다니다가는 미친년 취급 100번을 더 당하고도 남을 거다. 쭈뼛쭈뼛, 남자의 모습을 살피다가 이내 엉거주춤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외간 남자에게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것을 보여주려 하니 기분이 참 이상하다. 물론 남자가 뒤돌아서 있고 수풀이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에효.” 겨우 고양이 구멍에서 몸을 빼내어 허리를 쭉 펴며 주먹으로 허리를 톡톡 건드리며 한숨 쉬었다. “그럼 들어가시오.” “엑!”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더 놀랄 노자이다. 남자는 언제 올라섰는지 담장 위에 너무나도 안정적으로 올라 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와, 이거 SF 물인가? 정말 이거 꿈 아니야?? 왜 저런 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거잖아! “아... 아... 예.” 고개를 꾸벅 숙이자 남자는 턱만 살짝 까닥 거리더니 이내 휙 하고 담장 아래로 뛰어 내려 사라진다. 입 쩍 벌어지는 묘기에 나는 멍하니 서서 9.0 점수를 받은 그에게 짝짝짝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29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0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145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62 루나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아,아,아씨!!” “응응. 알아. 알아. 응. 알어.” “이게 대...!!” “응응. 알아. 알아요. 알고요. 알고말고요... 히잉...” 양순이는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하고 말도 잇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며 톡 하고 튀어 나와 데구르르 구를 눈동자로 날 응시할 뿐이다. 양순이의 반응은 이미 예상했다. 생각을 해봐라. 그 전날 얌전히 잠이 든 아씨가 아침이 채 밝지 않은 이른 새벽에 방안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 자신이 들어와 보니 그지도 이런 상 그지 꼴이 있을까 하는 모습으로 눈 똥그랗게 뜨고 에헤헤, 하고 웃어 보이니... 황당하겠지. 어이없겠지. 정말 넘어가겠지... 뻘쭘하고 민망함에 어색하게 웃으며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는데 양순이는 사색이 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나는 재빠르게 몸을 날려 양순이의 치마 끝자락을 낚아챘다. “아씨!” 이런 내 모습에 더 기겁을 하며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나를 일으켜 세우는 양순이. “어디가?” “어딜 가긴요. 당연히 나으리께...!!” “에, 안 돼. 안 돼. 정말 안 돼!” “하지만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한 번만. 응? 걱정 끼쳐드리기 싫어. 그러니까 한 번만... 나 나쁜 짓 안 했어. 이상한 짓도 안 했어. 이렇게 멀쩡히 돌아왔잖아.” 양순이에게 조르듯 빙글빙글 웃자 양순이는 긴 한숨을 내쉬며 나의 볼에 묻어 있는 흙 먼지를 조심스레 털어주며 말한다. “이게 멀쩡한 거에요?” “아... 음... 조금 더럽긴 하지만.” “대체 어떻게 되신 거에요?” “응??” 양순이의 말에 나는 급 당황 했다. 그 당황한 것을 양순이가 알아챘는지 실눈을 뜨고 미심쩍은 얼굴로 나를 응시하는데... 에씨,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들 다 관심법을 쓰나? 왜 이렇게 찔리는 내 마음을 이리도 잘 알어? “어떻게 되신거에요~ 솔직하게 말씀 안 해주시면 저 나으리께 다 일러 받칠거에요.” 나 아무래도 사극을 잘못 봤나 보다... 내가 본 사극에서는 양반집 아씨 몸종은 이렇게 불순종하지 않았는데... 아씨를 쥐락펴락 하지 않았는데... 흐윽, 역시 양순이는 얼굴만큼 카리스마가 대단해. “음... 그러니까... 사실...”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하지?? 점점 다가오는 양순이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너무나도 두렵다. 흑. 사실대로 무당에게 가서 그 펜던트를 돌려받으려고 했다면 틀림없이 양순이는 나의 부모님께 달려간다. 달려가지 않으면 며칠 내내 내 방 앞에서 날 지키고 섰을 지도 모른다. 무당이 가져간 펜던트는 흉한 물건으로 우리 집안사람이 아니라 고을 사람들에게도 다 퍼졌으니 ( 아까 만난 원범이라는 남자가 알고 있는 것을 보니 ) 날 그곳에 가서 펜던트를 받아 오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밖이 너무 궁금했어!” “예?” “나 17년 가까이 누워서 벽만 보고 지냈고 정신을 잃은 채 살아왔어. 그런데 또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 조금 있으면 시집도 갈 테고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을 텐데... 나... 너무 답답해.” 오, 내 연기력 굿이다. 나에게 이런 타고난 재능이?! 서글픈 표정을 내지으며 슬쩍 시선을 양순이에게 주니... 훗, 나의 연기력에 홀라당 넘어가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는 양순이. “17년 동안을 갑갑하게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못 보며 살았어. 이렇게 달콤하고 맑은 공기도 제 정신에 내 발로 마신 것도 처음이야. 혼인하기 전 많은 것을 겪으며 살고 싶어... 하지만... 아버님 어머님의 걱정 때문에...” “아씨!!!” 드디어 눈물을 터트리는 양순이. 그리고는 쾅-! 하고 내 앞에서 무릎을 꿇더니 콧물과 눈물을 쏟으며 얼굴을 일그러트리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친다. “아씨께 그런 마음이 있는지 알지 못했어요! 무지하고 생각이 짧은 이 종년을 용서하세요! 흐윽! 아씨! 아씨의 마음 너무 잘 이해해요!” 양순이... 착하다. 착한 양순이 속여 먹는 거... 그다지 달갑지는 않지만... 흑 그래도 어떡해!!! 사실대로 말하면 난 새벽에 몰래 나가기는커녕 바깥 구경 한 번 제대로 못하고 홀라당 시집을 가버려야 될지도 몰라! “그동안 충분히 답답하고 우울하셨을텐데... 몸이 이렇게 건강해지셨는데도 제대로 밖에 못 나가시구... 아씨!!” “응??” 너무 우렁차게 나를 향해 소리친 덕분에 나는 몸을 움찔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가 앞으로 아씨를 모시고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에?” “새벽에는 무리겠지만... 제가 아씨의 몸종이니 아씨를 책임지고 밖 세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론! 나으리께는 비밀로 하고요!” “정말?! 그래도 돼?!” “아씨의 마음이 그러하신데! 이년 당연히 도와야죠!!” “정말? 정말? 정말?!” “네!! 아씨!!” “고마워!!” 양순이를 와락 안아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양순이는 마치 돌덩이가 된 마냥 딱딱해졌고 나는 깜짝 놀라 양순이를 놓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니 양순이의 얼굴이 붉게 물었다. “양순아?” “에,예? 아씨?” 말까지 더듬는다. 얼굴은 더 빨개진다. 서,서,설마... 양순이 너 날 좋아하는 거니?! 말도 안 돼! 너에게는 철종이 있잖아!!! “너 왜 얼굴이 빨개...졌니...” “너,너,너무...” “응?” 설마 내가 너무 좋아서? 나를 너무 사랑해서? 이제 우리 사랑 이루어져서? 미안해! 양순아! 난 남자가 좋아! 그리고 너랑 철종이랑 사랑을 해야지 역사가 제대로 서지!! 아, 설마 나에게 퇴짜를 맞은 양순이는 철종을 만나 그제야 참 사랑을 하게 되는 건가? 헉... 그런 거야? “너,너무 감동적이에요!!!” “에?” “양반집 아씨께 이렇게 믿음을 받는 건 저 밖에 없을 거에요!” “에?” “아씨처럼 하찮은 종년에게 잘해주는 양반집 따님은 아씨 밖에 없을 거에요!” “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말까지 더듬거리는 이유가 날 좋아해서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얼굴을 붉힌 진짜 이유는 좀... 터무니가 없었다. 하하하. 나는 잘 모르겠다. 21세기 사람이라 하인과 종이라는 천민과 평민, 양반. 어디가 다르길래 천민은 양반에게 순종하고 평민은 양반을 우러러 보는 것일까? 아, 21세기에 이런 것과 똑같을까? 양반은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 평민은 일반 사람들. 천민은 빽도 없고 돈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그야말로 먹고 살기에 급급한... 모르겠다. 이렇게 나누는 것 자체가 이상하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제가 책임지고 아씨를 지키면서 바깥 세상을 구경 시켜 드릴게요!” “응! 고마워!” 은근슬쩍 그렇게해서 북쪽이 어딘지 알아내고 알아낸 다음에 무당을 찾아가서 무당에게서 펜던트를 돌려달라고 하면?? 21세기로 고고싱~ “근데 양순아.” “네?” “너 철종이라는 사람 아니?” “에? 음...” “알어?!” “알긴 아는데요... 처음 깨어나셨을 때부터 왜 그 이름을 자꾸 부르세요?” 오옷! 아는 건가? 안다, 안다, 안다, 안다-!!! 너무나도 잘 아는 얼굴로 눈을 멀뚱히 뜨고 나를 바라보는 양순이. 가슴이 두근두근. 아, 역시 양순이는 그 전부터 철종과 사랑을 하고 있었던 거야!!! “진짜로 알아?!” “예. 알지요. 어릴 때 동무인걸요.” “우아아아! 왜 내가 어제 물어봤을 때 말 안 해줬어!!” “아씨께서 저를 너무 무서워하시는 바람에... 근데 그 애가 그렇게 아씨께 놀랄 아이에요?” 살짝 미심적은 얼굴로 나를 응시하는 양순이. 헉, 나 이렇게 관심 있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구나. 양순이의 남자인데 이렇게 관심 있는 모습을 보이면 양순이가 질투하고 기분 나쁘잖아! 흥분을 가라앉히자! “그냥... 그냥. 친하니?” “네.” “너네 둘이 사랑하니?” “에,에,에,예에에?!” 후훗, 순진한 양순이. 얼굴이 발개져서는 어쩔 줄을 몰라한다. 땀도 삐질삐질 흘리고 동공은 넓어져 이리저리 불안하게 움직이고... 당신 딱 걸렸소. “아니야.” 방긋. 입가에 여유를 내뱉으며 미소 지어주었다. 그러자 양순이는 민망함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내 눈치를 살핀다. “어찌 하셨습니까...?” “소문이지.” “소문이요??” “내가 누구한테 좀 들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우리 국사 선생님한테 말이다. 후후훗. “이렇게 소문까지 나있을 줄은...” 양순아. 얼굴에서 김난다. 고개를 푹 숙이고는 어쩔 줄 몰라 땀만 삐질삐질 흘리며 끙끙 거리는 양순이. 아, 양순이에게도 이런 순진한 면이... 근데 잠깐, 원래 왕은 본명 가지고 왕이 되나?? 음... 음... 음... 국사 50점 이상을 맞아 본적 없는 내가 어찌 알까. 이곳에 철종이 있고 양순이의 사랑이니 틀림없다. 의심할 것도 없다. 그가 바로 양순이의 사랑, 곧 왕이 될 철종이다. 아아... 왕이 되면 양순이와 철종은 갈라지고 얼마 후 양순이는 독살을 철종은 그것에 힘겹고 괴로워하다 이내 세상을 뜰 텐데... 갑자기 양순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찡해진다. 양순이와 철종을 몰래 도망을 보내? 지금 당장?! 그치만... 그러면 역사는 너무나도 많이 변해버린다... 내가 이곳에 와서 역사를 변하게 만들면 안 되잖아?? 왜, 영화나 텔레비전에서도 과거로 여행을 오면 항상 그랬잖아. 으으... 마음이 아프다. “양순아.” “네, 아씨.”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라하니 나도 보고 싶구나.” 오옷, 나 좀 귀티나지 않나? 우아하지 않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투 조금 따라해 봤는데. “아씨께서요? 에... 아씨께 보여줄 만한 그런 사람 못되어요. 잘난 것 하나 없는 그런 사람인데...” “잘난 것이 없으면 또 어떻고 못났다 해도 또 어때. 난 잘난 사람 보려는 것이 아니라 니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야.” 방긋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하자 그녀, 또 울먹이다. 우아, 정말 여리구나. 우아, 정말 귀여운 면이 철철 넘쳐나는 아이구나. “아씨께서 그렇게 말하신다면 오늘 날 밝으면 그때 가요!” “그래. 좋아.” 오옷, 드디어 철종을 보는 것인가? 양순이와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하는 하는 곧 왕이 될 그!! 역사 속에는 무능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왕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로맨스 속에서는 애틋하고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사랑, 철종. 드디어 역사속의 그 사랑의 주인공을 볼게 되는 것이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29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1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437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63 류옐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히 잘 쓰겠습니당^^★ “세상에 이럴 수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아이는 혼수상태가 될 정도로 건강이 안 좋거나 그렇지 않다구 요!” 이곳은 21세기. 한국. 어느 한 도시. 중년의 한 부부가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병원 침실에 잠들 듯 누워 있는 한 여자 아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의 얼굴에는 고통과 괴로움은커녕 오히려 편안하고 달고 깊은 잠을 자는 듯한 얼굴로 부모 앞에 나타났고 이들의 부모인 중년의 부부는 이런 모습에 어쩌할바를 몰랐다.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구요?” 수심 가득한 얼굴로 부부 중 남편이 물었다. 그러자 의사는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119에 신고한 덕분에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119에 신고하신 그 고마운 분은요?” 부부 중 남편, 즉 여자아이의 아버지의 말에 의사는 기억을 더듬는 듯 하더니 이내 천천히 입술을 뗀다. “할아버지였어요. 인상 좋게 생기신 멋쟁이 할아버지. 그 분... 아까까지만 해도 여기 계신 것 같으신데... 가셨나 봐요. 안 보이시네요.” “고맙다는 말씀 하나 못 드렸네요...”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낮은 한숨을 내쉬며 애써 마음을 다스리고는 여자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들 부부에게 말도 안 되는 날벼락 같은 일이 떨어졌다. 오늘은 별 특별한 것 없는 그저 평범한 날이었다. 여자아이의 엄마는 학교가 끝났는데도 늦는 아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워낙 귀하게 자란 외동딸이라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친구와 운동화를 사러 간다고 미리 말을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야 늦을 줄은 알았지만 아버지가 돌아 올때까지 돌아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 휴대폰은 받지 않았고 여자아이의 아버지와 엄마의 걱정은 가중되는 그 때에 집 전화로 병원이라고 아이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건강 하나 자신 있어 하던 그 아이가, 작은 감기 하나 심하게 걸리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왔던 아이인데... 부부는 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려갔고 지금 이 상태인 것이다. “시티부터 안 찍어본 것이 없습니다. 찍어볼 수 있고 검사해 볼 수 있는 것은 전부다 검사해 봤지만 정신을 잃고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말에 부부의 한숨은 계속 되었다. 부부가 사는 곳 근처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병원, 잘하는 병원, 큰 병원이 바로 이곳이었고 이곳에서 못 고치는 병은 다른 나라에 가서야 고칠 수 있을까 인데... 영문도 모른 채 잠들어 버린 사람은 여태껏 한 사람도 없었기에 병원 의료진들도 기겁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자 아이의 모든 장기 상황이나 혈색, 혈액, 기타 등등의 모든 것들에 이상은 없었다. 고통스러워하거나 아파하는 흔적도 없다. 오히려 편안하게 단 잠을 자는 것이라면 모를까... 일단 여자아이의 부모는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닌 단 잠을 자는 것으로 추측 된다는 의료진의 말에 안심하고 정신과 치료 등 여러 가지 방면으로 잠에서 깨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 보겠다며 시름에 빠져 있는 부부를 위로했다. “우리가 이 아이를 너무 힘들게 했을까요?” 여자아이, 꽃잎이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엄마가 병실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남편을 향해 물었고 남편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응시한다. “이 아이를 낳은 내가 봐도 그래요. 행복해 보여요. 정말 고통스러운 것 하나 없이 편안하게 잠든 것은 다행이지만... 이 아이... 힘들었을까요? 그저 잠들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이 세상이, 우리가 힘들게 한 걸까요? 내가 그런 걸까요?”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에 그의 남편은 고개를 내저으며 아내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주었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꽃잎이가 당신을 얼마나 따르는지는 당신도 알잖아.” “하지만 혹시 꽃잎이가 고민이 있는데 내가 그걸 못 들어줬다거나...” “괜찮아. 꽃잎이가 이렇게 된 것은 당신 탓이 아니야. 그저... 그저 시간이 지나면 될 거야.” “영원히 깨어나지 않으면요? 저희 곁으로 오지 않는 다면요?!” 아내가 불안한 목소리로 남편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남편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는다. “그럴 리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어. 그러니까... 걱정 하지마...” 남편의 말에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시선을 꽃잎이 쪽으로 돌렸다. 너무나도 고요하게 잠을 자고 있는 꽃잎이. 꽃잎의 엄마는 꽃잎이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소원한다. 깨어나렴. 깨어나서 엄마에게 너의 그 까만 눈동자를 보여주련... 한 얼마 쯤 지났을까...? 잠을 자고 있는 듯 의식을 잃은 꽃잎이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여,여보!” 꽃잎이의 엄마가 다급하게 남편을 향해 소리치고 남편은 환한 얼굴로 의사를 부르기 위해 병실을 뛰쳐나가고 엄마는 꽃잎이를 부른다. “꽃잎아! 꽃잎아?” 다급한 엄마의 외침에 꽃잎은 눈을 스르륵 떠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엄마를 바라본다. “정신이 드니?” 그녀는 대답이 없었고 그저 빙긋 엄마를 향해 미소 지을 뿐이다. “꽃잎아. 괜찮은 거야? 어디 아프거나... 그러지 않는 거야?” “응. 괜찮아.” 조금 힘없는 꽃잎이의 웃음이지만 엄마는 깨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미소를 짓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와 간호사들이 우르륵 달려오고 꽃잎은 좀 놀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다 하하, 웃는다. “저... 엄청난 병에 걸린 거에요?” “몸이 어디가 불편하다거나 속이 안 좋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거나 어딘가 이상한 곳은 없습니까?” 너무나도 진지한 의사의 말에 꽃잎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꽃잎아. 어쩌다가 쓰러진 거야. 응?” 엄마는 꽃잎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고 꽃잎은 순간 멍해지더니 무언가를 생각한다. 한참을 끙끙 거리며 생각하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생각이 안나요...” “선생님! 이 아이 설마 순간 기억상실증이나!” 엄마가 깜짝 놀라 의사를 향해 외치자 의사는 고개를 내젓는다.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어요. 순간 기억상실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 이상한 점은 없니?” 의사는 꽃잎을 향해 물었고 꽃잎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힘없이 말한다. “몸에... 힘이 없어요. 졸립고... 착 깔리는 느낌도 나구...” “그래?” 의사들은 심각한 눈으로 꽃잎이의 상태를 살피더니 이내 부모에게 시선을 돌린다. “일단 깨어났으니 안심을 하시구요. 꽃잎이의 증상을 보아 더 검사를 받아보아야겠으니 퇴원은 좀 무리고...” “네.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요.” 엄마는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으며 꽃잎이의 손을 더욱 꽉 잡았고 꽃잎은 조금 활기 없는 모습으로 멀뚱하니 엄마와 의사를 바라본다. 한편, 그 시각... 조선시대. “꽃잎이는?” 옷을 짓고 있던 꽃잎이의 어머니인 이곳 마님은 양순 모, 일명 꽃잎이가 부르는 말로는 우량 아주머니, 천안 댁은 깜짝 놀란 얼굴로 마님을 바라본다. 그녀는 천안 댁의 모습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계속 집중해서 바느질을 한다. “아씨께서는... 스승님에게 글을 배우고 계십니다.” “그래?” “예.” “잘 배우고 있다더냐?” “예. 잘 배우고 계시니 걱정 마세요.” “다행이구나. 아픈 몸 때문에 다른 집 자식들 보다 늦게 배우고 늦게 익히는 것인데... 잘 될 런지 모르겠구나...” “걱정 마세요. 잘 익히실 것입니다.” 천안 댁은 무언가 숨기는 듯 눈동자가 불안하게 움직였지만 바느질에 열중하고 있는 마님에게는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일 리가 없었다. 마님이 입술을 조용히 닫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작으로 바느질에 집중해 나가자 천안 댁은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님 몰래 난감한 표정을 토해낸다. “마님이 아시면 경을 치실 것일세.” “예, 예, 압니다. 압니다. 아가씨.” 양순이는 어쩔 줄을 몰라하며 수연당 마당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양순이와 말을 나누고 있는 사람, 수연당 마당 앞에서 꽃잎이의 방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꽃잎의 어머니가 꽃잎의 글 선생이 되어 달라 부탁한 꽃잎의 어머니의 지인의 딸이었다. 나이는 21살 정도의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가난한 양반 집 아가씨이며 그렇게 튀지 않은 미모로 아직까지 들어오는 혼처가 없이 조선시대의 나이로는 조금 시집 갈 나이가 지난 아가씨였다.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냐.” “예... 예...” 양순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듯 난감한 표정을 내짓고 꽃잎의 스승으로 온 유세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다시 몸이 쇠약해진 것은 아니고?” “예.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저 조금 피곤하시어...” “피곤?” “예... 조금 그럴 일이...” “하아...” 세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방을 바라보다가 이내 발길을 돌렸고 양순이는 깜짝 놀라 와다다 달려와 세영과 발걸음을 맞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가씨. 세영 아가씨. 저기... 저희 마님께 말씀드리실 건가요?” “말씀 드리면 아니 되는 것인가?” “경을 치시기에...” “말씀을 드리지는 않겠네. 다만 오늘 오시에 내 잠깐 들러 글을 가르쳐 드릴 것이니 그리 말씀 드려 주게.” “예. 예. 감사합니다. 아가씨!” 양순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재빠르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어댔다. 21세기. 한국. 한 병원. “몸에 힘이 빠져 혼자 걷는 건 겨우겨우 멀리 걷지도 못해요. 힘이 없고... 어디가 아프다고 하지는 않는데 자꾸만 누우려고 들고... 선생님... 의사 선생님... 우리 아이... 정말 괜찮은 건가요?” 꽃잎의 엄마는 곧 눈물을 쏟을 듯 의사 선생님을 잡고 늘어졌고 의사 선생님은 여태까지 이런 병은 없었고 세계 논문을 뒤져 보고 있지만 이런 사례는 없었다며 의사 선생님조차 난감해 하고 있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꽃잎은 힘없는 팔로 엄마의 손을 잡는다. “걱정 마요. 나 정말 괜찮으니까... 나 너무 피곤해서... 졸린데... 자도 될까요?” 꽃잎이의 말에 엄마는 사색이 되어 꽃잎이를 향해 몸을 튼다. 그러자 꽃잎은 작고 고요한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안심 시킨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꽃잎아...” “걱정마요. 저 일어나요. 조금 피곤할 뿐이에요.” “꽃잎아...” “힘이 없을 뿐이지 아프지도 않고 어디가 불편하지도 않으니까... 그러니까 저 좀 자게 두시면 안 될까요...?” 힘 없는 꽃잎이의 모습에 엄마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이내 애써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래, 한숨 푹 자둬라...” “이제야 일어나십니까?!” 양순이의 종류를 알았다. 왜, 괴물도 종류가 있지 않는가. 한강에서 나오는 그 괴물, 슈렉에서 나오는 초록색 괴물... 기타 등등의 괴물들. 양순이 괴물의 종류는... 용가리였다. 와~ 양순아, 입에서 불이 나와~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29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2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089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64 시유니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심플하고 깔끔한 손글 감사드립니당^^★ “졸렸는걸...” “오늘 제가 얼마나 난감했는지 아셔요?!” “왜?” “마님께서 아씨 글공부 가르치신 다고 저쪽 산내 마을에 세영 아씨께 부탁드렸는데 세영 아가씨께서 오셨는데도 일어나시질 않으시잖아요!” “세영 아가씨?” “세영 아가씨라고 계십니다.” “누군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우아~ 용가리가 불을 뿜는다. 우아~ 양순이의 정체는 용가리였어. 애써 쫄지 않은 척 어깨를 당당하게 펴보지만 그래봤자 나는 콩알만한 심장을 가진 박꽃잎이다. 흑... 나는 양순이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방긋 웃었다. “에이... 왜 그래~” “어쩜 그렇게 안 일어나세요? 제가 세영 아가씨에 얼마나 죄송스럽고 마님의 귀에 이 일이 들어갈까 얼 마나 마음을 졸였는데요!” “어머니께서는? 아셔? 이 일 아셔? 나 자서 글공부 못한 거 아셔?” “모르시죠. 제가 세영 아가씨께 부탁드렸거든요.” “오, 세영 아가씨 착하시네.” “훨씬요! 아씨보다 여성스럽고 얼마나 귀품이 넘치시는데요!” 양순이는 입술을 쌜룩이며 충분히 들리는데도 더 잘 들리라고 크게 말을 했고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양순이는 씩씩거리며 날 바라보다 이내 홱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며 작게 궁시렁 거린다. “물론 아씨께서 미모는 더 빼어나시지만...” 훗, 니가 사람 보는 눈은 좀 있구나. “아-!!!!!” “아씨?” 양순이가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기겁을 하며 나를 바라보고 나 역시도 기겁을 한 표정에서 딱딱 하게 굳어 머리만 열심히 회전 시켰다. 이곳은 조선시대. 내 얼굴은 애들 말로도 우리 엄마의 말로도 사람들의 말로도 동양적 얼굴이라고 하셨다.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황진이 울고 갔을 미모라고 ( 솔직히 이건 좀 오바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난... 쌍꺼풀을 빼고 얼굴형부터 모든 것이 동양적으로 생긴 난... 난... 이곳에서... 미인?! “양순아.” “예?” 갑자기 눈일 홱 굴려 양순이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묻자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나를 응시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다가 이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니 무섭기는 하겠지. “우리 계급장 떼고 여자 대 여자로 말하자.” “예??” 음... 계급장 떼고, 라는 정확한 뜻을 모르는구나... 순진한 양순이에게 이상한 말들을 하지 말자. 괜히 배울라. “그러니까 우리 솔직하게 내가 니 아씨가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 나를 판단해봐.” “어떤 거를요?” “내 얼굴을! 어때? 못 났니? 아님 봐줄만 하니? 아니면 예쁘니? 무지무지 예쁘니?” 내 말에 양순이의 표정은 갑자기 어벙-해지더니 한참을 멍하니 나를 응시한다. 내, 내가 너무 이상한 것을 물어봤나? 뻘쭘하게 민망함에 식은땀이 삐질 삐질 날 때 양순이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에게 말한다. “아씨. 밤 낮 바뀌게 주무셨더니 어디 안 좋으세요?” “으씨, 나보고 미쳤다는 거야?” “에! 아씨, 설마요!” 니 말은 꼭 그렇게 들린다... “근데 왜 그걸 물어 봐?” “아씨는 거울도 안 보고 사세요?” “응?” “하긴 매일 아프시어 거울은 커녕 앉아 있기도 힘드셨고 항상 핏기 없는 얼굴이셨으니... 근데 지금은 다릅니다.” “응?” “생기발랄하고 아씨의 하얀 얼굴에 분홍빛 볼이 너무 귀엽습니다.” “아... 그래?” “아씨께서 나 이쁘냐? 라고 물으시면 당연히 이쁘십니다. 지금 저 놀리시는 것입니까? 저 얼굴 못났다구...” “에?” 또 양순이가 울먹인다. 절대 절대 양순이를 울리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놀리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혹시나 양순이의 눈에 이곳 조선시대 사람들의 눈에 내가 예쁘게 보일까 해서 그저 물어본 것 뿐인데... 그 뿐인데... 난감해 죽겠다. “그,그런 거 아니야. 양순아.” “그런데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왜 물어 보셔요... 흑... 흑...” 이윽고 닭똥 같은 눈물을 후두둑 떨어트리는 양순이. 아, 양순이가 아무리 용가리 같은 불을 뿜어내도 여자긴 여자였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니 말대로 매일 같이 창백한 얼굴로 거울도 제대로 못 보고 살았으니 내가 얼마나 가슴이 답답했겠니.” 내 말에 양순이는 갑자기 눈을 번쩍이며 나를 응시한다. 아... 나 요새 거짓말 너무 능숙하게 잘하는 것 같애.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건데 내 안에서 말이 술술술 마치 진짜처럼 얼굴 표정부터 마음까지 모두 그 말과 행동에 녹아든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모르는 것 같아. 내 얼굴 생김새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으니까... 자신도 없고. 나도 예뻐졌으면 좋겠으니까...” “으으... 아씨... 흐으윽...” 더 운다. 더 울어.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입술을 어린아이가 울 때 일그러지는 것 마냥 잔뜩 우굴쭈굴 일그러져서는 눈물을 터트리며 엉엉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아아씨이... 제에가... 아씨이이의 그러한 맴도 모르고오오...”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양순이는 충분히 사랑스러워. 그러니까 철종이 널 사랑하고 있는 거겠지. 아! 오늘 철종 안 보여줘?” “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으로 얼굴을 쏙 붉히는 양순이. 아, 사랑하는 여자는 정말로 귀엽고 예쁘구나. 양순이를 멍하니 바라보자 양순이는 더 발개진 얼굴로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왜,왜 그런 눈으로 보셔요.” “그냥~ 사랑도 하고 부럽잖아.” “벼,별게 다 부럽습니다, 아씨.” 양순이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도 몰라 이리저리 돌리다가 이내 붉어진 얼굴을 조금씩 추스르며 내게 말한다. “아씨께 약속을 드렸으니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응! 양순이 의리 있다!” “그 대신... 늦지 않게 돌아오셔야 합니다. 오시에 세영 아가씨께서 오신다고 하셨으니 그때는 꼭 글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응! 알았어! 알았어! 어서 나갈 채비를 하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했고 양순이는 황급히 나를 잡으며 말한다. “소복 차림으로 나가시게요?” “에?” “새벽에 상 그지가 되어 돌아오신 아씨를 몰래 씻기고 입혀서 이정도로 만들어 놨는데 또 소복 차림으로 버선발로 나가시게요?” “아... 그렇구나.” 손바닥을 탁 치며 양순이를 향해 웃어 보이자 양순이는 치맛자락을 휙 걷어 올리더니 그곳에 웬 보따리 하나를 꺼낸다. 우어, 저기서 보따리가 나오니 신기해 죽겠네. “이걸로 갈아 입으셔야 해요.” “뭔데?” “제 옷입니다.” “니 옷? 왜?” “설마 아씨 나 현감 나으리 여식이다, 라며 저작거리와 온 동네를 휘잡고 다닐 생각이셨습니까? 그것도 천민들과 어울려서요?” “그럼 안 되는 거야?” “안 되고말고요! 아씨는 혼이 나실 거고 저희는 모두 죽지 못할 정도로만 맞고 이 마을에서 쫓겨날 것입니다.” “허... 진짜?” “예. 진짜요. 그러니까 아씨께서는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주셔야 해요. 양순이를 죽이고 싶으시면 함부로 행동하셔도 되지만... 흐윽...” “미안... 절대로 조심할게.” 양순이가 나의 몸종일까? 아니면 내가 양순이의 몸종일까? 하아- 완전 잡혀서 사는 기분이다. 흑. “풉... 쿡...” “그만 웃어.” “죄,죄송합니다. 아씨. 그치만... 풉...” “그만... 그만...” “예. 아씨 그만 할게.. 푸우웁...” 포기다. 마음껏 웃어라, 양순아. 후... 틀림없다. 양순이 이거 노리고 자기 옷가지고 와서 입힌 것이다. 양순이 키 크다, 나보다 등치 크다. 등치 작고 키 작은 내가 양순이의 옷을 입었다. 어찌되겠는가... 당연히 엄마 옷 애들이 뺏어 입은 꼴이 되고 말았지... 이 옷 덕분에 양순이의 키 덕분에 내가 가려져서 집에서 빠져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양순이가 자꾸 웃는 바람에 내 심기가 심히 안 좋지만... 하아- 어쩌겠는가. 이렇게 해야 철종을 볼 수 있고 이러다가 무당을 만나고 펜던트를 찾아 21세기로 고!!! “철종은 어디에 있어?” “저쪽에서 장사를 합니다.” “장사?” “예. 서랍장도 팔고 소쿠리나 그릇 같은 것도 파는 잡다한 장사입니다.” 철종은 농사를 지었다고 들었는데... 역시 역사는 역사일 뿐 무조건 정확하다, 무조건 맞다할 수는 없구나. 잠깐, 그럼 혹시 양순이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살아서 몰래 철종과 사랑을 했을지도!!! 제발... 제발 그래라. 양순아. 죽지마라 양순아. 내가 애달픈 눈으로 양순이를 응시하자 양순이는 방긋 웃으며 말한다. “하명하실 일이라도 계신가요?” “으응. 아니야.” “조금만 더 가시면 저작거리입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그가 장사를 합니다.” “낭군님 만날 생각하니 얼굴이 피는구나.” “아,아씨도 참!” 아, 쑥스러워 하는 양순이의 모습. 너무 귀엽다. 나도 저렇게 귀엽고 예뻐지고 싶은데... 나는 언제 사랑하냐구요!!! 응? 멋지고 아름답고 애틋한 그런 사랑 말이야!!! 장날이 아니라 저작거리는 조금 한산한 편이었고 사람들이 오고가긴 했으나 그렇게 활기차진 않았다. 다음에는 양순이가 장날에 데려와 준다고 했으니 마음껏 구경하다 양순이 몰래 휙 빠져 나가서 무당네 가서 펜던트를 찾고 21세기로 고!!! 해야지. 훗. “아, 저기입니다.” 양순아. 입 찢어진다. 여기 17년간 솔로도 있는데 이제 그만 찢지... 눈에서 부러움과 질투로 불꽃이 활활 타올랐지만 그런 티를 내면 안 된다. 원래 그러면 그럴 수록 더 추잡해지는 것이다. 예쁜 마음으로 행복하게 그 사랑을 빌어주면 반드시 나에게도 사랑이 올 것이다. 반드시... 반드시... 이 짓 딱 3년만 더 해보고 그래도 나한테 남자 안 생기면 이 세상에 연인이란 연인은 죄다 증오해 버릴 테다... 그럴 테다... 후후훗... 양순이의 걸음이 빨라진다. 계속 나 돌아보며 신경쓰랴 낭군님에게 빨리 가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랴. 나도 철종을 보고 싶었으니까 내가 열심히 걸어주자. 걸음 속도를 좀 높여 가자 양순이의 표정은 환해졌고 이내 뒤를 거의 돌아보지 않은 채 열심히 저작거리를 지나간다. “어-!” 얼마가지 않아 잡다한 물건을 파는 곳에서 한 남자가 양순이를 보며 아는 척을 한다. 옷이 비단 옷이거나 깔끔하거나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얼굴에는 상냥함이 담겨 있었고 양순이를 바라보는 미소에는 사랑스러움이 풍겨져 나왔다. “어떻게 된 거야?” 저 사람이... 철종이다. 조금 작은 눈을 가졌지만 따스하고 너무나도 상냥한 미소를 가진 저 사람이... 철.종 환하게 웃는 그의 눈에 양순이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특별히 보려 하지 않아도 보인다. 양순이와 철종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를... “아씨께서 니 얼굴을 보고 싶다하셔서...” “아씨께서?” 철종은 깜짝 놀라 양순이를 바라보다 이내 양순이 뒤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더 화들짝 놀라 조용히 양순이에게 묻는다. “저 뒤에 계신 분이... 수연당 아씨...?” “응. 우리 아씨셔.” “아! 안녕하세요!” 철종은 허리를 쑥 굽혀 인사를 했고 나는 어쩔 줄 몰라 섰다가 이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인사했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그런 차림으로...” “아씨께서 꼭 나가고 싶다 하셔서.” “아...” 양순이는 방긋 웃으며 철종을 응시했다. “아씨. 소인의 이름은...” “알아요. 철종. 맞지요?” “아씨. 하대하십시오... 존대를 하시니 민망합니다.” 철종은 온순한 눈을 더욱 온순하게 뜨며 나를 바라보고는 어쩔 줄을 몰라했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양순이를 바라보자 그녀도 거든다. “예, 아씨. 아씨께서 그러시면 이놈은 불편해 죽습니다. 워낙 온순하고 순진한 아이라...” 이러니까다. 이러니까 왕이 된 철종은 심성이 곧고 백성들을 위한 마음이 있었지만 강인하지 못하고 온순하고 순진한 사람이라 안동 김씨의 손에 휘둘렸던 것이다. 이러니까다. 아... 정말 양순이와 철종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 거야? 그러건... 그러건 너무 싫은데... “나도 민망하긴 하지만...” 따라야지. 이곳의 법인 걸. 잠깐만, 나 만약에 양반집 아씨가 아니라 천민으로 태어났으면 나보다 어린 것들한테도 존대하고 아씨~ 아씨~ 이래야 했던 거네?? 우어, 싫다!!! 어차피 올 거 양반으로 왔으니 정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난 여기 법으로 따지자면 벌써 곤장을 맞고 곤장 독으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양순이와 아주 잘 어울리는구나.” 말 깠다. 하하핫. “감사합니다. 아씨.” 철종과 양순이는 둘 다 쑥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했고 그런 그들을 보며 한 편으로는 너무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을. 한편으로는 앞으로 닥쳐올 일들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 지켜주고 싶은데... 말해주고 싶은데...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철종은...” “저... 아씨.” “응?” 철종은 얼굴을 슬쩍 붉히며 머리를 긁적 긁적 긁으며 민망한 듯 내게 시선도 마주치지 못한 채 말한다. “제 이름은...” “응 너 이름은 철종.” “철종...이 아니라... 철.정.입니다.” “에.” “철.정...이요. 어차피 천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아씨께서 제 이름 기억해주셔 이름 한 번 불러주시는 것은 감사하나... 제 이름은 그것이 아니옵고...” “철...정?” “예. 그것입니다.” “헉.” “아씨?”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29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3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477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65 루나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반짝이는 에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양순이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나는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거, 이거 완전히 패닉 상태이다... 강화도에 철종은 없고 철정이 있다니... 그럼 양순이와 철종의 사랑은 구라야? 뻥이야? 지어진 이야기야?? “철정아!” “예,에??” “너 혹시 왕족이냐!” “예에!!!!” 철정이는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듯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고 나는 진지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철정은 나의 너무나도 진지한 시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식은땀만 삐질 삐질 흘리며 양순이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고 양순이는 입을 떡 벌린 채 조용히 말을 낮추며 말한다. “아씨. 그게 무슨 소립니까. 철정이 보고 왕족이냐니요.” “진짜 진지하게 묻는 거다. 왕족이냐? 너 사실 유배된 왕족 아니야?” “아씨.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왕족이라니요.” 철정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난감해 죽는 얼굴로 나를 제대로 응시 하지도 못한 채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철정의 저리 순진한 눈동자와 난처해 죽는 저 모습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철정의 성품으로는 절대 죽었다가 깨어나도 거짓말 할 인물인 못 되는 것 같고... “아씨. 갑자기 왜 그런 말을...” 양순이는 난감하고 놀란 얼굴로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고 철정 역시도 불안한 시선으로 날 응시했다. 나... 지금 괜히 깝친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한숨 쉬었고 머리를 열심히 굴리며 마땅한 말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음... 농담이야.” 한계다. 내 머리에서 둘러댈 수 있는 말이라고는 ‘농담이야’가 한계였다. 나는... 그렇게 잔 머리가 잘 굴러가는 편이... 절대적으로 아니었던 것이다. 흑. 아주 환하게, 아주 환한 미소를 방긋 지으며 상쾌한 말투로 ‘농담이야’ 를 내뱉은 나의 모습에 양순이도 철정이도 모두 멍한 얼굴로 입을 쩍 벌리고 벙찐다. 그럴 만도 하지... 아까는 완전 철정이 잡아먹을 얼굴로 왕족이지!! 라고 물어 놓고 완전 상콤하게 ‘농담이야’ 라고 말하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에이, 심각해지기는~ 후후훗.” 억지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정말 농담인 척 웃으려는 입에 경련 일어나겠다. 하지만 꽃잎아, 박꽃잎아. 웃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자.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무당 와서 굿까지 하며 악귀야 물러가라~ 귀신아 물러가라~ 했는데 또 미친년처럼 헛소리 하면 양순이가 어디 가만히 있겠는가? 아씨! 라며 눈물 콧물 찍찍 흘리며 아씨를 위한 거에요! 라며 부모님께 홀라당 다 말씀 드려 나 또 굿해야 할지도 모른다. 굿하면 다행이게? 애가 자꾸 이상하니까 무당이 막 ‘내림굿을 받아야 합니다. 신께서 오셨어요.’ 이러는 거 아니야? 에에에엑- 제발 그것만은... “아씨?” 양순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응시한다. 하하, 나 혼자 너무 많이 갔다. 내림굿이라니... 어우- “응?” “왜 그렇게 멍해 계셔요?” “으응- 아니야. 아무 것도.” 아... 김빠진다. 강화도에 철종과 양순이의 사랑은 그저 꾸며진 이야기일 뿐이라니... 강화도로 유배된 왕족이 한 순간에 왕이 되는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진짜가 아니라니... 역사.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해 이런저런 정황들과 문서들 기타 등등의 것들로 역사를 알고 알아가 지만... 철종이 강화도에 유배되었던 왕족이라는 것이 진짜가 아닐 줄이야... 양순이와 철종의 사랑은 어쩌면 그저 내려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철종이 강화도에 없을 줄이야!! “조금 더 구경하시겠어요?” 양순이는 방긋 웃으며 나에게 물었고 나는 생각을 생각을 떨쳐 내려는 듯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난 여기 파는 물건들 구경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지?” 양순이와 철정을 향해 묻자 철정은 방긋 웃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철정이 파는 물건들은 정말 말 그대로 잡다한 것들이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물건들도 있었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지고 어떻게 만드는지도 물어보고... 완전 현장학습 제대로다. 내가 여기에 온 계기는 할아버지가 발명품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시험하다가 정말로 작동이 되어 이곳으로 쿵. 이제 기계가 작동되는 걸 알았으니 할아버지는 최고의 과학자라는 소리도 듣고 노벨상도 받고 돈도 떼돈 벌고... 나중에 10년이고 20년 후가 되면 할아버지의 발명품이 각 학교에 여러 대씩 있어 박물관이 아닌 이곳으로 현장학습 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엑!” “아씨!”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소리를 빽 지르며 휘청대자 양순이가 놀라 빠르게 다가와서는 나를 부축한다. 양순이가 옆에서 계속 괜찮냐고, 괜찮냐고 묻는데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무어라 대답을 해줘야하긴 하겠는데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무슨 대답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다. 나는 그 날. 할아버지의 발명품을 실험했다. 할아버지의 말은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면 그곳으로 가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했고 나는 양순이와 사랑을 한 철종을 생각해서 강화도에 왔다. 실제로 강화도 양순이를 만날 수 있었지만 양순이는 ‘철종’이 아닌 평범한 장사꾼 ‘철정’과 사랑을 하고 있었고 이곳에는 철종이라는 유배된 왕족은 없다. 그럼... 그럼 난? 그럼 난 어떻게 된 거지? 이곳에 철종이라는 사람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이곳으로 온 거지...? 설마... 나 불시착인가? 설마... 나 기계가 잘못되어 이상한 곳으로 와버린 거야? 그렇다면 나 설마... 펜던트를 얻어도 제대로 내가 있던 원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건... 아니겠지? 만화책이나 소설책에서나 보는 공간의 뒤틀림 속에 이쪽 세계에서 떠돌다 저쪽 세계에서 떠돌다 죽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그렇지?! “아씨. 또 몸이 어디가 안 좋으시거나 그러신 것 아니에요? 예? 예?” 양순이가 불안한 듯 시선을 나에게 콕 박아 놓고는 울상이 되어 내게 물었다. 몸? 멀쩡하다. 너무 건강하다. 아픈데 하나 없이 너무 건강한데 지금 머리가 건강하질 못하다. 진짜 그 기계가 잘못된 것일까? 그래서 내가 철종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철종이 있는 곳이 아닌 어설프게 양순이와 사랑했다는 전설이 있는 강화도로 오게 된 것일까? “괜찮아. 괜찮아...” 나는 양순이의 부축을 괜찮다며 물리고 멍하니 섰다. 엄마, 아빠. 나... 엄마 아빠 얼굴 볼 수 있을까? 있겠지?? 있을 거야!!!!!! “히이잉...” “아씨??” 없으면... 못 보면 어떡하냐구!!!! “탁-” “후우-” 무언가 묵직한 것을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숨을 돌리는 소리가 내 귀에 쏙 들어왔고 일단 외간 남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그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왔어?” 철정이 방긋 웃으며 맞이하는 남자. 훤칠한 키에 탄탄한 몸에 수려하고 깔끔하게 생긴 남자 하나가 땀을 닦아내며 철정을 향해 피식 입가에 미소를 띠운다. 이 남자... 이 남자... “우어!!!” 낯이 익다 했다. 어디서 봤다, 했다. 그렇지. 이런 훈남은 그렇게 쉽사리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그 남자다. 어제, 아니 정확히 오늘 새벽. 맨 처음에는 나를 미친년 취급하다가 무당에게 데려다 달라는 나를 무시한 채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는 담벼락 위에 너무나도 가볍게 오르락내리락 했던 액션을 보여줬던 그 남자. 그 총각. “어.” 그 총각, 이름이 원범이랬지? 원범 총각도 나를 기억하는지 좀 의외라는 눈으로 날 응시한다. “뭐야?” 원범 총각은 철정을 보며 물었고 철정은 난감한 얼굴로 양순이를 응시하고 양순이는 또 다시 그 난감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뭐야? 라는 원범의 물음에 철정이나 양순이는 할 말이 없었겠지. 그렇게 대단한 신분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일단 양반집 아씨고 이런 차림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저작거리를 돌아다닌 다는 것이 소문이 나면 문제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괜찮아.” 양순이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찔리는 가슴을 안고 원범 총각을 바라보았다. “또 뵙네요.” 왜 찔리느냐- 이 원범 총각이 양순이 앞에서 입 한 번만 놀리면 난 끝장나는 것이다. 원범 총각은 내가 어젯밤에 왜 밖으로 나와 그 쇼를 벌였는지 정확히 이유를 알기 때문에 양순이에게 이리저리 불쌍한 척 해대며 둘러댄 나는 들키면 양순이는 아씨! 너무하세요! 라며 우다다 부모님께 가서 이를 테고 나는 그럼 우다다 혼날 테고 그렇게 되면 양순이는 내 방 앞에서 지켜 설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펜던트고 뭐고, 저작거리 시장 구경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다. 집 안에 콕, 박혀 이짓도 저짓도 못하고 시집을 가야 한단 말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 남자를 향해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지만 입술이 떨린다. 덜덜 떨린다. 눈 아래가 파르르 떨리며 가슴이 이두박근 삼두박근... 오메, 오메. “저희 아씨와 아는 사이였어?” 양순이가 방긋 웃으며 원범 총각에게 턱, 하니 말을 놓지만 원범 총각은 별 신경 안 쓰는지 아니,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런 내색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응시한다. “정말 수연 아씨셨군요.” “그것 봐요. 맞잖아요.” 솔직히 흰 소복에 버선발로 나온 모습을 봤을 땐 누가 양반집 아씨라고 생각하겠는가... 이해하네, 원범 총각. 아- 어색한 웃음, 잘 웃어 보여야 하는데... 예쁘게 방긋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웃어 보여야 하는데 나의 비리를 알고 있는 사람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기에는 하늘에 별 따기였다. 난... 그다지 얼굴 철판도 두껍지 않단 말이다!! “아씨. 어찌 되신 거에요?” 양순이가 놀랍다는 얼굴로 나와 원범 총각을 번갈아 보며 묻고 나는 그것에 가슴이 이두박근, 삼두박근... 미친듯이 박근박근... 그래서는 안 되는데 ‘나 심장 콩알만해요, 나 심장 쪼그라들었어요.’ 라는 얼굴로 침을 꼴까닥 삼키며 원범 총각을 바라보지만 그에게서는 별 다른 표정이 나오질 않는다. 말할 거야? 당신 말할 거야? 어제 있었던 일 말할 거야? 그래? 그런 거야?! 표정으로라도 말을 해보란 말이야!!! “아씨? 원범아??” “마실.” “응?” 그의 입술에 툭, 하고 떼어졌다. 미친 듯이 가슴이 뛴다. 양손에 땀이 흥건히 차오른다. 아, 2002년 월드컵 때 빼고 이렇게 땀을 쥐며 외간 남자를 쳐다본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텔레비전이 아닌 실물을 바라보며 말이다! 원범 총각, 말할 거야? 사실 대로 말할 거야?! “마실 나오셨더라고. 아씨께서.” “그 새벽에 어디서 뵌 거야??” 안도가 되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그저 놀러 나왔다고 그저 바람 쐬러 나왔다고 둘러 되어준 원범 총각. 너 역시... 착한 놈이었구나!!! “담 벼락 앞에서.” “어제 아씨 모습이 많이 초췌했는데 좀 도와드리지!!!” 양순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원범 총각에게 바락 소리를 질렀고 나는 그것에 가슴이 다시 한 번 쿵, 하고 내려앉는다. “아니야! 아니야, 양순아!” “예?” “그러니까... 내가 어제 마실을 다니다가! 확! 엎어졌어. 근데 이 사람이 와서 날 우리 집까지 데려다 준거야.” “어머, 정말?” 양순이는 정말 그랬냐며 원범에게 물었고 원범은 그저 별 대답 없이 피식 웃으며 날 응시할 뿐이다. 왜 웃어, 왜 그렇게 웃어? 무슨 말 하려고? 아니면 내 말이 같잖아서? 그래? 그런 거야? “응! 그래 줬어. 정말 고마운 분이셔!!!” “우아, 원범 너한테도 그런 면이 있었냐? 쌀쌀맞고 냉정한 줄만 알았더니... 어제 우리 아씨꼴 정말 요새 돌아다닌다는 미친년 꼴이던데 그걸 도와... 헉... 아씨 죄송합니다.” “하하.” 양순이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그저 가만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양순아. 너도 그 미친년을 아는구나. 그 미친년 덕분에 나 니 말대로 미친년 취급당하다가 그 미친년 쫓아가는 원범 총각 따라가다 엎어지고 더 미친년 돼서 집에 왔지... 니가 날 처음 봤을 때 그 미친년과 흡사 하다고 생각을 했구나... 하긴 내 꼴이 말이 아니긴 했으니까... 양순이는 놀란 얼굴로 자기 입술을 톡톡 때리며 어쩔 줄을 몰라 우왕좌왕 거렸다. 어쨌든 양순이는 내 앞에서 내 욕을 한 것이니... 양순이는 계속해서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했고 나는 그런 양순이의 모습에 당황스러워 허, 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아씨. 용서하세요. 양순이가 절대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철정이까지 나서서 양순이를 용서해달라고 한다. 잠깐, 내가 무슨 말 했어?? 내가 무슨 짓 했어? 너 사과해! 라고 소리쳤어??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저 멍 하니 있었을 뿐인데 애들이 왜 이럴까... “하하.” “아씨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어색하게 웃자 양순이는 거의 눈물을 쏟을 듯 울먹이며 머리를 조아리고 나는 난감함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말했다. “아니 뭐, 니 눈에 그렇게 보였다면야...” “예?” “오늘 새벽에 내가 심하긴 심했어. 나도 내꼴을 보니까 조금 미친 사람 같기는 하더라.” “아,아씨...” "니가 내 욕을 작정하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니 생각을 말했던 것 뿐인데 내가 널 죽이랴?“ 내 말에 철정이와 양순이는 침을 꼴까닥 삼키며 긴장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뭐야? 진짜 내가 무슨 벌이라도 내릴 줄 안 거야??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래. 신경 안 써. 그러니까 그러지마.” “아,아씨... 흐윽...” 또 운다. 완전 감동 받은 얼굴로 두 눈 한 가득 눈물 그렁그렁 맺혀서는 입술이 또 쭈글쭈글 해지고 또 운다... 이번에는 쌍으로, 철정까지 합세해서 말이다. “아씨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놈의 입방정이...” 누가 커플 아니랄까봐, 양순이와 철정이는 나란히 옆에 서서는 둘이 울먹 울먹... 아... 왠지 이거 염장샷 같은데 말이야... “양순아. 괜찮아? 울지마. 앞으로는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니가 모시는 이렇게 착한 아씨잖아.” “응응. 철정아. 내가 생각해도 그래. 내가 너무 잘못한 것 같아. 아씨 죄송해요...” 같은 데가 아니다. 이건 틀림없는 염장샷이다. 둘은 지금 연애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17년 동안 단 한번도 연애질을 하지 못했던 이 불쌍한 소녀 앞에서... 으- 못 보겠다. 으- 못 참겠다. “나 구경 좀 다녀올게.” “아! 아씨! 혼자 가시면 어떡해요!” 양순이를 지나 가게 문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양순이가 놀란 얼굴로 철정 옆에서 튀어 나와 나의 뒤에 선다. “철정이랑 둘이 오붓하게 좀 있어.” “아,아씨도 참! 안 되요. 아씨는 제가 모셔야 해요. 혼자 어딜 가셔요!” “내가 애야? 괜찮아.” 너네 염장샷을 보고 싶지 않아. 여기서 너를 데리고 다른데로 가버리면 완전 내가 생이별 시키는 것과 같은 거 아니야. 안 그래도 서로 일 하느라 많이도 못 보는 것 같은데... 나는 너희에게 욕을 듣고 싶지 않다~ 오래는 살고픈데 욕은 그다지 듣고 싶지가 않아~ “아씨. 가요. 저랑 가요.” “괜찮다니까. 철정이랑 있어.” 방긋 웃으며 양순이를 안심시키지만 양순이는 안심되지 않는지 안 된다고 구지 따라 나선다고 난리다. “아아- 정말 괜찮다니까.” “그럼 내가 모실게.” 힘이 쫙 빠져 양순이를 달래고 있는 내 뒤에서 외간 남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아 맞다, 원범 총각이 여기 있었지... “응? 너가 모셔? 우리 아씨를? 왜!!! 너 무슨 꿍꿍이야!” 양순이 털을 바짝 세운 암 고양이 마냥 사납게 원범을 향해 소리쳤고 원범은 그런 양순이의 모습에도 별 다른 반응이 없는 얼굴로 한숨 쉰다. “아씨가 너랑 가기 싫다잖냐.” “그렇다고 너랑 가?!” “그럼 아씨 혼자 보내냐?” “내가 갈거야!” “너는 그냥 있으라니까~” 양순이와 원범이 실랑이를 벌이는 틈을 쏙 비집고 들어가 방긋 웃으며 양순이를 향해 말하자 양순이는 좀 섭섭한 표정으로 날 응시한다. “둘이 오붓하게 있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 응?” 사실은 니들 염장샷이 보기가 싫어... 사실은 니들 나 때문에 이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 싫어... 나 때문이잖아... 내가 방해꾼이잖아? 너무 싫어... 후후훗... “걱정 하지마. 그리고 원범이라는 이 사람. 너희들 어릴 때 동무라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양순이는 불안하게 나를 바라보았고 그것에 나는 아주 괜찮다며 방긋 웃어 보였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30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4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831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66 초코파르페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우아 대게 특이한 손글 같아요~ 너무너무 예쁘구~ 예쁜 손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냥 집에 간다고 그럴 껄 그랬나... 그치만... 그치만 나온 지 얼마나 됐다구!!! 제대로 구경한 것 하나 없는데 어렵사리 양순이 옷까지 빌려 입고 생쇼를 했는데 그냥 바로 집에 들어가기는 섭섭하잖아. 그리고 나는 무당집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일단은 양순이는 따돌렸는데 ( 어떻게든 ) 이 원범 총각은 어찌 따돌리나?? “도망칠 생각마시오.” 옥-!! 원범 총각, 당신도 관심법이야? 아니,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은 왜 다들 관심법을 쓸 줄 아는 건데?? 응? 나 좀 가르쳐 보던가!!! “그,그런 생각 안하는데요.” 젠장, 목소리 떨었다. 아니 양순이한테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뻥들을 줄줄줄 쳐서 양순이 홀라당 나에게 넘어오게 만들어 놓고 이 남자 앞에서는 왜 목소리가 떨리는 거야? 우뚝 멈춰서 원범 총각을 경계하며 ‘나 진짜 그런 생각 안 했어요.’ 라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아가씨.” “예?” “아가씨는 모르나 봅니다.” “뭐,뭐가요?” “아가씨 생각이 아가씨 얼굴에 죄다 나타나는 것.” “엑.” “모르죠?” 원범의 말에 나는 입술을 쏙 다물고는 원범을 뚫어져라 올려다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걸어가며 말한다. “양순이 단순합니다.” “그래서요?” “단순하니까 아가씨 사정과 거짓이 통했지 나였다면 아가씨는 절대 이곳에 나와 계시질 못할 것입니다.” “그,그래서요! 뭐에요! 지금 나 협박하는 거에요?!” “협박이 아니라 경고입니다.” “엑-” 그게 더 무섭다, 이놈아!! 내가 대체 저 원범 총각한테 왜 쫄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잔뜩 있는 대로 쫄아서는 침을 꼴까닥 삼키며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으리 마음 아프게 하지 말고 나으리 얼굴에 먹칠 하지 마십시오.” “안 해요!” “아가씨께서 이러고 다니시다가 만약 누구에게라도 들키면 그게 먹칠입니다.” “누가 걸린 데요?” 보자보자하니까 이 남자 열받는다. 지가 뭔데 자꾸 나으리, 나으리 운운하면서 남의 부모님 속썩이지 말라고 해? 그래, 부모님 속 썩이면 안 되지. 근데 냉정하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몇 번이나 되풀이 말하고 몇 번이나 되풀이 생각하고 아무리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21세기의 부모님들과 같다고 해도 조선시대 부모님과 나는 아무런 추억도 관계도 없다. 어릴 때 기억은 물론 나에게 어떻게 대해주셨는지 부모님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부모님은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아무 것도 모르잖아. 아무 것도 모르는 무늬만 부모님을 속썩지 말라고 지금쯤 피가 말라 타들어가고 있을 우리 부모님을 무시해야 하는 거야? “안 걸려요. 그리고 걸리던 말던 댁이 신경 쓸 바가 아니잖아요.” 앙칼지고 날카로운 내 말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지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댁은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아요.” “당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으리를 위해서요.” “그러니까 당신이 왜 우리 아버님을 위해 그렇게 하는 건데요? 당신 우리 집 하인도 아니고 자식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데 왜!!” “그분은 내 은인이니까.” 그의 눈동자가 순간 서글프게 일렁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한순간, 지금은 그의 눈동자에서 일렁임을 찾아 볼 수는 없지만... 너무나도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내가 잘못 본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순간 들었지만... 아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야. “당신의 아버님은 내 은인이니까. 당신의 그 철없는 행동 때문에 그분이 다치시고 괴로워하는 걸 원치 않아.” 그의 말에 나는 입도 벙긋 못하고 어버- 하며 서 있었다. 은인이라.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내 은인’ 이라고 말하는 그. 아버님은 그의 표정으로 봐서는 그저 밥 한끼 사준, 쌀 한 포대 주는 그런 은인이 아니었다.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은덕을 내게 주셨으니까.” 그의 진지한 태도와 무거운 시선에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저 가만히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섰을 뿐이다. 그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분의 따님이라고 하기엔 철없고 부족해.” “뭐라구요?” “그분이 딸이기에 최대한 존중하고 도우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는 못 느낀다. 존대할 필요도 없고 존대할 필요성도 못 느끼고.” 어느새... 정말 어느새... 말을 톡 까버린 원범 총각... 아니 원범 새끼!!!!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우씨-!!! “나도 존대 안 해!” “그런던가. 별 신경 안 쓰이니까.” “뭐,뭐?” 와, 열받는다. 와, 열받는다. 이곳에 와서 이렇게 열받는 대우 처음 당해본다. 솔직히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굽실거리며 존대하는 것이 불편하긴 했지만 얘는... 얘는 싫다. 얘 싫다. 얘가 반말하는 게 왜 이렇게 싫니? 뭐? 뭐가 어째?? 필요성을 못 느껴? “내가 언제 너보고 도와 달랬어?! 무슨 필요성이야 얼어 죽을!” “어제는 내가 도운 게 아니었나?” “헉.” “그리고 방금, 내가 입만 놀렸으면 넌 그대로 나으리께 가서 혼쭐이 났을 거다.” “끄응...” K.O 인 것인가... 어떻게 한 마디도 이기지를 못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두 주먹 불끈 쥐고는 원범을 노려보는 것 밖에 없었다. “더 할 말이 있나?” 누가 나보다 키 큰 사람 아니랄까봐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나를 내려다보는 원범. 아, 기분 나빠. 기분 나빠!!! “있어! 할 말!” “해봐.” “그러니까!!! 음... 너! 나한테 신경 꺼!” “미안하지만 너희 아버지가 내가 은혜를 입은 분이시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다. 너의 그 철 없는 행동에 나으리께서 골치 아파 하시는 것은 볼 수 없으니까.” “은혜를 입었던 안 입었던 난 그런 거 몰라! 그러니까 나한테 신경 꺼!!” “거절한다.” “엑-” 단호한 표정과 말투로 고개를 홱 돌리며 나에게서 시선을 떼는 원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억, 하는 얼굴로 그 놈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빽 소리를 질렀다. “내가 너한테 부탁했어? 뭘 거절해? 어쨌든! 넌 나한테 신경 꺼!” “거절한다.” “나 너한테 부탁한 거 아니라니까!!” “알고 있다. ” “그러니까 나한테 신경을 끄...” “거절한다.” “우씨, 야!!!!!” 말이 안 통한다, 말이 안 통해! 아버님이 이 놈에게 어떤 은혜를 주셨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면 아버님 은혜 괜히 주셨습니다. 이런 속 답답하고 대게대게 싸가지 없는 것에게 왜 은혜를 주어 이 딸래미 열받게 하시나요. 우으-!!! “원범아! 원범아!” 한참 속 타고 있는데 나만큼 속 타는 얼굴로 원범이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한 40대 중반의 아저씨. 논에 갔다 왔는지 바지자락을 허벅지까지 끌어 올리고는 진흙투성인 모습으로 헐레벌떡 원범을 향해 달려왔고 그 모습에 원범의 얼굴이 굳어진다. “원범아! 큰일이다!” 아저씨의 말에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저씨에게 다가갔고 아저씨는 허리를 푹 꺾어 숨을 헐쩍이며 원범의 옷자락을 겨우 잡고는 힘겹게 말했다. “니 형이... 니 형이...” “형님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몸도 약하니까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랬는데...” “무슨 일입니까?” “나를 도와 일을 하다가 논에서 쓰러졌어. 그래서 깨어날 생각을 않는구나. 니가 일단 가봐야...” 아저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원범은 쏜살 같이 아저씨가 온 쪽으로 뛰기 시작했고 아저씨는 그 모습에 아직도 숨을 다 고르지 못해 헐떡였지만 이내 마른 침을 꾹 삼키며 원범을 따라 뛰기 시작한다. 무슨 급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범은 아저씨와 그대로 사라졌고... 나는... “혼자?!” 두근두근두근, 나 혼자다. 나 지금 혼자다. 나 혼자니까 지금 무당을 찾으러 갈 수 있어! 새벽도 아니고 밤도 아니야, 훤한 대낮이라구!! 그러니까 무섭지도 않고 양반집 아씨차림도 아니고 소복차림도 아니기에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지 도 않을테고... “앗싸!!!”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리며 기분 좋아 발을 동동동 굴렀다. 난 자유다!! 이제부터 무당을 찾아 21세기로 돌아가면!!!! ‘나를 도와 일을 하다가 논에서 쓰러졌어.’ 순간 아까전의 아저씨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원범, 분명 형님이라고 말을 했는데... 쓰러진 사람이 원범의 친 형? 갑자기 몸에 기운이 빠졌고 원범이 달려나간 쪽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으려나? 원범의 형이라는 사람... “에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일단 사람을 찾아서 무당이 있는 북쪽을 가르쳐 달래자.” 설레설레 도리질을 치며 방긋 웃으며 사람들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저작거리긴 했지만 장날도 아니었고 평소에는 다 논밭에 일을 나가서인지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길을 잃어 버려도 사람만 찾는다면 북쪽 가는 길을 가르쳐 줄 테니까 그 사람 말대로 가면 되겠지? 그러니까 일단은 사람을 찾아 걷자. 이렇게 걷다, 걷다 보면 내가 북쪽을 물을 만한 사람이 나타 날거야. 자,자 집에 가자. 집에!! “허허허...” 난 어쩜 이렇게도 운이 없을까...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요 노래는 뻥이었던 것일까. 지구는 둥글지 않았다는 것일까. 자꾸 걸어 나갔는데 어쩜 내 눈에 사람 하나 띠지 않고 두둥- 산이 나와 버린 걸까... “하아...” 긴 한숨만이 흐르고 어깨는 축 쳐진다. 조금 있으면 내가 없어졌다는 것을 양순이가 눈치 채고 난리를 칠 텐데... 만약 내가 펜던트를 손에 넣는 것을 성공해서 이곳에서 사라지면 조선시대 꽃잎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예전의 병약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그 꽃잎이가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 꽃잎이는 어디로 간 거지? 아니면 내가 이곳에서 사라지는 순간 꽃잎이라는 여자아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걸까? 그래서 양순이도 나를 찾지 않고 부모님도 나를 찾지 않은 채 나를 기억하지 않은 채 그렇게 살아가는 걸까? 차라리 후자 쪽이었으면 좋겠다. 왠지... 양순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부모님께 죄송해... “앞에는 산이고... 옆에는 강이라...” 일단 공기는 정말 좋다. 앞에 초록색의 산이 웅장하게 치솟아 있으니 멋있고 가슴이 턱 하고 뚫리는 기분이었고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강화도를 졸졸졸 흘러 돌아 바다로 나아가는 이 강이 굉장히 아름다워 보였다. 우뚝우뚝 솟아 내 시아와 시원한 바람을 막아버리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도 없고 빵빵 시끄럽게 경적 소리를 울려대며 쌩쌩 달리는 자동차도 없다. 굉장히 한적하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곳... “좋다~” 방긋 웃으며 주변을 휭- 둘러보다가 순간 정신을 번뜩 차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라구!! 사람을 찾자. 사람을 사람을~!!!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몰라 이리 갈팡 저리 갈팡...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나?? "에휴...“ 긴 한숨을 내쉬며 산을 올려다보는데... 음... 전에 시골 할머니네 갔을 때 산에 과수원도 있었고 밭도 있었는데... 지금 마을에 사람들이 없는 건 모두 일하러 갔기 때문에... 일터는 논 아니면 밭... 그렇다면 저 산에 사람이 있다는 거네?! “우오!” 두 주먹 불끈 쥐며 산을 향해 앞으로 휙휙 걸어갔다. 저번처럼 밤도 아니어서 발밑도 잘 보이고 바람에 나뭇잎이 흩날릴 때 마다 무섭기보다는 상쾌한 향기가 나서 오히려 기분이 좋다. 자,자, 일단 밭을 찾자. 밭을 찾으면 사람들이 있을 거고 사람들이 있으면 북쪽을 물어보는 거지. 후훗, 사실 나의 엄청난 예지능력으로 이곳이 북쪽이고 막 그런 거 아니야? 풉. 풉... 아, 나 왜 이렇게 신나니. 완전 혼자 탐험하는 기분이야. 우헤헤헤 활짝 웃으며 기분 좋아 랄랄라- 거리는데 눈앞에 밭이 홱 들어서고 그 밭 위에 아줌마 한 분이랑 아저씨 한 분이서 밭일을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스! 찾았다! “저... ! 아저... 우웁-!!!!” 뭐야, 누구야! 어떻게 된 거야!! 밭에 있는 아저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를 치려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엄청난 힘으로 나를 뒤에서 끌어 안 듯 감싸며 커다란 손으로 내 입을 확 막아 버렸다. 어찌나 나를 세게 제압하는지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그 누군가가 잡고 있는 나의 양쪽 팔과 몸이 저려왔다. “우우웁-!” “조용히 해.” 왠 남자의 목소리였다. 전혀 낯익지 않은 처음 듣는 목소리. 누구지? 어떤 사람이지? 어떤 사람이고 누구길래 나에게 이러는 거지? 도둑? 산적? 아니면 벼,변태?! 도둑이던 산적이던 변태든 다 싫다! 도망쳐야 해, 저 밭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야해!!! “우우웁! 우우웁!!”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31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5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672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67 히에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당^^★ 온 힘을 다 해 나를 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려 하지만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의 입을 막고 있는 손에는 더욱 더 힘이 가해질 뿐이고 나의 몸을 제압하고 있는 그의 몸과 팔에도 더 힘이 들어갈 뿐 내 몸이 그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가만히 있어!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여 버릴 테니까.” “우웁-” 무,무서워-!!! 이 남자 진심이다.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 차 있어. 진짜야. 나 죽여 버릴지도 몰라. 아,아- 나 여기 와서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니!!! “내 말만 제대로 들으면 보내주겠어.” 으, 으, 어떡해... 어떡해... 괜히 무당 찾는다고 여기 산까지 올라와서 이런 꼴이나 당하고... 얌전히 그 싸가지 없는 원범 옆에 붙어 있을 껄... 아니지, 아니지!!! 원범 옆에서 내가 사라진 게 아니라 원범이 없어진 거지!!! 물론 형이 다쳐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알겠어?” 내 입을 막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팔로 나의 목과 몸을 눌렀고 나는 겁에 질려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봤다. “지금 저쪽 밭에 두 사람이 있어.” 끄덕끄덕. 일단 살려면 열심히 끄덕이자. “그 두 사람에게 먹을 것과 천을 달라고 해. 약초를 달라고 하면 더 좋고.” 약초? 먹을 것? 천? 쌩뚱 맞은 말들에 나는 이게 뭔 소린가 싶어 가만히 생각했다. 저들에게 갑자기 약초나 먹을 것 천이 있을 리가 만무했고 이 남자는 나를 협박하면서 왜 그런 것들을 구하는 것일까?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을 치거나 할 때에는... 내 손에 잡히는 즉시 죽는다. 너도 저기 두 사람들도.” 으으- 소름돋아, 무서워. 무서워. 흐윽, 어무니 아부지 제발 저 좀 집으로 데리고가 주세요. 저는 21세기가 좋아요. 맑은 공기 안 마셔도 되고 안 조용해도 되고 안 평화로워도 되고 안 예뻐도 되니까 제발 나 좀 데리고 가주세요... 집으로... 집으로 가고 싶다구우! 흑... “윽...” “에?” 갑자기 나를 누르고 있던 그 사람의 팔에 힘이 빠지더니 이내 털썩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리는 남자. 이때다, 이때다 도망치자!!!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힘차게 달렸다. 달려라! 달려라! 달려야지 산다!! “크윽...” 우뚝, 발걸음이 멈춰 섰다. 앞으로 달려가야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머리로 너무나도 간단하게 알고 있었지만 뒤에 신음하는 남자의 소리에 내 몸이 멈춰서 겁대가리를 상실한 채 홱 뒤를 돌아보았다. “세,세상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남자는 어딘가를 크게 다쳤는지 배와 다리에서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신음했고 앞으로 고꾸라져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 남자, 아까 나를 죽인다고 협박한 사람인데... 그리고 이렇게 다친 것을 보면 분명히 어딘가의 나쁜 사람일텐데... 도와주지 말자. 도망치자. 도망쳐서 이 남자의 이야기를 한 다음에... 그 다음에 이 남자를 경찰서에 넣어 버리는 거야! 아, 여긴 경찰서가 없나...? 하여튼 그럼 그 비슷한 곳에라도!!! “크윽...”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고는 숨을 헐떡이며 나를 노려본다. 꼴까닥, 살기등등한 그의 모습에 오한까지 났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쳐야 하는데 도망칠 수가 없었다. 이 남자... 내가 가까이 가도 어쩌질 못해. 이렇게 피를 흘리고 이렇게 아파하면서 뭘 어떻게 하겠어... 홱, 눈썹을 치켜 올리며 차박- 한 발자국 그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오히려 그 남자의 동공이 커지며 나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저렇게 피를 많이 흘리고 저렇게 지쳐있는데 아무리 힘없는 여자인 나라지만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거다. 얼굴도 창백할 정도로 질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해치겠는가. “괜찮아요?” 차박, 차박 천천히 그에게로 걸어가 말을 걸자 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나를 무섭게 노려본다. 올 테면 와 바라, 확 물어버릴 테다. 라는 표정이랄까? 어떻게든 발악하는 표정, 죽어도 상관은 없지만 나 혼자 죽지는 않을 거라는 그런 표정... 이 남자, 이런 살벌한 표정을 왜 하는 걸까? 그리고 이 남자, 어쩌다가 이런 꼴로 산속에 숨어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는 걸까? 차박,차박 남자를 향해 가까이 걸어갔고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피 범벅이 된 그의 옷과 모습으로 볼 때 상처가 굉장히 심해 보였다. “여기 잠깐만 있어요. 내가 사람을 불러올 테니...” “안 돼!” 있는 힘을 다 해 소리치는 남자.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듯 숨을 헐떡이면서 사람을 부른다라는 소리에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나 나를 잡으려 손을 내뻗었고 나는 당당하게 그 남자의 손을 내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그 남자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린다. “무리하지 말아요. 당장 사람을...” “안 돼! 절대... 안 돼... 크윽...” 그의 손을 잡은 내 손에 그가 있는 힘을 다 해 힘을 주어 본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전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쓰러져 버리고 나는 깜짝 놀라 그대로 주저앉아 남자의 상태를 살폈다. “이봐요! 이봐요!” “제발...” 남자는 나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숨을 헐떡거리며 나를 향해 힘겹게 말을 내뱉는다. “제발... 사람을 부르지... 말아... 하아...” “아,알았어요! 알았을테니까... 그래! 당신 말대로 저 사람들한테 뭐든 얻어올테니까 여기 있어요. 정말 올테니까... 여기 있어요.” “크윽...” 이 남자, 이 상태로 가다가는 그대로 죽어버릴 것 같았다. 내 앞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싫은데... 누군가가 죽는 거, 누군가가 아픈 거... 싫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당신! 죽게 하지 않을 거에요. 내가 반드시 살릴거에요!” 내가 이 남자를 왜 돕는지 모르겠다. 이 남자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협박도 했고 나를 해치려고까지 했는데 대체 뭐하는 짓이람? 이 남자 어쩌면 엄청난 범죄자일지도 모르는데... 정말 박꽃잎 멍청이! 하지만... 그냥 둘 수는 없다. 피를 저렇게 흘리는데...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그리고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저렇게도 싫어하는데... 일단은 저 사람 말을 들어주자. 저렇게 아파서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하니까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살려 놓고 사람을 불러 체포해 가라고 하면 되지. 인심이 이리도 좋을 줄이야... 하.하... 역시 21세기 사람들은 인심이 야박했던 것일까... 나는 약초도 없을 줄 알았고 먹을 것도 없을 줄 알았고 천도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 내 손에는 세 개 다 들려 있었다. 약초도, 먹을 것도, 천도... “약초를 다 가지고 있을 줄이야...” “밭 위쪽은 약초밭이니까.” “에?” 끙끙 거리며 식은땀을 흘리는 그의 입술에서 조심스럽게 말이 흘러 나왔다. “밭 위에는 약초밭이니까... 내가 그곳으로 못 걸어갔을 뿐이지... 약초는 남아 돌 정도로 있으니까...” 밭 위라는 말에 슬쩍 위를 올려다보니... 못 갈만도 하다. 사람들 눈에 띠는 것 원하지 않는 사람이 저렇게 훤하게 뚫린 곳에 약초를 따러 갈 수도, 그리고 이런 몸으로 저곳까지 갈 수는 없을 테니까. “미안한데요...” 내 말에 남자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응시한다. “약초 같은 거 처음 봐서... 이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도와드리고는 싶은데...” 창피하다. 난감하다. 얼굴이 붉어진다. 완전 당당하게 당신 내가 살려요! 해놓고... 정말 쪽팔리게 시리 약초 하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니... 으... 으... “진짜 도와주고 싶은데... 일단 모르니까...” “풉.” “에?” 웃어? 지금 이 중요한 순간에 웃어? 아파 죽어 넘어가는 순간에 웃음이 나와?? 나는 허- 하는 표정으로 너무 황당해서 그 남자를 보는데 그 남자는 괜히 웃었다 싶은 얼굴로 아픈 곳을 손으로 부여잡으며 굉장히 괴로워한다. 그러게 웃긴 왜 웃어. “웃기지 좀 말아줘라.” “난 웃긴 게 아니라! 그냥 말을...” “그 약초를 빻아서 상처 난 곳에 올리면 돼... 하... 크윽... 그리고 천을 묶어서 그 약초가 상처에 스며들게 하면... 찢어진 게 아니라 파인 거니까... 어떻게든 상처가 아물...” “알았어요. 예, 예. 알았어요. 해볼 테니까 말 그만 하고 쉬어요.” 처음 해봐서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꽃잎아 파이팅!! 이 남자, 내가 살리기로 했다. 뭐하다가 이렇게 됐는지 얼마나 나쁜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 남자는 이 남자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 나도 다른 사람들이 다 반대하고 싫어하는데 무당을 찾아 그 펜던트를 되돌려 받으려는 것처럼 말이야.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며 최선을 다해 상처가 난 옆구리 부분과 종아리 부분에 약초를 바르고는 꽁꽁 천으로 묶고는 한숨 돌리며 남자를 향해 말했다. 남자는 조금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것인지 숨을 아까보다는 훨씬 고르게 쉬며 내가 치료해준 옆구리와 종아리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보는데... 뭐야, 내가 뭘 잘못한 건가? “고맙다.” 나를 바라보지 않은 채 그저 그대로 자신의 상처를 응시한 채 고맙다는 말을 하는 이 남자. 정말 딱 세 글자. 고맙다, 였지만 그 글자에서 진짜 진심이 느껴졌다. 건성건성 대충대충 하는 그런 고맙다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진심을 담은 느낌. “이제 좀 괜찮은 것 같나요?” “아까보다는...” 정신이 없어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나랑 비슷한 또래...? 아니 나보다 약간 위? 같았다. 나이 말이다, 나이. 많이 먹어봤자 20대 초반... 적게 먹는다면 10대 후반? 그렇게나 어린 남자아이가 이렇게 심하게 다쳐서 왜 이런 숲속에 숨어 있는거지? “근데 왜 여기에 있는 거에요?” 내 말에 남자가 나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내가 묻지 말아야 할 것이라도 물은 것 마냥 입술을 꾹 다문채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그. “이렇게나 다쳐서 여기에 있는 거...” “이상하고 수상하지.” “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건가?” 그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하지 않는 것이 맞는지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상하고 나를 위협까지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하지만... 왠지...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 사람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저렇게 다치고 피를 흘리며 괴로우면서도 끝까지 이 산을 나가지 않고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건... 무슨 사정이 있는 걸 거야. “안 할게요.” 남자의 동공이 커졌다. 내가 못할 말이라도 했을까? 왜 저렇게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거야?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묻자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는 고개를 홱 돌려 버리며 무뚝뚝한 말투로 말을 내뱉는다. “그다지.” “여기에 계속 있을 거에요?” 내 물음에 그는 또 다시 입을 꾹 다문다. 솔직히 몸 상태를 봐서는 이곳에서 얼마 벗어나지도 못할 것 같은데... 아무리 여름이라 하지만 밤에는 쌀쌀하고 저 상처에 비라도 맞으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어디 몸 뉘일 곳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또 말을 안 한다. 아니, 자기 신경 써서 말하고 있는데 말하는 족족 확확 씹어버려? 우씨, 그냥 확!! 아버님께 꼬질러 버릴껄!!! 일단은, 말하지 않는다고 약속했고 그리고 별로 말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까... 참는다. 흥. 고개를 홱홱 돌리며 남자가 쉴곳을 찾아보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 진짜 비라도 맞으면 비 맞고 이대로 죽어버리는 거 아니야? 으으- 으으- 싫어!!! “저기! 저기라도 들어가요.” 남자의 손을 이끌며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다 쓰러져가는 움막 같은 곳이었는데... 편안하게 쉬지는 못해도 일단 비와 뜨거운 햇볕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리요. 저기로 가요.” 남자의 팔을 잡아당기자 남자는 신음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나는 그런 남자를 보며 살짝 비웃어줬다. “아까 내 목을 조르면서 협박하던 남정네가 어디의 누구시더라?” “쳇.” 남자는 내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 절뚝 무너져 가는 움막으로 향했다. 멀리 있지만 저런데 라도 있으니까 어디야. 당신 운 좋은 거라구... 이렇게 착한 박꽃잎이 만나고 저런 움막도 좀 멀긴 하지만 가까이 있고... 물론 가장 좋은 운은 이 박꽃잎이를 만났다는 것? 후후훗- 박꽃잎이가 워낙 착해야 말이지. 이힛, 이힛. 이힛... “뭘 그렇게 혼자 웃는 거야?” “엑.” 이렇게 민망할 수가... 히죽이죽 좋다고 웃고 있는데 남자가 ‘얘 뭐야?’ 라는 표정으로 멀뚱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하하. 아하하. 창피하다. “그,그냥! 좋은 일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으네요!” “좋은 일?” “네! 이게 좋은 일이죠. 아하하!!!” 어색하다, 어색해. 나 너무 어색해. 솔직하게 ‘당신 나 만난 거 운 좋은 줄 알아!’ 라고 말할 껄 그랬나? 역시 사람은 뭘 속이고 못 살아... 특히 나 같이 얼굴에 생각에 드러내는 아이들은 ( 원범이가 그랬으니까 맞겠지? ) 거짓말 같은 거 못 하고 산다. 아아, 나의 거짓말은 양순이에게만 먹히는 걸까. 흑. 나의 어색한 웃음에도 내가 왜 히죽이죽 거렸는지 진짜 이유가 궁금하지 않는지 내게서 시선을 돌리며 힘겹게 움막으로 향하는 남자. 남자가 기댄 덕분에 안 그래도 작은 내 키는 땅속으로 우두둑- 하고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아, 성장기에 무거운 거 걸치면 안 되는데... 나는 더 키 커야 한다구!!! “웃차.” 다 쓰러져가는 움막에 남자를 두고 한번 쭈욱 움막을 둘러보았다. “설마 이 움막이 쓰러져서 죽지는 않겠죠?” 방긋 웃으며 말하자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서 시선을 거칠게 돌린다. 어쭈, 이 남자야! 난 생명의 은인이라구!!! 우씨... 뭐라고 한마디 팍- 하고 던져줄까 하다가 이내 어깨에 힘을 빼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내 눈에 아까부터 거슬리던 것 하나. 아니 저렇게 아프면서 왜 왼손에 들려 있는 천에 싸인 막대기는 꼭 쥐고 있는 거야? 신주단지야? 보물단지야? 뭐야?? “근데 그건 뭐에요. 손에 쥐고 있는 것...” 내 말에 남자는 아픈데도 불구하고 재빠르게 내 쪽에 있었던 긴 천 막대기를 나와 멀리 두고는 나를 올려다 본다. “뺏으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궁금...” “궁금해 할 필요 없으니까 신경 꺼.” 으- 기분 나빠. 이 사람아! 나 생명의 은인이라니까!!! 반말을 찍찍 내뱉지 않나 ( 물론 나보다 나이는 많은 것 같지만, 그래도!! ) 생명의 은인에게 싸가지 없게 대하질 않나!! 에씨, 괜히 살렸다. 괜히! “저 갑니다.” 미간을 홱 찌푸리며 움막을 나가는데 남자는 나를 잡지도 잘가란 소리 한 마디도 하질 않는다. 우아, 저 남자 진짜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네!!!! 일단 약속은 했으니까 사람들에게 알리지는 않겠지만 은혜 모르면 사람이 아니지!!! 우이씨- 무당 찾기는 커녕 웬 사람 하나 구하고 날 다 지내... 처벅처벅 움막을 나와 산을 내려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떡해야 하지? 이대로 다시 무당을 찾으러 가야 하는 거야? 아니면 꼬리 내리고 양순이에게로?? 일단은 북쪽을 알아야 무당을 찾으러... “에에-” 아까까지만 해도 밭에서 일을 하던 부부가 보이질 않는다. 아까 약이랑 먹을 것 가지러 갔을 때 북쪽이 어디냐고 묻는건데... 아! 움막에 있는 그 남자한테 물어봐?? “으... 싫어. 싫어. 싫어.” 고개를 세차게 끊어서 세 번 삭삭 돌리며 열심히 산을 내려와 내가 왔던 길을 도로 가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질 테니까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가겠지? 그러면 북쪽을 가르쳐 줄 사람도 많을 테고... 일단 양순이를 안 만나게 조심하면서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31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6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544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68 히에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우아, 대게 귀여운 손글이에요^^ 감사드립니다~★ “아씨!” 안 만날 리가 없지... 조심하면서 하면 안 만날거라고 생각한 내가 참으로 순진했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헐떡이는 숨을 고르지 못한 채 내 앞으로 미친 듯이 달려오는 양순이. 우아!! 용가리가 뛰어 온다!!! “양순아.” 방긋, 웃어 보였지만 양순이의 표정을 보니 내 미소가 어색해진다. 많이 찾았구나... 나를 많이 찾았어... 윽, 미안하다. 윽, 엄청 혼나겠다. “대체 어떻게 되신 거에요!!” “으응... 헤헤.” “원범이가 아씨 모신다고 했는데 이게 대체!!” “그 사람 형 다쳤다고 그냥 나 냅두고 가 버리던데?” 내 말에 양순이는 입을 쏙 다물며 갑자기 뒤를 홱 돌아본다. 양순이가 뒤돌아 본 곳에는 저 멀리 원범이 느적느적 걸어오고 있었고 그 앞에 철정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달려와 양순이 앞에 선다. “모,몸은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아주 멀쩡해.” 착하고 온순한 철정이의 걱정에 나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그 뒤에 오는 원범을 향해서는 눈을 홱 치켜 올리며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그런 나의 시선에도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내 앞으로 다가오는 원범. “아무리 그래도 아씨는 신경 써줘야지! 너가 책임진다고 했잖아!” 양순이는 원범을 향해 바락 소리를 질러댔고 그것에 여전히 별 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말한다. “정신이 없긴 했는데 진짜 내 안내를 받을 생각이면 나를 따라왔겠지.” “뭐?” 양순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너 따돌리고 나 따돌리고 혼자 뭐가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너도 안 찾고 지금까지 돌아다닌거 아니겠냐?” 뜨끔, 쿡쿡쿡- 피융- 하니 비수가 내 가슴에 푸욱- 아주 깊숙이 박힌다. 찔린다, 찔린다. 미친 듯이 찔린다. 아니 원범 저 놈이! 나를 엿 먹을라고 하는 갑다!!! “아씨...?” 양순이가 설마? 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나는 크게 손을 흔들며 고개를 내저었다. “무슨 소리야! 그런 거 아니야. 양순아.” “그럼?” “아니 원범이라는 저 사람이 훌러덩 가버리고 어떻게 할지 몰라 우왕좌왕 거리다가 너한테 찾아갈까 하긴 했지만 너네 오붓한 시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고...” 진짜다. 진짜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방해자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으니까. 물론! 무당에게 찾아가기 위해 혼자 다니고 싶어 한 것은 맞지만 원범이 홀라당 가버리는 바람에 그 기회가 왔지 일부러 내가 따돌린 건 아니잖아? “에휴...” 양순이는 큰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다. “어쨌든 다행이에요. 아씨 이렇게 무사히 뵈어서.” “꼭 내가 어떻게 됐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나봐?” “에! 에! 어찌 제가 그런 불경스러운 생각을 하겠습니까!!” 양순이 하늘까지 닿을 듯한 기세로 제 자리에서 펄쩍 뛰며 정색을 한다. 그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고 괜히 기분이 좋다. 양순이... 애가 생긴 것과 다르게 너무 착하고 정 많고... 정말 괜찮은 애다. 철정이도 온순하고 착하고 어른스럽고 좋은 사람 같은데... 저 원범 시끼는.... 흥. “걱정 많이 했어?” “엄청 했습니다... 흑...” 내 물음에 풀 죽은 강아지 마냥 잔뜩 기가 죽어서는 그렁그렁 눈물 맺힌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양순이. 참, 귀엽다. 양순이. 이러니까 철정이한테 사랑을 받는 거겠지? “걱정 하지마. 나 정말 괜찮으니까. 이제 집에 돌아가자.” 내 입으로 내가 집에 돌아가자고 할 줄은 몰랐다. 아, 오늘은 정말 21세기로 갈 줄 알았는데... 정말 상황 좋았는데... 양순이는 철정이에게 두고 원범은 자기 형 때문에 사라지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북쪽만 찾아서 가면 되는 거였는데... 으으윽!! 그 놈의 동서남북을 몰라서!!! 그리고... 그 남자!! 다친 그 남자 때문에 해는 다 지고!! 기껏 살려줬더니 싸가지 없이 뿡뿡 거리기나하고!!! 우씨- “예, 아씨. 조금 있으면 해가 지겠습니다.” 양순이는 소매로 눈물을 북북 닦으며 환하게 웃고는 내 옆에 딱 서 방글 방글 웃었다. 나보다 훨씬 키도 크고 등치도 크고 다 큰데... 난 왜 이렇게 양순이가 동생 같을까. “아씨. 안녕히 가세요.” 철정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사를 꾸벅 했고 나는 그것에 방긋 미소 지었다. “그래. 나중에 또 보자구나.” “예. 아씨.” 철정이의 대답과 동시에 내 시선은 원범에게로 향했고 원범은 내게 할 말이 없는지 시큰둥하고 무관심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한다. “형은 괜찮아?” 내 말에 그가 나를 바라본다. “형 쓰러지셨다며 괜찮냐구.” 이 새끼, 또 먹는 거야? 내 말은 또 먹는 거야? 냠냠 맛나나? 맛나? 응? 왜 그렇게 드셔. 왜 그렇게 먹어. 응? 배고파? 배고프면 말을 먹지 말고 밥을 먹어!!! “어. 뭐. 괜찮아.” 대체 얼마나 뜸을 들이고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온갖 욕을 다 퍼붓고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를 때쯤 겨우 말문을 열어 달랑 몇 마디 툭 내뱉는 원범. “그래. 다행이네. 깨어 나셨고?” “어.” “으응- 그렇구나.” “잠깐. 근데 왜!!!” 갑자기 양순이가 나와 원범 중간에 홱 끼어들더니 원범을 노려보며 삿대질을 하기 시작한다. “너 뭐야! 너 뭐야! 너 왜 우리 아씨께 반말 해!” 옳지! 양순이 잘한다! 양순이 멋지다! 양순아 따랑해-!!! 원범, 이 놈아. 우리 양순이의 용가리 파워를 한 번 맛보렴!!! “존경할 사람이 아니니까.” 정말 눈썹 하나 꿈틀 하지 않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턱을 살짝 들어 올리는 거만한 포즈로 나를 응시하며 말하는 원범. “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헛, 하고 튀어 나온다. 원범의 말에 양순이도 황당한지 억, 하는 얼굴로 멍하니 벙쩌 있고 철정이는 어쩔 줄 몰라하는 시선으로 이리저리 우왕좌왕 거리며 양순이를 말린다. “우리 아씨가 어디가 어때서!!! 너 이렇게 버릇없게 굴면 안 돼!!!” “신경 쓰지마. 내가 판단하는 것뿐이니까.” “뭐!!” 와- 양순이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 엄청난 불 분수에도 움찔 하지도 않은 채 나를 똑바로 노려보는 원범. 어쭈,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야?? 으으- 열받네. “양순아. 그만 됐어. 가자.” “하지만 아씨!” 양순이가 억울해 죽겠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고 나는 양순이가 아닌 원범을 힐끗 응시하며 들으라는 식으로 크게 말했다. “저런 사람 뭣하러 신경 쓰니?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야.” 여기다가 이 말을 응용해도 되는 걸까? 하하하. 약간 어색한 감이 없지 않은데 양순이는 내 말에 맞다며 박수를 쫘악 치며 원범을 향해 흥! 하며 콧방귀를 뀌고는 앞으로 앞장섰다. “아씨! 가시지요. 똥 피해야죠!!” 으이구- 우리 귀여운 양순이. 내 말도 참 잘 듣지요. 나는 그런 양순이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 방긋 웃으며 양순이를 따라 가다 이내 슬쩍 원범을 흘기며 그의 곁을 지나쳐 갔다. “안녕히 가세요!” 철정이의 큰 인사에 나 역시 크게 답해지고 집으로 향했다. “와, 아씨 곱습니다. 정말 고와.” 양순이는 비단 한복을 입고 얌전히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넋을 잃은 채 말한다. 호호, 내가 곱니? 고와? 이뻐?? 조선시대에 오니 다들 나를 이쁘다고 해주어 정말 좋구나. 아, 이쁘다고 해주는 것 때문에 살짝 21세기로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도 든다니까. “고마워.”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양순이에게 말하자 양순이는 내 앞에 살짝 다가와 말한다. “아씨. 점점 아씨께 귀품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응?” “처음에는 좀 천방지축인 면이 많았는데... 물론 지금도요. 하지만 이럴 때 보면 정말 곱고 우아하고 청초합니다.” “양순아. 너 뭐 먹고 싶은 것이 있구나?” “에? 아닙니다!!!” “근데 왜 이리 내 칭찬을 해주는 거야?” “저는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양순이의 말에 나는 실눈을 뜨며 양순이를 바라보자 그녀는 펄쩍 뛰며 소리친다. “정말입니다! 정말입니다!” “흐음- 알았어. 그렇게 믿어줄게.” 양순이에게서 시선을 돌려 어머니께서 주신 수를 놓을 판과 실과 바늘을 뒤적거리다가 이내 슬쩍 양순이를 올려다보았다. “내일도 철정이에게 갈까?” “저,정말요?!” 이것봐라, 얼굴 혈색이 확 도는 것 봐라. 아, 이래서 사랑의 힘을 참으로 위대한 것이구나. 예쁜 사랑, 깊은 사랑을 하는 양순이를 바라보며 쩝, 입맛을 다졌다. 부럽다... 흑. “응. 그러자. 내일 나가자.” “예! 예! 그래요! 그래요!! 헤헤.” 귀여운 양순이. 아, 나도 빨리 사랑 하고 싶다. 그 사람만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 종일 봤는데도 뒤돌아서면 보고 싶은 그런 사람. 그 사람 시선 하나에도 심장이 터질 듯하게 뛰는 그런 애틋한 사랑... “세영 아가씨 오셨습니다.” 우량 아줌마, 아니 양순이의 어머니 즉 천안댁 ( 모두들 그렇게 부른단다. 천안에서 시집와서 천안댁) 이 밖에서 세영 아가씨, 바로 나의 어머니가 나를 가르쳐주신 스승님으로 모신 양반집 아가씨였다. “아가씨 오셨나 봐요.” 양순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세영 아가씨라는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서자 양반집 아가씨라고 하기에는 허름한 옷차림의 20대 초반의 여자가 다소곳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를 발견하는 즉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도 역시 정중하게 예의를 다 해서 ( 나 나름의 최선이다. ) 인사를 하고 세영 아가씨를 방 안으로 모셨다. 세영 아가씨를 위쪽 보료 위에 앉히려고 했는데 아가씨의 사양 끝에 내가 보료 위에 앉았고 세영 아가씨는 내 앞 방석에 너무나도 여성스럽게 다소곳이 앉아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작은 눈이었는데 그 눈이 어찌나 잔잔하고 우아한지 아름답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귀품이 흘렀다. “유세영이라고 합니다. 마님의 부탁을 받아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말투에 나는 그만 확 주눅 들어 버린다.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세영 아가씨를 바라보다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고 입술을 떼었다. “박꽃잎이라 합니다. 아까 낮에는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작게 고개를 숙이자 세영 아가씨가 말을 찬찬히 내뱉는다. “아닙니다.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먼곳 오시느라 힘드셨을텐데... 고단하시지는 않으신지요.” 오, 오, 오-!! 나 너무 능숙해. 나 너무 현란해-!!! 대체 이런 말투 어디서 배운 거지?? 물론 사극을 보긴 봤지만 내가 이런 말투를 쓸 줄 알았는지는 난생 처음 알았다. 이상해, 이상해- 뭐랄까, 알지 못하고 있는데 마치 내가 알고 있는 듯한... 내 몸이, 내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듯한... 어떻게 이런 기분이 들 수 있는 거지? “걱정해주신 덕인지 괜찮습니다.” “다행이에요.” “제가 아가씨를 가르치게 될 것은 글과 반가의 여식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법도와 몸가짐 그리고 수라던가 옷을 짓는 법등을 배울 것입니다.” 아, 아, 뭐가 이렇게 배울게 많아! 글, 뭔 법도? 몸가짐? 수?? 에이씨 모르겠다. 일단 21세기로 가기 전에는 여기서 충실한 생활을 해야 하니까. 열심히 배워봅시다!!!! 그리고 나 국사는 50점 위로 맞은 적은 없지만 한자, 한문은 시험 볼 때 마다 90점 이상을 맞았잖아? 이것도 엄마에게 고마워해야겠다. 몇 번이나 말했다시피 우리 엄마는 옛것을 상당히 좋아하고 아끼시며 사랑하신다. 그러기에 그것들을 보존하려고 하고 그것들을 계승하려 하신다. 나는 어릴 때 한글과 함께 한자를 배웠다. 한글은 고유의 우리나라 말이고 한자는 중국의 말이지만 중국의 말을 배운다기보다는 우리 나라의 서예를 배운다는 말이 옳겠지. 엄마의 글씨체처럼 수준급은 아니었지만 커서도 며칠에 한 번씩은 엄마 옆에서 먹을 갈아 붓으로 글을 썼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하나... 이 시대는... 세종대왕님께서 훈민정음을 만드신 시대인갑다... 한자가 더러 섞여 있긴 했지만... 이곳은 훈민정음을 썼다. 참으로... 복잡하게 시리... 하지만-!! 그래도 이 몸은 서예를 오래도록 한 몸이니까!!! “처음 쓰시는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 쓰십니다.” 글자를 하나 가르쳐 주고는 그 글자를 써보려고 말했던 세영 아가씨. 먹을 정성스레 갈아 나에게 넘겨주었고 나는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열심히 글자를 써내려갔다. 그것에 세영 아가씨는 놀란 얼굴로 날 보았고 별 것도 아닌 솜씨에 나는 민망하고 뻘쭘해졌다. “마님께서 아가씨의 재능을 보시면 분명 기뻐하실겁니다.” “하찮습니다. 이리 칭찬해주시니 민망합니다.” 술술 내 입에서 술술- 마치 당연스럽게 여태까지 써온 말들처럼 너무나도 술술 옛 말이 나오는 터라 당황스러웠다. 머릿속에서는 ‘별거 아니에요~ 칭찬해주시니까 와, 뻘쭘하네. 헤헤’ 이건데... 나도 모르게 옛 말이 술술 흘러 나왔다. 혹시 나 천재 아니야, 천재?? 세영 아가씨와 나는 서로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며 수업을 했다. 이야기의 전부라 할 정도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묻지 않고 수업의 내용에만 충실했고 왠지 나도 세영 아가씨께 개인적인 질문이나 개인적인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왜인지... 싫었다. 세영 아가씨에게서 거부감이 느껴졌다. 왜인지 알 수 없지만, 특별한 이유도 없지만, 나쁜 인상도 아니었지만... 그냥... 그냥 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32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7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643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69 푸른냥이S2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오늘 몇 시쯤 나갈까요?” 철정이를 만날 것에 잔뜩 들떴는지 아침을 먹고 난 후 어머니가 주신 수를 놓고 있는데 양순이가 옆에서 방긋 웃으며 물어본다. 아, 천하의 박꽃잎이가 수를 놓고 있을 줄이야... 21세기에 있는 우리 엄마가 놓으라고~ 놓으라고, 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했는데... 이거 놓다 보니 재밌다. 점점 모양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고 뿌듯하고... “글세. 점시 지나서 나갈까?” “예! 예~ 그래요. 아씨.” “그렇게 좋으냐?” “에! 아니에요! 좋기는요!!” 정색을 하며 손사래를 치지만... 양순아. 얼굴에 다 씌였구나. 아, 빨리 솔로에서 벗어나든지 해야지 양순이 때문에 더 외롭다, 더 외로워. 화려한 솔로? 웃기라 그래. 그것도 남자 있는 것들이나 화려한 솔로다. 왜 화려한 솔로냐! 한 남자한테 얽히지 않고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싶은 거 만나고 즐기면서 다니는 게 화려한 솔로거든. “아아-” “아씨, 왜 한숨을 쉬십니까?” 내 한숨 소리에 양순이가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고 나는 양순이를 맹- 한 눈으로 응시하며 또 다시 한숨을 깊게 쉬었다. 아, 남자 있는 것들은 참으로 좋겠구나~ “아씨. 아씨~” “어? 엄마다.” 밖에서 나를 부르는 천안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씨 계셔요. 왜요??” 양순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나으리께서 아씨를 찾으신다. 모시고 와.” “나으리께서? 왜?” “그건 네년이 알바가 아니잖아! 한양에서 오신 손님도 계시니 아씨 몸가짐 잘 해드려.” “에씨, 알았어. 왜 욕은 하고 그래!” “고만 궁시렁되고 빨리 안 해?!” “알았다구!!” 양순이가 입이 대빨 나와서는 잔뜩 인상을 쓰고 방안으로 들어와서는 뒤를 돌아보고는 입술을 꿈틀꿈틀 거리며 혼자 뭐라고 짜증을 부린다. “왜~” 방긋 웃으며 양순이를 향해 묻자 양순이는 털썩 주저 앉는다. “우리 엄마는 맨날 나만 보면 욕이에요.” “편히 대하시는 거지.” “마님 보셔요. 얼마나 우아하고 지성미 넘치시는지.” “천안댁은 포근하고 좋아 보이잖아.” “그건 아씨한테나죠. 저한테는 얼마나 땍땍거리는데요!” “그래도 세상에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어.” 나의 말에 양순이는 입술을 쭉 내밀다가 이내 방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으리께서 부르신대요.” “으응-” “한양에서 사람이 왔다 든데... 대게 높은 사람이래요.” “그래?” “예. 엄마랑 팔봉이가 하는 소리 들었거든요.” “아... 근데 왜 나를 부르시는 거지?” “글세요... 저도 그걸 모르겠네요. 흐음...” 양순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내 머리에 쥐가 난다며 자리에서 펄쩍 뛰며 나의 옷매무새를 만져주고는 자신이 앞장서 아버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꽃잎이입니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나 왜 이렇게 긴장이 되지? 아버님과 손님이 계신 이곳에 서 아버님께 내가 왔다는 말을 하는 것 뿐인데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것에 양순이가 옆에 서서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고 나는 괜찮다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들어오너라.” 아버님의 말이 끝나자 나는 사뿐사뿐 조용히 걸음걸이를 하였다. 세영 아가씨의 말로는 자고로 여자는 나비가 꽃에 앉듯 그렇게 걸어야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라고 했다. 일단 여기서 얼굴은 통하니까 ( 푸하하, 제일 좋아. 제일 좋아. ) 몸가짐이나 말투를 우아하게 하면 난 절세미인?! 꺄악-!! 몰라, 몰라, 몰라!! 내가 절세미인이래! 아잉~ 몰라, 몰라, 몰라~!! 하아- 내가 점점 내 정신이 아닌 것 같다... 드르륵- 양순이가 문을 열어주고 나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한양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시다. 절 하거라.” 아버님의 말에 나는 살짝 시선을 들어 올려 아버님이 말한 한양에서의 귀한 손님이라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아버님과 같은 연배의 사람 같은데 생김새는 상당히 우직하고 사람을 휘어 잡을 수 있는 아주 강렬한 인상이었다. 힐끗 바라 본 나는 바로 다시 시선을 내리며 최선을 다해 절을 하고 다시 일어나 몸가짐을 다잡았다. “앉거라.” 아버님의 말에 나는 사뿐히 앉아 조용히 눈을 아래 깐 채 위로 뜨지 않았다. 왜냐? 세영 아가씨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그게 예의라고 했으니까. “현감께 이런 참한 여식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한양의 귀한 손님은 무거운 톤의 목소리를 내며 아버님에게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몸져 누워있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입니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다구요. 그런데 지금 따님의 혈색을 보니 다 나은 듯합니 다.” “몸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따님이 절세가인이시구료.” “과찬이십니다.” 아버님은 웃음기 없는 딱딱한 말투로 시종일관 한양에서 오신 그 귀한 손님이라는 자를 대했고 그 한양에서 온 그 남자는 뭐가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나를 바라본다. “곧 시집을 보내야 할 나이지 않습니까?” 커억-, 시집? 갑자기 여기서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와. 설마 나 여기 부른 게 그 이유 때문인 거야? 에! 설마, 이렇게나 빨리 시집을 보낸다고? 어른들이 알기에는 나 아픈 거 나은지 정말 며칠 안 됐는데?? “보내야지요. 그러나 아직 부족한 아이라...” “이렇게 훌륭하신 따님을 두고 부족하다니요.” “아직 많이 모자란 아이입니다.” “나중에 따님 시집보낼 때 되시면 저에게 먼저 귀뜸해주십시오. 제 둘째 아들놈이 나이가 차 장가를 들 시기거든요.” 너스레를 떨며 아버님을 향해 말하지만 아버님은 그저 입가에 작은 미소만 띄울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으신다. 한양서 오신 귀한 분은 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시원하게 웃는다. “볼수록 마음에 듭니다. 꽃잎이라고 하였느냐?” “예. 그러하옵니다.” “목소리 또한 옥구슬이구나.” “과찬이시옵니다...” 옥구슬이래, 옥구슬이래- 한양 귀한 아저씨. 목소리 좀 들을 줄 아네?? 푸헤헷, 아버님은 이 분 별로 달가워하시지 않는 듯 하지만 난 좋다. 왜?? 나 이쁘다고 했으니까. 으헤헤. 이유는 단순, 원래 사람이 단순하게 살아야 즐거운 법이다. “그 빌어먹을 놈 때문에 이곳까지 오긴 왔지만 이렇게 현감 여식도 보니 좋습니다.” “그 놈을 잡을 때 까지 머무르실 것입니까?” 그놈? 그놈은 또 뭐야? 내가 오기 전 아버님과 귀하신 분은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 그놈, 그놈 하신다. 그놈 때문에 여기를 왔다니... 대체 그놈이 누구길래 한양에서 이곳 섬까지 온 걸까? “일단은 그럴 생각이긴 합니다만... 한양을 오래 비워놓을 수가 없는터라...” “그러하시겠지요. 그나저나 놀랐습니다. 그 작은 놈 하나 때문에 사직 어른께서 직접 오시다니요.” “워낙 악독한 놈이라 제가 직접 오게 되었습니다.” 악독한 놈?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이분은 한양에서 귀한 일을 하시는 분... 사직 나으리께서, 라고 말하시는 것 보면 어느 관직의 무관 같다. 무관이라 추측한 이유는 손 바로 옆에 두고 있는 커다란 칼집 때문이었고 이 사람은 누군가를 잡으러 온 건가? “그 놈도 운을 다했을 겁니다. 어떻게든 겨우 강화도로 도망치긴 했지만 큰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거든요.” “부상을요?” 아버님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지만 이내 금새 원래의 그 표정 없는 모습으로 돌변하신다. 한양에서 온 사직이라는 사람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아무런 표정 없이 자기 혼자 흥분해 씩씩거리며 말한다. “예. 큰 부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지금쯤 골로 갔을지도 모릅니다. 다리와 옆구리에 화살을 맞았다고 했으니까.” “헉...” 순간 나도 모르게 헛바람을 집어 삼켰고 그것에 아버님도 사직이라는 사람도 나를 응시했다. 바보, 바보, 박꽃잎이 바보-!!! 왜 티를 내, 왜 티를!!! 내가 이렇게 놀라 헛바람을 집어 삼킨 이유? 당연히 어제 내가 구해준 그 남자 때문이다. 그 남자는 정확하게 다리와 옆구리에 무언가에 깊이 파인 흔적이 있었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절대적으로 안된다며 숨어 다녔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사직이 찾는 사람이 어제 그 남자?! “여인이 듣기에는 좀 잔인한 이야기였네. 내 말을 가렸어야 하는데...” 사직이라는 남자는 찔린 것이 아니라 놀랐다고 생각했는지 미안한 눈으로 날 응시했고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어쩌지? 지금 이 자리에서 어제 그 남자를 향해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이 서질 않는다. 대체 그 남자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한양에서 강화도까지 쫓기는 걸까. “의적? 의적은 무슨 도적이오.” 뜬금없이 사직이라는 분은 굉장히 화가 난 얼굴로 이를 부득부득 갈고 주먹에 힘을 주며 말했다. “자기가 마치 대단한 놈이라도 된 모양 관가의 곳간을 털고 그것을 백성들에게 나누어줘? 양반의 금품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쌀로 나눠줘? 글쎄올시다. 정말 과연 그럴지. 이 놈들은 걷은 의적질이지만 분명히 자기네들이 빼돌리는 것이 있을 것이오. 조금 나눠주고 백성들을 자기네 편으로 만들다니... 못된 놈... 그 놈은 꼭 잡아야 하오, 어린놈이 벌써부터 그 큰 패거리 수령 짓거리 하는 걸 보면 싹수가 노란 놈이니까.” 의적? 도적? 사직 대감의 말에 나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과연 어떤 말이 옳은 걸까. 정말로 의적일까? 도적일까? 도적이면 그 남자가 있는 곳을 알려줘야 하고 의적이라면 숨겨줘야 한다. 그 남자... 성깔 대게 나쁘고 누군가를 바짝 경계하는 듯한 그 남자... “흐음- 나는 이만 가겠소. 이곳에서 며칠 더 머무를 생각이니 나중에 술이나 한 잔 합시다.” “그러시지요.” 사직 어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나와 아버님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사직 어른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꽃잎아. 빨리 생각해. 그 사람이 과연 나쁜 짓을 하는 도적일까. 아니면 백성들을 돕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러한 의적일까. 아, 어쩌지... 어쩌지... 머릿속이 복잡해 어쩔 줄을 몰라하는 동안 사직 어른의 배웅은 이미 끝나버렸고 나와 아버님만 덩그라니 남았다. “글공부는 잘 되느냐.” “예. 열심히 하고 있사옵니다.” “세상이 어지럽다.” 뜬금없는 아버님의 말에 나는 놀란 눈으로 아버님을 올려다보았다. 아버님은 나를 바라보지 않은 채 멀리 사직 어른이 나간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신 채 말씀하신다. “탐관오리들은 판을 치고 백성들을 굶주리고 있다. 전하 곁에 탐욕스러운 것들이 흑의 손아귀를 뻗치며 어심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천하 또한 평안하겠느냐.” 아버님이 내게 왜 이런 말씀을 하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사직 어른이 나간 쪽을 바라보며 이러한 말씀을 하시는지... 그때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33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8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458 07.08.27 11:20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70 휴애님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상큼한 손글 감사드립니다^^★ “어,어머 아씨!” 철정이는 멀뚱히 잘만 따라오는데 양순이는 아직도 놀란 것이 멈추지 않았는지 계속 연이어 아씨, 아씨를 연발해 된다. 양순이가 이렇게 놀란 이유? 나는 아버님에게 다녀온 그 즉시 양순이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왔고 양순이에게 정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앞으로 걸어갔고 양순이는 놀란 얼굴로 나를 졸졸 쫓아오고 있었다. 저작거리에 도착해 말도 없이 철정이를 납치하듯이 데리고 나와 어제 내가 갔던 그 길을 빠르게 걷고 있었다. 내가 걷다, 걷다 마지막에 도착했던 그곳. 옆으로는 강이 흐리고 앞에는 커다란 산이 우뚝 솟아 있는 그곳. “아씨... 웬 산이에요?” “양순아!” “우앗!” 양순이에게 대답을 주기는커녕 그녀의 손을 빠르게 덥썩 잡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화들짝 놀라서는 불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너 나 믿지?” “예?” “너 나 못 믿어?” 너무나도 진지하게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조금 어벙했던 얼굴을 금새 날려버리고는 결의의 찬 얼굴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믿어요! 믿고말고요!” “좋아. 그럼 놀라지 말고 나 따라와.” “에? 이,일단 아씨를 믿으니까 따라가긴 하는데요...” 양순이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보지 않은 채로 몸을 돌리고는 겁 없이 그 산을 처벅처벅 오르기 시작했다. 이 산에는 그 사람이 있다. 내가 어제 도와줬던 그 사람이... 그리고 한양에서 온 사직 어른이 찾는 그 사람이... 도적인지 의적인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두려운 그 사람이... “아씨... 헥헥... 언제까지 올라가십니까. 예~?”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아씨~ 아씨께서 이리 체력이 좋으신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나 역시도 몰랐다. 근데 일단 어떤 일이 걱정되고 그 남자에게 빨리 가서 알아봐야 할 것이 많기에 나는 발걸음을 빠르게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 나쁜 놈이라면 지금 당장 잡아넣어야 하고 착한 사람이라면 이곳을 수색하는 한양에서 온 군사들에게서 지켜줘야 한다. 다리에 힘 빡 주고 미친 듯이 올라 간지 얼마쯤 되었을까. 내 시아에 그가 있는 움막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 움막이 보이는 그 시점에서 자리에 우뚝 멈춰서 철정이와 양순이를 향해 몸을 홱 틀었다. “우악.” 양순이 놀랐는지 소리를 지르려고 했고 나는 손가락으로 양순이의 입을 막으며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는 조곤조곤 잘 들리지 않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저곳에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요?” “쉬잇- 목소리 낮추어.” 양순이 천안댁 닮아 원래 화통 몇 개 삶아 먹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조용한 숲속에서 양순이의 말소리를 들으니 아주 귀가 울리겠다. 일단 양순이를 향해 작은 소리로 말하라며 주의를 시키고 말을 이어나갔다. “저곳에 사람은 여기 강화도 사람이 아니야.” “그럼요?” “오늘 아버님이 불러서 손님이 계신 방에 들어갔는데 한양에서 오신 그 손님 말로는 다리와 옆구리에 부상을 입은 도적이 강화도로 도망을 왔다고 했어.” “에엑! 그러면 저기에 도적이 있는 거에요?” “우연히 내가 어제 그 사람을 발견하고 치료해주고는 저곳에 모셨어.” “엑, 그럼 안 되잖아요.” “도적이라고 하기는 했는데... 저자가 있었던 그 마을의 백성들에게는 의적이라고 불렸나봐.” 내 마지막 말에 양순이와 철정이는 모두 입을 쩍 벌린 채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어쩌면 아주 당연한 순리인지도 모른다. 양반에게 의적은 도적이라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일단 정말 의적인지 도적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고 그것을 판단 할 것은 단 하나 직접 만나 이야기 하는 것뿐이었다. “철정아. 부탁하나만 들어줄래?” “부탁이라니요. 하명하십시오.” 철정이는 공손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상냥하게 말했고 나는 그것에 고마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조금은 어려운 부탁을 했다. “저 움막 안으로 들어가면 남자 옆에 천으로 싸여 있는 긴 무언가가 있을 것이야. 내가 생각 할 땐 그것이 칼 같단다.” ‘칼’이라는 글자에 양순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걱정되는 얼굴로 철정이를 바라보았지만 철정이는 겁먹지 않은 얼굴로 담담하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다. “내가 시선을 끌 테니 너는 그것을 빼앗아 줬으면 해... 할 수 있겠니?” “예. 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일이라... 하지 못할 것 같으면 하지 못하겠다고 말해도 돼. 무리 하지마. 응?” “아니요. 할 수 있습니다.” 걱정되는 얼굴로 철정이를 향해 묻지만 그는 시원스런 대답을 하며 다시금 나를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참 편안 미소에 내 마음까지 진정이 되지만 양순이는 철정이가 영 불안한지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얼굴이다. 그런 양순이를 위해 철정이는 잠깐이지만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가는 겁니까?” “응... 천천히 따라와.”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무슨 액션영화도 아니고 대체 이게 무슨 꼴이람.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내 신세를 한탄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어제 이 남자를 도와 살렸는걸... 의적이면 응당 더 도움을 줘야 할 것이고 도적이면 한양에서 오신 사직 어른께 잡아 넘겨야 한다. 잡지 못하면 최소한 있는 곳이라도 가르쳐 드려야 하는 거고. “탁.” 이내 움막 도착. 움막의 떨어질 듯 말듯 한 문을 잡으며 남자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말했다. “납니다. 어제 당신을 도왔던...”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지? 설마 여기서 도망친 건가?? 어제 그 상처를 가지고? 놀란 얼굴로 움막 안으로 빠르게 들어가 안을 보니 움막 한 켠에서 남자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몸은 좀...” “뒤에 놈들은 누구냐.” 엄청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 남자.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남자를 향해 말했다. “경계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입니다.” “누구냐니까.” “저를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당신도 도울 거구요.” “그걸 어떻게 믿지?” “관아 사람이 아닌 여자 하나와 청년 하나를 데리고 온 것을 보고도 못 믿으시겠습니까?” 내 말에 그는 잠시 아무런 말 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긴 듯 했고 나는 그것에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남자는 움찔대며 잔뜩 나를 향해 경계하지만 나는 자리에 일단 털썩 주저앉아 남자의 상처를 보았다. “약초 갈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남자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상처에 난 약초는 하루에 한번씩은 갈아주어야 합니다.” 양순이는 나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를 제대로 가다듬지 못한 채 가까스로 말을 했고 나는 그녀를 보며 방긋 웃었다. “그래?” “예.” “그럼 저쪽에 약초밭이 있대. 약초 좀 가져와 줄 수 있을까?” 양순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하다. 나와 철정을 두고 이곳에서 나가는 것이 영 불안한 모양이었다. 그런 양순이의 마음을 잘 알기에 나는 괜찮다는 듯 자상한 미소를 지어주며 양순이를 내보냈고 남자의 상처를 살폈다. 화살을 맞은 것인지 상처가 꽤 깊었다. “화살 맞은 것 같은데... 화살은 뽑아내었네요.” “걸리적 거렸으니까.” “아팠겠어요...” “.....” “출혈이 심했으면 죽었을지도 몰라요. 알죠?” 내 말에 그는 또 다시 대답을 하질 않는다. 대답하지 않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그의 눈동자를 살폈다. 우리 엄마 말이 사람은 입으로는 거짓말을 해도 눈으로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남자의 눈, 과연 어떨까? 진실 된 눈일까? 아니면 거짓 된? 이 남자의 눈을 본다고 해도 내가 과연,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너... 뭐야?” 남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뭐냐니? “저요?” 놀란 얼굴로 묻자 그가 아무런 대답을 하질 않는다. “저더러 뭐라고 물으시면... 글세요... 저는... 사람입니다.” 나는 아주 진지하게 남자를 향해 말했다. 너 뭐야? 라고 묻는데 대체 뭐라고 할까? 할 말이 없어 일단 나는 사람이니까 사람이라고 대답을 했고 남자는 그런 내 대답에 아무런 얼굴 표정도 보이지 않는다. “풉-” 갑자기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웃음을 파악- 터트렸고 그것 때문에 상처가 아픈지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를 꺾는다. “왜,왜 웃고 그래요?! 아프면서.” “당신이 웃겼잖아.” “내가 뭘요?” 자기가 이상한 질문 해놓고 혼자 웃어 버렸으면서 내 탓이라고 말하는 이 황당한 남자. 어벙한 얼굴로 입을 쩍 벌리고 남자를 바라보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스르릉-! 쟁-” 정말 순간이었다. 눈 깜짝 할 사이였다. 바람이 한 번 스쳐지나가는 그러한 짧은 순간이었다. “철정아!” 남자는 천속에 쌓인 칼을 그 상처 깊은 몸으로도 재빠르게 뽑아 자신의 칼을 가져가려는 철정을 향해 겨누었고 철정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선 채로 식은땀을 흘리며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칼을 거두워 주세요!” “나를 도와?”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살기등등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본다. “도와요. 도울 거에요.” “그런데 나의 칼을 가져가려 하나?” “위험하니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르니까.” 남자의 눈이 살짝 떨렸고 남자는 철정이에게서 칼을 거두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며 힘겹게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전혀 자세의 흐트러짐은 없었다. “너는 뭐지?” 남자가 물었다. “어떤 게 궁금하신 건가요?” “니 정체가 뭐냔 말이다.” 내 정체라는 아주 애매모호 한 것을 물어보는 남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내 정체는 여자이고 박꽃잎인 것? 내 정체는 사실 21세기 사람이라는 거? “이름은 꽃잎입니다. 아버님께서 이곳 작은 관직을 맡고 계십니다.” “양반이냐?” 남자의 눈빛이 시뻘겋게 타올랐다. “높은 집안의 여식은 아니오나 양반이라, 물으시면 그것은 틀리지 않습니다.” “이런...” 남자가 이를 바득 갈며 철정이의 목에 겨운 칼을 더 들어 올리며 분한 얼굴로 위협했고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철정이가 위험하다. 이곳에서 철정이를 다치게 할 수는 없어. 양순이의 사랑인데... 양순이의 운명의 남자인데... 구해야해, 철정이가 위험해서는 안 돼... “틀리지 않으오나 저희 아버님이 잘못된 길을 걷고 계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듯이지?” “제가 묻겠습니다.” 남자의 말을 끊듯 재빠르게 말을 했고 남자는 미간을 찌푸린다. 당황하지 말자. 냉정하자. 우왕좌왕 거리지마. 철정이의 목숨이 달려있잖아. 죽으면 나 때문이야... 양순이가 슬퍼하면 나 때문이야... 아아, 박꽃잎아. 너... 너... 어쩌다가 이런 일에 휘말리니... “당신은... 도적입니까?” 남자의 동공이 커진다. 나는 남자를 향해 작은 숨을 내쉬며 눈을 살짝 치켜 올려 떴다. “아니면... 백성들의 말대로... 의적입니까.”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33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19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456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71 류엘/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알록달록한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그의 동공이 흔들렸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은 채 그를 응시했다. 철정이를 구해야 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를 구해야 한다. 침착해, 꽃잎아.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한양에서 오신 높으신 분께서 당신을 찾는 다는 것을 압니다.” 남자의 동공이 또 다시 흔들린다. “당신이 어떻게 말하는야에 따라... 제 행동이 변하겠지요.” “잊었느냐?” 남자의 얼굴이 다시 냉정을 되찾으며 차갑게 굳어진다. 마음이 불안하다. 남자가 금방이라도 이상한 짓을 해버리면 철정이는 죽는다. 양순이는 슬프다. 그 모든 것이 내 탓이다... “나는 칼로 이 남자의 목을 한 번에 벨 수 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니가 감히 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냐?” “난 당신이 도적이 아닌 백성을 돕는 의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냉정을 찾았던 남자의 얼굴은 다시 불안으로 가득 차고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본다. “어째서지?”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고 물었다.”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그 어떤 상처도 제게 입히지 않았으니까요.” “뭐?” “제가 아무리 당신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고 약속을 했어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 “사람눈엔 자신과 같은 사람만 보인다고 생각해요.” “뭐라고?” “당신이라면, 당신이 나라면 당신은 그렇게 했을테니까.” 남자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진다. “당신이 나라면 당신은 그 약속을 지켰을 테니까... 그랬을 테니까 날 죽이지도 그리고 날 붙잡아 놓고 수발을 들게 하지도 않았던 거에요.” 남자는 아무런 말이 없이 조금 살의가 줄어든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고 나는 그런 남자를 담담하고 대담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어요.” 난 내가 이렇게 당당하고 대담한 아이인 줄 이제야 알았다. 솔직히 나서는 것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여태까지 반장 한 번 되어보지 못한 리더십 없는 성격인데 매일 같이 덜렁거리고 매일 같이 실수하는 나인데... 이런 나에게도 위급한 순간이 오면 이렇게 냉정하게 판단할 수가 있구나. “당신은 의적이니까 날 죽이지 못했어요. 그때는 내가 양반집 아가씨가 아니라 그저 힘 없는 백성의 딸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남자의 얼굴에 표정 변화가 없어 내 마음을 떨리게 하지만... 괜찮아. 괜찮을 거야. 저 남자... 철정이를 절대 죽이지 않을 거야... “당신이 칼을 겨누고 있는 그 남자... 우리 집의 종도 아니고 나의 뭣도 아니에요. 그저 힘겹게 장사하는 장사꾼, 그냥 내 몸종을 하고 있는 아이가 사랑하는 남자에요. 때가 되면 혼인도 올릴 거에요. 그런 그 아이를 죽일 건가요? 그러면... 힘없는 백성인 양순이도 그의 부모도 슬퍼해요. 아파해요.” “스륵- 탕.” 내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철정이의 목에서 시퍼런 칼날은 치워졌고 이내 원래 꽂혀 있었던 칼집에 꽂혀 조용히 옆에 두는 남자. 나는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철정은 빙긋 웃으며 남자를 응시했고 남자는 그런 시선을 조금 민망하고 뻘쭘해하며 피하는 듯 싶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철정이가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구한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백성들을 사랑하는 의적이라서... “아씨, 처음 하는 것 치고는 잘 하셨나보네요. 상처가 하나도 안 벌어진 것 같아요.” 양순이가 내 어깨 너머로 작게 말을 옹알거렸다. 그렇게 활발하고 낯가림 없는 양순이는 내 앞에 있는 남자가 여전히 무서운지 말도 크게 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서려 하지도 않았다. 양순이가 가져다 준 약초로 나는 다시 한 번 남자의 상처 위에 두어 천으로 싸맸고 남자는 살짝 아파하는 것 같았지만 어제보다는 훨씬 좋아보였다. “근데... 이름이 뭐에요?” 너무 뜬금없는 질문이었나? 남자가 놀란 눈으로 날 응시한다. 솔직히 그렇게 놀란 질문은 아닌데... 이름에 콤플렉스 가지고 있나?? 막 땡칠이, 돌팔이, 뺑덕이 이딴 거 아니야? 이 시대는 조선시대. 결코 이런 이름이 없을 리가 없다. “내 이름도 아는데 나는 그쪽 이름을 모르잖아요.” “조인혁이오.” 오- 촌스럽지 않다. 촌스럽지 않아. 내가 생각했던 뺑덕이, 돌팔이, 땡칠이들 보다 더한 것들을 생각했는데... 오오- 촌스럽지 않고 상당히 멋진 이름. 조인혁의 부모님이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작명센스 굿잡. “멋진 이름이네요.” 빙긋 그를 향해 웃어 보이자 그가 귀엽게 얼굴을 붉힌다. 풉, 웃으면 절대 절대로 안 되는데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아까까지만 해도 철정이 목에 시퍼런 칼날을 대고서는 죽인다, 살린다 어쩌고 저쩌고 했던 남정네가 내 칭찬 하나에 얼굴을 붉히다니 말이다. 이렇게보니 귀여운 것 같기도... 아니, 그 전에 상당히 잘생긴 것 같다. 아아, 21세기에서 못 보던 잘생긴 놈들이 왜 여기에는 깔린 거야? 21세기보다 조선시대가 물이 더 좋았단 말이더냐... 음... 그럴 수도 있어. 21세기는 공기도 안 좋고 여러 가지 환경오염이 된 곳이니까... 환경오염이 덜 된 조선시대 남정네들 얼굴이 빛나는 거지. 음음... 좋아, 좋아. 잠깐! 좋은 게 아니잖아! 그렇다면 여자들 얼굴도 이쁘다는 얘긴데!!! 악, 그런 건 싫어! 이이잉- “근데 왜 하필 여기였어요?” 남자가, 아니 조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다른 섬도 있었고 다른 지역도 있었을 텐데 왜 여기로 도망을 온 거에요?” 너무 똘망똘망 눈빛을 하고는 직설적으로 물어봤나? 조인혁이 좀 당황한 얼굴로 날 바라보지만 이내 천천히 입술을 떼며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곳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으니까.” “만나야 할 사람...?” 이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힘겹게 만나야 할 사람? 누구지? 누구지? 음... 음... 누굴까... “꼭 만나야 할 사람... 오오오! 여자구나!!!” “컥.” 조인혁은 무슨 치명상이라도 입은 듯 낮은 신음 소리를 냈고. “어머.” 양순이는 당신에게도 사랑이? 라는 듯이 아주 놀라운 듯이 조인혁을 보았고. “우아-” 철정이는 남자가 역시 그래야지! 멋집니다! 라는 눈빛으로 조인혁을 응시했다.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했다. 그 고통에도 그 위험에도 이곳까지 왔다니... 우리 셋은 조인혁을 엄청 우러러보는 눈동자로 응시했고 조인혁은 난감한 듯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여자 아니야!” “에? 그럼요?” “맞어, 여자가 아니면?” “이곳에 오면... 날 도와주실 분이 계시니까.” “이곳에?” 이곳에 의적인 조인혁을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이 누구지? 나라에서 찾는 이 남자를 위험을 무릎 쓰고 도울 사람...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멋지고 용감한 남자 같다. 마구 존경하고 싶어지는데?? 이힛. “그 사람은 언제 만나게요?” 내 물음에 조인혁은 가만히 자신의 몸을 보더니 이내 한숨 짓는다. “백주대낮에 그 분을 만나는 것은 그분에게 엄청난 피해다. 일단 몸부터 다 추스르고 밤에 몰래 찾아뵈어야지.” “음... 그렇긴 그렇겠네요. 근데... 한양에서 사직 어른이라는 분이 혈안이 되어서 찾고 있는데 괜찮을 까요?” 걱정스런 나의 말에 조인혁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지만 이내 표정을 풀며 말한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믿는 구석은 있으니까.” 그렇게 며칠을 조인혁에게 들락날락 거렸다. 처음에 잔뜩 낯을 가리던 양순이도 이젠 조인혁이 편해졌는지 그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소리를 질러대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철정과 말을 튼 조인혁은 엄청 친한 친구처럼 철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며칠이 지나... 조인혁은 점점 몸을 회복했고 이제는 살짝씩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조인혁에게 가서 산속에서 신나게 노는 것이 좋아서 아이들과 어울려 신나게 노는 것이 좋아서 세영 아가씨에 조금씩, 조금씩 조선시대 여인에 관해 배우는 것이 신기하고 또 마치 몸에 배어있는 것 마냥 자연스럽게 내 행동에서 내 말투에서 세영 아가씨께 배운 것이 술술 나와 너무 뿌듯했다. 그렇다보니까 어느샌가... 펜던트에 대한 것은 새까맣게 까먹어 버리고... 벌써... 벌써... “으... 10일이 넘었어...” “쿵-” 나는 절망했다. 보료 앞에 있는 책상에 머리를 쿵쿵 찍으며 나는 절망했다. 아무리 여기가 재밌고 여기가 새로운 것이 많아도... 그래도... 그래도 21세기에 부모님이 나를 애타게 찾고 계실 것이 뻔한데... 꽃잎아, 박꽃잎아... 너 너무 철이 없다... 흐윽... 아, 오늘 밖에 나가면 애들 몰래 따돌리고 북쪽을 향해 전진?! 조인혁에게 물어보면 북쪽이 어딘지 정확히 가르쳐 줄 것이다. 왜냐구? 그냥... 그냥 그 사람은 북쪽을 알 것 같아. 지금 모습이 허름하니 그지 꼴이지만 일단 씻겨 놓기만 해도 빛날 것 같고 ( 지금도 충분히 빛나기에 흙속에 진주랄까? 쿡 ) 왠지... 그냥 나보다 똑똑해 보인다. 하하, 이유 한 번 단순하다. “아씨, 양순이여요.” “들어와.” 오늘도 올 것이 왔다. 바로 밖에 놀러나가는 시간!!! 아, 방금까지 정신차리고 21세기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박꽃잎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양순이의 목소리에 나는 금방 들떠 버린다. 그리고 오늘은 그저 평범한 날이 아니다. 바로, 바로, 바로-!!! 장날-!!! 저작거리에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날! 이동네 사람 저 동네 사람, 이 동네 먹을 거, 저 동네 먹을 거가 다 모이는 그 날!! 아~!! 멋져, 멋져!!! “짜잔- 놀러 가셔야죠?” 옷을 내 앞에 보이며 방긋 웃는 양순이. 근데 어째 옷 사이즈가...? “옷이 작아진 것 같다?” “에헤헤, 네 맞어요. 제가 며칠 동안 옷을 지었습니다.” “어머, 너가 만들었다구?” 휘둥그레진 눈으로 양순이를 바라보며 묻자 양순이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귀엽게 웃어 보였다. “예. 솜씨는 없지만... 그리고 비단은 아니지만...” “우아! 양순아! 정말 고마워!!!” 양순이가 직접 만들어준 치마와 저고리를 보며 환하게 웃었고 그러자 그녀는 더 쑥스러워 하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아아, 이런 양순이를 두고 조선시대를 떠나야 하다니... 아아, 이런 양순이 내가 없어지면 어떻게 살까? 나를 잊어버리게 될까? 아니면 나를 잊어버리지 못하고 평생 날 생각하면 사는 걸까? 가슴이 먹먹하니 좋질 않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34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20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007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72 댄디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뽀샤시한 예쁜 손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양순이가 지어준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부터 거리가 들썩들썩하다. 평소 같았으면 낮에 밭일 하러 논일 하러 휑했을 저작거리와 마을 어귀가 시끌시끌 아이들이 뛰어 오는 소리 또한 그렇게 밝고 경쾌할 수가 없다. “오늘은 철정이가 바쁘겠구나.” 살짝 양순이를 향해 말하자 양순이는 아쉬운 듯 말했다. “네. 바쁠 겁니다. 그것도 무지...” “도와주지 않아도 되니?” “저는 아씨 모시며 장날 구경 할 겁니다.” 방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양순이. 아이구, 아이구 착한 우리 양순이. 근데 양순아, 나는 니 마음을 안 단다. 오늘 같이 이렇게 바쁜 날 철정이 혼자 장사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얼마나 마음이 좋질 않겠니. “철정이에게 가보는게 어때?” “예에? 아씨는 어쩌시구요!” “나야 혼자 구경하지 뭐.” “에, 절대 안 됩니다!” “왜??” “얼마나 위험한대요!!” “뭐가 위험해? 이렇게 사람도 많고 북적거리는데 위험하겠니?” “그치만...!!" "철정이 가게 주변에서만 구경하면 되는 거잖니.” 양순이가 요새 조금 후해졌다. 내가 딴 짓 안 하고 조용히 놀고 사고 안치고 돌아다니니 양순이가 조금 나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었다고나 할까? “정말, 정말 철정이네 가게 주변에 있을게.” 방긋 웃으며 말을 하자 양순이는 미친 듯이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못 이기는 척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람은 사람을 믿게끔 해놔야 나중에 일이 잘 풀린다. 철정이네 가게로 가서 양순이를 보내고... 그 바쁜 와중에도 철정이가 나에게 얼마나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는지... 너무 착하면 세상 살아가기 힘든데... 바로 나처럼... 푸푸푸풉... 드디어 자유다-!!!! 자, 자 무당을 찾자, 21세기로 돌아가자. 이렇게 사람도 많은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북쪽을 묻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고 무당이 있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무당을 찾으러 사람들에게 물어볼...!!!! 까는 나중에 하고 일단 구경부터... 헤헤헤... 난 절대 놀고 싶어서 구경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공부를 하는 것뿐이다. 아니 세상에 이런 좋은 현장학습이 어딨어?? 옛 조선의 장날의 풍토도 알게 되고 이때는 어떤 것들을 팔았나, 어떤 물건들이 있었나, 박물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리얼리티-! 난 절대 노는 게 아니고 난 절대 구경하고 싶어서 구경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어디까지나 이렇게 주어진 아주 좋은 현장학습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엄청난 학구열로 불타올라 조금, 아주 조금 무당을 찾는 다는 것을 미룰 뿐이다. 진짜다. 진짜. “우아! 오리다!!!” 21세기에도 볼 수 있는 오리지만 장날에 이렇게 오리를 묶어 팔아 나온 것을 보는 건 처음이다. 동물원이나 가야 볼 수 있는 오리가...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오리가...!!! 동물원이나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 보다 조금 작은 오리... 음, 역시 21세기 오리들은 많이 먹어서 큰건가?? “아가, 오리 살라우?” 할머니는 방긋 웃으시며 쭈그리고 앉아 오리를 보고 있는 날 바라봤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아니요... 장사에 방해가 됐나요?” “아니야, 아니야. 심심했는데 아가 호들갑 떠는 거 보니 재밌고 좋네그려.” 칭찬일까...욕일까... 말만 들으면 칭찬인데... 저렇게 기분 좋게 웃으시는 것 보면 칭찬 같고... 헷갈린다, 헷갈려. 근데 자꾸 할머니 나더러, 아가, 아가 하신다. 나는 아가가 아니라 아가씨인데... 하긴 할머니가 보시기에는 완전 손녀뻘... 아가라고 해도 만무하다. “여기 혼자 나온 거여?” “예~” “꼭 장터 처음 나온 사람 같으네.” 뜨끔, 할머니 눈썰미 굉장하신데요?? 허허... 할머니의 말에 나는 차마 대답은 못하고 어영부영 웃으며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 세상에, 시집 갈 때까지 집안에 콕 박혀 있는 양반집 아가씨 말고 이 나이 먹도록 장날 안 나와 본 여자애가 어디 있겠어? “하하, 많이 파세요...” 방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내 팔을 잡으며 다시 나를 끌어 앉힌다. 깜짝 놀라 할머니를 바라보는데 할머니는 조글조글한 주름을 구기며 빙그레 웃으시며 자신의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신다. 뒤적뒤적 할머니 배 쪽에서 무언가를 꺼내시고 그 무언가가 빠져 나오자 볼록 했던 할머니의 배 부분은 쏘옥 들어가고 할머니의 손에 쏙 들어간 작은 동물 한 마리... “우,우, 우아!!!” 아직 쫑긋 서지 않은 귀, 똘망똘망하고 촉촉한 검은 눈동자, 새까맣고 앙증맞은 코, 귀엽게 쏙 내민 혀. 할머니가 내게 내미신 것은 아직 아기인 새끼 강아지였다. “너무 귀엽다!!!” 새끼 강아지를 받아 안고는 좋아 어쩔 줄을 몰라하자 할머니는 더 기분 좋게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키워 볼 테냐?” “저,저 주시는 거에요?” “그랴, 우리 집 말순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다섯 마리 새끼 중에 유독 이 놈만 헛돌아서 내가 매일 데리고 댕기는 놈이야.” “저 정말 주셔도 되요?” “그래. 아가가 너무 예뻐서 주는 거니까 아가처럼 우리 강아지 놈도 잘 키워줘.” “네! 네! 그럴게요. 할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할머니에게 몇 번이나 인사하고 또 인사하고 한참동안이나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강아지를 내 품에 안고 그 곳에서 빠져나왔다. 강아지는 낯도 안 가리고 날 얼마나 잘 따르는지 내가 안고 있는 내내 도망치려고도 하지 않고 얌전히 품에 안겨 이따금씩 나에게 애교를 피듯 내가 자기를 어루만지듯 내 손을 핥았고 그때마다 미소 지으며 강아지를 보았다. 음... 강아지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뭐라고 짓나? 강아지 이름을 짓긴 지어야겠는데 일단 나는 장날 구경 때문에 정신이 없어 이거보고 놀라고 저거보고 놀랬다. “한양에서 온 그 양반 어제 갔다며?” “그렇다고 하더라고. 그, 그 뭐야, 도적? 잡으러 왔다던데.” “아이고! 이 여편에 아직 소식 모르네.” “뭘? 도적이 아니라 의적이라고 하든데 뭘!” “의적? 누가?” “누구긴 누구야 그 동네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 “아, 그런 거야? 그럼 안 잡히고 강화도 오기를 잘 했네!” “그렇지! 근데 여기서는 의적질 할 것도 없을 텐데...” “맞어. 여기서 의적질하면 그게 도적질이지. 현감 나으리께서 얼마나 청명하신대.” 마을의 소문이라는 것은 역시나 대단했다. 사직 어른이라는 분께서 다시 한양으로 떠나셨구나. 나는 미처 몰랐네... 근데 내가 인사 안 드려도 되는 거였나??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아버님이 인사하라고 부르지도 않았는걸 뭐. 근데 조인혁, 상당히 유명하네?? 사람들에게도 인기도 좋은 것 같고... 아, 뿌듯해. 역시 살리기를 잘했다. 조금만 친절하고 조금만 상냥하다면 더 좋았을텐데, 고게 조금 아쉽네. 이힛. 꼬르륵- 그럼 그렇지. 신호가 온다. 아직 저녁 먹을 시간 한참 남았는데 점심도 먹고 나왔는데 신호가 온다. 왜 신호가 오느냐- 그것은 바로!!! 장날이라 저작거리 한 쪽에서 인심 좋게 생긴 푸짐한 아주머니께서 자기 주먹만 한 왕만두를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아, 우아 침이 꼴까닥- 넘어간다. 뒤적뒤적, 아까 양순이가 복주머니 같은 곳에 돈을 넣어준 것 같았었는데... 얼마 넣어준다고 했지?? 아, 여기 와서 복잡한 것 하나. 돈 문제다. 화폐문제. 여기는 원을 쓰지 않고 푼, 전, 냥 뭐 이렇게 쓴다고 했다. 이것도 세영 아가씨가 상세하게 가르쳐 주셨는데 가장 낮은 단위가 푼이라 하였고 아마 양순이가 내 주머니에 넣어준 것도 한... 열 푼? 정도가 될 것이다. “저기... 이 만두 하나에 얼마에요?” 방긋 웃으며 푸짐한 아줌마를 바라보며 말하자 아줌마는 방긋 웃으며 크게 말한다. “2푼만 주시오!” “2푼이요?” “응! 2푼! 2푼주면 이 작은 만두 하나 더 줄게.” 오, 여기도 덤이라는 것이 있는 건가? 하긴 21세기보다 여기가 덜 삭막할텐데 덤이 있고말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동전 두 개를 꺼내 아줌마를 향해 내밀고 나머지 한 손으로 만두를 받았는데 내 잘못으로 인해서 강아지 툭 바닥에 떨어져 버린다. “어어! 어떡해!” 깜짝 놀라 강아지를 바라보는데 아줌마는 손에 뭐가 묻었는지 치마에 손을 문지르고 강아지를 잡을 손이 없는 나는 당황해서 우왕좌왕 거리다가 자판 앞에 손을 확 놓았다.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람들 틈 사이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물러나고 있는 강아지를 잡으려 손을 뻗었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길 한가운데에 강아지를 안으려 쭈그리고 있는 나를 밀치며 지나간다. “우우우-! 강아지야!!” 기겁을 하며 강아지를 찾지만 강아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놀라서는 겁먹은 얼굴로 뒷걸음질 뒷걸음질 치고 내 손을 뻗어보지만 내 곁으로 다가오려다가 이내 사람들에 놀라 도망가 버렸다. “으으! 안 돼!” 깜짝 놀라 허리를 쭉 펴고 일단 작은 만두 하나 입에 물고 뛰기 시작했다. 만두 두 개가 한 손에 있으니 잡기도 힘들고 곧 떨어질 것 같고... 일단 만두 먹을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두푼이나 주고 샀는데 못 먹고 떨구면 아깝잖아! “가아지야!!!” 입안 한 가득 들어간 만두 때문에 제대로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강아지가 뛰어가는 쪽으로 사람들 겨우겨우 해치며 나아가는 나. 와, 저 강아지 신기하네- 그 많은 사람들 발에 한번도 안 밟히고 낑껑 거리면서 잘도 뛴다. 한참을 뛰다가 이내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에 도착, 강아지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한숨을 돌리며 걸음을 멈추는데... “강아지?” 웬 불량스러운 무리가 다가와서는 앞으로 뛰어가는 강아지의 목덜미를 잡고는 데롱데롱 매달리게 만들어 버린다. “어! 그... 강아지... 제 강아지에요...” 오- 다들 한 인상씩 하는데?? 당신들 인상에 심장이 마구마구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음, 이런 상황설정... 좋지 않아, 좋지 않아. “이거 말이야?”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강아지를 들었다 올렸다를 했고 강아지는 아픈 건지 겁먹은 건지 낑낑거리며 바둥바둥 거린다. “네... 그 강아지 제 강아지...” “아가씨가 이런데 나돌아 다니면 안 돼지.” 강아지를 들고 있는 옆 남자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말을 건다. “예?” “양반집 아가씨가 말이야, 이런데서 그런 꼴을 하고 다니면 안 된다고.” 두근, 이 남자들 누구지? 뭐하는 사람들이야? 이 남자는 그저 단순한 불량배 같지는 않았다. 내가 양반집 딸이라는 것도 알고 꼭 나를 노린 것처럼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박꽃잎 아씨. 아, 수연당 아씨라고 부르나?” 불안하다. 도망쳐야 하는데... 강아지가... 흔들리는 시선으로 남자들을 응시하는 그 어느 순간 남자들은 나를 에워싸고 있었고 처음에는 몇 안 되던 인원들이 갑자기 늘어나 열 명 남짓 된 것 같았다. 장터는 저쪽인데 사람들이 왁자지껄 많은 곳은 저곳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이 쪽 골목으로 단 한 사람도 들어오질 않는다. “수연당 아씨. 저희가 아씨를 좀 뫼시어야 겠습니다.” 너무나도 소름 돋게 미소 지어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 치지만 이미 나를 둘러싼 남자들은 뒤에서도 나를 징그럽게 쳐다보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 정말 조선시대에 와서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21세기에서는 불량배는커녕 불량학생도 안 만나 봤는데. 잔뜩 겁 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지만 쳐봤자다. 어쩌지? 어쩌지? 저 사람들 왜 날 잡아가려고 하는 거야? 어디다 팔아먹을라고? 아니면 나 잡일 시키려고? 아니면 그냥 무조건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에엑-! 그건 정말 너무해! “퍼억-!” “으악!” 갑자기 내 뒤쪽에서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 바로 뒤에 있는 남자가 거품을 뽀글뽀글 물며 사라지고 기겁을 하며 남자를 기절시킨 사람을 보자... “원범!” 백마탄 왕자님!!!! 꺄악-!! 왕자님! 왕자님! 왕자님! 나 앞으로 원범 왕자님 추종자 될래!! 갑자기 짜잔- 하고 나타나서는 완전 멋진 폼으로 한 놈을 때려눕히고 사나운 눈으로 강아지를 붙잡고 있는 가운데 놈을 응시하며 내 손을 확 잡아서는 이끈다. “저,저기 강아지! 저 강아지!!” 손을 잡고 도망치려는데 내가 강아지 강아지 거리자 원범 승질 났나 보다. 갑작스런 습격에 우왕좌왕 거리던 불량배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내가 울상을 지으며 가지 않고 강아지를 보며 바둥바둥 거리자... “에이씨-!” 미간을 찌푸리며 다다닥- 달려가서는 한 붕- 뜨며 강아지를 잡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발로 차 올려 버린다. 남자는 억- 하고 소리를 내며 뒤로 나자빠지고 그 순간 손에서 떨어진 강아지는 원범이 엄청나게 멋진 폼으로 잡아 나의 품안으로 던진다. “됐지?” 에이, 이왕 도와주는 거 얼굴 좀 펴요~ 완전 신경질적인 말과 얼굴로 다시 내 팔을 잡고 도망치려 하는데 앞에 남자들이 가로 막는다. “넌 뭐야!” 불량배들이 제대로 화가 난 표정으로 원범을 향해 공격하고 원범은 가까스로 나를 지키며 싸우기 시작한다. 영화에서나 텔레비전에서만 나오는 액션에 입이 쩍 다리가 후들후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용감하고 섹시하고 여주인공은 여기서 나무막대기라도 하나 들고 설친다지만... 일단 나는 용감하지 않고 섹시하지 않고 강아지를 양팔에 가득 안고 있어 무언가를 하기를 불가능이었다. 이 순간에 강아지 내팽겨치지 그걸 챙겨!!! 라고 물으면 할 말 없다. 나 그렇게 냉정한 여자 아니라구!! 그리고 강아지나 고양이나 일단 복실한 것들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데 어찌 내팽겨친단 말이더냐... 흐윽.. 이 아이가 내게 온지는 불과 몇 시간 전이지만 그래도! 일단은 내가 주인인데!!! 열 명이 넘는 사람을 나를 지키며 상대하려 해서인지 원범은 상당히 지키고 힘들어 보였다. 일단... 여기서 빠져 나가야 하는데...!!! 어찌 할바를 몰라 우왕좌왕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 허리부터 가슴 가까이 손을 팔을 홱 두른다. “꺄악-!! 날 납치해 가려고 해!!” 내가 순순히 납치 될 것 같아?! 두 눈 질끈 감고 미친 듯이 다리를 홱 올려 버렸다. 호신술 하나-! 무조건! 무조건 남자는 중심부를 차라-!!! “퍼억-” 아주 잘 맞아들어간 소리가 내 귀에 울리고 눈을 번쩍 떠 앞을 바라보니... “에-” 원범이... 원범이 황당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원범과 나를 공격해 오던 불량배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원범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모두 응시하는데... “에...?” “너... 미쳤냐...” “에... 에... 에엑!” 정말 나 미쳤나봐... 내 허리를 감았던 사람은 변태가 아니라 나를 납치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데리고 뛰기 위함이었는데... 원범의 손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정신이 없어 두 눈 질끈 감은 상태였는데도 아주 절묘하게... 아주 절묘하게... 중심부를 가격, 원범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36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21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478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73 베리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손글 정말 너무 잘쓰세요^^ 너무 너무 이뻐요~★ “으아! 미안해!!!”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을 몰라하고 공격하던 남자들은 원범을 측은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정말 미안하다. 미안해 죽겠다... “너... 진짜...” 간신히 신음과 함께 말을 내뱉고 꺾이는 허리를 주체하지 못하며 점점... 점점... 아래로 그때 뒤에서 남자가 원범의 목을 홱 쳤고 원범은 그 대로 고꾸라져 버린다. “고통 받는 것 보다야 이게 낫지. 이봐, 양반집 아가씨. 구하러 온 사람한테 이래도 돼?” “에? 그게... 저는 그게 일부러 그런 게...” 진짜 울먹, 울먹 눈물이 다 난다. 믿었던 원범은 나의 중심부 가격으로 인하여 무너지고 나만 덩그러니 우글우글한 남자들 틈에...!! “쉽게,쉽게 갑시다?” 빙긋 웃으며 남자는 나를 향해 손을 올렸고 나는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터억-!” 목에 아픔이 느껴지며... 이내 정신을 잃었다. 밤- 이 날 밤은 비가 오려는지 달빛은 구름에 가려 그렇게 깊은 밤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칠흑 같이 어두웠다. 밤의 그 왁자지껄함이 모두 꿈인 듯이 너무나도 조용한 마을. 그곳에서 여자아이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강화도에서 웅장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집.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 강화도에서 가장 덕이 높은 양반이 살고 있는 집. 바로 현감의 집이었다. “니가... 니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다.” 천안댁은 사색이 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서있는 자신의 딸 양순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양순이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어찌할바를 몰라했고 그 옆에는 꽃잎이를 가리키기로 약속 된 세영 아가씨도 와 있었다. “없어지실 줄은... 그럴 줄은...” “대체 어쩌자고 아씨를 모시고 나가서 이 꼴이 된 거야!” “흐윽...” “아씨를 모시고 나갔으면 그만큼 잘 보필해야지... 뭐? 아씨가 사라져?!” 천안댁은 앞길이 막막했다. 수연당 꽃잎 아씨라면 천안댁이 정말 제 자식처럼 수발을 들었던 아가씨였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여 이 집의 마님과 함께 아가씨를 모셨는데 그런 자식 같은 아씨를 진짜 자신의 자식 때문에 행방불명이 되게 만들어 버리다니... 아무리 정이 많으시고 마음이 넓으신 현감 나으리와 마님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귀하디귀한 무남독녀 외동딸을 잃어버리게 만든 양순이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은 알려야 한다.” 모녀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세영 아가씨는 냉담한 얼굴로 양순이와 천안댁을 바라보며 말했고 양순이는 잔뜩 겁을 집어 먹은 얼굴로 세영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예... 예... 빨리 말해야 합니다. 아씨를 빨리 찾아야하니까... 그런데... 그렇게 되면 저는... 저는...” “그렇다고 니 책임을 덮어 둘 셈이냐?” “그,그건 절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씀 드려요... 다만 무서워서...” “가자. 양순아.” 천안댁은 억세게 양순이의 손을 잡아 이끌며 말했고 양순이는 겁을 먹은 모습이 역력했지만 없어진 꽃잎이 생각에 눈물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영 아가씨는 그런 모습을 아무런 감정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그들의 뒤를 따랐다. “나으리... 나으리... 천안댁입니다.” 천안댁의 목소리에 현감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응시했다. 촛불 하나로 방을 밝힌 그곳에 그림자가 춤을 추듯 일렁인다. 그 춤을 추듯 일렁이는 그림자는 현감 것 하나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것도 함께 있었다. 그 다른 누군가는 밖에서 나는 소리에 잔뜩 긴장을 하며 천에 싸여 있는 검을 손에 쥐었다. “그럴 것 없다. 내가 믿는 자다.” “하지만...” “한양에서부터 강화도까지 나의 부인과 나를 따라 온 자들 중 하나다. 그들이 너의 정체를 알아 나쁠 것은 없다. 그들 역시 너와 같을지니.” 현감의 말에 그제야 남자는 잡았던 검을 손에서 놓고는 가만히 현감을 응시했다. 현감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기가 무섭게 남자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감의 등을 응시하고 현감은 방 밖을 나선다. “무슨 일이냐.” 현감이 밖으로 나갔을 때에는 자신이 부인의 절친한 친구의 딸인 유세영이 서 있고 천안댁과 그의 딸 양순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마당에 박고 있었다. 현감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현감이 말이 끝나자 방 안에서 남자가 나왔고 세영은 그 남자를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강화도에 사는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길래 이 시간에 현감을 독대를 하고 있는 것일까. “소녀를 죽여주십시오, 나으리!!” 양순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소리쳤고 그 소리에 남자가 반응한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펑퍼짐한 천안댁 옆에서 몸을 엎드린 채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저 종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냐.” “제가... 제가... 아씨를 밖으로 모시고 나가... 그만... 그만... 아씨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현감의 동공이 커졌고 옆에 섰던 남자는 미간이 찌푸려진다. “언제냐.” “정확히는 모르옵겠고...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나으리... 소녀를 용서하지 마셔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나으리... 아이를 벌하지 마시고 저를 벌하여 주세요... 다 애미가 못난 지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나으리... 나으리...” 천안댁과 양순이는 바닥에 쓰러져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고 현감은 미간을 찌푸린 채 모녀를 바라본다. 현감 옆에 서 있는 남자는 미간을 인상을 쓰며 모녀를 응시하다 이내 걱정되는 얼굴로 현감을 향해 말한다. “나으리, 어서 찾아야...” “부인은 알고 있느냐.” “모르십니다...” “말하지 말라. 아무 일 없을 것이니... 그럴 것이니...” “예...” 천안댁과 양순이는 눈물 섞인 목소리로 대답을 했고 현감은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본다. “니가 사람을 이끌고 다녀와야겠다. 그리 해주겠는가.” “나으리의 하나 밖에 없는 외동 따님이십니다. 당연히... 제가 찾아야 합니다. 반드시 찾겠습니다. 심려 마십시오.” 남자의 말에 현감은 잠시 입가에 미소를 짓지만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녀를 향해 말한다. “일어나라.” “나으리...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너희에게 벌을 준다면 내 아이가 잘못되었다고 내 자신이 인정하는 것이다. 내 딸은 잘못되지 않았어. 그러기에 너희에게 그 어떤 벌을 주지 않는다." 천안댁과 양순이는 흐느끼며 눈물을 펑펑 쏟아낼 뿐이다. 현감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양순이를 향해 말한다. “양순이 너는 이 자와 함께 아이가 사라진 주변을 살펴라.” “예... 예... 나으리.” 양순이는 손으로 눈물을 흐르는 것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현감이 말한 사람을 올려다보고는 이내 소리친다. “어어어!!!” 양순이의 소리에 남자는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응시하다가 이내 동공이 커진다. “설마...?”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양순이를 바라보고 양순이는 눈물범벅 된 모습으로 남자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소리친다. “당신이었습니까? 당신이었어요?” “현감 나으리의 따님이... 박꽃잎...?” 남자의 말에 현감의 얼굴은 찌푸려지고 양순이는 입술을 쩍 벌린다. 이 남자, 현감의 방에서 현감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이 남자는 다름 아닌 며칠 전 꽃잎이가 가까스로 힘겹게 살려낸 조인혁이였던 것이다. 조인혁이 이곳에 들어온 이유, 꼭 만나야 할 사람이... 바로 꽃잎이의 아버지 박인호였다. 꿈을 꾸었다. 엄마 아빠를 만나는 꿈. 조선시대의 엄마 아빠가 아니라 21세기의 정말 우리 엄마 아빠 말이다. 엄마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셨고 아빠는 괜찮을 거라며... 괜찮을 거라며 나를 향해 활기차게 미소 지으셨다. 꿈이라 그런지... 엄마 아빠가 정확하게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엄마 아빠가 있던 그곳은 우리 집이 아니었는데... 병원 냄새가 났던 것 같았다. 워낙 병원을 싫어하고 잔병치레 안 해본 나이기에 가끔씩 지인의 병문안을 갈 때 나에게 병원 냄새란 상당히 생소하고 이상한 냄새였기에 그것만은 기억한다. 그 꿈... 대체 뭐지... 그 꿈... “엄마...” “그만 좀 잤으면 좋겠는데...” 에? 갑자기 웬 남자 목소리지? 뜬금없이 들리는 남자 목소리에 나는 눈을 홱 떴다. 홱 뜨자 보이는 것은 웬 가마니... 농기구들... 여기저기 잔뜩 쌓인 먼지들... 컴컴한 배경...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몸이 움질이질 않는다. 다리를 보니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고 손은 뒤로 되어 묶여 있었는데 누구와의 등판과 내 등판이 서로 맞닿고 있었다. “에, 에, 이게 뭐야!!” “기억 안 나냐?” 원범의 목소리다. 기억? 무슨 기억? 잠시 멀뚱멀뚱 눈을 굴리다가 이내 미친 듯이 내 머릿속으로 파파팍- 들어오는 아까의 영상. 중심부를 나에게 가격 당한 후 쓰러지는 원범과 그런 원범을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불량배들. 순간 내 얼굴은 붉게 달아 올랐다. “미,미안...” “하아...” 원범은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진짜 내가 백번 잘못했다. 나를 구하러온 남자애의 거시기를 차버리다니... 미쳤지, 박꽃잎. 얼굴 좀 보고 차던가... 아니 원범을 차 버리면 어쩌냐구!!! 차 버리는 바람에 이꼬라지가 되어 버리고... 우씨... “근데 너까지 왜 잡혀 온 거야??” 슬쩍 미안한 표정을 내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백번 미안한 표정을 지어도 내 얼굴이 안 보이는 원범은 나의 미안해하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진짜로 미안하니까... “왜?” 원범이 도리어 내게 묻는다. “응. 왜 너까지 잡혀...” “너 구하려다가 여럿 때려 기절 시켰으니까.” “헤...” “덕분에다. 고맙네.” 뻘쭘, 민망, 미안해 죽겠다... 나는 어색하게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미,미안해...” “일단 빠져 나가자.” “에??” “여길 빠져 나가자고.” “어,어떻게 빠져나가? 지금 손 발 이렇게 다 묶여 있는데.” 힘을 주며 손이고 발이고 밧줄에서 빠져 나가려고 하지만 택도 없다. 어찌나 꽁꽁 묶었는지 손발에 피가 안 통할 정도로 얼얼하고 쓰리다. “저거 보이냐?” “응?” “가마니 뒤쪽에 부러진 낫 보이냐고.” 낫? 낫이라 하면... 벼 벨 때 쓰는 거 아니야? 예전 할머니 집에 갔을 때 본 적이 있다. 원범의 말에 가마니 뒤쪽을 보니 정말 부러진 낫의 조각이 보였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응! 보여.” “저기까지 가자.” “에?” “하나 둘, 하나 둘, 하면서 가자고.” “으응...” 진짜 이게 무슨 생쇼냐... 아... 아... 그때 내가 원범 중심부만 차질 않았어도... 하여튼 텔레비전에서 호신술 배워서 그래. 아, 가르쳐 줄 때 상대를 확실히 보고 차세요! 라고 말해줬으면 얼마나 좋아?! 원범과 나는 뒤로 묶인 채로 꾸물꾸물 기듯이 그쪽으로 다가갔고 영 서로 박자가 맞질 않아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하나 둘, 안 하냐?” 원범의 말에 울상이 되어 소리쳤다. “너가 해도 되잖아...” “너가 해.” “왜?” "당신 덕분 아니냐. 그러니까 니가 해.“ “에이씨이...” 내 죄가 크다, 커... 어쩌겠니, 빼도 박도 못하고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는 크나큰 죄를 지은 난데... “예... 예... 알겠습니다. 헛둘, 헛둘, 헛둘...” 내가 성심성의껏 구령을 하자 그럭저럭 나와 원범의 팀플이 맞았고 처음보다 쉽게 가마니 뒤쪽에 있는 낫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근데 이거 너무 녹슬었는데?” 진짜 이게 낫의 칼날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녹이 슬은 낫.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원범이 몸을 홱 돌리더니 자기가 낫을 잡아 버린다. “에, 그걸로 어쩌게? 너무 녹슬었는데?” “그래도 해야지.” “에...” “여기서 죽고 싶냐?” “아니! 미쳤어?!” 난 21세기로 돌아가야 한다구!!! 난 시집도 가야하고 그 전에 세린이랑 빨리 사고 싶은 운동화도 사야하고 먹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39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22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497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74 이번에도 역시 베리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둘 중 하나만 택하기엔 둘 다 손글이 너무 예뻐서 둘다 올려요^^★ 베리님 감사드립니다. “아얏!” 갑작스런 손목의 통증에 깜짝 놀라 소리를 치며 눈을 뒤로 힐낏 바라보았다. “뭐,뭐해?” “아, 미안.” “에?” “제대로 보이질 않아서.” “에?” “지금 밧줄 자르는 중이니까.” “어? 으응...” 자식, 아니 자르려면 제대로 자르던가. 괜히 안 보인다고 남의 손 긁기나 하고 말이야. 물론 날이 제대로 서질 않아 조금 아프고 말았지만 만약 그 날이 제대로 섰어봐! 내 손목은 날아가고 피가 질질 났을 거라구!!! 얼마나 지났을까? 쓱싹, 쓱싹, 하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긴 오는데 영 밧줄이 잘리지 않는 모양이다. 사내놈이, 아무리 낫이 녹이 슬었다고 해도 밧줄 하나 제대로 못 잘라? 에이씨- “아직 멀었어?” “다 되어 가.” “빨리 좀 해봐. 남자가 그거 하나 못 하냐?” 내 재촉에 내 투덜거림에 원범은 아무런 말을 하질 않는다. 근데 아까부터 이 미지근근한 느낌은 뭐지?? 밧줄이 묶인 손목에서 축축한 느낌이라고 할까, 끈적한 느낌이라고 할까 묘한 느낌이 자꾸 난다. 내 손목은 아닌데... 원범 이 놈, 더워서 손목에 땀이 나나? 이거 완전 땀쟁이 아니야?! 에이씨, 후딱 풀어라~ 후딱 풀어라~ 탁,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손목이 자유로워지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원범을 향해 말했다. “남자가 왜 그렇게 꾸물떡거려?” 픽, 웃으며 팔목에 묶인 밧줄을 열심히 풀었다. 자식들, 엄청나게 꽁꽁하니 묶어도 놨네. 한참 고심을 하며 밧줄을 푸르고 있는데... “에?” 내 손목에 울긋불긋 검푸른 색깔의 무언가가 살짝씩 묻어있다. 뭔가 싶어 어두운 그곳에서 미간을 찌푸리며 눈 가까이 두며 자세히 바라보았다. 피? 피다, 피...!!! 나는 깜짝 놀라 내 손목을 감싸며 피가 어디서 났는지 여기저기 바라보지만 피가 난 곳은 없다. 아프지도 않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야, 내 손목에 피가 묻어 있... 야!!!” “조용히 해. 그 놈들 부르려고 그러냐?”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피는... 내 손목에 묻어 있는 피는 바로 원범의 피였다. 낫이 아무리 녹이 슬었어도 낫이었고 잘 안 드는 낫이라 하더라도 계속 똑같은 곳을 자르고 자르니 피가 나버린 것이다. “바보 같이! 왜 이렇게 해! 중간으로 해서 조심히 자르면 되지!” 원범의 손목은 낫 자국으로 상처가 깊게 파여 피가 흐르고 있었고 나는 그것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울먹이듯 소리쳤다. “별 거 아냐.” “별 거 아니긴 뭐가 별거 아니야! 너 바보야? 중간으로 자르면 너 안 다치고 조심히...!!” 순간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말 하나. ‘제대로 보이질 않아서.’ 그래,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처음에 내 손목을 건드렸었어. 그래서... 그래서 내가 다칠까봐... 내가 또 아플까봐 중간을 자르지 않고 자기 밧줄 쪽을 잘라서 이렇게... 피가 나 버린 거야. 울컥, 눈물이 솟지만 이내 꾹꾹 눌러 참으며 원범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미안해... 죽겠네... 정말...” “뭐가.” “나 구하려고 뛰어들었는데 멍청하게 다른 나쁜 남자가 아니라 너나 때려 눕혀 버리고... 너 괜히 나 때문에 밧줄 묶여서 손목에 피도 나고...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투덜투덜 거리고...” “뭐야.” 원범의 뭐야,에 나는 두 눈을 치켜 올려 뜨며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눈물을 꾹꾹 참으며 소리쳤다. “뭐야긴 뭐가 뭐야야!” “그거 가지고 그러냐?” 픽, 웃는다. 원범이... 웃었다, 나를 보면서... 비웃음이라기보다... 뭐랄까... 환하게 웃는 건 아닌데... 정말 맑게 웃는 건 아닌데... 뭐랄까, 안심되는 미소랄까...? 그런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나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돼.” “그치만...” “남자야.” 또 다시 원범이 웃었다. 입 꼬리를 씩, 멋들어지게 올리며 나를 향해 부드럽게 눈을 반달로 만들었다. “왜 이렇게 멍해?” 원범의 미소게 홀라당 넋이 나가 정신을 잃고 있던 나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원범은 그런 나를 잠시 응시하다 이 안의 가장 위쪽 나무로 되어 있는 정말 작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는 그. 원범이 움직일 때마다 자꾸만 내 시선은 그의 손목으로 향했다.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 있는데 아픈 것도 못 느끼는지 이리저리 바삐 움직인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뒤적뒤적 치마를 뒤져 복주머니를 꺼내 그 안에 있는 손수건을 녹슨 낙을 겨우겨우 이용해 반을 둑 잘랐다. 비뚤비뚤 정말 못나게 잘라졌지만 그래도 어쨌든 자르긴 했으니까... “잠깐만.” 원범의 손을 잡자 원범은 움찔하며 손을 빼려 하지만 나는 그런 원범을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잠깐만~!” 그가 나를 노려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아니, 내가 손 좀 잡은 게 그렇게 기분 나쁘고 인상 쓸 일이야? 확 기분이 상하지만 그래도... 이 사람 나 신경 쓰느라고 이렇게 다쳤으니까. 나 때문에 이런 꼴이 되어 버렸으니까... 두 개로 나눈 손수건을 왼쪽 팔목에 하나 오른쪽 팔목에 하나 두껍에 싸매 묶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피가 나오지 않도록 꼭 싸맸다. 다 싸매고 그를 향해 고개를 들었는데 새까만 그의 눈동자가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 내가 먼저 시선을 피해버렸다. 두근두근... 아, 얼굴까지 빨개진다. 서,설마 나 얘한테 관심 있나?? 에에엑! 때끼!!! 얘가 좀 잘생기긴 했지만 관심 절대 절대 절대 없다구!!! 이렇게 어두운 밤에 둘이 이러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좀 민망하고 그럴 뿐 인거야. “밖에 특별히 우릴 감시하는 놈은 없는 것 같다.” “에?” "내 말 듣는 거냐?“ 괜히 좋아한다 어쩐다 생각에 빠지는 바람에 멍해지기나 하고... 나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원범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원범은 살짝 인상을 쓰더니 이내 계속 말을 잇는다. “빠져 나가자.” “에???” “왜?” “그러다가 걸리면?” “안 걸려야지.” “걸리면?” “안 걸려.” “걸리면!! 막 죽고 그러는 거 아니야?”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원범을 바라보자 원범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어린아이 달래듯 나를 달랜다. “안 걸려. 걱정하지마.” “걸릴 수도... 걸릴 수도 있잖아! 무조건 안 걸린다는...” “믿어.” “에?” “나 믿으라고. 걸려도 쫓겨도 죽어도 너 다치게는 안 할 테니까.” 그의 말이 진짜일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믿고 싶어진다. 그냥 묘하게... 그의 말을 믿게 된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게 대답했다. “아,알았어...” 그러자 그가 내 머리위에 손을 얹으며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원범 이 놈- 이렇게 예쁘게 웃을 줄 알았으면 진작, 진작 좀 웃어 보지. 맨날 얼굴 찌푸리고 인상 쓰고 냉기 풀풀 풍기고-!! 이렇게 이쁘게 웃었으면 누나가 완전 예뻐 해주는 건데!! 아쉽지, 이놈아! 원범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문을 열려고 힘을 쓰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린다. “잠겼어??” “안 잠그는 게 이상한 거겠지.” 내 물음에 원범은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며 미간을 찌푸린 채 작은 창문 쪽을 바라본다. 나무를 철창처럼 해 놓은 창문이었는데 원범은 그것을 어떻게 해 볼 생각인지 아까 사용했던 낫으로 그 나무창을 세게 치기 시작한다. 탁-! 탁-!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이내 나무창은 아래로 툭툭 떨어졌다. “밖으로 나가서 문 열어줄 테니까 있어.” “에?” “여기로 나가서 밖에 문을 열겠다고.” “그럼 나 혼자 두겠다구?!” 원범을 향해 잔뜩 겁먹은 얼굴로 바락 소리치자 원범은 무표정한 얼굴로 날 응시한다. 뭐야, 나 혼자 두고 나가면... 아예 돌아오지 않는 거 아니야? 여기서 빠져 나가면 나 데리고 나가는 것 보다 그 휙휙 나는 몸으로 혼자 빠져 나가는 게 나을테니까... 그리고... 그리고 여기 혼자 있으면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 나올 것 같단 말이야... 아, 박꽃잎아. 너 이렇게 약하고 겁이 많은 아이였니... 정말 싫어서, 내가 정말 싫어져서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한숨 쉬었다. “너.” 차가운 원범의 목소리. 웃기겠지... 뭐하나 도와주지 않으면서 소리 바락바락 지르며 이래라, 저래라, 이거 싫다, 저거 싫다... “쿡, 겁 엄청 많네.” 화낼 줄 알았는데... 진짜 엄청 신경질 낼 줄 알았는데... 픽, 하니 웃어 버리는 원범의 모습에 나는 넋이 나가 입을 쩍 벌리고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도망 안가.” "누,누가 뭐래?“ “귀신도 안 나와.” “알어!!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귀신님 죄송해요, 귀신님 죄송해요. 귀신님이 있다는 거 아니까 얼굴 안 보여주셔도 되요. 제가 귀신이 없다고 이렇게 말하는 건 얘가 워낙 저 애 취급을 하니까~! 귀신님. 저는 귀신님이 있다는 것을 알아요!! 구지 수고스럽게 얼굴 안 보여주셔도 되요!!! “간다.” “자,잠깐-!” 박꽃잎, 이 멍충이. 이 바보!! 이 띨띨이! 솔직히 그 창은 너무 높아서 내가 그곳을 올라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뒤에서 원범이 도와줘도 올라 갈수 있을까말까, 일단 올라가는 건 원범이 도와줘도 건너편에서 착지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밖에 상황이 어떤지 알 수가 없으니 원범의 도움으로 내가 먼저 저 밖으로 나가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다. 안다. 알고 있다. 그래서 원범이 먼저 나가 문을 열어주는 것이 현명하다. 안다. 알고 있다... 그런데... 알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바보처럼 멍충이처럼 나가려는 원범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다. 아, 정말 박꽃잎 너무 하다. 너무나 겁을 먹고 있는 내 자신이 내가 너무 창피해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두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원범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내 손에 원범의 손이 닿는다. 깜짝 놀라 손을 바라보자 원범은 자신의 옷자락을 잡은 나의 오른손을 양 손으로 꼭 잡으며 자신의 입 쪽으로 가져다대며 따스하게 입김을 불어 넣는다. 내 손에 살짝 그의 입술이 닿는 느낌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가슴은 미친 듯이 뛴다. 너무나도 빠르게 뛰는 가슴에 머리가 어지러워 정신이 멍해지는데 내 손을 놓지 않은 채로 그가 말했다. “손에 온기가 사라질 때까지 돌아 와. 걱정하지마.” 그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한 마디에 그가 잡아준 이 따스한 온기에 겁이 나질 않았다. 그가 다시 돌아올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가 내 손을 놓고 나는 그가 잡아준 손을 가슴에 안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가볍고 날렵한 몸으로 창문을 뛰어넘었고 그의 모습은 금방 내 시아에서 사라졌다. 적막. 어둡다. 두렵다.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벽에 등을 붙이고 그가 잡아준 손을 가슴에 안으며 그를 기다렸다. 아직 따스해... 그의 온기가 있어. 이 온기가 사라질 때까지 그가 오기로 했으니까 반드시 올거야. 올거야... 올거야... 기다려. 그는... 약속을 지킬거야. 가슴이 뛴다. 두렵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고... 그가 나를 두고 가버릴 것만 같았다. 꽃잎아. 박꽃잎아... 괜찮아... 괜찮아... 몇 번이나 괜찮다고 몇 번이나 그를 믿으라고 내가 나에게 말한다. 그의 따스한 온기가 아직까지 남아 있으니까... 괜찮다고... 괜찮다고... “덜컹-!”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는 눈을 떠 문 쪽으로 몸을 틀며 시선을 빠르게 돌렸다. “하아... 온기... 사라졌냐?” 굉장히 숨이 차 보이는 그. 거친 숨을 내쉬며 나를 향해 빙그르 웃는 그의 모습에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슬...했어.”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0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23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165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75 정담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이곳은 깊은 산속 같았다. 어딘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마을 근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범과 나는 이곳에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이곳을 빠져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였지만 산채 같은 이곳에서 사람들을 피해 밖으로 빠져나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원범 혼자였다면 충분히 빠져 나가고도 남았을테지만... 나는 산채의 벽도 넘지 못했고 걸음이나 달리기도 민첩하고 빠르지도 못했다. 이래저래 원범에게 짐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뭐야! 없어졌대!!” “정말?!” “그러게 그 사내놈은 두고 왔어야지!” “그 자식한테 맞은 기절한 놈들 생각하면 기절한 놈들 몸 좀 추스르면 그 새끼한테 화풀이 하라고 해야지! 안 그냐? 그런데 어떻게 두고 와?!” “덕분에 이렇게 된 거 아냐!!!” 우리가 도망간 것을 눈치 챘는지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와 원범은 그것에 더욱 더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붙잡히고 말 거다. 대체 여기는 무슨 소굴인지는 모르겠으나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산적 같은 후줄근한 옷을 입고는 제 각기 도끼며 칼이며 곡괭이를 들고 우리를 찾으러 눈이 빠져라 움직이고 있었다. “원범아.” 그가 날 돌아보지 않는다. “너 빠르고 날렵하니까.” “그래서.” “니가 빨리 도망쳐서 우리 아버지께 가서 도움을 청해.” “뭐?” 인상을 쓰며 그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겁이 나지만, 두렵지만,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지만 이내 이를 꽉 깨물며 참은 후 숨을 고르며 말했다. “날 데리고는 저 사람들 피해서 이곳 못 빠져 나가.” “빠져나가.” “못 빠져나가. 그러니까... 응?” “안 돼.” “왜!” “절대 안 돼.” “왜!” 그가 미간을 찌푸린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였고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나를 응시하다 이내 고개를 틀며 스쳐지나가듯 나에게 말한다. “널 두고선 절대로 못가.”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충분히 그의 목소리로 그가 진심을 말하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의 등이 넓다. 그의 등이 단단해 보여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저기 있다!!!” 남자의 커다란 목소리에 산채가 발칵 뒤집힌다.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의 손을 잡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나는 원범을 등을 바라보며 그를 따랐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이 사람을 믿자. 원범을 믿어... 괜찮아. 괜찮아... 얼마나 뛰었을까? 이곳은 그들의 소굴... 얼마 되지 않아서 원범과 나는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 남자들은 원범과 나를 향해 덤벼들었고 원범은 손으로 한 놈을 제압하고는 그가 가지고 있던 칼로 남자들을 베어 넘겼다. 남자들은 원범의 칼에 베어지고 쓰러지고 원범 또한 오른쪽 어깨를 칼에 베였다. 너무 무서워 눈물이 흐릴 것만 같았다. 어쩌지? 이러다가 원범이 죽어버리면 어떡해... 안 돼... 나 때문에 이러면 안 돼... 안 되는데...!! 원범은 나를 지키며 가까스로 덤벼 오는 남자들과 맞서 싸웠고 원범의 체력이 점점 고갈되는 듯 칼에 의한 크지는 않은 스치는 상처가 계속해서 늘어났다.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워 죽겠다. 자꾸만 상처 입어가며 힘겨워 하는 원범의 뒷모습에 미친 듯이 가슴이 아파 온다. 어떡해... 어떡해... 제발 누가 우릴 구해줘요... “우랴!!!” 엄청난 괴성과 함께 한 남자가 원범의 빈틈을 타 나를 향해 칼을 휘둘렀고 나는 멍하니 다가오는 칼날을 바라보며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두 눈을 질끈 감지도 못한 채 멍하니 서 있는 나를 원범이 빠르게 돌아서 와락 안아버린다. “자악-!!!” 소름 돋는 소리가 내 귓전을 내리쳤다. 나를 세게 안은 원범의 몸이 움찔거렸다. 원범의 숨이 거칠어지고 낮은 신음을 흘린다. 원범은 빠르게 몸을 돌려 나를 향해 칼을 휘둘렀던 남자를 베어 버리고 휘청였다. 원범의 등 뒤에 커다란 칼자국이 그어져 그 안에서 스물스물 시뻘건 핏물이 젖어 나오고 있었다. 나 때문에... 내가 멍하니 아무 것도 못한 채 서 있어서... 나 때문에... 나를 살리려다가...! “원범!!!” “소리치지마. 귀청 나가겠어.” 가까스로 나를 향해 말하는 그. 어쩌지? 어쩌면 좋아? 제발 누가 도와줘... 제발 우리를 살려줘... 제발... 원범을 살려줘... 저 사람이 이제 나 때문에 그만 상처 입었으면 좋겠어... 제발... 제발!! “휘잉-! 척!” “으악!” 원범을 향해 칼을 휘두르던 남자는 억, 소리를 내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고 휙휙, 퍽퍽,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여러 명의 남자들이 앞으로 픽픽 고꾸라졌다. “뭐야!” 우리를 공격해 오던 놈들은 당황한 나머지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몰라하며 뒤를 돌아봤고 이내 사색이 되어 소리친다. “관군이다!!!” “관군이다!!!” 놈들의 소리에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의 손을 거칠게 내 잡고는 벽에 기대며 거친 한숨을 내쉰다. “이제 됐어.” “뭐?” “현감 나으리께서 관군을 보내셨으니까... 이제 됐다고.” “아버님이?” 놀란 눈으로 앞을 바라보자 우리를 공격해오던 남자들은 우리는 안중에도 없고 뒤에서 밀려들어오는 엄청난 수의 관군과 화살에 놀라 우왕좌왕 도망치기 바빴다. 그 중 화살을 피해 나를 향해 돌진하는 놈들이 있었지만 원범은 힘겨운데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베어 넘겼다. “헉...헉...”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보이냐?” “아니!!!!”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눈물이 가득 차올라 그의 얼굴이 일그러져서 보인다. 아, 난 왜 이것 밖에 하지 못할까... 난 왜 이 사람을 위해 아무 것도 못할까... 난 왜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해 이 남자를 이토록 힘겹게 하는 걸까... 정말 싫은데... 이렇게 약한 척 하는 것도 싫은데... 나 강해지고 싶은데... 자꾸 어린 아이처럼 눈물이 난다. “괜찮아. 멀쩡해.” 그의 커다란 손바닥이 나의 볼을 감싸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의 손길에 놀라 떨리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힘겹게 미소 짓고 있었다. “괜찮아...” “아씨!” 팔명이의 목소리다. 이곳에서 지낸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팔명이는 아버님의 가장 가까운 심복이기에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팔명이의 목소리에 그 혼란 틈에 고개를 돌리자 팔명이가 허겁지겁 내게로 다가온다. “팔명아!” 진짜 세상에 팔명이가 이렇게 잘 생겨 보일 수가!!! 혼란 속에서 팔명이의 얼굴이 보였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를 향해 시선을 두는데 팔명이 앞에 아주 낯익은 얼굴이 들어선다. “마,말도 안 돼... 조인혁?!” 조인혁 맞지? 저 사람.. 조인혁이다. 내가 구해준 그 남자. 산 속에 있어야 할 이 남자가... 어떻게 이곳에서 우리 아버지의 군사들과 팔명이와 함께 있는 거지? 입을 쩍 벌리고 어벙하니 있는 동안 조인혁과 팔명이는 포졸 몇 명을 거느리고 내 앞에 섰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응. 없어. 근데... 원범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원범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팔명이는 기겁을 한다. “아이고! 애 새끼 다 죽어가네. 뭐해? 빨리 옮겨!” 팔명이는 포졸들을 향해 말했고 포졸들은 힘차게 대답을 하며 원범을 부축한다. “집으로 데려가자. 데려가서 의원을...!” “예. 아씨. 걱정 마십시오. 아씨도 어서...” “응! 근데 당신 대체...?” 일단 팔명이를 향해 대답을 하고 원범을 먼저 앞에 보내며 조인혁을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 물음에도 조인혁은 아무런 대답이 없고... “대체 어떻게 된 거냐니까요?” “아씨, 이 분과 아십니까?” 팔명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게 물었고 나는 대답 대신 작은 고개짓을 하고는 조인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가 나를 향해 힐끔 시선을 주다가 이내 바로 돌리며 앞으로 걸어가며 말한다. “나중에 설명하지.” “나중에는 무슨...!!” 조인혁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지르지만 조인혁은 앞으로 훅훅 나아갔고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 일로 한밤중에 우리 집은 발칵 시끄러워졌다. 어머니에게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히 하려고는 했지만 어느 그게 쉬운 일인가. 관가에는 도적들 때문에 시끌시끌하고 도적들을 잡으려 집안의 하인들까지 나서 쉬쉬 거리긴 하지만 시끄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헤엑!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를 보며 달려오던 양순이는 포졸들에게 부축되어 온 엉망진창이 된 원범을 보며 소리쳤고 나는 양순이에 말에 대답하지 못하며 다급하게 외쳤다. “일단 의원을 불러야 한다. 어서 안으로...!” 포졸들을 향해 말하자 양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포졸들을 방으로 안내했다. “원범!”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나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미간을 찌푸리며 원범을 방으로 안내하는 그 뒤를 따르고 있는데 세영 아가씨가 기겁을 한 얼굴로 내 앞으로 달려온다. “원범!” 세영 아가씨는 정확히 이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원범은 정신력과 체력이 다 했는지 기절해 있었고 세영 아가씨는 눈물을 뿌리며 원범에게 달려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내가 이 사람에게 왜 이런 외침을 받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 사람에게 왜 이런 원망 섞인 눈빛을 받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를... 구하려다...” “당신만 위험에 처하면 되지 왜 이 남자까지 끌어 들이나요!!” 세영 아가씨. 지금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원망스럽다는 눈빛이다. “이 사람을 아나요...?” “나의 정인이에요!” 정인...? 정확한 뜻을 알지는 못하지만... 대충 뜻은 알고 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 서로 결혼을 약혼한 사이... 이런 뜻... 뭐야, 원범... 너 결혼할 사람이 있었던 거야? “미안... 해요... 그럴 생각은...” 순간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원범을 끌어들이게 된 나를 탓하며 세영 아가씨에게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멍하니 서 있는 나는 세영 아가씨의 따가운 눈빛을 받았고 이내 세영 아가씨는 원범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지만 나는 그 뒤를 따를 수가 없었다. 원범, 그 사람이 너무 걱정되었지만... 따르면 안 될 것 같았다. 세영 아가씨가 있으니까... 나 같은 건... 없어도 되겠지. “뭐 저래요?” 양순이가 원범과 포졸들을 안으로 안내하고 포졸들이 밖으로 나가자 나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내 물음에 양순이는 방문을 쳐다보며 말한다. “세영 아가씨 말입니다. 아씨께서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소리나 바락바락 지르고 자기 정인이다 어쩐다...” “너도 알고 있었니?” “아니요. 저는 처음 들었어요. 근데 원범이가 세영 아가씨와... 놀랍긴 하네.” 양순이는 신기한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나를 힐끔 바라 보며 큼큼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한다. “어쨌든 세영 아가씨 웃겨요. 아가씨한테 소리나 지르고... 에? 아가씨. 어디가세요?” 양순이가 말하고 있는 도중에 나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고 양순이는 놀라며 나에게로 뛰어 온다. “아버님께 가봐야지.” “아... 아씨!” “응?” “죄송해요!!!!” 허리를 꺾으며 고개를 숙이는 양순이. 나는 놀라 그녀를 멀뚱히 바라보는데 양순이는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제가 아씨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거에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 “니가 왜?” “아씨...?” “니가 나를 납치한 것도 아니고 때린 것도 아니고... 우리 서로 나가 즐겁게 놀다가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린 거잖아.” 허리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양순이를 일으키며 방긋 웃자 양순이는 또 울먹울먹 어쩔 줄을 몰라한다. “에에- 울지마.” “아씨... 흑... 이렇게 무사히 오셔서 다행이에요...” “그래. 다행이다.” 다... 원범 덕분이야. 그가 아니었으면 난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해야 하는데... 옆에서 병수발이라도 내가 해야 하는 건데... 이번에도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내가 너무 무능력하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0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24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649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76 gmldi672003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알록달록한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다친 곳은 없느냐.” “예...” 아버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 아버님께 면목이 없다. 나가서는 안 되는데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다가 여러 사람에게 폐나 끼치고 걱정이나 끼치고... 아버님이 엄청나게 화를 내셔도 나는 아무소리 하지 못하고 그저 쥐죽은 듯 조용히 그 꾸중을 들어야 하는데... 아버님의 얼굴이 그렇게 화가 나신 얼굴이 아니다. 조인혁 때문인가...? 엄청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조인혁은 돌아가지 않고 아버님의 곁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근데 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지...? 아! 저번에 찾아야 한다는 사람이... 이곳에 온 이유,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 아버지였나? “죄송합니다...” 고개를 더 푹 숙이며 아버님을 향해 잘못을 빌었다. “아니다.” “예...?” “양순이에게 너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 이야기라니요...?” 뜬금없는 아버님의 말씀에 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버님은 작은 미소를 입가에 인자하게 지으시며 나를 향해 말을 이으신다. “니 마음 이해한다.” “예...?” “내가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구나.” “무슨 말씀이신지...” “17년 동안 바깥세상 제대로 한 번 보지 못한 채 그렇게 병석에 누워있던 너다. 왜 세상이 보고 싶지 않 겠느냐.” 아, 그 얘기였다. 전에 양순이를 꼬시려고 진지한 연기를 하며 술술 내뱉었던 그 말... 이상하게도 거짓말인데 전혀 거짓말 같지 않았던 그 말... 내 가슴속에 무언가 밀쳐 올라와 정말 아주 진지하게 거짓말을 했던 그 말... 마치 거짓말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얼마 있지 않으면 곧 시집을 가겠지.” 뜨끔, 싫다... 시집... 나는 아직 못해본 게 너무 많단 말이야!! “17년 동안 병석에... 그리고 아무 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채 그렇게 시집을 가버리는 건 이 아비도 원치 않는다. 시집을 가게 되면 그 집을 위해서 지금보다 더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기에 제약 받는 것이 많을터이니...” 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며 힐끗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조인혁을 바라보았고 그는 아버지의 시선에 바로 내 쪽으로 몸을 틀며 나를 향해 엎드려 절한다. 깜짝 놀라 뒤로 몸을 물리며 아버지를 바라보는데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제가 아씨를 모실 것입니다.” “에?”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씨를 지킬 것입니다.” 놀란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자 아버지는 이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신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 않겠다. 다만 너의 어미에게는 그 사실을 말하지 말거라. 분명 걱정 할터이니...” “저,정말요? 저 밖에 나가는 것을 허락해 주시는 건가요?” “그렇다. 다만, 글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몸가짐 또한 바르고 위험한 짓을 해서는 아니되며 자주 나가는 것은 삼가하거라. 그리고 나갈 때는 꼭 이 아이와 함께 나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거라.” 아버지의 말에 나는 놀란 얼굴로 입을 쩍 벌린 채로 조인혁과 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세상에, 나는 정말 아버지에게 죽도록 혼이 날 줄 알았다. 세상에, 이런 양반집 아버지가 어딨어! 우아! 우아! 완전 우리 집 최고잖아!!!! 하늘을 날아가겠다. 하늘을 날아 저기 떠 있는 별이라도 따겠다. 달이라도 따겠다. 세상에,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나 어쨌든 양반집 딸래미인데... 여기가 강화도고 지체 높은 집안의 여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나 양반집 딸인데...!!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그렇게 좋으십니까?” 옆에 있는 조인혁이 묻는다. 아하하, 내 얼굴에 또 티가 났던 걸까. 나는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며 조인혁을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근데 갑자기 왜 존대이십니까?” 내 물음에 그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제가 아씨를 모시게 되었으니까요.” “에...” “그리고 아씨는 제 은인이십니다. 평생... 아씨를 섬기겠습니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오는 멋진 협객처럼... 그는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꺼져가는 제 목숨 살려주신 것이 아씨이십니다. 아씨께서 제 목숨을 살려주셨으니 살려주신 목숨 다시 꺼져갈 때까지... 끝까지 아씨를 받들겠나이다.” 조인혁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멍하니 영화의 한 장면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다 이내 나를 향해 천천히 입술을 뗐다. “제 주인이 되어주시겠습니까.” “난... 그럴 자격도...” “저를 살려주셨습니다. 어차피 저는 죽음 목숨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살려주신 분이 당신입니다. 평생 존경하던 분의 따님이시기도 합니다. 아씨를 섬기는 것은 제게는 영광입니다. 섬기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조인혁의 말에 나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걸까? 안 된다고? 왜? 왜 안 된다고? 그렇다고 된다고 해? 아... 아... 뭐라고 해...!!!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평생 아씨를 위해 한목숨 바치겠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나를 응시하는 조인혁. 그의 눈동자는 결의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런 그의 눈동자에 제압되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대답했다. “고,고마워...” 조인혁이 만들어 낸 상황은 완전 영화인데... 난 왜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할까... 조인혁만 영화배우다. 나는...??? 코메디... 그럼 난 개그우먼?! 컥... 그건 싫다!!!! 나도 영화배우 시켜줘!!! 이이잉!!! 산채에 있던 도적 같은 놈들은 관군의 인해서 일망타진... 팔명이의 말로는 이 일대에 도적 같은 놈들이라고 했다. 백성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약탈이나 도둑질도 많았단다. 못된 놈들이 모이면 더 못됐다고 못된 놈들이 무리를 꾸며 이곳 산채를 지었고 떼거지로 약탈을 하거나 도적질을 했다고 했다. 벼루고, 벼루고 또 벼루고 있었는데 이참에 한꺼번에 일망타진. 살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옥에 가두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이라는 말. 한 마디로 죽은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다. 우리를 죽이려고 했고 서로 죽이자는 싸움에 희생자가 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 기분이... 그렇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나는 약간 근신하자는 마음으로 아버지가 밖을 나가는 것을 허락하셨어도 집에 조용히 박혀 수를 놓거나 글공부에 전념하였다. 이런 내 모습을 볼 때면 점점 이곳에 녹아들고 있는 것 같아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걱정할텐데... 아빠가 걱정할텐데... 그 꿈에 엄마 아빠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는데... 근데 왜 그런 꿈을 꿨지? 병원에 있는 그런 꿈... 나는 멀쩡하니 몸이 아프지도 않은데... 이상하다. “마님께 말씀드리면 안 돼요?” 우리 콩알이가 수를 놓는 내 무릎 위에 조용히 누워 자고 있는데 콩알이 잠 깨게 양순이가 바락 소리를 질렀다. 콩알이가 누구냐- 바로 장날에 할머니가 키우려고 내게 주셨던 강아지다. 그 난리틈에 콩알이를 되찾을 시간이 없었는데 인혁이 어떻게 알았는지 내 앞에 콩알이를 덜렁 데려다 주고는 휙- 하고 사라져 버렸다. “예~? 안 돼요? 안 돼요?” 양순이가 인상을 쓰며 내 앞에 쫑알쫑알 말을 잇는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고 있는 내 모습에 내가 기겁하며 경이로워 하고 있는데 자꾸 양순이가 투덜거린다. 이유는... “세영 아가씨 너무 퉁명스럽게 굴어요.” “자기 정인이 누워있으니 그런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요! 진짜 티내는 것도 아니구... 또 원범이에게 세영 아가씨가 정인인지는 이제 알았다구요! 혹시 정인도 거짓으로 말한 거 아니에요? 흥.” 양순이는 잔뜩 입술을 내밀며 신경질을 낸다. 솔직히 기분 나쁘기도 했다. 내가 일부러 원범을 끌어들인 것도 아닌데... 물론 나 때문에, 나를 지키려다가 그렇게 다쳐 버린 거지만... 마치 내가 엄청나게 큰 죄를 지은 듯이 나를 노려보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말하고 죄인 취급을 하는데... 정말 그야 말로 죽겠다. “마님께 말씀드려서 더 이상 오지 말라고 해요.” “그럴 수는 없어.” “왜요! 그렇게 사람이 안 좋게 구는데 아씨께서 참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속상하니까 그러는 거, 이해해야지.” “아무리 그래도요!!! 마치 제 집 드나들듯 원범이네 방을 들락날락,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양순이는 옆에서 계속 궁시렁궁시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참을 욕을 해대다가 천안댁의 부름으로 밖으로 나갔다. 양순이가 나가고 조용해진 방 안에서 한 땀 한 땀 수를 놓다보니 순간 적막함이 나를 빠르게 휘어 감는다. 아, 시끄러운 소리가 있다 없어지니까 그것도 참 묘하네. “하아.” 작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잉-” 콩알이가 잠에서 깨어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아우, 귀여워.... “콩알이는 여기 잠깐만 있어요.” 콩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방긋 웃었다. 움직일 때 마다 사락사락 나는 천 소리가 참 듣기 좋다. 한복의 살짝 까칠한 느낌도 좋고 한복 사이로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람도 좋다. 길이가 길어 처음에는 상당히 거추장스럽고 걷기 불편했는데 어느새 나는 한복에 완벽한 적응이 되어 사뿐사뿐 그야 말로 나비 걸음 걷듯 걷는다. 푸하하하, 너무 자화자찬인가?? 푸하하하!! 답답함에 수연당을 나서며 집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향숙이, 돌쇠, 석팔이가 뭐하고 있는지도 보고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며칠 밖에 나서지 않고 얌전히 앉아만 있었더니 엉덩이에 종기가 나려 했는데 이렇게라도 돌아다니니 마음이 편하다. 석팔이가 장작 패는 것을 옆에 쭈그리고 앉아 보고 있는데 저 멀리 관복을 입은 사람이 바쁘게 아버지가 계신 안채 쪽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누구니? 저 사람들.” 이곳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다. 관복의 모양이나... 설마, 또 한양에서 인혁이를 잡으러 온 건가?! 놀란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석팔이가 내게 말한다. “한양에서 무슨 전언을 가지고 온 사람인 것 같은디요.” “전언?” “예, 아까 그리 들었습지요. 팔명이가 한양에서 사람 온다고 어찌나 펄쩍 거리던지.” “아... 그런거야?” 다행이다. 난 또 인혁이 잡으러 왔다고... 근데 이 자식은 나 지킨다면서 어딜 이렇게 싸돌아 다니고 내 앞에 얼굴은 안 비추는 거야? “아씨.” “응?” 석팔이의 부름에 뒤로 돌아보자 석팔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아씨는... 저희를 진짜 편하게 대해주셔요.” “아... 내가?” “예, 어찌나 편해게 대해주시는지 정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요.” “아... 그러면... 나도 고맙지... 아하하...” 솔직히 내가 양반이라고 하지만 내 뼛속 깊이까지 양반은 아니다. 왜냐? 난 21세기 사람이니까. 양반이고 천민이고 그런 거 따지고 양반이니까 천민 곁에 가서는 안 돼, 천민이 하는 행동 우습잖아, 볼 거 없어. 라고 말할 수 없다. 나는 실제로 장작 패는 건 오늘 처음 봤고 신기하니까. “이렇게 아프지 않으시고 만날 건강하게 돌아다녔으면 좋겠어요.” “응. 이제 안 아플게.” 방긋 석팔이를 향해 웃으며 말하자 석팔이는 더 신이 나서 신나게 장작을 팼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0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25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290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77 싸이즈 큰거 , 건강한새끼♡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우아, 완전 귀여워요~ 빙글빙글 예쁜 손글! 글씨도 예쁘고 씨디플레이어처럼 돌아가는 게 너무 이뻐요~ 손글 감사드립니다~★ 그야말로 곤혹이었다. 오늘도, 역시나... 세영 아가씨는 나를 가르치는 내내 엄청나게 쓴 약을 먹은 듯한 찌푸린 얼굴로 시종일관 내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은 채 나를 가르쳤다. 가끔 내 눈을 바라볼 때면 상당히 적대시 하는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진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물론, 정말 정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친 거... 그거 마음 아프고 그렇게 만든 사람 원망스러운 것 안다... 그치만... 너무 심하잖아... 나도 마음이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너무나 걱정되고 원범이 어떤지 한번쯤을 들여다보고 싶은데... 너무나도 철저하게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세영 아가씨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원범에게 정인이 있을 줄이야... 그러면서... 그러면서 왜 그렇게 날 향해 웃었는지 몰라... 왜 그러면서 걱정말라고 나를 다독여 줬는지 몰라... 사람 괜히 설레이게, 사람... 괜히... 다른 생각하게 만들게... “에이-” 고개를 세차게 내저으며 미간을 찌푸리자 세영 아가씨가 나를 노려본다. 에에, 무섭다. 무서워...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세영 아가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뒤를 돌아 나갔고 나는 어정쩡하게 일어나 세영 아가씨를 뒤쫓으며 배웅 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오늘도 대단했습니다요.” 양순이는 수연당을 나가는 세영 아가씨의 뒷모습을 보며 비아냥 거렸고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아씨가 뭐 그렇게 잘못하셨다구 그러세요!!” 양순이, 정말 화가 나긴 미친 듯이 나는 모양이다.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세영 아가씨와 나를 둘 다 잡아먹을 듯한 용가리 얼굴로 불을 열심히 내뿜었다. “진짜 자기 남편도 아니면서... 아니! 남편이라도 저 정도는 안 하겠다!!!” “나도 한 번...” “예?” “원범 얼굴 보고 싶은데...” 어색하게 웃으며 양순이를 바라보자 양순이는 잠시 멍한 얼굴로 넋을 잃고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점점 놀란 얼굴로 바뀌며 입을 크게 벌리고는 불을 뿜을 준비를 한다. “서,설마 아씨! 원범이에게...!!!” “뭐! 뭐! 뭐! 원범이에게 뭐! 그냥... 그냥... 나 때문에 다쳤는데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했으니까!!” “아씨! 왜 이렇게 당황하세요!” “너,너가 이상한 소리 하니까!!!” 양순이의 눈이 엄청나게 가늘어 지며 나를 은근히 바라보고 나는 민망함에 고개를 홱 돌리며 방 안으로 들어가려 발을 떼었다. “지금이라면 보실 수 있으실텐데.” 양순이의 말에 나는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춘다. “이것 봐, 이것 봐~ 뭔가 있어요. 아씨~” 낚였다...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지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양순이가 마루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말 한다. “근데 진짜 지금이라면 보실 수 있어요.” “세영 아가씨가...” “세영 아가씨, 오늘 밤은 수발 안 드시고 집으로 가셨거든요. 원범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기도 하고... 막 그래요, 지금.” “정말?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긋 웃자 다시 양순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응시하지만 나는 냉큼 무시해버렸다. 정말 다행이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돌아다닐 정도면 정말 많이 나아졌구나... 그런데도 한번 얼굴도 안 내밀고... “지금 가시겠어요?” "응!“ 나... 진짜 속일 줄 모르는가봐... 멍하니 딴 생각하고 있다가 양순이의 말에 솔깃해서는 바로 웃으며 대답하는 것 봐... 양순이의 시선이 참 민망하고 따갑지만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가,가자. 일단 나 때문에 다쳤으니까... 응? 응?” 낚인 기분이다... 아무래도 낚인 기분이야... “없는데?” 방문을 열어보고는 나는 양순이를 향해 뒤를 돌아보았고 양순이는 놀란 얼굴로 내게 말한다. “에? 아까지만 해도 방에 있었는데...” “너...” “진짜에요! 진짜! 기다려 보세요! 금방 찾아 올테니까요!” 양순이는 씩씩거리며 훌렁 뛰어 나갔고 나는 마루에 걸터앉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밤이 깊었다. 예전에는 가로등 불빛, 집에서 새어 나오는 형광들 불빛의 잔해들에 환하게 밝혀지는 거리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이렇게 적막하고 어두운 이곳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나름 운치 있다. 귀신 나올 분위기긴 하지만... 뭐 어때, 여긴 우리 집이고 사람들도 바글바글 얼마나 많이 사는데... 잠깐 근데 귀신이 나오는 건 사람이 많냐, 적냐의 문제가 아니지... 잘 때는 나 혼자고... 수연당에 사람이 적으니까... 나도 모르게 귀신이 확-!!! “터억-” 힘 없이 내 어깨에 걸쳐지는 차가운 손... “꺄,꺄악-!!!!!” 귀신이다! 귀신이다! 귀신이다! “양순아! 양순아! 귀신이 나타났어. 나 좀 살려줘!!!!”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눈물 찔끔 거리며 온 몸을 움츠리며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하느님 아버지, 부처님 보살님... 아아아아아- 싫어 귀신 싫어! “귀신? 어디?” “에?” 너무나도 낯익은 목소리에 불안불안한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니... 원범...이다... 쪽팔려라... “넌 왜 그렇게 귀신 타량이냐.” “무,무서우니까 그렇지!” 내 말에 그가 또 피식 웃는다. 얘가, 얘가 요새 왜 이렇게 잘 웃어대?? 여인네 가슴 설레이게... 정인도 있는 주제에... 왜 자꾸 내 앞에서 베실베실 웃고 난리야?? 에씨. “왜 왔냐?” “오,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야! 그냥... 일단 나 때문에 다쳤으니까...” “내 중심부는 멀쩡하다.” “에! 그게 아니라!!! 나 감싸주려다가...!!!” “그게 왜 너 때문인데? 내가 한 거지.” “나 지켜주려다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건데 그걸 너 때문이라고 하는 거냐?” “에... 그건...” “됐어. 너 때문에 다친 중심부는 멀쩡하다. 튼튼해. 장가 문제없어.” “그,그래 다행이네...” 지금 세영 아가씨한테 장가간다고 자랑하는 거냐? 나쁜 놈... 나쁜 놈... 좋겠다! 정인 있어서... 갑자기 기분이 너무 상한다. 마음이 싱숭생숭 좋질 않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원범을 차갑게 스쳐지나갔다. “어디가?” “어디긴 내 집에 가지!” “화났냐?” “내가 왜?!” “근데 왜 이렇게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 “그,그건...” 원범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멀뚱히 서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원범이 내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여 빼꼼히 내 얼굴을 바라본다. 민망함에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고 내 반응에 원범도 좀 놀랐는지 서로 아무런 말도 못하고 묘한 분위기로 그 자리에 서로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차박차박-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고 나와 원범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지? 아버지와 어머니, 우리 집안 사람들 모두가 나와 원범에게 오고 있었고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한 번 쳐다보시더니 천안댁을 향해 시선을 두었고 천안댁은 나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쪽으로 오셔요...” 천안댁의 이끌림에 나는 아버지 뒤에 서 있는 어머니 옆에 섰고 멀뚱 멀뚱 좀 사람들을 돌아보며 무슨 일인가 싶어 멍했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놀라움? 아니면 경건함?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표정이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오늘 한양에서 전언이 왔다.” 아버지가 원범을 향해 입을 떼었다. 원범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아버지를 바라보았고 아버지는 잠시 원범을 바라보다가 이내 허리를 꺾으시며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바닥에 박는다. 아버지에 행동에 너무 놀라 입을 벌리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머니도 우리 집의 일하는 모든 사람들도 원범을 향해 허리를 꺾어 바닥에 무릎을 대고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너무 놀라 입만 벌리고 있는데 어머니가 나의 옷자락을 바닥으로 이끌어 나는 그 대로 어설프게 앉아 어리둥절한 얼굴로 원범을 바라보는데...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글픈 시선으로 아버지를 응시했다.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마치 무언가를 예상한 것처럼... “왕대비 마마의 명이십니다. 오늘로써 당신은 마마의 명으로 덕완군으로 책봉되셨나이다. 궁으로 입성하시어 책봉 의식을 치르시고 전하의 뒤를 이어 이 나라의 주인이 되셔야 하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왕대비 마마의 명으로... 덕완군으로 책봉? 궁으로 가서... 전하의 뒤를 이으라니... 왕의 뒤를 이으라니? 그럼... 그럼... 원범이... 원범이 철종...이었던 거야? 유배 된 왕족, 한 순간이 왕이 되어버린 비운의 왕...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바로... 원범이었던 거야?!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0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26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470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78 a동방재중a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동방재중님 오랜만이여요^^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믿고 싶지 않고 믿어지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다... 평범하지 않다 생각했어. 양반집 여식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고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양반집 여식과는 달랐으니까. 그저... 그냥 당신의 아버님이 훌륭한 분이시니까. 존경받을 만하고 백성들에게 언제나 인자하신 분이였으니까... 그저 아버님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니... 그럼 진짜 수연당 아씨는 어디로 가신 거지?”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설마 내가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죽어버렸거나... 아니면 다른 세계로 날려가 버렸거나... 불안함에 몸을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난 이기적이었다. 내 생각만 하느라 이곳의 진짜 수연당 아가씨가 어디로 가버렸을지 죽었을지, 살았을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하질 않았다... 정말... 이기적이다, 박꽃잎. “니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으니까. 그분도 괜찮아.” 담담한 말투로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그. 나는 그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살짝 올려다보았다. “왕이 되지 말아야 하는 거냐?” 나는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도망쳐야 하는 거냐?” 가슴이 아팠지만, 그가 내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은 싫었지만... 다시는 못 보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지만... 도망가야 한다. 이곳에 있으면 안 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떼었다. “지금 당장... 가.” “......” “지금 몰래 이곳을 나가. 니가 나가는 건 식은 죽 먹기잖아. 이곳에서 나가서 형님을 데리고 그리고 너의 정인을 데리고 떠나... 니가 그냥 떠나버린 다면 세영 아가씨는 정말 가슴이...” “정인?” 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고 나는 그것에 놀란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며 물었다. “그래. 정인... 세영 아가씨 네 정인이잖아.” “아...” 아? 라며 이제 생각났다는 얼굴로 픽 웃음을 터트리는 원범. 너무 황당해서 입을 쩍 벌리는데 원범은 나를 향해 빙글 웃었다. “한 때 그랬었지.” “한 때?” “역모죄로 나의 혈육들이 도륙나기 전에... 이곳으로 쫓겨 오기 전 정말 아주 많이 내가 어린 나이일 때.” 원범의 말에 나는 입을 벌리고 아-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영 아가씨께도 항상 죄를 짓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왜...?” “우리 집안이랑 연관됐다는 이유로 강화도로 쫓겨와 이도 저도 다 잃은 몰락한 양반이 되어 버렸으니까. 세영 아가씨의 아버님까지 돌아가신 지금 그 집이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은 없어. 모두... 나 때문이고 우리 집안 때문이지. 그런 아가씨가 나를 정인으로 생각한다고? 절대, 그런 일은 없어.” “하지만 이 이야기는 세영 아가씨께 직접 들은...” “한 때 정인이었다고 하나 아가씨의 집을 몰락하게 한 건 우리 때문이었고 나의 아버님과 세영 아가씨의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상 우리는 그 어떤 사이도 아니야. 세영 아가씨도 나를 원망하고 계실 거고.”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원범을 응시했다. 원범은 세영 아가씨가 자신을 원망할거라고, 모두 자신의 집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정인이라는 것은 아주 어릴 때 정해진,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닌 약속이라 말했지만... 내가 봤던 세영 아가씨의 모습은 아니었다. 대체... 무얼 믿어야 하지? 그리고 나는 대체 왜... 이걸 이토록 궁금해 하는 거지? 정인이 아니면 아닌 거고 맞으면 맞는 건데... 왜 이렇게 궁금해 미칠 것 같냐구... “아가씨께서 니가 누워있는 내내 너를 보살피셨어.” “알고 있어.” “그런데도 아가씨께서 너를 원망한다고 생각해?” "나는 죽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으니까.“ “뭐?” “평생 괴로워하며 살라 하셨으니까.” “그게 무슨...” “몰락한 아가씨의 집안을 보며 무너져가는 아가씨를 보며 그렇게... 괴로워하라고... 평생 괴로워하라고... 자신이 죽기까지 절대 죽어서는 안 된다고.” 그가 나를 바라보며 서글프게 웃는다. 세영 아가씨의 원망...? 원범의 말로는 원망이지만... 난 왜 그렇지 않을까. 난 왜 그를 원망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가진 것이라... 세영 아가씨가 그런 것이라... 왜 그렇게 생각이 되는 걸까... “도망친다면 물론 세영 아가씨와 같이 갈 생각이다.” 욱씬, 가슴이 아려온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틀린 거 아닌데... 아프다.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러지 말라고... 날 데려가 달라고... 미친 척, 정말 미친 척 그런 말들을 내뱉고 싶다. “니 말... 믿겠어.” 그가 나에게서 등을 돌린다. “믿기에 니 말대로 할게.” “그럼 지금 당장...?” “형님과 세영 아가씨께도 말씀들 드려야하니까.” 그가 날 바라보지 않지만... 나는 그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꽃잎아. 이게 정말 잘하는 걸까...? 잘하는 거겠지? 원범이 살 수만 있다면... 비운의 왕이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게 하려면... 이게 잘하는 짓이겠지...? “고맙다.” 원범이 가던 길을 멈춰 서 몸을 틀어서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에... 괜히 울컥 눈물이 솟는다. 저 모습이 마지막일거라는 생각에... 눈물이 솟는다. “믿기지는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으니까... 고맙다.”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핑글, 하며 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마치 날아오르듯 담장을 가뿐히 넘어 버리고 그대로 내 시아에서 사라졌다. 이제...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는 것이다. “주무시지 않고 계셨습니까.” 집으로 돌아온 원범이 허름한 초가집 한 켠 마루에 앉아 있는 자신의 형님 이경응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그는 불안한 시선으로 원범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형님께도 말씀이 갔을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더냐...!” 경응은 두 눈 가득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고개를 내저으며 진저리를 쳤다. 그런 경응을 보며 원범의 두 눈에 서글픔이 가득 찼다. 자신의 형은 나약한 사람이었다. 대대로 내려오는 죽음을 바라보며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원래 심약하고 소심함을 가지고 있는 그였는데 갑자기 원범이 덕완궁으로 책봉되어 왕으로 추대 되다니... 원수 같은 안동 김씨의 수장 격이라 할 수 있는 왕 대비의 양자가 된다니... 하늘이 무너지고 살 떨리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형님.” “그래...” “저는 왕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뭐,뭐라?” “저는 왕이 되지 않고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 원범의 말에 경응은 몸을 휘청이며 그대로 다시 마루에 털썩 주저앉았고 원범은 긴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찌푸렸다. 경응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온 몸을 덜덜 떨며 그에게 말했다. “왕이 되지 않으면...? 이곳을 떠나면...?” “이곳을 떠나 숨어서 살 것입니다. 형님... 이곳을 같이 떠나야 합니다.” “나도...? 나도... 이곳을 떠나 명을 어긴 죄를 받으란 말이냐...? 그 명을 어긴다면 죽을 거야. 죽는다.” “숨어 버리면 됩니다. 찾지 못하게 도망치면 됩니다.” “숨을 수 없어... 도망칠 수 없어... 원범아... 나는 죽기 싫다. 나는 무섭다... 나는 무서워... 그러니까 이 기회로 니가 왕이 되어 날 살려주거라... 나를 살려주거라... 나는... 나는... 이곳 생활도 싫다. 부들부들 떨며 언제 죽을까, 날만 기다리는 것도 싫다... 그러니까 니가 왕이 되어 날 살려주거라...” 원범의 얼굴이 서글픔으로 일그러졌다. 어쩌다가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 되었을까... 어쩌다가 이렇게 서글픈 사람이 되었을까... “원범아... 원범아... 범아...” 경응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원범 곁으로 다가와 그대로 바닥에 무릎 꿇고 주저앉으며 원범의 다리를 잡고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사정했다. “제발... 나를 살려다오... 나는 큰 형님처럼, 아버님처럼, 어머님처럼 비참하게 죽기는 싫다. 나는 살 거다. 끝까지 살거다... 그러니까 니가 왕이 되어 제발 날 살려다오...” “제가 왕이 되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들의 횡포는 여전할 것입니다.” “그래도 왕이 않느냐! 너는 우리 셋 중에 아버지가 제일 아끼던 영특한 자식 아니더냐... 그러니까 왕이 되어서 그들을 휘어잡을 수 있을 거다. 아니! 휘어잡지 못해도 왕인데 죽이겠느냐... 내가 왕의 형인데 죽이겠느냐... 응...? 원범아... 범아...” 원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꽃잎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비운의 왕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고... 원범은 자신을 향해 매달리며 눈물을 흘리는 형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쉰다. 가슴이 아려왔다.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는 자신의 형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원범은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고... 그녀가 나에게 말해준 그 역사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이런 형을 뿌리칠 수는 없다고... 그가 눈을 번쩍 뜨며 자신의 다리에 매달린 형을 일으켜 세우며 진지하게 말한다. “왕이 되겠습니다.” “정말이냐? 정말 왕이 되는 게지...?” “왕이 되어 바꿔보겠습니다... 이 나라를... 반드시 바꿔보겠습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1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28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476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80 블랙삐약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반짝반짝 너무 예쁜 손글이에요^^★ 감사드립니譚 원범은 세영 아가씨를 좋아한다, 사랑한다, 라고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분은 나를 원망하고 있다고... 모든 것이 다 나 때문이라고... 서글퍼했다. 세영 아가씨에게 묻고 싶다. 정말 원망하는 거냐고... 원망은 하지만... 사실은 사랑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원범에게 묻고 싶다. 세영 아가씨가 너를 원망하지 않았다면... 너희 집 때문에 세영 아가씨의 모든 것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넌 세영 아가씨를 사랑했을 거냐고... 사실은 지금도 세영 아가씨를 사랑하는데...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어차피 지금쯤이면 떠났을 텐데... 어제 새벽에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이른 새벽, 이곳을 떠났을 텐데... “아씨~ 뭘 그렇게 혼자 골똘히 생각하시어요?” “에... 응. 별 거 아니야.” 양순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흔들며 어색하게 웃어 보았다. 그러자 양순이는 잔뜩 시무룩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요새 아씨 통 밖에 나가시질 않으시네요. 나으리 허락도 받으셨는데...” “철정이 보고 싶어 죽겠니?” “에... 그게 아니라...!!!” 얼굴 또 빨개지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안절부절 하다가 이내 나를 바라보며 바락 소리 친다. “아씨! 오,오해 마셔요... 그런 게 정말 아닌데... 철정이 보지 않아도...” “나갈까?” “예?” “안 그래도 속도 답답했고... 바람 좀 쐴까?” 방긋 웃으며 양순이를 향해 말하자 그녀의 얼굴은 마치 꽃이 피듯 환하게 피어올랐다. 아, 사랑하는 여자는 아름답구나... 나도 사랑해서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 싶다. 사랑해서 서글프고 슬픔에 가득 찬 여자가 아닌... 사랑해서 행복한 여자. 참, 그렇다. 참, 쭈뼛쭈뼛하고 참, 뻘쭘하고 참, 민망하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거와는 다른 이 기분... 무슨 기분이냐면... 다름 아닌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다니는 그거 말이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면 그렇게 여자가 멋있어 보이고 그랬는데... 난 왜 이렇게 난감하고 뻘쭘하니. 양반집 딸래미가 밖에 나돌아다니는 것은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쉬운 일이라 나는 양순이가 만들어준 옷을 입고 양순이와 인혁의 호위를 받으며 저작거리로 나섰다. 인혁은 내 뒤에 가까이 붙어 따라오며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랜...만이죠?” 살짝 걸음 속도를 낮추며 인혁 옆에 서자 인혁은 또 다시 걸음을 낮추며 내 뒤에 서며 말한다. “하대하십시오.” “에...” “그게 편합니다.” “으응...” 인혁의 카리스마에 어째 내가 눌리는 것 같다. 양순이는 인혁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난감함에 한숨 푹 내쉬며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콩알이도 데리고 나올 껄.” “콩알이요? 왜요?” “바깥구경-!” “에에, 그러다가 또 콩알이 잊어버리셔서 붙잡혀 가실라구요?” “끙...” 양순이의 말에 작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바람을 쐬려고 복잡한 머리 좀 시원하게 하려고 밖에 나온건데... 어째 더 원범 생각이 절실하다. 이곳에서 원범과 다투었는데... 이곳에서 원범과 다투었는데... 정말 그와는 좋았던 기억보다 다툰 기억이 더 많은데... 왜 그렇게 가슴이 애틋하게 달아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바락바락 거리며 다투었지만 지금은 그 기억이... 그저 아련하니 미소 흐르는 추억이 되어 버렸다. 떠났을까...? 떠났겠지... 형님과 세영 아가씨를 모시고... 그렇게 떠났겠지... “아! 철정아!” 이젠 대놓고 철정이를 보면 소리치면서 달려가는 양순이. 예전에는 좀 빼는 게 있었는데 요새는 영 빼는 게 없단 말이야... 하하. 철정이는 오랜만에 나온 양순이의 모습에 입이 아주 귀에 걸리며 와다다 가게에서 쫓아나와서는 양순이를 맞는다. “오늘은 나올 수 있었어?” “응! 아씨께서 산책을 가시자고 하시어서...” “많이 보고 싶었어...” “나도...” 아- 싫다... 안 그래도 울적한데 저것들의 닭살을 보고 있자니 정말 눈물겹다.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홱 틀어 그들에게서 멀어지게 걷자 인혁이 조용히 묻는다. “다른 곳으로 가시는 것입니까.” “여기 있으면 쟤네들에게 폐잖아.” 그리고 부러워 죽기 전에 후딱 다른 곳으로 가야지... 안 그러다가는 정말 외로움에 부러움에 죽어버릴지도 몰라. “당신이 있으니까 내가 사라져도 양순이 걱정 안 할 거야.” 방긋 웃으며 그를 향해 말하자 그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나의 시선을 피했다. 이렇게 듬직하게 내 뒤를 봐주니 확실히 마음이 편하긴 하다. 아아- 완전 멋있는 보디가드!!! “우앗!”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좁은 골목에서 손이 쑥 나오더니 내 팔목을 잡아 당겼고 그것에 괴성을 지르며 딸려 들어갔다. “챙-!!” 무언가 눈앞에서 번쩍이며 정신없이 휘둘려 왔고 진정을 하며 눈을 떴을 때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시퍼런 칼날이었다. 나를 겨누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나머지 팔 한쪽을 잡고 내 뒤에서 나를 잡아 끈 사람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인혁. 시퍼렇게 선 칼날에 덜덜 떨며 불안한 시선으로 나를 잡아 당긴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 너 왜...!!!” “뭐하는 짓이냐.” “원범!!” 이곳을 떠났어야 하는 그가 왜 여기에서 나를 잡아 끈거지? 분명히 도망쳤어야 하는 그 사람인데... 그를 향해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날 바라보지 않은 채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는 인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 위험한 사람 아니야. 서로 알잖아. 응?” 어색하게 웃으며 두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는데 두 남자는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살기를 풍기며 금방이라도 대판 싸움을 벌일 듯 대치에 서 있었다. “저기... 있잖아~” 방긋 웃으며 원범과 인혁을 바라보지만 이미 두 사람의 눈에서는 내가 사라진 듯 서로만 죽어라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다. 원범이 자신의 목에 대어 있는 발로 쳐냈고 그것에 인혁이 내 손을 잡은 원범의 팔을 쳐냈고 그것에 원범은 재빠르게 다시 내 팔을 도로 잡으며 인혁이 잡은 내 손을 쳐냈다. 그것에 다시 인혁이 내 손을 잡은 원범의 손을 쳐냈고 다시 내 손을 잡는다.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서로 쳐내고 다시 내 손을 잡고 쳐내고 내 손을 잡고 몇 십번을 반복하다 이내 둘 다 동시에 서로 잡은 내 손을 같이 쳐내며 내게서 멀리 떨어져 나갔다. “왜 이래, 진짜!!” 쳐내는 강도가 정말 장난이 아니라 내가 아프진 않지만 그들의 팔과 손은 정말 멍이 들 정도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두 남자는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본격적으로 육탄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영화에서나 보던 몸짓을 해대며 이리 붕, 저리 붕 몸을 화려하게 굴리며 서로를 향해 주먹과 발을 내둘렀고 두 사람은 막상막하로 한 대 맞고 한 대 막고를 반복했다. 진짜 이대로 가만히 냅두면 크게 다칠 것 같아. 진짜 이 두 사람 왜 싸우는 거야! 그때 서로 적이 아니라는 걸 알잖아!!! “뭐하는 거야! 그만 하라니까!!” 둘 다 내 말 싹 무시다. 말려야 하는데... 뭐라고 말리지...? “야!!!!” 소리 질러도 소용없다. 아아아- 진짜 이 남자들 왜 이러는 건데!!!! “니들 둘 다 안 멈추면 나 이대로 도망쳐 버린다! 또 나 잃어버리는 거야! 알어?!” 이 말이... 가장 실용적이었나보다. 도망친다는 말에 두 남자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싸움을 뚝 멈추고는 나를 응시했고 나는 긴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찌푸렸다. “진짜 뭐야, 너희들!!!” 두 남자들은 이번에도 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를 노려보며 살기를 풀풀 풍겨댄다. “너희 적 아니거든요!” “쳇.” 원범은 신경질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내 앞으로 다가왔고 그 뒤를 따라 인혁이 다가와 내 뒤에 선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정신없던 머리를 좀 가다듬었다. “아! 너 왜 여기에 있어?” 두 남자가 생난리를 친 덕분에 이제야 다시 생각나 원범에게 묻는 나. 내 물음에 원범은 그 새까만 눈동자로 표정 없이 나를 가만히 바라볼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날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 그 바라보는 눈동자에 내 가슴이 설레인다. 아- 드디어 이제 미칠 때까지 미쳤나봐. 그래도 너무 좋다.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보고 있으니 너무 좋다. 마냥 좋아. 마냥 행복해. “니 소원 들어준다.” “에?” 내 질문에 대답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을 툭 내뱉는 원범. “가자.” 나에게 어디론가 가자고 말하며 몸을 트는 그. 나는 얼떨결에 그를 따라나서려 발걸음을 옮기는데 인혁이 내 앞을 막아선다. “에?” 놀란 얼굴로 인혁을 바라보자 원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본다. “가시면 안 됩니다. 저 사람을 어떻게 믿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가시는 겁니까.” 인혁의 말에 원범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인혁을 노려본다. “넌 뭐냐.” “난 조인혁이다. 아씨의 호위무사다.” 꺄악-!! 아씨의 호위무사다. 왜 이렇게 멋있니. 왜 이렇게 멋있니. 왜 이렇게 감동적이니. 왜 이렇게 감동적이니-!!!! 꺄악-!! 기절할 것만 같애... 난 이렇게 기분이 묘하니 들떠 오르는데 원범은 더 기분이 상했는지 있는데로 인상을 쓰기 시작한다. “내가 있는 한 니가 그 애를 호위할 일은 없을 거다.” “무슨 뜻이지?”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한다는 뜻이다.” “니 말을 믿을 수 없다. 아씨를 데려갈 수 없어.” “박꽃잎.” “에? 응?” 살기 풀풀 넘치는 시선으로 나를 부르는 원범의 모습에 나는 잔뜩 주눅된 얼굴로 대답을 했다. “안 갈거냐?” “에?” “안 따라 오냐고.” “에? 그게 어디를 가는 줄은 알아야지...” 원범과 인혁을 번갈아 보며 말끝을 흐리자 내 말에 인혁은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짓고 원범은 무표정을 일관한다. 그러다가 이내 입 꼬리를 씨익 올리며 내가 말하는 원범. “마을 끝 북쪽 무당에게 가는데... 안 가냐?” “갈래!!!!” 일부러 보려고 한 건 아니지만... 나는 보고 말았다. 인혁의 얼굴이 굳어지고 원범이 승리의 미소를 그리는 것을... 차라리 보지 말껄... 아니 이 둘은 왜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은 거야? 꽤 오랜 시간을 걸은 끝에 드디어 정말 덩그러니 북쪽 끝에 서 있는 한 집을 볼 수가 있었다. 작고 초라한 집이었는데 사람들이 왔다갔다 한 흔적들이 조금씩 있긴 했지만 인적이 그렇게 잦은 곳은 아닌 듯 했다. 오는 내내 어찌나 두 남정네들이 으르렁거리는지. 따로 떼어 놓으면 각자들 듬직하고 냉정한 남자들인데 붙어 놓여 놓으면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마냥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처럼 으르렁 거린다. “저곳인거야?”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지만 펜던트를 찾을 수 있다는 기쁨에 활짝 웃으며 원범을 향해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다행인건 인혁이 이곳에 왜 왔는지 모른다는 거다. 원범처럼 내가 21세기에서 왔다는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그 펜던트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안 좋은 물건으로 인혁이 생각한다면 나는 절대 이곳에 못 왔을 거다. “내 말 진짜로 믿어주는구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하자 그는 나를 바라보다가 빠르게 고개를 돌리며 앞으로 나아가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친다. “믿지 않을 수 없으니까!” 에... 왜 신경질은 내고 그래, 참. 그래도 기분 좋다. 아아 드디어 21세기로 돌아갈 수 있는구나!!! 정말 정말 정말 기분 좋아야하는데... 왜 나... 한쪽 가슴이 왜 이리도 찜찜하지...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왜 이리도... 가슴이 미어질까. 나는 내 앞으로 걸어가는 원범의 커다란 등을 똑바로 응시했다. 원범 때문에...? 어차피 그는 내 곁을 떠나는데...? 그래도... 그래도 이곳에 있고싶나봐... 같은 세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가봐... “하아-” 긴 한숨이 나도 모르게 흘렀고 그것에 인혁이 나를 바라본다. “에에- 아니야. 아무 것도...” 걱정스레 날 응시하는 것 같은 그의 모습에 손사래를 치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고 그는 그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물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왜 온 것입니까.” “여기? 여기... 좀 찾을 게 있어서.” “그렇다면 다른 종들을 시키시면 될 것을...” “으응- 아니야. 이건 내가 꼭 찾아야 해.” 시킨다고 해도 절대 이곳에 와서 저주스러운 물건이라 하는 펜던트를 내게 다시 되돌려줄 리가 없다. 부모님께서 경을 치시지 않으면 다행일껄. “인혁아.” 그의 이름을 이렇게 또 다정하게 부르는 것은 처음인가? 처음이 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불렀던 것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일단 우리의 첫 만남은 살벌했고 그 후로는 내가 그에게 존칭을 그는 나에게 존칭을 대하지 않았으니까. 내 부름에 그가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여기에 온 것은 너만 알고 있어줄래?” 그가 미간을 찌푸린다. “응? 꼭 그렇게 해줘. 나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응?” 나의 말에 인혁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이내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대답했다. “아씨의 명이니 따르겠습니다.” “명령이기보다... 부탁이야. 고마워. 부탁 들어줘서.” 으으- 착해. 너무 착해!! 원범도 그렇지만 인혁이도 사실 알고 보면 사람이 참 다들 좋다. 원래 남자라는 동물들은 이래 좋은 것인가? 21세기의 남자들도 이래 좋은 거야?? 근데 난 여태까지 이래 좋은 남자들 단 한 번을 못 만나고 솔로로 살아 온거야? 하긴... 21세기의 나는 얼굴 댕그란 여자아이의 불과하니까... 요새는 쭉쭉빵빵 섹시한 여자애들 좋아하잖아... 이곳에서는 어느 정도 내 얼굴이 먹히는데... ( 죽이지만 말자... ) 풉... 풉... 풉!!! 아- 이런 행복한 곳에서 어째 떠나지???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1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29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4127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81 달빛노래예슬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손글씨 너무 예뻐요~★ 감사드립니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멀리 서 있던 무당의 집은 어느샌가 내 발 빝으로 와 있어 무당의 마당을 밟고 있었다. “실례하겠소.” 원범의 짧고 굵은 목소리에 방 안에서 문을 열고 한 처자가 나온다. 소복을 입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처자인데 어쩜 그렇게 단아한지... 누구지? 무당의 언니?? “무슨 일이신지요.” 목소리 또한 참으로 우아하다. “이 분은 수연당 아씨시오.” 원범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고 그것에 여자는 마루에서 신발을 신고는 밖으로 나와 나를 향해 허리를 숙였고 나 또한 허리를 숙였다. “어찌 이런 먼곳까지 행차하셨나이까.” 여자의 말에 나는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일단 무당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무당 없나? “확실히 그때보다 혈색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나를 올려다보며 방긋 웃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멍하니 입을 벌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난 기억 없는데... 서로 인사까지 했는데 내가 기억 못하는 바람에 내가 실례하는 거 아니야? “저를 기억하시지 못하시나요? 저번 굿때...” “제가 굿을 하긴 했는데요... 그러니까...” “예. 그때 제가 굿을 해드렸지요.” “에? 에? 엑?!” 굿하는 것을 봤어요. 굿을 했더랬지요? 도 아니고... 굿을 해.드.렸.지.요?? 그럼... 자기가 굿을 했다는 건데... 그때 그 무섭고 광년이 같던 무당이 이렇게 참한 아가씨란 말이야? 우어-!! 이거 사기야!!! “무슨 문제라도...?” 놀란 얼굴로 나에게 말하는 무당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를 세차게 내저을 뿐이다. 어쩜 이렇게도 사람이 다를까... 어쩜 이렇게도... “저기...” “긴 얘기시면 안으로 들어가시겠어요?” “예?” “누추하지만 아씨를 이렇게 밖에 모시는 것은 도리가 아닐 듯 싶습니다.” 진짜 다르다. 그때 그 무당은 엄청 무섭고 엄청 카리스마에다가 엄청 광년이 같았는데... 지금은 엄청 단아하고 엄청 참하고 엄청 예의바르잖아! “드시지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으로 안내했고 나는 원범과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오라는 나의 말에도 한사코 밖을 지키겠다며 밖에 섰는 인혁. 이렇게 봐도 멋진 보디가드요, 저렇게 봐도 멋진 보디가드네. “이곳에 오신 연유는...” 무당이 말끝을 흐리며 내게 물었지만 나는 섣불리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저주받은 물건이라고 흉측한 물건이라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말했는데 그것을 다시 되찾으러 온다니... “그때... 제게서 가져가신 그 목걸이 말입니다.” “아, 그 흉측한 물건말입니까.” 이것 봐,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니까... 무당의 말에 나는 살짝 뻘쭘해지며 어색하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거 말입니다만... 그게... 어디에 있습니까?” 무당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다. 우어- 무서워... 갑자기 신 내림 받아서 나한테 소리 지를 것 같애... 으앙- 무섭다구!! 하지만...!! 옆에 원범이 있으니까... 헤헤- 가만, 여기서 원범이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래? 진짜 왜 이렇게 원범에게 기대니 꽃잎아... 이제 조금 있으면 영원히 볼 수 없는 사람인데... “그 물건은 왜 다시 찾으시는 겁니까.” “그 물건을... 돌려 받기 위해 이곳에 온 것입니다.” 무당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참하던 얼굴을 날려버리고는 무서운 얼굴로 소리친다. “그 물건은 위험합니다!” "위험하지 않아요. 제가 꼭 필요한 물건이...“ “아씨께 꼭 필요할지는 몰라도 그 물건은 그 누구가 가지고 있던 위험한 물건입니다!” “돌려주세요. 그게 꼭 필요해요.” “그 물건에서는 저승의 기운이 흘러나옵니다. 아시겠습니까? 저승의 기운이란 곧 죽음의 기운과도 같습니다. 어째서 그 물건을 다시 손에 쥐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저승의 기운? 난 그런 거 모르겠다. 나는 그저 발명가 할아버지께 그 물건을 받은 거고 이곳에 온 것 뿐이니까. 저승은 무슨 저승...!!! 그 물건은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물건에 불과하다. “돌려주세요.” “아씨!” “돌려주세요. 그게 꼭 필요해요!!!” “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찾겠다.” 애원하는 나와는 달리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차가운 말투로 무당에게 말하는 그. 무당은 아무런 말없이 원범을 바라보며 눈을 아래로 내리깐다. 아까와 다른 원범과 무당의 모습에 나는 좀 휘둥그레진다. 아까는 서로 예의를 차리고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굴었는데... 지금은 뭐랄까... 무당이 원범을 윗사람으로 대하는 느낌이랄까. “제 예언대로 되셨으니 제 말도 믿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언? 갑자기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까? 무당과 원범 사이에 예전에 무슨 예언이 오갔었나? 무슨 소린가 싶어 원범의 표정을 살피니 무당의 말이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무슨 예언이지...? “니 예언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나는 박꽃잎 말을 더 믿으니까.” 우우우- 정말 별 것 아닌 말인데 그 한마디에 왜 이렇게 가슴이 설레이지...? 내 주변에는 양순이도 있었고 철정이도 있었고 인혁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지만 진짜 나를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원범은 진짜 나를 알아주고 진짜 나를 믿어줬다. 그래서인지... 가슴이 더 설렌다. 믿는다는 그 말 한 마디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돌려드리고 싶어도 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놀란 얼굴로 무당을 향해 묻자 무당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 물건은 이곳에 없습니다. 아니, 강화도 땅에는 없습니다.” “예? 그럼 대체 그 물건이... 어디에?!” “아마도 한양, 왕이 계시는 궁 안에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에... 궁...?” 왕이 있고 왕비가 있고 엄청나게 커다란 궁...? 그 궁...? 그... “구우우우웅?!” 기겁을 하며 무당을 향해 외치자 무당은 다시 한 번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게 왜 궁에 가 있어? 지 발로 기어갔어? 아님 날아갔어? 거기에 왜 가 있냐구!!! 멍하니 무당을 바라보며 도저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무당을 응시하자 무당은 괴로운 얼굴로 내게 말한다. “한양에서 도적을 잡으러 온 사직께서 이곳으로 오셨습니다.” 아, 그 아버지와 함께 보았던... 나보고 예쁘다고 칭찬했던 그 착한 아저씨? “저의 예언이 잘 맞는다는 소문이 있었는지 이것저것 물으시더니 부적을 적어 신님 옆에 두어 저승의 기운을 막고 있던 그 물건을 사직께서 억지로 제게서 빼앗아 가셨습니다.” “어째서...? 왜요?!” 말도 안돼. 그거 내건데 자기가 왜 가지고 가!!! “그 물건은 사악한 기운이 나오는 물건이기도 하나 그 모양새가 특이하고 아름다워 사직어른의 눈에 드셨고 도적을 잡지 못해 빈손으로 한양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직 어른께서는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양과 보석을 가진 그 물건을 궁에 받친 것이지요.” “그 물건 사악하다면서요! 근데 왜 그 사람에게는...!!!” “도저히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막무가내로 제게서 빼앗아 가는데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그렇지. 그 사람 무관이었지. 군사들이 있었겠지... 이렇게 가녀린 여자가 그것을 어떻게 막겠어... 순간 멍해진다. 그럼 나는...? 나는 이제... 21세기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야 해...? 어쩌지...? 어쩌면 좋지...? 나는 이제... 어떡해!!!! 라고 미친 듯이 외치는 것도 잠시 나는 궁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방법으로? 일단 그건 모르겠는데!!!! 하여튼 궁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충격 안 받았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원범이 나를 힐끗 바라 보지도 않은 채 물었지만 나는 원범을 빤히 쳐다보며 방긋 웃었다. “먹었어. 무지. 헤헤헤-” “근데 의욕이 미친 듯이 솟는 표정이다?” “나 궁에 갈 거야.” “컥.” “왜? 왜 놀래?” 내가 궁에 간다는 말이 그렇게 놀란 일인가?? 원범은 컥, 하며 놀라고 인혁은 그 자리에 움찔 멈춰서며 놀란다. 궁 왜? 궁에 못 들어가? 나는 못 들어간다는 법이라도 있는 거야? 원범과 인혁이 하도 어이없고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길래 나는 확 기분이 나빠져 허리에 양손을 척척 올려 놓고 두 남자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왜? 문제 있어? 내가 궁에 간다는데 문제가 있냐구!” “어떻게 들어갈건데?” 원범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굴려... “나!! 수락간으로 들어갈테다!!!” “에-” “하아...” 원범은 엑, 소리를 내고 인혁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들 그래? 왜들 그런 눈빛이야? 나도 텔레비전에서 봤다고. 대장금!! 몰라? 니들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거기 보면 그렇게 천민만 아니면 다 들어갈 수 있던데 뭘!!! “너 음식은 할 줄 아냐?” “아니! 몰라! 근데 배우면 되지!” 텔레비전에서도 다 배우던데 뭘!!! “그거야 생 각시들이나 가능한 거 아니냐?” “에? 생강 각시??” 내 말에 인혁도 원범도 그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미간을 찌푸리며 나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생강 각시? 이건 또 뭐야? 아, 대장금 열심히 봐둘 껄, 띄엄띄엄 봤더니 생강 각시가 뭔지를 모르겠네. 에이, 쩝. “수락간은 무리일까?” 애들 표정이 영 안 좋아서 눈치를 살피며 묻자 두 남자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흐음... 안되는 거였구나... 그럼 뭘로 들어가지? “의녀??” “가능할거라 생각하냐? 피 볼 수 있어?” “아니! 싫어!” “그럼 때려쳐.” “응!!!” 생각해보니 의녀는 피를 봐야한다... 절대 싫다... 전에 원범의 몸에서 나오는 피에 기겁을 하며 내가 막 아팠는데... 수 많은 사람들의 피를 봐야 한다면 난 기절할지도 몰라. “그럼... 어떻게 들어가지?” 멍하니 두 사람을 향해 묻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딴 곳을 바라볼 뿐이다. “들어갈 방법 없는 거야?” 내 물음에 또 아무런 말도 없다. “진짜 없어?!” “아마도.” “그렇겠죠.” 원범이 시작해 인혁이 말의 끝맺음한다. 아까는 그렇게 투닥거리더니 이럴 때만 왜 잘 맞추는 건데!! 사람 더 열받고 속 터지게... 히이잉... 한참 동안 절망에 빠져 투닥투닥 집으로 향했다. 진짜 21세기로 돌아가지 못하는구나... 내가 궁으로 갈 방법은 없구나... 아, 이제 정말 어쩌면 좋지? 눈물까지 울컥 솟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박꽃잎이 아니다. 어떻게든 노력하자. 노력해서 궁으로 가는 거야!!! 라고 외치긴 했지만 도저히 방법이 생각이 안 나... 흐윽... “간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 복잡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는데 원범의 ‘간다.’ 이 한 마디에 모든 복잡한 생각들이 종결되고 나의 뇌의 주름 하나, 하나의 틈 속마다 전부다 원범이 ‘간다.’ ‘도망친다.’ ‘이제 볼 수 없다.’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표정이 왜 그래?“ 내 표정을 숨기지 못했던 걸까? 원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내지으려 하는데 그런 내가 너무 어색하다. 어떤 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인지를 잘 모르겠다. “그냥... 그냥... 언제 가? 오늘 가? 내일 가?” 내 말에 그는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 아버지가 원범이 도망치는 것을 알아서는 안 된다. “인혁아. 미안해... 원범과 할 얘기가...” 내 말에 인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나와 원범 둘만이 남는다. “언제 가는 건데?” “글세.” “그렇게 여유 부리면 안 돼.” “알아.” “세영 아가씨께는 말씀드렸어?” “응.” 같이... 가겠구나... 누군가의 감정을 나 스스로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세영 아가씨와 원범의 감정은 서로 사랑이 아닐까...? 원범은 세영 아가씨를 사랑하지만 죄책감에 다가가지 못하고... 세영 아가씨는 원망에 사랑하지만 다가가지 못하고... 가슴이 아려온다. 이 사람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 남자의 시선이... 진짜는 내가 아니라, 정말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평생 죽을 때까지 바라보며 가슴에 사랑을 담아두는 것은 내가 아니라 세영 아가씨라는 것에... 아프다. 바보같이... 바보같이... 나... 사랑에 빠졌다. 어이없게도... 원래 나의 세계, 21세기에서는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사랑이... 이곳에 와서 너무나도 쉽게 빠져버렸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1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0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568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82 하나츠키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통통 튀는 귀여운 손글 감사드립니다.^^★ 나와 원범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향해 몸을 튼 채 그렇게 묵묵히 서 있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할 말은 없는데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대로 그가 이 자리에서 사라질 것만 같았다. 간다고, 잘 있으라고... 나는 그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그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떠나버릴 것 같다. 무슨 말을 하지? 그리고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가 떠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이래, 박꽃잎. 제발 정신 차리자. 지금 니가 생각할 거는 이게 아니라 21세기로 돌아가는 방법이잖아. 궁으로 가는 방법이잖아. “사고 그만 치고.” “응?” 뜬금없이 튀어나온 원범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보다 이내 그의 부드럽게 그려진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눈과 딱 마주쳐버렸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아, 만화책에서나 봤던 두근이라는 글자가 내 머릿속에 내 심장 속에 마구 울린다. 만화책을 볼 때는 정말 저렇게 뛸까? 싶었는데... 정말 뛴다. 마구 뛴다. “나으리 그만 속썩이라고.” “거,걱정마...” “원래 니가 살던 곳에 갈 수 없다고 하니까... 슬프겠다.” “응...” 근데... 니가 가는 게 더 슬퍼. 아, 이 불효막심한 년... 엄마, 아빠 자식은 다 이런가봅니다. 죄송해요.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다.” “응...” “가기 전까지는 나으리께 잘해드려라.” “응...” “이곳까지 쫓겨 왔을 때 나와 형을 돌봐주러 관직까지 버리고 이곳으로 오신 분이니까.” 원범의 말에 나는 놀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나에게 말한다. “넌 모르겠다.” “나야... 뭐...” 기억하지 못하는데... 요새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든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내 머릿속 어디 한켠에서 기억을 한다는 느낌이...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내 몸속 어디 한켠에서 기억을 한다는 느낌이... 뭔가 익숙하고, 뭔가 편한... 요새 들어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간다.” 덜컹- 그에게서 또 다시 ‘간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 심장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이대로 가면 이젠 다시 볼 수 없는데... 잡을 수 없다. 붙잡을 수 없어... “잘 있어라.” 빙그르 웃으며 나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는 원범. 저 빙그르 웃는 웃음이 내 심장을 조여 온다. 나를 떠나면서... 어떻게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어... 너는 하나도 슬프지 않아? 너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 나 그립지도 보고 싶지도 않을 것 같아? 그가 뒤를 돌았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점점 내게서 멀어진다.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우린 이제 다시 보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는 보지 못해. 이게 내 첫사랑...? 웃기다. 정말 웃겨. 세상에 이렇게 웃긴 첫사랑이 어디 있어! “좋아해!” 아차, 싶었다. 그 다음에는 아, 박꽃잎 미쳤다, 싶었다. 그 다음에는 쥐구멍 없나? 싶었고 그 다음에는 냅다 튈까? 라며 두 주먹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그가... 그가 가던 길을 멈추고 빙글 돌아 나를 바라보며 픽,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되물었다. “뭐?” 한 번 말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뭘 또 시켜!!!! “좋아해!” 라고 하면서 잘도 말했다. “날?” “그럼 여기 너 말고 또 있어?” 와, 박꽃잎. 세상에 이렇게 용맹스러운 아이였구나. 생애 첫 고백을... 이토록 깡다구 좋게 당당하게 하다니... 내가 박꽃잎인데도 박꽃잎의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네. 너무나도 당돌한 나의 대답에 원범은 픽, 웃다가 이내 하, 하고 웃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날 바라본다. “장난해?” “뭐가?” “니가 날 좋아한다고?” “그래!” “그래서?” “뭐?” “좋아해서 그래서?” “그래서라니 뭘 그래서야!” 이게 무슨 고백이야! 이게 무슨 첫사랑 고백이야!!! 고백을 한 사람이나 고백을 받은 사람이나 둘 다 씩씩 거리면서 서로를 향해 바락바락 소리를 한참 동안이나 질러대다가 이내... “이...!” “이...!” 순간... 둘 다 할 말을 잃었다.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 둘은... 고백을 하고, 고백을 받고, 뻘쭘하고 민망한 나머지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댔던 것이다. 더 이상 소리를 지를 것도 할 말도 없는 우리를 서로를 똑바로 응시하며 인상 쓰다가 이내 순간 멍해지며 얼굴을 시뻘겋게 붉혔다. “으.”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나는 그대로 몸을 휙 틀어 버렸다. 정말 민망해죽겠다... 어차피 떠나버릴 사람인데 내가 이런 고백한다고 어떻게 되는 그런 사람 아닌데... 고백해서 뭣하려구... 정인도 있는 사람이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사람인데 도대체 뭣하려구...! “잘 있어라.” 뒤돌은 나에게 원범이 한 말은 고작 그 말이었다. 비록, 사랑한다라는 고백은 하지 못했지만 용기 내어 한 진심어린 좋아한다는 고백의 대답은 고작 그 말이었다. ‘잘 있어라.’ 마지막... 이별의 말. 나는 그 자리에서 뻣뻣하게 굳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몸도 그를 향해 틀지 못한 채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다. 차박차박, 그가 앞으로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내게서 멀어져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급히 몸을 틀어 그를 향해 시선을 두지만... 이미 그는 아주 멀리 내 곁에서 멀어진 후였다. 멍하니 멀어져 가는 그를 바라보았다. 2007년, 21세기에 말도 안 되게 조선시대로 와 버려서 만난 사람... 그리고 좋아하게 되어 버린, 어쩌면 사랑하게 되어 버린... 그 사람이... 떠나가 버린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자신이 살아하는 사람과 함께... “흐윽...” 눈물이 울컥 솟아올랐다. 가슴이 답답하니 아프고 아리다. 나의 첫사랑이 그렇게 떠나갔다. 나의 첫 고백이 이렇게 사라져갔다. 무언가 너무나도 허무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한... 하지만 그것보다 너무나도 아픈... 이 첫 고백...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이제 오셨습니까.” 원범은 자신의 집 마당에 서 있는 세영을 보고 좀 놀란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다 이내 예의 무표정함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어딜 다녀오시는 길인가 봅니다.”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세영과 원범 사이에서는 어색한 기류가 한참이나 흐른다. 세영은 자신을 바라보지 않은 채 다른 곳을 응시하는 원범을 서글픈 시선으로 바라보다 이내 그 시선을 지워버리고는 냉량한 눈빛으로 원범을 응시한다. “군이 되신 다구요.” “저번에 말씀드렸던 걸로 압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헌데...” “그럼 왕이 되시겠군요.” 세영의 말에 원범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현재 원범이 덕완군이 되어 왕대비의 양 자식이 되면 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필이면 다른 왕족 중 원범을 택한 이유도 모든 것을 자신이 휘두르겠다는 안동 김씨들의 소행인 것도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아마도... 겠지요.” “저를 데려가시는 거겠지요.” 세영의 말에 원범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언제나 세영에게 커다란 빚을 지고 있는 원범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영은 원범만 보면 울며불며 소리 지르고 욕했고 원범은 그것을 아무 소리 없이 다 받았다. 그 울음을 받고 원망을 받은 몇 년 후... 세영은 원범을 향해 울지 않았고 더 이상 원망을 소리치지 않았다. 다만 그저 당신 때문에 고통 받는 자신을 죽지 말고 지켜보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저를 데려가시지 않을 건가요.” 원범은 또 다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당신의 정인입니다.” “그것은 잊은 지 오래입니다. 아씨께서도... 그것을 잊지 않았습니까.” 원범의 말에 세영은 눈빛이 흔들렸지만 이내 꽉 깨문 입술을 열며 천천히 말했다. “잊었었지만... 이제 잊지 않으렵니다.” “무슨 뜻입니까.” “당신이 왕이 된다니 나도 당연히 궁으로 가야지요. 정인인데.” 원범의 표정이 찌푸려졌지만 세영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당신의 정실부인까지는 안 바랍니다. 나도 아니까. 당연히 정실부인은 김씨의 차지라는 것을. 하지만... 나 하나 정도는 궁으로 데리고 가실 능력은 되겠지요.” “왜 궁으로 들어가시려는 겁니까.” “나도 양반 집안의 자식입니다. 예전에는 잘나가던 사대부 집안의 여식이었습니다. 누구 덕분에 무너지 지만 않았다면... 나의 아버님이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세영의 눈물에 찬 외침에 원범의 얼굴이 서글픔으로 일그러졌다. 세영의 슬픔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자신도 역적 사건에 휘말려 모든 것을 다 잃었지만 세영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자신과의 정인이라는 사이 하나에, 자신의 아버지와 절친한 친우사이라는 것 하나에 같이 역적으로 몰려 모든 것이 망했다. “궁으로 가고 싶으신 것입니까.” “이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원범의 말에 세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고 원범은 그녀를 애처로이 바라보았다. “이곳보다 더한 곳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가봐야 아는 거지요. 이곳에서 처량하게 비참하게 사는 것 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세영의 눈에 물기가 가득 차 올랐다. 원범은 아무 말이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영은 원범의 저런 시선을 받을 때 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원망했지만, 죽도록 미워한 자신의 탓이겠지만... 매일 같이 무언가 빚을 진 것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미안해하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원범의 모습에... 어느 날부터인가 그게 아팠다. 자신을 대하는 그 모든 것이 사랑해서가 아닌 그저 미안함에 죄의식에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나오는 것이라 생각할 때 마다 미친 듯이 가슴이 아팠다. 멍청하게도 정말로 아주 어리석게도... 세영은 원수라 생각하던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 남자를 혼자 궁으로 보낼 수 없었다. 천국이라도 지옥이라도 이 남자를 따라 갈 것이다. 이 남자가 있는 그곳이 천국이며 이 남자가 없는 그곳이 바로 지옥일테니. “그렇다면... 제가 모시겠습니다.” 원범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세영을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고 세영은 미소가 얼굴에서 흘러 나왔지만 그것을 간신히 참고는 몸을 빠르게 홱 틀었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원범의 말에 세영은 사양하지도 대답하지도 않은 채 앞으로 차갑게 걸어갔고 원범은 그 뒤를 따르며 세영을 지켰다. 이들은 항상 이렇게 해왔다. 원범은 그녀를 지키고 그녀는 싫은 척, 짜증나는 척, 그렇게 원범의 그늘 안에서 살아왔다. 세영은 원범을 의지했고 원범은 그녀의 의지처가 되어주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1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1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665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83 꼬냥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너무너무 귀여원 손글이에요>_< 꼬냥님 감사드립니다~★ “콩알아.” “왈- ”콩알아.“ “왈-” 콩알이는 참 애교도 많다. 참 재주도 많다. 부르면 왈, 하고 대답하는 게... 귀여워 죽겠다. 귀여워 죽겠으면 웃음이 나와야 하는데... 눈물이 나온다. 계속 이런 상태다. 며칠 째 이런 상태다. 멍하니 방 안에 누워 콩알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서 콩알이를 쓰다듬으며 콩알이를 부르며 이렇게 울며 불며 누워있는 상태. 양순이가 뭘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오셔서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내 상태를 아는 것은 오직 인혁이 뿐... 우리의 이야기를 듣지 말라고 했어도 인혁이는 들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듣고 입을 다물며 정말 듣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 뿐. 인혁이는 그런 사람이니까.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폐가 될 일은 그 자리에서 저지, 폐가 되지 않을 일은 들었는데도 듣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 그 날 인혁이는 원범이 사라지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우는 날 왜 그러냐고 묻지 않은 채 집으로 가야 한다고 보채지 않은 채 그저... 그저 내 곁을 지켜주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내 곁에...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은 내 곁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내 곁에... 그렇게 있어 주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21세기로 돌아가지도 못한다. 원범은 떠났다. 첫사랑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제 나는...? 이곳에서 평범하게 진짜 박꽃잎이 되어 열심히 공부하고 우아한 여인이 되어 시집을 가고 애를 낳고 그렇게 이곳에서 죽어야 하나...? 또 다시 눈물이 주륵 주륵 흐른다. 왜 이리도 행복한 일이 하나도 없을까... 왜 이리도 갑갑하고 슬플까... 정말... 그들은 떠난 것 같았다. 밖을 나가지 않았기에 양순이에게 원범에 대해 묻지 않았고 양순이도 우울해 하는 나에게 그 어떤 말도 묻지 않았기에 그의 소식을 알 수 없었지만 세영 아가씨가 나를 가르치러 오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했다. 그들은 떠났다. 내가 그들을 떠나보냈다. 원범을 살리기 위해서... 후회하지는 않지만... 아프다. 마냥... 아프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밖이 시끄럽다. 대체 무슨 일이 길래 이렇게 밖이 시끄러운거지? 밖이 시끄러우니 자꾸 콩알이도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고 해서 콩알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 수연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없다. 이럴 경우는 집안의 중요한 행사나 손님이 왔을 때인데... “양순아. 양순아- 양순이 없니?” 일단 내 몸종은 양순이니까... 정말 심하게 바쁘지 않으면 내 곁에 항상 있었기에 양순이를 불렀는데 어째 양순이도 없다. 에- 심하게 바쁜건가?? 마루에 나가자 콩알이가 마당에서 뛰어 놀고 싶은 건지 내 품안에서 발버둥을 쳐대고 나는 하는 수 없이 콩알이를 마당에 내려 놓았다. “콩알아. 적당히 놀아야 해. 안 그러면 또 목욕 시켜야 하니까. 다리만 씻을 정도로만 놀아.” “왕!” 대답은 잘 한다. 무슨 말인지는 알고 대답하는 걸까...?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콩알이는 “왕~!!” 하며 신나게 마당에서 뒹굴었다. 아... 목욕시켜야겠구나... “하아... 너는 뭐가 그리 좋니...” “손님이...” “우앗-!!!!!” 얘도 그렇고 쟤도 그렇고 기척 좀 하고 나타나! 기척 좀-!!! 깜짝 놀라서 뒤로 사사삭 물러서며 기둥에 몸을 대고 나에게 말을 건 인혁을 바라보았다. 인혁은 내가 놀라서 당황했는지 표정이 좀 벙- 하다. “뭐라구??” “손님이... 있습니다. 그래서 집안이 시끄럽습니다.” 내 물음에 인혁이 다시 나에게 말하는데 뭔가 캥기는 느낌이다. 손님이 있다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서 캥기는 거지? 궁금해서 물어볼까, 싶었지만... 일단 별 관심도 없고 가슴만 답답하고... “밖에 나갈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혁을 보며 말하자 인혁이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안 돼?” “아씨께서 나가신다면 따릅니다.” “그럼 가자. 기다려.” 방으로 와다닥, 달려가 양순이가 만들어진 옷을 훌딱 갈아입고 나와 인혁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가자.” 그러자 인혁은 고개를 숙이며 내 뒤에 서고 수연당을 나서자 나를 따라 나가는 콩알이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며 엄하게 말했다. “콩알이는 안 돼. 여기 있어. 너 그렇게 촐싹대서는 또 잃어 버려. 얌전히 있어야 한다?” 방긋 웃으며 콩알이를 향해 말하자 콩알이는 또 왕-! 하고 귀엽게 짓는다. 짜식, 내가 니 애교 피는 모습 보는 거에 산다. “와아- 좋다.” 공기 참 맑다. 물 참 맑다. 산 참 푸르다. 이곳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들락날락 거렸던 곳... 아니 날짜 상으로는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가나...? 이곳은 바로 인혁이를 처음 만난 앞에는 산이 있고 옆으로는 강이 흐르는 경치를 보고 감탄한 바로 그곳이었다. “너도 밖에 나와서 이런 거 보니까 좋지?” 내 물음에 인혁은 대답하지 않는다. 별로 인가 보네? 그래~ 너네야 맨날 이런 것만 보고 살아 별 느낌 없겠지만 나는 다르다구. 이곳에 오니까 기분도 좀 나아지는 것 같고... 마음도 좀 정리되는 것 같고... 원범은 정말 가버렸다.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마음 아프다고 소리쳐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 거다. 혼자 이겨내야지. 어차피 혼자 이겨낼 수밖에 없다. 원범이 갔다고 해서 멍하니 누워 울 수는 없을 일이다. 그건 요 며칠로 충분히 해왔고... 아직도 그가 떠나 아프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반쯤 죽여 놓을 것이다. 당연한 것을 묻지마. 더 아프니까. 라면서. “인혁아.” “예.”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볼 수 없는 데로 가버린다면... 아니 가버렸다면 넌 어쩔래?” 어차피 무슨 얘긴지 아는 인혁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인혁이에게 묻고 있는 것도 인혁이는 알 것이다. 그가 대답을 하질 않는다. 어려운 대답이다. 쉽게... 할 수 없는 대답이다. “노력합니다.” “무엇을?” “잊을 것 같은 사람이면 노력합니다. 그러나... 잊을 수 없고 죽도록 사랑할 것 같은 사람이면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그 사람을 따르겠습니다.” 조금... 의외의 대답에 놀라 인혁이를 바라보았다. 분명 내 이야기인지 알 것이고 원범에 관한 것도 알 것이라 좋은 대답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 같으면 당장 잊어버립니다.’ 라든가. ‘떠난 놈은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라든가. 정말 냉정한 대답을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잊을 수 없고 죽도록 사랑할 것 같은 사람이라면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따르겠다니... 놀라 인혁이를 멍하니 응시하는데 그가 강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게 돌려 두 눈동자로 똑바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잊을 수 없고 죽도록 사랑할 것 같은 사람이라서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그 사람을 따르신다면... 저 역시 따를 것입니다. 그 어떤 위험이 있어도... 제 목숨은 하나지만... 100개의 목숨이 1000개의 목숨이 사라진다 해도... 아씨를 따라 아씨를 지킬 것입니다.” 인혁의 말은 모두 진심이다. 그의 눈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원범을 따라가길 바라는 건가...? 하지만... 이미 원범은 떠나 버렸는걸... 이미 이곳에 없는 걸...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인혁에게 말했다. “고마워... 고마워...” 아아, 불쌍한 내 신세. 21세기에 엄마 아빠는 날 얼마나 걱정하고 계실까... 나 정말 아주 잘 있다고 편지라도 하나 써 보내고 싶은데... 전화라도 하고 싶은데...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이곳의 어머니 아버지도 좋으신 분들이지만... 그치만... 그치만... “오늘 떠나실 겁니다.” “응?” 엄마 아빠 생각에 푹 빠져 한숨짓고 있는 나에게 인혁이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떠난 다니, 누가? 무슨 소린가, 싶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내게서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그 자 말입니다.” “그 자?” “원범. 그 사람 말입니다.” “원범...? 그라면 이미 벌써...” 떠났지... 아니, 그럼 떠나는 날이 오늘 인가? 여태까지 안 떠나고 있었단 말이야? 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이제 곧 한양에서 사람이 올 텐데... 서,설마! 오늘 우리 집에 온 손님들이 한양에서 온 사람들은 아닐 테지? 그럼 큰일 나는 거잖아! 원범, 얘는 도망치려는데 무슨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려! “아씨!” 뒤를 돌아 뛰어가려 하자 인혁이 나를 불렀고 나는 다급한 마음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응? 나 지금 급해...!!” 원범을 다른 쪽으로 빼돌려서 그들과 만나게 하지 않게 해야 해...!! “집에 오신 손님들은 한양에서 원범을 데리고 가기 위한 사람들입니다.” 큰일이다. 내 예상이 맞아 떨어졌어. 어서 원범을 찾아내서 다른 곳으로 가야지만...!!!! “원범은 그들을 따라나설 것입니다.” “인혁아.” “하명하십시오.” “원범은 그들을 따라나서지 않아. 그러니까... 나를 도와주겠어? 원범을 지금 찾아서 다른 곳으로...!!!” 인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에 나는 놀라 멍하니 그를 바라보자 그가 나에게 말했다. “원범이라면 찾으실 것 없으십니다. 아씨의 집에... 계시니까요. 한양에서 자신을 데려갈 사람들과 함께.” “뭐...?” 나는 멍하니 인혁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다. 한양에서 자신을 데려갈 사람들과 함께라니... 원범은 분명히 내 말을 듣고 분명히 도망간다고...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형님과 세영 아가씨를 데리고 분명히 그렇게... 한다고... “말도 안 돼...”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원범은... 원범은...!” 막아야 해. 막아야 해...! 나는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앗-!” 무작정 뛰는 나를 인혁이 막았고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 “비켜줘!” “그를 따라가시는 겁니까?” “그럴 수는 없어... 난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니고... 그에게는 이미 정인이 있고...” “그럼 무엇을 위해 가십니까.” “그가... 죽지 않기 위해.” “그것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인혁의 말에 나는 가만히 인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진실이 담긴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중요해. 내 목숨만큼... 그러니까 지금 그를 찾아야 해.” “아씨의 목숨만큼... 말입니까...” 순간 인혁의 얼굴이 서글픔으로 드리워졌던 것은 나의 착각일까... 하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원범을 찾아야 해... 그를... 막아야 해!! “그래. 내 목숨...!!!” “지금 이 시간이면 한양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타러 가고 있을 것입니다.” “뭐?” “저를... 따라오십시오.” 인혁은 먼저 내 앞에 앞장 서기 시작했고 나는 잠시 멍했지만 이내 고개를 세차게 내저으며 정신을 차리고 인혁을 따라 달렸다. 그를 막기 위해 그를 한양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1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2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401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84 s날봐요g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숨이 차올랐다. 내가 입고 있는 치마가 항상 입는 것보다는 덜 치렁하고 덜 불편했지만 너무 걸리적거린다. 다 찢어버리고 싶다. 다 찢어버리고 달려 나가고 싶다. 그를 막으러... 그가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기 위해...!!! 숨이 꽉 차 올라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다. 입 안에서 단 내가 나... 그만 달리고 싶은데... 그만 달려서는 안 돼. “하악... 하악...” 숨이 끝까지 차올라 후들거리는 다리로 달려나가고 있는 내 앞을 빠르게 막아서는 인혁. “왜, 왜 그래!” “제가 모시겠습니다.” “뭐?” “허락하시겠습니까?” “뭐?” “허락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인혁은 그 말을 한 즉시 나를 바로 들어 올리고는 안아 올린 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뛰던 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에 입이 벌어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이 정도라면 갈 수 있어... 이 정도 빠르기라면 원범이 떠나기 전에 닿을 수 있을 거야. 한양으로 가는 것을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거야. 설령... 한양으로 가는 자가 있다 해도 난 그자를 제쳐 두고 어떻게든 원범을 도망시킬 거야. 이윽고 코끝에 바다 냄새가 흘러 들어왔다. “원범은? 원범은?! 날 이곳에 내려줘!” 내 말에 인혁은 나를 내려놓았고 나는 부두를 향해 몸을 틀었다. “원범-!!” 말도 안 돼. 벌써... 벌써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범은 배를 향해 자신의 형님과 세영 아가씨와 함께 걸어간다. 왜? 왜!! 내가 도망치라고 했잖아. 도망간다고 했잖아. 그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지만 부두에 덕완군이 되어 곧 왕이 될 사람을 보기 위해 이곳은 발 디들 틈도 없이 붐볐고 원범의 모습이 앞에 가린다. “원범-!! 원범!!!” 가지마. 가지 말고 뒤를 돌아봐. 나를 보란 말이야. “가지마! 가면 죽어...! 가지 말란 말이야!!!” 눈물이 차 오른다.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원범이 왕이 되겠다며 저 배에 오르고 있는 거야? 원범이 어딘가의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파도... 아파도 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그가 그곳으로 가 죽는다면... 이건 아니야... 나는 역사를 거스르려 했지만... 나보다... 역시 역사가 더 강했던가...? 그래서 원범은 저 배를 타려고 하는 거야? “원범! 범아!!! 제발 가지마!!!!” 목에서 피가 흐를 것 같았다. 어찌나 소리를 질렀든지 목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내 목소리를 닿지를 않는다. 사람들의 함성에 사람들의 웅성임에 빠져 들리지 않아... 그가 들을 수 없어...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는 그. 나에서 멀어지고 한양으로 가는 배에 가까워져 간다. 내 말을 믿는다고 했잖아... 도망을 친다고 했잖아... 살아주기로... 한거잖아... 왜 그래... 왜 왕이 되기로 한 거야...? 왜... 왜...!!! “원범...!” 눈물에 가득 차 올라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이리저리 나를 치고 가던 사람들은 인혁이 내 뒤에 서 나를 지켜주면서부터 나를 피해서 앞으로 향해 나아가지만 차라리 나를 쳤으면... 차를 나를 밟아버려 사고라도 크게 나서 원범이 봐줬으면... 잠깐이라도 뒤를 돌아... “아...!” 그가... 나를 보았다. 뒤를 돌아 정확히 나를 바라보았다. 다른 곳을 멍하니 그리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나를 보고 있었다. 원범의 뒤에서 따르고 있는 세영 아가씨는 원범의 그러한 행동에 역시 멍하니 뒤를 바라보다 이내 내가 있는 것을 발견했고 아가씨의 동공은 커졌다. 하지만... 몰라. 나도 몰라... 아가씨의 정인이지만... 나 역시 그 사람을 좋아... 아니 사랑하는 걸. 이기적이지만... 사랑해. 그래서 그 사람의 시선을 받고 싶어. 그 사람에게 시선을 주고 싶어. 나를 바라봐줘. 원범. 나를 바라봐줘. 나에게 시선을 돌리지마. 가지마. 죽으러 가지 말란 말이야... 눈물이 차올랐다. 그를 향해 달려 나가며 손을 내뻗어 보지만 닿을 수가 없었다. 원범은 그 멀리서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그리고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몸을 틀어 배에 싣고 떠나가 버렸다. 정말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그렇게 떠나갔다. 애초에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알고 있었는데... 나에게 관심조차 없었던 것 알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서글프니... 어차피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한데... 대체... 난 뭘 바란 거니... “털썩-” 누가 보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배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배를 탄 그는 절대 나를 향해 돌아보지 않는다. 눈물이 미친 듯이 솟구쳐 오른다. 내가 이렇게 울 수도 있구나... 정말 이렇게 분수처럼 눈물이 솟구칠 수도 있구나... 이렇듯 우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하다. 그가 가버렸다. 나에게 작은 미소를 하나 남긴 채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내 고백을 무참하게 차 버린 남자 뭐가 좋다고 여기까지 살려보고자 쫓아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또 다시 그의 시선을, 그의 손길을 받지 못했다. 그가 떠났다. 가슴이... 아파, 숨이 차오르도록 뛴 건 아까인데... 인혁이 때문에 그렇게 숨이 차지 않고 이곳에 왔는데... 왜 이렇게 숨이 차지... 왜 이렇게 숨을 쉬는 것이 힘들지... 아... 어지러워... 몸을 가눌 수가 없어... 세상이 빙글빙글... 내 몸이 휘청이는 것 같아. “아씨!” 인혁이의 목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리는 것 같다. 어지러워... 앞이 뿌해... 보이지 않아... “털썩-” 짠 바다 냄새였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찌는 듯한 더위에는 짠 냄새를 가져와 부는 바닷바람이 상쾌하고 시원하기만 했다. 원범은 바다의 짠 냄새가 싫지 않은 듯 배 난간에 기대어 바람을 맞고 있었다. 원범의 머릿속에 마지막 그녀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다. 눈물이 차올라 어쩔 줄 모르는... 발개진 얼굴로 자신을 애타게 부르며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시선을 주었던... 그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형님의 애원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긴 했지만... 걷기로 결심했고 이미 한 발자국 내딛었다. “바람이 찹니다.” 세영의 목소리에 원범은 몸을 튼다. “제게는 시원하군요.” 세영이 작게 미소 짓는다. 세영은 강화도를 떠나는 것이 즐겁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듯 즐겁게 미소 짓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자신이 원범과 함께 떠난 다는 것... 그것 때문 일 것이다. 세영은 느꼈다. 그날 밤. 원범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꽃잎을 지켰던 그날 밤. 두려웠다. 두려움을 느꼈다. 꽃잎이에게서 원범을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 “아씨께는 역시 이 모습이 더 잘 어울리십니다.” 세영은 곱디고운 빛깔의 비단으로 만든 선녀와 같이 아름다운 저고리와 치마를 걸치고 곱게 머리를 빗어 넘겨 예쁜 댕기를 하고 조신하고 우아하고 손을 모으고 있었다. 세영의 얼굴이 누구보다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에게서는 묘한 품위가 흘러 나왔다. “내 이런 모습 어릴 때 밖에 보지 못했잖아요. 그것도... 정말 너무나도 어릴 때 밖에...” “그래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원범은 세영을 바라보지 않고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고 세영은 그것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마음 놓고 얼굴을 붉힌다. “처음 보았을 때 그때 그 모습과 다름이 없습니다.” 원범의 말에 세영은 고개를 푹 숙이며 이내 힐끔 눈을 올려 원범의 모습을 살핀다. 혹시나 이렇게 발개진 얼굴을 원범이 보진 않을까... 그렇게 노심초사 하며... “어딜 그렇게 보고 있나요? 바다?” “아니요.” 아니라는 원범의 말에 세영은 놀란다. 시선은 바다에 고정되어 있는데 바다를 보고 있다니? “그럼 하늘을 보세요?” “아니요.” “그럼... 새...?” “아닙니다.” “그럼...?” “강화도...를 보고 있습니다.” 원범의 말에 세영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강화도를 바다 끝을 바라보며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강화도를... 왜 보고 계신 것입니까...?” 세영의 목소리가 떨려 왔지만 원범은 무언가에 젖은 듯 그 떨림을 느끼지 못한 채 그렇게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입술을 뗀다. “그곳이 그리우니까요.” “무언가 두고 오신 거라도 있습니까? 저도... 형님도... 다 이곳에 계십니다.” 세영의 말에 원범은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 바다를 응시했다. 세영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왜 그렇게 강화도를 보시나요.” 원범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운... 누군가라도 있는 모양이지요?” 세영의 앙칼진 목소리에 원범은 바다에서 시선을 돌려 세영을 응시했고 세영은 그런 원범을 향해 다시금 말했다. “그런 것입니까?” “그리운... 누군가 말입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강화도를 바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영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리지만 원범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는 세영을 가만히 응시하다 이내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다시 강화도 쪽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운... 누군가라.” 그냥... 힘이 들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서 어지러웠으니까... 가슴이 마구 아팠다. 마지막까지 나를 그렇게 보고 가버린 그 사람이... 미웠다. 미웠는데... 미운 마음보다... 그가 그곳으로 가버려 걱정되는 마음이 더 컸다. 그가 비운의 왕이 되어 죽어 버릴까봐 그것이 더 무서웠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싶다. 그저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아, 철종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양순이와 철종이라는 사람 정말 아름다운 사랑을 했구나... 하는 그냥... 그때로... 아무 것도 모르던 그때로... “지금 오신다구요?” 어머니의 목소리다. 어머니께서 옆에 계신건가...? 아까 어떻게 됐더라... 숨을 못 쉬겠어서... 어지러워서... 정신을 놓았던 것 같은데... 맞아. 그랬던 것 같애. 응? 근데 이게 무슨 냄새야...? 내가 제일로 싫어하는 병원 냄새다... 으으. 싫다. 왜 이런 냄새가 나는 거지? 눈을 뜨자... 몸이 너무 무겁고 힘겹지만... 뜨자, 눈... 여긴 대체 어디이길래 이런 소독약 냄새가... “일어났니?” 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 어머니... 아,아니다... 어머니는 이런 짧은 머리를 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어머니는 좀 더 우아하신 표정에 한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어머니는 달랑 티 하나에 긴 치마를 입고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엑-” “꽃잎아?” 내 옷을 보니... 나 역시 새하얀 모시 소복이 아니라... 환자복이다. 이곳은 내 방이 아니라 병원 병실...! 내가 누워있는 곳은 보료가 아니라 병실 침대!!! 이게 대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꽃잎아, 왜 그래. 어디가 안 좋으니? 어디 문제가 있는 거야?” 엄마의 말에 나는 계속해서 멍해진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2007년으로 돌아온 거야? 아니면... 아니면 내가 여태까지 꿈을 꾼 거야? 그렇다면 내가 왜 병원에...? “아...! 머리야...!!” “꽃잎아!” 머리가 미칠 듯이 아파 온다. 지끈지끈... 머리가 계속해서 아파오고 나는 그 아픔에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움크렸다. 엄마는 그 자리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의사를 부르고 나는 그것을 말리고 싶었지만 머리가 너무 아파 말릴 수도 없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1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3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747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85 희열아쪽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손글이 대게 특이하고 예뻐요~>_< 감사드립니다~★ “머리가 어떻게 아파요? 예?” 한달음에 달려온 의사는 내게 머리가 어떻게 아프냐고 물었지만 나는... “죄송해요... 안 아프네요... 아하하...” “예에?” 의사와 엄마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거짓말이 아니었다. 정말, 정말, 눈곱만큼도 아프지 않았다. 아까는 그렇게 넘어갈 정도로 아팠는데 의사가 오는 그 동안에 머리 아픈 것이 싹 나았고 그 대신... “다행이네요. 열도 없고... 그리고 오늘 더 기운 차 보이고...” “네... 그런 것 같아요.” 엄마도 의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다행이라며 내게 시선을 두신 후 밖으로 나갔다. 탁, 문이 닫히고 병실에는 나 혼자다. 머리가 아픈 것이 나았다. 그 대신... 머릿속에 내가 알지 못하는 기억들이 자리 잡았다. 이럴 수도 있는 건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기억들이 마치 내가 한 것처럼 자리 잡을 수 있는 거야? 나는 이곳에 쓰러져서 왔고 어떤 할아버지가 구해주었다고 했다. 이곳에 입원한지는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잠을 잤다. 제대로 걸어 다니지 못했다. 난... 이걸 알고 있어. 난... 어째서 이걸 알고 있는 거지? 그럼 내 머릿속에 조선시대 기억은 대체 뭐지? 머리가 아파... 헷갈려, 헷갈려 죽을 것만 같... “냐옹-” 내 귀가 드디어 미쳤나...? 싶었지만 나는 내 귀를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냐옹-” 탁-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내 침대로 떨어지는 고양이 한 마리.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귀 한쪽이 살짝 잘려나간... 그 고양이... “나비!” 큰 소리로 외쳐도 고양이는 마치 알았다는 마냥 냐옹- 거리며 내 품안으로 들어온다.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머리 속이 터질 것 같애. 복잡해 죽겠어!!! “지금부터 내가 설명해 줄테니 복잡할 것 하나 없네.” 병실에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엄마와 의사가 나간 후로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자하고 담담한... 할아버지의 목소리... 나는 놀란 눈으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소파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서 인자하게 나를 향해 웃으신다. KFC 할아버지와 아주 흡사하게 닮으신... 그... 과학자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할아버지...!!! 우앗!”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는데 이상하게 몸이 비틀거리고 머리가 어지럽다. 털썩 침대에 주저앉아 가뿜 숨을 내쉬며 할아버지를 보았다. 잠깐, 지금 이거 움직인 거 가지고 숨이 가쁘다고? 내 체력에 내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 완전 미친 거 아냐?? “놀랄 것 없단다.”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온 몸에 힘이 없지? 휘청이고 어지럽고.” “네...” “그리고 니가 모르는 것들을 마치 니 머릿속에 끼워놓은 것처럼 가득 찼고.” “네... 할아버지 그걸 어떡해...?” “그럴 수 밖에...” 할아버지는 무언가를 잔뜩 알고 있는 듯한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으셨다.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은 내가 조선시대에 갔다는 것이 꿈이 아니라는 뜻...? “할아버지 이게 대체...?” “신을 믿나?” “네?” "창조의 신이라던가... 아니면 하느님? 부처님? 또... 뭐가 있더라?“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멍하니 할아버지를 바라보았고 할아버지는 한참이나 신을 생각해 내시다가 이내 다시 내게 물으신다. “신을 믿나...? 진짜로 있다고?” “예? 그,글세요... 저는...” “내가 이 세계를 관장하는 신이라면... 믿을 텐가?” “하-” 웃음이 나왔다. 웃음이 진짜 거짓말 안 치고 웃음이 나왔다. “풉... 풉... 하하하! 하,하,할아버지 오랜만에 나타나선 무슨... 시,신이요? 푸하하하!!!... 아이고 힘들다...” 세상에. 웃는 것도 힘들 줄이야... 웃는 것도 힘이 들어 제대로 오랫동안 웃지도 못하고 한숨을 내쉬며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나타나셔서 뭐에요. 신이라니.” “자네가 다녀온 조선시대는 어떠했는가?” “그거 꿈 아니죠? 그죠? 그죠?” “모든 것이 다 진짜지.” “그럼 제가 과거로 다녀온 거에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럼... 지금 과거의 꽃잎이는 어떻게 된 건가요? 사라졌나요? 모든 사람들이 날 다 기억 못하나요? 그래요?” 다급하게 할아버지를 향해 물었지만 할아버지는 나를 향해 빨리 말해줄 생각이 전혀 없으신 것 같았다. 그저 가만히 인자한 미소로 나를 응시할 뿐 나를 향해 입술을 뗄 생각을 하질 않으신다. “할아버지!!!” “자고 있네.” “엑?” 할아버지의 너무나도 황당한 말에 나는 요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휙 물러서는데 그 빠른 움직임 한 번 했다고 또 다시 숨이 찬다. 아, 진짜 내 몸 왜이래? 나 이렇게 약했어? 아닌데... 아닌데...!!! “무슨 소리세요?” 할아버지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되묻자 할아버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내게 말한다. “자고 있다네. 아주 잘.” “조선시대의... 꽃잎이가... 자고 있다구요...?” “그래. 조선시대의 박꽃잎... 즉 자네는 자고 있다네.” “무슨 소리에요? 조선시대의 박꽃잎이 나라니요? 저는 여기에 있는데 그게 무슨...” “자네는 왜 자네가 모르는 기억을 자네 머릿속에 쑤셔 박은 것처럼 기억하고 있을까?”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한 채 멍하니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지? 그게 지금 방금 할아버지가 말하신 농담이랑, 자신이 신이라는 농담을 하신 거랑 무슨 상관이냔 말이야.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자네는 겪었기에 나를 믿지 못할 수가 없어.” “무슨 말을...” “나는 이 세계를 관장하는 신이다.” “그게 무슨... 그럼 당신이 하느님이라도 된다는 소리에요?” 앙칼지게 할아버지를 향해 외치자 할아버지는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럼 대체 무슨 소리죠?” “신은 참 여러 가지로 형태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더구나. 소설이나, 텔레비전, 영화 등... 정말 여러 가지로 말이다.” “그게... 이거랑 무슨 뜻이죠?” “세상은 넓단다.” “그건 나도 알아요!!” “니가 알고 있는 지금 이 세계, 이 시간, 이 세상 말고 더 많은 세계, 시간, 세상이 있다는 거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세상은 넓다. 그래. 세상은 넓어. 한국도 있고 일본도 있고 미국도 있고... 근데... 시간이라니... 그건 무슨 소리야? 이 시간 말고 다른 시간이 있다는 소리야? 대체 이게 무슨... “이해가 되지 않는가?” 너무나도 여유롭게 나를 향해 말하는 할아버지를 향해 나는 세차게 고개를 내저으며 소리쳤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거에요!!!” “그런가?” 또 다시 나를 향해 넌지시 여유롭게 되묻는 할아버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이를 악 물고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요. 할아버지가 신이고 어쩌고 한...” “그럼 니가 간 조선시대가 모두 가짜라고 믿고 싶은 건가?” “네...?” “모두 가짜인가? 가짜 같애?” “아,아니지만... 그것은 타임머신...!” “그럼 너는 뭐지? 지금 이 상황은 뭐지? 가짜인가...? 니가 이곳에 온 것이 가짜이고 조선시대에서 편히 자고 있다는 너 역시 가짜인가?”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멍하니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그렇게 서 있을 수밖에... 과학자. 그 말도 언듯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일리 있지만 가장 말도 안 되는 말은 지금 할아버지가 하는 말이다. 자신이 신이라는... 말. 나는 믿을 수 없다. 하지만 내게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 “믿든 안 믿든...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다.”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멍하니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솔직히 말하면 내 실수였어.” 빙긋 웃으며 턱을 괴며 나를 바라보는 할아버지. 자신의 실수? 내가 그곳으로 날아가 버린 게? 아니면... 아니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 하는 내게 할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웃으며 말을 툭 내뱉는다. “너의 영혼을 갈라 두 곳에다 태어나게 한 것은 정말 내 실수였어.” 내... 귀가 잘못된 것일까? 분명 할아버지는 내 영혼을 갈라 두 곳에서 태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 영혼은 두 개...? “영혼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아서 또 문제였지만... 흐음...”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할아버지를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금 이 할아버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영혼을 갈라 트려? 영혼이 제대로 분배되질 않아? 그게 대체? “말 그대로란다.” “그게 무슨...!!” “사람의 영혼은 하나. 나는 그 영혼을 나의 주신에게 받아 어느 세상, 어느 시간, 어느 세계에 떨어트려 사람들에게 태어나게 하는 것이 일이지.”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멍하니 할아버지의 말만 듣고 앉아 있었다. 어느덧 고양이는 다리 위에 올라와 자기 몸을 치장을 하며 냐옹- 냐옹- 나의 머리를 어지럽혔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여유 없다. 지금... 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할아버지의 말만 박혀 든다. “내 말이 거짓말 같니?” “거짓말 같아도 믿을 수밖에 없잖아요... 내 상황이 이러한데...” 원범도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믿어지지 않지만 믿고 싶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 나도 마찬가지다. 절대 믿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내게 닥쳤던 상황들은 할아버지의 말로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으니까. “그러니까... 내 영혼이... 갈라졌다는 말인가요...?” “그렇단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어린 아이의 ‘ 이게 사과야?’ 묻는 질문에 ‘ 그래, 사과란다.’ 라고 말하는 어른처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저 할아버지가 무섭다. 처음에는 인자해 보이고 착해 보이고 너무나도 멋져 보였는데... 너무나도... 무서워 보인다. “왜... 왜 내 영혼이...” “내 실수란다.” “실수...요?” “그래. 내 실수로 이렇게 커다란 일이 벌어지고 말았지.” “그렇다면... 제가 여기에 온 건...?” “영혼에 관한 거라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을 해주마.” 할아버지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여전히 부드럽고 아주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원래는 이곳의 영혼이란다. 하지만 나의 부주의로 인하여 영혼이 약간 갈라진 부분이 튕겨서 나와 그 영혼은 사라졌다.” “할아버지도 모르게요?” “그래. 나도 모르게 사라졌어. 이럴 경우에는 그 작은 영혼이 튕겨져 나가 소멸하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뱃속에 아이로 자라 태어날 경우에만 그 튕겨져 나간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있거든.” “그래서 그 갈라져서 튕겨져 나간 부분이...” “그래. 조선시대의 박꽃잎이지.” 그럼... 그 박꽃잎도 진짜 나. 매일 같이 답답해하며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휘청거리면서 병석에 누워있었던 박꽃잎이 바로 나... “그럼 그곳에 저희 엄마 아빠는...?” “전생이다.” “뭐라구요...?” “솔직히 튕겨져 나간 영혼이 새로운 품을 찾아 태어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지. 그래서 영혼을 넣는 순간 조금씩 튕겨져 나가는 영혼은 거의 신경 쓰지 않아. 이번처럼 특이한 경우 빼놓고.” “제 경우가 어떤 경우인데요?” 내 물음에 할아버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침대 옆에 있는 창가를 바라보았고 그것에 할아버지에 시선을 따르니 엄마가 가져다 놨는지 아빠와 나 엄마가 찍혀 있는 사진이 액자에 걸려 있었다. “작게 튕겨져 나간 부분은 거의 대부분 소멸한단다. 근데... 이번엔 소멸하지 않고 한 부부의 뱃속에 아이가 들어섰어.” “에? 왜요?” “왜냐하면... 니가 안착할 너희 어머니의 품과 조선시대로 튕겨져 나간 너의 일부분이 똑같은 품을 찾았거든...” “에? 그게 가능...” “불가능하지. 거의... 하지만 이번에는 가능했어. 조선시대의 너희 아버지 어머니는... 지금 너희 아버지 어머니의 전생이다.” “에?” “전생에도 결혼하셨고 현세에도 결혼을 하신 거란다. 말 그대로 전생에서도 부부 후생에서도 부부... 정말 놀랍지 않느냐?”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며 내가 말하는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우아, 하며 입을 쩍 벌리고 다시 한 번 사진 속에 엄마 아빠를 보았다. 정말... 정말 우리 엄마 아빠는 전생에서도 사랑하시고 지금도 서로 사랑하시는 거네... 전생의 인연에 끌려서 서로 사랑하게 된 건가...? 우아, 우아 아주 멋지다!!!! “멋지지... 아주... 그런데 그 덕분에 이런 문제가 생겼구나.” “예?”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1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4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389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86 *행복한천사*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한참 혼자 감탄하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난처한 미소를 지으신다. “부모가 같으니 아이는 당연히 잉태되고 태어났지. 하지만 그 아이는 너의 영혼의 20프로 정도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야. 그렇기 때문에 약하고 잘 깨어나지 않고 언제나 힘이 없이 병약하게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지.” 아, 그래서... 그래서 꽃잎이는 항상 약했던 거구나... 전생에 우리 부모님들... 많이 속상하셨겠어... 그럼 뭐야, 전생의 부모님들... 진짜 나의 부모님이 맞잖아? 어쩐지... 닮아도 너무 닮았다고 했어... 빙그르, 입가에 미소가 돈다. 역시... 그 두 분도 진짜 나의 부모님이었어... “그곳 시대로 갔을 때 모든 게 낯설고 무서웠지만 금방 적응 됐지 않더냐? 말투라던가... 그런 것들... 모르는 생각들인데 너도 모르게 익숙하고.”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그제야 이해가 됐다. 양순이에게 집에 갇혀 있어 답답하고 애달프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한게... 연기가 아니라 내 안의 조선시대의 꽃잎이의 기억이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서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조선시대의 말을 습득해 가는 것도 꽃잎이가 병석에 누웠던 어쨌든 그런 말들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야... 이제야...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 “그럼 이곳에서 제가 겪지 못한 이들인데 아는 것은...” “이곳에 니 영혼이 어느 정도 남아 너를 움직였기 때문이지.” “그럼 이번엔 이곳의 영혼이 불안정하게 적게 남아 있는 거에요?” “그렇단다.” “그럼... 할아버지는 왜 저를 조선시대로 보낸 것이죠?” 내 말에 할아버지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시기만 할 뿐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 발명가가 아니다. 신이란다. 믿을 수 없지만 믿어야 하는 이 상황. 신이라면 그렇다면... 왜 나를 조선시대로 보낸 거지?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구지 나타나서 조선시대로 보낸 거잖아. “왜요? 나를 왜?” “그게 꼭 중요한 건가?” “예에?”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황당해진다. 그게 꼭 중요한 거냐니... 당연하지!!! 적어도 신이라는 당신께서 나를 왜 그곳으로 보냈는지 그 꿍꿍이 속을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설마... 설마 나를 죽이거나?!! “정말 꼭 알아야 하나?” 할아버지의 말에 갑자기 덜컥 겁이 난다. 꼭 알아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무조건 알아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정색하시며 꼭 알아야 겠냐고 내게 되물으시니 아는 게 무섭다, 두렵다. “하,하여튼...!! 전 어떻게 되는 거죠?” “이곳에는 니가 왔어.” “에? 제가요? 어떻게 왔대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할아버지한테 소리를 지르는데 또 머리가 어지러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들고... 아, 정말 힘 없다아아... “그거야 나도 모르지. 자네가 왔는데 내 어찌 알겠는가.” “아... 아... 저도 모르겠는데요...” “일단 영혼의 분배가 여기가 더 많아졌다는 것은 알 수 있네. 자네가 이렇게 깨어나 있으니까.” “하지만 막 어지럽고...” “전부다 왔다는 건 아니지... 여기가 조금 더 많을 뿐이지. 저쪽 양과는 차이가 없을 껄세.” 아니 무슨 저울질 하는 것도 아니고... 영혼이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 그럴 수 있는 거야? 잘렸다며! 잘렸으면 끝 아니야? “근데 제 영혼이 잘렸다면서 어떻게 지 멋대로 왔다리갔다리...” “처음에 내가 자네의 영혼을 그리로 보냈기 때문이네. 그래서 영혼의 분배가 흔들리는 거지.” “에- 그러면 언제든지 지 멋대로 영혼이 많아졌다 적어졌다...!!” “그러면 쓰겠나.” “근데 지금 그러는 거 아니에요?” “자네 마음.” “예?” “조선시대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내 힘도 빌리지 않고 그 만큼의 영혼이 이곳으로 온 거지?”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잊고 있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거짓말하지 않고 말하자면...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가 있었던 곳에 있고 싶지 않다. 처음으로, 그를 몰랐던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 설마 이곳으로 온 것이... 다 나 스스로...? 똑바로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대답을 원하는 할아버지의 시선에 나는 홱 고개를 돌렸다. “시,신이라면서 그것도 모르나 봐요.” “그럼 내가 직접 들여다봐야 하는 건가?” “신 맞아요? 그것도 모르...!!” “왕이 되는 건 순리야.” 할아버지... 원범을 안다. 철종이 되는 원범을 안다... 알면서 나한테 묻는 건 대체 무슨 심보일까? 처음에는 정말 좋은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완전히 취소해야겠다. 능구렁이가 할아버지 안에 몇 백 마리는 꿈틀대고 있는 것 같애. 아으- 징그러워. “역사를 거스르려 했나?”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침을 꼴까닥 삼켰다. 생각해보니... 나 진짜 역사를 망칠 뻔 했다. 역사를 망치면 너무나도 많은 일이 생길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래도 나는 원범을 살려내고 싶었으니까... 그를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그 모든 역사를 알면서 그를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할 수 없어. 난 그가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하지만... 하지만... 떠났는 걸... 왕이 되겠다며 세영 아가씨와 그렇게 떠나 버렸는 걸...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준 펜던트만이 다시 이곳으로 올 수 있는 힘이 있었어. 근데 그것도 없이 넌 너 혼자 영혼의 분배로 이곳으로 와버렸지. 나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예에?” 아니 자기가 자기 입으로 신이라며! 근데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니 이건 또 무슨 헛소리야! 진짜 사람 여러모로 눈물 나게 만든다... 히이잉... “저 그럼 이렇게 힘 없이 살라구요??” “그럼 그래야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러면 또 니 마음대로 영혼 분배 같은 거 해보던가.” “에에?!” 소리 지르는 것 만으로도 힘이 쫙 쫙 빠지고 졸리다. 아아, 죽겠네... 진짜 죽겠네... 나 이제 어쩌면 좋아. 울먹이는 눈동자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는데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고양이를 향해 손을 내민다. 그러자 고양이는 폴짝 할아버지의 품안으로 들어가고... “자네 영혼 분배를 했던 방법으로 다시 하면 되지 않겠는가.” “정말요?! 정말 그렇게 하면!!” “장담은 못하네.” “에엑!” 할아버지는 내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셨다. 진짜 완전 사람 내몰아 놓고 저런 미소 지으니까 진짜... 진짜... 얄밉다!!! “그럼 나는 가겠네.” “엑? 가요? 어디를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할아버지를 잡으려고 하지만 순간 머리가 핑- 앞이 캄캄해진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한번도 겪지 못했던 빈혈이라는 거?? 진짜 박꽃잎 약한 여자 다 됐네... 미간을 찌푸리며 앞을 보려고 노력하자 앞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한다. “에! 할아버지는!” 사라졌다. 문 열고 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사라졌어... 놀라 비틀거리는 몸으로 밖으로 나가자 할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찾아야해. 이대로 사라져 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구!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미친 듯이 할아버지를 찾아 다녔지만 할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어디에...! “팍-” “왁-!” 누군가와 내 몸이 거칠게 부딪혔고 힘 없이 내 몸은 뒤로 밀려난다. 그 짧은 순간... 뒤로 밀려나며 자빠지는 그 짧은 순간... 나는 보았다. 나와 부딪힌 남자의 얼굴을... 잘못보았던 걸까... 내 눈이 미쳤던 걸까... 원범의 얼굴이다. 조선시대의 원범은 아니었지만... 현대적으로 깔끔하고 센스 있는 모습의 원범이었지만... 확실했다. 그는 분명 원범... “털썩-!” “이봐요!!!!” “할짝할짝” 누군가가 자꾸 내 볼에 키스한다. 꿈인가? 생시인가? 촉촉한 입술이 내 볼에 닿는 느낌... 혹시 나 굶주렸나...? 마구 키스에 굶주린거야...? 키스 한 번 못해본 내가... 설마 굶주렸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가만, 근데 어떻게 됐드라... 분명히 병원에서 원범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랑 부딪혔는데... 원범... 만나고 싶은 원범... 다 잊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때는 정말 다 잊고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는데... 이젠 보고 싶다... 이젠 만나고 싶다. “할짝할짝...” 꿈이... 꿈이 아니다. 자꾸 누가 내 볼에 뽀뽀를...? 백마탄 왕자님? 아니면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 내 볼에 뽀뽀를 하는 당신은 누구...? 스르륵-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새까만 코, 그리고 그 안에 뽕뽕 뚫린 콧구멍 두 개... 그리고 복슬복슬한 누런색 털... “하... 콩알이...?” 나에게 키스를 퍼부은 것은... 콩알이...? 멋진 남자도 아니고 평범한 남자도 아니고 못생긴 남자도 아니고... 그냥 강아지...? 내 인생이 이렇지 뭐... 흐윽... 한참을 좌절하며 참으로 슬퍼하고 있을 때 드는 생각 하나. 근데... 콩알이는... 21세기의 강아지가 아니잖아... 그럼 여기는... “벌떡-!” “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에 머리가 다 핑- 하고 돈다. “꽃잎아. 괜찮니? 일어날 수 있는 거야...?” 나긋나긋한 엄마의 목소리. 아니 이건 21세기의 엄마의 목소리가 아니다. 조선시대 어머니의 목소리. 21세기의 엄마의 전생의 목소리다. 어머니의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대체 며칠이 지났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머니의 얼굴이 그야말로 반쪽이다. “어머니...” “그래... 그래, 꽃잎아. 내 딸... 이제야 정신이드니...? 이 어미는... 이 어미는 또 니가 잘못되는 줄 알고...”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 눈물을 보며 나는 순간 잠시 멍해진다. 그냥 왠지 너무 신기했다. 전생에서도 후생에서도 똑같은 엄마. 전생에서도 후생에서도 똑같은 딸 그리고 똑같은 남편. 어머니의 흐르는 눈물을 나는 내 손으로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어머니는 나의 볼을 쓰다듬으시며 부드럽게 미소 지으신다. “이렇게 깨어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걱정마세요...”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전생의 어머니도 후생의 어머니도 모두 내 어머니인데... 내가 이렇게 깨어나서 움직이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전생이던 후생이던 둘 중 하나 뿐이다. 어떻게 해서 내가 이곳으로 다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쯤 후생의 어머니는 다시 내가 쓰러진지 알고 얼마나 놀라고 계실까... “배가 고프지는 않니...? 오일이나 쓰러져 있었단다.” “허...” 어쩐지... 배가 미친 듯이 고프더라... 이곳과 2007년은 시간 차이가 없었는데... 그럼 내가 이곳으로 오면서 5일이나 정신을 잃은 건가...? “미음을 가까스로 먹이기는 했다만...” “어머니...”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상냥하고 고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아 주신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향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를 꼭 안았다. 어머니가 조금 놀란 듯 싶으셨지만 이내 어머니도 나를 따스하게 보듬어주신다. “걱정마세요...” “그래...” 그동안... 조금 죄송했다. 진짜 어머니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조금은 소홀하게 굴었던 점... 정말 죄송합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5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5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613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87 공지사항준수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손글 너무 귀여워요~!!;; 너무 귀여운 손글 감사드립니다~★ 일단 밥을 무지막지하게 먹고 싶었지만 갑자기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의원의 못된 발언에 나는 대충 죽을 먹고 다시 방에 벌러덩 누웠다. 양순이가 옆에 와서 종알종알 거렸지만 천안댁이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아씨 쉬게 두라고 외치는 바람에 양순이는 퇴장. 내 옆에는 오직 콩알이뿐... 근데 대체... 내가 여기에 어떻게 다시 온 거지? 원범이랑 똑 닮은 남자랑 부딪힌 다음... 그 다음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씨.” 인혁이 목소리다. “응.” “몸은... 어떠하십니까.” 정말 짧은 말이었는데 그 말에 인혁이의 모든 마음이 다 나타나는 듯 했다. 원래 그렇게 말 없고 무뚝뚝한 남자인데... 이렇게 방 밖에까지 와서 나에게 말을 거는 거 보면 말이다. “들어오겠니?” “제가 어찌...” “들어와.” 내 말에 인혁은 한참동안 망설이는지 방 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은 인혁이는 내 말을 어길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고 인혁이의 그림자가 문에 비치었다. “들어와.” “이곳에 있겠습니다.” “내 몸이 어떠한지 보려면 직접 봐야지. 나 힘이 없어서 못 움직이겠어.” 정말이다. 아니 며칠씩이나 미음으로 겨우겨우 버티다가 배고파 죽겠는데 딸랑 죽만 먹으니 어디 힘이 나겠냐구요.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으응- 아니야. 그러니까 들어와.” 내 말에 인혁이 밖에서 우물쭈물 하는 것이 그림자로 보였다. 세상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목에 칼을 대고 죽인다 어쩐다 하는 사람이 저렇게 변할까. 피식 입가에 미소가 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스륵 조심스럽게 열린다. 나는 그것에 몸을 힘겹게 일으켜 인혁이를 보았다. 인혁은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문만 열어 놓고는 나의 얼굴을 보고는 시선을 다시 내리깐다. “많이 수척해지셨습니다.” “안 먹다보니까... 하지만 곧 괜찮을 거야.” 나의 말에 인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채 고개를 푹 더 숙인다. 음... 음... 인혁과 나. 왜 이렇게 어색하지? 처음에는 그렇게 좋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직위식이 치루어 졌다고 합니다.” “응?” “원범... 그 사람말입니다.” 두근... 두근... 두근... 가슴이 미친 듯이 곤두박질친다. 원범 이름만 들어도 떨리나? 정말 징하다, 꽃잎아. 근데 그때 병원에서 봤던 그 남자... 누구지...?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덕완군이 되셨습니다...” “그렇구나...” “곧 있으시면 왕의 즉위식도 치르실 것입니다.” “벌써?”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대게 잘 아네... 헤헤...” “아씨께서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여전히 인혁은 날 바라보지 않은 채 시선을 바닥에 못 박은 듯 박은 채 말 끝을 흐렸다. 인혁은 나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궁금하고 있을 이야기도 이렇게 전해주고... “고마워.” 인혁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잊어지지 않는 사람 억지로 잊어버리려고 노력해도 그것은 나만 더 힘들 뿐이다. 그저 그 사람이 생각나면 그 사람의 추억에 웃고, 그 사람이 보고 싶으면 보고 싶어 우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 억지로 모든 것을 하려면... 그게 더 힘든 법이니까.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또 흐르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되고 다시 글을 공부하게 되고... 물론 선생님은 바뀌었지만... 글을 공부하게 되니 조금씩 산책을 하게 되었을 때... 원범이 왕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인혁에게 듣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원범이 학문이 얕다는 이유로 대왕대비는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다고... 모든 것이 역사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이대로... 원범을 죽게 내버려 둘수는 없는데... “아아-” “왈-!” 갑자기 내가 수를 놓다 소리치자 콩알이 왈, 하며 나를 보며 짖는다. 이제는 콩알이라고 하기 좀 민망할 정도로 조금씩 크기 시작하는 우리 콩알이.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옆에서 옷을 짓던 양순이도 고개를 갸웃이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그것보다 내가 어떻게 그 펜던트를 찾느냐가 더 중요한데... 그리고 지금 내가 21세기로 가야하는지 아니면 조선시대로 가야하는지도 중요한데... 두 분다 우리 진짜 부모님인데 난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씨, 아씨... 천안댁입니다.” “응~! 왜? 무슨 일이야?” 천안댁의 목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나으리께서 찾으십니다.” “그래?” “어서 채비 하시어요.” “알았어.” 자리에서 일어나자 콩알이가 나를 졸졸 따라온다. “콩알이는 여기 있어. 응?” 근데 무슨 일로 나를 다 찾으시지? 이미 밤은 늦었는데... 이렇게 밤늦게 찾으시면 꼭 의미심장한 말씀하시던데... 은근슬쩍 불안하다. “앉거라.” 아버지가 부르신다고 하셔 가보았더니 어머니도 곁에 계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께 무언가 말씀을 들으셨는지 잔뜩 서글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는데... 대체 무슨 일이지? “니 나이가 올해 몇이더냐.” “열일곱입니다.” “그래.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갑자기 뜬금없이 왜 나이는 묻고 그러시지? 도통 이 분위기에 적응을 할 수 없어 멀뚱멀뚱 어머니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저번에 오셨던 사직 어른 기억하느냐.” “예. 기억합니다.” 기억하고 말고... 무당에게서 내 펜던트를 빼앗아간-!!! 그 나쁜... 그 나쁜노오옴-!!! “그 집은 한양에서 영향력 있는 세도가니라.” 그렇겠지. 그러니까 인혁이를 못 잡아 가는 대신 무언가 받칠 물건이 필요했던 거겠지.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왜 그 얘기가 나오는 거지? “나는 내 마음대로 너를 휘두르고 싶지 않단다.” 아버지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나를 잡고 휘두르고 그럴 사람이 아니다. 현세의 아버지도 그랬고 이곳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그 집에서 혼담이 들어왔다.” 동공이 커졌다. 정말 어머니 아버지만 없다면 에엑- 하며 비명을 내질렀을지도 모른다. 혼담? 즉 결혼하자고 말이 들어왔다고? 놀란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자 어머니는 내 앞으로 다가와 나의 손을 잡으며 말씀하신다. “나는 불안하단다... 너를 그리로 시집을 보내는 것이...” “아직 어떠한 확답을 내리진 않았다.” 아버지의 말에 나는 어머니에게서 시선을 돌려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너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 그리로 시집을 가고 싶으냐.” 당연히 싫지요. 당연히 싫어요. 암 그렇고 말고... 그런데... 한가지 걸리는 것은 그 사람이 한양에 사는 사람이고 세도가이며 그리고 내 펜던트를 가져갔다는 것... 아직 궁에 안 받치고 그 사람 손에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그리로 시집을 가면 그것은 내가 다시 되찾기 쉬어지는 거잖아. “이 아비와 어미는 니가 그곳으로 시집가기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너의 생각은 다를지 모르니 너에게 묻는 것이다.” “꽃잎아. 그런 곳으로는 가지 말거라. 세도가는 위험하다. 그리고 사직의 아들들이 그렇게 좋은 소문도 나있지가 않아...” 어머니는 엄청나게 불안하신 모양이다. 내 손을 꼭 붙들고 가지 말라며 이렇게 애원을 하시니... 나도 가기 싫지만... 머릿속에 걸리는 것은 오직 하나. 펜던트. “저... 좋아요.” 나의 대답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동공이 커졌다. 나도 모르겠다. 조선시대에 남아야 하는지 아니면 현세로 돌아가야 하는지... 둘 중 어느 쪽을 돌아가던 부모님은 아파하실 거지만... 일단 내가 해야 할 일은 펜던트를 찾는 일. 그 펜던트를 찾아 쓸지 말지는 찾고 나서 일이다. “그 집으로 시집을 가겠어요.” “하지만 꽃잎아...!!” “가만히 있어요.”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는 어머니를 제제 하시며 나를 바라본다. “이유가 무엇이냐.” “한양에... 가고 싶습니다.” “고작 그거 하나냐?” “그리고 꼭 소문이 맞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꽃잎아...”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리실 듯 나를 바라보셨고 나는 방글 웃으며 어머니를 안심 시켜 드린다. “괜찮아요. 걱정마세요.” “하지만...” “정말... 후회 없겠느냐.” 아버지가 나를 불안한듯 바라보며 물으신다. 그 집의 소문이 어떻게 나있는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이렇게 반대를 하시는 것을 보면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겠지. 그렇다고 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다. 나는 펜던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모르겠다... 아, 모르겠어... 정말. “더 시간을 주겠다.” “시간이요?” “그래.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거라... 신중히... 이것은 니 인생이 결정 나는 일이니까.” 아버지의 말에는 나는 공손히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인혁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집안인데도 발걸음을 옮길 때면 어디선가 뾰롱- 나타나서 금새 내 옆으로 와 나와 함께 걷는 인혁이. “얘기 아니?” 천천히 뒤로 처지며 내 뒤에서 걷는 인혁이에게 묻자 인혁이는 작은 대답을 내게 했다. 나는 큰 한숨이 절로 흘러져 나온다. 말 그대로 혼처가 정해진 결혼이라... 정말 싫다. 정말 아름답지 않다. 정말 내가 원했던 결혼이 아니다. 하지만... 펜던트... “이럴 땐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긴 한숨만이 흘러 나왔다. 바로 수연당으로 가고 싶지 않아 집안을 돌고 또 돌고 계속해서 빙글빙글 도는데도 인혁이는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나와 함께 집안을 돈다. 얼마쯤 됐을까. 내 입술에서 더 이상 말이 흘러나오지 않게 됐을 때 인혁이의 말 소리가 들렸다. “오늘... 왕께서 중전을 맞이하셨습니다.” 덜컹... 두근두근두근... 머리를 뭘로 맞은 듯이 띵하고 멍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 관리를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걷고 있는데 내가 지금 아무렇지도 않은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내 표정은 아무렇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동요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원범이 결혼을 했다는 소리에 나는 머리가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누구지? 누구와 결혼을 한 거지? 아니... 그런 것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럼 원범은 그 여자를 사랑하는 거야? 그 여자의 영원한 남자가 되는 거야? “세영 아가씨는 아닙니다. 안동 김씨가 가만히 세영 아가씨를 중전으로 올리지는 않겠지요. 아마도 제일 높은 자리의 빈이 되실 겁니다.” 세영 아가씨가 아니면 누구지?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 얼마나 예쁠까? 얼마나 착할까? 얼마나 우아할까? 중전할 사람이면 착하고 우아하고 똑똑하고... 그래, 그럴 거야... 원범은 어쨌든 왕이니까... 왕이니까 아름답고 착하고 똑똑한 여자는 모두 그의 곁에 있으니까... 나 같은 건... 나 같은 건... 어차피 기억하지도 않겠지만... 절대 기억나지 않겠다... 하하... “제가... 괜히 말씀드린 것...입니까.” “으응! 아니야!” 몸을 홱 틀며 인혁을 향해 방긋 웃었다. 인혁은 나의 반응에 많이 놀랐는지 미안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아니야. 고마워... 그냥... 마냥 고마워. 고마워...” 이렇게라도 그의 소식을 들었으니 그냥... 고마울 뿐이다. 벌써 왕이 되어 벌써 중전을 맞이하네... 수렴청정 중인데 중전을 맞이하다니... 조금 역사와 다르게 사건이 터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저번에 국사 선생님이 중전은 조금 늦게 얻었던 걸로... 아- 모르겠다. 설마... 나 때문에 역사가 바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지금쯤... 원범과 중전은 첫날밤을 치루고 있겠지... 가슴이... 아프다. 내가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세영 아가씨는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엄살 피지마. 아프다고 징징 대지마... 어차피 나는 이제 원범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잖아. 죽을 때까지 볼 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아프다고 하지마... 그러니까 슬프다고 하지마... 어차피 잊어야 할 사람이니까...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6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6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869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88 민경jjang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당^^★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고 아버지는 내게 다시 물어오셨다. 정말로 그 집으로 시집을 가겠냐고... 나는 내가 생각한대로 그렇게 한다고, 시집을 간다고 말을 했고 다음 날 일찍 받아들이겠다는 문서를 보내신다고 했다. 아- 나 시집가. 헐헐헐- “아씨...” 양순이가 울먹이며 수를 놓고 있는 내 옆에 다가와서는 나를 바라본다. “왜~”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방긋 웃는데 양순이가 나를 응시하며 말한다. “정말 저를 두고 가실 겁니까...?” “그래야지. 어쩔 수 있겠니.” “왜 저를 두고 가십니까... 저를... 저를...” “너 데리고 가면 철정이는 어쩌니.” 양순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시집 갈 때 몸종 하나 데리고 가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양순이의 사랑 철정이가 있다. 내 사랑 무너지고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심술부릴 그럴 나쁜 년도 나는 아니고 내 결혼 때문에 양순이와 철정이 갈라놓을 수는 없는 문제다. “하지만... 저 마저 놓고 가시면...” “괜찮아. 걱정하지마. 응?” 양순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아, 나 진짜 실감이 안 난다. 나 진짜 시집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시집 가. 세상에나... 나 진짜 시집가. 나 이래도 되는 거야? 나 이렇게 시집 가도 되는 거겠지? 뭐가 이렇게 불안하고 무서운 건지... 양순이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행동했지만... 나 너무 불안해. 그리고... 너무 싫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그것도 얼굴 한번 못 본 이상한 소문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 시집을 가고 싶지는 않다. 그놈의 펜던트가 뭐라고... 대체 뭐라고... 그리고 어쩌면... 나는 욱했는지도 모른다. 원범이 왕이 되고 이제는 영영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욱해서 더 확실히 이 결정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후회할거야. 꽃잎아. 엄청나게 후회할거야. 펜던트를 찾아도 엄청나게 후회할거야. 알면서... 후회할거 알면서... 대체 왜 이런 결정을 하는 건지... 박꽃잎이 내 자신이면서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파란 아침이었다. 원래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왜 이리도 눈이 빨리 떠진 건지... 조금 이르게 아침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밖에 나왔을 때에는 역시나 인혁이가 서 있었다. “잘 잤니?” “예.” “어떻게 항상 내가 일어나기 전에 일어나는지 몰라.” “아씨의 기척을 느낄 뿐입니다.” “그래? 여튼 신기해.” 방그르 웃으며 산책을 나서려 신을 신는데 인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으리께서 아씨를 부르실 것 같습니다.” “응? 이 아침에?” 놀란 얼굴로 인혁을 바라보자 인혁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고개를 푹 숙일 뿐이다. 무슨 소리지? 인혁이 대체 뭐를 듣고 봤길래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꿈뻑 꿈뻑 눈을 뜨며 인혁을 바라보다 이내 신을 신고 자리에서 일어나 수연당을 나서려고 하는데 천안댁이 수연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벌써 일어나셨어요?” “응. 오늘은 일찍 눈이 떠졌네.” 놀라 하는 천안댁의 말에 방긋 웃으며 대답을 했다. “나으리께서 부르십니다.” “에. 정말?” 어떻게 인혁의 말이 이렇게도 딱 들어맞을까? 놀란 얼굴로 인혁을 바라보자 인혁은 내게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숙일 뿐이다. 무슨 일이 길래 아침부터 나를 부르실까? 그리고 인혁은 뭘 알고있길래 내 눈을 저렇게 피하는 거야? 인혁의 모습이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아버지를 뵈러 발걸음을 옮겼다.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그래. 잘 잤느냐.” “예.” 아버지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데 아버지의 표정이 좋질 않으시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 요새 아버지의 표정이 편안한 것을 거의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무슨 폭탄선언이 나올까 불안한 마음으로 아버지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아버지가 한참 동안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 겨우 입술을 떼신다. “사직 어르신네 시집을 간다는 이유는... 무어라 했더냐.” “한양에... 가고 싶어서...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조금... 말이 되질 않는다. 소문 안 좋은 집에 시집을 가는 이유가 딸랑 한양에 가고 싶어서라니... 물론 말도 안 되는 말인 것을 알면서 믿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더 감사하지만... 오늘 아침에 승낙 편지를 팔명이 편에 보내신다고 하셨는데 아직 보내시지 않으셨나? 갑자기 나를 부르시고... “알아도 모르는 척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시지? “이래라, 저래라, 안 된다. 안 된다... 라고 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버지는 내게 무슨 커다란 말씀을 하시려는 듯 했지만 대체 그 커다란 말씀이 무엇인지 아직 감도 잡지 못하겠다. 이래라, 저래라, 안 된다, 안 된다...? “원범을, 아니 이제 주상전하를 연모하였느냐.” 아버지의 말에 나는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보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나. “연모...하였느냐.” 아버지가 다시 내게 물으신다. 어떻게 아셨지? 인혁이에게 들은 것인가? 그래서 인혁이가 아까 나를 향해 고개를 못 들었나? 그런 것 치고 아버지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신다. “혹시나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인혁이에게 들어 확실하게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의 표정에 아무런 것도 읽히지가 않는다. 이제와서 갑자기 무슨 일로 그것에 대해 물으시는 것이지? 이제 모두 끝난 일인데...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왜 물으시는 건지... “내 말이 맞느냐?” “네. 맞습니다...” 얼굴이 붉어졌다. 뭐라고 할까... 아빠에게 어릴 때 몰래 쓴 비밀 일기장이 들킨 기분...? 아버지께서 원범을 좋아했던 것을, 아니 지금도 좋아하고 있는 것을 안다고 해서 크게 어떻게 되거나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뭐랄까... 기분이 상당히 묘하다. 왠지 아버지를 힘들게 하는 것 같고... "많이 힘들었겠구나.“ 바로 이렇게 말이다. 아버지는 그리고 어머니는 내가 힘들어하면 같이 힘들어하시니까. 내가 아파하면 같이 아파하시니까... 왠지 죄송스럽다... “아니요... 아닙니다...” “니가 그때 부두에서 쓰러진 이유도 짐작한데로고...” 왠지 무지 쑥스럽다. 부모님에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의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정말로 쑥스러운 일이었다.아,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지? 어차피... 가슴만 아플 뿐인데. “그를 만나고 싶으냐.” 아버지의 말에 나의 동공은 크게 흔들렸다. “그를... 만나고 싶으냐고 물었다.” 갑자기 아버지가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지? 나는 놀란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지만 아버지는 이유를 말씀해주실 생각이 없으신지 나의 대답만을 원하고 계셨다. 쑥스럽고 무언가 창피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물으셨고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이유를 말해주지 않으실 것 같았다. 나는 붉어지는 얼굴을 주체하지 못하며 쭈뼛쭈뼛 아버지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만나고 싶습니다. 만날 수는... 없겠지만...” “지금 그 분을 만난다면 정말 많은 일들이 너에게 벌어질 것이다.” “네...?” “그분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오직 궁으로 가는 길 뿐...” “알고 있습니다. 그 길이... 제가 없는 것 또한...” “궁은... 화려하고 아름답고 장엄한 곳이지.” “예...” “하지만 화려한 만큼 잔인하고 아름다운 만큼 두렵고 장엄한 만큼 숨막히는 곳이지.” 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시며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말이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곳이 위험하고 얼마나 살벌한 곳인지는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말에도, 그리고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는 역사에서도. “그곳에 니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알고... 있어요.” “그래도 만나고 싶으냐...?” “만날 수만 있다면야... 헤헤...” 쑥스러운 듯 아버지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야 어디든 가지 못할까... 단 한 번 만나는 거라도 상관없다. 그 사람과 제대로 이별도 하지 못했는데... 물론 그 사람은 나 따위 신경 쓰지 않겠지만... 아름다운 여자들과 부인들에 둘러 싸여 나 같은 건 생각도 나질 않겠지... 그래, 그렇겠지... “한양에서 전언이 왔다.” “네?” “너는 앞으로 곁에서 전하를 모시게 될 것이다.” “네...?” “전하의 어명이시다. 전하의 어명으로 너는 전하를 모시는 숙의가 될 것이다.” 아버지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어명...? 전하를 모신다고...? 숙의...? 뭐야 그럼... 나 후궁이 되는 거야? 어명으로 후궁이 되면... 그러면... 그러면... 나... 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원범을... 그를 만날 수 있는 거야?! “괜찮겠느냐...” 아버지는 나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신다. 그런 아버지의 시선에 아무 것도 모른 채 원범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기뻐했던 내가 철없어 보인다. “아버지...” “그곳은 위험한 곳이다.” 잘 알지는 못해도 아버지의 말이 틀리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곳은 말 한 마디 행동 한 마디에 목이 달아나는 위험한 곳이다. 그뿐이랴? 원범이 왕이라 해도 진짜 왕은 원범이 아니다. 안동 김씨. 왕 조차 자신들의 뜻대로 세운 안동 김씨가 바로 진짜 왕이며 그들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한다면 그 어떤 이유로든 나를 죽일 수 있다. “그래도 가겠느냐... 갈 수 있겠느냐...” “걱정하지 마셔요...” “너를 왜 이렇게 사지로 내몰아야만 하는지...” 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시며 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내 앞에 봉투 두 개를 내밀며 말씀하신다. “하나는 사직 어른께 가는 승낙의 편지고 나머지 하나는 거절의 편지다. 니가 만약 궁으로 들어가기 두렵다면, 무섭다면 승낙의 편지를 먼저 사직 어른께 보냈다고 하면 그만이다. 왕명이라 할지라도 이미 혼처가 정해진 여인을 내뺏는 법은 없다.” 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놀라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왕명이다. 왕명은 어겨서는 안 되는 일인데... 이렇게까지 나를 궁으로 보내고 싶지 않으실까... 사직어른께 가는 것도 마음 아파하셨는데... 궁은 대체 어떤 곳이길래 정직하고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아버지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 “가고 싶으냐.” 아버지의 말에 나는 내 생각에서 깨 화들짝 놀라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께서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불안에 가득 차 계신다. “그 분을 만나러 목숨이 위험한 길이라도... 가고 싶은 게냐.” 그 분... 이제는 그 분이 되어 버린 그를 만나러 목숨이 위험한 길이라도 가고 싶으냐... 라고 물으신다면... 나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고... 싶습니다.” 그곳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가고 싶다. 그를 만나고 싶어. 그를 만날 수 있다면 그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두렵지 않다. “저를... 궁으로 보내주시어요.” 내 말에 아버지의 표정이 걱정으로 무너져 내렸다. 긴 한숨이 방 안을 맴돌았다. “안동 김씨들이 너를 택한 것이 아니다.” “예...?” “숙의의 어명은 전하께서 직접 하신 것이야.” 원범이... 직접 날 지명했다고...? 아버지의 말에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긴 한숨을 다시 한 번 내쉬며 말했다. “그러기에 더욱 위험할지 모른다.” “자신들이 선택한 사람이 아닌... 사람이라서요...?” “그래... 그래서 이 아비는...” “걱정하지 마시어요.” 아버지를 향해 최대한 환하게 미소 지었고 그러자 아버지는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신다. “저는 이렇게 작고 힘없는 여인일 뿐인데 그들이 저를 어찌하겠습니까. 그들은 저를 어찌 할 생각도 하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걱정 마시어요... 저는 그 어떤 욕심도 없습니다. 그저... 그저 그를...” 원범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저 그가 나를 불러준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니어도 행복합니다.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깊이 그를 사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랑하게 된 거... 어쩌겠습니까... 막을 수 없는 거, 피할 수 없는 거... 그저 물 흐르는 대로 따를 수밖에... “그래... 니 뜻대로 하거라.” 아버지는 인자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셨고 나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일어나 정성스레 절했다. 걱정 마시어요. 저는 괜찮을 테니... 걱정 마시어요. 저는 아무 욕심 없으니... 그러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에요... 걱정... 마시어요...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49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7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504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89 은현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싸인펜으로 쓴것 같은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당^^★ “아씨! 아씨! 정말이여요?!” 양순이 정말 호들갑이다. 어찌 알았는지 내가 수연당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뒤따라 오며 난리다. 그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고 인혁은 그것을 말없이 지켜보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아씨~” 방 안까지 따라 들어와서는 호들갑을 떨어대는 양순. 나는 빙긋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가 정말인데?” “정말... 정말 원범이...!! 아니! 아니 요 놈의 입방정!” 입술을 미친 듯이 팍팍팍 치며 방긋 웃으며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정말 전하께서 아씨를 후궁으로...” “그래. 맞다.” “우아! 아씨! 인생 피셨어요!!!!” 양순이가 보기에는 그럴까? 나는 방긋 웃으며 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긴 섬의 지방관리의 딸년이 후궁, 그것도 숙의로 들어간다는 거면 아주 대단한 일이다. 저번에 세영 아가씨께 얼핏 들은 적이 있었는데 숙의는 귀인보다는 그 서열이 낮지만 그래도 숙의가 되어 후궁이 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대단한 일이고 출세한 일이다. 언뜻... 보기에는 말이다. 정세는 너무나도 잘 아는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보시면 너무나도 불안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원범은... 나를 왜, 나를 왜 궁으로 부른 걸까...? 내가 보고 싶어서...? 정말...? 내가 그리워서...? “원범이 아씨를 마음에 두고 있었나 보다. 우아앗! 또 원범이래!!” 양순이는 또 다시 열심히 자신의 입술을 미친 듯이 두들겼고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콩알이를 안아 올렸다. “후궁으로 가게 되면 부모님 얼굴이나 너희 얼굴 보기에는 이게 마지막이겠구나.” “에...” 내 말에 양순이는 잔뜩 충격 받은 얼굴로 멍하니 나를 바라본다. “아버지께서는 특별히 높은 관리직이 아니니 내 얼굴을 보기도 힘드실테고...” “으... 그럼 아씨께서 가시면 그게 마지막입니까?” 양순이의 두 눈에 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나는 양순이 앞으로 다가가 양순이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방긋 웃었다. “어머니께 말씀드려 철정이와 혼인식 올릴 수 있게 해줄게.” “아,아씨...” 양순이의 얼굴은 벌겋게 물들어 어쩔 줄을 몰라했고 나는 그 수줍어하는 모습에 방그르 웃으며 말했다. “그 혼인식 못 보고 가서 너무 아쉽구나.” “아씨이... 흐윽...” “행복하게 혼인 치루거라...” “저는 그런 거 괜찮습니다. 그런 거 필요없으니...” “내가 하지 못하는 거 너라도 예쁘게 해주고 싶다.” 나의 말에 양순이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원범을 보고 싶어 궁으로 가는 것이다. 궁으로 가면...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버려야 한다. 양순이도 콩알이도 부모님도 인혁이도 그 누구도 다신 보지 못할 거다. 남들 하는 결혼식도 멋지게 할 수 없을 테고 남들처럼 제 남편 제 남자가 아닌 한 나라의 왕을... 그것도 힘겨워 하는 힘 없는 왕을 힘 있는 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섬겨야 한다. 그런 원범을... 그런 왕을... 나는 두 눈을 뜨고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가는 그를 바라봐야만 한다. 어떻게든 막았어야 하는 건데... 어떻게든 원범이 왕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건데... “행복해거라. 꼭 내 몫까지 행복해줘.” “아씨...” 양순이의 양 손을 꼭 쥐며 그녀를 향해 최대한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 이곳 생활 가장 적응을 잘 하게 해준 그녀. 때로는 바보같이 나를 너무 믿어주고... 때로는 무섭게 나를 향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걱정했던... 정말 짧았던 시간이지만 절대 짧은 정이 아닌 깊은 정이 든 양순이... “꼭... 행복해...”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강화도를 떠났다. 눈물 흘리며 끝까지 나를 보내기 싫어하시는 어머니를 향해 몇 번이나 괜찮다고 다독여 드리고 나를 믿는 다는 아버지에게 실망시키지 않는 딸이 된다고 몇 번이나 말을 했다. 어머니께 양순이와 철정이 결혼식 꼭 잘 치루어 달라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되풀이 하며 말했다. 양순이는 눈물 콧물 죄다 흘리며 나를 배웅했고 나는 그저 잘 지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배에 탔을 때 내게 남은 사람은... “너 밖에 없구나.” 내 옆에 선 인혁을 향해 빙긋 웃으며 말하자 그가 나를 가만히 무표정한 얼굴로 응시했다. 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바다를 향해 시선을 두며 말했다. “이제... 너 마저 떠나겠지...” “외로우십니까...” “외롭다 하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지?” 원범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니 나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을 거야. 두렵고 무섭고... 옛것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채로 그렇게 모두 새로운 것만 받아들여야 하는 기분... 나 역시도 21세기에서 조선시대로 온 것은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두려웠지만... 그 길이 목숨이 위험하고 험란한 길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도 알고 있다. 알고 있기에 그 길이 더 두렵고... 더 무서운 것이다. “그는... 나를 왜 부른 것일까?” 내 물음에 인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참히 나의 고백을 물리치고 가버린 사람인데... 나 같은 것은 생각도 안 했을 그런 사람인데... 왜 이제와서 나를 부르는 것일까. 그것도 후궁으로... 많이 외로웠던 걸까? 내가 생각날 정도로 그곳이 그토록 외로웠던 곳일까...? 그곳이 그렇게 어렵고 두려운 곳일까...? 그거 때문에 나를 불렀다면... 그렇다면... 나는 최선을 다 해 그를 감쌀 것이다. 최선을 다 해 그를 내 품안에 안고 보듬어 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그것이라면... 세영 아가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해도 된다면... 그래도 된다면... 그를... 감쌀 것이다. “저는 아씨 곁에 있을 것입니다.” “응?” 인혁의 말에 놀라 인혁을 바라보았다. 이제 궁으로 들어가면 밖에 인연과는 끝인데 대체 어떻게 그런 다는 소리지? 무슨 소린가 싶어 멀뚱히 인혁을 바라보니 인혁은 나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곁에 있을 테니... 너무 외로워 마십시오.” 인혁이... 이렇게 나를 향해 환하게 웃었던 적이 얼마나 되지...? 인혁의 미소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말이라도 고마워.” 인혁을 향해 빙그르 웃다 이내 다시 바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원범도 이 바다를 보며 한양으로 갔을 테지... 원범은 이 바다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주 작게... 아주 작게라도 내 생각을 했을까? 나는 인혁을 뒤로 하고 궁으로 들어갔다. 정말 아무도 모른다. 한 사람부터 열 사람까지 내가 보는 사람마다 낯 익은 얼굴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궁으로 들어가는 내내 모두 차갑게 굳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를 딱딱하게 대하며 궁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내가 진짜 숙의가 되는 것은 전하와 진짜 하룻밤을 보낸 다음에 머리가 틀어 올려질 것이다. 궁 안으로 들어가자 정말 텔레비전에서나 봤던 상궁들 나인들이 우글우글 거렸고 초록색 옷을 입은 젊은 내시들부터 늙은 내시들까지... 모두들 잔뜩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내게 말했다. 무섭다... 정말 무서워 죽겠다. 나... 이 사이에서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임 상궁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진아라고 합니다.” 진짜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는 방에 날 두고 30대 초반의 여자와 20대 초반의 여자가 와서는 내 앞에 짧은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박... 꽃잎이라 합니다.” 내 인사에 두 사람은 다시 꾸벅 짧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임상궁이라는 녹색 옷을 입은 여자는 딱딱한 표정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나는 그 시선이 묘하게 불편하여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아니 왜 날 이렇게 보는 거야? “기분 나빠 하지는 마십시오.” 임상궁이라는 여자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기분 나빠 하는게 얼굴에 다 나타났나? 아니, 자기가 기분 나쁘게 쳐다봐 놓고 기분 나빠 하지 말라는 소리가 어딨어? “그저... 당신이 어떠한 분이시길래 전하께서 친히 찾으셨는지 그것이 궁금하여 바라보았을 뿐입니다.” 전하...? 원범? 임상궁의 말에 나는 놀란 눈으로 말똥말똥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꽃잎 아가씨께서는 전하를 모실 것입니다.” 임상궁의 말에 가슴이 덜컥 하고 내려앉았다. 모신다. 모신다... 여기서 모신다는 말은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전하를 오늘 모시게 되시면 내일부터는 숙의 마마로 불리실 것입니다. 전하의 후궁마마가 되시는 것입니다.” 후궁마마가 된다는 것은... 그러니까 전하랑 같은 방에서 같은 이불에서 같이... 자는... 어어어억- 생각만 해도 얼굴 벌개진다!!!! 특별히 혼인을 올리지 않지만 나에게는 오늘이 혼인인 것이다. 원범과 하룻밤... 이제는 왕이 되어 버린 그와 하룻밤... 그럼 오늘 밤에 그를 보는 거야? 그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는 나를 왜 이곳으로 부른 것일까? 내가 보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내가 그리워서...? “지금부터 채비를 하셔야 합니다.” “아, 예에...”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임상궁의 차가운 말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임상궁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그가... 왕이 되어 버린 그가... 나를 그리워, 보고 싶어 찾았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줬으면... 정말 좋겠다. 민망하게 나의 옷을 홀라당 벗겨서 나인으로 보이는 여자들이 내 온 몸을 구석구석 닦았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꽃잎 동동 나무통 욕조에 띄워서는 목욕을 시켜주는데 민망하고 또 민망하더라. 같은 여자긴 하지만 어떻게 남의 몸을 그리 이리저리 쓱싹 쓱싹 만져대?? 으으으- 민망하게시리... 전하와 하룻밤을 보내려면 다 이런 절차를 밞아야 하는 거야? 그 전하 얼마나 깨끗한지는 모르겠다면 참 민망하게 하네. 이리 닦고 저리 닦고 이리 치수 재고 저리 치수 재고 이래저래 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훌쩍 가고 밖이 어둑어둑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맞추듯 집에서는 비교도 안 될 빛나는 비단으로 한 옷을 입고 곱게 화장도 하고는 얌전히 방에 인형이 된 듯이 앉아 있었다. “이제 곧 전하께서 납실 것입니다.” 임상궁의 말에 나의 가슴은 철러덩 내려앉았다. 이제 곧 그를 볼 수 있다... 이제 곧 그를 만날 수 있어. 산 넘고 바다 건너서 온 이곳...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란 이곳... 이곳에서 그 두려운 곳에서 원범을 볼 수 있다. 어떤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볼까...? 엄청나게 그리워하는 얼굴...? 아니면 엄청나게 두려운 얼굴...? 많이 무서울까? 많이 두려울까...?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이할까... 나는 두렵고 무서웠다. 예전의 원범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당당하게 나를 향해 웃던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임상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낯선 방 안에서는 덩그러니 나만 남았다. 엄청나게 두근거리는 내 마음... 일렁이는 촛불을 바라보며 겨우겨우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밖에서 임상궁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상전하 납시오.” 어쩌지? 어쩌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건가? 아니면 그대로 있어야 하는 건가? 어쩌는게 맞지? 어쩌는게 좋은 거지? 옛날에는 그냥 앉아서 봐도 괜찮았는데 이러지도 못하겠고 저러지도 못하겠고 가슴은 미친 듯이 뛰고... 어쩌지? 어쩌지? 어쩌면 좋아...!!! “모두 물려라.” 순간 내 모든 사고회로가 정지 되었다. 그의 목소리였다. 절대 잊지 못하는 그의 목소리. 절대 잊을 수 없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멍하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틀어 그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문 쪽은 촛불의 불빛이 제대로 닿지 않은 터라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이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새까만 눈썹, 매섭지만 은은한 눈동자, 매끈하게 빠진 콧날... 그리고 붉은 입술... 원범이다. 강화도의 원범 도령이다. 이제는 왕이 되어버렸지만... 내가 그리던... 그 남자가 맞다. 멍하니... 아주 멍하니 나를 그를 응시하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내가 왔는데도 자리에 그리 앉아 있는 것이냐.” 그의 서늘한 말에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맞아. 원범은 이제 왕인데... 내가 막 대하는 그런 남자가 아닌데... 너무나도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절을 하려는데... 그럼 그렇지... “우악-!” 너무 당황한 탓에 치맛자락을 내 발로 밟아 몸이 앞으로 쏠리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 몸과 팔을 허우적허우적- 으으으-! 제발, 제발 넘어지지 말자!!! 온 몸에 힘을 주고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도록 힘을 쓰지만 이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몸은 앞으로 휙 기울어 버렸다. 눈을 질끈 감고 온 몸을 홱 움츠리며 움찔 하는데... “툭-” 정말 나를 너무나도 쉽게 받아주는 그의 손길. 나는 멍하니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 보았다. 여전히 차가운 시선... 나를 바라보며 호들갑스럽게 반가워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조금은 웃어주길 바랬는데... 그는... 나를 너무나도 차갑게 바라본다. 여기 와서 조신하게 굴지는 못하고 이렇게 허우적거리며 넘어지려고나 하고... 박꽃잎 정말 싫다. 정말... 정말... “바보 같다.” “에?” 내가 말 안 했는데 누군가 내 마음속의 말을 그대로 툭 내뱉어줬고 나는 깜짝 놀라 그를 다시금 바라보니 그가... 웃고 있다. 그가... 차가운 얼굴 따위 싹 걷어 버리고는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53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8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095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90 눈물뿐인바보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나를 향해 웃는 그의 모습이 꿈인가 싶어 멍하니, 아주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눈만 깜빡 깜빡... “덤벙 되는 건 여전하냐.” “아...” “어디 안 좋냐? 표정이 왜 그래?” 진짜... 이 남자 뭐야... 어쩜... 어쩜 이렇게 하나도 안 변했어... 목소리도, 나를 향해 내뱉는 말투도, 얼굴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어쩜 이렇게 하나도 안 변했어. “야... 너 우냐?” 난감한 듯 어쩔 줄 몰라하는 그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울렸다. 나도 몰랐는데... 나 울고 있나보다. 안심되어서...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그를 보니 안심이 되어서... 걱정 많이 했는데... 나를 대하는 그의 모습이 변했을까봐... 궁의 삭막함에 답답함에 웃음을 잃어버렸을까봐 정말 많이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질질 짜고 있는 내 자신이 좀 한심스럽긴 했지만... 어쩌겠니. 눈물이 나오는 걸... 나는 민망함에 웃음을 흘리며 눈물을 닦는데 그가 내 머리위에 손을 처억 올려놓으며 나를 녹인다. “울지 마.” 정말... 정말 그 한 마디에 나 녹는다. 살살 녹아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그의 말에 나는 힐끔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는 그것에 빙글 미소를 짓는다. 아, 정말 이것 때문에... 이 모습 보려고 여기까지 왔구나, 박꽃잎... 그의 빙글 미소에 나는 울다가 웃으면 안 된다는 금기를 깨고서는 빙글 그를 따라 웃어 버렸다. 울다 웃으면 큰일 나는데... 헤헤헷... 그래도 좋다. 정말 벨도 없이 좋다. 나의 고백에도 매정하게 돌아선 사람인데... 나에게 왕이 된다고, 궁으로 들어간다고 단 한 마디도 내뱉지 않고 가버린 사람인데 그래도 만났다고 좋다고 빙글빙글 웃는다. 아, 역시 박꽃잎은... 바보다. “잘 지냈냐?” 자리에 앉으며 내게 묻는 그. 잘 지냈다고 해야 하나... 잘 못 지냈다고 해야 하나... “잘 지냈어.” 예의 상 하는 말을 던져주고 빙긋 웃는데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입술을 뗀다. “잘 지내면 그렇게 살이 빠지는 거냐?” “에?” “살 빠졌다.” “아...” 살이... 빠졌군. 그렇군. 앗싸-!!!! “살 빠졌다는데 왜 웃어?” “응?? 살 빠졌다니까 좋은 거지!!!” “그게 좋은 거냐?” “당연하지!!!” 내 말에 그의 얼굴이 굳어진다. 아니, 요새는 쭉쭉빵빵 몸매 굿뜨는 당연한 건데 쟤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 하나. 그렇구나. 여기는... 21세기가 아니구나. 여기는 조선시대구나... 살이 쪄서도 좋지는 않겠지만 살이 빠지는 것도 그다지 좋은 건 아니구나... 이제야 원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가... 요새 살이 좀 찐 거 같아서 좀 빼려고 생각을 좀...” “어디가?” “응?” “어디가 쪘는데?” 라고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지. 나의 치부를 다 꺼내 놔야 하는 거야? 겹치는 뱃살과 훌렁이는 허벅지 기타 등등 나의 귀여운 살들의 포즈를 내가 다 말을 해야 하는 거냐구! “여러...군데...” 민망하게 시리 왜 물어봐, 왜!! 스리슬쩍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대충 얼버무리고 원범을 향해 나는 눈을 치켜뜨며 소리 쳤다. “괜찮아?!” 나의 말에 원범은 멀뚱히 나를 바라본다. 나... 너무 뜬금없나? 어디가 괜찮아? 어디가 안 좋아? 도 아니라 다짜고짜 괜찮냐니... 좀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말이긴 해도... 생각나는 말이 그 뿐인 걸... 어떻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걸... 원범은 여전히 황당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데... 그 시선에 나도 민망하고 뻘쭘해서 어색하게 웃으며 입술을 열었다. “내가 너무 뜬금...” “괜찮아.” 그의 말에 나는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정말로 너무나도 당당하고 의젓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다시금 말한다. “괜찮아.” 가슴에 무언가가 스륵- 하고 녹는 느낌이 났다. 정말 많은 걱정 했는데... 주눅들지는 않았을까, 사람이 폐쇄적으로 되어 버린다거나... 상처를 깊게 받았다거나... 힘들어서 지쳐 웃지도 못한다거나... 그럴까봐... 정말 너무나도 많은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괜찮다고 웃어주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다행이다...” 한껏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내 모습이 신기한지 아니면 이상한지 그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의 시선에 나는 또 다시 미친 듯이 가슴이 두근거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화... 안 났어?” 그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 보았다. 어느새 그의 얼굴은 서글픔으로 가득 차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 내 물음에 그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나는 뭔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 그를 향해 물었다. “어떤 화? 무슨 화? 나는 무슨 얘기인지...” “니 말 안 들었잖아.” “아...” 그의 말에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빙글 웃었다. “무슨... 이유가...” “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멍해졌다.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나한테...” 목소리가 떨려온다. 왜 떨어? 떨지마... 떨 거 하나도 없어... 그냥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렇게... “나한테... 말... 해야 하는 이유... 꼭 있는 건 아니잖아.” 빙글, 그를 향해 미소 지어보였다. 내가 이 말을 그에게 하는 건...? 나는 괜찮다는 거 보여주고 싶으니까. 너한테 그런 말 듣지 않아도 나는 괜찮았다는 거...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았으면서... 사실은 무지하게 아팠으면서... 완전 객기다. 정말... 정말 객기 부린다, 박꽃잎... “그러게.” 픽, 그가 웃음을 터트리며 한숨과 함께 나를 바라본다. “근데... 나 여기 왜 오게 한 거야?” 와, 박꽃잎. 용기 대단해-!!!! 내가 말을 던져놓고 가슴이 떨려 두근두근두근... 그의 입술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 가슴이 터질 듯 두근댄다. “여기에 있잖아.” “응?”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말을 툭 내던지는 원범. 여기에? 여기에 뭐가 있다는 거지? 멀뚱멀뚱 무슨 소린가 싶어 그를 응시하자 그는 역시나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다시금 말한다. “여기에 흉직한 물건 있는 거 아니야?” “아...” 순간 앗, 했다. 이곳에 펜던트... 그래, 있지. 사직어른께서 제대로 왕실에 선물을 했다면 왕실 창고 어딘가에 있겠지... 그 펜던트. 나는 조금 어색한 미소가 입가에 흘러 나왔다. “그거... 때문에 나 여기까지 불러준 거야?” “니가 중요하게 생각했으니까. 그 정도쯤은... 해줄 수 있으니까.” 그의 말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 웃음 어색하지 않겠지? 괜찮지? 자연스럽지? 박꽃잎, 바보 멍충이... 여기 오는 내내 펜던트에 관한 생각은 일체 하지 않았다. 그저 원범을 볼 생각에,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잔뜩 들떠 21세기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바보, 박꽃잎 바보... 그는 내 첫 고백을 정말 무참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나쳐 가 버린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무얼 바래? 나에게 관심도 없는 사람에게 혹시나 내가 그리워서 이곳으로 불렀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거야? 정말 바래도 너무 바란다... “중전을 만나야 할 거야.” 원범의 말에 화들짝 놀라 그를 경기를 일으키듯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쿡, 웃으며 내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다,당연하지! 중전이라면... 대게 대게 높은 사람이잖아!” “난 왕인데.” “아~” 잠시 나와 그 사이에 썰렁한 공기가 한 번 휙 휘감고 흘러갔다. 중전보다 더 높은 사람이 왕인데... 나는 왕 앞에서 반말이나 찍찍 흘리며 겨우 하는 소리가 중전 보고 높다란다... 하하하. “중전 만나고 그 다음부터 찾아다니도록 해. 흉한 물건” “아... 응.” 그의 말에 나는 어영부영 고개를 끄덕이며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근데 갑자기 그가 벌떡 일어나서는 옷을 사락사락 벗는 것이 아닌가! “뭐,뭐하는 거야!” “옷 벗는 거.” “왜!” “벗으면 안 되냐?” “어??” “안 돼??” “아,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너랑 나랑은 이미 결혼한 사이고... 그러니까 같이 자야 하는 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건...!!! 아, 아, 가슴 터질 거 같애!!!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거리고 있는데 원범은 안의 하얀 소복만 입은 채로 이불 위에 앉았고 나를 빤히 바라본다. 뭐,뭐지? 나도 벗으라는 건가? 텔레비전에서 보면 벗겨주고 그러던데... 내가 알아서 벗어야 하는 거야? 어,어디까지 벗어야 하는 거지? 잠깐만, 잠깐만...! 조선시대가 워낙 진도가 빠르긴 해도 난 아직 너무 어리다구...!!! 하면서 열심히 벗고 있는 나를 보라. 사락사락 옷을 벗고 소복만 입은 채로 얼굴을 붉히며 이불 위에 폭 하고 원범을 쳐다보지 못한 채로 수줍게 앉았다. 으으, 첫날밤이다. 첫날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난 그대로 이렇게 있으면 되는 건가...? 음... 음... 원범아, 무슨 말이라도 해보련... 나 숨막혀 죽겠다... “자자.” 엄마야! 너 너무 직설적인 거 아니니? 자자, 라는 말에 깜짝 놀라 원범을 홱 바라보았고 원범은 언제부터인가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그와 내 시선이 공중에서 파직- 하고 부딪히고 내 가슴은 미친 듯이 뛴다. 아아, 첫날밤. 아, 첫날밤. 수줍게 눈을 감아야 하는 걸까? 원범이 왕이긴 해도 일단 서방님이 맞긴 맞으니까 ‘서방님~’ 하며 아양을 떨어대야 하는 걸까? 그러긴 우리 사이가 너무 어색한 걸!!!! 두근두근 콩닥콩닥 미친 듯이 뛰는 내 심장 진정하지 못한 채 헐떡이는 숨을 내쉬며 원범을 바라보는데... 이 자식. 세영 아가씨를 귀인으로 맞이하고 중전까지 맞이하다 보니 첫날밤이 어색하지 않은 모양이다. 왠지 기분 쓸쓸하고... 깨름직하고... 왕이면 여러 여자 거느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건데... 그리고 원범은 날 사랑하는게 아니라... 그저... 그저 펜던트를 찾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서 나를 이리로 불러온 것인데... 너 너무 오바한다, 박꽃잎. 오바하는 내 모습에 정말 슬프다... “벌러덩-” “에-”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있는데 원범이 이불에 벌러덩 누워 버린다. 그 모습에 깜짝 놀라 눈을 껌뻑 껌뻑... 아니 뭐 어쩌라는 거지? 텔레비전 사극에서 보면 띠리링~ 소리를 내며 옷고름을 푸르고 수줍게 뽀뽀할라다가 이내 아차, 불을 끄는 것을 잊었지? 하는 얼굴로 촛불을 후- 분 다음에 이불에 쓰러지지 않나, 대부분? 근데 이건 무슨 시츄레이션?? 그냥 자자고? 그냥 자는 거야?? “에에-” “뭐?” 미간을 홱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는 원범. 그의 모습에 나는 무심결에 내 본심을 털어 놓고 말았다. “그냥 자?” 그냥 자? 그냥 자? 그냥 자? 그냥 죽자............ 내가 내뱉은 내 말에 나는 패닉 상태.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데 그의 표정은 영- 변화가 없다. 한참 동안이나 표정 변화가 없던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내 어깨를 한 손으로 강하게 잡는다. “그럼?” “에? 그,그럼이라니?” “그냥 자냐며.” “에... 그러니까... 으으응... 음... 뭐랄까?” “그럼?” 원범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입만 벌리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쳤지. 진짜 미쳤지. 박꽃잎아. 대체 뭘 바라고 그런 말을 한 거니? 물론! 바라는 건 없다. 그저, 그저 첫날밤이니까... 음... 그러니까 뭔가 있을 거 같았는데 없으니까 그냥 자느냐~ 라고 물었을 뿐이잖아. 그렇잖아. 근데 니가 왜 쫄고 그러냐구!!!! “그냥~ 그냥 물어본 거야. 그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원범이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왔고 이내 내 입술에 말캉한 무언가가 와락 와 닿았다. 가슴은 터질 듯이 뛰고 살짝 기분 좋게 차갑고 말캉한 그의 입술. 나와 그의 입술이 와 닿았다. 닿았다... 닿았다... 닿았다... 입술이... 입술이... 닿았으면... 닿은 건... 닿은 건... 키스!!!! 순식간에 왔던 입술은 순식간에 뒤로 물러서고 멍하니 눈만 껌뻑 껌뻑 뜨며 원범을 바라보자 그가 빙글 웃는다. 웃는다. 키스 해놓고 빙글 웃으면서 하는 소리가...!! “만족?” “컥...” “잔다.” 만족? 이라는 말과 함께 그대로 벌러덩 뒤로 누워 버리는 원범. 만족? 만족? 지금... 지금 나 만족 시켜주기 위해서 키스했다고? 이런... 이런 썩을!!!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55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39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520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91 울랄라뿡샷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우아 굉장히 예쁜 손글이에요>_< 너무너무 예뻐요~★ 감사드립니당^^★ “무슨 마,만족이야!” “더 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더 해야 하나 어쩌냐고 말하는 이런...! 더 하면야!!!! 나야 오케 바리 감사 땡큐 베리 마찌. 푸후후후. “더는 무슨!” 민망함에 나도 홱 들어 누워서는 원범 쪽의 반대쪽으로 등을 돌리고는 쌕쌕 거친 숨을 내쉬었다. 아니, 이 놈은 갑자기 무슨 키스를 하고...!! “가,갑자기 남의 입술에...! 그,그러면...!!” “원했잖아.” “내,내가 언제!” “아니야?” 라고 묻는데 응! 아니야! 라고 빠르게 대답 못하는 나는 뭘까... “이상해!”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눈을 질끈 감고 잠이 들기 위해 애쓰는 나. 진짜 이게 뭐야!! 원범을 만날 생각에 고대하고 또 고대한 오늘인데... 박꽃잎 이상한 말만 지껄여대고... 아, 정말 창피해 죽겠다. 근데 원범 이놈은 무슨 생각으로 내 입술에 키스 한거야?? 왕이 되더니 이 여자 저 여자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우씨.” 갑자기 울컥, 하니 기분이 좋질 않다. 이 여자 저 여자? 내가 이 여자, 저 여자 중 하나란 말이야? 기분이 너무 나빠 자리에서 파르륵 일어나 원범을 바라보는데... 세상에, 잔다. 어쩜 이렇게 빨리 잠들 수가... 난 너 때문에 이 생각에 저 생각에 잠들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너는 입술박치기 미친 듯이 해놓고 그대로 뻗어서 자?!!! 이런 파렴치한!!!! "새근...새근...“ 예쁜 아기 같으니라구... 앞에 파렴치한 취소... 우히히... 원범, 애기처럼 새근새근 잘도 잔다. 등 돌리고 자 제대로 원범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새근새근 거리는 그의 숨소리가 나에게는 왜 이렇게도 어여쁘게 들리는지... 나는 가만히 원범의 등을 바라보며 빙그르 미소 지었다.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한참동안이나 원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새근거리는 숨소리에 행복해하며 이불에 누워 스륵 점점 몸이 무거워져 잠이 들어버렸다. 늦은 새벽-. 내관도 궁녀들도 모두 물러간 숙의궁. 고풍스러운 장식들이 늘어져 있는 방 한 켠에 속눈썹을 길게 늘어트리고 새근새근 숨을 내쉬며 자는 여자를 바라보는 한 남자. 남자는 여태까지 세상모르고 자신이 잤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흘러 나왔다. 이곳에 들어와 한번도 제대로 잠을 이룬 적이 없었다. 그런 자신이 이 여자를 봤다는 생각에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리다니... 새까맣고 짙은 눈으로 세상모르고 자는 그녀를 바라보는 원범은 눈을 뗄 수 없는지 어느 한 곳 다른 곳을 바라볼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립던 그녀를 드디어 보았다. 강화도를 떠나며 가장 마음에 걸렸던 그녀를 그녀가 원하는 물건을 찾으라는 조금은 타당한 이유로 이곳으로 데려와 이렇게 자신의 곁에 두었다. 새까맣고 캄캄한 이 어둠처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궁에 원범에게 그녀는 빛이다. 원범에게 그녀는 어느 순간 희미한 촛불이 되었다. 그녀가 궁 안에 들어온 순간... 그녀가 궁 안에 들어왔다는 말을 들은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표정을 굳히며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바라본 순간... 원범은 자신에게 그녀가 작은 빛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둡고 외로운 궁에서... 그녀는 빛이다. 원범은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내 천천히 그녀의 얼굴로 다가가 그녀의 고운 이마에 입술을 맞댔다. “고맙다.” 목뼈가 부러질지도 몰라. 누가 와다다 미친 듯이 달려와 나의 배를 날리면 배보다 목이 먼저 뒤로 꺾여 분명히, 반드시, 무조건 적으로 목뼈가 먼저 부러질 것이다. 라고 생각하던 가채를 쓰고 싶었는데...!!! 그러고 싶었는데...!!! 가채가 없다... 가채를 안 쓴댄다... 가채를 쓰지 않는댄다... 사극 드라마에서 항상 가채를 쓴 것을 보며 우아, 우아 신기하다... 연예인들이 가느다란 목뼈를 가지고 나와서 ‘ 너무 무거워서 그게 좀 힘들어요.’ 라며 가녀리게 웃는 것을 보며 우아, 우아 얼마나 무거울까? 나도 꼭 한번 써보고 싶다... 했는데... 오늘 아침 어쨌든 나도 원범과 첫날밤을 치루었기에 머리에 가채를 올려줄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 커녕 그저 예쁜 비녀로 내 머리를 틀어 올려주는 임상궁. “가채는 안 해줘요?” 라는 내 말에 어제보다 훨씬 더 나를 높여주고 존대해줬지만 상당히 어이가 없는 얼굴로... “가채 금지령이 내려진지 정말로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가채를 운운하시는지요.” 라고 말하니 나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가채가 금지령라니... 가채가 금지령이라니...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가채를 쓰지 않는다는 가채 금지령... 후궁에는 특별한 날이 대체 언제일까? 난 언제쯤 가채를 쓸 수 있는 거냐고요~!!! 궁에 들어왔으면 당연히 가채를 써보는 것이...!!! “하아...”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런 내 한숨에 곁에 있던 임상궁과 어린 나인 진아가 나를 힐끗 바라본다. 아니 저것들은 왜 쌍으로 내 옆에 있는 거야?? 안 그래도 심난해죽겠는데... “너무 심난해 하지 마십시오.” 임상궁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 임상궁을 바라보았다. 아니, 내가 디립따 심난해 하는 것이 얼굴에 보였나? 그래서 진아도 임상궁도 내 옆에서 떠나지 못하는 거야?? “심난은 무슨...” 은근슬쩍 말 놓는 박꽃잎-!!! 푸하하, 이제 나보다 나이 많이 먹은 사람들한테 말 놓는 게 완전 재밌어 졌소~!! 푸하하, 아 이래서 다들 양반이 좋다, 좋다, 하는 건가? 이래서 다들 높은 사람이 좋다, 좋다, 하는 거야?? “전하께서는 모든 분께 그러하셨습니다.” 그렇다. 지금 내가 이렇게 심난해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전하라고 불리는 원범이 아침에 눈을 딱 떴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그 이유였다. 임상궁의 말로는 아주 이른 새벽에 이곳을 나갔다던데... 아니 나가려면 나라도 깨워주고 나가던가... 이제 다시 얼굴 언제 보는지 모르는 거 아니야? 왕이라는 사람이 매일 같이 후궁 처소에 들르지는 않을 것 같고... 중전도 있고 그리고 귀인이신 세영 아가씨도 있으니까... 다시 내 얼굴 보기에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들 거고... 원범이 나를 이리로 부른 것은 보고 싶어, 만나고 싶어가 아니라 겨우 내 펜던트 하나 찾으라고 부른 것이데... 허허, 박꽃잎 미쳤다. 펜던트를 찾는 그 중요한 일을 ‘겨우’래... ‘겨우’... “심지어는 중전께도 그리 하셨으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진아의 말에 임상궁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아를 노려보았고 진아는 입을 꾹 다물며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하긴 눈도 많고 귀도 많은 궁에서 지금 왕 보다 더 큰 파워를 자랑하는 안동 김씨 파의 여식이자 그것도 중전인 그녀를 욕보이는 말을 하다니... 그것은 아예 나 죽여 줍쇼~ 하는 것과 같은 것일 것이다. “알았어요. 모두들 고마워요.” “말 편히 하십시오.” 푸하하! 바로 이걸 바랬다구!!! 나 너무 못된 거 같애. 반말하는 게 진짜 왜 이렇게 왜 이렇게 편하니!!! 임상궁의 말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어설프게 말을 놓았다. “그,그리하마...” 반말을 하는 것은 요, 자를 붙이지 않아서 무지하게 편하긴 한데... 참... 뻘쭘하단 말이야. 일단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반말을 하려니 왠지 죄 짓는 느낌도 들고... 그치만... 재밌다는 거-!!!! “그럼 이제 가셔야 합니다.” 임상궁의 말에 나는 뭔 소린가 싶어 두 눈을 껌뻑 껌뻑 거렸다. 가다니? 어딜 가? 어딜 가지?? 어딜 가냐구. 무슨 소린가 싶어 두 눈을 껌뻑 껌뻑 거리는데 임상궁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내게 말한다. “중전 마마와 대비 마마를 뵈어야 합니다.” “에?” “여자가 시집을 왔으면 집안 어른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요.” “에엑!!!” “지금 당장 채비를 하셔야 합니다.” 허... 허... 헉...!!! 까먹고 있었다. 어제 원범이 중전에게 인사를 하러가야 한다고 말한 것을... 근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중전에게만 해도 된다고 했는데 왜 대비 마마까지라고 늘었냐구!!! 진짜 긴장 바짝 된다. 미친 듯이 긴장이 바짝되서 내가 침을 삼키고 있는지 목구멍에 땀이 흘러 그걸 삼키고 있는지 도저히 분간이 되질 않는다. 임상궁이 내게 말해준 절하는 법과 지켜야 예절들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 새기고 또 새기며 대비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비마마. 박 숙의가 인사를 여쭈러 왔습니다.” “들어오라." 대비전의 상궁의 아룀에 안에서 대비마마의 목소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금방 흘러나왔다. 침이 꼴까닥... 긴장되어 죽겠네... 미친 듯이 콩닥되는 나의 심장은 몰라주는 나인들은 대비께서 있는 방의 문을 열었고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에 최대한 힘을 주며 앞으로 나아갔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사뿐사뿐 걸어 임상궁의 말처럼 옆으로 절을 하고 이내 자리에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꽃잎이라 하옵니다.” “그래. 니가 주상께서 직접 뽑은 후궁이라지?” 어째... 말에 가시가 파파팍 꽂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대비마마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를 더 숙였고 대비마마는 나를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시더니 이내 한 말씀 내던지신다. “얼굴 하나는 반반하구나. 나머지는 볼품없다만.” 이것봐, 이것봐,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내가 마음에 안 들어... 당연히 내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 없겠지만 사람을 이렇게 세워 놓고 면박을 주나? “왕실에 법도에 따라 주상을 잘 모시도록 해라.” “예... 마마.” "목소리에는 이렇게 힘이 없는고. 이래서 왕자를 낳긴 하겠느냐?“ “송구하옵니다...” 왕자 낳으면 나 예뻐해주실래요? 물으려다가 참았다. 만약에 물어보면 여기서 나 일 나지 않을까? 안 그래도 미움 받는데 더 미워하지 않을까? 그래고 대비마마... 죄송하지만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요. 왕자 낳을 건덕지가 없답니다... “물러가라.” 엑- 물러가라고?? 자리에 궁둥이 한번 안 앉히고 절만 홀라당 받고 욕만 디립따 하고는 물러가라고?? 황당해서 멍하니 서 있는데 대비 마마의 앙칼진 목소리가 방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뭐하는 게야? 물러가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야?” “아,아닙니다. 마마... 그럼 물러가겠사옵니다.” 대비 마마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정신이 화들짝 들어 나는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대비전을 빠져나왔다. 아니 내가 후궁이 된게 그렇게 싫어?? 사람한테 얼굴 한 번 들어보라는 소리 안 하고 엉덩이 한 번 붙여 보라는 소리 안하고 어쩜 그렇게 매정하게 내치나?? 진짜 진이 다 빠졌다... “하아...” “조금만 힘을 내십시오.” 중궁전으로 향하는 길. 이미 대비전에서 진이 다 빠진 내가 터덜터덜 힘 없이 걸어가자 내 뒤에 따르던 임상궁이 조용히 나를 향해 말을 내던졌다. 그래야지. 힘을 내야지. 아직 중궁전이 남았는데 이렇게 힘이 빠져서는 안 되지... 커다란 한숨을 내쉬며 나는 다리에 힘을 빠딱 주고는 힘차게 중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중궁전을 향해 걸어가는 길에 상궁들과 나인들은 나를 한 번도 보지 못했을텐데 그저 내가 새로 책봉된 숙의라는 이유만으로 굽실 굽실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참... 민망한지고... 하지만 나도 나보다 윗사람을 보게 되면 한 번도 보지 못했어도 이렇게 머리 숙여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길까지 비켜주며 말이다. 처음에는 궁궐이라는 곳을 원범이 있는 곳, 원범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 무서운 곳, 두려운 곳이라 말씀하셨고 나 역시 그리 생각하면서도 여기까지 와서 직접 부딪히기 전까지는 무서운 곳, 두려운 곳이라기보다 원범을 만날 수 있는 행복한 곳이라는 생각이 더 컸다. 나도 모르게 더 컸기에 대비전에서의 그 진빠지는 일이 더 힘들었을지도 몰라. 기운 내자, 박꽃잎!!! 아직 궁 생활 하루 지났다! 힘내자. 힘내자.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 그때 문득 드는 생각 하나. 왜? 내가 왜 힘을 내야 하지? 원범은... 나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 자신의 진짜 후궁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내 펜던트를 찾으라고 그래서 나를 부른 것인데... 순간 울컥, 무언가 치밀어 오른다. 아, 이런 생각 하는 자체가 너무... 너무 슬프네, 박꽃잎... 나... 짝사랑이구나. 여태까지 한 번도 그런 생각 안 하고 원범 좋다고 졸졸 거렸는데 졸졸 거리고 있는 거 보니 나 엄청난 짝사랑이구나... 하하, 17년 인생 처음으로 남자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어째 아주 구리구리한 짝사 랑이구나... “마마. 중궁전은 여기온데... 더 가시면 아니 됩니다...” 멍하니 혼자 딴 생각하다가 내 뒤에 따르던 사람들 다 서는데 나만 열심히 앞으로 걸어가다 서질 않자 임 상궁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을 내던졌고 나는 화들짝 정신을 차려 앞을 바라보니 중궁전 앞에 서 있는 상궁이 나를 묘하게 노려보는 듯, 안 노려보는 듯 하는데... 여하튼 뻘쭘하고 상궁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부터가 무섭다. 어쨌든 나는 그곳에 서서 중전을 뵙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고 아까 대비전에서 한판 치루고 났더니 아까보다는 덜 떨리는 듯 약간 담담하게 중전 마마가 있는 문 앞에 설 수 있었다. “마마. 박 숙의입니다.” “들어오라.” 대비마마보다는 훨씬 젊은 목소리. 아니 젊기보다는 어린 목소리. 나와 비슷한 나이 정도일까...? 그럼 왠지 기분 참 묘할 것 같다. 어리다는 것도 무기인데 중전이 나 보다 더 어리면 원범은 나 보다 더 어린 중전이랑 만나는 거고 안 그래도 나 따위는 눈에 안 들어 올 텐데 중전이 어리고 예쁘면 당연히 더 눈에 안 들어오고... 그럼... 난 무지 슬퍼지는 거구... 안으로 들어가 그래서는 안 되는데 눈을 힐끔 떴다. 그러자마자 중전과 눈이 마주친 것이 아니라 중전 옆에 앉아 있는 한 여자와 눈이 딱 마주치는데 그건 다름 아닌 세영 아가씨다.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리는 순간 세영 아가씨가 미간을 찌푸렸고 나는 그것에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중전에게 절을 했다. “앉으시오.” 대비 마마처럼 다행히 나를 불러 세워놓고는 내치지는 않을 모양이다. 중전 마마의 말에 나는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바닥에 붙였고 중전 마마는 나를 대비 마마처럼 찬찬히 뜯어보더니 이내 다시 입술을 뗀다. “고개를 드시오.” 아, 드디어 중전 마마의 얼굴을 제대로 보는 것인가? 중전 마마의 말에... 에이 귀찮다. 중전이 내 속까지 본다냐? 그냥 대충 말까고 중전이라 하자. 하여튼 시집가 처음 남편 얼굴 보는 것 마냥 수줍게 고개를 들어 중전의 얼굴을 힐끔 보는데... 참나, 이럴 줄 알았다. 짜증나... 짜증나... 나보다 어려 보이고 나 보다... 예쁘다, 젠장 이럴 수가... 흐윽... “귀인과는 전부터 아는 사이랬지요?” 근데 목소리가 참... 찰랑찰랑 한다. 말 그대로 술잔에 술처럼, 물잔의 물처럼 찰랑찰랑 뭔가 밝고 명랑하다. 싸가지 없지 않고 밝고 명랑하다니... 이쁘고 밝고 명랑하고 착하기까지하면... 나는... 나는... 완전히 K.O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58 새글 14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0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991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92 리얼사랑♡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귀여운 손글 감사드립니다~★ 정인인 세영 아가씨. 착하고 이쁘고 밝고 명랑한 중전... 나는 정말 낄 자리가 없는 거다. 말 그대로 펜던트만 찾고 정말 21세기로 돌아가버려야 하는 거다... 말도 안 되게 현세도 아닌 조선시대에서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하고 말이다. “예. 같이 강화도에 있었지요.” 세영 아가씨의 말에... 아니 이젠 나보다 높은 작위를 가진 귀인이 되신 귀인마마를 힐끗 바라보며 눈을 아래로 다시금 내리깔았다. “이렇게 보게 됩니다.” 귀인 마마의 말에 나는 눈을 더욱 더 아래로 내리깔며 대답했다.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저야... 좋았습니다.” 그렇겠지... 원범과 함께 있고 귀인까지 되었으니... 좋았겠지...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멍하고 맹하고 기분이 꿀꿀한 것인지... 하아- 여기오니까 왠지 내가 너무 쓸데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 같다. 뭐랄까... 너무나도 초라한 사람? “전하께서 직접 택하신 숙의라구요.” 우리 착해보이시는 중전 마마께서도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 또 그점을 물으시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중전 마마를 힐끗 바라보는데... “헉...” 너무 놀라 그대로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이유인즉슨... 중전은 마치 나를 괴물? 동물원의 동물? 보는 듯한 아주 신기한 생물 취급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강화도에서 서로 오고가는 정이 있었소이까?” “에??” “그렇지요? 뭔가 정이 오고가고 있었던 것이오?” 이렇게 난감할 때가 다 있을까. 난감하고 민망하고 어쩔 줄을 모르겠다. 옆에 강화도에서부터 정인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중전이라는 작자는 ‘니네 서로 썸싱있었지!’ 라고 외치니... 이 중전이라는 작자... 적일까...? 아니면 조금 멍청한 착한 사람일까...? “저기 저희는 그런 것...” “저희?” 앙칼지게 저희라는 말을 내뱉는 것은 중전이 아닌 다름 아닌 귀인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귀인을 바라보았고 귀인은 나를 향해 미간을 찌푸린다. “잊었나본데... 이제 그분께서는 당신이 함부로 ‘저희’라고 칭할 분이 아니십니다.” “아... 저도 그만 말이 헛 나와서...” “헛 나오는 말 한 마디에 궁에서는 목숨이 달아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예. 마마...” “귀인은 언제 봐도 무섭습니다. 하하하...” 중전은 방글방글 웃으며 귀인을 향해 말을 툭 내뱉는다. 이거... 이거 뭔가 이상하다. 귀인이 중전 같고 중전이 귀인 같잖아. 혹시 중전마마... 귀인마마한테 쏙 쥐어 사는 거 아니야?? 에에- 설마다, 진짜. “내가 원래 정인이었던 귀인을 곁에 두고 그런 말을 하여 기분이 나빴나보오?” 고단수다... 설마였다, 정말... 중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옆에 있는 귀신을 향해 톡 하니 쏘았고 귀인은 살짝 미간이 흔들리지만 이내 초절정 표정 관리에 들어가 굳어지는 표정을 겨우겨우 추스르며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그저 숙의가 전하를 아직도 강화도의 도령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럴 수도 있지. 숙의에게는 그것이 더 친숙할테니까. 안 그렇소?” 방긋 나를 향해 웃는데 왜 이렇게 소름이 돋니... 왜 이렇게 무섭니... 아까 착하디 착할 것 같다는 말 취소. 방글 방글 웃으면서 무서운 말 쏙쏙 해대는 것이... 강적이다. “하지만 귀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오. 입을 함부로 놀렸다가는 자고 있는 새에 목이 달아나는 것은 궁안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지.” 훗, 하며 방긋 웃는 중전. 오랜 전통? 자다가 목 달아나는 게 오랜 전통? 정말... 정말 토 나온다, 여기 중전!!!! 정말 억 소리 나게 무섭기도 하고 정말 억 소리 나게 엉뚱하기도 하고 억 소리 나게 어벙하기도 하다. 대체 어떤 게 진짜 중전의 모습인 거야? “오랜만에 전하의 용안을 보니 어떻소?” 난... 무섭다. 차라리 그냥 대비처럼 지 혼자 막 말하고 나 내쫓아 버렸으면 좋겠는데... 중전은 그러지도 않고 이런저런 말을 물어본다. 아, 내가 말 실수를 하면 그대로 목을 날려 버릴려고 하나? 무섭게 왜 자꾸 물어보고 그래!!! “예...?” “어제 전하의 용안이 참 밝았소.” “아...” “숙의께서 오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만... 숙의께서는 오랜만에 전하를 뵈었을텐데 어땠소?” “아... 오랜만에 뵈니... 얼굴이 더 좋아지신 것 같고...” “나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네.” 뜨끔, 무섭다. 정말... 중전 무지하게 무섭다. 나이를 보나 뭘 보나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애가 어쩜 이렇게 무섭니. “내가 어렵나?” 중전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나에게 물었고 나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바로 나오는 튀어 나오는 말. “내 눈을 피하지 마시고 말하게.” 중전의 말에 나는 눈을 쓱 올려 어색하게 웃으며 중전을 바라보았다. 아, 식은땀 난다. 대비전보다 더 식은땀 난다. 대비는 나를 싫어하는 게 눈에 딱 보여서 날 쳐다도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대체 중전은 뭐하는 여자야? 뭘 알아보기 위해 나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어대는 거냐구. “귀인.” 이번에는 귀인에게 불똥이 튀는 건가? 그나마 중전의 시선이 귀인에게 넘어가니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예. 마마.” “귀인은 그만 물러가셔도 되오.” 무...섭다...!!! 둘이서 뭐하려고! 둘이서 뭐하려고!!! 완전 겁먹은 표정으로 중전을 난감하게 바라보지만 중전은 내 표정이 보이지 않는 듯 귀인만 똑바로 쳐다보며 귀인이 나가길 기다렸고 귀인은 살짝 다시 표정이 굳어지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물러가보겠습니다.” 역시 내 스승답게 귀인이 한 마리 나비처럼 사뿐사뿐 밖으로 나가고 이내 중전과 나 덜렁 둘만 남았다. “나는 저 사람이 싫다네.” “에? 에? 저요?” “아니, 귀인 말일세.” 헉. 헉. 문 밖으로 귀인이 나가긴 했지만 문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아서 중전의 말이 들릴텐데... 아니, 마치 중전은 귀인이 들으라는 식으로 내게 말했고 나는 민망하고 난감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무슨 생각일까? 안동 김씨 집안에 남부러울 것 없이 태어나 중전까지 되고 뒤에 든든한 빽까지 있으니 무서운 것이 없어 이런저런 말 가리지 못하고 내뱉는 걸까? 아니면 원체 성격이 이래서 이런 말을 가리지 못하는 걸까? “예에... 그러하십니까...” 귀인이 싫다는 중전의 말에 내가 대체 무슨 대꾸를 하랴. 대충 어영부영 넘기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나는 나의 집이 싫다네.” 뭐야, 아까는 엄청나게 무서운 중전 마마더니 이번에는 10대 사춘기 소녀야? 멍하니 놀란 얼굴로 중전을 바라보는데 중전의 말은 허언이 아닌 듯 그의 시선이 서글프다. “나의 의견 따위 무시한 채 이곳으로 시집오고 또 다시 나의 의견 따위 무시한 채 권력을 이리 쥐흔들고 저리 쥐흔드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네.” 철인왕후였던 것 같다. 원범, 즉 철종의 부인의 이름말이다. 철인왕후였던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는데... 워낙이 또 잘 아는 인물도 없었고... 역사 속에 철인왕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렇게 내 앞에 보여 지는 것처럼 진실 된 사람이었을까? “그런데 저 사람은 그런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네.” 빙글 서글프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중전. “한 마디로 나를 부러워하기 보단 내 배경을 부러워하는 사람... 결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뿐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다 있는 법이니까. 그건 그렇다고치는데...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거지? 나한테 무얼 바래서? “나는... 외롭다네.” 중전의 말에 순간 머리에 한 대를 무언가 뻑- 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놀란 얼굴로 멍하니 중전을 바라보는데 그녀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응시했다. “전하께 들었다네. 당신은 무척이나 발랄하고 명쾌하고 활기찬 사람이라고...” 원범이...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말했나? 엄청... 좋게 말했네... 헤헤. 원범이 나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말한 것을 듣는 것은...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칭찬이고 이렇게 예쁜 사람이 말해주니 기분 썩 괜찮다. “이곳에 가장 외로운 곳에 서 계신 분이 바로 전하일세. 매일 같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생활을 하신 그 분 이 당신이 오신다는 말씀을 듣자마자 표정이 환해지셨지. 그래서 당신이 참으로 궁금했네.” “아...” 중전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아, 그렇군요, 라는 말만 내뱉었다. 중전, 정말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원범이 나에 대해서 말을 했던 것들을 말해주니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 그것도 모두 좋은 이야기니까... “나와 말동무가 되어 주겠는가?” “예?”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모두 권력에 눈 먼 작자들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중전의 말에 나는 순간 또 벙- 해진다. 나는 권력에 눈이 멀 것 같지 않다고?? 왜?? 진짜로 권력에 관심이 없긴 하지만... (왜냐? 그런 것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니까 별로 알고 싶지 않고 그다지 가지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나 죽지 않을 만큼의 권력만 가지고 있으면 하느님. 감사. ) 저 절대적인 믿음은 뭐지? “중전 마마께서는 저를 오늘 처음 보셨는데 어찌 그것을...” “전하께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들어 오늘 처음 봤는데도 처음 본 것 같지가 않네 그려.” “아...” 원범이 내 이야기를 많이 했나? 많이 했기에 중전도 나를 싫어하지 않고 좋은 눈으로 바라보는 건가? 기분은 좋다. 기분은 좋은데... 점점 한 쪽 가슴이 쓰려 온다. 이토록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또 그만큼 원범과 중전이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원범은 외롭다. 중전 또한 외롭다. 그렇다면... 둘이 서로 외로움을 달래면... “오해는 하지 마시게.” 중전의 말에 화들짝 놀라 중전을 바라보자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한다. “전하와 제가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에게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으니까. 전하와 제가 서로가 원해서가 아닌 권력에 의해 상처 받은 피해자니까. 그래서 그 상처를 감싸주길 원하는 사람을 원할 뿐입니다. 전하께서 당신을 택하셨습니다. 저도... 당신을 택해도 되겠습니까?” 원범이... 나를 택했다고?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원범은 그저 펜던트 때문에 도와주려고 나를 부른 것 뿐이다. 21세기로 돌아가라고 나를 부른 것 뿐이야. 근데... 나를 택했다니...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고 중전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방긋 웃었다. 하나는 알 수 있었으니까. “중전 마마의 말씀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마께서 외로워하고 서글퍼하시는 것 하나만은 알겠습니다.” 내 말에 중전의 얼굴이 환해진다. “마마의 말씀대로 저는 권력에 관심은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님께 권력을 배운 적도 없고 권력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게 자라왔고 아버님 역시 권력에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으셨기에 제 눈에 권력이라는 것은 그저 말 그대로 남이 가진 힘에 불과합니다.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요.” 나는 중전 마마를 향해 방긋 웃으며 아까보다 훨씬 편해진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말동무... 되어드리겠습니다. 저야 말로 영광입니다. 마마.” “하아. 다행일세. 당신이 전하께서 말 하신 그대로의 사람이라...” 중전은 정말로 기분 좋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 모습에 가슴이 펑 하고 뚫린 기분이 들었다. 궁에는 아는 사람이라고는 원범 하나. 세영 아가씨와는 그다지 좋은 사이는 아니었고... 그런데 이렇게 나를 달가워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나를 좋아라 해주는 그런 사람... 그것도 나라의 국모라 할 수 있는 중전이 나를 좋아라 해준다니... 왠지 엄청나게 든든해지는 걸?? 아! 바로 이게 권력인가? 허허, 좋기는 좋은데 별로 가지고 싶지는 않다. 권력이 큰 만큼 그 뒤에 책임도 막중한 법이거든. “전하께 많은 말씀도 들었지만 내가 숙의께 나의 벗이 되어 달라 청한 이유가 또 하나 있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시는가.” 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원범의 말 말고도 또 나를 벗으로 삼아야겠다는 이유가 있다니? 내가 얼굴이 너무 예뻐서? 내가 너무 착해 보여서? 내가 너무 단아해서?? 푸하하, 너무 이유가 많다!!! 이 수 많은 이유 중 중전은 어떤 것을 택할까~? 라는 얼굴로 방긋 웃으며 중전에게 물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맹해 보여서네.” “에-” “맹한 사람이 권력을 탐할 리는 없지 않겠는가? 오호호호~!!!” 중전... 아군일까... 적군일까...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66 새글 152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1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536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93 이히히히히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손글 감사드립니다~★ 내가 내관 차림을 하고 밖에 나갔을 때에는 원범의 측근 내관은 알고 있었다는 듯 젊은 내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임상궁은 턱이 빠졌는지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이,이,이게 대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우리 임상궁. 원범은 큼큼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먼저 걸어갔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임상궁을 바라보았다. “전하께서 모두 물리고 저와 최내관만 남기라고 한 것이 이 뜻이었습니까?” 임상궁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측근들이 있어야지 내가 이런 생쇼를 하는 꼴이 멀리 새어나가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이게 대체...” 임상궁은 넘어갈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여기 있어. 나는 전하 따라 나갔다 올 테니까.” “전하 이런 분 아니셨는데 이게 대체... 숙의 마마께서 오시고 나서는...” 미안하게 됐네, 그려. 원범 이런 거 원래 즐기는데 뭘!!! 옛날에 비록 나한테 맨날 잔소리를 하긴 했지만 몰래 변장하고 나온 나랑 잘 놀아 줬다구!!! “전하 따라갔다 올테니까 여기 있게나.” “저도 따라 나서겠습니다! 남장을 하고 어디 혼자 행차 하십니까!” “숙의의 상궁인 자네가 나를 따라 나서면 사람들이 뭐라 하겠는가?” 내 말에 임상궁은 다급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데려갈 수도 없고 데려 간다고 하면 왠지 잔소리만 해댈 것 같아서... “알겠습니다... 그럼 아랫것들 입단속 시키고 눈 단속 시키며 있겠습니다.” “그래. 부탁하겠네!” 나도 참, 옛날 말 금방 금방 따라한다. 푸하하. 역시 난 천재? 역시 난 조선시대 체질?? 임상궁에게 훌딱 말을 하고는 쪼르륵 달려가 최 내관 옆에 내관처럼 딱 옆에 서서는 원범을 뒤따라갔다. “킥... 킥...” “왜 자꾸 웃으십니까.” 최내관은 난감한 얼굴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나에게 물었고 나는 최내관의 얼굴을 깊이 살피며 말했다. “자네 얼굴 보게나. 완전히 쓰러질 듯한 얼굴이네. 그렇게 긴장이 되는가?” “당,당연한 것 아닙니까. 걸리면 마마께서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안 걸리면 되지.” “하아... 마마께서나 전하께서나 철이 없어 큰일입니다.”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긴 한숨을 내쉬는 최내관의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아니 나보다 어려 보이는 것이 어디 철이 없다는 말을...!! 라며 호통 치고 싶었지만 맞는 말이긴 하니까... 근데 원범은 이런 어린 내관을 어째 자신의 곁에 두었던 걸까? 음... 이미 늙은 내관들은 김씨 손에 넘어간 걸까? 정말 왕궁에는 온통 김씨 손아귀의 사람들뿐이구나... 정말 외로웠을 원범... 나는 내 앞으로 걸어가는 원범을 힐끔 바라보았다. 지금의 그의 어깨는 너무나도 넓고 너무나도 당당해 보였다. 이 당당함과 이 쫙 펴 있는 어깨가 움츠러들지 않기를... 주눅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전하.” 커다란 문이 있는 곳에 떡 하니 도착하자 이곳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르륵 나와 원범을 향해 인사를 한다. 도미노처럼 좌르륵 넘어가는 인사에 다시 한 번 원범이 왕이긴 왕이구나... 라며 입을 쩍 벌리고 가만히 있다 이내 내 얼굴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푹 숙였다. 내 어여쁜 얼굴 보고 여자 아닌가? 하고 딱 걸리면 어떡해? 푸히히힛. “이런 늦은 시각에...” “창고에 들어가야겠다.” “이 늦은 시각에 말입니까?” 어쭈 왕에게 대드는 저 심보는?? 황당해서 억, 하는 얼굴로 앞에서 지키고 있는 근위병을 바라보는데 원범은 별 다른 표정 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한다. “내 창고를 내가 보겠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인가.” 원범의 차갑고 냉담한 얼굴에 근위병은 고개를 푹 숙이며 이내 열쇠를 원범을 향해 쑥 내밀었다. “아닙니다.” 그 열쇠를 최내관이 앞으로 가서는 들었고 근위병들은 나와 최내관을 힐끗 힐끗 바라보았다. “첫 번째 창고부터 보겠다.” 원범의 말에 근위병은 첫 번째 창고에서 물러나주었고 최내관은 창고 문을 따고는 안으로 들어가 원범을 향해 옆으로 섰고 나와 원범은 그 뒤를 따라가 이내 문을 콰앙- 하고 닫았다. “근위병들 왜 이렇게 까칠어!” 원범을 향해 바락 소리를 지르자 원범은 피식 웃는다. “쫄았냐?” “내가 왜?!” “근데 왜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혹시라도 내 얼굴을 보고 여자인 줄 알아채면!!!” 내 말에 최내관의 얼굴도 굳어지고 원범의 얼굴도 굳어진다. 원범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나와 최내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고심하는 포즈로 말한다. “둘이 세워 놓으면 누가 여자인 줄 모르겠는데?” “뭐!?” “최내관 쪽이 더 여자스럽다.” “야!!” “찾자. 안 찾냐?” 원범은 피식 웃으며 창고 안에 물건들을 뒤지기 시작했고 나는 원범을 향해 진짜냐고 진짜냐고 바락바락- 아니 내가 어딜 봐서 최내관보다 여자 같지가 않은데...! 라며 최내관의 얼굴을 꼬집꼬집 여기 꼬집 저기 꼬집 뜯어보는데... “마마...?” 최내관의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웃는데... 젠장, 탐스러운 기집애 얼굴 같으니라고... “너 왜 이렇게 이쁘게 생겼어!!” “예에??” “당장 죽여버리겠다!!” “마마!!” 내 농담 아닌 농담에 최내관은 그 자리에서 바닥에 납작 업드려 온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그것에 깜짝 놀라 원범을 바라보자 원범은 한숨을 내쉬며 내게 말한다. “놀지 말고 찾으라고.” “에, 나 농,농담... 한 건데...” “넌 농담이겠지만 니 그 농담으로 진짜 사람 하나 죽일 수 있다는 거 잊지마라.” 원범의 말에 나는 헉, 하는 얼굴로 최내관을 바라보자 바들바들 떨던 최내관은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와 원범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내 눈과 딱 마주치자 다시 고개를 푹 숙이며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최내관... 농담인데...” “예...??” “농담이야. 장난이야. 앞으로 이런 장난 안 칠게...” 최내관을 일으켜주며 방긋 웃자 최내관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서서는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내가 뭔 잘못을 했나 싶어 원범을 바라보자 원범은 긴 한숨을 내쉬며 무표정하게 말한다. “사고치지 말고 찾으라고.” “저,전하 어찌 전하께서 직접 이리 찾으십니까.” 최내관이 와르륵 달려와 원범을 말리지만 원범은 뒤를 돌아보며 문 쪽을 바라본다. “여기 나와 너 숙의 밖에 더 있느냐? 급해죽겠으니까 일단 찾고 보자.” “예? 하지만...” “너만 알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른 척 하면 되지 않겠느냐.” “아~! 가 아니지요! 전하께서 어찌...!!” “시끄럽다. 빨리 찾기나 해라. 내가 그려준 종이 외웠지?” “예! 전하.” 원범의 말에 최내관은 상쾌하게 네! 라며 웃으며 열심히 창고 구석구석 상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기억해? 그 모양?” 내 말에 원범은 고개를 끄덕. “너도 그 자리에 있었어?” 다시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 나는 원범의 고개 끄덕임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뭐랄까... 좋아하긴 내가 더 원범을 먼저 좋아하고 지금도 원범을 좋아하고 있지만 내가 보지 못했을 때 나는 원범을 알지 못했을 때 원범은 나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별 게 기분이 다 좋아진다. 펜던트를 찾으러 상자를 열었는데... “우악.” 진짜 그야 말로 보물 상자다. 상자를 여니 금괴들이 쏟아져 나왔고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지고 가고 싶냐?” “가지고 갔다가는 나 죽지 않을까?” “잘 아네.” 피식 웃으며 내가 죽는 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원범 이놈!!! 왕이면서 치사하게 나 하나만 주지... 그걸 또 죽는다고 하냐? 치사,치사 치사 빤스!!! “백성의 피다.” 원범의 말에 깜짝 놀라 원범을 바라보자 원범은 나를 응시하지 않은 채 번쩍이는 금괴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전부 백성들의 피로 맞바꾼 것들이야.” 원범이... 아파보인다. 원범이... 괴로워 보인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원범을 응시했고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금괴를 거칠게 손으로 잡으며 으스러질 듯 거칠게 쥔다. “내가 진정으로 왕권을 되찾았을 때... 그때 이 모든 것을 백성들에게 되돌려 줄 것이다. 나라는 백성들을 살리는 것이지 피를 빨아 먹는 괴물이 아니니까.” 원범의 말에 나는 빙그르 웃으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 맞는 말이야.”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고 죽는 왕이라 했지만.” 원범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고 그 진실을 말해준 나는 가슴이 미어졌다. 원범의 눈동자가 너무나도 서글펐다. 그 서글픔에 내 가슴이 아파 죽을 것만 같다. “그렇게 되진 않을 거야.” 그의 말에 나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서글픔에 가득 찼던 그의 눈동자는 결의로 타 올라 나의 가슴은 미친 듯이 들뜨게 했다. 역사는 그렇게 되어버렸지만... 어쩌면 이 남자... 역사를 바꿀지 몰라. 어쩌면 이 사람... 역사처럼 되지 않을지 몰라.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되지 말아줘... 내가 말한 그 역사처럼... 그렇게... 괴롭게 살다가진 말아줘... “나 안 죽어.” 내 말에 원범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원범을 향해 절대 죽지 않겠다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반드시 니 곁에 있겠다고 눈을 똑바로 뜨며 강인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니가 100살 1000살 살 수 있게 내가 그때까지 니 옆에서 절대 죽지 않을테니까...” 나의 말에 원범은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픽 웃음을 흘리며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져 주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81 새글 154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3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719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95 →안개랍니다、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쁘고 깜찍한 손글 감사드립니다^^★ “헥... 헥...” 진짜 지친다, 지쳐... 창고 하나만 둘러 봤을 뿐인데 이미 새벽이 되어갔고 원범과 나 최내관은 물러서기로 했다. 창고에 너무 오래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 뻔했으니까. 왕이 한 번도 창고를 직접 와서 물건들을 확인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했다. 그래서 아까 그 근위병들이 좀 놀란 얼굴로 왕을 맞이한 것이고... 우여곡절, 곡절 끝에 다시 나의 처소로 들어온 원범과 나. “겨우 하나 뒤져봤다.” 원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지친 얼굴로 겉 옷을 벗으며 말했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벗는 원범의 모습에 민망함을 느끼며 그리고 침을 꼴까닥 삼키는 것을 티내지 않으려 힘쓰며 원범을 향해 물었다. “겨우 하나? 몇 개나 되는데?” “열 두 개.” “컥...” 진짜 김이 확 빠진다. 오늘 몇 시간 뒤진 것이 창고 하나였는데... 아직도 열 두 개나 남아있다니... 밤마다 이 쇼를 해가며 그 창고를 다 뒤져야 하다니... 어디 창고에 있는 줄 알면 그 창고를 뒤지기라고 하는데 어딨는지도 모르니 그저 무작정 뒤질 수 밖에 없고... “그거 찾으면.” “응?” “찾으면 바로 가는 거냐?” 원범의 말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펜던트를 찾으면... 나는 21세기로 가버리는 건가? 이곳에 원범을 두고 말 동무를 해주기로 했던 중전을 두고... 아버지와 어머니 양순이 철정이를 두고 인혁이도 두고... 우리 콩알이도 두고 그렇게 가버리는 건가? “응?” 나는 어떻게 할지 몰라 다시 원범을 향해 되물었고 원범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가버리는 거냐.” “아하... 글세. 아,아마도...?” 빙긋 웃으며 말하는 나의 모습에 원범은 고개를 세차게 돌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저 겉 옷을 벗고는 그대로 벌러덩 이불에 누웠다. “벌써 자?” 나의 말에 원범은 아무런 말이 없고 나를 향해 등을 돌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야~” 원범을 향해 발로 꼼지락 꼼지락 등을 쳐도 원범은 꼼짝도 하질 않는다. “야~ 원범. 원범. 범아~” 아무리 발로 툭툭 건드리고 꼼지락 꼼지락 거려도 등을 돌리지 않는 원범. 마치 무언가에 커다랗게 삐진 것처럼 말이다. 뭐에 삐진 거지?? 가만히 생각하고 곰곰이 생각해도 도저히 뭐에 삐졌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한 말은 엄청나게 많은 창고를 뒤져야 한다는 사실과 펜던트를 찾으면 21세기로 가느냐 그 말... 설마, 설마...!! “너어!!” 내가 바락 소리를 지르자 원범의 등짝이 움찔 거리는게 보였다. “너! 창고 뒤지기 싫어서 지금 삐진거냐!” “야!” “왁!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원범이 갑자기 홱 등짝을 돌리며 일어나서 버럭 소리를 지르는 덕분에 나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고 원범은 씩씩 거리며 벌개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뭐야, 뭐야, 뭐야! 뭐가 불만인데!” “너야 말로 나한테 뭐가 불만인데!” “뭐?” 원범의 말에 벙 쩌서는 뭔 소린가 싶어 두 눈을 껌뻑 껌뻑 이자 원범은 답답해 죽는 얼굴로 또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한테 불만이 뭐냐고!” “무,무슨 소리야?” “거기서 니가 했단 말 무시해서 그러는 거냐?” “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래서 내 말 다 싸그리 무시하는 거냐고!!” “에?!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너한테 했던 말들...!! 내 마음... 내 마음...!” “뭐? 니 마음?” 원범은 갑자기 인상을 쓰더니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더운 듯한 얼굴로 옷을 들락날락 잡아 당기며 깊은 한숨을 푹푹 내쉰다. 뭐야, 갑자기 왜 저러는 건데? 원범이 저러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서 멍하니 원범을 올려다보는데 그는 조금 시간이 흐르자 진정이 됐는지 이불에 양반 다리를 하고 턱 하니 앉아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 시선에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설레어 오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은 척 멀쩡한 척 표정을 그에게 보이며 물었다. “뭐야? 왜 쳐다 봐?” “아까 들었던 말, 모른 척 해라.” “응?” “잔다.” 자기 말만 죄다 해버리고는 그대로 벌러덩 누워서는 등을 돌리는 원범. “에이씨,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야? 난 뭔 소린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원범에게 가까이 가 원범을 이리저리 흔들어도 원범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나는 원범을 확 째려 보며 어떻게든 원범이 한 소리를 알아내야 겠다 싶어서 빙긋 웃으며 양 손가락 두 개를 쭉 폈다. 그리고는 이내 원범의 옆구리 침투-!! “야,야아! 푸하하!!!” 원범 내 말 쌩까고 자는 척 하더니 내 손가락이 겨드랑이로 들어가자 바로 반응 온다. 얼굴까지 시뻘개져서는 난리를 쳐대고 나는 좋다고 꺄르륵 웃어대자 원범은 이번에는 자기 손가락으로 이내 나를 간지럼 피기 시작한다. “악악! 잘못했어!!” 전세 역전-!! 역시... 남자의 힘에는 당해내지 못했다. 나는 원범에게 미친 듯이 간지럼을 당하고 그대로 항복,항복- “아웅 힘들어!!” “하악, 하악,, 푸하하하.” 원범과 나는 둘다 지쳐서는 이불 위에 벌러덩 내뻗었다. 둘다 거친 숨을 내쉬며 킥킥 계속해서 웃어댔고 나는 이 모습에 엄청난 행복감을 느낀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리길. 내가 알고 있는 세영 아가씨와 원범이 정인이라는 것. 내 고백이 단박에 원범에게 차였다는 것. 내가 조선시대 사람이 아니라 21세기 사람이라는 것. 펜던트를 찾으면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 모든 것을 잊고 이대로 멈춰버리길... 거친 숨이 조금씩 잦아 질 때쯤 원범이 몸을 반쯤 일으키며 나를 위에서 바라보았고 나는 말똥히 그의 눈을 응시했다. 나의 시선에 원범은 천천히 내게로 다가와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천천히 부드러운 키스에 온 몸에 녹아버릴 듯 했다. 나의 입술을 감싸던 그의 입술이 점점 거칠어지고 이내 말캉한 무언가가 내 입속으로 와락 밀처 들어왔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원범이 나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는 손길에 나는 그대로 눈을 감으며 키스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의 엄청난 키스에 나는 현기증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숨이 거칠어지고 내 어깨를 감싸고 있는 원범의 손길에 온 몸이 움찔거린다. “하아...” 그와 내 입술이 천천히 떼어졌다. 현기증 때문에 나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흐릿하고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는 나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고 시아가 흐릿해도 그의 미소에 얼굴이 붉어진다. 그는 빠르게 나의 이마에 작게 키스하며 이내 옆으로 누으며 나를 자신의 품 안에 넣었다.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제대로 구분할 수 없어 눈만 이리저리 굴리고 또 굴리고... 한참을 굴리다가 이내 쿵닥 쿵닥 뛰는 그의 심장 소리에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행복해. 마냥 행복해 죽겠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자. 원범이 나에게 갑자기 왜 이러는지. 귀인 세영 아가씨는 어떻게 되는 건지...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자. 그저... 이 행동한 순간을 마음껏 만끽해... 그러자... 그러자... 꿈인가 싶었다. 몇 번이나 내 볼을 꼬집었지만 꿈이 아니라는 듯 정말 심각하게 아팠다. 이른 아침... 원범이, 원범이 아직도 나를 안아주며 잠을 자고 있었다. 임상궁의 말대로라면 단 한 번도 원범이 아침까지 같이 잠자리를 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입을 쩍 벌리고 멍하니 누워 생각하다 이내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원범을 내려다 보았다. 원범은 아침이 밝아 오는데도 불구하고 세상모르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 어린 아이의 같은 모습에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맴돈다. 그러다가 이내 나도 모르게 그의 볼에 작게 입술을 맞추었다. “우악-” 입을 맞추는데 나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원범의 손길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는데 원범이 나의 손을 잡아 당겨 자신의 품 안에 나를 다시 집어넣는다. “아하하...” 두근두근 얘가, 얘가 내 심장을 폭발시키려나 보다. 이건 테러다. 이건 완벽한 테러다. 이건 나를 죽이려는 테러 행위야!!! “잘 잤어?” 녹는다... 녹아 버릴지도 몰라. 난 아이스크림이야. 나는 얼음이야. 사르륵 그의 말에 온 몸이 다 녹아 버린다. 살짝 잠이 덜 깬 잠긴 목소리로 나를 향해 잘 잤어? 라고 말하는데 나 진짜 죽어버릴 것 같애!!! “으으응- 잘 잤어?” 힐끗 그를 바라보며 묻자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꺄악-! 나 죽어버릴 지도 몰라. 너, 너, 너 자꾸 이러면 니가 내 심장 테러한다고 경찰에 신고해버릴 거야!!! 살짝 잠이 덜 깬 얼굴로 빙그르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원범의 미소가 어찌나 그렇게 예쁜지... 원범은 부스스하게 일어나 나를 바라보며 잠시 멍해진다. “왜? 왜?” 멍한 원범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이며 왜? 왜? 라고 묻자 원범은 갑자기 얼굴이 시벌겋게 달아올라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에?” “우-으...” 원범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듯 어쩔 줄을 몰라하며 얼굴을 붉혔고 나는 그것에 멍해진다. 뭐야, 지금 잠결에 잘 잤어? 라며 웃고 잠결에 미소 보이고 지가 한 행동에 지가 놀라서 저렇게 벌떡 거리는 거야?? 어허허, 나름 왕이신데 귀엽다, 왕이 아주 귀여워. “풉.” 원범의 행동에 나는 웃음을 터트려 버렸고 원범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이내 자신도 웃음을 터트린다. “전하께서 아침까지 숙의의 처소에 계셨다고?” “그러하옵니다.” 귀인의 상궁인 박상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눈빛으로 귀인을 바라보며 말을 한다. 귀인은 보료 위에 앉아 하, 하며 미간을 찌푸리며 어이가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주 살판나셨구나.” “예?” “강화도에서 사모했던 처녀를 데리고 오니 살판 나셨다, 이거다.” “전하께서는 귀인 마마 정인이셨다고...” “말은 그렇지. 하지만 제 마음들의 정인은 내가 아닌 숙의 그 사람이었다.” 귀인의 말에 박상궁은 입을 아- 하고 벌리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한숨을 내쉬며 무언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입술을 뗀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예?” “숙의가 먼저 원자를 낳게 할 수는 없지.” “그러면...” “내가 직접 전하께 걸음을 해야겠다.” “예에?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중전께서도 함부로 가지 않는 걸음이신데...” "중전이 못 간다고 나도 가지 말라는 법 있더냐?“ 귀인의 말에 박상궁은 입을 쩍 벌리고 기겁을 했고 귀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인 세영은 마음이 다급했다. 원자를 낳아 궁의 권력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휘말며 죽임을 당하고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주변의 친지들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있을 때 잘 해주었던 사람들도 없어지니 모두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쌀 한톨 없어 밥을 쫄쫄 굶을 때도 그 누구도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았다. 밥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권력이었다. 세영은 그 어린 나이 때를 기억했다. 어린 나이 때, 권력과 모든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자신에게 굽실거리던 그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과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자신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던 그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권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권력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쟁취할 수 있다. 원범을 사랑을 얻지 못해도 권력이 있다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세영.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499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29 방문 1197 새글 154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4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134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96 꼬막여우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아침부터 대전은 난리가 아니었다. 귀인이 아침부터 찾아와 임금을 뵙겠다고 난리었고 내관들과 상궁들은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임금이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중전도 아닌 한낱 후궁이 대전까지 찾아와 왕을 뵙는다고 그 난리를 치니... 아침 문후를 여쭙고 돌아온 왕, 원범은 바깥의 소란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슨 소란이냐.” 최내관에게 묻자 최내관은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로 원범을 향해 말을 아뢰었다. “귀인 마마께서 전하를 뵙고자 밖에 와 있습니다.” “귀인이?” 최내관의 말에 원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왕궁에 들어와 제대로 세영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원체 자신을 원망하던 그녀였기에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이는 것이 더 좋지 않다고 여겼고 그녀를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어릴 때의 그 앳되고 우아하던 그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었기에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원범에게는 어려웠다. 어릴 때에는 적어도 자신을 바라볼 때 원망은 섞여 있어도 탐욕은 섞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세영은 이곳에 오고 자신이 귀인이 된 이후로부터 눈빛에 탐욕이 섞여 있었다. “전하. 어찌하오리까.” “왔는데 물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들라하라.” 원범의 말에 최내관은 굽실거리며 이내 밖에 나가 세영을 불러왔고 세영은 당당하게 원범이 지내고 있는 처소 안으로 들어와 왕에게 곱게 절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곳까지 어찌왔는가.” “몰라 물으십니까?” 앙칼지게 묻는 세영의 말에 원범이 표정이 살짝 굳어지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세영에게 묻는 원범. “무슨 일이신가.” “강화도에서 온 숙의가 그리도 좋으십니까.” 세영의 말에 원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는 전하만을 믿고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알고 있소.” “전하의 집안이 저희 집을 몰락하게 하셨고 저는 그 때문에 엄청난 수난을 겪어 왔습니다.” “그 또한 모르는 바 아니오.” “그런데 저를 모른 척 하시는 것입니까.” “모른 척 하지 않았소.” “제게 원자를 주세요. 전하.” 세영의 말에 원범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원자라니... 원범은 여태껏 중전과 귀인 그리고 숙의와 잠자리를 했지만 잠자리만 했을 뿐이지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세영이 원자를 낳게 해달라니... 원범은 다물어지지 않은 입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귀인. 지금 내게 뭐라고 했소?” “제가 원자를 낳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무슨...!” “전하께서는 저를 책임져야 하지 않으십니까.” “물론이오.” “전하께서 저를 이렇게 몰락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 “그러니 제가 더 이상 몰락하지 않는 길... 그게 바로 원자입니다. 제게 원자를 주세요.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세영의 말에 원범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세영의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세영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탐욕과 욕심이 득실득실 거렸다. 그러지 않았는데... 예전 그녀의 눈은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우아하고 품위가 있었다. 그런데 궁에 들어와 그녀는 바뀌었다. 아니, 강화도를 떠날 때만 해도 그녀는 이렇지 않았다. “대체 무엇이 당신을 이렇게 만든 것이오.” 원범은 대답 대신 그녀를 향해 질문을 내던졌고 그녀는 그의 질문에 움찔하며 원범을 바라보다 이내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떼었다. “몰라 물으시는 것입니까.” “귀인.” “진정 몰라 제게 물으시는 것입니까...!!” 세영의 두 눈에 물기가 슬며시 차 올랐다. 원범은 그 눈물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려 오는 것을 느꼈다. 세영 역시 아픈 어린 시절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 아픈 어린 시절은 자신의 집이 몰락하면서 일어났고 자신의 집안 때문이라고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생각해왔다. 그런 그녀가... 자신을 원망하며 살아왔다는 그런 그녀가... 그날... 그날... 자신에게 고백했다. 강화도를 떠나던 그 날 배의 배 안. “그리운... 누군가라도 있는 모양이지요?” 세영의 앙칼진 목소리에 원범은 바다에서 시선을 돌려 세영을 응시했고 세영은 그런 원범을 향해 다시금 말했다. “그런 것입니까?” “그리운... 누군가 말입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강화도를 바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영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리지만 원범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는 세영을 가만히 응시하다 이내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다시 강화도 쪽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운... 누군가라.” “생각 나시는 분이 계신 것입니까?” 세영의 앙칼진 목소리에 원범은 입가에 작은 미소와 함께 여전히 바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연당 아씨... 그 분 이십니까?” 세영의 눈이 거칠게 일렁였다. 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원범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고 세영 아가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 분이... 그분이 그리운 것입니까?” 세영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원범이 깜짝 놀라 세영을 바라보았고 이내 눈물을 세영의 모습에 원범의 동공이 커졌다. “세영 아가씨... 어찌...” “그분이... 그렇게 그리울 것 같습니까?” 세영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원범을 향해 물었고 원범은 무표정하니 표정을 굳힌 채 세영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분을 데리고 오시지 그랬습니까. 별 것 아닐텐데... 그러지 그러셨습니까.” 세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바닥을 적시었다. 원범은 세영의 눈물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꽃잎의 이야기를 하는데 왜 세영이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 “그 사람을 궁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입니까? 그래서 데려가지 못하는 것입니까?” 세영의 목소리가 격해져갔고 원범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세영 아가씨는 대체 왜 저를 보며 눈물을 흘리시는 것인지...” “그래서 그녀를 데려가지 못하는 것입니까?” “데려갈 명분도 없습니다.” “명분이야 만들면 됩니다.” “해맑게 웃는 그녀를... 궁안에 가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나는요.” 세영의 말에 원범의 동공이 커졌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영 아가씨께서는...” “내가 데려가 달라고 해서요?” “아가씨...” “나... 당신 사랑해요.” 세영의 말에 원범의 동공이 커졌다. 세영은 비참함에 비통함에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나도 이런 거 싫은데... 이러고 싶지 않은데... 당신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원범은 시선을 어디에 둘 줄은 몰랐다. 자신을 애처로이 바라보는 세영의 표정이 지금까지 자신이 봤던 세영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어떠한 모습으로 그녀를 맞이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겠지요.” 세영의 말에 원범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고 그곳에 세영의 가슴은 무너졌다. 혹시나 였다. 혹시나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아니라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소리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았다. 원범을 사랑한다 느꼈을 때 원범이 자신에게 대하는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대한 죄책감이 아니라 혹여나 사랑일까, 혹시나 사랑일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상상을 해보고 그것에 행복해 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니다. 사랑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그 모든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녀를 궁으로 데려갈 수 없어... 애통하겠어요.” 세영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원범을 바라보았고 원범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를... 그리워하실 겁니까?” 세영의 말에 원범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뜨며 거짓을 말하지 않는 진실 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워 할 것 같습니다. 미칠 듯이... 그리워 하지 않아도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어떤 이유를 대서든 그녀를 궁으로 불러오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잔인하시네요.” 세영의 말에 원범의 동공이 커졌다. 세영은 눈물을 흘리며 체념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금 방금 당신을 사랑한다 고백했는데... 내 질문에 나를 배려해주는 그 한 마디 없이 그녀를 사랑한다 말하시네요... 참... 당신 잔인합니다. 그 솔직함이... 너무나도 잔인합니다.” 원범은 그녀를 차마 바라보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며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세영은 한참동안이나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그를 응시하며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그러다가 이내 체념 섞인 목소리로 그를 향해 말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가씨...” “다만... 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세영의 말에 원범의 표정이 애달프게 일그러졌다. 세영은 불안감에 온 몸을 떨며 원범을 향해 다시금 애처로이 바라보며 입술을 뗀다. “나를... 나를...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저를... 버리실 겁니까.” 세영의 두 눈이 독기로 가득 차 올랐고 원범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 때문이다... 자신 때문에 세영이 이렇게 변한 것이다. 그 날 그 이후로... “당신을 버린 적 없소.” “지금 전하께서 하시는 행동 그 모든 것이 저를 버리시는 것이옵니다.” “대체 내가 어찌 해주길 원하는 거요.” “원자를... 제게 원자를 주세요.” 세영의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원범은 깊은 한숨을 다시금 내쉰다. “당신의 사랑까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나를 지킬 수 있는 내 아이를 주세요. 내 아이만 주신다면 당신께 그 무엇도 바라지 않겠습니다. 10년에 한 번 20년에 한 번 얼굴을 보여주셔도 됩니다. 그저... 원자를... 당신을 닮은 아이만 낳게 해주세요.” 세영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구슬펐다. 구슬펐지만 그의 눈동자는 악으로 가득 차 원범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이렇게까지 독기를 품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자신 때문에 이렇게 변해버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너무나도... 서글프다. 하지만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흘러가지 않는 것을 억지로 흘릴 수는 없는 것이다. “알겠소.” 원범의 말에 그녀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원범은 체념에 가득 찬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세영을 바라보며 입술을 떼었다. “오늘 밤 당신을 찾아가겠소.” “멋지십니다.” “....?” “정말이지 멋지도록 잔인하십니다.” “귀인.” “끝까지... 나를 돌보아 주신다는 말씀... 끝까지 나를 사랑해보겠다는 말씀... 그 한 말씀 입술에 담지 않으시네요.” 세영의 부릅 뜬 두 눈에서 눈물이 쪼르륵 흘러 바닥에 뚝 하고 떨어졌고 원범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세영을 바라보았다. “사랑하지 할 수 없는 것 어찌 사랑하겠다 거짓을 말한 단 말이오.” “거짓이라도 바랬습니다.” “귀인.” “거짓인지 알면서도 믿어보려 했을 것입니다.” “귀인...!” “거짓에 보름을 기다리고 거짓에 1년을 기다리고 또 다시 거짓에 10년을 기다리려 했습니다.” 세영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범을 향해 시선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오늘 밤, 기다리겠습니다.” 세영은 그 말만 남기고 조용히 뒤로 물렀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는 세영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원범은 이를 악 물며 탁자를 거칠게 손으로 내친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00 새글 155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5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938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97 울랄라뿡샷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너무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아아-” 지루해 죽...겠다. 무슨 밤 올빼미도 아니고 밤에는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낮에는 이리도 할 일이 없냐... 요새 맛들인 수도 계속 놓다 보니까 지루하고 그렇다고 글을 읽자니 눈알 빠질 것 같고... 이것도 재미 없고 저것도 재미 없고... 원범은 뭐하고 있으려나. “심심 하시옵니까?” 나인 진아가 나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고 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심심하다.” “그럼 저랑 말씀 나누어요.” “말? 그래, 그러자구나.” “어떻게 돌석 같은 전하를 그리 녹이십니까?” “에?” 진아의 말에 기겁을 하며 억 하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신기하고 흥분 된 얼굴로 나를 향해 마구잡이로 물어오기 시작한다. “전하께서 그렇게 웃으시는 것은 처음 보십니다.” “그,그래? 하긴 워낙 잘 안 웃긴 하지...” “전하께서 이렇게 누군가의 처소를 잦게 찾으신 적도 처음이십니다.” “그,그래?” 처소를 잦게 찾는 이유는 나랑 같이 펜던트를 찾아줘야 하는 이유인데... 나인들이나 상궁들이 보이에는 그것이 나를 총애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전하께서 아침까지 함께 하신 것은 처음입니다! 이게 가장~! 놀랍습니다.” “그,그래?” “예! 원래는 첫 날 아침처럼 새벽에 홀연히 사라지시고 마시는데 오늘 보십시오. 마마의 품에 안겨 아침까지 늦잠을 자시지 않으셨습니까!” 하긴, 원범 오늘 아침에 엄청 자댔다. 너무 새근새근 잘 자서 차마 깨우지 못했고 그 덕분에 아침 문후 여쭈러 가는데 좀 늦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런데도 신경질 하나 내지 않고 빙글 웃으며 내 처소를 나갔으니... 아마도 잘 잤다는 뜻이겠지? “전하께서 강화도에서 이곳까지 마마를 부르신 것을 보면 틀림없이 마마를 사랑하고 계신 것입니다.” 진아의 말에 얼굴이 시벌겋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쿵닥쿵닥 뛰어댔다. 원범이 날 사랑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그저 진아가 그럴 거에요~ 라고 말한 것 뿐인데 이놈의 가슴은 왜 이리도 뛰니. 절대 그럴리 없겠지만... 절대 절대 그럴 리가 없겠지만... 기대도 하지 않지만... 원범이 내게 이런 말을 해준다면... 난 그 자리에서 심장이 터져 즉사하지 않을까... 우어, 그럼 진짜 억울하겠다. 겨우 사랑한다는 소리 들었는데 그대로 죽어버리면... 억, 억, 억울해! “마마. 얼굴이 많이 빨갛게 달아오르셨는데... 괜찮으신 것입니까? 물이라도 올릴까요?” 진아는 지가 내 얼굴 빨갛게 만들어 놓고 철 없는 얼굴로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았다. 아, 궁궐이 참 물이 좋긴 좋구나. 강화도에서는 멋진 놈들만 넘실거리더니 궁궐에 오니 예쁜 것들만 넘실대네. 아, 그러고 보니 최내관도 예뻤지. 뭐야, 이거 원범 스타일이야?? 궁 안에 있는 남자든 여자든 왜 가릴 것 없이 이쁜데?? “마마. 호위 무사 들었습니다.” “호위... 에, 뭐?” 순간 당황스러웠다. 호위 무사라니? 내가 모르는 내 호위 무사도 있단 말이야? 멍하니 멀뚱 멀뚱 진아를 바라보는데 진아는 방긋 웃으며 내게 말한다. “제가 알기로는 전하께서 마마를 보호하라고 무사를 붙여주셨다 합니다.” “에, 내가 모르는 무사를 원범... 이 아닌 전하 마음대로?” “전하 마음대로이신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마마의 호위 무사인 것은 확실합니다.” “아...” 진아의 말에 갑자기 김이 확 빠진다. 니가 내 호위 무사가 맞다고 확실하다 말 하지 않아도 이미 알거든요?? 호위 무사? 갑자기 무슨 호위 무사지? 아니 그보다 원범 이 놈은 나를 왜 위하는 척 이야!!! 호위 무사 하니 또 우리 인혁이 생각나네... 궁에 들어갈 때 혼자가 아닐 거라고... 걱정 말라고 하던 그 사람이... 항상 곁에 있겠다고 말이라도 나를 안심시켜 주던 그 사람이 생각난다. 아, 지금쯤 우리 인혁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들라하시게.” 내 말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이 들어오는 사락사락, 옷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진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로 사뿐사뿐 걸으며 물러난다. 나는 임상궁과 들어오는 무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에... 무사의 팔에 누런 무언가가 덜렁덜렁 딸려 들어온다. “왈!” “어,어머!!! 콩알아!!!!” 확실하다. 저건 콩알이다. 무사의 손에 덜렁 덜렁 들려오는 것은 나의 강아지 콩알이! 누런 색깔도 새까만 눈동자와 코도 앙큼하게 짖어대는 목소리도... 딱이다. 딱 우리 콩알이다! “콩알아!” “마마! 체통을...!!” 임상궁이 나더러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 체통이 문제랴! 우리 콩알이가 왔는데...!!! 나는 무사에게 콩알이를 데리고 와서는 내 품안에 쏙 안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콩알이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콩알아, 콩알아, 거리며 콩알이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 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렇게 기쁠 수가... “우리 콩알이 어디서 봤...” 콩알이를 데리고 와준 무사가 너무 고마워 무사를 올려다보며 묻는데... 나는 일시 정지다. 어디서... 어디서 많이 본 사람. 아니, 정말 눈에 익은 사람... 나를 궁까지 데리고 와 준 사람... 무서워하는 나를 보며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해준 사람... “인혁!!!” 인혁이었다.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도 인혁이다. “인혁아!” 눈물이 다 흐른다. 체통이고 난 모른다. 일단... 너무 기쁘니까. 기뻐 죽겠으니까 그대로 와락 인혁을 안았고 임상궁의 에구머니나 소리가 들리며 서둘러 바깥의 문을 닫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런 것 따위 상관 없었다. 인혁이다. 인혁이야...! “마마, 제발 떨어지시옵소서.” 임상궁은 문을 닫고 어쩔 줄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굴렀고 나는 그것을 무시한 채 눈을 질끈 감으며 인혁을 와락 안고 있는데 인혁이 그런 나를 천천히 떼어낸다. 나는 놀란 얼굴로 인혁을 바라보자 그는 생전 보이지 않던 미소를 입가에 보이며 방긋 웃는다. “제가 곁에 있는다고 했지 않습니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응? 응?”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어 멍하니 인혁을 바라보며 묻자 인혁은 작은 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씨를... 아니 이제 숙의 마마게 되신 당신을 왕께서 부르실 때 저도 함께 부르셨습니다.” “에? 원범...~ 이 아니라 전하께서?” “그렇습니다.” “그럼...? 앞으로 여기서 사는 거야? 쭉? 쭉? 쭉?” “마마께서 이곳에 계시는 한... 저 역시도 이곳에 있을 것입니다.” “정말? 정말이지?!” 환하게 웃으며 인혁을 향해 묻자 인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쁜 미소로 나에게 답을 한다. 원범, 이 이쁜 자식!!! 진작 인혁이 데리고 올 거였으면 말이라도 해주지!!! 고마워, 원범. 외로운 날 위해서... 입가에 함박 미소가 가득 돌았다. 조금 있다가 밤에 오면 마음 껏 예뻐해 줘야지. 조금 있다가 밤에 오면 어깨도 주물러 주고 서비스 팍팍 해줄게. 원범아~ 범아~ 어서 와.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리와 앉아.” 나는 자리에 앉으며 인혁이에게 자리를 권했고 인혁이는 처음에는 계속 사양, 사양 하다가 이내 내가 자꾸 자리를 권하자 불편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나 데려다 주고 강화도에 다시 다녀온거야?” “예.” “아버지는 잘 계셔? 어머니는? 양순이는? 철정이는? 다들 잘 있어?” 다급하게 사람들의 안부를 묻자 인혁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 이내 조용히 입술을 떼었다. “많이... 그리우십니까.” “응?” “많이 그리워하시는 것 처럼 보입니다.” “아... 괜찮아! 그냥... 그냥 조금... 궁금했을 뿐이야.” 그립다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뿐더러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곳에는 그리운 사람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 그리운 사람들을 다 합쳐도 강화도에서 원범을 그리워했던 것만큼은 되지 않을 것이다. 외롭고 그립고 보고 싶어도 참을 것이다. 원범을 보면서... 원범만 응시하면서... 그렇게... “나한테 말하지. 너도 여기에 오게 됐다고...” “말씀 드릴 시간도 없었거니와 묻지도 않으시기에...” “하여튼... 둘 다 말 없는 건 똑같애.” 원범과 인혁 말이다. 원범은 처음부터 나와 인혁을 같이 부를 생각이었으면서 날 보고 인혁도 같이 불렀다는 말을 안 하는 거야? 인혁도 나와 여기 함께 올거라는 것을 알았으면서 의미심장하게 그저 곁에 있을 거라는 말만 하고 같이 이곳에 있을 거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하여튼 남정네 두 놈 다 신기해. “이곳 생활은 어떠하십니까.” “음... 그럭저럭 좋아.” 원범과 진도도 빠르게 나가는 것 같구... 이히힛. 이렇게 진도 빼는 거 보면 나한테 좀 관심이 있다는 뜻 아닐까? 아니면 그저 후궁이라서 그러는 건가? 그렇든 그렇지 않든 요새 궁 생활이 심심하고 너무 외롭기는 하지만 밤만 되면 좋다. 원범이 내게로 오니까. 낮에도 그럭저럭 좋다. 나인들과 상궁들이 전하께서 나에게만 대하는 것이 다르고 매일 같이 말을 하니까. 그거 듣는 기분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철정이와 양순이는 곧 혼인을 치룬다고 합니다.” “어머, 정말?!” 환하게 웃으며 바락 소리를 지르자 임상궁은 낮은 한숨을 내쉬고 인혁이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다, 아쉽다. 아쉬워 죽겠다! 내가 그 혼인을 직접 보아야 하는데...” “보고 싶으십니까?” “당연하지! 아, 너무너무 보고 싶다... 힝.” 양순이도 내가 직접 보지 못하는 결혼은 정말로 섭섭할거야... 하지만 이곳에 들어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사가에 내려갈 생각을 하다니... 박꽃잎! 정신 차리자!!! “가지는 못하더라도 선물이라도 하나 보내야겠다. 이히.” 방긋 웃으며 마침 베개 수를 놓고 있었던 나는 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를 놓아서 커플... 이 아니라 부부 베개포를 만들어야겠어.” “양순이도 좋아할 겁니다.” “응응. 그랬으면... 좋겠어.” 방긋 웃으며 수를 한 땀 한 땀 다시 놓기 시작했다. “앞으로 너는 내 곁에 있는 거지?” 인혁이를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곁에 있어 줘서 정말 고마운 미소로 말을 했고 인혁이는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밤. 세영은 조신하게 자리에 앉아 원범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전에서 원범이 출발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원범이 이곳으로 들어올 것이다. 가슴이 뛰었다. 가슴이 아팠다. 가슴이 찢어질 듯, 피가 흐를 듯 너무나도 쓰렸다. 하지만 세영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원범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말아야 하는데 그 무엇을 바란 자신의 탓이다.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 다른 것을 받겠다. 사랑으로 나를 지킬 수 없다면 스스로 나를 지키겠다. 세영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해 이내 계속하여 심호흡을 했다. 그가 오늘 밤에 이리로 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자신을 보고 싶어서 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버리지 말아달라는... 사랑이 아닌 다른 것을 달라는 자신의 협박 아닌 협박에 그가 이곳으로 오는 것이다. “주상전하 납시오!” 가슴이 철커덩 내려앉고 눈동자는 불안함에 일렁였지만 세영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이래서는 안 돼, 이렇게 약해져서는 안 돼. 이미 시작한 일이야. 약해지지마. 몇 번이나 이런 말들을 되풀이하며 생각하고 생각하며 차갑게 표정을 굳힌다. 이내 곧 드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무표정한 모습의 원범이 다가왔다. 세영은 가끔씩 두려워졌다. 자신이 이렇게 독기를 품고 덤벼들면 덤벼들 수록 자신을 바라보는 원범의 시선이 차가워진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에 너무나도 두렵고 무서웠다. 과연 이것이 잘하는 걸까...?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은 걸까...? 원범이 역시나 아무런 표정이 없이 자리에 앉았다. “약속은 지키시는 군요.” 세영의 말에 원범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둘 사이에서는 한참 동안의 적막이 흘렀고 세영은 떨리는 손으로 옷고름을 풀어 내려갔다. 덜덜 손이 떨려 왔지만 이를 악 물고 그것을 원범에게 보이지 않으려 힘 썼지만 원범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무표정한 그의 얼굴이 서글픔으로 일그러졌다. “꼭 이리 하여야겠소.” 원범의 말에 세영은 옷고름을 풀던 손을 멈추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지키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소.”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사랑 할 수 있다는 확신은 하지 못하지만 당신은 지킨다는 약조를 줄 수 있소.” “알고 있습니다.” “그것으로도 되지 않는 거요?” “저는... 욕심이 많은 여자입니다.” 세영의 말에 원범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세영은 마치 그것을 즐기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당신의 사랑을 받는다면 아무런 욕심 없이 살아가겠지만... 당신을 사랑을 받지 못한 다면 나는 아무런 목적도 아무런 방향도 없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목적을 위해 원자를 낳을 것입니다.” “목적...?” “누구도 나를 건드릴 수 없는 권력, 당신과 쏙 빼닮은 아이를 바라보며 그 아이가 왕이 되게 만드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귀인.” “당신의 사랑이 있다면 소첩은 죽어도 상관없나이다.” 세영은 똑바로 원범을 응시하며 아까 흔들리던 시선 따위는 치워버리고는 당당하게 그를 바라보며 진심만을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사랑이 없기에 난 많은 것을 바랍니다.” “당신을 지킬 것이오.” “하지만 사랑은 주지 않겠지요. 마음의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육신의 사랑이라도 해주시어 저에게 원자를 낳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세영은 옷고름을 죄다 풀어 헤치고 이내 소복도 사락사락 벗어 얌전히 개켜 놓고는 원범의 앞에 자리했다. 소복 치마 고름만이 원범이 풀 수 있게 살짝 풀어 놓으며 원범 앞에 얌전히 앉은 세영. 원범은 세영의 몸은 보지 않은 채 꿋꿋이 그녀의 시선만 응시했다. 세영은 원범의 손을 자신이 들어 자신의 치마 옷고름이 있는 곳에 가져대 대었지만 원범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고 세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원범의 손을 놓고는 자신이 마지막 옷고름을 풀렀다. 사락- 옷자락 소리를 내며 모든 옷이 벗겨지고 세영의 뽀이얀 살결만이 넘실댄다. 세영은 다 벗겨진 자신의 모습에 수치심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원범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 억지로라도 곁에 두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올랐다. 아이를 가지게 되면 당신 아이인데 외면하겠습니까... 내 뱃속에 아이가 생기게 되면 당신 아이인데 나를 겉으로라도 사랑해주지 않겠습니까... 나의 욕심이 크고 나의 생 때가 심하다는 것을 소첩 또한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인의 사랑인데 어찌하겠습니다... 세영은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원범을 올려다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다 이내 원범의 품안으로 자신을 던져 넣는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05 새글 156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6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4204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298 흐흣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우아~ 엄청나요. 정성이 눈에 팍팍 보여요^^ 예쁜 손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허라, 이상하다. 수를 한 땀 한 땀 놓은지 한참이 지났는데 해가 뉘엿뉘엿 고꾸라져서 밤이 된지 한참이 지났는데 이놈의 전하께서는 행차를 하지 않으신다. 업무가 많으신가? 아니면 무슨 딴 짓하고 계시려나?? 임상궁은 뭘 그렇게 잘못 먹었는지 아까 진아에게 무슨 말을 듣더니 이내 계속해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다들 왜 그러는 거야? “아아- 지루하다. 콩알아~ 이리와.” 수를 한참 놓다가 온 몸에 기지개를 켜며 한쪽 구석에서 몸을 돌돌 말고 자고 있던 콩알이를 부르자 콩알이도 누워서 기지개를 쫙 켜며 이내 나를 향해 어슬렁 어슬렁 걸어온다. “니가 무슨 호랑이야? 빠딱 빠딱 기어오지 뭘 이렇게 어슬렁대?” 콩알이를 안고는 벌러덩 누으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콩알이도 있고 밖에는 인혁이도 있고 하니 기분이 왠지 날아갈 듯이 좋아진다. 아, 원범만 오면 되는데... 원범만 오면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말해줘야지. 아, 뽀뽀를 해줄까? 내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면 원범이 싫어할라나? 하긴... 원범이 내게 뽀뽀하는 것은 뭐랄까... 괜찮은 것 같은데 물론 내가 좋아라하니까. 원범이 하지 않는데 내가 먼저 뽀뽀하는 것은 좀 이상하단 말이야. 나를 좋아한다면 예쁜 애교로 봐줄텐데... 원범은 내 고백을 뻥-! 하고 차버린 위인이니까. 하지만 요새 모습을 보면 나를 좀 좋아하는 것 같기도... “임상궁.” “예, 마마.” 임상궁을 부르자 그녀는 마치 몰래 떡 먹다가 걸린 모양으로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콩알이를 무릎에 두며 물었다. “무슨일 있어?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는 거야?” “아,아닙니다.” “원...~이 아니라 전하께서 왜 이리 늦게 오시는 게야?” “그게...” “아직도 정사를 돌보시는 일이 끝나지 않은 게야?” “그것이...” “그것이 저것이 하지 말고 말을 해봐, 말을.” 뭔가 불안하다. 임상궁의 표정이 원범이 업무가 바빠서 업무가 다 끝나지 않아서 이곳으로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는 것처럼 안절부절... 그러고보니 임상궁과 나인들이 아까부터 무언가 불안한 듯이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리는 것을 보았다. 원범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말을 해보라니까.” “마마.” “그래. 해보거라.” “흥분하지 마시고 들으시옵소서.” “나 흥분 잘 안 해. 걱정마.” “전하께서는...” 원범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뭐가 그렇게 말하기가 어려운지 자꾸 끈다, 끌어. 속 답답해 터지기 일분 전인 지금 임상궁이 힘겹게 입술을 뗀다. “귀인 마마 처소로 드시어 밤을 지내고 계신다 하옵니다.” 내 귀가... 막혀라. 내 귀가... 미쳐서 아무 것도 듣지 못해라. 아니 차라리 내 귀가 고장나서 지금 내가 들은 말이 뻥이라고 해라. 임상궁의 말에 나는 돌덩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 멍해졌다. 뭐? 원범이 귀인의 처소로 가서 밤을 지새고 있다고...? 그냥 있는 것도 아니고 밤을 지내고 있다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임상궁이 마치 자신의 죄인마냥 죽을 동 살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것 마냥, 이해하는 것 마냥 표정을 내지어야 하는데 나는... 연기자가 아니었다.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마...” "으응... 그러하느냐. 그래서... 오늘은 내 처소에 이리 늦게 오시는 것이구나... 아니, 오늘은 나의 처소로 드시지 않겠구나.“ “마마...” 임상궁이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왜 울고 그러느냐. 나는 이렇게 멀쩡한데...” “마마께서 차마 눈물을 흘리지 못하시는 것이지 제 눈에는 서럽게 울고 계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시지 못하신다면... 제가 대신 울어드릴 수밖에요...” 임상궁을 만난지는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잘 알지 못하고 나 또한 그녀를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곳의 사람들은 왜 죄다 이렇게 사람 위하는 법을 아는 걸까. 양순이도 그렇고 임상궁도 그렇고... 정말 감동을 받을 정도로 나를 너무나도 위해준다. 임상궁이 흐르는 눈물에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고맙네... 고마워... 괜찮으니 그만 눈물을 그치게나.” 나의 말에 임상궁은 흐느끼던 몸을 추스르며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슴이... 아프십니까.” “아프지 않다하면 거짓이겠지.” “이런 말씀 올리기 송구하오나... 그러한 것입니다. 후궁의 자리는 왕의 여자라는 자리는 다 그러한 것이옵니다.” “그래. 알고 있다네... 알고 있는데...” 그래도 아프다. 나만을 바라보던 그가 귀인에게 갔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아, 박꽃잎. 언제부터 이렇게 욕심쟁이가 됐어. 원범을 가질 사람은 너가 아니었잖아. 원범의 정인은 원래부터 내가 아니라 세영 아가씨, 귀인 마마였잖아. 그런데 뭘 새삼스럽게 가슴 아파하고 그래... 어쩔 수 없는 거야. 왕의 자리가 다 그런거야. 한 여자만 품는 그런 여자가 어딨어. 여태까지 원범은 잠자리를 같이 하긴 했지만 여자를 품은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으니까. 원범은 왕이니까. 왕손을 낳아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가슴 아파하지마. 가슴 쓰려하지마. 넌 그럴 자격 없어. 그래서도 안 돼. 이해해야해. 니가 이해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니 가슴이 아프니까. 니가 아파 죽겠으니까... 괜찮다고 원래 다 그런거라고 니가 이해해야 해. 아파하지마. 예민해 하지마. 다 그런 거니까... 원래 다 그런 거니까... “가슴이 답답하구나.” “나가시겠습니까?” “좀 걸어야겠다.” “뫼시겠나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임상궁과 진아가 나를 따랐다. 콩알이를 나인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오자 그 자리에 목석같이 서 있는 인혁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돈다. 인혁은 나를 바라보며 나의 곁으로 다가와 내가 신을 신고 밖에 서자 마치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나의 뒤에 따르며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항상 이곳에 서 있는 거야?” “마마께 어떠한 일이 닥칠지 모릅니다.” “위험할거까지야...” “이곳은 궁입니다. 강화도보다 몇 배, 몇 십배는 위험한 곳입니다.” “그런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 인혁아, 인혁아... 나는 별로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아. 김씨들이 자신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사람들만을 제외하지 아무런 힘 없는 나는 건들지도 않을테니까... “위험하지 않을 거야. 위험한 일도 없을 거고...” 원범이 나를 오랫동안 찾긴 했지만 그것은 다 펜던트를 찾는 일. 궁궐에 위협이나 권력이 기우는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그것은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새로운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응?” 인혁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고개를 갸웃이자 인혁은 그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일 뿐이다. “답답하구나.” “전하... 때문이십니까.” “너도 알고 있느냐?” 내 처소를 떠나 밖으로 거닐며 입술을 떼자 인혁이 조심스럽게 나를 향해 물어왔고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인혁을 바라보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당연히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가슴이 아프구나...” 이래서 나는 어쩔 수 없는 21세기 여자인가보다. 아니면 못 된 여자. 아니면 욕심쟁이 여자. 옛날 조선시대 여인들은 모두 이러한 마음이 아니었을 텐데... 왕의 여자라면 더더욱 투기를 부리지 않고 마음 넓게 가져야 할 것인데... 나는 지금 투기를 부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자. 박꽃잎, 니가 투기를 부릴 입장도 아니야. 질투를 한다면 너 혼자 가슴 아파하고 질투해. 누구에게 보이거나 누군가가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힘겹게는 하지 말란 말이야. 내 모습 때문에 임상궁도 아파하고 인혁이도 아파하잖아. 혼자만 삭이자. 니가 투기를 부릴 입장도 되지 않고 니가 가슴 아파할 입장도 되지 않아. 어차피 짝사랑인 걸... 그리고 원범은 왕이야. 왕은 여러 여자를 거느리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 말도 안 되는 걸로 섭섭해 하지 말자. 마음을 다스려... 다스려... 다스려야 하는데... 여전히 찢어질 것 같은 가슴은 어쩔 수가 없다. 귀인의 처소. 박상궁은 불안한 시선으로 처소를 바라보다가 이내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불이 꺼지는 것을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는다. 전하께서 부인들과 잠자리를 하신 것은 사실이나 이렇게 살을 섞어 원자를 가지기 위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귀인은 당당하게 전하에게 가 자신이 원자를 낳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왕은 그것을 들어주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강화도에서 온 숙의 때문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던 귀인의 처소에 오늘 왕의 행차에 모두들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는다. “가슴이 좀 뚫리는 느낌이 난다.” 밤공기를 마시고 밤바람이 얼굴을 감싸니 시원한 느낌이 온 몸을 훑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 듯이 아팠는데 가슴이 씻은 듯 싹 나은 것은 아니었지만 훨씬,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다. 궁안을 이곳저곳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임상궁이 이끌어주는 산보 코스로 열심히 걷고 있는 나. 임상궁이 어련히 알아서 가지 못할 곳은 피하고 갈 수 있는 곳은 가겠는가. “우리 오랜만에 이렇게 걸어본다.” 인혁을 향해 빙긋 웃으며 말을 하자 인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무뚝뚝함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원체 이런지라...” “알긴 아는데...” 그게 당신 매력이기도 하지만... 푸힛. 이렇게 걸을 때면 당신의 매력이 참 재미가 없단 말이야. 당신은 호위 무사에 딱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과묵하고 멋지고 잘생기고 잘 챙겨주고... 나도 이런 사람을 사랑했으면... 내 사랑이 조금 더 쉽지 않았을까? “으으으!!!”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며 머리를 쥐뜯자 임상궁도 인혁도 놀라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으응, 아니야. 아무 것도.”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박꽃잎!! 니 사랑 라인과 아무런 관계 없는 인혁이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그저 인혁이는 나를 지키는 것에 충실한 호위 무사인데 어디다 대고 사랑 어쩌고 지껄이는 거야? 하여튼, 박꽃잎 영화 너무 봤다. 왜 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호위 무사랑 그가 지키는 공주나 아가씨랑 뾰로롱 사랑에 빠져서 뾰로롱 힘들어하다가 뾰로롱... 헉... 거의 다가 죽었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무사랑 사랑에 빠지면 꼭 죽더라. 헉헉... 싫어. 난 죽기 싫어, 안 죽을래!!!! 물론, 인혁이와 사랑에 빠질리는 없지만... 빙긋 웃으며 인혁이를 바라보자 인혁이는 민망한지 얼굴을 붉히며 나를 응시하며 입술을 뗀다. “무슨...” 무슨, 이라는 말을 내뱉는 인혁이의 표정이 갑자기 사납게 변한다.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나? 사납게 변한 인혁이는 커다란 손으로 나의 어깨를 잡으며 나를 자신의 품 안으로 미친 듯이 끌어 넣었고 나의 가슴은 터질 듯이 뛴다. 뭐야! 뭐야! 갑자기 인혁이가 왜 이러는 거야! “피슝 타악-!!!” 정말 간발의 차이었다. 인혁이가 자신의 가슴팍으로 나를 밀어 넣는 그 새에 나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무언가가 내 뒤에 있는 나무에 빠르게 꽂혔고 나는 두근거리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대로 멍하니 딱딱하게 굳었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임상궁이 놀라 달려오고 인혁이 나를 자신의 품안에서 떼어내며 나의 모습을 살폈다. “아... 뭐... 괜찮은 것 같기는 해... 어디 아프지는 않으니까.” 조금 많이 놀랐을 뿐이지. “이게 대체 궁에서 무슨 일이랍니까...!” 임상궁은 놀란 얼굴로 나무에 박힌 화살을 바라보며 나를 부축하며 자신의 가슴을 쓸어 내리듯 긴 한숨을 내쉬며 다급하게 말을 잇는다. 그러게, 지금 이게 무슨 일이다냐... 나 지금 사극에서 그것도 무협사극에서만 보던 일을 겪은 건가? 그것도 궁에서?? 인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무에 박힌 화살을 빼어냈고 화살 촉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궁에서 쓰는 화살입니다.” "여기 군사들이 화살 쏘는 연습 하나? 응?“ 어색하게 웃으며 인혁을 바라보자 인혁이 표정이 굳어진다. “대체... 대체 화살이 이리로 왜...” 말끝이 흐려진다. 다리에 힘이 풀리자 온 몸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았고 임상궁은 그런 나를 계단에 앉히며 나의 이마에서 흘러나오는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나를 보살핀다. “벌써부터 마마를 노리는 자가 있습니다.” 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폈고 나는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힘겹게 소리를 내었다. “나를 노려? 왜?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구...” 힘겹게 하는 내 말에 주변을 돌아보던 인혁은 나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것은 경고입니다. 마마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 “화살 자체가 마마께 빗겨나가도록 쏘았습니다. 보통 솜씨가 아닌 것으로 보아 분명 이것을 시킨 자는 궁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진 자이겠지요. 이렇게 솜씨가 보통이 아닌 자를 부릴 수 있는 정도의 지위를 가진 자 말입니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 누구지? 누가 나에게 경고를 하는 거지? 경고를 한다고 쳐도... 대체 뭐에 대한 경고를? 어떤 경고를 하는 거야?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누굴까, 나에게 이런 경고를 하는 사람... 나보다 높은 사람이야 깔리고 깔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알 수 있는 것. 바로 김씨 집안의 사람일거라는 생각이었다. 궁에서 높은 사람이란 거의 김씨 집안이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조금 더 몸을 조심히 다루셔야겠습니다.” 인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밤이 너무 깊었다. 발빝을 밝혀주는 작은 불빛은 있지만 이런 경험을 하고나니 가슴이 두근두근 미친 듯이 뛰어 내 처소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았다. “처소로 돌아겠다.” “예. 마마.” 임상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했고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였고 임상궁이 가까스로 나를 부축했다. “많이 놀라셨나봅니다.” 임상궁이 걱정되는 얼굴로 내게 물었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락사락사락-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오는 듯 싶어 그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니 작은 불빛이 나기 시작했고 이내 불빛은 가까워져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많은 궁녀들과 많은 상궁들과 내관들을 거느리고 빠르게 어디론가 향하는 그 누군가. 붉은 용포를 입고 늠름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그 누군가... 원범이다. 나의 왕... 원범이었다. “전하.” 원범의 모습에 임상궁과 나 인혁은 몸을 숙였고 원범은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어찌 나와있느냐.” 원범의 말에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입술을 떼었다. “마음이 답답해 밤바람을 쐬기 위해...” “너에게 가는 길이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08 새글 157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7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190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00 모데라토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첫작이라고 하셨는데 첫작같지 않게 너무 예뻐요.^^ 손글 감사드립니다~★ ※지금 흐르는 곡은 저희 카페 회원이신 '들레꽃' 님이 조선시대를 읽으시면서 직접 작곡하신 곡입니다. 직접 작곡해주신 선물 너무 감사드리구요. 소설과 분위기가 너무 비슷해서 음악 들으시며 함께 읽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들레꽃 님 감사드립니다. 두근... 두근... 두근... 정말 이런 내가 싫다. 나에게 오는 길이었다는 그 작은 한 마디에 나는 금방 설레어 가슴이 뛰어 버린다. 아, 정말 짝사랑은 싫은데... 짝사랑 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디 몸이 안 좋은 것이냐.”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응시했고 임상궁은 무어라 입술을 떼려 했지만 나는 그것을 제지하듯 입술을 떼었다. “아닙니다. 심려하시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내 말에 원범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고 인혁을 바라본다. 인혁은 어느새 화살을 치웠는지 그의 손에는 화살이 들려있지 않았다. 나이스, 인혁군. 역시 눈치 빠릅니다. 나는 가만히 원범의 뒤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끝을 보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원범을 따르고 있었다. 원범은 그 예전에 내가 알던 강화도 도령이 아니다. 적게는 중전과 귀인 그리고 나의 남편이며 이 커다란 궁궐의 어버이다. 크게는 모든 백성들의 아비이며 이 모든 백성들을 지켜야 할 군자다. 욕심을 부리지 말자. 이렇게 거대한 사람이다. 욕심을 부려 나의 왕이 되게 하지 말자. 그를 몰락하게 하지 말자. 나의 왕이 되려 투기를 부린다면...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를 돕지 못하고 그에게 질투나 화를 낸다면... 그는 지칠 것이고 나를 찾지 않을 것이다. 꽃잎아. 모두의 왕이 되어야 한다. 그는 모두의 군자가 되어야 하며 모두의 어버이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진짜 최고의 왕이 될 수 있다. 안동 김씨들이 판을 치는 이 궁궐에서 그의 지위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의 왕이 아니라 모두의 왕이 되어야만 해. 그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돕자. 도울 수 있는 것들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나를 찾아온 그를 향해 방긋, 환하게 웃어주자. “저를 찾아오고 계셨습니까.” 빙그르 미소를 지으며 원범을 향해 나긋한 투로 말했고 원범의 그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처롭다. 왜 당신이 그런 눈빛이야. 나는 서글퍼도 이렇게 참으며 웃고 있는데... 왜 슬퍼지게 당신이 그런 눈이야. “뫼시겠나이다.” 고개를 숙이며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고 원범은 나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다 이내 나의 손을 와락 거칠게 잡았다. 깜짝 놀라 원범을 바라보니 원범은 나의 손을 거칠게 잡은 채로 끌고 가듯 앞으로 나아갔고 뒤에 따르던 내관들과 궁녀들은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몰라하며 따르려고 애쓰자 원범은 거칠게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따르지 말라!!!” “전하...!!” 최내관의 비명과 같은 외침에도 무시한 채 그대로 나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범.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나는 이렇게 참고 있는데 너는 무엇이 그렇게 서글퍼서 이러는 거야... 원범은 내 손을 꼭 쥐고는 미친 듯이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걷고 걷고 걷고 걸을수록 그가 잡은 내 손에는 통증이 더 해왔다. 참으려고 애쓰는데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지만 이내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만다. “아...” 내 목소리에 원범은 깜짝 놀라 나를 돌아보았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원범이 잡은 내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손을...” “아.” 그는 놀라며 나의 손목을 놓아주었고 나는 내 손목을 지그시 잡았다.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달빛에도 보일 정도로 발갛게 부어 오른 내 손목. 나는 손목을 바라보다 이내 원범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나의 말에 원범은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전하.” “평소대로 해.” 원범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안도 아니고 밖이다. 그리고 내 처소도 아닌 호수가 있는 곳이었고 이곳에는 얼마나 많은 눈들이 있을지 귀들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곳은 바깥이옵니다.” “상관없다.” “전하...” “내가 상관없다면 상관없는 거야.”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며 말하는 원범의 말에 나는 낮은 한숨을 내쉰다. 대체 원범은 뭐가 화가 나서 나에게 이러는 것일까. 나는 이해하려 노력했는데... 투기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당신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고 있는데... 내 노력을 모두 수포로 만들어 버리려고 그래...? 원범은 내 앞으로 다가와 등을 지며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뭐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씩씩 거렸다. 그것을 보며 참 어린 아이 같기도 해서 입가에 작은 미소가 돌며 작게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쿡.” “뭐가 그렇게 웃겨?” 원범이 날카롭게 나를 향해 물었고 나는 작은 미소를 내지었다. “전하께서... 너무나도 어린아이 같으셔서입니다.” “내가 그냥 평소대로 하랬지.” “지금 제게 하시는 것... 땡깡이라는 것... 아십니까?” 나의 말에 원범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정말 못산다. 정말 못살아. 남자들은 어떨 때 보면 정말 늠름하고 듬직한데 또 어떨 때 보면 철없는 어린 아이 같다. 왕인 우리 원범군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지 지금은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겁니까?” 방긋 웃으며 그의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나에게 등을 돌린 채로 꼿꼿이 서 있었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으셔요? 주상전하.” 방그르 웃으며 장난치듯 그에게 말했다. 나는 행복하다. 그가 다른 여자를 안았어도 그가 다시 내게로 왔다는 것에 나를 잊지 않고 나를 찾았다는 것에 나는 행복하다. 나는 왕의 여자니까. 나를 찾아준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나를 잊지 않는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그렇게 살련다. 그렇게 사랑하련다... 왕이 되어버린 당신을... “전하?” 방글 웃으며 슬쩍 원범의 곁으로 다가가 원범의 얼굴을 살피려고 하는데 정말이지 순식간에 원범이 홱 몸을 틀어 나를 부서질 듯 거칠게 껴안았다. 허리가 뒤로 젖혀지고 내 몸이, 내 온 몸이 부숴질 듯 그렇게 나를 껴안았다. 그의 심장 소리가 내 심장에 와락 맞닿아 쿵쾅 쿵쾅 그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나를 거칠게 그리고 깊게 안았다. “전하...?” “미안.” 원범의 말에 나의 심장이 와르륵 하고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미안.” 또 다시 원범의 말에 나의 심장은 눈 녹듯이 녹아 출렁이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려 했는데 가슴 아파하는 내 모습이 보였던 걸까... 원범은 왕으로써 정말 당연한 일을 했고 여러 여인의 남편으로써 당연한 행동을 했을 뿐인데 왜 나에게 미안해하는 걸까... 미안해하는 당신이 너무나도 사랑스럽지만 말이다. 나는 빙그르 웃으며 나를 안은 그의 넓은 등을 조심스럽게 팔로 감싸듯 보듬었다.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안해.” “그러지 않으셔도 되요.” “미안한 건 미안해.” “왜... 미안하세요...?” 나의 질문에 그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왜... 제게 미안해하시나요.” 또 다른 나의 질문에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꼭 듣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나를 생각해주고 미안해 해주는 것 자체가 좋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행복하게 만드니까.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순간 내 귓가에 작은 속삭임에 나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눈을 동그렇게 떴다. “네?” 내가 잘못들은 것인가 싶어 그를 향해 되물었지만 그는 되풀이해 말할 생각이 없는지 미칠 듯 으스러질 듯이 꽉 껴안은 나를 놓아주며 등을 돌렸다. “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오늘도 가야지.” “예?” 원범은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까의 그 애틋함과 어쩔 줄 몰라하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은 사라졌다. 이랬다 저랬다 왔다갔다 거리는 우리 주상전하를 나는 어찌 받들어야 할지... 멍하니 원범을 응시하는데 원범이 나를 향해 손을 내민다. “안 가냐?” 원범의 그 커다랗고 멋진 손에 나는 그 무엇을 생각하기도 전에 그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덥썩 잡고는 원범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궁녀들이 놀라고 내관들이 기겁을 해도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 없다는 얼굴로 원범은 그렇게 당당히 어깨 쭉 펴고 내 손을 잡은 채로 그렇게 걸었다. “마마. 마마?” 귀인의 상궁 박상궁은 멍하니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는 귀인을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원범이 머문 것은 정말 오래지 않았다. 불이 꺼지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원범이 나왔고 그 뒤로 박상궁이 들어가 세영의 상태를 살폈을 때 세영의 상태가 계속 이러하였다. “마마, 무슨 일이십니까. 마마.” 박상궁은 다급한 얼굴로 세영을 응시했지만 세영은 한참동안이나 박상궁을 없는 사람 취급 하며 멍하니 벽만을 응시했다. “마마, 어떻게... 잘못 되신...” “아니. 잘 되었지.” “정말입니까? 다행입니다. 마마. 마마의 뜻을 이루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박상궁이 환하게 웃으며 세영을 향해 소리치자 세영은 또르륵 두 눈에서 눈물을 뽑아냈고 박상궁은 그것에 깜짝 놀라 그녀를 응시했다. “마마...?” “아프구나.” “어디가... 어디가 안 좋으십니까?” “가슴이... 아프다.” “마마...” “사랑이 없더구나... 정말... 눈곱만큼의 사랑도... 없더구나...” 세영은 체념에 섞인 눈물을 흘리며 피식피식 미소를 흘렸다. 박상궁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고는 애처로워 했다. “알고는 있었는데... 모든 것이 알고 한 일인데... 너무나도... 아프구나...”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11 새글 157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8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417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01 울랄라뿡샷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우악, 힘들어!” 오늘도 역시 내관 옷을 입고 열심히 찾는 중이시다. 펜던트, 그놈의 펜던트가 대체 뭐길래. 에이씨. 그깟 펜던트 찾지 않아도 되는... “탁-!” 정말 깔쌈하게 내 입술을 쫘악- 때려주며 미간을 홱 찌푸리는 나. 그러자 원범의 옆에서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자해냐?”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자꾸 이상한 생각을 한다. 이곳에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을... 저 옆에서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저 망할 남정네 때문에 21세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하고 만다. 박꽃잎, 참 남자가 문제야. “아 덥다. 목말라.”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보물 상자에 털썩 주저앉았고 그곳에 최내관이 쪼르륵 달려가 원범의 상태를 요리조리 살핀다. 키가 크고 남자다운 원범. 키가 작고 몸이 호리호리하며 얼굴 또한 예쁜 최내관이 저러고 있으니 뭔가... 뭔가... 야오이 삘이 나는 것이?! “너... 왜 침 흘려.” 손가락으로 나를 떡 하니 가리키며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며 나를 노려보는 원범. 미안하다. 이상한 생각 좀 했다. 풉. 원범을 옷을 풀어 헤치며 미간을 찌푸렸고 최내관은 그것을 돕는다는 얼굴로 원범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주는데... “너! 얼굴 물들이지 말라고! 왜! 왜! 왜! 물들이는데!” 원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와락 소리를 지른다. 아, 보질 말아야지. 자꾸 이상한 생각들잖아. 에이이- 원범 이놈아, 그러게 니 측근 내관을 저렇게 어여쁘고 이쁜 사내로 두랬어? 좀 괴팍해 보이고 안 이쁜 내관을 두면 이상한 생각도 하지 않고 얼마나 좋아? “전하, 물을 좀 떠드릴까요?” “그래라.” 최내관은 등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마마께서는...” “나도 물 한 사발.” “예.” 최내관은 굽실대며 밖으로 나갔고 나와 원범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나는 땀을 섹시하게 흘리는 원범을 바라보며 침이 꼴까닥... "뭐야?“ 참으로 예민하신 우리 전하. 나의 야릇한 시선에 바로 반응하시어 미간을 찌푸리시며 마치 내 시선에 치를 떠시며 말씀 하신다. “왜 그딴 눈이야?” “솔직히 말해봐, 너.” “뭐?” “남자가 좋지.” “죽는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죽는다, 나오신다. 나는 원범을 바라보며 빙긋 웃다가 이내 다시금 장난을 쳤다. “그런데 왜 니 주변에 내관들은 다 이쁘장하냐?” “어린놈들이니까.” “헉, 너 어린놈들 좋아하는 거냐?!” “죽는다. 어린놈들이니까 아직 권력에 눈멀지 않아 들인 거다. 늙은 것들은 전부다 자기네들 파가 있고 믿을 놈 하나 없으니까.” 알고는 있었다.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놀려주니 은근슬쩍 재밌네~ 나는 피식피식 웃으며 원범을 힐끗 힐끗 바라보았고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것이 마음에 안 드는지 계속해서 나를 노려본다. “대비마마 납시오~!” “에.” “억?” 순간 우리의 귀가 잘못된 것일까? 이런 야심한 시각에 그것도 창고에 대비마마가? 대비마마가 여길 왜 와!!! 놀라 기겁을 하며 어쩔 줄을 몰라 나 혼자 우왕좌왕 이리 왔다가 저리 갔다가...!!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원범을 향해 어쩔 줄을 몰라하며 자리에서 펄떡 펄떡 뛰자 원범도 당황했는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향해 말한다. “일단 진정해. 너 지금 내관의 차림이니까 그렇게 의심 받을 거 없고 그대로 고개만 푹 숙이고...” “맞어. 나 내관 차림이지? 그렇지? 근데 내 관모는!!!” 더워서 관모를 벗은 덕분에 관모는 저 위쪽에 올려져 있었고 나는 재빠르게 팔짝 팔짝 뛰어 관모를 잡으려고 했지만 관모는 잡혀지질 않는다. 두꺼운 창고문은 끼익- 거리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고 내 마음은 급하고 다급하게 원범을 바라보자 원범은 내 위쪽으로 하여 관모를 낚아채기 위해 발뒤꿈치를 올리는데... “우악-!” “우당쾅쾅.” 그대로 앞으로 쏠려 원범이 나를 덮쳤고 이내 내 눈에 환한 빛이 들어왔다. 대비마마께서... 납신 것이다. 원범과 나는 그대로 정지다. 뭘 어떻게 움직여야 해야 하는 것을 서로 알지 못했다. 서로의 회로는 정지. 온 몸에서는 땀이 삐질삐질. 대비께서는 직접 창고에 납시어 우리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신 채로 그 자리에 섰다. 어쩌지? 어쩌지? 땀은 삐질삐질? 이놈의 왕은 왜 내 위에서 일어나지 않는 거야!!! 라고 생각할 때 원범이 내 위에서 일어났고 이내 나도 주섬주섬 옷을 챙기며 일어났다. 이러한 상황. 이러한 정말 난처한 상황. 내 얼굴을 보았을까? 내가 숙의라는 것을 알았을까? 아, 이제 나는 목이 달아나는 것인가. 하긴, 숙의가 창고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무리인데 내관의 옷을 빌려 입고 전하와 둘이 이곳에 있다니... 무언가를 뒤지고 있다니... 이건 정말 목 달아나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주상.” 대비께서 딱딱하고 차가운 말투로 원범을 불렀고 원범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비를 응시했다. “이런 야밤에 어인 행차십니까.” “주상이야 말로 야밤에 이 무슨 짓입니까.” 원래의 어머니와 진짜 자식사이는 아니었어도 두 사람사이에서는 부모의 연을 맺은 사이었지만 그들에게서는 그런 것 따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쌩쌩 몰아치는 서늘한 바람 뿐. “어마마마께서는 아들의 뒤를 조사하는 것이 적적하실 때 하시는 취미생활이신가 보옵니다.” 입가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대비를 향해 말하는 원범. 나는 대비의 진노가 두려워 기겁을 하며 원범을 바라보지만 그의 표정은 정말 얄미울 정도로 여유로웠다. 그와는 달리 대비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어쩔 줄을 몰라했고 왠지 그것에 통쾌해지는 이 기분은...? “나는 이 밤에 뭐하나 싶어 와본 것뿐이요. 근데 이런 어줍지 않은 짓거리를 하고 있다니...” 대비는 몸을 홱 틀어 창고를 나서려 걸음을 옮겼고 나는 대비 몰라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대비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아이.” 나? 나? 나말이야?? 대비께서 나를 알아 보신거야? 내가 숙의인지 아신 거야? 난 죽었구나, 아이고 어머니 아버지 소녀는 먼저 갑니다. “다른 사람 눈이 많으니 남 아이를 탐하실 때는 좀 주의해주세요. 주상.” 에- 에- 에- 에-!!!! 기겁을 하며 억 소리도 못 내며 그 자리에서 휘청대는데 그때 대비의 또 한마디. “주상이 왜 중전을 안지 않는지 이유를 알겠습니다. 남자가 좋으셨더군요. 주상, 오늘 귀인을 안았다하는데 중전을 무시하는 것입니까?” 잠깐, 지금 대비하는 말을 들어보면... 나랑 대비가 안면이 있는데 대비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내가 내관이지 아는 거지? 어쨌든 내 목숨을 건지긴 건졌는데 나는 남자로 착각 받은 거지? 그런 거지?? 그런데... 나를 남자로 착각한 건데... 거기에다가 그러니까... 원범이 게이라고 대비는 생각하는 거야. 왜냐하면 원범은 겉 옷을 풀어헤치고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고 나 역시도 관모를 냅다 던지고 옷을 살짝 풀은 상태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으니까... 커억- 이거 완전 야따꾸리한 상황이 연출되었네.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전도 원하지 않는 일이기에 그런 것입니다.” 중전도 잠자리를 원하지 않아? 하긴 내가 아는 중전 마마라면 절대 싫다고 바락바락 징징거리며 우실 분이시다. 여전히 여유롭고 물 흘러가듯 조바심 없는 그의 말투에 대비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 홱 고개를 돌려 원범을 노려보다가 이내 홱 다시 고개를 틀어 창고 밖으로 나가는데... 무언가 반짝, 대비의 머리 비녀가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 반짝임은... 특이하고 아주 눈에 익다. 짙푸른 색의 보석이 박혀 있고 그 안에는 금색의 여러개의 줄로 엉켜있는...!!! 펜던트다! 펜던트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펜던트다! 라고 소리 치려 했지만... 나는 순간 말을 울컥 하고 삼키며 원범의 눈치를 살폈다. “하아-” 온 몸에 긴장이란 긴장들이 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다. 털썩, 주저앉아 몽롱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아, 창고 천장 참 높다랗다. 아아, 내 심장은 미칠 듯이 터질 듯하구나. 그 펜던트... 마마 머리에 비녀로 꽂혀 있던 펜던트... 내 펜던트가 맞겠지??? 창고를 아무리 뒤져도 소용이 없다. 펜던트를 거기에 있으니... 아, 힘들다. 힘들어. 대비 마마께서 또 한 번 나의 진을 쏙 빼어 먹고 가시니 온 몸에 힘이 쫙 빠진다. 멍하니, 몽롱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는데 갑자기 쑥 나타나는 멋진 꽃미남. “어어억-!!!” 원범이다. 갑자기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들이미니 소녀 어찌할바를 모르지 않습니까. 전하 조금 자신의 얼굴의 아름다운 위험 강도를 생각하시어 많은 분들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시지 않게 주의해주시길 바라옵니다. “내가 귀신이냐?” 귀신이 아니옵고 천사인 줄... 풉, 풉... “으응... 그냥 멍했는데... 좀... 놀랬다.” “무슨 말이야?” “응? 몰라... 무슨 말일까.” 진짜 진이 죄다 빠졌다. 대비 마마께서는 내 진을 먹고 사시나?? 헉, 그럼 대비 마마께서는 내 젊은 진을 먹고 오래오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거고 나는 궁에 있으면 폭삭 늙어버리나?! ... 하여튼 박꽃잎, 쇼를 한다. 원범과 나 사이에서는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원범도 봤을까? 그 반짝이는 비녀를? 여태까지 찾은 거 다 소용없었다. 사직 어른께서 받친 물건은 대비마마께서 비녀로 가공을 하여 쓰고 계셨고 그것이 있으면 나는 21세기로 갈 수가 있다. 원범도 봤을까...? 라고 ‘불안’하게 생각하는 내 마음을 대체 뭘까. 그가 봤을 까봐 불안하다. 그가 그것을 가져다 주겠다고 할까봐 불안하다. 원범은 아무런 말이 없다. 나 또한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러기에... 미칠 듯이 숨이 막혀. 미칠 듯이 가슴이 답답해져 와. 봤니...? 그것을... 본 거야? “끼익-” 창고 문이 열리더니 아무 것도 모르는 최내관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물 두 대접을 떠와서 하나는 원범에게 올리고 하나는 내게 준다. 원범과 나는 아무런 말없이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고는 또 한참 동안 서로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어떤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가만히 섰다. 최내관은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눈치를 슬슬 보면 어쩔 줄을 몰라했고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줄게.” 원범의 그 한 마디에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무엇을 줄 것인지, 어떤 것을 줄 것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입술에서 나온 그 한 마디에 나는 무너진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14 새글 157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49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833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02 쏘아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뭘...” 모르는 척 물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못 본 척 그렇게 그를 향해 불안한 시선을 주며 물었다. 나의 시선에 그는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뭘... 줘...?” 원범의 시선이 괴롭게 일그러지지만 이내 그것도 잠시 무표정한 얼굴로 아니, 오히려 차갑게 굳은 시선으로 나를 향해 입술을 뗀다. “니가 바라는 물건. 니가 그곳으로 가야 할 때 필요한 물건. 어떻게든... 너에게 준다.” 나는 멍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너무나도 빨리 닥치고 나니 나는 멍했다. “나가 있거라.” 최내관을 밖으로 내보내고 원범은 다시 나를 향해 입술을 뗀다. “대비의 비녀가 되어 있었어.” 대비가 없는 지금은 어머니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다. 하긴 그런 생각이 든다. 원범과 대비의 사이는 어머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사이가 절대 아니었다. 대비는 왕의 자리를 위해서 자신이 권력을 탐하기 위해서 무지한 강화도 도령을 왕으로 세웠고 지금 그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고 있었다. 겉모습은 그저 조금 사이가 좋지 않은 모자지간 일지는 몰라도 속사정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원범은 왕권을 찾으려 기회를 엿볼 것이고 대비는 왕권을 넘겨주는 시기를 어떻게든 늦추려 힘 쓸 것이다. “그걸... 그걸 어떻게 찾아.” 조금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흐트러진 머리를 제대로 똑바로 잡았다. “찾을 수 있어.” “무리하지 않아도...” “그거 찾으러 이곳에 온 거잖아.” 원범이 앞으로 차갑게 스쳐지나가며 나를 향해 말을 툭 내던졌다. 그것을 찾으러 이곳에 온 거라구? 난 이곳에 올 때 펜던트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너의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펜던트고 뭐고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구. 근데... 근데 어떻게 너는 나에게 그런 말을 내던져... 니가 그 펜던트를 봤을 까봐 내가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그 짧은 순간에 보지 말았어라, 보지 말았어라... 빌고 또 빌었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그런 말을 내뱉고 그대로 나가버리는 거야? 털썩,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최내관은 원범을 따라가려 하다 이내 나의 모습에 어쩔 줄을 몰라 우왕좌왕. “데려다 주고 와라.” 앞으로 나아가는 원범의 서늘한 목소리에 나의 가슴이 찢어진다. 최내관은 쪼르륵 달려와 나를 부축했고 나는 흐르는 눈물을 겨우겨우 참으며 부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가... 그렇게 멀리 나에게서 멀어져 버린다. 다음 날. 왕은, 원범은 그날 밤 그대로 대전으로 와 잠을 한숨도 이루지 않은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아침을 맞이하였다. 최내관은 그런 왕을 바라보며 전전긍긍. 어떠한 하명도 하지 않아 왕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할 뿐이었다. 최내관은 왕의 가장 가까운 사람. 그러기에 왕이 말하지 않아도 왕의 마음이 누구에게 기울어져 있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최내관은 위험을 무릅쓰고 왕이 묻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꽃잎을 처소에 데려다 주고는 꽃잎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하였다. 많이 충격을 받으신 듯 했다.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셨다. 눈물을 흘리셨다. 원범은 그것에 그 말들에 노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고 그저 그대로 앉아 침묵을 지켰다. “청에서 가져온 진귀한 보석을 가져오너라.” 원범의 말에 최내관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원범을 바라보았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 “아,아닙니다!” “가장 진귀한 물건이 있을 것이다. 무언지 알고 있으냐.” “알고 있습니다. 초록빛깔이 나는 그 보석...” “그래.” “대령하겠나이다.” 최내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고뇌하시고 슬퍼하시다가 보석이라니? 설마 그 진귀하고 고귀한 보석을 숙의 마마께 받치는가 싶었다. 그 물건은 정말 왕의 엄청난 보물이라 할 정도로 진귀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가져와 대령하라니... 최내관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의문은 얼마 지나자 않아 금방 풀렸다. “주상께서 어쩐 일이시랍니까.” 대비는 어제 일이 아직 마음이 죄다 풀리지 않았는지 깐깐한 눈동자로 원범을 훑어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왕권이 제대로 선 나라라면 아무리 왕보다 높은 대비라도 왕에게 이렇게 천대할 수 있을까. 아무리 자신보다 높은 어머니의 신분이라도 이 나라 백성의 어버이이고 이 나라 백성의 왕인데 이토록 하찮게 대할 수 있을까. 원범은 바득바득 이가 갈라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어쩌다가 이 나라가 이렇게 망해버렸을까. 왕은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그들의 손에 넘어가 신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왕이 아니라 안동 김씨의 힘이 었다. 어쩌다가 이 나라가 이리 몰락하였을까. 이 나라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인가. 내가 과연 이 나라를 올바르게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어마마마께 한가지 선물을 가지고 왔사옵니다.” 원범의 말에 대비의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원범은 그런 것을 무시한 채 최내관을 시켜 화려한 상자에 있는 보석을 열어 대비에게 보였다. “아니 이것은...” “제가 왕이 되었을 때 청에서 선물로 보내온 진귀한 보석입니다.” “이것을 왜...?” “어마마마께 드리는 선물이옵니다.” “나에게...?” 대비는 깜짝 놀란 얼굴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어제의 그 화는 죄다 싸그리 잊어버렸는지 반짝이는 초록색의 아름다운 보석에만 눈이 집중되어 있었다. 가끔 청에서 커다란 일이 있을 때면 인심 쓰듯 보석이나 물품들을 하나씩 보내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것이었고 이것은 왕에게 정말 중요한 물건이고 값비싼, 아니 값을 치룰 수 없는 물건이었다. “이것을 비녀로 만들어 쓰셔도 되고 노리개를 만들어 쓰셔도 됩니다.” “아니 이게 대체...? 주상께서 이런 선물을 주시면 나는... 나는 아무 것도 드릴 것이...” “저는 어마마마의 체취가 있는 물품이면 되옵니다.” 원범의 말에 대비의 동공이 커지고 이내 조금 후에는 일그러지며 날카롭게 원범을 응시했지만 원범은 여전히 여유롭고 차분한 눈동자로 그녀를 향해 입술을 떼었다. “어린 나이에 역모에 휩싸여 어미와 아비를 잃었습니다.” 원범의 말에 대비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그 역모가 누구의 탓이겠는가. 그 역모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겠는가. 대비가 움찔하는 대에 반해 원범은 여전히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어려 부모를 잃은 제게 어마마마께서는 따뜻한 사랑을 주고 계십니다.” 원범은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이런 말들을 하는 자신에 모습에 구역질이 쏠려왔다.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왕권을 내놓으라고 당신 때문에 왕권이 몰락하고 있다며 칼을 빼들고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곳. 그래서는 안 되는 곳이 바로 이곳 궁이었다. 대비 때문에 자신이 왕이 되었고 왕이 된다는 것은 얼마든지 이 궁궐을 바꿀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바꿀 것이다. 직접 자신의 손으로 어이없게 한 사람만 치고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 하나 백성들을 괴롭히고 왕권을 몰락하게 했던 모든 사람들을 죽일 것이다. 그리고 나라의 안정을 찾을 것이다. “그래서 이 선물을 바치는 것이옵니다. 어마마마께서는... 어마마마의 지금 하고 계시는 비녀를 제게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원범의 표정은 너무나도 온순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용암과 같은 그 불길을 숨기기에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얼굴로 대비를 향해 미소 지었다. 대비는 가만히 원범을 바라보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비녀를 뽑아 원범을 향해 내밀었다. 그것은 바로 꽃잎이가 찾는 펜던트였다. 그것을 줄 것이라 예상을 하고 있었다. 왕이 이 정도의 선물을 하는데 대비가 하찮은 물건을 내놓을 수는 없을 테니까. 대비와 원범은 마치 서로에게 증표를 나누는 것처럼 행동하였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원범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어도 대비의 비녀를 원했고 대비는 엄청난 물건을 받아내며 그 비녀를 내주었다. 원범과 이런저런 하찮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직에 관해서 라던가 정사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 모자. 그저 쓸데없는 음식이라던가, 옷이라던가, 하찮은 이야기를 나누고 원범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대비 역시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원범을 밖으로 내보냈다. 원범이 나간지 시간이 꽤 흘렀을 때 대비는 한숨을 내쉬며 혼자 말을 중얼거린다. “뭔가 낌새가 있어...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저렇게 환하게 웃는 얼굴... 보면 볼수록 소름이 돋는군.” 덩그러니 그것만 내게로 돌아왔다. 어제 내게서 멀어진 원범은 오지 않았고 그저 그것만... 나를 보내려는 그것만...덩그러니 내 곁으로 와버렸다. 임상궁은 내게 보낸 비녀를 바라보며 이게 무엇인가 궁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의 상태가 영 좋아 보이지 않아서인지 물어보질 않는다. 비녀가 내게로 왔다. 펜던트로 만들어진 비녀가... 무슨 생각으로 원범은 이 비녀를 내게 보낸 것일까. 무슨 생각으로 자신이 직접 오지 않고 내게 이 비녀만 덜렁 보낸 것일까. 이대로 떠나버리라고? 이대로 사라져버리라고? 보고 싶지 않다고...? 모르겠다. 21세기로 돌아갈 수 있는 비녀가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다. 푸르른 그 빛은 여전했고 현란하고 선명하게 내뻗어 있는 금줄의 실 또한 여전히 아름다웠다. “다른 말씀은 없으시고 이것만... 이것만 이리 보내셨다 하던가.” “예. 마마.” 임상궁은 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대답했고 나는 그것에 멍하니 그 비녀를 바라보았다. 난... 어떻게 해야 하지...? 21세기로 돌아가야 하나...? 원범은 내가 사라지길 원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이 비녀를 내게 보낸 거야...? 난 어떻게 해야 해? 박꽃잎아. 꽃잎아... 돌아... 갈거니...?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 이곳에 있고 싶니...? 그에게서 멀어지고 싶지 않아...? “마마. 중전 마마께서 찾으시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렇게 한참을 비녀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중전 마마께서?” 임상궁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얌전히 대답했다. “예, 마마. 지금 채비를 하오리까.” “으응... 그래. 그러자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비녀를 내려다 보았다. 이 비녀를 가지고 갈까...? 왠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나는 비녀를 집어 가지고는 옷 안에 넣고는 사락사락 옷깃을 스치는 소리를 내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지루하지 않은가?” 머리가 복잡할 뿐 지루하지는 않았는데 중전은 상당히 지루하고 심심한지 축 늘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이미 궁녀들을 물린지는 오래이고 처소 근처에는 나의 가까운 임상궁과 마마의 가까운 이상궁만 있을 뿐이다. “나는 궁생활이 너무나도 지루하네.” 나도 지루했습니다. 어제까지 만해도 지루해 죽었지요. 하지만 지금 나에게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니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나는... 나는 정말 모르겠으니까. “숙의의 얼굴빛이 좋지 않구려.” 중전의 말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지 못했다. “이런 말 진짜 웃길지도 모르는데...” 중전의 말에 나는 힐끗 중전을 올려다 보았고 중전은 장난스레 나에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우리 그냥 편하게 지내면 안 될까?” 하아... 하아... 하아??? 아까까지 그렇구료, 저렇네, 이렇네, 거리며 어려운 말을 쓰던 중전께서는 어디로 사라지셨는지 방긋 웃으며 앙큼하게 귀여운 여동생처럼 내게 말했고 나는 그 순간 벙- 하고 찐다. “이런 말 저런 말 어려운 말 우아한 말 어릴 때부터 해왔지만 난 그래도 가장 편한 것이 하인들이랑 친구들이랑 편하게 하는 말인 것 같아. 하는 행동인 것 같아.” 이 분... 조금 이상하다. 중전이 되기에는 너무 활발하고 지금 이 시기에 중전이 되기엔 너무나도 맞지 않다. 백성들을 생각하는 중전. 백성들을 벌레 취급이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중전. 갑자기 문득 두려워졌다. 역사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 원범은 생각보다 궁에 많은 세력을 가지고 있었고 중전은 안동 김씨파에 물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그야말로 인간으로 생각하는 여인이다. 그렇다면... 세상은 바뀔 것이다. 하지만... 원범은 중전을 사랑하게 될지도 몰라. 정말... 정말... 너무나도 이기적이다 나. 어느 한순간에... 중전은 나빠야 한다고, 중전이 나빠야 내가 원범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나... 나 진짜... 치사하다... 너무... 수법이 더러워... “마마.” “응?” “마마... 정말 훌륭한 중전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 나의 말에 중전은 방긋 웃으며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입술을 뗀다. “나는 훌륭한 중전이 되고 싶어.” “되실... 겁니다.” 내가 될 수는 없어. 지금 이 상태로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위태로우니... 원범이 내게 펜던트를 찾아준 것은... 자신이 가져오지 않고 나에게 직접 준 것은... 대체 무슨 뜻일까? 그대로 가버리라고? 가버려도 상관없다고? 난 이게 전부라고? 대체... 대체 무슨 뜻인 걸까... “하지만 전하의 아내가 되고 싶지는 않았어.” 중전의 말에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커다란 아픔이라도 겪은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백성들을 구하고 백성들과 함께 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 그녀의 눈동자는 중전의 눈빛이 아니었다. 한 나라의 아낙네가 아닌 한 나라의 왕이 되고 싶어 하는 눈빛... 나라를 바꾸고 싶어 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래서 내가 원한 자리가 이곳이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왕이 될 수는 없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되는 걸까? 정말 다른 그 누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중전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그야 말로 불경스러운 이야기. 나는 놀란 얼굴로 중전을 바라보지만 중전은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어쩌면... 그가 내 곁에 계속 있었다면... 나는 이 길을 선택하지 않고 그저 그의 밥이나 짓는 작은 아낙네가 되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가 떠났거든... 그래서 선택한 길이... 바로 이거야.”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되는 걸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되는 걸까? 불안한 마음에 눈을 이리두지도 저리두지도 못한 채로 우왕좌왕 거리는 내게 그녀가 입술을 떼었다. “숙의, 당신이 옛날에 나 같아서 이런 말 하는 거야.” “네...?” “당신... 고민하고 있잖아...” 그녀가 서글프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아니야?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의 표정이 서글픈 걸... 잘못 알아 차렸나?” 중전... 나 보다 나이도 어려 보이고 어쩌면 조금 촐싹 맞아 보이고 어쩌면 조금 철 없어 보이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어울렸다. 중전이라는 자리에. 너무나도... 내가 화가 날 정도로... 내가 서글플 정도로 그녀는 어울렸다. 때로는 냉철했고 때로는 따사로웠으며 때로는 편했고 때로는 마음을 모두 알아주었다. 그녀는... 정말로... 너무나도 중전이라는 자리에 어울렸다. “나 같은 후회는 하지 말아.” 그녀의 말에 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내가 가지고 온 옷 속의 비녀를 손으로 꼭 쥐었다. “여자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어.” 빙그레 웃는 그녀의 표정이... 왜 이리도... 왜 이리도 서글퍼 보이는 것일까. 중전은 한참동안이나 나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말했다. “우리 좀 걸읍시다.” “네?” “답답하잖아. 자네도. 오호호호.” 웃음을 터트리며 밖으로 나가는 중전의 모습에 나는 멍- 해진다. 정말 알 수 없는 사람. 하지만 정말 아름답고... 정말... 부러운 사람. “전하께서 호위무사를 붙여주셨다면서?” 밖으로 나가는 길. 중전께서는 내가 와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너무 좋으신지 여기서 조잘, 저기서 조잘. 상당히 귀엽다. 그런 귀여운 모습에... 왠지 질투가 나. 원범이... 그녀를 사랑할까봐. “예. 전에 강화도에서 제 곁에 있던...” “아~! 사가의 사람?” “그러합니다.” “그렇구나. 호위무사라... 멋지네? 여기도 같이 따라왔겠어?” “예.” 방긋 웃으며 대답하자 중전은 마치 그 호위무사를 빨리 보고 싶다는 듯 빠르게 신을 신고 따닥- 땅을 딛는다. 그리고 이내 방긋 웃으며 나를 향해 말한다. “어디있어? 호위무...” 중전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멍하니 무언가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 시선을 따라 갔다. 그 시선 끝에는 인혁의 모습이... “호위무사를 이미 아시는 듯...” 방긋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를 향해 말을 내뱉었던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활발하고 웃으며 명쾌하게 장난을 쳤던 그녀가... 당당하고 멋지고 아름답던 강한 포부를 드러내보이던 진짜 멋진 여장부 그녀가... 인혁을 바라보며... 그를 바라보며... 울고... 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20 새글 158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50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671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03 울랄라뿡샷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나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내 눈 앞에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인지도 알 수가 없다. 대체 뭐지? 대체 무슨 일이지? 중전은 멍하니 눈물을 흘리며 인혁을 바라보고 인혁은 그런 중전은 무표정하지만 차갑지 않은 찬찬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물러서거라.” 갑자기 중전을 모시는 윤상궁이 중전이 인혁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에 놀라 나인들을 물렸고 나인들이 모두 물러가며 나의 호위무사인 인혁도 몸을 트는데 중전이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인혁아... 너는... 너는...! 가지마.” 허허, 인혁이래. 인혁이. 중전이 주르륵, 주르륵, 하염없이 흘리며 계속하여 인혁을 바라본다. 중전의 말에 인혁은 갑자기 나를 떡 하니 바라보더니 나에게 무언가를 원하는 눈빛을 보냈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러라고 말하길 바라는 건가? 뭐지? 근데 무슨 일이지? 중전이 인혁을 아는 것 같기는 한데... 대체 어떻게 중전이 인혁을 알아? 중전은 정말 조선에 제일 높으면 높다는 양반집 아가씨고 인혁의 의적질을 하다가 쫓기는 몸이 된 사람이잖아. 대체...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위험...하다고 들었어.” 중전이 너무나도 애처로운 눈으로 인혁을 바라보며 아주 편한 사이처럼 말을 내던졌지만 인혁은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대답하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야...? 니가 수배됐다고...” "아...!“ 깜짝 놀라 중전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생각난 멍청한 꽃잎이. 인혁은 한양에서까지 사람이 찾아올 정도로 수배된 인물이었는데 어떻게 한양, 그것도 궁궐에서 판을 치는 거지? 깜짝 놀란 마음으로 인혁의 대답을 듣고 싶어 인혁을 바라보는데 인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나만을 응시하고 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나만 응시하는 인혁의 말에 답답해 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맞아. 나도 그렇게 됐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전하께서 해결해 주셨습니다.” “아~! 그렇구나. 다행이다.” 원범 참, 착한 사람. 이라며 방긋 웃으며 다행이라고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묘한 분위기. 엄청나게 이상한 묘한 분위기. 중전은 울먹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고 중전의 상궁 윤 상궁은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중전이 인혁에게 질문했을 때에는 대답하지 않았는데 내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인혁. 뻘쭘하다, 민망하다. 시선이 조금... 조금...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부담스럽다. 하하. “내 말은 듣지 않는거니...” 또 다시 중전의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시선을 떨구는 인혁. 중전은 가만히 작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닦고는 나를 방긋 웃으며 바라본다. 뭐야, 뭐야 울다가 웃으면 무섭잖아! “숙의의 호위무사가... 인혁이었다니...” “아시는...?” “내 첫사랑이라네.” “엑.” “지금도 역시 사랑한다네.” “엑.” 중전이다. 결혼한 몸이다. 왕의 아내이다. 아무리... 아무리 내가 맹해 보여서 무슨 일을 꾸미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리... 아무리 주변에 보는 사람 없고 듣는 사람 없다고 해도... 이,이런 말 함부로 해도 되는 거야? 기겁을 하며 윤 상궁을 바라보니 윤 상궁은 난감한 얼굴이지만 이런 중전의 행동을 포기한 듯 했고 인혁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런 감정 없이 나만을 응시할 뿐이다. “아, 싫다.” 중전의 말에 화들짝 놀라 중전을 바라보자 중전은 입술을 쭉 내밀며 나에게 말한다. “내 첫사랑이... 내가 가지지 못한 사랑이... 내가 잃어 버린 사랑이 다른 여자의 호위무사가 되어 내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숙의만을 바라보는 것... 싫으네.” 뜨끔, 뜨끔, 뜨끔... 시선이 너무 따갑고 민망하고 뻘쭘하고 미안도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난 중전의 사랑인지도 몰랐고 아니 그 전에! 중전과 인혁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지도 몰랐으니까~!!! “싫을 것 하나 없는데. 질투나. 숙의 자네에게.” 아까부터 말을 다시 어렵게 쓰는 중전. 헉, 설마 나한테 화난 거야? 이제부터 중전은 내가 싫고 앞으로 나 막 괴롭히고 그러는 거야? 중전이 살짝 무성의한 시선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왜 이렇게 민망하고 뻘쭘한건데!!! “자네에게 질투할 것도 자네를 원망할 것도 없는데 인혁이 당신을 보는 거에 대해서 나는 화가...!” “그만...해.” 중전의 말소리를 멈추게 한 것은 인혁이의 너무나도 작고 낮은 목소리였다. 나는 무언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꼭 죄지은 것 마냥 멀뚱 멀뚱... 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만... 하십시오.” “이제야 날 보는 거니.” 중전의 말에 인혁이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중전은 체념에 섞인 듯 나를 힐끗 바라보다 이내 그를 응시하며 말한다. “일부러 그랬어. 이래야 니가 날 볼 테니까. 이래야 내 말을 신경 써 줄 테니까.” 나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중전을 바라보았고 중전은 나에게로 시선을 주며 싱긋 쿨하게 미소 짓는다. “미안. 인혁이의 시선을 돌리고 싶었거든. 하지만 숙의 자네에게 질투 나는 것은 사실이야. 내가 자네를 원망할 거 하나 없고 미운 거 하나 없는데 그저 인혁이 자네 곁에 있다는 것에 정말 말도 안 되게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아. 이해해줘. 금방 괜찮아질 거니까.” 방그르 나를 향해 웃는 중전. 눈가에는 아직도 눈물기가 가득 차서는 나를 바라보며 상큼하게 웃는데... 이상하게 멋지다. 중전이 너무나도 쿨하고 멋지다. 대체 이 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중전이 된 그녀와 의적으로 백성들을 돕다 관군에게 쫓기고 쫓겨 강화도에 와 평범한 양반집 여인의 호위무사가 된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우리의 운명은 왜... 。 “아씨! 저 죽습니다!” “안 죽어.” “정말 정말 저 죽습니다!” “안 죽어. 저번에도 내가 살려줬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저를 죽이실지도 몰라요!” “이번에도 울며불며 살려줄게.” “아씨~! 저번에 대감마님 말씀하시는 거 잊으셨어요? 자꾸 이러시면 저 죽인다고 하셨잖아요!!!” “너 죽이면 나도 죽는다고 협박하면 되지 뭐.” 방긋, 자신의 몸종을 바라보며 앙큼하게 웃어 보이는 귀여운 여자아이. 이제 12살쯤 되었을까. 아름다운 비단 옷에 곱디곱게 머리 빗어 넘기고 복숭아 같이 탐스러운 볼을 귀엽게 밀어 올리며 앵두 같은 입술로 미소 짓는 소녀. 그 소녀는 한양에서 둘째가라면 울고 갈. 궁궐까지 죄다 휘어잡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왕대비의 근친이었다. 그런 그 소녀가 집에서 콕 박혀 글공부나 하며 이리 우아, 저리 우아 거리며 입가에만 미소를 살짝 지을 것 같은 소녀가 집 밖으로 나와 치마 펄럭이는 것 모르고 펄쩍 펄쩍 뛰어대는 소녀 김휘영. “아씨... 아씨... 저를 살려주시어요.” 휘영의 몸종인 복순이는 어쩔 줄 모르며 쩔쩔 매었지만 휘영은 이도 좋고 저도 좋은지 이리 방글 저리 방글. “정말. 정말 내가 살려준다니까. 내가 널 살려줄 수 있어.” “소녀 정말 아씨만 믿어도 되는 겁니까?” 복순이가 불안한 얼굴로 휘영을 향해 묻자 휘영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그럼! 그럼! 걱정마! 자! 가자! 놀러~! 너도 좋잖아~!” 방그르 웃으며 앞으로 폴짝 폴짝 뛰어가자 복순이도 금방 기분이 풀렸는지 쪼르륵 따라나선다. 이리저리 시장 구경을 하며 방긋 방긋 웃는 휘영. 복순이는 아까까지만 해도 다 죽어 가는 얼굴이더니 시장을 보고는 휘영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는 호기심을 발휘하며 즐겁게 뛰어 다녔다. 휘영은 시장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양반인 휘영이 보기엔 별 것 아닌 화려하지 않은 작은 강정에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져 촐랑촐랑 뛰어가 강정을 바라보았다. “하나 사시게요?” 방긋 웃으며 노상을 하는 주인장이 말했고 휘영은 방긋 웃으며 말한다. “맛있겠다!!! 복순아!” 뒤에서 따라오는 복순이를 향해 소리를 바락 지르는 휘영. 복순이는 무슨 일인가 싶어 쫄래쫄래 휘영이에게 다가오고 휘영이는 방긋 웃으며 내게 말한다. “나 이거 사줘!” “에!” “나 이거 먹고 싶어!” “아씨...” 어색하게 웃으며 휘영이를 바라보는 복순. 이 일대에서 휘영을 모르는 사람들은 간첩이었다. 양반집 아가씨치고 이렇게 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아가씨는 없는데 휘영은 부모님의 말도 듣지 않고 또 워낙 막무가내로 부모님에게 애지중지 자라온지라 휘영을 막을 자는 없었다. 양반집 아가씨는 천박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고 바깥출입을 금지하며 바깥을 돌아다니고 얼굴을 보이면 천하고 가벼운 여식이라며 욕을 먹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도 뭐라 못하는 것을 다른 누가 하리. “나 이거 사달라니까~” “돈이 없는데요...” “에! 왜!” “그거야 없으니까요...” 복순이가 얼굴을 붉히며 민망한 듯 휘영을 바라보며 말하자 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친다. “왜 없어!” “저희 집은 가난하니까요! 아씨야 말로 돈 가져와서 저 이거 사주세요!!! 아씨가 저 보다 돈이 훨씬 많으면서 왜 저한테 신경질이세요!” 버럭-! 터트리듯 소리를 지르는 복순. 복순은 순간 그 말을 하고는 놀라서는 제 입을 가렸고 주변의 백성들은 기겁을 하며 안타까운 얼굴로 복순을 바라본다. 양반 집 딸, 그것도 한양에서 제일가는 가문의 대감이 애지중지하니 왕족만이 손 댈 수 있는 철없는 아가씨에게 그런 버릇 없는 말들을 내뱉다니... 이건 휘영이 화가나 복순이를 죽이라고 해도 할 말 없는 노릇이었고, 휘영의 집안 누군가가 이것을 봤으면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날 일이었다. 모두들 긴장에 가득 싸여 휘영을 응시했고 휘영은 조금씩 조금씩 얼굴이 일그러져 갔다. 복순이의 가슴은 미친 듯이 뛰고 눈물이 흐를 듯 촉촉하게 젖어 왔다. 너무 놀라 어쩔 줄을 몰라하며 휘영만을 응시하는 복순. 이내 휘영은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럼 강정 못 사먹잖아!!!” 니 까짓게 이딴 말을 해? 니가 감히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어디서 기어 올라! 라는 호통이 아니라 복순이의 말을 그저 ‘돈이 없어 강정을 못 사먹는다.’ 라고 아주 단순하고 편안하게 말을 알아 들은 휘영. 복순이는 멍하니 휘영을 바라보고 사람들은 눈을 껌뻑이며 당황스러워했다. “뭐? 뭐? 왜 그런 눈이야?” 휘영이 강정을 못 먹는다는 사실이 살짝 심통이 나서는 입술을 불리며 화를 내며 복순이를 바라보자 복순이는 고개를 휙휙 내젓는다. “나 진짜 이 강정 먹고 싶은데...” 휘영이 강정을 바라보며 애처로워하자 잔뜩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어쩔 줄 몰랐던 강정 가게 주인은 빨리 휘영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말한다. “아씨. 제가 강정을 그냥 공짜로 드릴테니까...” “싫어! 강정 사먹어야지! 그래야지 자네도 먹고 살거 아닌가!” 휘영의 말에 주인은 멍해지고 주변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휘영을 응시한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봐? 나는 자네들 파는 거 공짜로 먹을 생각 하나 없네! 자네들이 주는 세금 먹고 사는 나인데 자네들 물건을 팔아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어린 휘영의 앙칼지고 당당한 말에 주변 사람들은 어떠한 표정도 짓지 못한다. 휘영은 강정 노상 끝에 쭈그리고 앉아 강정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고 복순이는 휘영이 곁에 다가가 말을 한다. “도로 집으로 갈까요?” “귀찮아. 다리 아파.” “그럼 저만 갈까요?” “너 가면 나 심심한데? 혼자서 기다리라구?” 잔뜩 시무룩해진 얼굴로 올려다보며 복순이를 바라보는 휘영이. 휘영은 어쩌면 기분이 나쁠 정도로 솔직했고 하지만 그만큼 정직했으며 정의감이 있는 아이였다. 맞는 건 맞는 거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었으며 권력이 있다해서 양반가의 자식이라고 해서 예외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소녀였다. 복순이는 가끔 휘영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권력을 휘두르고 백성들을 휘두르는 이 사람에게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나왔을까. 자기 식으로 무대포로 달려드는 것은 아버지를 꼭 닮은 그녀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휘영에게 대드는 말을 내뱉고 놀라는 복순이지만 복순은 생각한다. 자신도 모르게 대들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만큼 휘영이 자신에게 편안하게 대해서고 자신이 대드는 그 무언가가 타당했다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다는 사실에... 이 사람은 정말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그냥 가서 가지고 올까? 나 진짜 먹고 싶은데... 근데 귀찮은데... 도로 들어가다가 아버지께 걸리면 나오기 어려워지는데.” 노상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자신을 주목하는 사람들의 은근슬쩍 힐끔 거리는 시선도 모른 채 오직 강정에 눈을 박고는 한참을 고심하는 휘영. “여기요.” 노상 주인은 휘영을 향해 강정 하나를 내밀었고 휘영은 깜짝 놀라 본다. “나 돈 없는데?”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 드리는 겁니다.” “에?” “그리고 저번에 왕창 강정을 사가지고 가셔셔 며칠 안 올 수 있는 덕분에 우리 막내 아이 아픈 거 곁에서 간호할 수 있었구요.” “진짜? 정말 그래?” 환하게 웃으며 휘영은 그녀를 향해 다시금 물었고 노상 주인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네. 그러니까 이 강정은 아씨의 미모 값, 그리고 저번에 사가져 가신 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우,우아!!!!" 휘영이 소리를 바락 지르며 좋아하져 노상 주인은 빙긋 웃으며 휘영에게 강정을 하나 쥐어주며 넘겨주다가 이내 깜짝 놀라 소리친다. “아! 제 손이 더러...” “맛있다!!!” 이런 사람이 있을까. 정말 이런 양반이 있을까. 장사판에서 굴리며 꼬질꼬질한 손으로 건네 준 강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맛있게 먹는 아가씨가 또 있을까. 노상 주인은 멍하니 휘영을 바라보다가 이내 방긋 웃으며 장사를 다시 시작한다. 휘영은 노상 주변에서 떠날 생각이 없는지 강정을 조근조근 작게 깨물어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쭈그리고 보기 시작한다. “아씨. 이러고 계시면...” “왜??” “보는 사람들이... 아가씨 신분도...” “괜찮아. 이런다고 해도 누가 뭐라 그런 거 아닌데. 우리 아빠 힘세다며?” 아무런 생각 없이 한 휘영의 말에 복순은 그저 왠지 울컥한다. 휘영은 아무런 악의 없이 그저 솔직하게 말한 것인데... 왠지 울컥... 한다. “집에 가시면 강정 더 맛난 것도 있고... 드시고 싶으신 거 다 드시는데 왜 이러고...” 노상 주인이 묻자 휘영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먹는 게 더 맛있으니까. 그리고 자네 노상 강정은 우리 집 그 누가 한 것보다 맛나다네.” 어떻게 보면 화가 날 정도로 솔직해서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순수하고 거침없기에 그런 것이기에... 그것을 가지고 뭐라 할 수 없었고 뭐라 할 만한 사람도 없었다. “강정 주세요.” 손님이 오는 소리에 휘영과 복순 그리고 노상 주인은 자연스레 앞을 바라보았다. 휘영보다 훨씬 나이가 많을 것 같은... 한 15살 정도로 보이는 양반집 도령이 꼬질꼬질한 어린 아이 여럿을 데리고 와 강정을 보고 있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22 새글 158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51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345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04 시류_叛逆_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아이고! 오늘도 또 오셨어요?” 매일 같이 오는 사람을 대하는 것 마냥 노상 주인이 환하게 웃었고 그것에 휘영은 멀뚱히 그 도령을 바라보았다. 남자에게 관심도 없고 관심을 주려고 했던 적도 없는 소녀 휘영은 도령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우아, 어떻게 저렇게 잘생겼지? 너무 신기해. 라는 얼굴로 멀뚱 멀뚱 도령을 바라보는데 도령 역시 그 시선을 느꼈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휘영을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리며 아이들에게 강정을 사준다.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방그르 웃으며 강정을 하나씩 손에 들고 기쁜 듯 와르르 뛰어갔고 도령은 노상 주인에게 값을 치룬다. “어떻게 그렇게 매일 같이 아이들 강정을 사주십니까.” “매일도 아니고 그저 나 괜찮을 때 그저 하나씩 주는 것 뿐이네.” “하여튼 도령님 보면 정말 좋아요. 도령님 같은 분이 엄청 윗분이 되시면 저희들은 더 먹기 살기 좋을 텐 데! 윗분들이 저를 죽...!! 아이고야.” 억 소리를 내며 입을 가리고 휘영을 바라보는 노상 주인. 도령도 역시 노상 주인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긴장 된 얼굴로 휘영을 바라보지만 휘영은 무슨 일이냐는 멀뚱거리는 얼굴로 주인과 도령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이내 무언가 뾰로롱 한 눈빛을 보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령을 향해 방긋 웃는 휘영. “나이 몇 살?” 다짜고짜 반말의 휘영의 모습에 도령은 미간을 찌푸린다. 아, 역시 버릇없는 높은 집안의 여식인가. 버릇없다는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백성들과 편하게 하는 소녀라 들었는데... 휘영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도령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가 좋게 보여 지지 않았다. “몇 살~!” 휘영의 와락 거리는 말에 그는 깜짝 놀라 얼떨결에 대답했다. “열여섯이오.” “아, 정말? 나 보다 나이가 많으네? 오라버니라 부를게요. 오라버니.” 방그르 웃으며 오라버니, 오라버니를 외치는 휘영의 모습에 도령은 황당함에 입을 쩍 벌렸다.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엄청난 붙임성이란...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오라버니의 이름을 모르네요!” 휘영의 말에 도령은 가만히 미간을 찌푸리며 경계하는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다 이내 계속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이내 할 수 없는 얼굴로 입술을 뗀다. “조인혁...이오.” “저는 김휘영이에요!!” 휘영은 입을 귀에 걸고는 사뿐사뿐 춤추듯 걷고 그 뒤로는 복순이가 불안한 얼굴로 종종 거리며 따랐고 휘영의 앞에는 인혁이 온갖 인상을 다 쓰며 부들부들 참고 있는 얼굴을 하고는 앞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이런 곳도 있구나~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곳이에요. 오라버니.” 휘영의 말에도 인혁은 미간을 홱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갈 뿐이다. “근데 오라버니 어디를 가시나요?” 휘영의 말에도 묵묵부답 앞으로 더 빠르게 걸어가는 인혁. 휘영은 그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자신도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나무가 우거져 있는 산에 휘영이 인혁을 따라 쫄랑쫄랑 따라왔고 인혁은 마음이 불편한 얼굴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사탕가게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뭐가 그리 심심했는지 휘영은 인혁을 따라와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나랑 같이 놀아요.’ 를 연발해 댔다. 싫다는 인혁의 말에는 ‘ 꼬맹이들은 사탕 사주고 놀아주면서 나는 왜 안 돼요?’ 라고 물었고 인혁은 할 말이 없었다. 휘영에게 양반집 여식이... 라고 시작되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을 예저녁에 파악하고 있었기에 아무런 말도 못했던 것이다. 이곳으로 휘영을 데려 와도 되겠나 싶었지만 휘영이 이것저것 자신의 부모에게 물불 가리지 못하고 말할 성격은 아니었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따라오는 그녀를 그냥 둔 인혁. “왔느냐.” 인혁이 도착한 곳은 어느 한 오두막. 그 오두막 앞에 작은 공터가 있었고 그 공터 앞에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인혁을 바라보다 이내 따르는 휘영과 복순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누구냐.” “처음 뵙겠습니다. 김휘영이라하옵니다.” 아무리 천방지축이여도 양반집 여식은 여식, 예절 교육은 철저하게 받아왔기에 어여쁘게 인사를 하며 또롱한 눈빛으로 남자를 향해 바라봤지만 남자의 얼굴은 일그러진다. “김문근의 딸이 아니더냐.” 남자의 말에 휘영의 얼굴은 굳어졌고 이내 앙칼지게 남자를 향해 말을 잇는다. “누구신데 저희 아버지의 이름을 그리 하찮게 부르시나요.” “나는 자네에게 알려줄 이름 따위는 없다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휘영을 노려보다 이내 인혁을 향해 소리치는 남자. “몰랐느냐?”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왜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냐!!!” 남자의 호통에 인혁은 살짝 난감한 듯 어쩔 줄을 몰라하며 시선을 내리깔며 고개를 숙였고 그것에 휘영은 노한 얼굴로 소리친다. “이 사람 잘못이 아닙니다. 내가 억지로 왔어요. 근데 당신을 이렇게 세워놓고 남의 아버지의 성함을 마구 부르며 저를 능멸해도 되는 겁니까!!!” “내 목숨이 달아나도 자네 집안의 가문의 사람을 좋게 볼 생각은 없네.” 남자의 말에 휘영은 이를 악 다물었다. 이토록 기분이 상한 적은 한 번도 이토록 자신의 능멸한 자는 한 번도 없었다. 이것은 자신이 납득하지 못하는 부당한 행위였다. 자신은 그저 와서 예의 있게 인사를 했는데 사람을 세워놓고 자신의 아버지를 함부로 말했으며 자신을 두고 기분 좋지 않은 말을 마구 내뱉었다. “쓸데없는 놈.” 남자가 인혁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자 인혁은 잠시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그저... 제 연마를 하는 것뿐이기에... 그러기에... 어떤 말을 뱉으며 돌려보내야 할지...” “내 아버지가 당신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내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나를 이렇게 능멸하는 것입니까!” 자신을 싹 무시하고 자신을 비하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휘영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내질렀고 그것에 인혁은 미간을 찌푸렸고 남자는 가만히 휘영을 바라보며 이내 픽 웃음을 터트리지만 그것도 휘영의 등골이 사늘한 정도로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향해 소리친다. “니 아버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너는 알지 못하는 것이냐!” “잘못한 것 없습니다! 제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신지!!!” “니 눈에는 그렇겠지. 하지만 내 눈에는! 백성들의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는구나! 그저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에...!!” “그 목을 베어버리기 전에 닥치시오!!!” 휘영의 목소리가 산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휘영의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기에 남자가 움찔 거린다. 남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우 10살 남짓한, 그것도 여자아이게서 나올만한 기백이 아니었다. 남자는 휘영을 바라보다 이내 픽 웃으며 여자를 향해 말했다. “기백 하나는 대단하구나.” “그 입 다물라했다.” “그 기백을 가진 아이가 왜 하필 이런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다물라했다!!!” “보고 가도 좋다.” 남자의 말에 휘영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남자가 변한 모습에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이곳, 이 이야기, 나를 봤다는 말은 하지 말아. 니 어미에게도 아비에게도.” 휘영은 그의 말에 어영부영 에에, 거렸고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인혁을 바라보았고 인혁은 고개를 숙인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다.” “스승님.” 인혁은 조금 놀란 얼굴로 스승이라는 자를 올려다보았고 스승은 인혁을 응시하다가 이내 휘영을 바라보며 픽 웃음을 터트린다. “한간에 떠도는 그의 여식에 대한 소문은 믿지 않았는데... 뭐 틀린 소문은 아닌 거 같구나. 다만... 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지 못하게 순수할 뿐.” 휘영은 스승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는 얼굴로 신경질을 팍팍 내며 스승을 노려보았고 스승은 등을 돌리며 앞으로 걸어가며 인혁에게 말한다. “오늘은 기본이다. 처음부터 정진하여 수련하거라.” “예! 스승님.” 너무나도 우렁차게 스승을 향해 소리치는 인혁의 모습에 휘영이 깜짝 놀란 얼굴로 인혁을 바라본다. 스승이 사라지자 인혁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휘영을 바라본다. “내가 따라오지 말랬잖소.” “저 남자 대체 뭡니까? 정말 싫습니다!” “내 스승이요. 계속해서 내 스승을 욕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소.” “저 자도 우리 아버지를 욕했어요!” 휘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바락 소리를 내지르지만 인혁은 굽힐 생각이 없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휘영을 노려볼 뿐이었고 휘영은 다시 한 번 버럭 소리를 지른다. “우리 아버지는 내게 너무나도 훌륭한 분이시라구요!!!” “당신에게는... 더 없는 성인군자이겠지.” “당신에게 뿐만 아니라 그 누군가에게도에요!” “과연, 몇 번이나 그렇게 생각할지 의문이구료.” 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를 악 물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입술을 씰룩거렸다. “원래 훌륭한 사람일수록 시기하는 부류가 많은 법이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좋고.” 인혁은 고개를 내저으며 어디론가 사락사락 걸어가서는 풀숲 어느 한 곳에서 나무로 된 목검을 꺼냈고 그것에 휘영이 바락 소리를 내지른다. “우아! 우아! 우아! 목검이야!” 기겁을 하며 와다다 달려와 인혁에 손에 들려있는 목검을 구경하고 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처음 봤소?” “당연히 처음 봤지!! 우아! 당신 칼도 다룰 줄 알아?” “배우는 중이오.” “그렇구나~” “근데.” 멍하니 신기한 듯 목검을 정신없이 구경하는 휘영을 마음에 들지 않은 눈으로 잔뜩 눈살을 찌푸린 채 소녀를 바라보았고 소녀는 그러던 말던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계속하여 목검에 시선을 둔다. “나한테 왜 반말이오?” 조금은 유치할지 모르는 인혁의 말에 가만히 휘영은 목검에게 시선을 떼고는 멍하니 소년을 바라보다가 이내... “풉.” 웃음을 터트린다. “왜 웃는 거요?” “나이도 많아서는 그런 거 하나에 소심하게 나한테 묻기는.” 정말로 너무나도 무시하는 눈빛으로 인혁을 바라보며 말을 툭 내뱉는 휘영. 그 모습에 자존심이 팍 상하는 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뭐요?” “당신의 스승이! 아니, 니 스승이 나의 아버지를 욕했으니까 존대할 필요 없지.” “하!” “싫으면 너도 말 놓든가.” “좋소! 아니! 좋다!!” “오호호! 정말 나보다 연상 맞아? 사람이 왜 이렇게 단순해? 오호호호!!” 빠직, 빠직 인혁은 왠지 당했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고 휘영은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해서 오호호, 웃음을 터트린다. “당신!” 휘영은 손가락으로 인혁을 딱 가리키며 바락 소리를 질렀고 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재밌어. 앞으로 나랑 많이 많이 놀아줘~!!” “뭐? 내가 왜!” “그럼 내일은... 아! 그래 내가 직접 찾아올게!” “누가 찾아오래!!” “내 마음. 헤헷.” 빙긋 웃으며 총총총 뒷걸음질을 치며 인혁을 향해 환하게 미소 짓는 소녀.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 아버지 눈에 내가 오랫동안 안 보이시면 아버지 불안해하시거든. 그럼 내일 봐!” 손을 힘차게 흔들며 앞으로 빠르게 걸어가고 그 뒤를 복순이가 민망한 얼굴로 고개로 살짝 인사를 하며 따라나선다. “오지마! 여기 오면 죽는다!” 인혁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휘영을 향해 소리치지만 휘영은 들었지만 전혀 대꾸할 의사가 없는지 인혁을 힐끗 바라보다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홱 고개를 돌려 그곳을 빠져나간다. 마치 혼이 나간 듯 멍하니 휘영이 간 쪽을 응시하던 인혁. 한참을 멍하니... 계속하니 멍하니... “풉.” 그러다가 웃음을 풉, 하고 터트리며 미친 듯이 그 자리에서 웃어재끼는 소년. 한참을 웃고 한참을 웃고 바닥에 뒹굴며 웃고 웃고 또 웃는다. 지칠 정도로 웃어재낀 후 인혁은 가만히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서서히 뜬다. “달라. 넌... 다르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23 새글 158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52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571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05 별따러가자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앙증맞은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다음 날, 그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정말 휘영은 인혁이 연습하는 그곳에 와 한쪽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인혁이 목검을 휘두르고 스승과 대결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이겨! 이겨! 거기서 확 쳐버여야지!!!” 오늘도 스승과 같이 대결하는 날. 스승은 거침없이 목검으로 인혁을 향해 내리쳤고 인혁은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며 스승의 검을 막고 공격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스승의 공격을 겨우 막고 힘겹게 공격하는 인혁에 비해 스승은 인혁의 공격을 너무나도 사뿐히 막고 또 사뿐히 공격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휘영은 얼마나 분통이 터지는지 어쩔 줄 몰라 자리에서 펄쩍 펄쩍 뛰며 난리를 쳐댔고 복순이도 그 옆에서 마음을 졸인다. “내 아버지를 욕한 사람이야! 한 대만! 딱 한 대만 때려 봐!!!” 휘영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속은 그런 것 따위 하나도 상관없었다. 덩치가 큰 스승을 이겨주길 바랬다. 이유는... 휘영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그저 이겨주길 한 대라도 때리길, 힘내라, 힘내라 목이 터져라 불렀다. 하루 하루 인혁이 정말 피나는 수련 모습을 보고 인혁이 스승을 한 대라도 쳐 자신의 수련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한 사람인데... 얼마나 힘겹게 연습하는 사람인데... 어느 가문의 어느 자제인지는 알 수 없어도 이렇게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높은 집안의 가문이 아닐 것이다. 문과를 치려는 것 같지는 않았고 무과를 치려는 것 같았는데... 그 무과가 잘 치러져... 잘 치러져 자신을... 자신을 바라봐줬으면 하는 휘영의 마음은... 대체 무엇일까. 그저 아무 이유, 아무 바램 없이 같이 있고 싶은 휘영의 마음은... 대체 무엇일까. “힘내! 조인혁! 힘내라구!!” 바락바락 목이 터져라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휘영. 휘영에게 양반집 아가씨의 단아한 모습을 원래부터 찾기란 어려웠지만 이건 완전 어느 동네 꼬마들이 비명 지르는 것과 같은 수준의 모습이었고 복순이는 휘영과 같이 옆에서 열심히 응원을 하긴 했지만 주변을 살피며 혹시 누가 보나, 안 보나 싶어 불안한 모습이 보인다. 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스승을 향해 목검을 날렸고 스승은 탁탁, 여유롭게 잡는 모습이다. 그때 인혁이 재빠르고 날렵한 몸짓으로 스승을 한 쪽 옆구리를 향해 목검을 날렸고 그 순간 타악-!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나며 스승이 욱 하며 허리를 굽혔다. “하아... 하아... 하아...” 공터에 인혁의 거친 숨소리만 울린다. 인혁은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굽힌 스승을 바라보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휘영과 복순이는 이내 입을 귀에 걸며... “꺄악-!! 이겼어! 복순아!” “네! 아가씨 이겼어요!!!” 복순이와 휘영이 서로를 껴안으며 팔짝팔짝 뛰고 그것에 어리둥절하니 서 있던 인혁은 정신을 차리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보이며 공격 자세를 풀고 스승을 바라보았다. 스승은 옆구리가 꽤 아픈지 살짝 미간을 찌푸리지만 이내 피식 입가에 미소를 담으며 인혁을 바라본다. “오늘은 내가 졌구나.” “졌다는 말씀 하십시오. 저는 그저 스승님을 단 한 대... 한 대 쳤을 뿐입니다. 이게 진검이고 실제 대결이었다면 저는 몇 번이나 스승님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평생을 검과 함께 살아간 자이고 너는 검을 잡은지 얼마 되지 않은 애송이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발전하다니... 내 가슴이 뿌듯하구나.” “감사합니다!” 인혁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시 들어 올렸고 스승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다가 이내 휘영이의 모습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큼큼 거리며 그곳에서 사라졌다. 휘영은 스승을 한참이나 똑같이 노려봐 주다가는 스승이 사라지자 폴짝 폴짝 뛰며 인혁에게 다가와 환하게 미소 짓는다. “멋졌어!!”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영롱하게 올려다보며 자신에게 환하게 웃는 휘영의 모습에 인혁의 가슴이 무언가에 이해 흔들리듯 두근, 거린다. 햇빛이 반사된 반짝이는 땀을 흘리는 모습에 휘영의 가슴이 설레이고 얼굴은 마치 붉은 연지를 바른 듯 붉게 달아올랐다. 두 사람의 묘한 모습에 복순이는 가만히 응시하다가 이내 슬쩍 슬쩍 뒤로 물러서 나무 뒤에 쪼그리고 앉아 방긋 웃는다. 복순이가 뒤로 물러선 지도 모르고 멍하니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 “오늘 정말 멋졌어. 정말, 정말.” “고맙다.” “응?” 뜬금없이 갑자기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인혁의 모습에 휘영이 고개를 갸웃이며 두 눈을 앙증맞게 동그랗게 뜬다. 그 모습에 또 얼굴을 붉히던 인혁은 시선을 돌리며 조용히 아주 작게 쑥스러운 듯 입술을 뗀다. “니가... 힘내라고, 이기라고 소리쳐준 덕분에... 힘이... 나서... 이겼으니까.” 인혁이 쑥스러워하며 쭈뼛쭈뼛 얘기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휘영은 방그르 미소를 내짓는다. 그리고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인혁을 향해 장난스레 입술을 뗀다. “앉아봐.” “뭐?” 갑작스런 휘영의 말에 인혁은 황당한 얼굴로 휘영을 바라보았고 휘영은 다시금 말한다. “요 앞에 쭈그리고 앉아봐.” 자신의 바로 앞을 가리키며 방긋 웃는 인혁. 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안한 시선으로 휘영을 바라보지만 우리의 착한 인혁은 또 휘영에게 잘도 넘어가 휘영 앞에 다리를 쭈그리고 뭐하는 가 싶어 몸을 빳빳이 세우며 휘영을 위로 올려다본다. “뭐? 뭐하려...!” “쪽.” 휘영은 인혁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고 인혁은 멍하니 넋을 잃고 있다 이내 그대로 뒤로 털썩 주저앉는다. 그 모습에 휘영이 꺄르륵 웃으며 장난스레 말한다. “니 키가 너무 커서 내가 이마에 뽀뽀할 수 없잖아~” “너, 너, 너!!!!!” “나 왜? 좋지? 너도 좋지? 꺄르르륵!!!” “죽는다!!!” “이히히~!” 휘영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대로 총총총 도망을 가고 인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가는 휘영을 이를 악 물고 바라보더니 이내 픽, 웃음을 터트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운 듯, 그리고 너무나도 행복한 듯 미소를 지어 보인다. 2년 후. “그렇지! 그렇지! 잘한다!!” “탁탁-!!!” “휘용-!!” 목검이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았고 그것을 바라보며 한 어여쁜 여인이, 아니 이제 막 여인으로 모습으로 변해가는 아직은 작지만 아름다운 소녀가 박수를 치며 팔짝 팔짝 뛰어 오른다. 값비싼 비단으로 만든 치맛자락이 흙바닥에 다 끌리고 신에 밟혀도 그딴 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언가에 집중하며 기뻐하는 그녀. 그녀가 이제 막 14살이 된 휘영이었다. 그 옆에 온순하고 순하게 생긴 복순이는 오늘도 혹여나 아씨 다칠까 노심초사하며 같이 기뻐한다. 휘영이 바라보고 있는 곳. 휘영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 열여덟 살이 된 멋진 남자의 인혁의 모습이었다. 키는 훌쩍 컸고 어린 젖살이 살짝 남아 있긴 했지만 꽤나 멋진 사나이로 변한 인혁. 그 앞에 스승이 지친 듯 숨을 내쉬며 돌에 앉고는 고개를 흔든다. “내가 너무 나이를 먹었군.” 아까 하늘로 높이 치솟은 것은 인혁의 목검이 아닌 스승의 목검이었고 어느 덧 스승과 견줄 실력이 된 인혁. 엄청난 성장 속도로 스승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이렇게 자라왔다. “나이를 많이 먹은 게 아니라 인혁이의 실력이 늘은 거겠죠!” 휘영이 얄밉게 통통 튀어 와서는 스승을 향해 말했고 스승은 미간을 찌푸리며 바락 소리를 지른다. “2년을 여기 왔다갔다 거렸는데 지겹지도 않느냐?” “하나도! 하나도 안 지겹거든요?” 휘영과 스승. 정말 처음에는 서로를 죽일 듯 으르렁 거리더니 2년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두 사람의 사이가 투닥거리긴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스승도 휘영 앞에서 대놓고 그의 아버지를 욕을 하진 않았고 휘영도 어느샌가 스승을 어른으로 어렴풋이 모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씨.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셔야...” “아! 맞다. 아버지랑 약조하였지?” 방긋 웃으며 복순이를 바라보다가 이내 인혁을 응시하며 말한다. “나 그럼 오늘은 이만 갈게.” 휘영의 말에 인혁이 고개를 끄덕이고 휘영이는 내일 보자며 방그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고 이내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 스승이 입술을 뗀다. “서로의 마음이 깊어가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이는구나.” 스승의 말에 인혁의 동공이 커지지만 이내 내색하지 않고 그저 앞을 응시한다.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막을 수 없더냐.” “스승님.” “내가 볼 때도 저 아이는 제 아비와 많이 다르구나. 하지만... 그의 여식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께 오늘 밤 내가 잠시 들른다고 전하거라.” 스승의 말에 인혁이 조금 놀란 얼굴로 불안한 시선으로 스승을 응시한다. “무슨... 움직임이 있는 것입니까.” “아마도 조간만 무슨 일이 터질 것 같구나.” “그렇다면...” “걱정 말거라. 아무 일도 없을 터이니.” 스승이 빙긋 웃으며 인혁의 어깨를 툭 쳤지만 인혁은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다. 인혁의 아버지는 풍양 조씨의 집안으로 안동 김씨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던 사람이었으나 대세가 달라지고 기울어지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으며 왕권을 강화하고 왕궁을 백성을 양반들의 횡포로부터 조금이라도 지켜내기 위해 작은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는 단체의 사람 중 하나였다. 조정에서 큰 관직을 가지지 못했지만 그의 열정은 누구보다 뛰어났고 뒤늦게 깨달은 백성들의 존재를 위해 헌신하는 분이었다. “내일은 그곳에 갈 것이다.” “아, 그 사람들에게 말입니까?” “그래. 그러니까 알아서 휘영은 따돌리고 오너라.” “걱정 마십시오. 2년 동안은 괜찮았지않습니까.” “2년 동안 괜찮았다해서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명심하겠습니다.” 인혁은 얼굴을 굳히며 고개를 숙였고 스승은 휘영과 인혁의 미래에 한숨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를 떠났다. 인혁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그 자리에 섰다 이내 긴 한숨을 내뱉으며 애처로운 시선으로 하늘을 향해 눈을 뜬다. “어찌...해야 합니까... 그녀를... 사랑하려 하는 이 마음을... 어찌해야겠습니까...” “아버지 부르셨어요?” 애교스러운 말투로 자신의 앞에 앞으로 다가가 방긋 웃는 휘영. 휘영은 이상함을 느낀다. 평소 같았으면 자신이 오면 환하게 웃으며 어쩔 줄 몰라하시는 아버지인데 그런 모습을 보이질 않으신다. 무언가 잔뜩 화가 나신 얼굴... “아버지?” 휘영이 그를 부르자 그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타이르듯 말한다. “조인혁이라는 도령을 만나고 있느냐.” 아버지 문근의 말에 휘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 사람 얼마나...!” “콰앙-!” “안 된다!!” 책상을 거칠게 내려치며 휘영에게 소리를 지르는 문근. 휘영은 아버지가 이렇게 노한 모습이 처음이라 깜짝 놀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며 부들부들 몸을 떨며 그를 바라본다. 휘영의 모습에 문근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만 이내 강하게 나가야겠다는 소리에 다시 소리친다. “그를 만나지 말거라!” “왜요?” 휘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애지중지 하나 뿐인 딸이 울먹거리는 모습에 문근은 아주 애간장이 다 타들어가지만 어쩌랴. 그래서는 안 된다. 밖에서 마음껏 노는 것은 어떻게든 봐줄 수 없지만 족보도 하등한 도령을 만나다니... 그것도 안동 김씨 세력에 적대를 가지고 있는 자의 아들을 말이다. “그 도령은, 그 집안은 니가 만나야 할 사람이 아니야.” “어째서... 왜...” “그 집안은 우리 집안을 잡아먹고 싶어 안달인 집안이다.” “우리 집을 괴롭히는 사람이에요?” “그래! 우리 집안을 너무 괴롭히지!” “우리 집안이 그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요?” 휘영의 말에 문근은 눈을 크게 뜨고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휘영은 불안한 시선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제발 아니길 바라며 입술을 뗀다. “어릴 때는... 그저... 그저 아버지만 믿고 살았어요. 한 번도 아버지를 의심한 적 없었어요. 제게는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아버지셨고 자상하신 아버지셨으니까... 하지만 크면서... 조금씩... 느끼고... 조금씩... 봐요.” 문근은 무언가 묵직한 것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휘영을 위해 최선을 다 해왔고 휘영에게는 모든 것을 다해주었다. 그런 자신의 딸이 무언가 불안한 시선으로 자신을 향해 의심을 품는다. “아니죠...? 사람들이 말하는 것 처럼... 백성들이 울부짖는 이유가... 아버지... 아니죠...?” 휘영은 차마 말을 다 끝내지 못한 듯 불안한 시선으로 문근을 바라보았고 문근은 그 모습에 얼굴이 굳어졌지만 이내 빙글 웃으며 말한다. “무엇이 말이냐? 백성들이 울부짖는 그것에 대해 무엇이 말이냐?” “사람들이 그래요. 왕권이 약해지고 왕권이 약해짐을 타 백성들의 피를 먹는 사람이 아버지라고... 아버지라고...” 휘영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문근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쥐지만 이내 휘영에게 그것을 보이지 않으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휘영아.” “아버지...” “사람은 사람을 시샘한단다. 시샘하고 서로 미워하지. 너는 이 아버지를 믿으면 된단다. 아버지 역시 백 성들을 위해 힘쓴단다. 그러니... 그런 소문일랑 듣지 말거라. 귀를 막고 아버지만을 바라보거나.” “하지만...!” “니가 그 집안의 아들을 만나 그러는구나!!!” 아버지의 호통소리에 휘영은 깜짝 놀라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본다. 아버지는 한 번도 휘영에게 보인 적 없는 싸늘한 표정으로 무섭게 소리쳤다. "그 도령을 만나지마!“ “왜요!” “충분히 말했지않느냐! 그리고 니가 이런 이상한 생각으로 이 아비에게 의심을 품는 것도 다 그들 때문이 아니냐!” “아니에요!” “만나지마.” “싫어요! 왜요!” 휘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물 따위는 북북 손으로 닦으며 바락 소리를 지른다. “이번 만큼은 아버지의 말에 동의할 수 없어요. 아버지와 제 생각이 달라요. 아버지의 생각에 저를 맞출 생각을 하지 마세요! 여태까지도 그래왔지만 아버지의 생각에 제 생각을 맞출 생각은 없어요! 그저... 그저... 아버지를 믿을 뿐이기에... 아버지와 똑같은 생각을 했지만... 인혁이에 대해서는 달라요!” “김휘영!!!” 문근은 핏대를 세우며 휘영을 향해 버럭 소리를 내지르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당당하고 멋진 얼굴로 아버지를 향해 말한다. “인혁은 내가 직접 본 남자에요. 그는 틀리지 않아요. 그는 백성을 사랑하고 충분한 관리가 될 수 있어요. 그를 괴롭히지 말아요. 그의 집안을 뭉개지 말아요. 인혁 같은 남자가 나라의 녹을 먹으며 나라를 살려야하니까요.” 휘영의 말에 문근은 참을 수 없는 화를 느끼며 그 자리에서 부들부들 몸을 떨며 휘영을 노려보았지만 휘영은 냉담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한다. “저는 제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믿을 뿐이에요. 이 점은 아버지를 닮았기에 아시겠죠. 그리고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휘영은 너무나도 당당하고 담담하게 아버지를 향해 자신의 의견을 똑바로 말하고 문근의 시선을 똑바로 직시했다. “그들을 괴롭히지 말아요. 그냥 두세요.” 휘영은 그대로 차갑게 문 밖으로 나가 버리고 문근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다 이내 허허, 거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뒤로 몸을 젖히며 웃는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냉정하게 생각하더니 이내 입술을 뗀다. “밖에 돌식이 있느냐.” “있습니다요!” “최 대감에게 가야겠다. 채비하거라.” “예! 나으리!”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26 새글 158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53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526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06 요롤레이요옹ㅋ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다음 날. 인혁은 가만히 공터에 앉아 휘영의 모습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기다리지 않은 척 하려 휘영이 오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휘영이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열심히 검의 수련 하는 척을 해왔다. 모든 신경은 휘영에게 쏠려 있는데도 그렇지 않은 척 모르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오늘은 늦어도 너무 늦게 그녀가 온다. 오늘은 오지 않을 것인가...? 오지 않은 날이 있긴 했지만 그런 날은 극히 드물었고 그녀가 오지 않은 날이면 인혁은 힘이 나질 않고 머리 한쪽에 휘영의 생각으로 스승에게 많이 혼이 나기도 했다. “잘 됐나...?” 인혁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휘영을 데리고 갈 수 없는 곳에 가는 날이었다. 아주 가끔 인혁을 데리고 가주는데 그곳은 너무나도 서글픈 곳이라 그리고 숨어서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휘영을 데리고 갈 수 없었다. 인혁은 그녀를 믿고 그녀를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스승은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며 호통을 치셨고 인혁 또한 그녀가 그곳에 간다면 혼란을 겪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2년 내내 그곳에 갈 때는 어떻게든 그녀를 따돌렸다. 인혁은 오지 않는 그녀에 한편으로는 섭섭해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수풀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천천히 몸을 밀어 넣고 가는 인혁의 뒤쪽에서 조금은 힘이 없는 얼굴로 걸어오는 휘영의 모습이 보인다. 그 뒤로 복순이가 걱정되는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지만 휘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수풀 사이로 사라지는 인혁의 모습에 놀라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휘영은 인혁의 뒤를 따르면서 이상한 것을 느꼈다. 원래 평소 같았으면 자신이 따라오는 기척을 느끼고도 남았을 텐데 그를 놀래켜 주기 위해 일부러 조용히 들키지 않게 몸을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인혁은 오늘 따라 너무 이상했다. 휘영은 인혁의 뒤를 따르고 따르며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대체 어디를 가는 것이기에 이리도 멀리 멀리 산을 오르는 것일까. “하아... 아씨... 언제까지 올라가야 하는 겁니까.” “쉬잇. 듣겠어.” 이곳에 오기 전까지 휘영의 마음은 너무나도 서글펐다. 아버지를 향해 그렇게 냉담하게 말을 내던졌지만 자신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하고 아버지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니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솔직함을 숨기지 못하는 그녀니 어쩔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말들이 들려올 때면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어릴 때에는 아버지를 무조건 적으로 믿었지만... 이제는 세상을 보는 자신의 눈에 그들이 했던 말들이 조금씩 보이기 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올라가고 한참을 올라갈 때 갑자기 인혁의 모습이 아래로 쑥 사라졌다. 휘영은 깜짝 놀라 힘겹게 복순과 사라진 그 쪽으로 열심히 열심히 걸어가 보는데... “하아...” 너무나도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이렇게... 이렇게... 괴로운 곳도 있구나... 휘영이 보는 세상은 그야 말로 지옥이었다. 저 아래의 사람들은 모두 더럽게 굶주린 채로 신음하고 있었고 몇몇 멀쩡한 몇몇 사람들이 그들을 간호하고 그들을 먹이며 부모가 죽은 아이들을 달래고 돌보고 있었다. 이런... 이런 세상도 있구나... 지옥과 같이 끔찍한 세상... “누,누구냐!!!” 휘영을 향해 소리치는 남자의 목소리에 휘영이 깜짝 놀라 옆을 바라보자 너무나도 허름한 남자 둘이 휘영을 향해 창을 들이밀고 있었다. “에구머니나!” 복순이 겁에 질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휘영을 불안한 얼굴로 올려다보며 창을 가진 남자 둘을 바라본다. “누,누구냐!!” 휘영은 놀라긴 했지만 그들의 모습에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며 담담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 시선 하나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다. 휘영이 그저 시선 하나를 주었을 뿐인데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기세란 그들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다.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 휘영은 자신에게 창을 들이대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냉담하게 그들에게 물었다. “아,알 것 없다!”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이냐.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이기에... 이렇듯... 지옥과도 같은 것이냐...” 휘영의 가슴은 찢어져 내렸다. 아무렇게나 지어 놓은 천막에 힘겹게 뒹구는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가족도 자신과 관련된 그 어떤 사람도 아닌데...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애처로웠다. “끌,끌고 가자!” “그치만!” “치,침입자니까 끌고 가야 해!!” “하,하지만!!!” 두 남자들이 어영부영 거리고 있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휘영은 눈물을 머금으며 그들을 바라보다 이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기백이 사라진 휘영을 바라보자 두 남자는 그제야 휘영에게 다가가 휘영을 끌고 가기 시작하고 복순이는 놀라 기절을 하는데 마치 휘영은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순순히 끌려간다. “이놈들아! 이놈들아!” 복순이는 온갖 발악을 다 해대며 어쩔 줄을 몰라했고 휘영은 그런 복순이를 향해 하지 말라는 미간을 찌푸리는데 복순이는 다시 소리친다. “이 분이 누구신지 알고!!” “복순아...!” 복순이가 바락 외치자 휘영이 깜짝 놀라 복순이의 입을 막았다. 두 남자는 조금 움찔하니 휘영을 바라보지만 휘영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빨리 데리고 가자고!!” 남자들이 서두르고 휘영은 다행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을 본 복순이는 울며불며 대체 입 모양으로 대체 어쩌시려고요, 라며 아무리 외쳐대지만 휘영은 그저 묵묵부답일 뿐이다. 두 남자는 점점 아래로, 아래로 휘영을 데리고 갔고 휘영은 이들의 모습을, 마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 움막촌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로 집이 아닌 움막에서 힘겹게 뒹굴었고 한쪽 구석에 처박혀 무언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픈지 힘이 없고 검은 때에 찌들어 한쪽 구석에 쳐박혀 나뒹굴고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병자들의 신음소리가 끈이질 않았다. 이곳은 지옥이다. 이곳은... 그야 말로 지옥이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런 곳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백성들이 힘에 겨워 산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런 생지옥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시리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자신은 너무나도 철없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누가 이들을 이런 지옥으로 내몬 것일까. “빨리 와!!” 남자들은 휘영을 빠르게 내끌었지만 휘영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쪽에서 얼굴과 다리에 상처가 난 아이가 울고 있었다. 사람들이와 달래주고 치료해주지만 아이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 듯 그렇게 목놓아 서럽게 울었다. 다른 한 쪽에 나이든 노인이 피를 토하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사람이 도와주지만 그 노인의 고통을 덜 수는 없었다. “빨리 와!!” 휘영의 앞에 한 여인이 힘겹게 앉아 있다. 그녀의 팔에는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가 안겨 여인의 젖을 물고 있지만 젖이 나오지 않는 듯 그 아기는 눈물을 터트린다. 어떻게... 어떻게 발걸음이 떨어지겠는가. 어떻게... 어떻게... 이들을 지나칠 수 있겠는가... 휘영은 힘겹게 끌려가며 눈물을 미친 듯이 흘렸고 이러한 참혹한 모습에 복순이 역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너...!!!” 인혁의 목소리에 휘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휘영의 눈에는 이미 너무 많은 눈물들이 차고 넘쳐 인혁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휘영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인혁을 향해 목소리를 짜낸다. “이게... 이게... 대체...” “너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도령님 아시는 분이십니까?” 남자의 말에 인혁은 한숨을 내쉬며 조금 난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소. 나에게 두고 가면 되니 이 여인의 포박을 풀어주시오.”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휘영의 포박을 풀었고 휘영은 그 자리에서 휘청이고 복순이가 그것을 가까스로 잡는다. “어떻게 된 거야!” 인혁의 외침에 휘영은 정신이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대답한다. “그저... 너를 놀려주려고... 따라왔는데... 몰래 따라왔는데... 이런 모습이... 인혁아... 인혁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곳은 뭐야? 왜 이러는 거야? 우리 전쟁이라도 난 거야? 내가 모르는 다른 곳에 전쟁이라도 나서...!!” “났지. 전쟁.” 어디선가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휘영과 인혁은 놀라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무사들로 보이는 자들을 거느린 스승이 나타나 냉담한 얼굴로 인혁과 휘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님.” “이런 일이 이런 날 줄 알았다.” “죄송합니다.” “다른 곳에 생각에 두고 있으니 뒤에 쫓아오는 여인의 기척도 알아채지 못하지.” “죄송합니다...” 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조아렸고 휘영은 알 수 없는 눈으로 스승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전쟁이요? 어디서 전쟁이 났나요? 저는 전쟁이 났다는 소리는... 대체 어떤 전쟁이 났길래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권력 전쟁.” “네...?” “궁에서 일어나는 전쟁.” 스승의 말에 휘영은 가슴이 철렁 철렁 내려앉는다. 믿을 수가 없다. 이들이, 이 많은 사람들이... 이 힘없는 사람들이... 권력의 전쟁 때문에 궁궐의 권력 다툼 때문에 희생이 되다니... “왜요? 왜요? 이들이 대체 왜! 무엇 때문에요” “이곳은 권력 싸움에 밀려 죽음을 당하다가 겨우 목숨을 건진 양반집 자제들도 있고, 어린 아기들도 있고, 힘 있는 양반집 아들의 놀음에 휘어 잡히다가 버려져 목숨을 잃을뻔 한 여인들도 있고 죄 없이 그들의 피 튀기는 싸움에 그들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 죽다 살아난 자들도 있고.” “권력...?” 휘영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쓰러져가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스승에게 소리친다. “아버지에게 말씀드리겠어요! 이들에게 집을 주고 쌀을 주고...!!” “권력 싸움에 중심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스승의 말에 휘영은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스승은 차가운 얼굴을 더욱 더 차갑게 굳히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는 누구더냐. 어느 집안이더냐. 그 막강한 권력을 갖기 원하여 이들을 이렇게 몰아낸 자는 대체 누구더냐." 휘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강하고 높으신 분이라고. 강하고 높으신 분이되기 위해... 권력을 가지기 위해... 이들은... 이들은 희생되었다. 지옥으로 떨어졌다. 나의 아버지 때문에... 이들이 지옥에 밀려 떨어졌다. “권력 앞에서는 탐욕스러워지지. 권력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닫게 한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의 아버지, 그렇게 존경하고 따랐던 나의 아버지의 권력 다툼으로 이들이 이렇게 쓰러져 내렸다. 이들이 이렇게 아파하고 있다. “이들은 그저 휴식처가 필요한 것 뿐이다.” 스승은 휘영을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고 휘영은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어 그를 바라보았다. “이들은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야. 우리는 권력 있는 양반들에게, 그리고 왕을 갈아 치우기 위해 이곳에서 무술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 적어도 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러는 것뿐이야.”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것 따위는 휘영도 이곳을 처음 본 순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왜 내게 다시금 기억시키는 것일까? “이들을 죽이지 말아다오.” 스승의 말에 휘영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제발... 이들은 그냥 모르는 척 해다오.” 가슴이 미친 듯이 아파왔다. 스승의 말에 뒤를 따르던 무사들 역시 불안한 듯 휘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 아픈 사람들도 좋은 옷을 입고 향기로운 내음을 가진 휘영을 바라보며 단박에 좋은 집의 양반 아가씨라는 것을 알아챘고... 그리고 두려워했다. “이들은 아무런 힘도 없어.” 스승은, 이 사람들은 휘영이 관군을 불러 모두 자신들을 죽일 것이라 걱정하고 두려워했다. 휘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이 사람들의 너무나도 무섭다. 자신을 마치 괴물취급하며 살려달라고 봐달라며 애처롭게 자신을 바라보는 이 사람들의 눈빛이... 두려웠다. “이들은... 그냥 이대로... 살게 해주게...” 스승의 말에 휘영은 그대로 눈물이 차 올라 정신없는 모습으로 눈물을 뿌리며 이곳저곳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지옥에 있는 사람들을... 아니, 이곳은 그들에게는 안식처다. 지옥에서 상처를 지고 이제야 실수 있는 안식처. 이렇게 열악한 이곳에서 지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지옥에서 다녀온 이들에게는 더나위 할 것 없는 행복인 것이다. 아파 괴로워하면서도 그 기억에 슬퍼하면서도 지낼 수 있는 이곳이... 지옥에서 다녀온 자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휘영은 눈을 크게 뜨며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는 한 사람, 한 사람 똑바로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또 각인시켰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한 걸음을 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움찔거리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스승에게 활짝 아름다운 미소를 뽐내며 말한다. “걱정 말아요. 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테니까요. 정말... 정말로... 절대로... 하지 않을 거에요. 죽어도.” 이 사람들에게 이곳마저 빼앗을 수는 없다. 지킬 것이다. 지킬 수 있다면 자신이 이곳을 지킬 것이다. 휘영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꾹꾹 참으며 스승을 바라보며 방긋 웃는다. “걱정 마세요. 정말... 정말 그럴 일은 없을테니까.” 휘영은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걷고 또 걸으며 그 사람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처박아 놓았다. 잊지 않으려고... 죽어도... 잊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27 새글 158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54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793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08 비련妃戀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우아 대게 분위기 있는 손글이에요^^ 예쁜 손글씨 감사드립니다~★ ※지금 흐르고 있는 곳은 '들레꽃' 님이 직접 만들어 주신 음악입니다. 저번 것과는 약간 다른 버전이랍니다. 들레꽃 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곳을 빠져나온 휘영은 그대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복순이가 다급히 그녀를 일으키려 하자 인혁은 그녀에게 고개를 내저으며 물러서게 했다. 복순이는 걱정되는 얼굴로 뒤로 물러섰고 이내 인혁은 휘영을 조심스럽게 일으키며 숲 한쪽에 있는 커다란 돌에 그녀를 앉게 했다. 그녀는 멍하니 상당히 지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다 이내 주륵,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인혁은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지만 그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나... 바보였구나.” 쥐어짜듯 겨우 흘러나온 그녀의 한 마디. “바보... 아니야.” 인혁은 괴로운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가슴도 찢어질 듯 아파왔다. 얼마나 힘들까. 자신이 믿는 사람이 자랑스러웠던 최고의 우상이신 아버지의 권력 다툼 때문에... 이들이 이렇게 아파한다.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자상한 아버지이시지만 힘없는 백성들에게는 그저 포악한 괴물에 불과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할 방법이 없을까.” “나도 그 방법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고 휘영은 다급하게 외친다. “그래, 왕께서는 이 일을 해결해 주시지 않으실까?” 희망을 가지며 인혁에게 말한 그녀였지만 인혁의 표정은 굳어질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자는 왕이 아니야.” “그럼...? 그럼...!?” “권력을 가지려 저렇게 많은 희생을 낸 사람... 그 집안이겠지.” 자신이 비수와 같은 말을 내뱉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녀도 알아야만 한다. 그녀는 달랐으니까 다른 양반집 자식들처럼 고이고이 보자기에 싸여 세상 보지 못하고 세상을 보게 될 쯤에는 눈과 귀와 입을 가리고 그저 권력을 향해 내쫓았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보자기에 싸여 있을 때 그녀는 세상에 나왔고 눈과 귀와 입을 권력으로 가려야 할 때 세상을 보았다. “하아...” 체념에 섞인 미소로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그녀. “우리 집... 정말 나쁜 가문이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인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가만히 응시할 뿐이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그녀의 눈물을 멈추게 해주고 싶다. 그녀가...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철없이 환하게 미소 지었으면 좋겠다. 그게... 그게 훨씬 나으니까... 그게... 그게 훨씬 마음이 아프지 않으니까. 그녀가 아픈 건... 인혁에게도 너무나도 큰 고통이다. “왕도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권력을 잔인하게 휘두르고... 정말... 정말 나쁘다...” 그녀는 하염없이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녀를 응시하던 인혁은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생각하지 마.” “하지만...” “괴로워 하지마.” “우리 집 때문에... 우리 집의 핏줄 때문에...” “하지만 넌 다르잖아.” 인혁의 말에 그녀의 동공이 커진다. 인혁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술을 뗀다. “넌 달라. 너만은... 달랐어.” “무서워.” 휘영은 온 몸을 움츠러트리며 불안한 시선으로 바닥을 응시하며 너무나도 작은 여인의 모습으로 두 눈을 질끈 감는다. “난 너무 무서워.” “뭐가...?” “니가 날 싫어할까봐.” “뭐...?” “이런 나라서... 이런 핏줄을 가지고 있는 나라서...!!” 인혁은 빠르게 휘영의 팔을 잡아 당겨 그대로 자신의 품안에 휘영을 거칠에 밀어 넣는다. 휘영의 동공이 커진다. 가슴이 미친 듯이 빨리 뛴다. “이렇게...” 힘겹게 목소리를 내는 그의 음성이 떨렸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널... 어떻게 싫어해.” 휘영의 커진 동공은 이내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고 이내 그녀의 눈이 부드럽게 반달을 그리며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낸다. 그리고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려 인혁을 천천히 감싸 안듯 안는다. “다행이야... 날... 미워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미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해.” 인혁의 절실한 마음이 그녀에게 전해져 왔고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눈물을 흘린다. “응... 응... 사랑해...” 그렇게 며칠을 서로 사랑하며 만났다. 그렇게 며칠, 서로가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어떤 누구보다 행복하고 그 시간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렇게... 며칠... 정말... 그 며칠뿐이었던... 그들의 애달픈 사랑. 저녁 식사를 마치고 휘영은 기분 좋은 얼굴을 하며 종이를 펴고 먹으로 벼루를 갈고 붓을 잡았다. 매일 같이 만나는 인혁이지만 편지를 쓰고 싶어서였다. 난을 그릴까했지만 아직은 쑥스러운 솜씨라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조심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 그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써내려간다. 한 글자 한 글자 쓰는 것이 너무나도 고심되는 일이라 한참을 고심을 하는데 복순이의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오늘 오늘 또 변을 보지 못한 거야?” “아,아닙니다!” 요상하게 튀어나오는 복순이의 말. 복순이는 휘영이에게 무언가를 숨기지 못했고 무언가를 숨길 때면 이렇게 말을 더듬거리며 오바하기 일수였다. “무엇이냐?” 복순이가 붓을 놓으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무엇이냐 물었다.”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너를 몰라? 너 무언가 속이고 있지?” “아닙니다!” “왜? 목이라도 달아나는 중요한 일이기에 나에게 말하지 못하는 거야?” 빙긋 장난치듯 말하는 휘영의 말에 복순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린다. 그것에 휘영의 동공이 커지고 그녀가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 일이 아주 큰일이라는 불안감을 느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길래...!!” “아씨...” 복순이는 쩔쨀매며 휘영을 바라보았지만 휘영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불안하다. 무슨 큰일이 터진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야...!” “아씨...!” “복순아. 나 너무 불안해. 이러지말고... 말해줘... 무슨 일이야? 대체 무슨 일이길래 니가 이러는 거야?” 휘영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복순이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엄청난 불안감이 휘영을 엄습해왔다. 복순이는 어쩔 줄을 몰라하며 그 자리에서 동동 구르다 이내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친다. “모르겠습니다! 소녀의 목이 달아난다 해도 아씨만이 그것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지금... 지금!! 대감마님께서 움막촌을... 움막촌의 사람들을...!!!” 휘영은 그 자리에서 미친듯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누구를 원망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를...? 아니면 나를...? 아니면 권력을...? 대체 누굴! 누굴 원망해야 하는가... 휘영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미친 듯이 몸을 흐느꼈다. 지금 자신이 보는 이 모습이 너무나도 참옥 해 가슴이 갈가리 찢어지고도 모자라 먼지처럼 날카로운 칼날에 갈렸다. 처음 이곳을 휘영이 보았을 때는 지옥이라 생각했었다. 제대로 된 집하나 없는 움막들인데다 여기저기 병자들이 난무하는데다 먹지 못해 그리고 충격으로 모든 것을 상실한 채 사람들이 널부러져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휘영은 스승과 인혁의 말을 듣고 이곳은 지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지옥을 겪은... 지옥에서 막 힘겹게 구출해진 사람들의 안식처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곳이... 그곳이... “흐으윽-!!!!” 아무 것도 없다. 움막들은 전부다 쓰러져 나뒹굴었고 여기저기 관군들의 시달림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나간 시체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들을 위해 슬퍼하는 사람들이 없다. 그들을 묻어줄 사람들이 없다. “모두... 모두... 끌려갔대요...” 복순이는 뒤에서 헉헉 달려오며 망연자실 눈물만 흘리고 있는 휘영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어디로...?” “관...가로...” “그들이 왜...?” “......” “그들이 대체 왜!!! 겨우겨우 목숨 연명하며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그 사람들이 왜!!!!” “조씨 문가들과 함께... 음모를 꾸민다고...” “뭐...?” 휘영은 멍하니 복순을 바라본다. 겨우겨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움막촌을 부시고 몸이 안 좋은 사람 생각하나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헤집어놔 사람들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그 사람들을 묻어줄 사람도 슬퍼해줄 사람도 남겨두지 않고 모조리 잡아가서는 음모...? 그들이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때국물 하나 씻지도 못하고 멍하니 하루하루 보내는 그들이 무슨 마음으로? 돈도 권력도 힘도 하나도 가지지 못한 그들이 대체 뭘로...? “조씨 가문이라니...?” “이들을 돌보아 주고 있는 것이... 그들...이라...” “그럼... 인혁...이도...?” 멍하니 복순이를 향해 입술을 작게 움직이자 복순이는 휘영의 눈치를 보다가 이내 두 눈을 질끈 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 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 그 자리에서 이리저리 발만 굴리다가 이내 눈물을 분수처럼 내뿜으며 있는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한다. 족히 100명의 사람은 넘는 듯 했다. 사람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거지꼴을 한 자들이 경기를 하듯 두려움에 사로잡혀 온 몸을 부들부들 떨어댄다. 여기저기서 오줌을 지려대고 머리를 조아리며 미친 사람처럼 살려 달라 애원하는 사람도 눈을 뒤집어 까고 광기 어린 눈빛으로 관군에게 달려들어 밖으로 나가려다가 단 칼에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거렁뱅이 꼴을 해 몸도 성치 않은 그들 맨 앞에는 조씨 가문 사람들의 포박을 한 채로 여인이건 어린아이건 누구도 가릴 것 없이 주리가 틀리고 있었다. 엄청난 비명소리가 100여명의 사람들을 더욱 더 공포 속에 몰아 놓는다. 인혁은 그들 속에 이를 악 물고 비명 소리 하나 지르지 않으며 두 눈을 부릅뜬 채로 그들의 맨 앞에는 곤장을 맞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이내 자신들을 고문하는 휘영의 아버지 김문근을 노려본다. 아무리 거칠게 주리를 틀어도 아무리 온 힘을 주어 주리를 틀어도 인혁은 이를 악 물며 입술을 터트려질 뿐 아무런 비명소리도 내지르지 않은 채 눈빛을 죽이지 않는다. 퍼억- 퍼억- 취조장 전체를 울리는 둔탁하고 커다란 소리. 퍼억, 퍼억, 곤장을 치는 소리는 들리지만 두 사람에게도 비명소리 하나 나오질 않았다. 앞에서 곤장을 맞고 있는 자는 중 한 명은 인혁의 스승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인혁의 아버지 조민호였다. 온 몸이 걸레가 되어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긴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감히 난을 일으키려해?” 문근의 말에 민호는 픽, 힘겹게 비웃음을 지어 보였고 문근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를 악 문다. “비웃어?” “대감도 눈은 대체 어디다 두고 왔는지 모르겠소.” “뭐라?” “대감의 눈에는 내 뒤에 있는 자들이 대감의 군사들보다 강해 보이오? 아니면 혈기왕성 두 팔 두 다리 모두 성한 젊은이로 보이는 거요? 아니면 이들이 돈 있는 양반으로 보이오?” 민호의 말에 문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이를 악 물며 미간을 찌푸린다. 민호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크게 웃음을 호탕하게 터트리며 아주 우습다는 얼굴로 문근을 바라보았다. “뭐하느냐!!! 저들이 제대로 자백하지 않는다! 좀 더 주리를 틀고 매우 쳐라!!! “예!!!” 퍼억-! “으으윽!” 퍼억-!! “으아아아앙!!!” 힘없는 여인들과 어린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조씨 가문의 청년들과 소년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치가 떨리지만 민호와 스승을 바라보며 이를 악 다문다. 꾹, 꾹 비명을 억누른다. 하나 둘, 여인들이 죽어나가고 어린 아이들이 죽어나간다. 인혁의 가슴이 찢어진다. 나의 작은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나의 큰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며...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털썩- 형틀에 묶었던 밧줄을 풀자 이미 세상을 떠나신 그의 피투성이 어머니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그대로 힘없이 쓰러진다. 인혁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어머니가 처참하게 쓰러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절대 눈을 감지 않았다. 기억해두리라. 절대로 잊지않으리라. “아버지!!!” “아씨! 여기에 오시면!!!” 미친듯 끓어 오르는 분노에 찬물을 끼얹는 목소리.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미친듯이 소리치는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다. 인혁이 가장 사랑하는 그녀의 목소리다. 인혁이 가장 증오하게 되어 버린 저 자의 딸의 목소리다. 인혁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이를 악 물고는 다시 엄청난 고통을 집어 삼킨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27 새글 158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Re:55 [용량이 커 소설이 안 보이시는 분들을 위해]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1101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09 비운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그녀는 마치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아주 조용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꽤 많은 이야기가 흐른 것 같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잊은 채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있었다. 그녀가 이야기를 마치고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던 시선을 나에게 돌리며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지루한 이야기 듣느라 수고가 많았어.” “아니에요... 너무... 너무...” “슬프지?” 그녀가 방긋 미소를 짓지만 그 미소는... 애달팠다.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아직도 온 몸을 인혁을 사랑하고 있었다. 오래 된 옛 추억을 떠올리던 그녀의 눈빛에는 예전 사랑에 대한 서글픔이 아니라 바로 지금 당신의 슬픔이었으니까. 중궁전에서 인혁과 그녀가 딱 마주쳤을 때 그녀는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인혁의 눈동자는 처음에는 무표정했고 그 다음에는 차가웠고 그 다음에는... 애달팠다. 그와 그녀를 같이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든 서로 말을 나누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인혁은 그녀에게 기어코 시선을 돌리고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목숨 걸고 그는 그녀를 거부한 것이다.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애달프게 그를 바라보며 서글픈 미소로 체념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를 편하게 위해 그를 물렸고 그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미안해.” 그녀의 말에 내가 놀라 바라보았다. “무엇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서...” “억지라니요...?” “아까 말일세. 아까, 인혁이가 있었던 그때...” “아...”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를 아직도 너무 사랑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봤네. 아마도 질투겠지.” “질투라니요. 그저 저는...” “알아. 인혁이와 자네는 애정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만약 그렇다면 전하께서 인혁이를 자네 곁에 두었겠는가?” “예?” 이건 또 무슨 소릴까? 애정관계라면 원범이 나를 인혁 곁에 두지 않는 다는 거야...? 왜? 나쁜 놈 심보? 도둑 놈 심보로? 에라이! 이 얄미운 놈! “그리고 이리 보니 좋네.” “인혁...이를요?” “처음엔 도적이 됐다 들었지, 백성들에게는 의적인... 그 다음에는 수배가 되었다고 들었네. 그 다음에는... 강화도로 가 사라졌다, 죽었다, 바다에 빠졌다, 별별 소리를 다 들었지.” 그녀는 인혁과 이루어질 수는 없었지만 그를 포기한다 말했지만 그를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고 그의 소식이 간혹 들려 올 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그를 생각했던 것이다. 그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던 것이다. “강화도에서 자네를 만났구나.” “예...” “자네가 보는 그는 어떤 사람인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닌 채 나를 바라보는 여인은 내가 보고 깜짝 놀랐던 여장부 중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한 남자를 사랑하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의 그녀. “저를 무척이나 경계하였습니다.” “경계를...?” “많이 다쳐 쫓기고 있는 상태인지라...” “그대가 구해주었구나.” “예... 어쩌다가 보니...” 정말 그때 생각하면 풉, 하고 웃음이 나온다. 한 여름 산에서 도적이 나타난 줄 알고 어찌나 놀라고 기겁을 했던지... 처음에는 야생 호랑이처럼 그렇게 사납게 굴던 그가 충직한 맹수가 되어 나의 곁에 다가와 나를 지켜주었다. 이제는... 그가 없는 내 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 “니가 생명의 은인이구나.” “예...” “부럽다.” 중전의 말에 나는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냥... 니가 몹시도 부럽구...” “오늘 밤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 나왔다. 말을 툭 내뱉고 나서 어머나, 내가 또 미쳤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이왕 내뱉은거 끝까지 하겠노라. 크게 혼이 날지도 모르고 혼이 나는 정도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어쩌면 엄청나게 무례한 말일 수도 어쩌면 그녀에게 엄청나게 좋은 말을 수도 있다. “그를... 보내겠습니다.” “뭐?” “인혁이를 중궁전으로 밤에 몰래 보내겠습니다. 만나세요.” “그 무슨...!” 중전은 기겁을 하며 뒤를 돌아 저 멀리에 있는 나인들을 바라보았다. 박상궁도 나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무런 행동 없이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우리와 저 멀찍이 떨어져 있는 그대로 서 있었다. “제 말씀이 중전마마께 무례를 저질렀는지도 모릅니다.” “그 얘기는 그만...” “이대로 그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채 끝내시렵니까?” “숙의.” “그를 사랑하시고 아직도... 사랑하시잖아요.” “하지만 어찌 중전인 나와 그대의 호위무사가...” “중전 마마도 아시겠지만 인혁의 무술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중전 마마께서 알고 계신 그것보다 더 뛰어나게 되었을 겁니다.” 내가 보았던 중전의 모습은 없다. 발랄하고 활발하고 다 이겨 먹을 것 같은 여장부의 모습은 인혁으로 인해 작고 수줍은 여인으로 변해있었다. 중전은 무언가가 불안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혹시 오다가 들킨다면...” “걱정마시어요.” “하지만...” 중전은 오다가 들키는 것보다 다른 것을 더 걱정하는 눈치였다. 짝사랑하는 박꽃잎의 입장으로 볼 때에는... “인혁이 가지 않는다 할 것 같사옵니까?” 내 말이 딱 맞았나보다. 중전은 흠짓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 매세요. 늦은 밤이 되면 주변 사람들을 물리고 계셔요. 제 궁녀인 진아가 그것을 보고 제가 이야기 해주면 그때 인혁이를 보내겠습니다.” 중전은 불안한 눈동자로 나를 응시한다. 사랑하는 여인네는 이토록 서글프다. 사랑하는 여인네는 이토록 가슴 아프다. 사랑하는 여인네는... 이토록... 수줍고 아름답다. 정말 예쁘구나... 정말 예뻐. 나 역시 사랑해서 서글프고 가슴 아픈데... 다른 사람들 눈에 중전처럼 내 모습이 아름답게 비칠까...? 원범에게... 내 모습이 아름답게 비칠까...? “마마.” 인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어찌나 거칠게 앉았는지 콰당, 하는 그 소리만으로도 내 귀가 찌릿찌릿했다. “왜 그러는 거야.” “그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왜? 인혁이 너도 만나고 싶잖아.” 내 말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나는 그런 인혁을 바라보며 조금씩 마음이 아파왔다. “혹시... 그녀를 원망하느냐...?” 나의 음성에 그의 눈동자가 떨렸다. 미치도록 사랑했던 여인이지만 그 여인의 핏줄이 자신의 집안을 몰살키시듯 내몰았다. 그의 어머니가 죽었고 그의 형제가 죽었다.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그녀의 핏줄이 그를 나락의 끝으로 몰아세웠던 것이다. “그녀를... 원망하느냐...?” “하지 않습니다.” “하지 않아...?” “그녀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까요. 그녀는... 그들과 다르니까요.”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해서 정말 다행이야. 그러니까 그녀를 만나보련. 그녀가 너를 기다리고 있어.” 인혁은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나를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잔잔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곳으로... 가.” 천천히 그를 향해 말했고 그는 한참동안이나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가만히 그 자리에 움직이지도 않고 있다 긴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알겠습니다.” 깊은 밤. 진아가 조심히 달려와 중궁전의 나인들이 모두 물려갔다는 소리에 인혁은 재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갔다. 세상에, 인혁은 펄쩍 뛰어 올라 지붕을 타고 타다다닥- 기왓장을 밟으며 빠르게 중궁전으로 향했다. 알아서 잘 갈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저런 무협 영화를 보여주다니. 멋지네. “하아-” 긴 한숨이 내 방 안을 가득 메운다. 남의 연애사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자신의 앞길이나 헤치고 다녀야 할 사람이 남의 앞길 헤쳐주고 있네. “하아-” 또 다시 긴 한숨을 흘리고 주섬주섬 옷 안에서 원범이 준 펜던트를 꺼내들었다. 대비의 머리에 꽂혀 있었던 비녀. 이것만 있으면 21세기로 갈 수 있다. 이것을... 원범이 내게 주었다. 이것을 찾으라고 원범이 나를 불렀으니까 그리고 결국에는 이것을 찾았으니까...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21세기로 돌아가야 해? 지금 원범은 그것을 원하길래 나에게 이 비녀를 준 거야? 그리고 이미 밤이 늦었는데도 나에게 오지 않는 거야? 이게 다야? 딸랑 이 비녀만 주고는 너는 돌아가라 나는 모른다. 알아서 잘 가겠지. 나는 신경 안 쓴다. 뭐야, 그런 거야? 그래? 울컥 눈물이 솟아 나왔다. 너무 서럽다. 서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알고 있었는데... 원범에게 한 고백이 뻥 차이고 원범은 나를 좋아하지 않고 나를 이곳으로 부른 것도 그저 펜던트를 찾으라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냥 나를... 조금... 챙겨주고 조금... 그리워해주는 것 뿐인데... 그는 외로운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힘겨운 사람이었으니까 그저 나를 조금 찾은 것뿐이지만... 나는... 아니야. 핑계를 대고 있었다. 21세기로 못 돌아가는 이유, 펜던트가 없었기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핑계를 대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야. 미쳐버릴 것만 같다. 원래 내가 있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물건이 나의 손에 들어왔다. 그것도 내가 찾은 것도 아니고 원범이... 원범이 찾아 나의 손에 무성의하게 들려줬다. 무슨 생각이야...? 나 이대로 가도 당신은 아무런 상관없다는 그 생각이야...? 그래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고 비녀를 줘놓고는... 그래놓고는... 나를... 찾지 않는 거야...? 가야 하나? 21세기로 돌아가야 하나...? “이 멍충이 왕아... 이 바보 왕아... 나... 가버려...? 당신은... 나 가버려도 상관없는 거야?”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29 새글 158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Re:─── 57[음악이 없는 것]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1690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12 건강한새끼♡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너무나 귀여운 핑크색의 손글 정말 감사드립니다>_< 오지 않았다. 그날 밤도 오지 않았다. 어제 밤도... 그리고 오늘 밤도 오지 않을 것이다. 임상궁은 며칠 내내 안절부절이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녀들을 대하고 있는데 그녀들은 내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조용히 수를 놓고 또 놓아 양순이의 결혼 선물이 완성되었다. 며칠 있으면 그녀의 결혼식인데... 아, 정말 그녀의 결혼식이 너무나도 보고 싶다. 너의 결혼식을 지켜봐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양순아. 나는 벼루와 먹을 준비해 종이에 편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양순이가 글을 제대로 읽지는 못하지만 철정이는 글을 조금 배웠다고 하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자 한자 써내려가던 어느 새 내 눈에서는 눈물이 가득 고여 흘러내렸다. 그때가 너무나도 그립다. 철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그 때가... 아버지께 혼날 까, 어머니께 걸릴 까, 스릴 있어하며 즐거워 하며 마음 껏 돌아다니고 마음 껏 그를 사랑하며 마음 껏 그를 보았던 때가 그립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 그는 나에게 펜던트를 주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나에게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나는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작은 미소를 억지로 크게 크게 입을 벌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난... 괜찮아. 원래 그래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야 하니까.” 웃자. 웃으면서 가자. 그와 떨어져도 괜찮아. 그를 다신 보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최선을 다 해 사랑했으니까... 그러니까... “흐윽.” 아무리 웃어 보려 노력해도 웃어지질 않는다. 아무리 스스로 그를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몇 번이고 몇 십번이고 되새겨 보지만... “할 수 없어... 그 없이 어떻게 살아... 그 사람 못보고 대체... 어떻게 살아가...” 그대로 엎드려 펑펑 울었다. 밖에서 임상궁의 우왕좌왕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쓸 겨룰이 없었다. 그렇게... 또 울고... 또 운다. “숙의 마마께서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셨습니다.” 최내관의 말에도 원범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올라온 문서들을 하나 하나 꼼꼼히 읽고 앉았다. “전하...” 최내관의 부름에도 원범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냉담하게 문서를 읽는 그의 모습에 최내관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고한다. “숙의 마마께서... 처소가 떠나가듯 울음을 터트리고 계신다 하옵니다.” 원범은 최내관을 바라보지 않았고 최내관은 다시 한 번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뗀다. “마마의 울음소리가 벌써 1시간이나 지속되었다 하옵니다.” 최내관의 말에 원범이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최내관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지금 당장 납실 준비를 하오...” “그 입 닥치거라.” “저,전하...” 원범의 냉담한 눈빛의 최내관을 바짝 긴장케 만들어버린다. 그는 너무나도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다. 원범은 스스로 차가워진다. 스스로 제어하며 그녀를 보낸다. 스스로 차가워진다. 몸에 온 흐르는 피들을 전부 차갑게 얼려버린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살리기 위해... “숙의의 대해 앞으로 한마디라도 더 할 시에는... 니 목을 치겠다.” “이것을 양순이에게 전해주거라.” 나는 환하게 웃으며 인혁이에게 내가 직접 수를 놓아 만든 베개포를 건네주었고 그는 정성스레 받아 조심히 자신의 손에 올렸다. “그리고 이 서신도 함께.” 다시 인혁을 향해 스윽, 편지를 내밀었고 인혁은 그것 또한 역시 받아든다. “너를 보내도 되겠니?” “꼭 저를 보내셔야겠습니까.” 인혁은 강화도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저번에 화살이 날아와 나의 목숨을 노렸던 그 사건이 있는 이후로 전보다 더 경계해 나를 지켰고 이것을 전하려면 며칠 동안이나 나의 곁에서 떠나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불안했던 것이다. “니가 직접 가는 것이 더 좋아.” “마마께서는...” “나야 괜찮아.” 갈테니까. “하지만 마마...” “괜찮아. 니가 없는 동안 이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을게.” 난 사라질 거야. 인혁아. 연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박꽃잎으로 변할지도 모르고 죽어버릴 지도 모르고 그저 원래 내가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다시 너를 보지 못해. “내가 너무나도 중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중요한 물건이야. 니가 가져다주었으면 해. 내 걱정일랑 말고...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도 어떠신지 니 입으로 듣고 싶구나. 가주겠니...?” 나의 간곡한 부탁에 그는 여전히 마음이 걸리는 듯 하지만 이내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떼었다. “알겠습니다.” “고마워.” “빠르게 다녀오겠습니다.” “응.” “그동안... 제발 제가 걱정할만한 일들을... 하지 마십시오.” “알았어.” “부탁드립니다.” 인혁은 나에게 절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 잘가. 인혁아.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 나를 네 목숨처럼 아껴줘서 항상 고맙고 미안했어. 이제... 나는 사라지니까... 너의 목숨... 니가 행복하게 썼으면 좋겠어. 안녕... 인혁아. 나는 가만히 옷 안에서 비녀를 꺼내들었다. 아름다운 새파란 보석이 반짝이고 금색의 현란한 줄무늬들이 춤을 추듯 꿈틀되는 것 같았다. 덜컥, 겁이 난다. 이대로 가면 정말 끝이다. 용기를 내자. 용기를 내 꽃잎아. 그는... 니가 21세기로 돌아가길 원해. 그가 원한다면... 난 그가 원해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 그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그가 돌아가라고 한 이상... 그리고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 이상... 이곳에 남고 싶지 않아. 아프니까... 아파 죽겠으니까... 돌아갈래... 인혁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와 같이 상냥하게 미소 짓고 평소와 같이 상냥하게 자신에게 부탁했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불안하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간곡히 부탁한 일이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자. 최대한 빨리...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빨리 돌아오자. “모두 물려라.” “예...?” “내 처소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물려라. 임상궁 자네 역시도.” 나의 말에 임상궁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나를 응시하다 이내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고개를 숙이며 빠르게 아이들이 물렸다. 사사삭- 하고 조용히 아이들이 물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조용히 펜던트를 양 손에 쥐어 가슴에 대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처럼 가고 싶은 곳을 생각했다. 나의 엄마, 나의 아빠, 세린이. 학교 친구들... 그곳을 떠올린다. 미친 듯이 떠올린다. 가고 싶어.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 줘. 내가 원래 있던 그곳으로... 그를 잊어버리고 싶어. 처음부터 몰랐던 것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 그를 잊게 해줘. 그를 인한 아픔을 잊게 해줘. 그를 지워. 나의 몸에 흐르는 혈관 속 세포 하나 하나에 각인되어 있는 그를 지워줘. 그를 사랑해서 아픈 거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 그를 그리워해서 아픈 거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어. 아프고 힘든 건... 나에게 별 것 아냐. 그 사람만 바라볼 수 있다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야...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내가 그를 위해 이토록 가슴 아프게 소원하는 이유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를... 볼 수 없기 때문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내던져 버린... 그를... 볼 수 없기 때문이야. 데려다줘. 내가 원래 살던 그곳으로. 어느 덧 진아는 최내관의 부탁대로 우르르 달려와 최내관의 귀에 속삭였다. 숙의 마마의 모습이 이상하시다. 그렇게 울음을 터트리시다 이내 인혁에게 사가로 물건을 보낸 후 주변 모든 사람들을 물리셨다. 최내관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펄쩍 그 자리에서 뛰며 대전으로 달려가 서지만 이내 고하지 못하고 입을 다문다. 아까 원범의 입술에서 흘러 나왔던 서릿발 같은 말 때문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밖에서 우왕좌왕 거릴 뿐이다. 망설여서는 안 된다. 어떤 것이 전하를 위한 길일지를 생각하자. 처음 자신이 전하를 모실 때 전하의 모습은 차갑기 그지 없는 분노의 왕이었다. 서글프기 그지없는 서글픔의 왕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왔을 때 그는 어떠하였는가. 수렴청정을 하고 있는 지금도 대비와 맞서 자신의 의견들을 많이 내놓았고 또 그것들이 많이 그가 원했던 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왕에게는 그녀가 무슨 일이 생기면 아니된다. 대체 왜 왕께서 숙의를 밀쳐내시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잘못되면 아니된다. 목숨을 걸자. 어차피 이내 목숨 전하를 위해 살아왔다. 죽는 다면 그것 역시 전하를 위해 죽는 것이니까. “전하.”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자신이 모시는 왕을 위해 고했다. 그에게서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전하. 소인 목숨을 걸고 전하에게 말씀 올리나이다.” 안에서 서책을 읽고 있던 원범의 얼굴이 차갑게 일그러지며 문 밖에 있을 그를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쏘아본다. “이 말씀을 올리고 소인의 목을 베신다 해도 소인은 억울하지 않사옵니다. 전하. 숙의마마께서 처소에 있는 모든 나인들을 물렸나이다. 임상궁 조차 숙의마마 곁에 있게 하지 못하겠다 하옵니다.” 최내관의 말에 원범의 가슴에 들은 돌덩이가 쿵 하고 내려앉은 느낌이 들었다. 무겁게, 무겁게 그 돌덩이를 집어 들고 있었는데 힘겹게 그것을 내려놓지 않고 있었는데 그의 말에 그 돌덩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려앉았다. “전하를 위해 간청 드리옵니다. 전하... 숙의마마께 발걸음을 하시옵소서. 무언가... 심상치가 않사...” 드르륵 쾅-!!! 문이 거칠게 열렸고 최내관의 시아에 잔뜩 상기되어 흥분한 얼굴의 원범이 가득 차 들어왔다. “전하.” “당장 그곳으로 가겠다.” 원범은 미친듯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모든 사람을 물렸다. 맨 처음 예전에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21세기로 돌아가도 아무대서나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돌아가야 놀라지 않을 것 아니냐고... 그래서 맨 처음 양순이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오래된 그녀의 말이었지만 별 것 아닌 그저 스쳐지나가는 그녀의 말이었지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인데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랴. 그녀가... 돌아간다. 그녀가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간다. 자기 자신이 그녀를 돌려보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가지도 않았고 직접 그녀에게 전해주지도 않았다. 그녀가 목놓아 울어도 가지 않았으며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어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도 모른 척 했다. 그녀는 놓아주려 했지만... 그녀가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한 다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쿵쾅쿵쾅-!!! 밖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린다. 대체 뭐지? 내가 분명히 아무도 들이지 말라하였는데... 모두 물러가라 하였는데... 조용히 펜던트를 양손으로 잡고 가슴에 둔 채로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엄청나게 쿵쾅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문을 바라보았다. 드르르륵 쾅-!!! 문이 그대로 부숴져 날아갈 듯 열렸다. 쿵쾅쿵쾅-! 내 처소를 부숴버릴 듯 거칠게 다가오는 그 누군가. 촛불에 일렁이어 가까이 오지 않으면 누군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는데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그리고 너무나도 빠르게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에 나는 기겁을 하며 소리를 내지르려 하지만 이내 동공이 커지고 온 몸이 빳빳하게 굳는다. 잔뜩 화가 난 검은 눈동자. 이를 악 다문 붉은 입술... 나를 바라보는 터질 듯한 시선... “원범...?”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37 새글 158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59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284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15 비운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려영>_< 그는 나의 부름을 잘근 씹어 버리고는 거칠게 다가와 나의 양손에 잡혀 있는 펜던트를 빼앗아 자신의 손에 쥔다. “뭐하는 거야?” 순간 내가 왜 그런 말투로 그에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당황해서 그랬나? 화가 난 듯 그를 향해 툭 말을 내뱉고 나서는 내 말에 내 스스로가 놀랐다. 원범의 모습을 봐서 이렇게 기쁜데... 원범이 이렇게 나를 바라봐줘서 이렇게 기쁜데... 나도 모르게 툭 말을 사납게 내뱉었고 그것에 그의 얼굴은 차갑게 일그러진다. “줘.” 그의 시선을 피하고는 손을 그에게 내밀었지만 그는 펜던트를 내 손에 쥐어주질 않는다. “줘.”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올리고는 그를 노려보는 순간 나의 동공이 커다랗게 커졌다. 나를 바라보는 눈이 무언가에 일렁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차갑게 시선을 굳히며 나를 바라보는 그. “달라구.” 내 말에 마치 반응이라도 하듯 원범은 뒤로 그 비녀를 내던져 버린다. 문에 부딪혀 투닥-! 소리를 내며 비녀가 나뒹군다. 깜짝 놀라 엉덩이를 들썩이며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소리쳤다. “뭐하는 거야!” 나는 그를 지나쳐 비녀를 가지러 갔고 그 순간 그는 나의 팔을 부러트릴 듯 거칠게 잡으며 나를 뒤로 밀친다. “앗!” 몸이 뒤로 밀려 중심이 흔들렸고 나는 아슬하게 중심을 잡고 서서는 그를 향해 소리친다. “뭐하는 거야!!!” “밖에 있느냐.” 원범은 너무나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차갑게 시선을 뒤로 했고 최내관이 달려와 원범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그것을 대전 내 보료 밑에 깔아 두거라.” “뭐?!” 원범의 말에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지르지만 그는 내 말 따위 무시할 생각인지 나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그에게 명했고 최내관은 그 비녀를 후다닥 잡아서는 이내 고개를 숙인다. “모두 물려라.” “예. 전하.” 최내관은 마치 나에게서 도망치듯 후다닥 빠져나갔고 이내 처소에는 나와 원범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나를 바라보지 않은 채 허공을 바라보며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이를 악 문다. 대체 이게 뭐야? 원범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돌아가라고 펜던트까지 직접 찾아 놓고 나를 며칠 동안이나 내버려두다가 이제와 갑자기 나에게 왜 화를 내는 거야? “지금 뭐하는 거야?” 내 질문에 원범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가 잡은 나의 팔에 통증이 급작스럽게 몰려온다. 아까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 아픈지도 몰랐는데 정신을 차리고 사태파악을 하니 그가 잡은 나의 팔목의 통증에 화가 난다. “이거 놔.” 그는 또 다시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지금 뭐해? 이원범 대체 뭐하니?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화도 나고 눈물도 울컥 솟아오른다. “이거 놓으라구!!!” 팔을 빼려 계속해서 힘을 주지만 나의 힘을 그에게 전혀 먹히질 않는지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내 팔을 계속 잡고 있다. 화라도 내지 않으면 안 되겠어. 화라도 내지 않으면 그대로 눈물을 터트리며 왜 왔냐고. 혹시라도 나를 잡으로 온 거냐며 투정부릴 것 같아. 그저 그런 것 없이 다른 이유로 나에게 온 건데... 괜히 김칫국부터 마시면서 그러고 싶지는 않아. 착각하고 싶지 않아. 기대하고 싶지 않아. “이거 놔!!!” “......” “이거 놓으라구!!!!” “......” “이거 놔!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싫어.” 싫다며 이거 놔달라며 목구멍이 찢어질 정도로 그를 향해 뿌리치고 소리 질렀는데 그의 싫다는 그 한 마디에 나의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는다. “왜...? 왜 놓기 싫은데?” “싫어.” “놔.” “싫어.” “니가 먼저 날 놓아놓고 이제 와서 왜 날 붙잡는 건데!!!” 아, 정말 이러긴 싫은데...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터져 흘러버렸다. 화라도 내면서 참아보려 했는데... 눈물이 흘러버리고는 말았다. 그의 까만 눈동자가 드디어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일렁인다. 깊은 밤하늘의 눈동자와 같은 그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일렁인다. “갈 거냐...?” 그의 말에 나의 가슴은 내려앉는다. 가려고 마음먹었던 그 모든 마음, 그를 잊으려 했던 그 모든 마음들이... 내가 생각하고 생각하며 잊으려고 했던 그것들을 쌓아둔 탑이 통째로 무너질 듯 부르르 떨리며 흔들린다. 간다고 말해야 하는데... 갈 거라고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해야 하는데... 나의 울음은 이내 터져 오히려 내가 그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그를 향해 한 걸음 발걸음을 내딛는다. “갈거야...” 갈거라고 말하는데... 나의 손은 그의 옷을 더욱 더 꽉 붙잡는다. “정말 갈거야...” 갈거라고 말하는데... 나의 눈동자 안에는 이미 그로 가득 차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화를 내도 소용없어. 난 그를 사랑하는 걸... 정말 너무나도 바보같이 사랑하는 걸... 그래서 숨기려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 해도 그게 안 돼. 너만 보면 다 무너져. 너만 보면 내가 했던 수십 가지 수만 가지 생각들 죄다 잊어버려. 당당하게 너에게서 돌아서려 했는데... 그것도 안 돼. 너만 보면 니 눈동자만 보면 니 목소리만 들으면 나는 내 뜻대로 할 수가 없어. 내 마음을 숨길 수 없어. “진짜... 진짜... 갈건데...” 울음을 참느라 정말 나는 바보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하지만... “나... 나... 정말 갈건데...” “가지마라.” 덜컹... 내 심장이 또 다시 내려앉는다. 정말 이러다가는 내 심장 얼마 못 살고 죽어버릴 지도 몰라. 이원범... 날 왜 이렇게 오래 못 살게 만드는 거야... 정말 싫어... 매일 같이 나 죽이려고 내 심장 떨구는 니가 정말 미치도록 싫어... 정말... 미치도록 좋아... “가지마라...”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의 눈동자가 너무 나를 아프게 바라봐서... 내가 너무 아프다. “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가 나를 향해 시선을 떨군다. 그가 아파해... 아파 죽을 듯이 그의 눈동자를 일그러트린다. “니가 있어야 할 곳은 거기니까. 널 보내야... 안심할 수 있으니까.” “뭘... 안심할 수 있어...?” “여기 궁이야.” “알고 있어.” “너를... 이곳에 두고 싶지 않아.” 그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를 절대 이곳에 두고 싶지 않은 마음... 불안감과 두려움... “매일 같이 목이 달아나는 이곳에... 널 가두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에 가득 불안과 슬픔을 담아 그렇게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는 갑자기 어느 한 순간 거칠어 지더니 이내 나를 와락 자신의 품 안으로 넣는다. 엄청난 힘으로 나를 안는 그. 나는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그에게 꽉 안겨 눈을 질끈 감았다. “근데... 안 돼.” 그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너를 자유롭게 날려 보내고 싶었는데... 싫다.” 나의 어깨의... 따스한 무언가가 떨어진다. 그의 목소리가 극심하게 떨려온다. 너무나도 불안하게 떨려온다. “가지마, 가 아니야. 넌 갈 수 없어.” 눈을 더욱 더 질끈 감았다.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의 아픈 가슴이 나의 심장에 전해져 와서... 너무 아파서... 그가 얼마나 아픈지 알 것 같아서... 그래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안 보내. 못 보내. 살아도 내 옆에서 살아. 죽어도 내 옆에서 죽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힘을 주어 떨리는 내 손을 어떻게든 해보려했지만 그게 잘 되질 않는다. 나는 힘겹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세게 꼭 쥐었다. 그가 제발 내 곁에서 사라지지 않길 바라며 그가 날 떠나질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꽉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가 천천히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에 이제 일렁임은 없다. 그의 눈동자에 이제 망설임은 두려움은 없다. “나...” 나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떨렸다. 단 한 글자를 말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친듯이 뛰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무 긴장해서... 너무 너무 떨려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다리가 너무나도 후들거린다.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원범이 나의 팔을 잡아 나를 가만히 안듯이 부축이다 이내 천천히 나를 앉혀준다. 나를 앉혀주고 나에게서 손을 빼려는 그의 손을 다급하게 잡았다. 다급하게 잡고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두 눈 질끈 감은 채 눈물을 미친듯이 흘렸다. 온 몸이 들썩일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끅끅 거릴 정도로 눈물이 서럽게 흘러내렸다. 그의 손을 놓칠까 그의 손을 양손으로 꼭 잡으며 꼭 껴안았다. “사실... 가질 못했어...” 부르르 온 몸을 떨며 여전히 그를 향해 시선을 두지 못하고 두 눈 질끈 감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술을 떼었다. “엄마도 생각했고 아빠도 생각했고 친구들도 생각했는데... 정말 좋은 일 기쁜 일 행복했던 일 정말 많이 생각했는데... 안 돼... 갈 수가 없어...” 그는 내가 잡은 손을 스르륵 천천히 빼어내었다. 가슴이 덜컥, 덜컥 내려앉는다. 불안해 죽을 것 같아. 이대로 그가 떠나버릴 것 만... “앗...” 나의 얼굴을 감싸는 그의 손길에 그만 깜짝 놀라 버린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움찔하지 않은 채 천천히 나의 얼굴을 감싸며 나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고는 아주 서서히 나의 얼굴을 들어 올려 시선을 마주한다. 그의 까만 눈동자를 보자마자, 나만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마주하자마자 나는 바보같이 또 눈물을 터트리고는 꺽꺽 대기 시작했다. “원래 있었던 곳에서... 흐윽... 끅...끅... 해,행복한 일... 흐윽... 정말 많이 생각하고 생각했는데... 자꾸... 자꾸 생각이 다른데로 흘러가버려. 흐윽... 끅, 끅... 그 생각만 해야 하는데... 자꾸... 니 생각이 나 버려서... 니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그래서...” 눈물을 닦고 또 닦고 내가 닦고 그가 닦아주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닦는데... 자꾸만 흐른다. 정말 나 바보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나 정말 너무 미운 얼굴을 하고 있을텐데... 아, 예쁜 얼굴,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지울 수가 없어... 흐윽... 끅, 끅... 너를 잊어버리고 다른 생각을... 흐윽... 그러니까 너를... 너를...” “사랑해.”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38 새글 158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0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690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16 愛소리샘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처음 손글이라 하셨는데 너무 예뻐요^^ 후두둑, 그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내 손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숨이 거칠게 쉬어진다. 눈물이 뚝 하고 멈추었다. 숨이 거칠어져서 가슴이 미친 듯이 뛰어서 눈물을 흘릴 여력이 없었다. 그가 나를 바라본다. 너무나도 부드러운 눈동자로... 정말 나를 녹여버린다. “사랑해.” 다시 한 번 그의 목소리에 나는 히잉- 하는 요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와 버렸고 그는 나를 바라보며 풉, 하고 웃어 버린다. “진짜... 진짜... 이런 거 싫어...” 투정을 부리듯 눈물을 또 다시 질질 짜며 그를 바라보자 그가 나를 감싸 안는 듯한 상냥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너... 나 죽이려고 하지?” “뭐?” 황당한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지르는 그.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전혀 움츠러 들지 않고 눈을 치켜 뜨며 옹알옹알 투정부리 듯 입술을 쭉 빼며 말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왜 그래...?” “뭐가?” “맨날 테러해.” “테, 뭐?” 아하, 원범은 테러라는 뜻은 모른다. 그것에 순식간에 테러와 비슷한 말을 마구마구 찾아내 이내 다시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넌 맨날 내 심장을 습격해!” “풉.” “웃지마.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습격해서 대처를 할 수가 없어.” “풉... 푸... 하하!” 그는 그 자리에서 내 무릎으로 벌러덩 누워서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그의 모습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이내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봐! 이봐! 또 습격이야! 정말 이러다가는 제 명에 못 살아.” “그래?” 빙그르 나를 올려다보며 웃는 그의 모습에 나는 피가 바짝바짝 탄다. “이봐! 이봐!! 너 또 나 죽일 뻔 했어! 맨날 너 때문에 심장이 바닥에서 나뒹굴어 피가 바짝바짝 타. 정말 정말! 나 이렇게 죽일래?” 한참을 투덜거리는데 내 무릎에 누워있는 그는 단단한 팔과 커다란 손을 나에게 뻗어 나의 볼을 부드럽게 감싸다 이내 나의 볼을 훅, 꼬집는다. “아앗-!” “그걸로 안 죽어.” “에?” “그걸로 죽었다면 난 벌써 죽었어.” 빙그르 장난스럽게 웃는 그의 모습에 나는 코피가 파앙- 파앙... 그대로 벌러덩 뒤로 넘어가 버렸다. “박꽃잎!” 원범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바라보고 나는 그것에 빙그르 웃는다. “우아, 표정 완전 심각해.” 나의 장난스런 미소에 그가 한숨을 푹 내쉬며 이내 미간을 홱 찌푸린다. “죽는다?” “나 죽으면 너도 죽는다면서~ 너도 죽고 싶구나?” “하, 기어오르네...” “내 전공이에요. 오호호호!!” 터억- 한참을 신나게 웃는데 갑자기 내 옆으로 원범이 팔로 머리를 받치고는 옆으로 벌러덩 눕는다. “그래?” 원범은 입가에 스륵,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 순간 미친 듯이 긴장이 되었다. 두근두근두근... 내 심장이 튀어 나올지도 몰라. 내 심장이 터져 버릴지도 몰라. 아아, 이것 봐. 니가 또 내 심장 습격하잖아. 쥐도 새도 모르게 내 습격해서 나 죽이려고 들잖아. 에이, 나쁜 놈. 에이 죽일 놈... 에이... 정말... 미치도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놈. 그의 커다란 손이 나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온다. 그는 나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주었고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두근거리는 모습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이내 그를 향해 몸을 틀어 가만히 그를 올려다본다. 그러한 내 모습에 그도 조금 놀란 듯 나를 바라보다 이내 입가에 미소를 담고는 내 이마에 키스한다. 그의 손이 움찔했다. 그것에 나 역시도 움찔했다. 처음에 불을 모두 껐을 때에는 그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안심이었지만 어느 순간 내 눈은 어둠에 적응되었다. 내가 적응되었으니 그의 눈도 적응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너무나도 떨렸다. 바깥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너무나도 적막했다. 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이 넓디넓은 궁에 나와 원범만 있는 것처럼 적막했다.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쉰다. 긴장했나? 바보 긴장할 것도 없다. 귀인과도 이랬으면서... “으으-” 내가 고개를 내저으며 미간을 찌푸리자 원범이 잔뜩 쫄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풉.” “웃어?” “으응, 아니야. 아니야.” 원범의 이런 모습은 정말 너무나도 처음이라... 나는 그만 귀여움에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원범이 이렇게나 긴장하고 있다니... 귀엽다. 이원범. 헤헤... 박꽃잎아.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귀인이니 뭐니... 그가 누구랑 무엇을 했든...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자. 그는 나를 사랑한다 했고 그의 눈빛에 나를 사랑하는 것이 보이니 그것을 믿으면 된다. 나는 그의 손을 턱 하니 잡고는 내 옷고름 위에 두었다. 그러자 멍하니 내 손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인다. “죽을래. 가만히 있어. 내가 알아서한다.” 그러면서 겨우 이거가지고 얼굴 발개지기는~ 님하. 얼굴이 무지 빨개졌거든요?? 조금 있으면 막 뽕- 하고 얼굴만 치솟을 것 같은데요??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겨우 참으며 나는 큼큼 거리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힐끗 그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푼다.” 고개를 끄덕끄덕... “진짜 푼다.” 뭐가 그렇게 심각한지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마치 적장의 옷고름을 푸는 모양새로 진지하고 결의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것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후, 하며 다시 깊게 숨을 내뱉으며 나의 옷고름에 손을 대었다. 그의 손이 후덜덜 떨리고 나는 그것에... “풉.” 결국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하하!!!”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웃음을 터트리고 배꼽까지 잡았다. “아 웃겨, 아 웃겨!! 푸하하!” “너,너! 죽는다!!” “너,너 나 이미 죽이고 있잖아! 아이고! 웃겨서 죽네! 푸하하하!!!” 진짜 이렇게 귀여울 수가. 우리의 전하께서, 우리의 주상전하께서 이리도 귀여울 수가. 내 앞에서 폼잡고 인상 쓰고 그딴 거 나는 다 잊어버렸다. 하나도 안 무섭다. 부들부들 떠는 손이란... 한숨 푹 내쉬며 붉어진 얼굴이란...!!!! “푸하하!!” “다시!” “뭘 다시?” 그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다시를 외쳤고 나는 웃음에서 겨우겨우 빠져나와 배를 부여잡고는 겨우 일어나 앉아 그를 바라보며 물었고 그는 긴 숨을 내뱉는다. “다시.” 똑바로 나를 응시하는 그의 눈. 나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시.” 그는 다시 한 번 긴 숨을 내뱉더니 이내 아까와는 정말로 너무나도 달라진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그 멋들어진 매력적인 시선 하나에 내 가슴은 덜컥 내려앉고 내 얼굴은 붉게 달아오른다. 원범은 내 옷고름으로 손이 갔고 이내 옷고름을 잡아 당겼다. 옷고름은 너무나도 쉽게 풀렸고 그는 나의 저고리를 천천히 벗겼다. 저고리가 벗겨지자 내가 봐도 민망할 정도로 맨들한 어깨가 들어놨고 깊게 파인 가슴골이 드러났다. 순간 무언가 바짝 긴장이 된다. 나는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의 치마고름을 풀 줄 알았는데 그는 거침없이 나의 치마고름을 풀었고 이내 새하얀 소복이 나왔다.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소복이 원래 이렇게 야했던가...? 내 살이 전부 다 비춰진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두근두근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원범의 손이 나에게 다가와 나의 옷고름을 풀었고 이내 옷은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1초만에 훌러덩 아래로 툭, 떨어져 버린다. 맨 몸이 되어 버린 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창피함에 온 몸에서 열이 끓어올랐다. 부들부들하고 맨들한 나의 속살들의 내 눈에 들어오는데... 왜 내가 이렇게 민망하니. 매일 목욕할 때도 봤고 옷 갈아입을 때도 봤는데 왜 이렇게 창피하니. “우아아앗...” 원범이 나의 맨들한 어깨를 손으로 감쌌다. 그것에 놀라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를 바라보는데 그의 표정은 아까와 달리 여유롭기만 하다. 뭐야, 아까 그 귀엽던 원범 어디 갔어?? 창피하고 너무 쑥스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 시선을 이곳에 둘지 저곳에 둘지 모르는데 그가 나를 와락 천천히 자신의 품안에 집어넣고 이내 나를 꼭 안아주더니 입술로 나의 귀에 키스한다. 깜짝 놀라 움츠러들지만 그는 다시 장난을 치듯 나의 귓불에 작게 키스한다. “가,간지러워.” 내 목소리는 왜 이렇게 애교있게 나오니?? 내 목소리에 내가 깜짝 놀란다. 간지럽다는 내 말에 그는 내 귀에 몇 번 뽀뽀를 살짝씩 하더니 이내 내 목덜미에 키스를 하다 이내 내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나를 바라본다. “왜... 봐...” 힐끗 힐끗 그를 올려다보며 하는 나의 말에 그가 피식 웃는다. “왜 웃어...” “넌 왜 그러고 있는데?” “나야... 쑥스러우니까...”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한 손으로 나의 허리를 감고 나머지 한손으로는 나의 볼을 어루만지며 진한 키스를 한다. 그의 키스가 황홀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다. 그가 천천히 나를 눕히고 나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하며 천천히 눕는다. 그를 힐끗 바라보다 다시 눈을 질끈 감는다. 그의 모습이 정말 너무 멋있다. 아니... 그래, 나 변녀다. 그의 모습이 정말 너무나도 섹시하다. 남자가 섹시하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야. 남자가 이렇게 매력적이라고 느낀 적은 처음이야. 어두운데도 너무나도 잘 보이는 그의 붉은 입술이 탐스럽다. 아래로 내리깔린 그의 속눈썹이 너무나도 예쁘다. 그가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와 나에게 입맞춤을 하고 나는 그에게 그 모든 것을 맡긴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40 새글 15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1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158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17 욱숑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우아.우아.우아. 후아.후아.후아... 으아아아아아- 어쩌지? 어떻게 하면 좋지? 몸을 좀 움직이고 싶은데...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은데... 화장실도 가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너무 많은데... 잠이 깬지는 한 1시간 정도 흐른 것 같은데 원범이 일어날 생각을 하질 않는 덕분에 나는 그대로 원범의 품에 쏘옥 안겨 경직된 자세로 있을 뿐이다. 사실... 어제 밤에 있었던 일로 상당히 피곤(?) 했던 우리는 그대로 뻗어 자버렸고 덕분에 나는 홀라당... 벗은 상태였다. 아이쿠 쑥스러워라. 아이쿠 민망하여라. 원범의 팔을 저리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어야 하는데 팔을 저리로 치우면 원범이 번쩍 눈을 뜰 것 같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면 좋아!!!! “기침 하셨습니까.” 뜨아-!!! 왜 왜! 최내관 니가 와서 원범을 깨우냔 말이다!! “기침 하셨습니까.” 그만 해! 말 그만 해!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못했단 말이다. 빨리 옷을 주서입고 원범을 깨워야 하는데...!! 갑자기 그가 뒤척, 이더니 이내 나를 더욱 더 꼭 안아 도저히 도망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만다. 어쩌지? 어쩌지?? 으아아아아- “시끄럽네.” 이,이,이일어났다!!!!! 두근두근 식은땀은 삐질삐질 흐른다. 어쩌면 좋지? 어떤 얼굴로 그를 맞이하면 좋지? 나는 홀라당 벗었는데... 그리고 워,워,워,원범도...!!! “일어났으니까 그만 고해도 된다.” 원범의 말에 최내관은 이내 잠잠해졌고 원범은 잠에서 깨자 나를 더욱 더 꽉 안으며 나의 머리에 입술을 쪽 맞춘다. 그것에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라 눈만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자리에서 원범이 일어나려 하고 나는 원범의 팔을 홱 잡았다. 그러자 원범은 일어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누은 자세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붉어진 얼굴로 원범을 바라보지 못한 채 말한다. “저기...” “왜?” “저기...” “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어쩔 줄을 몰라하자 원범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이내 빙글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씨익 올린다. “알았다.” 알아? 내가 민망한지 알겠어? 나는 너무나도 다행이라는 얼굴로 방긋 웃으며 그를 바라보자 그가 갑자기 문쪽을 바라보며 말한다. “최내관. 숙의랑 한 판 더 뛰어야겠으니 물러가라.” “야!! 뛰,뛰긴 뭘 뛰어!!!” “뛰자며.” 너무나도 당당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뛰자며’ 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 혈압 오른다. “언제!!!” “그렇게 살랑거리면서 저기... 거리는데 그게 아니면 뭔데?” “이,이,이!! 아니야!!!” “그럼 뭔데?” “나를 색기 녀로 보고 난리야!!!” “색기가 철철 흐르던데.” “아니라구!! 그러니까 너랑 내가 홀딱 벗고 있으니까! 우리가 민망하니까!!!” “아. 좋으네.” “이,이, 밝힌증 환자!! 좋긴 뭐가 좋아! 너랑 나랑 벗고 있는 게 좋아?!” “그게 아니라 밖에 최내관이랑 임상궁이랑 나인들 다 있지 않냐?” “억.” “그렇게 너 벗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냐?” “억... 억... 아니야!!!!” “풉.” 그는 킥킥 거리며 웃음을 터트렸고 나는 민망함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이불을 푹 덮어썼다. 그러자 원범은 이불을 딱 내 목까지만 홱 걷으며 말한다. “색기녀.” “아니라니까!!!” 내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는데 원범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나는 꺄악- 소리를 내지르며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 “귀따거.” “이,이,이,이, 바보야!!” “뭐?” “아무리 우리가 어제... 그,그런 일이 있어도 홀딱 벗고 그렇게 일어나면...!!!” “밝히지 좀 마라.” “응?” 무슨 소린가 싶어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질끈 감는데 갑자기 원범이 이불을 뺏는다. 나는 필사적으로 내 몸을 가리기 위해 잡긴 잡았는데 이내 내 눈은 원범을 바라보았고 이내 나는...!!! “뭐야.” 라며 미간을 찌푸리며 허탈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뭐가?” “너... 왜 옷 입고 있어?” “안 되냐? 와 밝혀.” “아,아니! 어제 같이 버,벗고 잤는데...” “너 잠들고 아래는 입었지. 미쳤냐? 그냥 자게?” “그,그럼 나는 미친 거?” “그런가?” “그런가는 뭐야!!!!!” 나의 바락거림에 원범은 피식 웃으며 이내 자리에서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나를 돌아보았고 나는 이불로 칭칭 몸을 감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바라보았다. “너무해.” “니가 잤잖아.” “그래도!!!”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지. 발악은.” 원범의 스쳐지나가는 말에 나는 또 얼굴이 시벌겋게 달아오른다.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지...? 그럼 우리는 앞으로도 매일 이런 것을...??? 꺄악-!!! 그대로 뒤로 휙 누워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미친듯이 빙글빙글 돌며 굴렀다. “미쳤냐.” 원범의 말에 화들짝 정신 차려 큼큼거리며 올라가는 입 꼬리를 멈추려 하지만 멈춰지지가 않는 나의 팔불출 입술. 옷을 다 차려 입은 그는 앉지 않은 채 몸을 숙여 나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간다.” “으응-! 잘가!” 나는 방그르 웃으며 그가 가는 것을 보았고 그는 밖으로 나가려다 이내 우뚝 멈춰 서서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근데 너 코 좀 그만 곯아라.” “어,어??” “이빨도 그만 갈고.” “에에엑...” “잠꼬대도 하지 말고. 뭐라더라? 비빔밥 하나 추가요~?” “이,이,이...!!!” “간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드르륵 쾅- 하고 문이 닫히고... “아,아, 쪽팔려-!!!!!” 나의 비명은 내 처소를 울리고... 궁안에 조심이 이상했다. 아직도 김씨 세력이 엄청났지만 조금씩, 조금씩 김씨 세력에 대항하는 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비의 수렴청정이 계속되긴 했지만 수렴청정을 때인데도 불과하고 왕이 의견을 내어 신료에게 명했다. 그럴 때 마다 대비는 웃으며 ‘주상께서 이리 정사를 잘 돌보시니 어미의 마음이 뿌듯합니다.’ 를 반복하지만 절대 수렴청정을 거두지는 않았다. 가장 커다랗고 결정적인 일은 숙의와 임금이 한 밤을 지내우고 나서였다. 힘을 조금씩 키우며 김씨 세력에 맞서던 그는 어느 날 엄청난 결정을 했다. “박인호를... 참판에 올린단 말입니까?!” 문근은 기겁을 하며 원범을 향해 소리쳤고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소리친 것이오?” “아,아닙니다. 전하. 그저 소인은 너무나 놀란지라...” 문근은 머리를 조아리며 그대로 꼬리를 내리지만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뒤에 발을 치고 원범이 정사를 돌보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대비의 얼굴 또한 마찬가지였다. 빳빳이 굳어서는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라도 지를 듯이 바라보지만 원범은 그것을 느끼며 마치 즐기듯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어마마마께서도 제 뜻이 말도 안 된다, 그리 여기십니까?” 이곳에 있는 모든 신료들은 대부분의 김씨 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워낙 막강한 김씨 세력들이라 아무런 말도 못하고 김씨 세력의 눈치만 볼 뿐이다. “박인호라면...” “예. 한 때 상선까지 지낸 자이지요.” “관직이 싫다 강화도로 멀리 간 그를 왜...” “그 자의 능력을 원하옵니다.”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대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연다. “설마 주상 그자가 숙의의 아비이기에 그러는 것이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사옵니다.” “요새 주상이 매일 같이 숙의의 처소에 든다고...!!!” “어마마마께서는 다 큰 아들의 잠자리까지 걱정하고 계십니까?” “이...!” “어마마마. 걱정 마세요. 원자는 꼭 낳아 드릴 겁니다. 귀인이던 중전이던 숙의던 그 누가 되던 원자는 나라의 복이 아닙니까.” “그,그렇지요.” 대비는 붉어진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며 한 번 꼬리를 내리지만 이내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가시돋인 말투로 차갑게 내뱉는다. “제가 하는 말은 주상께서 숙의를 총애하시어 박인호 그자를 말도 안 되는 관직에 올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그의 능력을 믿지 못하십니까?” “그것이 아니라...” “선대, 선대왕께서 그를 등용하셨다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원범의 말에 대비는 미간을 찌푸려진다. 박인호는 정말 너무나도 어린나이에 순조가 왕위를 물러나기 전 상선이라는 자리에 앉은 적이 있었다. 그의 능력이 너무나도 뛰어났고 그의 지략이 엄청나 순조는 너무나도 어린나이인 그를 파격적으로 관직에 앉혔지만 그가 죽고 헌종이 등극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강화도로 내려가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런 그를 다시 관직에 올리려 한다. 파격적이긴 하나 자신의 남편인 왕이 한번 관직에 그것도 상선이라는 자리에 앉았던 자이다. 능력에 대해서는... 무리가 없다. 대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이를 악 깨물며 주먹을 쥐었다. “하오나 이것은 너무나도...” 한 신료의 말에 원범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물었다. “너무나도...? 무엇이 너무나도 어떻다는 말이오?” “파격적이며...” “선대, 선대왕께서 하신 일입니다.” 빙긋 그를 향해 미소 짓는 원범의 모습에 이의를 제기했던 신료는 입을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이것은 아니 되는 일입니다.” 김문근은 머리를 조아리며 원범을 향해 말했고 원범은 그를 응시하며 입술을 떼었다. “무엇이 안 되는 거요?” “그가 등용이 되었을 때에는 그가 원하였던 것이나 그는 이곳을 버리고 왕의 명을 어긴 채 나간 자입니다. 그런 자를 다시 등용하는 것은 여태까지 지내오신 선대왕께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사옵니다.” 문근의 말에 원범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고 문근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것은 아니 되는 일입니다. 그는 너무 초야에 묻혀 살아 사직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며 백성들을 돌보는 것을 잊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그 자를 잘 알지 못하시고 이것은 너무나도 얼토당토하지 않는 일이니 명을 거두어...” “부원군께서는 내가 무엇으로 보이오?” 왕의 말에 문근은 움찔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원범은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그 차분함 속에 무섭도록 차가운 시선이 담겨 있어 온 몸이 소름이 돋아왔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입술을 뗀다. “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시 옵니까.” “부원군께서는 잊었나보오.” “무엇을...?” “내가 당신의 사위이기 전에 당신이 나의 신하라는 것을.” 문근의 표정이 극심하게 흘들리고 신료들은 모두 술렁거리며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대비는 이를 악 물며 주먹을 불끈 쥐며 왕을 노려보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원범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서릿발 같은 시선을 그에게 준다. “여태까지 선대왕께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으셨다?” “그러하옵니다.” “내가 왕이오.” “전하께서 왕이십니다.” “선대왕께서 새로운 일을 개척하고 새로운 인물을 등용하시어 여태까지 역사를 만들어 온 것이오. 시대마다 모두 처음은 있었고 처음을 한 왕의 명을 따르며 그 역사를 따르며 여태까지 조선의 역사가 이어져 온 것이란 말이오! 짐이 그 역사를 만들겠다는 것이오! 내가 왕인데... 그대들의 군주인데...! 무엇이 문제인거요?”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42 새글 159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2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004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18 하늘아래★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문근은 진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대로 왕의 주변 인물들을 늘릴 수는 없었다. 요직에는 아직도 자신의 가문 사람들이었지만 수렴청정 중인 지금 현재도 아래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젊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용되었고 어느샌가 아래 관직에는 김씨의 세력과 왕의 세력이 엇비슷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이제는 커다란 자리까지 자신의 사람을 등용하려는 왕을 막아야 한다.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 “전하... 하오나...” “하오나!? 하오나 무엇이오? 그가 초야에 묻혀 살아 백성들을 돌보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초야에 묻혀 백성들과 가까이 했기에 백성들의 머리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자들 보다는 훨씬 백성들의 안위를 살필 것이오!” “주상.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대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너 딱 걸렸어.’라는 포스가 느껴지는 대비의 말투. 대비는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려는 듯 차갑게 원범을 향해 말했다. “머리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자들이라니? 지금 그것은 여기에 있는 신료들을 향해 말하는 것이오? 지금 신료들이 백성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어마마마께서는 그리 생각하십니까?” 원범의 상냥하지만 그 속에 들은 날카로운 비수 같은 음성에 대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처음에는 젖도 떼지 않은 맹수의 새끼였다. 그러나 어느새, 정말 어느샌가 살을 뜯어 집어 삼켜 먹어 버릴 정도의 엄청난 맹수로 자라나고 있었다. “소자는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답니다. 그저... 그저 높은 곳에 있는 신료들이 그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있었던 자가 조금 더 백성들을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백성들과 굴러다니는 말단 관직에 있는 자를 올리지 그러오?” “능력만 있다면 그리 될 것입니다.” “주상! 그 무슨 소리를...!!!” “능력만 된다면 말입니다. 이것은 선대왕들께서 해 오신 일입니다. 능력이 되어 과거에 급제한 자들은 나라의 녹을 먹으며 백성들을 돌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능력이 뛰어나면 당연히 요직으로 앉히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 자는!!” “능력이 되지 않는다... 말씀 하시는 것입니까?” 원범의 말에 대비는 입을 꾹 다물었다.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남편이자 선대, 선대 왕의 선택이 잘못되었다 말하는 것이니 말이다. 문근은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굴려보지만 너무나도 잘 받아치는 왕에게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대비가 입을 다물고 신료들이 입을 다물었다. 원범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본다. “그러면 내 뜻에 어마마마께서도 신료들도 찬성하는 것으로 하겠소. 도승지께서는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 주시오.” “예. 전하. 명을 받들겠나이다.” 도승지는 자꾸만 흘러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지만 이내 꾹꾹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도승지 또한 이번에 새로 관직에 등용된 자로 원범을 모시는 원범의 편에 선 자였다. “그럼 이만 나시겠습니까. 어마마마.” 원범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공손히 말했고 대비는 이가 부득부득 갈렸지만 최대한 냉정을 찾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요. 주상. 조금 피곤하구료.” “제가 대비전까지 모셔 드리겠습니다.” 원범의 가식적이고 비위를 건드리는 말에 대비의 눈썹이 팍, 하고 일그러지지만 이내 숨을 내뱉으며 미소 짓는다. “주상께서도 피곤해 보이오. 가서 쉬십시오. 나는 괜찮습니다.” “소자는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하여 어마마마를 모시고 싶사오나 어마마께서 그러하시다면 어마마마의 말씀을 따르겠사옵니다. 정사를 보는 일이 피곤하신 모양이십니다.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원범은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말하지만 말만 보면 상냥하기 그지 없는 말이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았다. 쉬라는 그 말속에 함축적 의미가 이미 수렴청정을 그만하라는 것을... “내가 힘들지만 어쩌겠소. 주상이 걱정이 되어 어미가 이리 주상의 곁에 있을 수 밖에...” “어마마마의 배려에 소자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호호호. 그럴 것 없소. 그럼 나는 가보리다.” 대비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대비가 나서자 원범이 그 자리를 떠나고 나머지 신료들이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문근은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로 심기가 안 좋은 모습으로 중전의 앞에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문근을 바라보며 중전은 원범이 한 계획이 이루어졌구나, 라고 생각하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중전마마.” 문근이 그녀를 힘겹게 불렀고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대답한다. “예. 아버님.” “전하께서 이번에 숙의의 아비를 불러 참판에 앉힌다고 하옵니다.” “어머. 그래요?” 그 건은 이미 원범과 다 한 계획이었지만 그녀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게 말이 되옵니까? 안 그래도 전하께서는 숙의께 행차가 많으신데... 이러다가 숙의가 원자를 갖고 그의 아비가 참판에 오른다면...!!!” “아버님.” 문근을 흥분을 하며 미간을 찌푸리자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고 문근은 무슨 좋은 수가 있나 싶어 그녀를 바라본다. “저를 그리도 못 믿으시옵니까?” “못 믿는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너무 걱정마시고 가만히 보고만 있으셔요.” 중전의 말에 문근은 의아한 표정으로 중전을 바라보았다. 문근은 요새 조금 불안했다. 중전의 있는 그녀가 그녀의 집안을 위해서 무언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마치 방관하는 듯 멀리서 불 난 듯 남의 집 불 구경식었기에 문근이 오늘 그녀를 찾아온 것이었다. “제가 제 입으로 중전이 되고 싶다 하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중전이 된 이유는 어떻게든 이룰 것입니다.” “중전이 된 이유가...?” “우리 집안이 바로 서고 백성들이 안정을 되찾는 것을 보기 위함이지요.” 중전이 생각하는 우리 집안이 바로 서는 것... 그것은 권력을 휘두르며 왕의 마음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왕을 따라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근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집안이 지금보다 더 부흥을 한다면 백성들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자신의 집안이 권력을 휘어잡게 되면 권력 다툼은 적어질 것이고 백성들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 그리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 짓는다. “알겠습니다. 중전마마만 믿고 있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하는 모든 일은...” 중전이 담담한 시선으로 문근을 바라보자 문근은 무언가 묘한 기분을 느꼈지만 그것을 지우고 그녀를 바라본다. “아버님과 저희 가문이 위험하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예...?” “아버님과 저희 가문이 모두 함께 사는 길입니다. 그러니 어떤 일도 노여워 마세요.” 중전의 말에 조금 당황스러운 문근이지만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예. 중전마마.” 중전의 입술에서 씁쓸한 미소가 흘렀다. 중전은 이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했다. 가문을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쇠퇴하게 하여 왕권을 강화시켜 왕을 보필하며 백성들을 보살피는 것... 그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그것을 이루려는 것이다. 왕권이 강화되어야 신료들끼리의 권력 다툼이 사라지고 나라가 안정을 되찾는 것이다. 만약 중전의 마음을 알게 되면 그녀의 집안과 그의 아버지가 얼마나 실망하실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멈출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죽고 싶은 그녀를 일으켜 세운 목표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나는 이불에 벌러덩 누운 채로 옆에 책상 위에서 서책을 보고 있는 원범을 바라보았다. 원범은 저녁에 나를 찾아와 나와 놀아주다가 이내 저렇게 서책을 보곤 했다. 서책을 보면 심심하고 할 일이 없어지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고 있다. 그리고 원범이 서책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진짜 현명하고 총명한 왕이 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견문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원범이 책을 읽을 때에는 어쩔 때는 나도 책을 읽거나 수를 놓거나 또 이렇게 벌러덩 엎드려 편안하게 원범이 책을 읽는 것을 구경할 때도 있었다. “왜?” 원범이 빙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마치 탐정이라도 되는 듯이 말했다. “입 꼬리가 평소보다 살짝 더 올라갔고 입 꼬리보다는 아니지만 눈 꼬리 역시 올라갔고... 또 전체적으로 얼굴이 환한 것이~” “있었어.” “좋은 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원범을 향해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픽 웃는다. 야, 너 자꾸 그럴 거야? 왜 그렇게 신경질나게 멋지게 웃는건데!! 푸풉. “뭔데? 좋은 일 뭔데??” 내가 쪼르륵 달려와 옆에서 쪼르듯 묻지만 그는 서책에 시선을 푹 받고는 나를 바라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진짜 이러기야? 뭐냐니까?” “몰라도 돼.” “알면 안 돼?” “돼.” “근데 왜 안 알려줘!!!” “그냥.” “와! 심술쟁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가 서책에서 시선을 돌려 나를 쓱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그것에 나는 도끼눈을 뜨며 원범을 바라보았다. “자꾸 그렇게 눈 뜰래?” “왜! 왜! 이 나쁜놈아. 그것 좀 알려주지. 치사하게 사람 궁금하게 그러니까 째려보는거야!” “그런 거냐?” “그런거다!” “근데 왜 그렇게 색기 흘리며 쳐다보는데?” “커억.” 빙그르 웃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침이 꼴까닥 삼켜진다. 색,색기? 내 눈에서 그런 것이 흘렀단 말이야?! 와, 나도 색기를... 와, 나도 색기를... 남들은 잘 흘리지만 내가 흘리면 바보가 띠리리- 하며 웃는 그 색기를 드디어 나도 흘리다니!!!!! “한 판 떠?” 어쭈구리? 지금 나랑 한판 뜨자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주먹 불끈 쥐며 원범을 향해 소리 쳤다. “준비 됐다! 한판 떠!!!” 뜨자니까 이놈은 뜰 생각을 안 하고 실실 쪼개며 나를 바라본다. 뭐야? 뭐야? 왜 저렇게 어이가 없다는 듯 실실 쪼개는 건데?? 벙한 얼굴로 원범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원범은 팔을 홱 들어 올려 나의 손목을 잡고는 그대로 힘을 주어 나를 앉혔고 나는 멀뚱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입가에 멋들어지는 미소를 잡아 쥐고는 응시한다. “뭐,뭐야!” “떠?” “그래! 뜨자며!!!” 바락 소리를 지르는데 원범이 나를 허리를 강하게 팔로 강하게 휘어잡으며 나의 입에 입맞춤을 했다. 멀뚱멀뚱 놀라 원범을 바라보다 이내 그의 녹아드는 키스에 조용히 눈을 감는 나. 그의 달콤한 입술에 나는 온순한 양이 되고 만다. 그의 달콤한 미소 하나에 나는 그를 따르는 순진한 꼬마가 되어 버리고 만다. 아아, 나 너무 원범을 사랑하나봐. 그가 천천히 내 입술에서 입술을 떼며 빙그르 웃는다. “뜨까?” 그의 말에 나는 얼굴이 붉게 타오르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투정 부리듯 원범의 가슴을 손으로 툭 치며 말한다. “아잉. 뭘 묻고 그래. 알.아.서♡” “쿡.” 원범은 픽 웃음을 터트리다 이내 나의 볼에 이마에 입술에 키스를 하며 천천히 한판 뜨기 분위기로 돌입한다. 꺄아- 오늘도 한 판♡ 나 너무 변녀 같애... 으흐흐흐... 결국 난 알아내지 못했다. 원범이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지... 나는 내가 궁금해 했던 것을 싸그리 잊은 채로 원범의 품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아침에 깼고 그가 처소를 나가며 나에게 툭 말을 내던졌다. “내가 기분이 좋은 이유. 나중 되면 알게 돼. 너에게도 좋은 일일 거다.” 나중 되면? 나중 되면 알 거 될 것 왜 지금 말 안해주냔 말이다!!! 우씨, 궁금해. 처음에는 그저 단순하게 알고 싶어서 물었는데 원범이 아침까지 기억하고 나에게 그 물음에 대답을 애매모호하고 하고 거기다가 나에게도 좋은 일이라니? 원범에게도 좋은 일. 나에게도 좋은 일? 그게 대체 뭐람?? 수를 놓아도 그것이 생각나고 서책을 보아도 그것이 생각이 났다. “마마. 호위무사 들었습니다.” 임상궁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라하라.” 인혁의 모습이 방 안에 들어서고 나는 방긋 웃다가 이내 입술을 쭉 내밀며 말했다. “대체 무엇이냐?” “예...?” “왜 이리도 늦었냐는 말이다! 정말 늦어도 너무 늦었다. 두 세 번은 왔다갔다 거리고도 남을 시간이다!” “전하의 명도 함께 받드느라...” “전하의 명을?”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 눈을 멀뚱멀뚱 뜨는데 갑자기 인혁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그것에 깜짝 놀랐다. 잘 웃는 법이 없는 그가 저리도 기쁘게 웃는다니. “무,무슨 일이길래 그리 웃는 거야?” “조금 있으면 아시게 되십니다.” “에?” “마마께 분명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에?” 아니 이것들이 둘이서 짰나? 갑자기 원범의 명을 받들어 무엇을 하고 왔기에 둘 다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좋은 일이 될거라고 말하는 거야? “양순이에게 잘 전해주었습니다.” 멀뚱멀뚱 바라보는데 인혁은 딴 소리를 한다. 조금 어이가 없어서 멍 하니 바라보는데 그는 다시금 입술을 뗀다. “마마의 선물을 받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림이 그려진다. 양순이는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울었을 것이고 그것을 자상하고 상냥한 철정이 다독여 줬을 것이다. 참 잘 어울리는 두 사람. “그래. 정말 다행이네.” “마마.” 임상궁이 나를 불러 나는 깜짝 놀란다. 누가 나를 찾아왔나? 왠지 나에게 누군가가 찾아왔다는 삘로 나에게 고하는 임상궁. 원범이 오면 저렇게 조용히 고할 리가 없고 나를 찾아오는 인혁은 여기에 있고 설마 귀인?! 귀인이면 진아가 벌써 정보통으로 나에게 알려줬을 거고... 누구지? “박 참판 대감께서 드셨나이다.” 에? 박 참판? 건 또 누구야. 뭔 소린가 싶어서 뚱한 얼굴로 고민을 하는데 인혁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에에.” 내가 놀란 듯 그를 눈으로 붙잡자 그는 빙그르 웃으며 자리에서 물러서며 말한다. “참판대감을 맞으시지요.” “어? 어어... 드,드시오.” 내 목소리가 부들 떨렸다. 그런 나의 모습이 불쌍하지도 않은지 인혁은 빙글 웃으며 밖으로 나가고 붉은색의 신료복을 입은 한 대감이 인혁이 한 쪽으로 비켜서자 안으로 들어오고 인혁은 그가 들어오자 밖으로 나간다. 떨린다. 떨린다. 누구야? 박참판이라는 사람 모르는데 왜 나한테 온 거지? 나한테 로비하러?? 나한테 잘 보이려고?? 그렇다면 똑바로 일러줘야지. 나한테 잘 보여도 떨어지는 콩고물은 아무 것도 없을 거라고. 조금씩 그 사람은 내게로 다가오고 나는 침을 꼴까닥 삼켰다. 박꽃잎. 쫄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는 거야!!! 나는 두 눈을 부릅뜨며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똑바로 응시했다. “마마.”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나에게로 다가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나의 눈에 익었다. “세,세상에...! 아버님!!”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48 새글 160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3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011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19 메롱이ㅎ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화려하고 너무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버님을 향해 뛰어 아버님의 팔을 잡고는 아버님을 올려다 보았다. “이게... 이게 대체!!!” “숙의마마 절 받으십시오.” “예? 아,아버님!” 아버지는 나에게 절을 했고 나는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이내 아버지를 일으켜 세웠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넘쳤다. “이게, 이게 어찌 되신 것입니까. 참판이라니요...?” “전하께서 나를 불러주셨습니다.” “예...?” “전하께서 세상을 바꿀 힘은 없지만... 적어도 백성들을 조금이라도 이롭게 하는 왕이 되시겠다며... 저에게 다시 정사를 논의하자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 입은 자꾸 웃는데 눈은 자꾸 운다. 아버지께서 조금 많이 야위신 것 같았다. 내 걱정에 이리도 야위셨을까... 이곳에 올 것을 고민하시느라 이렇게 야위셨을까... “아버님. 이리로. 이리로 앉으세요.” 상석을 아버지께 드렸으나 아버지는 기어코 사양을 하시며 나를 상석에 앉히셨다. 이렇게 아버지를 볼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다시는 보기 힘들 거라 그리 생각했는데... 아, 너무 행복해. 원범과 인혁이 의미심장하게 웃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원범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셨어요. 아버님께서는 더 이상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하신다고 어머님께 들었습니다.” “한 때는 그랬지요.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은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러기에 그 희망을 가지고 계신 전하를 있는 힘껏 도와 이 나라의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이롭게 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아버지의 말에 나는 작은 미소가 돌았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왕은 내가 배웠던 철종과 달리 움직이고 있었다. 무능력하고 서글픈 비운의 왕이 아니라 조금씩 현명한 왕이 되어가고 그의 주변에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사가 바뀌고 있다. 역사가 바뀌는 것은 너무나도 두렵지만... 해보고 싶다. 이것을 막고 싶지는 않다. “아버님을 이렇게 뵈니 너무 기뻐요.” “시간이 지나면 상황을 보아 좋아지면 마마의 어머니도 이곳에 올 수 있으실 겁니다.” “저,정말요?!” “지금 저희 가문은 전부 한양으로 옮겨 온 상태라...” 세상에! 세상에!!! 날아갈 것 같다. 하늘을 훨훨 날아가 버릴 거야!! 아버지가 관직을 맡으시면서 우리 집 모든 사람들이 한양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럼 양순이는? 양순이는 철정이 때문에 그곳에 남은 것은...? “양순이는 철정이와 새로이 가정을 꾸려 종이 아닌 그저 백성으로 살고 있습니다.” “예...?” “제가 양순이의 노비 문서를 불태웠습니다. 양순이는 더 이상 노비가 아니지요.” “아버지!!” 너무 기뻐 환하게 웃으며 아버지를 향해 말했고 아버지는 상냥하게 미소 지으시며 내게 말한다. “마마를 위한 선물입니다. 기쁘십니까?” “기뻐요! 기뻐 죽을 것 같아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요새 너무 행복하다. 행복해 죽을 것 같다. 원범과 매일, 매일 서로의 얼굴을 보며 사랑을 속삭이고 나의 가족들이 한양으로 오고 원범은 차근차근 자신의 세력을 넓혀가고... 정말 꿈인 것 같아 두려울 정도로 행복하다. 너무 행복해. 너무 행복해서... 그 행복이 깨질 것 같아 두렵다. 대비는 냉랑한 시선으로 자신의 앞에 앉은 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아름답지도 않았다. 집안이 좋지도 않았다. 어디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이런 여인이 왕의 성은을 입었다니 대비는 한숨이 나올 뿐이다. 집안 좋고 얼굴 아름답고 총명한 휘영은 아직 성은을 입지 못했는데 이렇게 하나 같이 모자란 후궁들이 먼저 성은을 입다니... 어쩌면... 아니 어쩌면이 아니다. 휘영이 집안이 좋다는 것에 왕은 휘영을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휘영은 자신의 집안의 사람이었고 왕이 그것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지금의 왕은 틀렸다. 처음에는 무지한 농사꾼이라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신의 말만 잘 들을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다. 저돌적으로 돌진할 때도 있고 용기가 있는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덤벼들곤 한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두려움의 요소로 작용되고 있었다. 무대포적으로 돌진하는가 하며 자멸할 줄 알면 뒤에 모든 것들이 착착 진행되어 있어 자멸은커녕 더 등치가 커진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했다. 휘영을 취하지 않는다면 왕이 총애하는 여인이라도 하나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주상의 성은을 입었다고?” 대비의 말에 귀인은 움찔이며 힐끗 대비를 바라본다. 대비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응시하며 입술을 뗀다. “내가 자네에게 물었네.” “예... 대비마마.” “주상의 성은을 입었다고?” “...예...” 세영은 가슴이 벌렁벌렁 거렸다. 대비는 그 날 어떤 사람을 죽이고 싶지만 그 날 밤 당장 죽이는 무서운 여인이었다. 자신을 쳐다도 보지 않던 그녀가 자신을 이리 불러 전하의 성은을 입었냐고 부르다니... 겁이 나고 불안한 것이 당연했다. “원자를 가졌는가?” 그녀의 말에 세영은 깜짝 놀라 대비를 바라보았다. “아닌가?” “아,아직...모르옵니다.” “의원을 부르거라.” 대비의 말에 세영은 식은땀 흘리며 잔뜩 겁을 먹은 모습으로 시선을 어디에 둘 줄 몰랐다. 마치 감옥에 갖힌 듯, 곧 죽음을 당할 사람처럼 눈동자에 겁에 가득 찼다. “겁 먹지 말아라.” 대비는 차갑게 그녀를 응시하며 입술을 작게 열었다. “마마, 제,제가 왜 이러시는 것이 옵니까.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그녀는 납작 바닥에 엎드려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울음을 터트렸고 대비는 그런 그녀를 마치 벌레보듯 바라보다 이내 표정을 바꾸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내가 너를 죽일 것 같으냐...?” 세영이 놀란 얼굴로 납작 엎드린 채로 고개를 올려 그녀를 바라본다. “걱정 말거라. 나의 말만 잘 듣는 다면 죽이지는 않을 것이야.” 대비의 미소에 세영은 온 몸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대체 대비는 세영을 어찌할 생각인 것일까... 그녀는 불안함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요즘 재미가 좋으시다구요?” 중전은 꺄르륵 웃으며 나를 놀린다. 중전의 놀림에 얼굴을 붉게 붉히며 한숨을 푹 쉬는데 중전은 책상에 턱을 괴며 나를 빤히 바라보며 감탄한다. “정말 사랑이 좋긴 좋은가 봐.” “예...?” “피부에서 빛이 난다, 빛이 나.” 진짜... 사람 민망하게 시리... 요새 내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말하면 우째!!! 푸하하!!!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는 나는 내가 봐도 예뻐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니까! 푸하하하!!! “숙의가 자꾸 이렇게 예뻐지면 내가 질투나잖아.” 중전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흥, 거렸고 그것에 나는 중전의 두 볼을 꼬집어 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귀엽다, 귀엽다!!! 중전에게 이런 말해서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귀엽다. 이것아. 나 더러 예뻐졌다고 하지 말고 너 이뻐진 것을 생각하여라. 아, 요새 인혁이랑 잘 되는 건가? 한층 더 예뻐졌다. “요새 인혁이 자주 보십니까?” “응. 자주 봐. 숙의 덕분이야.” 중전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나까지 기뻐진다. “인혁이 잘해줘요?” 내 말에 중전은 가만히 나를 응시한다. 그것에 나는 멀뚱멀뚱 조금 의아해 하며 그녀를 바라보는데 중전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환하게 웃는다. “그럼. 얼마나 잘해주는데.” “이렇게 중전마마와 인혁이 다시 만나게 되어 다행이에요.” “응. 나도 다행이라 생각해.” 기뻐하며 방긋 방긋 웃고 있는 중전의 얼굴에 그늘이 있다. 무슨 근심이 있나? 살짝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중전을 향해 입술을 떼었다. “무슨 근심이 계십니까?” “응?” “웃고 있는 마마의 얼굴에 그림자가 조금씩 비춥니다.” “그래?” 그녀의 미소에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정말 티가 팍팍 날 정도로 어두운 그림자가 진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는데 그녀는 그 모습을 싹 지우며 해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내젓는다. “그런 것 없어. 요새 숙의도 있고 인혁이도 있고 전하의 일은 잘 되어 가시고 해서 너무 좋아. 너무~!” “저도 그러합니다. 헤헤...” 중전은 웃는 내 모습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내 입술을 뗀다. “오늘 밤 중요한 일이 있어.” “중요한 일이요?” “응. 자세한 것은 전하께서 너에게 말할테니 오늘은 긴장하고 있어야 할 거야.” 방그르 웃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순간 억, 하는 불안감을 느낀다. 뭐지? 뭐지? 대체 중요한 일이란? 설마 내가 기겁하며 억, 하고 쓰러질 일은 아니겠지? “억-!!” “야!” 뒤로 넘어갔다. 원범은 깜짝 놀라 억 하고 넘어간 나를 다시 일으키고 나는 어벙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피식 멋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한다. “죽이지.” “죽이긴 뭐가 죽여!!!” “긴장감 엄청 나지.” “긴장감? 이게 긴장감이야? 나는 살 떨려!!!” “그게 묘미다.” “진짜... 진짜 할 거야?!” “중전이랑 이미 말 끝났다.” “억... 어억... 억!! 난 무슨 잘못이 있다고 나까지 끌어들이는데!!!!” 내 말에 원범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안 나가고 싶냐?” “꼴까닥.” 나도 모르게 침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목구멍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원범은 다 이겼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말한다. “임상궁 불러서 빨리 준비해라.” “그치만...!!!”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버럭 거리다가 이내 잔뜩 겁을 먹고 조용조용히 원범만 들리게 입술을 뗀다. “왕이랑 왕비랑 그것도 숙의가 이 밤에 백성들이 있는 민가에 내려간다는게 말이 되냐구!!!” “여태까지 왕들은 가끔 그랬어.” “아는데! 왕비랑 숙의까지 데리고 나가는 왕이 어딨어!!” 내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자 원범은 재밌다는 듯 빙그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치 악동이 된 마냥 나를 향해 거만한 시선을 보인다. “내가 처음이다. 처음이라는 거... 죽이는 거거든.” “이러다가 진짜 내 목숨 달아나!!” “절대 안 죽어.” “죽인다며!!!” 내가 바락 소리를 지르자 원범은 완전 황당한 얼굴로 내게 말한다. “너... 그거 지금 말장난이냐?” “끅...” “웃기자고 한 거 아니지?” “끄윽...” “준비해라. 최내관이 임상궁에게 말해뒀으니까 임상궁만 따라오면 돼.” "이잉!! 진짜 괜찮은 거야??“ 내가 해놓고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원범을 바라보았다. 아이쿠, 민망해라. 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애교. 원범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나,나도 모르게 나온 거야! 욕하지마! 안 하면 되잖아!!” “풉.” 갑자기 그가 웃음을 터트리더니 허리를 숙여 내 이마에 입술을 맞춘다. “사랑스러운데 뭘.” 앞으로...‘이잉’ 엄청나게 써먹을 테다. 심장이 미칠듯이 두근거려서 터질 것만 같은데 그런 느낌은 나만 받는 모양이다. 그 소심한 최내관은 어찌나 원범을 모시고 나갔는지 밖으로 몰래 나가는데도 마치 제 집에서 밖에 그저 놀러가는 것 마냥 너무나도 덤덤했고 원범 또한 마찬가지였다. 중전은 워낙 깡이 세시니 긴장감 있다며 아까부터 더 좋아하시고 인혁은 워낙 깡이 센지라 별 다른 반응이 없다. 여기서... 겁 먹은 것 나 뿐이었어!!!! “하아-!” 깊이 숨을 들이 마셨다.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궁 안에 공기가 안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안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그저 궁을 벗어났다는 그거 하나에 가슴이 뻥 뚫린다. “하아-!!” 다시 내가 공기를 들이마셨다 내뱉자 중전이 옆에서 나를 따라하며 방긋 웃는다. “폐까지 시원한 것 같지?” 그녀의 말에 나는 빙그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중전마마 정말로...!” “에헤! 중전마마가 뭐야! 그냥 휘영아~ 라고 불러.” “엑.” “그렇게 불러야지~ 들키면 어쩌려구. 안 그래? 언.니??” 컥, 언니?? 빙그르 웃으며 애교스럽게 언니라고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또 충동적으로 변해 버린다. 너무 귀엽다. 아, 뽀뽀해 주고 싶어. 이러면 안 되는데... 흐윽. “가자.” “어딜?” 원범의 멀뚱멀뚱 그를 바라보았다. 일단 나오긴 나왔는데 뭐하러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어딜 가는지도 모르겠는데 다짜고짜 가자니?? “가보면 안다.” “에??” 나는 어벙한 얼굴로 원범의 손에 이끌려 가는데 중전도, 아니 휘영도 인혁이도 최내관도 모두 안다는 얼굴로 앞으로 걸어갔다. 아니, 왜 나만 또 모르는 거냐구!!! 늦은 밤, 아니 깊은 새벽이라 그런지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최내관은 아주 익숙하게 원범과 우리를 안내했다. 한참을 걸어간 우리는 한 주막에 닿게 된다. 이 밤에 주막 여인은 아직도 장사를 하는지 방그르 웃으며 다가와서는 우리 앞에 선다. “아이고! 이렇게 늦게 오신거유? 뭐줄까? 국밥? 술?” 여인의 말에 최내관은 웃으며 동전 한 닢을 쥐어주고 그 순간 여인의 표정은 공손하게 변하여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으십니다.” 갑작스럽게 변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어안이 벙벙하지만 최내관과 원범은 별 표정 없이 그녀를 따르고 휘영은 방긋 웃으며 말한다. “어때요? 내 생각이? 괜찮았죠?” “잘 쓰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날 그 날 암호와 동전의 개수, 모양을 틀리게 하여 안내하는 것 말입니다.” “그봐요. 그봐요. 흐음... 실제로 보기에는 처음이지만 정말 괜찮네요.” 휘영은 뿌듯한 얼굴로 큼큼 거렸고 원범은 그것에 킥, 하고 웃는다. 으, 기분 나쁘려고 해. 물론 휘영은 인혁이가 있지만 어찌됬던 대외적으로는 원범과 중전이 정실 부부니까... 괜시리 질투나. 하여튼 박꽃잎. 속은 디립다 좁아!!! 한숨을 푹 내쉬며 걸어가는데 갑자기 원범이 내 손을 턱 하니 잡는다. “어머, 둘이 너무 뜨거워~” 그 모습에 휘영은 질투하는 듯 입술을 씰룩거리며 말했지만 장난하는 것이 눈에 다 보였다. 진짜 질투하고 삐질 틈을 안 준다. 이원범. 정말... 정말 밉고 좋아 죽겠어. 방 안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주막인데... 세상에 방 안에 또 방이 있다. 그 방문을 여니 아래로 내려가는 나무로 만들어진 조금 허술해 보이는 계단이 보였고 원범이 먼저 내려가고 한 걸음 내딛었다. “우악-” 나무 계단이 흔들려 요란스럽게 비명을 질러대고 눈을 질끈 내감는데 누군가 인혁이 나의 손을 잡아 주었다. “괜찮으십니까?” "으응. 고마워.“ 방긋 그를 향해 웃다가 이내 헛, 하는 얼굴로 이미 내려간 휘영을 바라보는데 휘영은 이곳을 바라보지 않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오직 원범만이 가만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잡아주고 있는 인혁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려 와.” 원범은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잠깐 일단 내려가... 우악.” 또 사다리가 흔들려 꼼짝도 못하겠다. 눈을 질끈 감고 인혁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안 잡으면 진짜 떨어질 것 같애에에... 아까 휘영이 움찔 움찔 식은땀을 흘리며 내려간 이유를 알겠다. 그래고 나보다 용감한 휘영. 억, 소리 안 내고 이런 계단을 내려가다니... “내려 와.” “자,잠깐만! 이게 흔들려서!” 겁을 잔뜩 먹고 원범에게 소리치는데 원범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손을 높이 든다. 내 아래로 원범의 손이 다가오고 나는 놀라 봤다. “내 손 잡아.” “에?” 한 손은 사다리를 잡고 한 손은 인혁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사다리에서 손을 떼라고?” “멍청이냐? 사다리 잡고 내 손 잡으라고.” 원범의 말에 나는 엥? 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내 손을 꼭 쥐고 있는 인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천천히 놓으며 원범에게 인도해 주었다. 나는 원범의 손을 붙잡고는 악악거리며 바닥에 내려왔고 인혁은 원범과 마찬가지로 아래로 훌렁 뛰어내려 왔다. 상당히 컴컴한 이곳에 아까 그 주막 아줌마가 촛불을 내려 주고 우리 앞에 있는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환한 빛이 새어져 나오고 시끌시끌한 소리가 귓전을 내리친다. “우,우아...!” 정말 그야 말로 지하세계다. 문을 열자 수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가 우리의 모습이 보이자 이내 우리를 응시했다. 엄청나게 넓은 공간에 문서들이 꽉 찬 이곳... “주상전하.” 모두들 원범을 바라보자마자 모든 일을 멈추고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절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 입을 쩍 벌렸고 휘영도 놀랐는지 빙그르 웃으며 놀란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50 새글 160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4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056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20 샛별눈빛윤호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귀여운 손글 감사드려용>_<★ “오셨습니까.” 헉... 아버지다. 나의 아버지께서 저 멀리서 걸어나며 원범에게 절을 한다. “일어나시오.” 원범의 말에 뒤에 있는 자들은 거의 허리를 숙인 채로 무릎을 꿇고 있고 나의 아버지와 그 뒤에 선 주요 인물로 보이는 네 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먼 길 하셨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니고 그대지요.” 원범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를 향해 말했고 아버지는 입가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다 이내 입술을 뗀다. “제 딸 아이를 이리도 보살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녀가 저를 보살핍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십시오.” 내,내가 원범을 보살핀다고??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사이 아버지는 우리를 어떤 방으로 인도 했다. 무슨 땅굴 같은 곳이었는데... 꽤 오래 준비를 했는데 굉장히 정교했다. 휘영이 살짝 살짝 내 귀에 대고 설명을 해준다. 이곳은 왕권을 되찾고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이곳의 사람들은 개혁을 주도하는 젊은 유생들이 대부분이었고 아직 궁에 남아 있는 김씨 세력에 대항하는 자들이 있는 곳이라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정말 몰랐던 건데...!! “인혁이 너... 나한테 말하지도 않고...!!!” 궁궐 뒤에 있는 커다랗고 산세가 깊은 곳에는 왕의 친위부대가 훈련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 훈련대장이 인혁이고 말이다. 원범도 그렇고 인혁도 그렇게 정말 어쩜 이렇게 입을 싹 닦고 말을 안 하니!!!! 아버지께서 지금 현재 진행 상태에 대해 원범에게 보고를 하는데 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인혁과 휘영 원범은 다 알아듣는지 진지하게 그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 또 한 번 소외감... 하지만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니까. 듣다 보니까 뭔 뜻인지 조금씩 알 것 같기도 하고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은 이제 나도 이곳에 일원이 된다는 뜻이니까. 인혁이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휘영이 사람들과 어울려 이것저것을 상의하고 있는 동안 어째 나와 원범 최내관이 덜렁 남았다. “크음!” “응? 왜? 기침해? 목 아퍼??” 원범이 갑자기 헛기침을 하는 바람에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내젓는다. “별로.” 그때 갑자기 최내관이 원범에게 버럭 외친다. “전하! 소인 변소가!” “그래. 다녀오너라.” 저거... 뭐하는 코미디?? 허, 하는 얼굴로 최내관을 바라보다 이내 풉, 웃음을 터트리며 원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빙글 멋진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잡는다. “에, 사람도 많은데...” 여기는 원범을 돕는 사람들이 모인 곳. 일제시대때로 말하면 독립운동가? 하여튼 그런 곳의 아지트인데 서로 손을 잡고 사랑을 속삭이다니!! 민망함에 손을 빼려하는데 원범의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이렇게 너랑 나랑 사이좋은 거 보여줘야 더 저들이 힘이 날껄?” “응?” “이곳의 사람들은 내가 널 사랑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고 저들이 존경하는 너의 아버지와 내가 잘된다하면 저들도 좋아할테니까.” “하지만... 휘영은...” “중전과 나는 그저 서로를 돕는 관계. 사랑보다는 의리. 동료 의식이지. 그것 역시 저들도 알고 있고.” 원범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원범은 멀리 떨어져 있는 휘영을 바라보며 말한다. “중전은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 처음에 이곳의 사람들은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거든.”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세력의 중심충인 자였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저들과 어울리고 있다면 그녀의 노력이 대단했다는 것이다. 김휘영. 중전인 저 사람을 보고 있으면 너무너무 멋지다. “멋있어. 중전마마. 정말 중전마마 될 만해.”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그. “부러워. 나는... 아무 것도 못하는데...” “니가 뭘 못해?” “나는... 아무런 도움도...” “내가 너 때문에 살잖아.” 그의 검은 눈동자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진실만을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의 모습에 정말 주책 맞게도 눈물을 또르륵 흘려버린다. 민망함에 황급히 눈을 닦지만 그는 나의 손을 잡으며 나머지 다른 손으로 나의 눈물을 닦아준다. “예쁘다.” “쑥스럽게...” “섭섭했지? 너만 이곳을 몰랐던 것 같아서...” 정말... 이 남자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알까.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젓지만 그의 말에 나는 또 눈물이 울컥 치솟는다. “널 보내야 할 것 같아서... 편안히 보내주고 싶어서 그랬어. 근데 이제 못 보내니까... 안 보낼 거니까.” 그가 빙그르 웃는다. 나는 그의 미소에 행복을 느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서는?” 휘영은 방긋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아버님과 함께...” “아. 그렇구나.” 이곳은 회의실로 보이는 작은 방이었다. 이곳저곳을 훑어보며 있는데 그녀가 말한다. “정말 많은 정성 들인 것 같지?” “그렇네요.” “에헤, 언니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그래도 여기는...” “궁에서면 격식 갖추기로 하자. 그게 편해. 응?” 그녀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이곳 짓느라고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생했을까.” 그녀도 역시 이곳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말했다. “몸이 매어 있긴 했지만 이곳으로는 처음 와. 따로 저들을 만나기는 했었지만...” 빙그르 웃으며 말하는 그녀. “하나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 휘영은 진지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고 나는 그녀의 시선에 조금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렇게 시작한 것, 여기까지 온 거... 꼭 전하의 뜻대로 이루고 싶어.” “물론... 물론 나도 그렇게 되길 바래.” “그러니까... 너는 무조건 살아.” “뭐?” “오늘부터 전하를 지키는 친위대 중 한 부대가 인혁과 함께 너를 지킬 거야.” “그게 무슨...?” 그녀의 말이 장난 같지는 않았기에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친위대가 나를 지킨다니? 내가 꼭 살으라니? 도저히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전하가 이렇게 총명하고 현명하게 우리를 다스리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백성을 위한 마음 그리고 나라를 살리기 위한 마음이야. 그리고 그 힘은... 언니에게서 나오고.” “나에게서?”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지만 그녀의 표정은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며 다시 입술을 뗀다. “언니가 전하에게는 커다란 힘이고... 그리고 커다란 힘이고 원동력인 대신... 언니가 사라지면 전하는 무너져.” “그게 무슨...” “전하에게 언니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우리분만 아니라 상대편들도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설마, 설마 하는 눈치였지만... 이젠 그 설마가 진짜고 전하에게서 언니를 빼앗아 가면 전하가 무너지는 것을 이제 그들이 알거라고.” “나는 도대체...” “나 장난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내 눈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똑바로 응시했다. 나를 바라보는 엄청난 기세의 그녀의 모습에 나는 숨이 턱 하니 막힌다. 한 남정네의 여인이 될 수도 있었을 그녀. 그녀가 서글퍼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볼 때에는 그녀는 한 남정네의 여인이기 보다는 이것이 어울린다. “그래서 언니를 지킬 거야. 언니가 죽어버리면 언니가 사라져 버리면 큰일이 나니까. 전하를 위해 언니를 어떻게든 지킬 거야. 그러니까 언니도 명심해둬.” 내 손을 다시 한 번 꾹 잡으며 진지한 눈동자로 내게 각인시키듯 말하는 그녀. “언니의 목숨은 언니 것이 아니야. 전하의 것이고... 전하가 죽어버리면 백성들은 다시 희망을 잃는 것이니 크게는 백성들의 목숨이기도 해.” 무언가 덜컥 겁이 났다. 그녀의 말에 나는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손 느껴지는 그녀의 뜨거운 기운에 내 가슴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내가 있기에 원범을 힘을 내. 원범을 힘을 내야 백성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총명함과 현명함을 드러낸다. 그들을 위해서... 내 자신을 지켜야 해. 절대 죽어버리거나 무너져서는 안 돼. 강인하게... 원범에게 힘을 불어 넣어 줘야해. 휘영의 뜨거운 기운에 떨리던 내 가슴은 불안함과 두려움에 가득 찼던 나는 사라져 버렸다. 정말 거짓말처럼 두려움이 사라지고 가슴이 뜨거워져 올랐다. “응. 응. 그럴게.” 그녀를 향해 나 역시 결의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를 믿어줘. 나도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니니까. 그에게 힘이 되지 약점이 되진 않을 거야. “두 남자의 생명이라...” “응?” 두 주먹 불끈 쥐고 의지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휘영의 말에 무슨 소린가 싶어 그녀를 바라보았고 휘영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한다. “어디가 좋을까?” “으응??” “흐음...” 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여기저기를 뜯어보기 시작하다가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어디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언니가 좋으니까.” “에?” “물론! 이성으로써는 아니야! 내 사랑은 인혁 밖에 없으니까!” “으으응?!”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도저히 머리가 아파서 뭐가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휘영은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해댄다. “나도 언니가 어디가 좋은지 모르겠는데도 좋으니까 그들도 그런 거겠지?? 동성에게 끌리게 하는 거랑 이성하게 끌리게 하는 게 다르지?? 어떻게 해 그런 거?” “대체 무슨 소리야!!!” 잔뜩 인상을 쓰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휘영은 꺄르륵 배꼽을 잡고 뒤로 자빠지며 웃는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빙그르 웃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아니라도... 언니가 좋으니까 최선을 다 해!! 언니를 지킬게.” 휘영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쁜 듯은 아닌 것 같으니까. 그녀의 미소에 내 가슴이 따뜻해지니까... 나는 그녀의 미소에 보답하듯 빙그르 미소 지었다. “피곤해 보이십니다.” 휘영은 살포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원범을 향해 우아하게 입술을 떼었다. 이곳은 궁궐. 그것도 대비의 문안 인사를 드리기 위해 가는 것이기에 당연히 이리 할 수 밖에 없었다. 휘영의 말에 원범은 고개를 내저으며 입가에 미소를 상냥하게 내짓는다. “괜찮소. 중전의 얼굴이야 말로 피곤해 보이오만...” “소첩도 괜찮사옵니다. 심려마십시오.” 휘영과 원범은 어제 같이 궁궐을 나갔다 왔다. 그러고서는 저렇게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이는 두 사람. 최내관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입을 쩍 버릴 뿐이다. 휘영과 원범은 그것을 즐기는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대비전으로 향했고 대비전 문 앞에서 섰다. “주상전하와 중전마마께서 드셨습니다.” “들라하라.” 상궁이 고하자 바로 대비의 대답이 들려왔다. 원범과 휘영은 한층 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한 걸음 한 걸음 내걷는데... 한 걸음 한 걸음 내 걸을 때마다 휘영과 원범의 얼굴이 굳어져갔다. 귀인이... 왜 이곳에 있는 거지? 그것도 대비의 옆에 서서 원범과 휘영을 맞이하는 귀인, 세영. 원범과 휘영은 미간을 찌푸리지만 이내 곧바로 예의 미소 짓는 표정으로 절을 했다. “앉으세요.” 대비의 말에 두 사람이 앉고 원범이 입술을 떼었다. “평안하셨는지요.” “그래요. 편안히 잤답니다. 주상께서는요?” “어마마마께서 염려해주신 덕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거 다행입니다.” 대비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두 사람을 맞이했고 두 사람은 그것을 보며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다. “주상.” 대비가 환하게 웃으며 원범을 불렀고 원범은 고개를 들어 대비를 향해 대답한다. “예. 어마마마.” “경하드리오.” 대비의 말에 무슨 소린가 싶어 미간을 찌푸리자 대비는 환하게 너무나도 환하게 미소 지으며 모두 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외친다. “귀인께서 회임을 하셨소이다!!” 원범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휘영의 동공이 커진다. “호호호! 정말 경하드리오!!” 대비는 좋아 죽겠다는 얼굴로 웃음을 터트린다. 귀인의 회임에 대비가 이리 좋아하는 것은 분명 귀인이 대비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휘영은 날카롭게 귀인을 노려보는데 귀인은 당당하니 휘영을 바라보며 이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는다. “귀인이 아주 큰일을 했는데 주상께서는 귀인께 아무런 말씀 없으십니까?” 대비의 말에 원범은 살짝 굳어진 얼굴을 펴며 입가에 상냥한 미소를 내지으며 입술을 뗀다. “고맙구료.” “아닙니다...” 귀인은 원범의 시선을 쑥스러운 듯 피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고 대비는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원범을 바라본다. “앞으로 귀인을 아껴주셔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것은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대비의 편에 선 귀인이 임신이라니... 귀인이 아들을 낳는다면 이것은 또 다시 김씨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실어주는 것이다. 귀인이 아들을 낳고 혼자 동 떨어진다면 위험하겠지만 귀인은 김씨의 편에 섰다. 휘영은 입술을 꽉 깨문다. 귀인이 임신을 할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원범이 그녀의 방에 들어간 것은 알았지만 꽃잎이보다 먼저 임신을 하다니... 계획이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54 새글 160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5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045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21 꿈꾸는인형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우와 물감으로 번진듯한 손글 너무너무 예뻐요~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_< “마마! 마마!!!” 진아는 오늘도 호들갑이다. 정보통이 대단한 진아는 무슨 일만 있으면 저렇게 정신없이 소란을 떨며 뛰어 들어왔다. 어제 일에 피곤은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 어제 일을 생각하며 휘영의 말처럼 강하게 원범의 힘을 주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라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진아가 하도 요란을 떨고 오기에 산통이 깬다. “무엇인데? 무엇인데 그래?” 진아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철퍼덕 엎어졌고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자 그녀는 무언가 다급하게 말하려다가 이내 웁, 하는 얼굴로 내 눈치를 슬슬 보며 고개를 푹 숙인다. “무엇이냐니까?” 평소 같았으면 자신의 정보를 1초라도 빨리 알려주려고 안달인데 오늘은 어째 조금 상황이 이상하다. “빨리 말해. 너무 궁금해. 너무 뜸들이는 거 아니니?” “마마...” “응?” “스,슬퍼마세요!!” “슬퍼? 내가?” 진아가 납작 엎드려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진아의 모습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 느끼게 되며 마음이 불안해진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려 노력하며 진아를 향해 입술을 뗀다. “무슨 일인데 그래...?” “귀인마마께서...” “응?” “회임을... 하셨다합니다.” “회...임?” “예... 마마...” 진아는 거의 울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회임이면... 임신이잖아. 그 날밤... 원범이 귀인을 찾아간 그 날밤... 내가 화살을 맞을 뻔 했던 그 날밤... 임신이 된 거야...? 귀인의 배에... 원범의 아이가... 있는 거야? “마마!!” 머리가 어지러워 휘청거리자 진아가 나를 붙들며 어쩔 줄 몰라한다. 나는 진아의 손을 치우며 작게 미소 지었다. “괜찮아... 괜찮아...” “마마, 마마...! 어의를 부를까요?” “아니다. 아니야...” “하지만 마마의 얼굴빛이 새파랗습니다!” “괜찮아... 어의를 부르면 전하께서 아신다. 전하에게 심려를 끼쳐드릴 수 없어.” 난 그의 원동력이니까. 난 그의 힘이니까... 내게 그에게 줄 것은 걱정이 아니라 그가 앞으로 내달릴 수 있는 힘이니까. 솔직히... 아이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언제인가는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잖아. 원범은 왕이니까... 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다른 여인을 안 안을 수는 없어. 그래. 이해하자. 내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정말... 너무 어지럽고 힘들지만... 힘내자. 강해지자. 나 죽으면 안 되잖아. 나 죽으면 원범이 죽잖아. 원범이 죽으면 백성들의 희망이 사라지잖아. 내가... 내가 괜찮아야 해. “마마! 이것은 당장 중전마마와 상의하셔야 그 아이를...!!” “그런 말 입에 담지마.” 내 서릿발 선 시선에 진아는 입을 꾹 담는다. 나 역시 순간 그런 생각 했다. 그 아이가 없어져 버렸으면... 귀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지만... 그러면 안 돼. 귀인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원범의 아이야. 비록 귀인 배에서 태어나겠지만 원범의 눈을 닮은, 코를 닮은, 입술을 닮은... 사소한 버릇까지 닮은 그런 아이가 태어날 거야. 그런 경망스러운 생각은 하지 말자. 왕가의 핏줄을 귀인이 잇는 거야. 아주 대단한 일이야... 그러니까... “마마... 눈물이...” 울지마. 슬퍼 하지마. 좋은 얼굴로 귀인께 인사를 올려야 하느라고 한참 동안 힘들었다. 솔직히 내가 힘들기 보다는 임상궁과 진아가 힘들었지. 펑펑 울어버리는 덕분에 내 얼굴과 눈은 띵띵 불어 버리고 그것을 가라앉히느라 어찌나 힘들었던지... 우여곡절 끝에 얼굴은 가라앉았고 나는 지금 귀인의 처소 앞에 섰다. “하아-” 긴 한숨이 흘러나오며 잔뜩 긴장이 된다. 기쁜 얼굴로 그녀에게 감축 인사를 드려야 한다. 정말 좋은 일이니까. 이 일 때문에 백성들과 궁궐 안 전체는 축제 분위기이다. 왕자 아기씨가 태어날지 공주 아기씨가 태어날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쨌든 왕실의 자손은 귀하디귀한 법이니까. “숙의.” 발을 한발자국 내딛어 처소 앞으로 가려는데 뒤에서 휘영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다급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뒤를 돌았다. 저 멀리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휘영. 그녀는 빠르게 다가와 내 손을 덥썩 잡으며 안쓰러운 듯 나를 응시한다. “괜찮아? 괜찮은 거야?” 그녀의 말이 왜 이렇게도 따스하게 느껴질까... 나는 빙그르 웃으려고 노력하는데 내 눈물이 웃지 않고 이내 또 눈 한 가득 차 올랐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휘영은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로 어찌 위로해야 할지 방향이 잡히질 않는 듯 긴 한숨만 푹푹 내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눈물을 쓱쓱 닦는다. 울지 말아야지. 울지 말고 강해져야지. “괜찮습니다. 심려마십시오.” “숙의...” “저... 강해져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이야.” “그러니까 이런 것 따위 아무런...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내가 속상해하고 괴로워하면 전하는 그것보다 배는 속상해하고 괴로워할 테니까요.” 그녀는 가만히 나를 응시하더니 이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꼭 잡는다. “멋있네.” “중전 마마 보다야 더하겠습니까.” “나를 놀리는 거야??” “아닙니다.” 그녀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어찌되었던 그녀의 아이는 전하의 아이... 소중한 생명입니다. 감축 드려야지요.” "어쩜 이리도 착한 생각만 할까?“ 중전은 조금은 김 빠지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입술을 뗀다. “들어가지.” “예. 마마.” 중전의 뒤를 따라 처소 안으로 들어섰고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는다. 힘내자. 슬퍼 하지마. 울지도 마. 이건 기쁜 일이고 내가 슬퍼하고 아파하면 원범은 두 배로 슬퍼하고 아파하니까. 문이 열리고 안으로 나와 중전이 들어서자 귀인이 중전이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곧 가까이가자 귀인이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하며 일어나려하는데... “아닙니다. 귀한 몸이신데 앉으세요. 앉으세요.” 중전이 환하게 웃으며 귀인을 다시 앉힌다. 귀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상석에 앉고 중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앞에 앉는다. “송구하옵니다. 제가 일어나 마마를 맞이하여야 하는 것인데...” “아닙니다. 귀한 몸인데 무리해서 일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두 사람이 방글방글 웃으며 대화를 하는 것은... 가끔 귀인과 중전이 만날 때가 있는데 그때는 서로 투명인간을 대하듯 모르는 척 했고 한 번 아는 척을 하면 붙었다! 싶을 정도로 묘한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감축드리네.” “감축 드리옵니다. 마마.” 중전의 말을 뒤이어 고개를 숙이며 말했고 그러자 귀인이 빙그레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입술을 뗀다. “고맙네. 그리고 중전마마께 너무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제가 이리 회임을...” “아니네. 아니네. 이리 좋은 일인데 송구는...” “숙의 자네에게도 미안하네.” 귀인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꾸만 서글퍼지는 얼굴을 부드럽게 올려 미소를 짓는 나. 그래. 힘내야지. 힘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거 밖에 없으니까. “예? 제게 무엇이...” “전하께서는 매일 같이 너의 처소의 들락거리는데 결국 내가 회임을 했구나.” “예?” “섭섭하더라도 어쩌겠느냐. 이것이 운명인 것을.” 귀인이 빙그레 웃으며 나를 응시했고 나는 그것에 한숨이 나올 뻔 했지만 이내 꾹 참으며 환한 미소를 짓지만 뭐라고 딱히 대답 할 말이 없어 이리저리 우왕좌왕 머리를 굴려본다. “전하의 사랑을 받지 않는 한 빠른 시일 내에 회임을 하지 않겠습니까.” 중전이 방그르르 웃으며 귀인을 향해 입술을 계속해서 움직인다. “전하의 한 번의 사랑에 회임을 한 귀인께서도 회임을 하셨는데 전하의 사랑을 매일 같이 받는 숙의께서는 오죽하시겠습니까.” “그렇겠네요.” 귀인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지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인다. 하지만 중전은 얼굴색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귀인.” “예. 마마.” “조심하세요.” 중전의 말에 귀인이 화들짝 놀라 경계를 하며 그녀를 바라보고 중전 역시 놀란 얼굴로 미소를 짓는다. “무얼 그리 놀라세요? 그저 조심하라는 것뿐입니다. 회임을 하면 몸을 소중히 다뤄야지요.” “예...” “몸을 소중히 다루고 예쁜 마음만 먹으면 순산을 하실 겁니다.” “그래야지요.” 귀인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조금 안심된 표정으로 대답을 하는데 중전이 정말 내가 봐도 사악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뗀다. “몸을 막 다루시고 마음을 심술궂게 마음먹으시면 아기도 위험하답니다.” “주,중전마마?” “아니그렇습니까? 산모가 마음을 따스하게 가져야지 나쁜 마음먹으면 당연히 아기가 위험하지요. 심적 불안감... 뭐 이런 것들이 얼마나 아기에게 위험하신지... 모르십니까?” 말을 빙빙 돌려 말하는 것 같지만... 정말 둔치인 내가 봐도 중전이 지금 하는 말은... ‘너 행동 똑바로 하고 생각 똑바로 가져라. 딴 생각 하면 그 아이가 위험할지도 모른다.’ 라는 말 같다. 하하. 귀인은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며 부들부들 떨며 중전을 바라보는데 중전은 너무나도 우아한 표정을 내지으며 다시 입술을 뗀다. “제 말이 맞지요? 귀인?” 이럴 때 중전을 보면 시원하고 통쾌하기도 하지만 참 얄밉다. 언제나 생각한다. 중전이 날 좋게 생각해서 정말 다행이다. 저런 사람을 적으로 돌리게 된다면 나는 정말 뼈도 못 추리겠구나... “귀인께서 피곤하신가 봅니다.” 중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귀인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고 귀인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한다. “네. 조금 피곤한가 봅니다.”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요? 얼굴이 아주 새파랗습니다.” 정말 걱정되 죽겠다는 얼굴로 열심히 귀인의 얼굴을 하나 하나 뜯어보며 말하는 중전. 무섭다. 무섭다. 나보다 나이도 어린 것이, 귀인 보다 훨씬 훨씬 나이도 어린 것이... 휘영아. 참 고마워. 니가 적이 아니라는 게 참 고마워. “숙의. 귀인 그만 피곤하게 하고 우리 일어나지요.” 빙그르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중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귀인을 향해 말했다. “마마. 그럼 몸 건강히...” “숙의께서 가장 잘 알고 계실 것이야.” 귀인의 말에 나는 벙하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건강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나는 조금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상하게 귀인 앞에만 서면 작아져 버린다. 원범의 말 때문일까...? 원범의 집안일에 휩쓸려 가문이 몰락하고 원범만 보고 산 정인이어서... 그래서 그녀 앞에서만 서면 이렇게 미안한 기분이 들어 아무런 말도 못하는 걸까? “아기에게는 아기의 아버지가 중요해요.” “중요하지요.” 귀인의 말을 낚아채듯 중전이 일어나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당신이 가진 그 아이의 아버지는 평범한 일개 남자가 아닌 왕이십니다.” “알고 있습니다.” “숙의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전하께서 귀인의 처소를 찾으시겠습니까? 아이까지 갖으셨는데 전하께서 귀인을 찾지 않으시는 거라면... 그것은 귀인의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중전마마! 어찌 저만 이리 미워하십니까!” 귀인은 두 눈 가득 눈물을 품으며 중전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중전은 그것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로 귀인을 향해 입술을 떼었다. “나는 한 없이 잔인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내가 보듬을 사람은 한 없이 보듬는 사람입니다. 나는 권력에 탐을 내며 내 가문에 엎드려 들어가는 그대의 모습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귀인은 놀란 얼굴로 중전을 올려다 보았다. 귀인이 대비의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구...? 그럼 귀인은 대비 측에 선 건가...? 그래서 대비마마의 문안을 갈 때마다 귀인이 그 옆에 있었던 거구나...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상했어. “당신은 내가 보듬을 사람이 아니라 잔인하게 내칠 사람입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56 새글 160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6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052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22 겸둥2몽키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알록달록 예쁜 손글 감사드려요>_<★ 휘영은 몇 번이나 내 손을 잡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바라보다 이내 자신의 중궁전으로 돌아갔다. 어떨 때에는 한 없이 높은 중전마마가 되어 사람들을 휘두르지만 어떨 때 보면 영락 없는 아이처럼 방그르 웃으며 나를 걱정한다. 정말 이런 사람이 왕비가 되어야지. 정말 이런 사람이 중전마마가 되어 이 나라를 전하와 함께 다스린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마음이 좋질 않았다. 계속해서 괜찮다며 나 스스로를 타이르고 웃어 보았지만 솔직히... 아무리 그렇게 해도 내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았다. 한 쪽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를 꾹 얹어 놓은 듯이 답답하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하지만 휘영이 내 손을 꾹 잡아주며 걱정을 해주니까. 인혁도 아무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따스한 눈으로 격려해 주었으니까.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이런 일 가지고 무너질 내가 아니니까. 힘내야지. 욕심 내지 말아야지. 이것은 그가 왕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원범이 오면 환하게 웃어 주어야지. 내가 다독거려 줘야지.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환하게 웃어줘야지. 나는 속 좁은 사람 아니니까. 속 좁게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니까. 그의 힘을 돋울 사람이니까... 힘내자. 니가 우울해 하면 안 돼. 김...빠졌다. “마마...” 임상궁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우왕좌왕 이리저리 눈치를 본다. “하아-”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흘러 나왔다. “마마. 너무...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십시오...” “응응... 알았다. 물러가 보아라.” “예.” 임상궁은 고개를 푹 숙이며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물러났다. 김이 확 빠졌다. 정말 며칠 뚜껑 열어 놓은 콜라 벌컥 벌컥 마신 기분이다. 닝닝하고 미치도록 달기만 한... 원범은, 전하께서는 오늘 귀인의 처소로 들었다 하셨다. “허허-” 조금 당황스러워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나 완전 혼자 생쇼 한 거 아니야?? 원범은 당연히 오늘 내 처소로 올 거라 생각한 내가 멍충이다. 아무리 원범이 원하지 않은 아이라해도 자신의 아이이고 그 아이를 갖은 사람은 내가 아닌 귀인인데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안 첫 날 나에게 올 리가 없잖아?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해도... 그러면 안 되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궁에는 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정말 너무나도 당연히 원범은 귀인에게 갔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비가 없다 귀인에게만 너무 차갑다 어쩌고 저쩌고 말들이 많아져 다시 원범이 난감해지고 귀인이 불쌍해지고 안타까워지면서 그의 뒷세력인 대비가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오오, 이제 나도 머리 꽤 잘 돌아가지 않는가? “휴우...” 속상하지만... 조금 마음이 쓰리... 사실 무지하게 마음이 쓰리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날... 그래도 원범이 내 처소에 와서 손을 꼭 잡아 주었으면... 그랬으면 내 마음을 다스리기가 훨씬 쉬웠을터인데... “괜찮지?” 내가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나는 그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환하게 방긋방긋 웃다가 이내 힘이 빠져 시무룩한 나. 괜찮다고 해도... 몇 번이나 나한테 세뇌를 해도... 원범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섭섭해. 그래도... 그래도, 지금 당장 보고 싶어. 아, 이 욕심쟁이... “잠이나 자자! 잠이나!” 나는 옷을 쓱쓱 벗고는 벌러덩 이불에 누워 눈을 껌뻑 껌뻑 거렸다. 낮잠을 조금 자긴 했지만 어제 그렇게 밤을 샜는데 잠이 한 개도 안 온다. 원범이 곁에 없어서 그런가? “꺄아~” 나는 혼자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옆으로 벌러덩 누웠다. 가끔 대전에서 그가 오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거의 내 곁에는 그가 항상 했기에 오늘 밤 혼자 자는 것이 왠지 어색하다. 하지만... 이것도 버릇을 들여야 하니까. 처음에는 잠이 오질 않았는데 계속 뒤척, 뒤척이다 보니까 점점 졸리기 시작한다. 아아, 내일은 원범이 내 처소로 오려나...? 피자 한 조각, 치킨 한 조각, 콜라 한 모금-!!! 엑-!! 퉤퉤!!! 콜라 김빠졌어!!! 여기는 피자집인데 정말 맛있게 피자를 먹고 치킨을 먹었는데 콜라가 미친 듯이 김이 빠졌다. 이렇게 맛 없는 콜라 처음 먹어 봐!! 아, 맛 없는 콜라. 원범 같은 콜라. 오늘 나 김이나 빠지게 하고... 근데 피자집에서 무슨 원범을...? “으... 김 빠진 콜라... 원범...” “꿈에서도 내가 보이냐?” 피자 집에서 갑자기 원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 이건 뭐지??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원범의 목소리가 울린다. “근데 김 빠진 콜... 그건 뭐냐?” 어!어! 자꾸 스피커에서 원범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피자집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는데 원범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잠깐만... 원범은 조선시대 사람인데 피자집에 있을 리가 없지! 그리고 나 역시도 조선시대에 있는데 피자집에 있을 이라...!! “왁-!” “윽. 뭐야.” 눈을 번쩍뜨자 원범의 얼굴이 있었고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원범이 그것에 놀라 뒤로 화들짝 물러난다. “그 돌머리로 내 이마 박을라구?” “나 돌머리 아니거든!!!” 자는 사람 깨워놓고 다짜고짜 돌머리 어쩌고 하는 원범. 잠깐, 근데 오늘 이 남정네 내 처소에 안 오고 귀인의 처소에서 잔다고 했는데...? 그리고...!!! 왕들이 있는 붉은색 용포가 아니라 왠 도둑놈들이 입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데?? 그것도 목 아래에는 얼굴을 가린 것으로 보이는 두건도 있고!! “너 뭐야!”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지르자 원범은 쉬잇- 거리며 나를 빙긋 웃으며 목에 둘러 있는 두건을 풀러 아무렇게나 내팽겨쳐 놓는다. “어떻게 된 거야? 이 모양새는 뭐고?” “보면 모르냐?” “몰라서 묻는 거지!” “숙의 전에 몰래 들어온 숙의의 숨겨둔 남정네.” “엑.” “나름 괜찮지 않냐?” “괜찮긴 무슨!! 나에게는 그딴 거 없어! 전하 밖에 없다구!” “오호.” “엑.” 순간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에 민망하여 어찌할바를 몰랐다. 순식간에 붉어진 얼굴은 이리 돌려도 원범이 나를 따라오고 저리 돌려도 원범이 나를 따라온다. “이씨! 왜 그래!” “귀여워서.” “이이...” 눈을 부릅뜨며 원범을 노려보지만 원범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마치 나를 어린아이 바라보듯한 눈으로 날 응시한다. 난 최대한 두 눈 부릅뜨는 건데 안 무서워? 안 겁나? 응? 응? 난 니가 무표정하게 날 보기만 해도 내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은데!!! "근데 진짜 너 어떻게 된 거야?“ 어차피 계속 부릅떠 봤자 겁먹을 원범이 아니기에 눈을 원상복구로 돌리고는 이내 멀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장난스레 미소 짓는다. “도둑이라니까.” “그 차림으로 온 거야?” “응.” “그 차림으로 오는 건 최내관이 가만히 냅둬? 누가 보기라도 하면!!” “내가 바보냐? 안 보이게 왔지.” “안 보이게? 어떻게??” “사람 죽이러 가는 살수처럼.” “엑!!!”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서서는 놀란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나 죽으러...!” “장난.” “뭐,뭐야!” “그만 소리 지르지? 몰래 온 건데 나 온 거 다 들키겠다?” “몰래 와? 어떻게??” “지붕타고.” “엑. 그거 인혁이가 하는 건데...” 내 말에 갑자기 원범의 표정이 바퀴벌레 한 1000마리 입에 털어 넣은 듯 완전 빠지직 일그러지며 나를 바라본다. 왜? 왜? 라며 멀뚱멀뚱 그를 바라보자 그는 나에게서 거칠게 시선을 홱 떼며 말한다. “그거 조인혁만 할 줄 아는 거 아니거든.” “그런 거야?” “조인혁이 하는 거면 나도 할 줄 알거든!!!” "그럼 그런 거지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몰라도 되거든!” “알았거든!!” “쳇.” 원범 가끔 이상할 때가 있다. 인혁이에게 열등감 느끼나?? 가끔 내가 인혁이 이야기를 마구 늘어 놓을 때면 벅벅 거리며 하지 말라고 나도 그거 할 줄 안다고 하고 인혁이가 나를 챙길 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인데 욱, 해서는 자기가 더 나를 챙긴다거나...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아니, 니가 열등감 있을게 뭐 있어? 인혁이도 충분히 멋있지만 내 눈에는 댁이 훨씬 훨씬 멋지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은데... 남자들끼리의 라이벌인가?? 하여튼 가만히 보면 우리 원범이 귀여워요~ “왜 이렇게 음흉하게 웃어?” “어머. 그랬어?” 나도 모르게 그렇게 웃고 말았나보다. 민망하게 얼굴을 긁적긁적 긁으며 원범을 쓱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근데 진짜 어떻게 된 거야?” “니가 좋아하는 조인혁처럼 날라서 왔다니까.” “에... 그렇구나.” 갑자기 또 원범이 미간을 찌푸린다. 뭐야, 뭐야 또 뭐가 문제인데!!! 내가 멀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원범은 조그맣게 무엇을 말하는데... “좋아하는 인혁이라고 했는데 부정도 안 하고...” “뭐?” 뭐라고 웅얼웅얼 거린 것 같긴 했는데 제대로 들리지가 않았고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향해 말했지만 그는 그 말을 말해줄 생각이 없었는지 그저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뿐이다.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고는 그를 쓱 훑어보는데... 느낌 참 이상하다. 붉은 용포도 너무나도 잘 어울리지만 자객 같은 검은색의 옷이 그의 새하얀 피부와 더 배치가 잘 된다. 히히, 멋진데?? “귀인의 처소에 갔다고 들었는데...” 나를 바라보지 않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 내 양 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꼭 잡으며 자신의 가슴에 대고는 꼭 껴안는다. “응...?” 놀라보니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미안.” “범씨. 왜 그래요~?” “미안...하다.” 진짜 이러지 말지. 나 정말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마음먹었는데... 내가 너에게 위로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널 위로하며 힘을 주려고 했는데... 바뀌었잖아. “안 미안해도 돼.” 빙그르 웃으며 그를 향해 최대한 활기차게 말하자 그가 천천히 나를 올려다본다. 아퍼. 그런 눈으로 보지마. 그렇게 애처로운 눈으로, 나에게 미안해 죽는 얼굴로 나 보지마. 나 되게 아퍼. “우리 전하께서는 나만의 전하가 아닌 걸요.” “꽃잎아.” “좋으네. 이름도 불러주구... 정말 괜찮아. 저는 전하를 모시는 몸입니다. 당신을 나만의 남자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당신은... 왕이니까.” 와락, 그가 나를 부서질 듯 안았다. 그의 뜨거운 심장 소리가 내 몸에 울렸다. 이걸로 만족한다. 그가 이렇게 내게로 와 나를 안아주는 것으로 행복하다. 나만의 왕이 되길 바라지 않아. 백성들의 왕, 모두의 왕이 되길 바래. 나만의 왕이 되는 것은 그를 망치는 일이니까. 나는 그를 절대 비운의 왕으로 서글픈 왕으로 남기지 않을 테니까. 역사 따위... 바꿔버릴 거야. “근데 진짜 어떻게 된 거냐니까?” 내 물음에 그가 나를 진지한 눈으로 응시한다. 아, 정말 봐도, 봐도 멋진 눈동자. 내가 이 눈동자에 반했나 봐. “계속 물을래? 날아왔다고 했잖아.” “귀인의 처소에 갔는데?” 끄덕끄덕.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입을 쩍 벌어진다. “다들 귀인의 처소에 내가 있는 줄 알겠지만.” “나,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어떻게...?” “보고싶으니까.” “욱.” 내 눈 똑바로 보며 그런 말 하지마. 너무 창피하단 말이야. 그치만.... “나도 보고 싶었어.” 쑥스럽게 조그마하게 그를 향해 내 마음을 말해 보인다. “그,근데 귀인이...!!” 나는 이렇게 행복하지만 다른 한 쪽 귀인은 지금 혼자...! 놀라 묻자 원범은 괜찮다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귀인이 니가 여기에 왔다는 걸 대비에게 말하면? 귀인은 이미 대비에게...!” “말 안 해.” “정말?” “응. 할 수가 없지.” “에?” 내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묻자 그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내젓는다. “걱정마.” “으응...” 일단 그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니까 그의 말을 잘 듣는 꽃잎이는 좋다고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아, 행복해 죽겠다. 행복해 죽겠는데... 자꾸 귀인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행복해하면 귀인이 불행해 진다. 나와 귀인이 함께 행복한 방법은 없을까...? 같은 사람을 사랑한다 해도... 정말 그럴 방법은 없는 걸까...? 내가 너무 이기적이다. 아이까지 가진 귀인을 모르는 척 하며 이렇게 그가 왔다고 행복해하는 내가... 정말... 너무 이기적이고 밉다. “날이 밝기 전에 가야겠다.” “응.” “어제도 못 잤는데 괜찮아?” “너도 잖아.” “그래도 난 낮잠 잤어. 피곤할테니까 좀 자. 내가 날 밝기 전에 깨워줄게.” “밤에 밖에 못 보는데 자라고?” 그가 완전 황당해하는 얼굴로 나를 멀뚱 바라보는데 내가 더 황당하다. 아니! 이 놈아, 나 때문에 밤에만 보는 거야? 댁이 바빠서 밤에 보는 거잖아! 라고 외치고 싶지만 꽃잎이는 착한 꽃잎이 되기로 했으니까. “그치만 피곤하고...” “너 보니까 안 졸려.” “그런 게 어딨어?” “니가 내 잠이야.” “에에? 건 또 무슨 소리야.” “니가 내 밥이고 니가 내 빛이고 니가 내 삶이고...” 원범은 부드럽게 웃으며 내 품속으로 파고들며 다리를 베고 이불 위에 벌러덩 눕는다. 기분 좋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 나도 모르게 아주 대담하게 시리 그의 입술에 쪽 뽀뽀 하자 그가 쿡, 웃는다. “왜 그렇게 웃고... 앗.” 갑자기 그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미간을 찌푸린다. “왜 그래...?” “쉿.”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에 집중을 하는 듯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미간을 찌푸린다. 툭-! 툭-! 바깥에서 둔탁하니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덜컥 겁이 나는 나. 원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병풍을 홱 빠르게 접더니 그 안에서 길죽한 무언가를 꺼내더니 이내... 챙- 새파란 칼날이 선 칼이다. “무슨 일이야?” 심장이 미친 듯이 떨렸다. “괜찮아.” 그는 날카로운 검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나를 뒤로 한 채 검을 곧게 쥐며 문 쪽을 노려본다. 드르륵- 쾅-! 이내 문이 열리고 원범과 비슷한 검은색 옷을 입은 여러 명의 자객들이 눈앞에 닥친다. 부들부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려 하지만 다리에 힘을 꽉 준다. 약해지지마. 괜찮아. 원범이 있잖아. 그리고 조금 있으면 인혁도 달려올 테니까... 걱정하지마. 괜찮아... 괜찮아... 그가 괜찮다고 내게 말했으니까... 그러니까...! 자객들의 시퍼런 칼날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이곳의 사람들을 모두 죽인 거야? 임상궁도? 진아도?? 눈물이 울컥 솟아오른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58 새글 161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7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3200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23 므흣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누구냐.” 원범이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뗀다. 그들은 자신들과 예상과 다른 모습에 잠시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한 놈이 나를 향해 칼을 들이 댄다. “그 앞을 지키고 있는 댁이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우리는 의뢰를 받은 몸, 죽어줘야겠소.” 이 사람들 뜨내기가 아니야. 엄청나게 강해보여. 칼을 들고 나를 죽이려는 자객이 총 다섯. 원범은 나를 지키며 이들과 싸워야 해. 순간 그때가 생각이 났다. 바보처럼 납치나 당해서 원범이 크게 다쳤던 그 일... 원범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지만 왠지 그가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두 눈을 부릅뜨며 그 놈들을 향해 입술을 떼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들여 놓는 것이야!” 나는 비록 중전은 아니지만 전하를 모시는 사람. 이곳은 전하가 오시는 곳이기에 이런 잡다한 패거리 같은 놈들이 올 곳이 아니다. 지금 현재 전하가 내 앞에 서 있고 말이다. “목소리 쩌렁쩌렁하네.” 그가 픽 웃으며 나를 향해 말하고 나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말한다. “나는 잘난 전하를 모시는 사람이니까.” 내 말이 끝나자마자 한 놈이 원범에게 달려들고 원범은 그 칼을 막으며 작게 입술을 뗀다. “잘난 전하니까 까짓 것 화려하게 처리해주마.” 공격해온 남자의 칼을 받고 그대로 위로 올려 뒤로 밀치며 푹, 그의 가슴팍에 칼을 찔러 넣는다. “윽.” 터져 나오는 피에 두 눈을 감게 되지만 안 돼. 두 눈 부릅뜨고 봐야 해. 멍청하게 두 눈 감고 징징거리다가 내 위험도 모른 채 있을 수는 없어. 내가 저들을 없앨 수는 없어도 적어도 원범이 나를 덜 신경 쓰게 도망이라도 칠 수 있게 해야 해. 두 눈 부릅떠. 원범에게 이 이상 짐이 되지마. 그는 백성들의 왕이야. 죽는다면 그가 아닌 내가 죽어야 해. 눈을 떼지마. 그들을 노려 봐. 그들을 바라 봐. 카강-!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귓전을 내리친다. 한 명이 칼과 원범의 칼이 부딪히지만 다른 나머지 한 명이 나에게 달려들고 나는 도망치듯 뒤로 내빼며 시간을 벌자 원범을 상대하고 있던 사람의 칼을 밀치며 나에게 칼을 들이댔던 남자의 팔을 벤다. “크윽-!” 붉은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서지만 이내 다시 공격해 온다. 원범은 정확히 그의 손을 베었고 그의 손에서는 시뻘건 피가 솟아오르며 칼을 떨군다. “이야야얏!” 원범에게 다시 칼을 휘두르는 사람. 순간 그것을 바라보면서 원범이 대처하기에는 늦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뭘 생각할 것도 없이 뒤에 집히는 도자기를 그를 향해 날렸고 그 도자기가 영화에서처럼 멋지게 그에게 맞아 깨지며 그가 피를 흘리며 뒤로 넘어가진 않았지만 겨우겨우 그의 팔을 맞추고 그는 움찔하며 다시 칼을 들었고 그 잠깐의 틈에 그의 배를 깔끔하게 베어 버리는 원범. 촤악- 하며 피가 뿜어져 나와 원범의 얼굴에 튀지만 그는 그것도 닦을 틈도 없이 다시 자세를 다잡으며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막아선다. 남은 인원은 두 명. 원범은 작게 긁은 상처 밖에 없고 큰 상처는 없어 보여서 다행이다. 하지만 원범은 지친데에 비해 저쪽은 작은 상처든 큰 상처든 없었고 지치지도 않고 멀쩡했다. 두 명은 원범의 서릿발 선 모습에 움찔거리며 빠르게 공격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볼 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원범을 향해 동시에 두 사람이 달려든다. 어쩌지? 내가 어떻게든 막아 줘야 하는데...!! 원범이 다치기라도 하면...!! 드르륵 쾅! “으악-!”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누군가가 다가와 뒤에서 원범에게 덤비던 한 놈을 베어 그 놈은 칼을 떨구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그와 동시에 원범은 나머지 한 놈의 칼을 캉- 소리를 내며 크게 막고 이내 날렵한 몸짓으로 그의 어깨를 베어 넘긴다. “크윽-!” 자객 다섯이 이내 방 안에 널부러졌다. “괜찮아? 괜찮아?!” 원범의 앞에 서며 그의 얼굴에 튀긴 피를 내 옷으로 쓱쓱 닦으며 그의 몸에 난 작은 상처들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괜찮아?”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오히려 나를 향해 괜찮냐고 묻는 그. 나는 눈물을 툭, 하고 토해내듯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자신의 품안에 넣는다. “고맙다.” 원범은 문쪽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덤벼오는 두 명 중 한 명을 처리해 준 사람에게 말했고 나 역시 그쪽을 향해 바라보자 역시나... 나의 수호천사. 인혁이다. “고마워...” 조금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방긋 웃으며 말하자 그가 다급한 얼굴로 나에게로 다가온다. “괜찮으십니까?” “으응... 근데 원범이 살짝...” “생채기야.” “마마!!” 숨을 헐떡이며 다급하게 달려오는 내관 하나. 처음 보는 내관이고 나이도 상당히 어려 보인다. “가지고 있지?” “예!! 마마!!” 내관은 보따리 하나를 꺼내서는 이내 원범에게 내밀고 원범은 빠르게 옷을 벗더니 이내 용포를 입기 시작한다. 도대체 뭐하나 싶어 멀뚱멀뚱 하는데... "최내관은?“ “지금 이쪽으로 오고 계십니다!” “그래.” 원범은 훌떡 금방 입고는 어린 내관에게 검은 옷을 주며 말한다. “가서 태워 버리거라. 지금 당장.” “예 마마!!” 어린 내관은 와다다닥 달려가고 나는 무슨 일인지 몰라 눈을 멀뚱멀뚱 뜬다. “소란스러워졌으니 금방 군사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준비는 다 됐으니 문제없다.” 인혁의 말에 그가 피식 웃으며 말을 했고 이내 피를 흘리며 널부러져 있는 다섯 명을 쭈욱 훑어본다.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 다수였지만 죽은 사람은 없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중 제일 멀쩡해 보이는 손을 다친 사람에게 다가가 쭈그리고 앉는다. 그러자 그는 덜컥 겁을 먹은 얼굴로 뒤로 물러서지만 뛰어봤자 벼룩이지. 원범은 그의 얼굴에 씌워져 있는 검은 복면을 벗겨버렸다. “궁 안의 사람이 아니구나.” “사,살려주십시오! 임금님이신지 모르고...! 그저 모르고...!!” “누군가 사주를 하였구나.” “예! 예! 그러하옵니다. 그러합니다!” 남자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피를 흘리는 몸을 이끌고 바닥에 몸을 낮추어 빌었다. “누가 너에게 사주를 하였는지 말하라.” “그것이...” “모르는 것이냐?” “저희는 저희 두목의 명을 받아.” “너희 수령은 어디에 있느냐?” 원범의 말에 남자는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몰라했고 이내 옆에 서 있는 인혁의 칼을 스릉 뽑으며 빠르게 그의 목에 칼을 대었다. “말하면 살 것이고... 말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말,말하겠습니다...!! 우롱네 다리 옆에 있는 주막이 저희 본거지입니다!!!”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인혁은 고개를 숙이며 명을 기다리듯 말했고 원범은 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오늘 밤 안에 잡아야 한다. 다른 수를 못 쓰게 말이다.” “예.” 인혁은 빠르게 그곳에서 사라지고 사라지자마자 우당쾅쾅 거리는 엄청난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군사들이 와르륵 달려오고 군관이 기겁을 하며 달려와 그대로 무릎을 꿇는다. “전하! 어찌 이런 일이...!!! 옥체는...!!” “괜찮다. 잡아가기나 해라.” 원범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휙 내저었고 그들은 대답을 하며 그들을 포박을 하여 묶여갔고 나는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임상궁은! 진아는! 나인들은!!”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자 군사 한 명이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말한다. “죽지는 않았다고 하옵니다. 피를 흘리고 정신을 잃고 있어 군사들이 그들을 의녀들에게 보였을 것입니다. 심려 마십시오.” 그의 말에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내 모습에 그는 기겁을 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고 원범은 그를 물리며 나를 안아 올리듯 일으켜 세우며 가만히 나를 보듬는다. “전하! 전하! 전하!” 최내관의 목소리였다. 최내관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허리를 숙여 나와 원범 앞에 섰다. “잠시 처소를 옮길 곳이다. 이 곳은 피 비린 내가 진동을 하는구나.” “예. 마마.” “앞장서거라.” 최내관은 숨을 겨우 고르고 고르며 이내 나와 원범의 앞에 서 뒤를 계속해서 돌아보며 천천히 걷는다. 뭐가 어떻게 된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임상궁과 진아는 무사하고 전하께서도 무사하고... 나도 무사하다는 것... 그거면 됐다. 그거면 됐어... 원범은 그 날 밤 단 한숨도 자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토닥거려주었다. 당당하려 애썼으나 아무렇지도 않으려 애썼으나 내 눈 앞에서 폭포수처럼 솟구쳐 오르는 핏줄기를 바라보았다. 꿋꿋하려 애썼으나 괜찮은 웃어보였으나 자객이 나를 찾아와 나를 죽이려 했다. 원범이 없었더라면 나는 죽었을지도 몰라. 어떻게 된 일인지 인혁이 잠깐 자리를 뜬 사이 그들이 왔다. 정말... 난 죽었을지도 몰라. 자꾸만 겁이 나 원범이 옆에 있는데도 선잠이 들어 잠에서 계속해서 깼다. 그럴 때 마다 나를 토닥이는... 나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그의 손길에... 따스하게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 어느 순간 마음이 놓여 새벽이 파랗게 밝아올 때가 다 되어 깊이 잠들었다. 그는 그때까지 다른 곳으로 조금이라도 눈길을 돌리지 않고... 그렇게 나를 바라보아 주었다. 스륵- 눈을 떴다. 어제의 일은 모두 꿈인 것처럼 너무 이상하게 개운하게 잘 잤다. “잘 잤어?” 빙그레 웃으며 내 이마에 입을 맞추는 원범. 나는 그런 그의 기분이 좋아져 그의 몸으로 파고들며 짙게 미소 지었다. “얼마나 잤어?” “글세... 적당히.” “아침 먹어야지. 배고파.” “아침이 아니라 점심이야.” “에에엑!!”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원범을 향해 버럭 소리를 내지르자 그가 빙그레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왜?” “왜 여태여기 있는 거야!! 업무는!!!” “너 안 일어나길래 보고 가려고.” “깨우지!!!” “새벽에야 겨우 잠든 사람 깨우라고? 그리고 너무 잘 잤어.” “그래도 깨우지! 어떡해! 어떡해!!” “괜찮아.” 원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붉은 용포를 입고 이내 나를 바라본다. “밥 먹어야지. 배고파.” 진짜... 왜 이렇게 상냥해. 정말 원범 이 놈은 감을 못 잡겠어. 어떨 때에는 툴툴거리고 어떨 때는 이렇게 사람 녹을 정도로 상냥하고...!! 물론 종잡을 수 없는 게 원범의 매력이라 생각하지만... 우후후훗...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62 새글 161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8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1922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24 a동방재중a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오랜만에 주신 손글인데 솜씨가 전혀 전혀 녹슬지 않으셨어요~ 너무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국문장. 왕은 국문장 안으로 들어섰다. 왕의 몸에서는 서늘한 한기가 흘러나와 국문장에 있는 신료들과 군사들은 닭살이 오도독 돋는 것을 느꼈다. 왕은 신료들과 아무런 의견도 없이 친국을 선언했고 아침에 일어난 신료들은 갑작스러운 친국 소식에 기겁을 하며 궁 안에 들어섰다. 궁 안에 들어서 왕이 습격을 받았다는 소리에 기겁을 하며 이게 어찌 된 것이냐며 수군거렸다. 인혁은 왕인 원범의 명을 받아 그 새벽에 순식간에 습격해 온 수령을 잡아 그 수령에게 사주한 사람을 찾아내었다. 수령에게 사주한 사람은 다름 아닌 고위 신료 중에 하나였고 그것에 국문장 안으로 들어온 모든 사람들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신 참의. 김 부장. 아니, 그 관직을 내게 붙여줄 수가 없겠구나. 신명헌. 김필호” 이미 많은 고문을 당한 신명헌과 김필호는 피 범벅이 된 얼굴로 헉헉 거리며 원범을 노려본다. 원범은 그것에 갑자기 입 꼬리를 짙게 올리고 눈을 부드럽게 반달로 말며 말한다. “아직도 실토하지 않는다지?” “소인을 하지 않는 일을 어찌 소인이 했다 하오리까, 전하!!!” “그럼 자객들의 수령이 자네라고 지목한 것이 거짓이란 말이냐?” “당연히 거짓이옵니다!! 어찌 전하께서는 그리 천한 것들의 말을 믿으시나이까!!!” “천한 것?” 원범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것에 참의는 꿀꺽 침을 삼키며 자신이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임금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바로 저것이었다. 자신들은 양반이라 천하지 않고 양반이 아닌 자들은 천하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말이다. “대체 그대는 무엇을 가지고 천하다 귀하다를 나누는 것인가?” 원범의 말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원범은 입가에 미소를 소름돋게 지으며 그에게 가까이 한 발자국씩 다가가 말한다. “나는 왕이 되기 전 백성으로 천하게 살아왔다.” “저,전하 어찌 그런 말씀을...!!!” “좋은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 자네처럼 비단 옷에 고기 국물 서책을 가까이 한 것이 아니라 천한 백 성처럼 다 뜯어져가는 옷 궤어 입으며 멀건 국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서책이 아닌 농기구를 내 가까이 두어 나는 무지하다. 그런데... 그대는 왜 나를 왕이라 칭하는가...? 그대는 왜 나를 그대 윗사람으로 칭하는가...?” 참의는 어쩔 줄을 몰라했고 그 주변에 서 있던 신료들 또한 모두들 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대체 무엇으로 천하고 귀하다라는 것을 나누는 것인가? 타고나는 귀천은 없다. 귀천을 만드는 것은 자신들이 귀하다라고 여기는 자네와 같은 머리에 똥물이 가득 찬자들이지.” 참의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원범과 시선을 하나 맞추지 못했다. 물론 신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원범이 등용한 신료들은 자신들과 같은 사상에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신료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 하나 같이 고개를 돌릴 뿐이다. “대지가 없이는 백성들이 없다. 백성들이 없이는 나라가 없다. 백성들이 없이는 신료들이 없다. 백성들이 없이는 왕도 없다. 왕도 신료도 나라도...!! 모두 백성들 안에서 태어나는 것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왕은 한참동안이나 참의를 노려보다 이내 하하하, 크게 웃음을 정신없이 터트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아 또 한참 동안이나 폭소한다. 왕의 웃음에 신료들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불안감을 느낀다. “자객들의 수령을 불러와라.” 웃음을 우뚝 멈추고는 명을 단호하게 내렸고 군사들은 신속하게 움직여 수령을 끌고 들어온다. 수령의 얼굴과 온 몸은 장난이 아니었다. 참의의 모습이 우스울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 끌려온 자객의 수령. “너는, 그리고 너희는 어떤 의뢰내용을 받았느냐.” “궁...으로 잠입해 숙의를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수령의 말에 원범의 가슴이 다시 한 번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꽃잎이가 그들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리도 빠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 그가 몰래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면... 끔찍했다. 만약 오늘이 아닌 다음 날, 그 다음 날이라도 자신이 없는 그 날을 틈 타 꽃잎을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너무 잘 들어맞는다. 어제는 자신이 귀인에게 가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많은 수군거림을 받는 날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귀인에게 가야하는 한 마디로 숙의가 혼자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어제는 인혁이 산채에 다녀오는 날이었기에 숙의가 혼자 있는 날이었다. 너무나도... 들어맞는다. “그곳에 전하께서 계실 줄은...” “너에게 사주를 한 자가 저기 오른편의 남자가 맞느냐?” 참의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수령에게 묻자 수령은 고개를 끄덕인다. “예. 맞습니다.” “이,이놈이!!” 참의는 기겁을 하며 수령에게 소리치지만 수령은 혼자 죽을 생각은 절대 없었다. 숙의만 죽이고 오면 된다고 그 뒤 책임은 다 자기네들이 지겠다고 계획은 완벽하다 웃을 땐 언제고 궁에 잠입하여 숙의를 죽이려 하니 임금이 있었다. 그것도 얌전한 임금이 아닌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날아다니는 임금이 말이다. 저 놈들의 말만 믿다가 이리 죽어 가는데 혼자 죄를 뒤집어쓰고 죽을 충성심은 없다. 어차피 돈에 움직였으니. “그럼 저 왼편의 자가 궁을 안내해준다는 자가 맞느냐?” “맞습니다. 사주를 할 때 저자와 함께 와서 자신이 안내해준다 했습니다.” “네 이놈!!!” 부장은 비명을 내지르며 피를 토하지만 그것이 죽기 전 마지막 발악을 하는 수령에게 통할 리는 없었다. “이래도 발뺌을 하겠느냐.” 원범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참의와 부장을 바라보았다. “억울하옵니다!!” “억울하옵니다!!” “억울해하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참의와 부장은 목이 죄다 쉬어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지만 원범을 향해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린다. 원범은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을 직접 손으로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자리에서 일어나 무관들의 허리춤에 붙어 있는 시퍼렇게 선 칼로 그들의 목을 베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냉정을 찾아야 한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가보구나.” 원범이 그들을 향해 미소 지었고 그들은 흠짓 놀란다. “너희들이 믿는 그는 누구인가... 너희들에게 이런 짓을 시킨 자는 누구인가...! 나보다 힘이 센 그는 누구이냔 말이다!!” “저,전하!!!” 원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관의 허리춤에 찬칼을 빼어 들어 날이 날카롭게 서 있는 칼을 참의와 부장을 향해 겨눈다. “전하!” 신료들이 기겁을 하며 원범을 부르지만 원범은 귀를 닫으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 둘을 노려본다. “짐은... 참을성이 그리 많지 않다. 어서 말하라.” “전하... 전하 어찌...” “전하 저희는 그 누구의 명도 받지 않았사옵니다. 명을 받지 않았사오니 그 일을 할 일도 없사오며 어찌 전하가 계신 숙의전을...!” “신료들은 어떠한가...? 신료들 역시 내가 헛물을 켠 것으로 보이는가?” 원범의 말에 신료들은 아무도 입을 떼지 못했다. 지금 붙잡혀 있는 자들은 하나 같이 김씨 측의 사람들이었고 김씨 측 파들이 여기서 무슨 말을 하면 지금의 왕으로써는 그들과 같이 싸잡아 자신을 시해한 자로 몰아갈 수가 있다. 숙의를 죽이러 그곳으로 갔지만 그곳에는 왕이 있었다. 이것은 왕을 시해하려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그 누구도 힘을 쓸 수는 없다. “주상!” 하지만 예외적 인물 하나... 바로 대비였다. 대비는 빠르게 걸어와 주상의 옆에 서고 원범은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비를 바라보았다. “어마마마께서 이런 곳까지 행차하셨나이까.” 대비의 출현에 원범이 새로 등용한 자들은 바짝 긴장을 했고 김씨 무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비를 응시했다. 김문근은 아무런 표정 없이 주리에 틀려 있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김문근은 오늘 이곳에서 그 어떤 표정도 없었고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주상... 주상! 괜찮으신 겁니까?” 대비의 반응에 김씨 문파들은 조금 놀란 듯 했지만 김문근은 무표정했다. “옥체가 상하신 곳은 없습니까?” “예. 어마마마께서 염려해주신 덕분입니다.” 대비의 반응에 원범도 똑같이 바로 대체하며 반응했다. “저 자입니까? 저 자가 감히 주상을!!”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역정을 내는 대비. 대비의 그러한 모습에 형틀에 묶여 있는 그들은 놀란 얼굴로 대비를 바라본다. “어찌 그곳에 계시어 봉변을 당하셨습니까.” 대비의 말에 원범은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그곳이라니요?” “귀인의 처소로 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째서 숙의의 처소에 계시어 봉변을...” “어마마마.” 원범의 말에 대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원범을 바라본다. “귀인의 처소인지 숙의의 처소인지 그것이 그리 중요한 것입니까?” “그거야 당연히 귀인의 처소에 가야 했기에...” “저들은, 아니 저들에게 숙의의 제거를 시키라고 시킨 장본인들이 바로 그것을 노린 것입니다.” 원범의 말에 대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원범은 미소를 지으며 대비에게 시선을 돌려 형틀에 묶여 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틀며 말한다. “제가 귀인의 처소로 간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궁안의 사람입니다. 저들은 정 3품의 고위 관료들입니다. 궁 안의 사람이고 고위 관료들을 움직일 권력가가 누구라 생각하십니까?” 원범의 질문에 대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미간을 찌푸린다. 국문장 안에 싸늘한 공기가 맴돈다. “전하! 신들이 보기에는 저들의 죄가 명백하옵니다!” 김문근은 몸을 숙이며 원범을 향해 고했고 마치 그것이 신호가 되듯 신료들의 목소리가 국문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전하, 저들을 죽이십시오!" "전하, 저들을 죽여 전하의 위엄을 보여주십시오!“ 신료들의 소리에 부장과 참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원범은 가만히 신료들을 웃음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다 이내 형틀에 묶인 그들을 응시했다. 그러자 그들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전하! 전하!!!” “저희를 시킨 자가 누구인지 말하겠나이다!” “전하!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전하!!!” “죽이세요!” 대비의 살벌한 목소리에 모든 음성이 멈췄다. 대비는 서슬 퍼런 눈으로 형틀에 묶인 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들을 죽이세요. 감히 전하를...!!!” “전하! 전하!!! 저희를 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기...!!” 휘익- 퍽퍽-! 갑자기 지붕 위에서 화살이 순식간에 날아와 형틀에 묶여 있는 부장과 참의의 목에 정확히 꽂혔다. “전하를 보호하라! 전하와 대비마마를 보호하라!!!” 군사들은 우르르 원범과 대비의 주변에 몰려 그들을 보호했고 신료들은 기겁을 하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원범은 엄청난 혼란 틈에도 가만히 죽어버린 그 두 남자를 응시했다. 그 일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임금이 말했다. 궁 안의 경계가 이리 허술하니 자신이 직접 궁 안의 중요한 사람들을 지킬 군사들을 고르겠다. 그리고 육성하겠다. 임금의 말에 그 누구도 반대하지 못하였다. 숙의를 시해하려 이루어진 일이지만 어쨌든 그곳에는 임금이 있었고 숙의의 처소까지 왔다면 대전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는 임금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대전, 대비전, 중궁전, 후궁들의 처소, 중요 기관에 모두 임금이 선별한 군사들과 관료들이 들어섰다. 현재 대비가 수렴청정을 하고 있지만 모든 중요한 기관에는 임금의 눈이 있었다. 죽어나간 참의와 부장의 자리 역시 임금이 택한 자가 등용되어 신료가 되었으며 궁 안의 권력은 아직도 김씨에 편에 많이 기울어져 있었지만 이번 일은 엄청난 돌풍을 예고하는 작은 서막에 불과했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69 새글 161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0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69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1660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25 역시 a동방재중a 님께서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요새 원범은 머리가 터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궁 안의 군사 배치를 직접 해 우의정에게 명을 내렸고 신료들의 새로운 등용 문제도 자신이 직접 해 도승지에게 말했다. 원범의 말로는 아직까지는 이라고 했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중요한 일들을 신료들에게 맡기기엔 위험도가 너무 높았다고. 그것도 그럴 것이 정 1품의 삼정승은 아직도 원범의 편이 아니었으니까. “오늘은 무슨 생각?” 원범의 곁에 누워 그를 바라보며 말하자 그는 피식 웃는다. “왜?” “내가 상담해줄게.” “그래?” 원범이 내 쪽으로 몸을 틀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고 나 역시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응! 나만 믿어.” “풉.” “억! 웃어~?” 잔뜩 인상을 쓰며 불량배처럼 원범을 쳐다보지만 원범은 그것에 더 재밌다고 배꼽을 잡고 웃는다. 아,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가?? 갑자기 울컥, 하는 마음이 든다. 원범은 분명 휘영이와는 이런저런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할 텐데... 내가 아무리 원범의 힘이라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 거 알면서도... 나도 휘영이처럼 원범의 직접적인 힘이 되고 싶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이야기하는... “이번에 궁안의 치안을 담당하는 자를 새로 등용할 생각이야.” 원범이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며 말하자 나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저 장난으로 ‘내가 알아서 생각할게.’ 라며 말하고는 다른 이야기로 둘러댈 줄 알았는데 너무나도 진지하게 나에게 상의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멍했던 재빨리 바꾸고는 그를 향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중요 기간의 군사들은 우리 측 산채에 있던 자들로 전부 바꿨으니까 그 중에 수장을 뽑아야 하는데 누가 적합할지...” “쉽다!” 방긋 웃으며 그를 향해 소리치자 그가 처음에는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보다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쉬워?” “응! 임금님께서 이런 걸로 고생하면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나?” “쉽다 말하는 사람 의견 들어보자.” “인혁이!” “뭐?” “인혁이을 등용하면 되지!” “잊었어? 조인혁은 천민이 된 자라고.” “잊었어? 당신이 왕이라는 것. 그리고 나와 전하를 마지막에 구한 것은 인혁이라는 것.” 나의 말에 우리 임금님께서는 벙 뜬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완전 아차, 했다는 얼굴이다. “아무리 천민이라도 자객의 습격으로부터 왕과 그의 후궁을 구했는데 왕이 그를 천민의 신분으로부터 못 끌어 올리겠어? 그리고 그의 무예 또한 출중하고 숙의 무사시절부터 신임이 두텁고 박 참판이 신임하는 자이기도 하니... 가능하지 않겠사옵니까. 전하?” 나의 말에 원범도 역시 동의한다는 듯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지만 이내 갑자기 얼굴을 바꾸며 고개를 내젓는다. “안 돼.” “에! 왜!” “분한데.” “응?” “널 지키기 위해서는 인혁이 곁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아니 날 지키기 위해서는 인혁이 내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은 알겠는데 왜 분해?? 뭐가 분해?? 가끔 원범은 인혁이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내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해댄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날 지키는 것? 그건 걱정할 거 하나도 없네요~” 빙그르 웃으며 말하자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의 어깨를 거칠게 쥐며 소리친다. “걱정 할 것 없다고? 내가 아니었으면 넌 그 날... 이 자리에서...!!!” “안 죽어.” 그에게서 불안함이 보였다. 그것에 나는 손으로 그의 볼을 부드럽게 감싸며 차분하게 미소 지었다. “임금님아. 이 바보 임금님아. 내가 한 말 잊었어? 니가 100살 1000살 살 수 있게, 그때 까지 니 옆에서 절대 죽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의 볼을 어루만지는 나의 손을 잡으며 불안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떨 때 보면 너무나도 강건한 왕인데... 이럴 때 보면 가만히 둘 수 없는 너무나도 연약한 왕이 되어버린다. 휘영이의 말을 이제야 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나로 인해 강해지고 나로 인해 약해진다. 그를 약하게 만들어서는 안 돼. 그러기 위해서는 내 목숨 보전은 내가 해야 한다. “걱정마. 그리고...” 원범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고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소원은... 니가 비운의 왕이 되지 않는 것. 니가 말했던 것처럼 백성의 피를 빨아 먹는 나라가 되지 않는 당신의 나라를 만드는 거야. 그러니까...” 그의 얼굴을 한 번, 두 번,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 신료들 앞에서는 거부 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 사람이 나에게는 이렇게도 약해진다. 정말...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 그치만... “내가 죽어도... 내 소원은 꼭 이뤄줘.” 원범의 표정이 차갑게 일그러지며 나에게 무어라 말하려 하지만 나는 와락 그를 안았다. “죽지 않아. 절대 죽지 않아. 하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만약 같은 거 없어.” “있어. 내가 만약으로 이곳으로 왔으니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 이곳으로 와 널 사랑했으니까...” “안 돼. 만약 같은 거 절대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 따위 일어나지 말라고 해. 내가 그렇게 안만들 거니까...!!!” 그의 등을 가만히, 가만히 부드럽게 쓸었다. 한참을 그렇게 조용히 그의 등을 쓸어내리다 이내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내 소원이야. 그럴 수 있지?” 나의 말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 이내 그 검은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강인하게 입술을 뗀다. “그 소원 절대 안 이루어져. 니가 죽을 리는 없으니까. 다른 소원으로 바꾸는 게 좋을 거야.”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라... 그래. 다음엔 다른 소원 말해. 들어줄 테니까.” 빙그레 그를 향해 웃어 보이자 갑자기 그가 미간을 찌푸린다. 나는 깜짝 놀라 그를 향해 무언가 말하려하는데 그 순간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부딪힌다. 그의 말캉한 입술 감촉에 이내 깜짝 놀라 눈을 껌뻑 껌뻑 거리지만 이내 두 눈을 감으며 그의 입맞춤에 응한다. “몰랐다...?” 대비는 훗, 하고 웃으며 세영을 바라보았다. 세영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대비를 바라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말입니다. 대비마마... 정말... 정말...” “지금 이 일이 얼마나 많은 결과를 가지고 왔는지 아는 게냐?!” 대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고 세영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사실 숙의 암살 계획은 세영 역시 몰랐던 것이다. 다만 대비가 숙의에게 그 날 밤 원범을 꼭 잡아두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았다. 귀인은 그를 꼭 잡아 두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고 세영은 그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비에게 말하지 못했다. 말을 한다면 목이 달아날 것이다. 그녀는... 끝이 나고 말 것이다. 두렵다. 너무나도 두렵지만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 되어버렸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이롭게 이끌어 나갈 수밖에 없다. “머리가 아파 죽겠구나. 머리가 아파 죽겠어!” 대비는 신경질적으로 세영을 바라보았고 세영은 머리를 조아린다. “주상의 아이까지 가져놓고 어떻게 그리 주상을 잡지 못하는 것이냐.” “송구하옵니다.” “마마.” 가만히 자리에 앉아 듣고만 있던 문근의 말에 대비는 그를 응시한다. “방법이 있사옵니다.” 그의 말에 대비의 얼굴은 환하게 올랐다. “그래? 그것이 무엇이냐?”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숙의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나도 알고 있다. 지금 주상을 흔들 사람은 그녀 밖에 없다는 것을...” “지금 전하께서는 두 가지를 잡고 계십니다. 하나는 나라, 하나는 여인. 지금은 그 두 가지를 평행으로 잡고 있지만 위급한 상황이 되면 한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지요.” “그렇지. 암 그렇지.” 대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았고 문근은 세영을 응시한다. 그 시선에 세영이 흠짓 놀라지만 문근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는다. “이번에는 귀인 마마께서 힘 써주셔야겠습니다.” 나는 가만히 인혁을 바라보았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인혁만한 인물은 없다. 예전 의적의 수장이었던 인혁을 산채의 사람들이 싫어할 리가 없었고 오히려 어린나이에 산채의 수장이며 높은 무술 실력에 감탄할 뿐이었다. “인혁아.” “예. 마마.” 인혁이 시선을 아래로 내깔며 내 부름에 대답했다. 솔직히 섭섭한 것은 사실이다. 언제나 항상 내가 어디에 있든 그가 나를 지켰는데... 어느새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곧 겨울이 오는 이 시점에도 그가 나를 계속해서 지켜주었는데... 이제 그를 떠나보내야 한다. “부탁이 있어.” “하명하십시오.” “전하를 도와줘.” 나의 말에 인혁은 잠시 나를 응시하다 이내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대답한다. “마마를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궁궐의 모든 군사력을 통괄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적어도 산채에서 내려온 자들을 통솔할 수 있는 관직 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인혁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알았는데... 어찌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 “전하를... 도와...” “마마의 곁을 떠나라는 것입니까?” “그것이 아니라...” “지금 가장 위험하신 것은 마마입니다. 모르시는 것입니까?” “알아. 알고 있어. 하지만 니가 해줬으면 해. 니가 관직에 나가 그들을 통솔하며 위로 위로 올라와 전하를 도왔으면 좋겠어. 지금 맡는 관직은 그저 부장의 작은 관직일지는 몰...”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인혁이... 화를 냈다. 나에게... 처음으로... 처음으로 화를 냈다.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핏대를 세우며 나에게 소리친다. “관직을 위해서 마마 곁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저 당신을 지키고 싶어서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조금이나마 당신이 살아가는 삶이 외롭지 않게 아프지 않게 당신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란 말입니다!!!” 인혁의 말에 나는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조금 놀랍고 조금 당황스러워 어떤 말을 내뱉어야 할지 몰랐다. 그도... 이렇게 화를 낼 줄 알았구나... 그는...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고마워.” 나의 말에 갑자기 그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응시하다 이내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제가... 마마께...” “으응. 아니야. 아니야.” 나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인혁의 앞에 가까이 앉아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날 봐.” 그가 우물쭈물 거리며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다. 언제나 단호하고 강하던 그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나...? 상당히 힘겹게 나의 눈을 응시하는 그. 그의 눈동자가 무언가에 의해 불안하게 일렁인다. 나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그의 한 손으로 양손으로 꼭 잡았고 그는 깜짝 놀라며 나를 응시했다. “이게 나를 지키는 일이야.” “마마.” “그를 도와줘... 그를 도와 궁 안이 안정이 되어야지 내가 위험하지 않아. 그를 도와 나라가 안정되어야 내가 위험하지 않아.” “하지만...” “중요한 기관이나... 내 처소를 지키는 자들은 이제 모두 산채 사람들이 지키게 될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마마...” "이곳에 있을 거잖아. 어디 멀리 가는 거 아니잖아. 그를... 도와줘...“ 가만히 그의 손을 감싸쥔 나의 손에 힘을 주어 그의 손을 더욱 더 세게 감쌌다. 그는 불안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세상에, 우리의 전하께서도 그렇지만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인혁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내가 그렇게 불안한가? 내 안전 문제만 나오면 이렇게 연약한 표정을 짓는 두 남정네... 앞으로 큰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이러면 쓰나~ 나는 빙그르 웃으며 그를 응시했다. “해줄 거지...?” 그는 나에게 계속 무언가를 말하려다 이내 입술을 다물고 다시 입술을 떼다 이내 입술을 다물며 나에게서 시선을 돌리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후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말한다. “마마의... 명을 따릅니다.” 나는 천천히 잡은 그의 손을 놓으며 그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고마워.” 나를 바라보는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엄청나게 불안해보이고 엄청나게 서글퍼 보인다. 하지만 내가 묻는다 해도 분명 그는 대답하지 않을 테니... 그저 미소 지을 뿐이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73 새글 161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70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1699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26 ●다월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인혁은 관복을 입고 원범 앞에 다가와 절을 했다. 원범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관복이 잘 어울리는구나.” 인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원범도 그에게 무슨 말을 바라지 않은 얼굴로 방석을 바라보며 말한다. “앉거라.” 그의 말에 인혁이 조용히 앉았고 원범은 최내관을 응시한다. 그러자 최내관은 쪼르륵 달려와 여러 가지 두루마리를 인혁에게 내민다. “궐 안에 상세지도이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지도가 있고 그것에 대한 문서다.” 인혁은 원범의 말에 최내관이 준 문서를 가만히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겨 두루마리를 열어 궐 안의 지도를 펼쳐본다. “지금 그 배치도는 내가 궁궐 수비대장에게 내린 것과 다르다. 수비대장은 나의 사람이 아니기에 그저 표면적으로 보여 지는 궐 안의 군사들의 배치도만 알고 있다. 상세한 것은 니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안에는 은밀하게 이번에 들어온 우리의 군사들을 배치할 곳을 정해 두었으니 읽고 통제하라.” “명을 받들겠나이다.” 인혁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아직까지 니 자리가 그리 크지 않다만 앞으로 산채의 군사들은 더욱 더 양성하여 이곳으로 데려올 것이다. 궐 안의 일과 산채의 군사들을 양성하는 일 두 가지를 하게 되면 힘들겠지만 차질 없이 해주길 바란다.” “심려 마십시오.” “숙의가 너를 지목했다. 숙의를 민망하게 만들지 말거라.” 인혁은 대답 없기 고개를 숙인다. 원범은 가만히 인혁을 바라보다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 가득 경계심을 내보이며 그에게 말한다. “니가 나를 위해 일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안다.” 인혁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원범을 응시했다. “분하지만 나 역시도 니가 숙의의 곁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숙의가 나에게 부탁한 일이니... 최선을 다하도록 해라.” “그러할 것입니다. 마마께서 명하신 일이니...” “그녀를 사랑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원범의 말에 인혁의 동공이 커지지만 이내 다시 잠잠한 눈으로 원범을 응시한다. 원범은 그런 인혁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여유로운 미소로 그를 향해 입술을 뗀다. “그녀는 내 여인이다. 너에게는 줄 수 없다. 바라만 보아라. 니가 그녀를 바라보는 것 자체가 나는 닳을까 두렵지만... 니 사랑이 얼마나 진실 된 것인지 알기에 나는 아무런 말 하지 않는 것이다.”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시퍼런 기를 내뿜으며 인혁을 향해 입술을 뗀다. “니 사랑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알기에 분하지만... 미칠 듯 분하지만... 니가 그녀를 지키는 것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욕심을 버렸다. 니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를 필사적으로 지킬터이니... 생각할수록 분하고 화가 나지만...” 인혁은 가만히 원범을 바라보았고 원범은 깊은 한숨을 내쉬지만 이내 멋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인혁을 향해 손을 내민다. “니 힘이 필요하구나.” 인혁은 원범이 내민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그 손을 맞잡아 악수 한다. 왕과의 악수라니... 있을 수 없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이들은 벌이고 있다. 원범은 자신의 손을 잡은 인혁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입술을 뗀다. “넘보지는 마라.” 그의 말에 인혁이 픽 웃으며 말한다. “넘보려 해도 워낙 마마께서 둔하셔서 넘볼 틈이 없습니다.” “어쩔 땐 그 둔함이 답답하다만 이럴 때는 좋구나.” 원범과 인혁은 서로를 응시하다 이내 동시에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청?” 원범의 말에 나는 두 눈을 멀뚱멀뚱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머리가 아픈 듯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날이 있은 후 정말 많은 것들이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원범은 나에게 이것저것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휘영이에게 가면 다 들을 수가 있었다. 아버지는 참판의 자리에서 많은 이들의 신임을 얻어 김씨 문파들 틈에서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 했고 인혁이는 너무나도 잘 궁궐의 군사들을 잘 다스렸다. 물론 조금씩 조금씩 원래 있던 군사들은 중심부에서 밀려났고 우리 산채의 군사들이 중심부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어느덧 궐 안은 줄 타서 들어오는 것이 아닌 그 실력으로 자질을 평가하여 올렸기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잘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청에서 사신이 온 다는 소리가 들렸다. “왜 온대??” “모르지.” 원범은 나의 무릎을 베며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고 나는 그것에 부드럽게 웃으며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걱정 마. 별 것 아닐 거야.” “그들이 오면 골치 아파. 형제의 나라라 하며 형님 대우를 너무나도 많이 바랄 테니.” 원범은 청에서 오는 사신들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오늘은 영 기분이 좋질 않았다. 며칠 내내 자신의 원하는 뜻대로 모든 것이 차근차근 이루어져 피곤한 것도 모르고 방글방글 웃었는데... “언제쯤 오는 거야??” “며칠 안 있으면 도착할거야.” “으으응- 너무 걱정 하지마. 잘 될 거니까.” 빙그르 웃으며 그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며칠 후. 청에서 사신이 도착했다. 마치 자신들의 거대함을 보여주는 듯 엄청나게 웅장하게 조선으로 들어온 그들. 이번에 사신으로 온 자는 외교를 하는 문관이 아니라 조선까지 이름이 알려진 무장 권세홍이었다. 대전 안으로 권세홍이 커다란 어깨를 앞뒤로 흔들며 당당하게 들어섰다. 권세홍은 원범을 향해 잠시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뗀다. “청 제국의 황제폐하를 모시는 권세홍이라하오.”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소.” 원범은 권세홍이 대전에 들어서자마자 언짢았다. 그 당당하게 들어오는 폼하며 비록 자신의 왕이 아니었지만 한 나라의 왕에게 일개 장군이라는 자가 저리도 고개를 빳빳이 드니 말이다. 원범은 영토를 넓히겠다라는 거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에 신경이 거슬리긴 했다. “먼 길이라 할 것도 없었소. 워낙 땅덩어리가 적어 청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는 기간이 더 적었소. 그러기 에 뭐 피곤하다 하겠소. 조선 땅을 밟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말이오.” 권세홍이 나를 도발하려 난리를 치는구나. 라며 원범은 생각했다. 권세홍은 일부러 원범을 자극하고 있었다. 왜 자신을 자극하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그곳에 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궐 안을 정리하고 나라를 안정시키기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갈 길이 먼 지금 청나라와 문제가 생겨 나라를 안정시키고 자신의 일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먼 길을 오고도 피곤하지 않다니 역시 청의 무장이오.” 일단 그냥 받아주기로 마음먹은 원범. 권세홍은 가만히 원범을 하나 하나 꼬집어보듯 바라보았고 원범은 그것에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본다. “내 신료들에게 일러 그대의 위해 조촐한 연회를 열 것이오.” “연회? 그것 좋소.” 일단 무슨 일로 이곳으로 온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바쁘다고 니가 말할 것 말 하고 하고 싶은 것 하고 가버려, 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이었기에 원범은 여태까지 청에서 온 사신들을 대하듯 그리 그를 대했고 그도 그리 나쁘지 않은 듯 흔쾌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원범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무언가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연회식. 정말 말 그대로 ‘조촐’이었다. 권세홍, 그의 나이 마흔. 조선에 사신으로 온 것은 단 두 번뿐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춤을 추는 무희들은 있었지만 곁에 낄 여자는 없었고 여러 가지 조선의 음식들이 맛깔스럽게 올라와 있었지만 저번에 왔을 때 보다 훨씬 간소화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권세홍은 미간을 찌푸리며 심기가 불편한 듯 크큼 거렸다. 그것에 신료들은 잔뜩 긴장을 하며 권세홍의 눈치를 살피지만 원범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사신은 짐의 연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보오?” “진정 나를 사신이라 생각하는 것이오?” “그렇게 생각하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연회를 열겠소?” “정말 말 그대로인 ‘조촐’입니다.” “아, 그것이 불만이었소?” 원범은 빙그레 웃으며 사신을 향해 말했고 신료들은 진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아까부터 자신의 왕은 크고 강한 청의 사신에게 그다지 공손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고 사신 또한 그런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불편한 표정을 내짓고 있기 때문이었다. 청의 사신의 뒷감당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찌되는지 왕 또한 알터인데 성대한 연회를 열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불만이라기보다...” 권세홍이 크음, 거리며 말끝을 흐리자 원범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에 왔을 때 보다 연회가 작은 것은 연회비용을 삭감했기 때문이오.” 권세홍은 자신을 바라보며 빙긋 웃는 조선의 왕의 미소가 불편했다. 권세홍이 가장 불만인 것은 작은 연회도 아니오 자신을 다른 왕보다 홀대하는 왕의 태도도 아니었다. 저 눈, 저 눈이었다. 부드럽게 웃으며 모든 것을 꿰뚫어버릴 듯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저 눈이 싫었다. “연회비용을 삭감?” “그렇소. 사신이 말하는 이 작은 나라에서 청에서 사신이 올 때마다 정말 엄청난 비용이 든다오.” 권세홍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신료들은 땀을 삐질삐질 흘린다. “그 비용이 다 누구의 피겠소? 나의 피겠소? 신료들의 피겠소? 다름 아닌 이 나라, 백성들의 피요. 형제의 나라, 그리고 아우의 나라라 칭하는 청의 사신께서 이 작은 나라의 백성들의 피로 만들어진 거대한 연회를 바라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권세홍은 부글부글 화가 끓어올랐다. 지금 자신의 앞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또박또박 말을 잇는 왕의 말은 무엇 하나 틀린 것이 없었다. 그러나 화가 난다. 자신의 나라를 스스로 아우의 나라라 칭했지만 그의 눈빛은 그렇지가 않았다. 조선에 온 것은 단 두 번뿐이지만 자신이 봤던 선대의 왕과는 전적으로 달랐다. “설마 그렇겠소.” 권세홍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원범을 향해 상냥히 말했고 그것에 신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나는 많은 전쟁터를 누비며 살아왔소.” 갑자기 ‘전쟁’ 이라는 단어에 신료들은 기겁을 하며 잔뜩 긴장하지만 원범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본다. “많은 장수들을 만났고 또 많은 장수들을 죽였소.” “용맹하시구료.” “조선의 왕께서는 내가 본 장수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소.” “오호. 짐이 말이오? 나는 칼을 휙휙 거칠게 휘둘러대는 장수가 아니오.” 원범은 난감한 얼굴로 허허, 권세홍을 향해 웃었고 권세홍은 고개를 내저으며 그를 번떡이는 눈빛으로 응시한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와 진검승부를 하지 않겠소?” “이,이 무슨!!!” “그게 무슨 실례가 되는 말이오!” 권세홍의 말에 신료들은 기겁을 하며 권세홍을 향해 소리쳤고 권세홍은 그런 신료들의 말을 잘근 씹어 버리고는 원범만을 응시했다. 원범은 가만히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로 또렷이 응시했고 한참 동안이나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허허, 무리겠지요?” 갑자기 권세홍이 허허허, 웃음을 터트리며 원범에게 말했고 원범 또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짐이 무술을 조금 배우긴 했지만 그대에게 견줄 정도는 되지 못하오. 짐은 장수가 아니오.” “그렇지요. 그렇지요. 하하하하!!!” 권세홍은 뭐가 그리 재미가 있는지 웃음을 크게 터트리며 배꼽을 잡고 원범은 그것을 여유로운 시선으로 응시한다. 대전의 밤. 원범은 조용히 촛불에 비치는 일렁이듯 비치는 문서를 읽고 있었다. 오늘 숙의전으로 나서지 않아 혹시라도 그녀가 걱정할까 친절히도 편지 하나를 써 보내고 이리 바쁘게 문서들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현재 원범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궐 안에 많이 깔려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위에 관직들은 거의 대부분이 김씨 가문 사람들의 차지였기에 원범은 저번 자신의 시해 사건으로 인해 약간의 힘을 얻어 직접 머리를 써 위에 관직에 있는 자들에게 명을 내리고 있었다. 위에 관직에 있는 자들이 자신의 사람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일이 계속될터이니 머리가 터질 듯 지끈거렸지만 고개를 내저으며 머리를 굴린다. 스르륵- 미닫이문이 열린다. 최내관이 고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도 누군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고 원범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자를 바라본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소.” “내가 워낙 성격이 급해서 말이오.” 촛불에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의 모습은 청의 사신, 권세홍이었다. 권세홍은 번뜩이는 칼을 손에 움켜쥐고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그것에 피식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오셨으니 상대해 드리리다.” 원범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권세홍은 황당해하며 말한다. “이렇게 오셨으니? 나를 불러드린 것은 조선의 왕이오.” “그렇소이까?” “말로는 공손하게 나를 대했지만 눈빛은 나를 도발하고 있었소. 아니오?” “내가 그랬다니 미처 몰랐소.” “끝까지 시치미를 떼는구료. 조선의 왕은 내가 이곳에 올 줄 알았소. 그렇기에 일부러 주변을 물린 것이 아니오.” “그저 혼자 있고 싶었소.” “이곳을 지키는 군사들은 상당히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이들이었소. 그들은 내가 대전으로 가는 것을 눈치 챘으면서도 모르는 척 나를 보냈소.” 권세홍의 말에 원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빙그르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나의 군사들이 실력은 좋으나 모르는 척 연기하는 것이 좀 부족했나보오.” 원범의 말에 권세홍이 황당하다는 듯 이내 바라보다 원범을 향해 입 꼬리를 씨익 올린다. “새벽은 짧소.” “그러나 우리가 대결하기엔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닐 것이오.” 원범과 권세홍의 기를 바짝 세우며 서로를 응시한다. 원범은 간단한 차림새로 나와 권세홍과 칼을 마주한다. 서로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는 차가운 긴장감만이 돈다. 이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튀어 올라 서로를 향해 돌진하고 카강-! 불꽃을 내며 차가운 칼날이 부딪히고 카강, 캉! 캉! 거친 소리를 내며 현란하고 빠르게 칼날이 부딪히고 두 사람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서로의 공격을 막아낸다. “크윽-” “조선의 왕이여. 전장을 다닌 노장의 칼날은 그리 만만하지 않소.” 권세홍의 말에 원범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순식간에 부딪힌 칼을 뒤로 밀쳤고 권세홍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권세홍을 향해 칼을 휘저었고 권세홍은 그것을 가까스로 막는다. 두 사람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향해 공격하다 이내 원범의 공격에 권세홍의 칼이 둥근 원을 그리며 권세홍의 손에서 날아가고 그것에 원범이 목을 베려 칼을 내뻗는 순간 권세홍 또한 원범의 칼을 발로 쳐내어 날려 보낸다. 칼이 바깥으로 날아가고 두 사람은 칼이 아닌 온 몸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원범은 권세홍의 옆구리가 빈틈을 타 발로 공격을 찔러 넣었고 그것에 권세홍이 뒤로 물러서며 후퇴하지만 꽤 많은 충격을 남겼는지 권세홍이 신음을 했고 원범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를 빠르게 따라가 다시 한 번 발로 가슴을 가격하고 권세홍은 컥,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나자빠진다. 원범은 위로 뛰어 올라 권세홍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으려 시퍼런 눈을 번뜩이며 공격하고 권세홍은 미간을 찌푸리며 피하지 못한 채 이를 악 다문다. 탁- 권세홍를 공격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 착지하는 원범. “헉...헉...” 권세홍은 거친 숨을 내쉬며 원범을 바라보고 원범은 가만히 그를 응시하다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서며 권세홍에게 손을 내민다. 그것에 권세홍은 미간을 찌푸리며 원범을 노려보지만 원범은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입술을 뗀다. “청의 무장의 실력을 잘 보았소. 역시나 대단하오.” 권세홍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원범의 손을 거칠게 잡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조선 왕의 그 눈빛이 싫소. 상냥하게 웃으면서도 그 시선 안에는 냉철하고 차가움이 들어있소. 그리고 마치 모든 이들을 깔보는 듯한...” “그대의 말대로 나는 조선의 왕이오.” 권세홍은 미간을 찌푸리며 원범을 응시하고 원범은 엄청난 기를 살벌하게 내뿜으며 대담한 기백으로 그를 응시한다. “내 나라가 비록 청의 아우의 나라라 칭하고 있지만 이곳은 나의 나라. 청의 황제도 아닌 일개 사신에게 깔보이고 싶지는 않소. 당신이 황제의 명을 받고 있다 하여도 당신은 황제가 아니오.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는 당신이 아니라 나요. 내가 당신이 밟고 있는 이 땅, 이 나라, 조선의 왕이오.” 권세홍은 순간 섬뜩하고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불안함을 느꼈다. 조선이 달라졌다. 조선의 왕이 여태까지의 왕들과 다르다. 무장으로써, 무사로써 주인을 섬기는 것은 당연한 것.순간 권세홍은 이 자가 자신의 주군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문득 하고 말지만 이내 그 생각 을 빠르게 지우며 자신의 나라의 안위를 걱정했다. 이 자가 계속해서 이대로 큰 다면 언제인가는 청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될 것 같은... 황제폐하에게 말씀을 올려 이 왕을 끌어내려 죽여야 하는가...? 아니면 내 욕망대로 이 왕이 크는 것을 보아야 하는 것인가...? “그대는 무엇 때문에 조선으로 온 거지?”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살짝 치켜 든 채로 거만한 시선으로 권세홍을 노려보며 말했고 권세홍은 그것에 묘한 찌릿함을 느낀다. 정말 이 남자, 내 나이 사십에 주군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강하고 대단한 기백이 있다. “황제폐하의 명을 묻는 것이겠지요?” 권세홍의 말에 원범은 입가에 빙긋 미소를 짓는다. 그가 자신과 똑같이 동급으로 취급하지 않는 말투로 말했기 때문이었다. 권세홍은 조선의 왕의 기백에 진 것이다. “그렇다.” “황제폐하께서 하사하신 녹색의 보석을 다시 가져가기 위해 왔습니다.” 권세홍의 말에 원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것을? 무엇 때문에 말이냐?” “제 정보에 의하면 조선에서 어느 날 사람이 갑작스럽게 다녀갔다고 들었습니다. 태사라는 폐하의 신임이 두터운 자가 있는데 그 자를 찾아갔다고...” “태사?” “조선에도 대립하는 두 세력이 있듯 청에도 마찬가집니다. 태사는 대립하는 두 층 중 한 측의 우두머리입니다.” 권세홍의 말에 원범은 단박에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김씨 문파의 누군가가 청에 몰래 다녀온 것이다. 원범은 하, 하고 김이 빠진다. 얼마나 김씨 문파의 세력이 컸기에 청으로 가는 그들이 자신의 귀에 들리지 않았을까. 그 생각과 동시에 이것은 김씨 문파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았다. “청의 황제께서는 그 보석을 꼭 가져오라 하시던가?” “그렇습니다. 폐하께서 태사의 세치 혀에 현옥되시었소. 그 보석을 다시 가져가지 않으면 조선이 청에 불충한다 생각할 것이고 조선의 왕께서는 이 자리를 내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원범의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 조선이 청에 불충한다는 그 말도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이가 갈렸고 자신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청에 의하여 왕의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것도 이가 갈렸다. 참자. 기다리자. 지금은 청과 맞설 때가 아니다. 나의 나라부터 안정을 시켜야 한다. 내 나라의 기반을 잡아야 한다. “알겠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73 새글 162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71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1680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27 *류히나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조금 크긴 하지만... ^^; 그래도 손글 넘 예뻐요. 손글 감사드립니다~★ 원범은 권세홍의 말을 듣고 대비를 찾아가 그 보석을 찾았을 때에는 대비는 그 보석이 사라졌다며 이 일을 어찌하며 좋겠느냐며 능청을 떨어댔다. 원범도 어느 정도 생각한 일이었다. 김씨 세력은 이러한 계략을 꾸미기 위해 청에 몰래가 사주를 하였고 그 덕분에 원범은 위기에 몰리게 됐다. 비록 대비가 그 보석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그 보석은 원범이 청나라 황제에게 받은 것이고 원범의 소유이기에 모든 책임은 원범이 져야 했다. 점점 상황은 어렵게 변해가고 대비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원범의 화를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한다. “문제가 좀 생겼어. 아니... 좀이 아니고 많이구나.” 오랜만에 중궁전에 찾아와 휘영을 바라보는 나. 나는 원범이 통 나를 찾지 않는다고 투덜거리자 휘영이 긴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입술을 떼었다. 요새 한참 일들이 잘 풀려가고 있는데 휘영의 얼굴이 저리도 어두워질 정도의 문제가 뭐지? “청 나라의 사신이 갑자기 전하께서 즉위하셨을 때 보내온 진귀한 보석을 다시 가져가길 원해.” “에? 줬다 뺏는 게 어딨대?” “줬다 뺏는 게 아니라 잘 가지고 있나 확인을 한다고 사신을 보내 가지고 오라는 거지.” “말도 안 돼. 그것 때문에 사신을 보낸다고?” “청에 황제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킬 만한 혀를 가진 신료가 하나 있는 모양이더라구.” “근데 그것이 왜...?” “그 보석은 원래 전하께서 가지고 가셨는데 전하께서 대비마마의 비녀와 그것을 바꾸셨다고 해.” 대비마마의 비녀...? 보석...? 설마... 내 펜던트와 바꾼 그것이... 그 중요한 보석이었던 거야?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세상에... 세상에... 말도 안 돼!!! “그 보석이 대비마마께 있는데 대비마마께서 그 보석이 어딨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신 모양이야.”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되지. 청나라 사신이 이 나라에 온 건 모두 그들의 계략이었어.” 휘영은 입술을 꽉 깨물며 잔뜩 분하다는 얼굴로 주먹을 꼭 쥔다. 휘영이 언제 한번 말한 적이 있다. 김씨 문파 사람들이 이제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고... 신뢰를 하지 않는다기보다... 뭐랄까, 모든 계략을 짤 때에는 휘영에게 말하지 않고 그 일들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김씨 문파에서도 휘영의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여기고는 있지만 딱히 배신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는 않는 듯 했고 그저 휘영이 권력을 쥘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이번 일도 그들은 휘영 모르게 움직였고 그 덕분에 이렇게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사태가 발생되고 만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에요?” 내 질문에 휘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내뱉는다. “그들은 보석을 숨기고 있어. 그 보석을 내놓는 대가로 어떤 것을 원할지는 아직 모르지... 하지만... 분명 이 일로... 크게 흔들릴 거야. 그리고... 잘못하다가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아.” 내 가슴이 내려앉는다. 나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나버렸다. 나 때문에, 내 펜던트를 찾는 것 때문에... 내가 그 펜던트를 포기했더라면 원범에게 그 펜던트 따위 필요 없다고 니 곁에 있을 거라며 용기에게 소리만 쳤더라면 원범은 그 펜던트를 찾는 대가로 그 보석을 내놓지 않았을 텐데...미안해... 정말... 너무 미안해... 원범을 만나고 싶다. 지금쯤 머리 아파 죽으려고 할 텐데... 그런 그를 보듬어 주고 싶다. 아아...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휘영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내 방에서 나와 내 처소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내 처소에 들어섰을 때 처소 앞에 귀인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귀인이 내 처소에 웬일이지? 그리고 마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처소에 들어가려 한 것 마냥 처소로 들어 가는 계단에 올라와 신발이 두는 그 앞에 서서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깜짝 놀라 얼른 발걸음을 옮겨 계단을 빠르게 오르며 한쪽으로 물러서 허리를 숙였고 귀인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뗀다. “중전마마께 다녀오는 길인가 보오.” “그러하옵니다. 마마. 어찌 이곳으로 발길을...” “정말 얼굴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소첩이 많이 찾아뵙지 못하여 송구합니다.” “아니. 오히려 찾아오지 않는 것이 전하의 아이의 태교에 좋으니” 그럴 것 같아 안 찾아갔다. 나를 보면 절대 좋아할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허리를 숙이고 시선을 내리깔며 한참이나 서 있는데 그녀는 중궁전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기만 한다. “무슨 일이 계십니까? 안으로 드시지요, 마마.” “숙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귀인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귀인은 얼굴 가득 비웃음을 내지으며 내게 말한다. “들었습니다. 대비마마의 비녀가 숙의에게 아주 중요한 물건이었다고?” 세상에. 거기까지 조사했던 걸까? 휘영은 이 일을 내가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게 모르는 척 넘어가줬지만 귀인이 그럴 위인은 아니었으니 내가 지금 미칠 듯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푹, 하고 파낸다. “전하께서 그리 여자에게 빠져 허우적대니 이런 일이 생기고만 것이지.” 나의 심기를 하나 하나 건드리는 귀인. 오늘 따라 너무 적나라하게 건드리니 참으려고 해도 점점 한계가 느껴지는 것 같다. 원범이 나에게 빠져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고? 나 때문에 그 물건에 문제가 생긴 것은 맞아. 하지만... 그런 원범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말을 내뱉다니... 싫다. 싫어... 나를 욕해도 좋지만 그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없어. “그 보석을 찾지 못하면 전하께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숙의는 알고 있는겐가?”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게. 자네가 전하를 그만 좀 휘두르지 그랬나.”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여태까지는 원범의 정인이었던 귀인을 부러워했고 그 후에는 사랑을 받지 못하는 귀인을 안타까워했고 그리고 또 그 후에는 원범의 아이를 가진 그녀를 동경하고 조금은 질투했지만... 이렇게 화가 난 적은 없 었다. 대체 이 여인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전하께서 자리에서 물러나면 이 아이도 아무런 쓸모가 없구나.” 귀인은 허, 하고 웃으며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것에 뻥 하고 터지고 말았다. “전하께서 자리에서 물러나신다니요! 어찌 그런 망발을 내뱉는겁니까!” “지금 나에게 소리친게요?” 귀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지만 그딴 것 상관 없었다. “그럼 귀인마마께서는 지금 전하를 능멸한 것입니다!” “능멸? 능멸?!” “그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전하께서 자리에서 물러나신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 치우세요!!! 그리고 아이가 쓸모가 없다니요! 어찌 뱃속에 생명을 잉태하시고 그런 엄청난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니가 미쳤구나! 나에게 이리 소리를 치다니!!!” 귀인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무섭지 않았다. 무섭지 않고 나는 그저 머리끝까지 화가 날 뿐이었다. “내가 미쳤다면 귀인 마마께서도 미친 것입니다!” “뭐야?” “어찌 전하를 능멸하는 말씀을 하실 수 있단말입니까! 거기다가 전하의 아이를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내 말이 뭐가 틀리냐? 전하께서는 지금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야.” “실수요?” 미간을 일그러트리며 귀인을 바라보자 귀인은 냉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뗀다. “농사일이나 짓던 자신을 왕위에 올렸으면 그것에 만족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지 나라를 바꾼다 백성들을 돌본다 하며 지금 일을 벌이다 전하의 목숨 위험해진 것이 아니냔 말이야!!” “지금... 지금 그 말을 진심으로 하는 것입니까?”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그 무엇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내뱉은 말이 진심인지 진심이 아닌지를 알 수가 없지만... 너무해... 심했다. 이건 내가 알고 있는 그녀가 아니다. 적어도 그녀는 나를 질투하고 미워할지는 몰라도 원범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네였다. “전하는 지금 앞을 잘못보고 계신 것이야.” “뭐라구요?” “너 때문에 앞을 잘못 보고 계셔. 지금 전하는 잘못된 선택을 걷고 있단 말이다. 이것 봐. 전하께서 지금 위험에 처하셨잖아. 다른 왕들과 다를 것 없다. 나라를 바꾼다고 움직이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길이야. 전하께서는 그럴 위인이 되지 못...!!!” 쫘악- 내가 이런 용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는 팔에 힘을 주어 귀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쳐 올렸다. 순간 나도 욱, 이라는 것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 짧은 시간에 귀인의 얼굴을 밀쳐 올렸으니 얼마나 큰 벌을 받을까 생각도 하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짧지만 긴 시간... 나의 손에 뺨을 맞은 귀인은 갑자기 뒤로 몸이 휙 꺾이며 몸을 비틀거렸고 나의 동공이 커지자마자 빨려 내려가듯 계단 아래로 무참하게 구른다. 타타타탁- 툭-!! “마마!!!” 비명을 내질렀다. 정말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정말 이건 아니었는데...!!! 그녀가 뺨을 맞고 뒤로 휘청이며 계단 아래로 떨어졌고 미친듯이 달려가 그녀의 상태를 살피지만 그녀는 정신을 잃은 듯했다. 그리고... 그리고... 그녀의 치마 아래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세상에... 말도 안 돼. 그녀의 아이가... 원범의 아이가... 어쩌면 원자가 될지도 모르는 그 아이가... 잘못되었을지도 몰라...!!! 드르륵-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 누군가를 눈으로 보지 않았지만 그 발소리만으로 그가 누구인지 알 수가 있었다. 그 누군가는 원범이다. 나의 왕, 백성의 왕... 그리고 귀인의 왕이자 귀인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인... 그였다.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저 잔뜩 움크리고 앉아 온 몸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이 어두운 밤에 나는 촛불도 켜지 않은 채 엄청난 어둠속에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두려움에 미안함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밖에 있느냐.” “예-” “붉을 밝혀라.” “안 돼!” 목소리가 다 갈라졌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안 된다고 외쳤고 그는 밖에 있는 사람을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나를 향해 다가와 나를 안았지만 나는 그것을 천천히 밀쳐내며 몸을 돌렸다. “내가 그랬어...” 목소리가 떨려온다. 얼마나 실망이 컸을까... 귀인을 사랑하지 않고 나를 사랑한다 해도 그 아이는 원범의 아이였다. 원범의 첫 아이였는데... 내 실수로 귀인이 계단에서 굴러 그 아이가... 그 아이가... 사라지고 말았다. 낙태가 되고만 것이다. “박꽃잎.” “그런 따뜻한 목소리로 날 부르지마.” “박꽃잎.” “나... 죽인거야. 살인을 저지른 거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니가 원했던 것도 아니잖아.” “원했던 것이 아니지만... 절대로, 절대로 그러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내가 죽였어. 그 아이를... 아직 빛도 보지 못한 그 아이를...”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나는 씻지 못한 죄를 저질렀다. 귀인에게 그 아이를 데려가 버렸다. 귀인에게 그 아이가 얼마나 중요한 아이인 줄 알면서... 얼마나 애지중지 그 아이만을 눈물겹게 바라보았을지 알면서... 원범이 나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었지만 나는 다시 밀쳐내며 들리지 않는 고개를 겨우겨우 들며 그를 응시했다. 잘한 것 하나 없는 내가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 눈물이 흘렀고 나는 꾸역꾸역 그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니가 올 곳은 여기가 아니잖아. 귀인에게 가. 그녀의 상심이 클 거야.” “괜찮아.” “그녀의 아이가 죽었다구...!!!!” “안 죽었어.” 그의 말에 나의 동공이 커지며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뚝, 하고 무릎에 눈물이 떨어진다. “안... 죽었어? 살아있대...? 괜찮대? 그 아이 괜찮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원범의 팔을 잡고 그 자리에서 날아오를 듯 소리쳤다. 안 죽었어. 그 아이가 죽지 않았어. 정말... 정말 다행이야. 그 아이가 죽지 않았어!!! “다행이야... 그 아이가 죽지 않아서 정말... 정말...!!” “죽지 않은 게 아니야.” “그,그게 무슨 소리야? 죽지 않았다니? 그럼 죽었다는 거야?” “아니야.” “그럼 대체 그게 무슨...!!” “애초에 귀인에게 아이는 없었어.” “뭐?” “귀인은 회임을 하지 않았다고.” 원범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또박또박 내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해주었지만 나는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귀인이 회임을 하지 않았다니... 그게 대체... “말도 안 돼... 분명히 의원이...” “귀인은 임심하지 않았어. 그녀와 내가 임신할 짓도 한 적도 없거니와.” “뭐?” “귀인이 진짜로 임신을 했다면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때 분명히 귀인의 처소로...” “갔지. 그 뿐이야.” “그... 뿐이야?” “그게 다야. 그녀가 원자를 원했지만 사랑 없는 관계는 맺고 싶지 않아. 그건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고 만약 아이가 생긴다 해도 그 아이에게도 상처를 주는 일이야. 그녀가 아이를 갖고 아들을 낳는다 해도 난 그녀를 사랑할 수가 없으니까. 내 사랑이 그녀에게 돌아서는 것이 아니니까.” 그의 눈동자를 보면 그의 말이 모두 진짜였다, 진실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거지...? 회임이라 말한 의원은 무엇이며 귀인은 어째서 임심을 했다고 말한거야? 너무나도 혼란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아주 나쁘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와 그녀가 합방을 하지 않아서... 그녀가 그의 첫 아이를 가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정말 못된 생각을 한다. 박꽃잎. 나쁜 년. “이것도 다 대비의 계략이야.” 원범은 이를 악 물며 미간을 찌푸렸고 이내 나에게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귀인과 합방을 했을 때 그 다음 날 대비가 귀인을 불렀다고 했다. 대비는 분명 귀인에게 귀인을 안았느냐, 라고 물었을 것이고 귀인은 김씨 측의 힘을 얻으려 그렇다고 말을 했을 거라 했다. 중전과 자신이 절대 합방을 하여 서로를 안을 리는 절대 없으니 혹시라도 가능성이 있는 귀인을 대비측에서는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했을 것이고 귀인 역시 이편에 서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원범이 말했다. 자신은 귀인의 부탁을 거절 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고. 그것을 귀인이 알고 그날 밤 원범은 귀인을 물리쳤지만 귀인은 언젠가는 자신이 원자를 낳을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고 그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러기에 대비가 잠자리를 같이 했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 라고 대답했는데 일이 잘못 돌아가 잠자리를 같이 했으니 회임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라, 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은 건 원범과 귀인만이 아는 것. “그런데 나한테 왜 미안하다고 했어?” 멀뚱히 그를 바라보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민망한 듯 말했다. “이 말을... 하지 못하는 게 미안하다고.” “정말... 별게 다 미안해...” 그를 향해 빙그르 웃자 그는 나의 손을 잡으며 이내 다시 입술을 열어 나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한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서 귀인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면 귀인은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아무 소리 하지 못했던 거고... 그걸 알기에 귀인은 니가 공격당한 그 날 밤 내가 너에게 가는 것에도 아무런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 처소에 올 수가 있었구나... 잠깐.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귀인은 아이를 갖지 않았는데 어째서 계단에서 굴렀을 때 아래에서 피가 흐른거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귀인은 낙태라고...” “회임에 관한 것도 자신들의 손이 뻗쳐 있는 의관들에게 거짓을 고하게 했는데 그것 하나 거짓으로 말을 못할 것 같아?” “그럼...? 정말 아닌 거야? 그럼 왜 피를...?” “그거야 나도 알 수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녀는 회임을 하지 않았고 그녀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것은 너의 실수가 아니라 그녀의 실수라는 거야.” 원범은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왜 그렇게 따스한지... 정말 다행이다.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서, 정말... 정말 다행이야. “걱정 하지마.” 그는 나를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안으로 밀어 넣는 듯 안다 이내 온 몸에 힘을 주어 나를 꼭 껴안는다. “설마 말하는 건 아니지?”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설마 그가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겠지? 모든 것을 말하면 내가 귀인을 밀어 아이를 죽게했다, 라는 죄는 사라지겠지만 그렇게 되면 귀인은 대역죄인이 되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거지?” 그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아 나는 놀란 얼굴로 나를 안은 그를 밀쳐내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왜 대답을 안 해? 안 할 거지? 안 하는 거지?” “안 하면? 안 하면 귀인을 밀어 임금의 아이를 죽였다라는 그 누명을 누가 쓰는 건데? 니가 쓰는 거야!” 어두컴컴한 방안이었지만 원범이 화가 난 것이 내 눈에 또렷하게 보였다. “그렇다고 나 살자고 귀인을 죽일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어. 사실대로 모두 말할 거다.” 원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나는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안 돼!! 그러지마. 누가 죽으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아!” “니가 죽으면 내가 죽는다고!!!” 그의 목소리가 방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어두웠지만 그의 두 눈에는 무언가가 가득 차 올라 불안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따스하게 잡으며 그를 진정시키고는 바닥에 그와 함께 앉았다. 그리고는 그의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상냥한 목소리로 그를 다독였다. “당신 조선의 왕이잖아. 정말 대단한 왕이 될 거잖아. 당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내가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나의 왕, 백성의 왕... 조선의 왕이잖아.” 그가 불안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고 나는 그 불안한 시선을 가만히 받아내며 조용히 입술을 움직여 그의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고자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상냥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당신은 대단한 왕이니까. 나도 살리고 귀인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나 당장 죽는 거 아니잖아. 괜찮아... 아직 시간이 있어. 당신이 생각해 내는 동안 내가 죽을 리는 없어. 휘영이도 있고 다른 대신들도 있고...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당신 대단한 왕이잖아. 설마 나 실망시키 는 거 아니지?” 그가 잔뜩 무언가 말하고 싶은 모습으로 나를 응시하지만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입술을 꾹 닫았고 나는 그것에 빙긋 웃으며 그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 말아요.”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0 방문 1278 새글 162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72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1662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28 흐흣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직접 손으로 그려주신 것 같은데 너무너무 이뻐요^^ 정성 가득가득^^ 감사드립니다~★ 대비는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난 얼굴로 원범을 바라보고 있었고 원범과 중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앞에 앉아있었다. 휘영도 원범에게 자초지정을 들어 대비가 지금 화를 내는 것이 얼마나 생쇼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핏줄이었지만 보면 볼 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랍니까!!!” 대비의 목소리가 대비전을 뒤흔들었지만 휘영과 원범은 그저 조용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을 뿐이다. “숙의가 귀인을 때려 계단에서 구르다니요! 그것 때문에 주상의 아이가... 주상의 아이가!” “어마마마. 고정하십시오.” 원범은 고개를 숙이며 대비에게 말했지만 대비는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퍼덕퍼덕 뛰며 소리를 내질렀다. “당장 숙의의 목을 베세요!!!” “대비마마!” 휘영은 기겁을 하며 대비를 향해 엎드렸지만 대비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소리친다. “이것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주변에 있는 나인의 이야기를 들었사옵니다. 귀인께서 먼저 전하를 욕되게 하는 말을 지꺼렸기에...!!” “그럴 수도 있지요!” 휘영은 대비의 말에 넋이 나가 버린다. ‘그럴 수도 있지요.’ 라니, 그것이 말이 되는가? 원범은 한 나라의 왕이었다. 한 나라의 임금이 일개 후궁에게 능멸을 당하는 것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인가? 대비는 귀인이 회임을 했고 그 아이가 죽었다는 그것에 초점을 두며 다른 것은 넘겨짚고 숙의를 죽이기 위해 이렇게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마. 어찌 전하께서 능멸 당하신 것을 그럴 수도 있다 하시나이까.”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입니까? 전하의 아이가 죽었습니다!!! 어쩌면 원자가 될 수도 세자가 되어 왕이 될 수도 있는 아이가 죽었단 말입니다!!!” 대비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물론 그 분노는 그들이 생각해낸 계략의 한 부분에 불과하겠지만. 휘영은 대비를 향해 간곡히 부탁을 하지만 대비는 그렇게 이뻐하던 휘영의 부탁도 전혀 들어줄 생각이 없는지 휘영의 말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일단 그 일은 추후의 일로 미뤄주십시오.” “추후? 이 일이 추후의 일로 미룰만한 일이랍니까?!” “청에서 온 사신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것입니다.” 원범의 말에 순간 대비는 입가에 미소가 흘렀지만 재빠르게 수습하고 원범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신이 날까. 그 동안 당했던 모든 것들이 이번 일로 싹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꽃잎의 일이든 청의 관한 일이든 둘 중 하나만 잘 되어도 권력은 다시 자신 쪽으로 기우는 것이었다. “아직도 그 보석을 찾지 못하셨습니까?” 대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원범을 응시했고 원범은 한숨이 흘러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막으며 입가에 미소를 내짓는다. “그러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궐에 있는 한 꼭 찾을 것입니다.” “주상. 정말 미안하오. 어미가 그것을 간수를 잘 하지 못하여...” “아닙니다.” 소매 속의 원범의 주먹이 불끈, 하고 잡혔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지금 자신은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여기서 섣불리 움직이다가는 모든 것이 망하고 만다. 참아야 한다. 그리고 방법을 모색해 저리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하고 있는 대비의 얼굴에 똥물을 뿌려 줘야한다. 참자. 그리고 생각하자. 원범의 머리는 깨질 것만 같았다.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안정했다.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냉정을 잃지 말고 모든 것을 차근하게 풀어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잘 되질 않는다. 잘못하면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이 날아간다. 아니 그것 따위 상관없었다. 다시 이루면 되니까. 하지만 자신의 왕위에서 물러나 앉는다면 모든 것이 허사였다. 자신이 폐위가 된다면 그녀 또한 무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가 계략에 걸려들어 그들의 손아귀에 목숨이 쥐어져 있었다. 냉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빠르게 그녀를 구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청나라의 문제였다. 자신이 청나라의 문제를 소홀이 하여 그대로 사신이 보석을 가지지 않고 떠나버린다면 자신의 왕의 자리가 위태롭게 되고 그것이 바로 꽃잎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그녀를 구할 방법은 없다. 대비는 두 개의 수를 쥐고 있었다. 하나는 꽃잎의 관한 것이었고 하나는 보석에 관한 것이었다. 보석을 찾아내지 않으면 대비는 보석과 꽃잎의 생명을 거래를 할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 반드시 보석을 찾아내야 한다. “아직도 찾지 못하였느냐.” “송구합니다.” 어두운 밤. 궐 한 구석에서 모두를 물린 채로 최내관만 곁에 둔 왕이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인혁과 마주보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그 보석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군사들이 있었지만 역시 실질적으로 보석을 찾는 것은 인혁의 휘하에 있는 산채에서 궁으로 온 군사들이었다. 그들은 재빠르고 민첩한 몸놀림으로 궐 안의 이곳저곳을 뒤지고 캐내며 보석의 행방을 찾고 있지만 오리무중이었다. “보석의 궐 밖으로 나간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궐 안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구나.” 원범의 말에 인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인다. 그것에 원범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꼭 찾아라. 그것이 그녀를 지키는 일이다. 너도 나 만큼...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아하는 것을 아니... 꼭 찾아라.” “보석은 어떻게든 찾겠습니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인혁이 눈을 들어 원범을 향해 입술을 뗀다. “그녀를 살릴 궁리가 하십시오. 그녀를... 죽게 내버려 둔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혁의 말에 원범은 픽 웃음을 터트리다 이내 서릿발 선 눈동자로 인혁을 응시하며 차갑게 말한다. “니가 날 용서하지 않기 전에 내가 날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그녀를 살린다. 넌 보석 찾는 것에 집중 하거라.” 인혁은 가만히 머리를 숙인 후 빠르게 사라진다. “많이 힘들지?”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원범의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그에게 말하자 그는 아니라며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젓는다. 이곳은 나의 처소. 아마 지금 내가 이곳에 있는 것 또한 원범이 많은 힘을 쓴 것일 것이다. 왕의 자식을 죽인 자가 감옥이 아닌 자신의 처소에서 이렇게 호화롭게 지내고 있다니... 물론 언제 죽을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살지만 말이다. “보석은... 아직이지?” “걱정 하지마.” “아직 못 찾았구나...” “난 니가 말한 대단한 왕이니까 찾아. 걱정 하지마. 이대로 무너지지 않아. 너도 구하고 이 나라도 구해 보일 테니.” 그의 듬직한 말소리에 입술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큼큼.” 순간 나와 원범의 동공이 미칠 듯이 커졌고 이내 원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내 앞을 막으며 보료 아래에 있는 칼을 빠르게 꺼내 챙- 하는 소리를 내며 칼집에서 칼을 꺼내어 소리가 들린 쪽으로 칼을 겨누었다. 세상에 누구지? 누가 기척도 없이 나와 원범이 있는 이곳에 들어왔단 말인가...!!! “그 칼로 나를 벨 수는 없을터인데...” 방 켠 촛불의 불빛이 채 비치지 않는 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고 그 남자는 우리를 응시하며 한 걸음, 두 걸음 우리에게 다가왔다. “세상에...!!!” 촛불의 불빛에 기척도 없이 방 안에 들어선 자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자는 바로 다름 아닌 나를 이곳으로 보낸 자신을 스스로 신이라고 칭한 할아버지.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거에요?!” “난 신이니까.” “아는 자야?” 할아버지의 말에 황당해하고 있는데 원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나를 이곳으로 오게 만든 사람... 자신을 신이라고 칭하는 사람...” 내 말에 원범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내 그 할아버지를 응시했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21세기에서나 조선시대에서나 옷이나 머리 모양 생김새가 다르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원범을 응시할 뿐. “당신이 이곳에 왜 나타난 거지?” 원범은 칼을 거두지만 이내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상태로 할아버지에게 날카롭게 물었고 그 순간 없었던 고양이가 할아버지의 등 뒤에서 어깨위로 올라와 바닥으로 툭 내려왔고 그것에 원범의 얼굴은 더욱 더 일그러진다. “나타날 때가 되었으니 나타난 것이지.” “나타날 때가 되었다니요?” 할아버지에 말에 깜짝 놀라 묻자 할아버지가 자리에 점잖게 앉으며 나와 원범을 향해 입술을 뗀다. “지금 너의 영혼이 위태위태하구나.” “죽지 않을 거요. 그리고 다시 원래 있었던 곳으로 박꽃잎을 보낼 생각은 죽어도 없으니 그딴 말 내뱉지 마시오.” 원범은 이를 바득바득갈며 할아버지를 향해 소리지만 할아버지는 원범을 가만히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나를 응시하며 입술을 뗀다. “한 가지 법칙을 알려주러 왔다. “법칙이요?” “니가 만약 죽게 되는 순간에 내가 준 그 펜던트를 쥐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게 해달라 소원한다면 너는 죽지 않고 원래 세계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눈이 무섭게 번뜩였고 나는 그것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몸을 움크렸다. “그 대신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니가 펜던트를 이용해 이곳으로 와 많은 역사가 바뀌었다. 이대로 간다면 니 곁에 있는 그 철종이라는 왕은 역사에 성군으로 기억되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겠지... 하지만 니가 펜던트를 이용해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다면 니가 이곳에 와서 바뀌었던 모든 역사들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니 옆에 있는 그 자는 비운의 왕으로 죽어버리는 거지.” 무섭다. 두렵다. 내가 혹시라도 이곳에서 죽음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 와 펜던트를 사용해 21세기로 돌아가게 되면 내가 와서 바뀌었던 모든 역사들은 원래대로 돌아가 버린다. 원범은 비운의 왕으로 서글프게... 너무나도 아프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런 것 알 필요 없어.” 원범이 내 손을 꼭 잡고는 할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한다. “너에게 그 죽음의 순간이 오지 않을 테니까... 니가 그 물건을 사용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라는 선택의 기로는 오지 않아.” “장담할 수 있나?” 할아버지의 차가운 시선이 원범에게 닿았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내 앞을 지키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그에게서 대답이 나오는 시선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합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없게 할 테니.” “그대들의 사랑을 보는 것에 하루하루가 참으로 재미나.”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나와 원범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고 나는 무슨 소린지 몰라 멀뚱히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나에게 큰 재미를 안겨주길 바라네. 그리고 펜던트가 영원히 쓰여지는 일이 없기를...” 할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며 고양이를 데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문 쪽으로 나아갔고 어느 순간 할아버지의 발소리와 함께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하아.” 원범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나는 그것에 놀랐나며 그에게 물으려는 순간 갑자기 그가 몸을 홱 틀어 내 어깨를 양손으로 떡 하니 잡으며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응??” “걱정마.” “응응. 걱정 안 해.” “정말 안 해?” “응 안 해. 우리 대단한 왕께서 계시는데 뭐가 걱정 돼??” “근데 저 늙으니는 왜 나타나서 난리야?” 원범은 신경질적으로 말을 툭 내뱉어대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원범 바보. 나더러 걱정 말라고 쫑알쫑알 거리더니 진짜 걱정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야. 나는 내 어깨를 잡은 그의 팔 안쪽으로 몸을 쓱 들이밀며 그의 허리를 팔로 감싸며 그를 꼭 안았다. “이렇게 니 허리 꼭 붙잡고 있을 거야. 할아버지 괜히 나타나서 하는 소리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마.” “그럴... 일은 없는데.” 원범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 물건... 줄까?” “뭐?” 깜짝 놀라 원범을 응시하자 원범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린 채 입술을 힘겹게 뗀다. “죽어도 그럴 리 없는데 니 말대로 만약, 있을 수 없는 일이 가끔 생기니까 그때... 그때 그 물건을 써 니가 있었던 곳으로 가면 죽지 않으니...” 나는 너무나도 용감하게 내 입술로 그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그리고는 열심히 입술을 움직여 그에게 키스했다. 처음으로 내가 먼저 한 키스라 내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지만 나는 두 주먹 불끈 쥐며 그에게 키스했고 이내 입술을 천천히 떼며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러지마. 그럴 리가 없으니까... 니가 날 지켜준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러지마.” 그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고 나는 방금 내가 한 짓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왜 웃어!!!” “귀엽다?” “뭐,뭐가!!” “어설픈 입맞춤.” “엑! 내께 어디가 어때서? 어디가 어설픈데!!” 바락바락 소리를 치자 그는 내 허리를 홱 감싸며 입술에 깊게 입맞춤을 한다. 그리고는 입술을 살짝 떼며 빙그레 나를 향해 웃는다. “니꺼 어설프지?” 그의 말에 나는 미간을 홱 찌푸리지만 이내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 두고 보아라. 내 언제인가 반드시!! 니가 뿅 갈만한 입맞춤을 해줄터이니!!! 권세홍은 원범에게 이틀간의 말미를 주겠다 말하였다. 권세홍이 원범에게 호감을 가진 덕분에 보석을 찾는 시간을 꽤 많이 주고 보석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황제에게 보고하지 않고 계속 기다렸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고 권세홍이 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오고 말았다. 대외적으로 많은 신료들과 군사들이 보석을 찾았고 은밀하게도 보석을 찾았지만 오리무중... 보석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권세홍은 이대로 자신이 돌아간다면 원범의 폐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폐위를 막고 원범이 살길은 원범 그가 직접 청으로 가는 것인데 그것은 정말이지 많은 것들이 무너지는 것이다. 비록 아우의 나라라 칭했지만 보석으로 인해 한 나라의 왕이 직접 청으로 간다는 것은 그야 말로 왕의 자존심을 뭉그러트리는 일이였다. 보석을 찾아 권세홍의 손에 들려 청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청으로가 왕으로써의 자존심을 뭉그러트리고 청의 황제의 신임을 더 두툼하게 하여 김씨를 대척하고 나라를 평안하게 만든 후 다시 청에게 맞서느냐,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아 폐위를 당하고 마느냐. “무엇을 바라십니까.” 이런 사태가 오지를 않기를 그렇게 바라고 바랬는데... 결국 이러한 사태가 오고 말았다. 원범의 말에 대비는 미소를 지으며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무엇을 바라다니요?” “어떤 것과 거래를 하고 싶으신 것입니까.” 원범은 두 눈을 번뜩이며 대비를 바라보았고 대비는 그것에 즐거워 죽을 것만 같았다. 언제나 항상 여유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깔아뭉개듯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너무나도 싫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의 그의 시선은 다급했고 여유로움 따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비는 가만히 원범을 응시하다 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입술을 뗀다. “난 이미 주상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였소. 하지만 주상은 그것을 거절했지.” “숙의의... 죽음입니까?” “그것 말고 또 무엇이 있겠소?” 원범의 표정이 차갑게 일그러졌고 원범의 속내를 보이면 보일수록 대비의 마음은 흡족하기 그지없었다. 여태까지 그에게 당한 그 모든 것을 다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그것만은... 절대로 안됩니다.” “주상이 무너져도요?” 대비의 말에 원범은 대답하지 않았다. 원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대비는 그것을 바라보며 빙그르 웃는다. “주상, 벌써 가십니까?” “보석을 찾느라 많이 바쁩니다. 어마마마.”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주상의 아이를 죽인 그녀를 살려둘 수는 없는 일. 그냥 죽이시고 지금 주상의 몸이나 챙기시는 것이...” “그녀를...!!!” 원범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분노가 분노에 더해지고 그 분노가 또 분노에 곱해져 원범은 주체할 수 없는 화를 어찌 할바를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며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청나라의 보석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그녀에게 손끝 하나 건들지 마십시오.” “해결 될 때까지 말입니까?” 대비가 원범을 향해 되물었고 원범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절대... 건드리지 마십시오.” “호호호. 암요, 그러지요. 그러리다.” 너무나도 쉽게 수긍하며 미소 짓는 대비의 모습에 원범은 불안했지만 지금 자신이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대비의 말을 믿으며 이를 악 물 수밖에... “그러면 청으로 가시는 겁니까?” 대비는 너무나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원범을 바라보지만 원범은 그런 대비의 얼굴이 그저 밉살스럽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 될 것입니다.”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심려 마십시오. 절대 소자의 몸이 상해서 오는 일은 없을 터이니.” “그럼요. 그래야지요.” 대비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원범을 응시했고 원범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빠르게 대비전을 빠져나왔다. 성큼성큼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대비전의 긴 복도를 지나가는데 저 앞에 김문근의 모습이 보였고 김문근은 원범의 모습에 허리를 숙이며 옆으로 물러선다. 원범은 문근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쥔다. 당장이라도 이자를 바닥으로 내팽겨치고 싶지만... 안 된다. 냉정을 차리자.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원범은 문근을 바라보며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그를 지나쳐 가고 문근은 조용히 고개를 숙일 뿐이다.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왕을 가만히 바라보던 문근의 입에 고요한 미소가 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옮겨 대비전에 든다. “어서오시게.” 대비는 방긋 웃으며 문근을 맞이하고 문근은 절을 한 후 자리에 앉는다. “전하의 표정이 말이 아니십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저희의 계획대로 잘 되고 있습니다.” “주상께서 청으로 간다고 하네.” 대비의 말에 문근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잠시 뿐 다시 표정을 환하게 피며 입술을 뗀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신 일이 아닙니까.” “그렇지. 하고말고.” “청으로 간다라... 후... 얌전히 보내드릴 수는 없지요.” “청으로 가서 청의 황제의 신임을 그가 받는 다면 문제가 생길 거야. 왕을 갈아 치울 생각을 하지 말고 지 금 이 상태로 우리의 입지를 굳히는 방법을 써야하네.” 대비의 말에 문근은 알고 있다는 듯 대답을 하며 입 꼬리를 부드럽게 올린다.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1 방문 1286 새글 162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73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1732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29 님이 주신 손글입니다. 예쁜 손글 감사드립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나 지금 그 수밖에는 방법이 없소.” 이곳은 궐 밖. 새로운 조선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 지하. 저번에 원범이 나를 데리고 왔던 그곳이었다.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위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휘영과 나 원범 그리고 인혁은 궁에서 몰래 빠져나와 이곳에서 모여 나의 아버지와 이번에 새로 궐에 등용된 신료들과 함께 자리했고 휘영은 청으로 간다는 원범의 말에 기겁을 하며 반대했다. “청으로 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알고 있소. 하지만... 방법은 이것뿐이오. 청의 사신이 준 말미도 다 써가고 있소. 오히려 잘 된 기회라 생각할 것이오. 청으로 가 청의 황제를 나의 후원자로 만들어 놓겠소.” 원범의 기백은 절대 거짓이 아니었다. 거짓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나도 불안하다. 조선의 왕이 청에 직접 가 그 보석에 대해 설명을 하면 원범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원범의 말처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청의 황제를 그의 편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조선을 비워놓을지도 모른다. 그렇 게 되면 그 동안 김씨 문파들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 “중전께서 막아주셔야 합니다.” 원범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휘영을 응시했고 휘영은 불안한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여기에 계신 신료분들께서 막아주셔야 합니다.” 아버지를 비롯한 신료분들은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 원범이 청에 가서 무사하리란 보장도 없었고 원범이 떠난 그 직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당연히 겁이 나고 두려워지는 것이었다. “걱정마십시오.” 나의 아버지의 음성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주먹을 불끈 내쥐었다. “이곳은 저희가 맡고 있겠습니다. 전하께서는 마음 편히 전하의 일에 전념하시옵소서.” 아버지의 말에 원범이 미소를 입가에 띠었고 그것에 휘영도 한숨을 푹 내쉬지만 이내 그 총명한 눈을 똥그랗게 뜨며 붉은 입술을 뗀다. “소첩도 최대한 막아보겠나이다. 너무 많이 지체하지 마소서. 이곳에서 피가 바짝바짝 탈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터이니...” 휘영은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나를 빤히 응시했고 그것에 그곳에 있는 신료들과 중요 인물들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원범에게 마치 내가 제일 많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돌아오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고 낭군님 가는데 말 한마디 안 하시나?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묘한 압박감에 침을 꼴까닥 삼키며 원범을 홱 바라보자 그는 내 시선에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뜨지만 이내 빙그르 반달눈을 그렸고 나는 그것에 참 간도 크게 홱 그의 손을 양 손으로 꼭 잡으며 두 눈을 질끈 내감았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원범은 당황했는지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지만 이내 내 이마에 말캉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살짝 닿았다. 깜짝 놀라 눈을 뜨니 그것은 그의 입술. “저,저기...” 사람들 다 보는데 이게 무슨 창피란 말인가!!! 얼굴이 시뻘개져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원범이 나를 응시하며 입술을 뗀다. “오랜 시간 혼자 두지 않을 거다.” “응...” “걱정하지마.”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응시했고 그는 내 불안감을 싹 날려주는 듯한 멋진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우리는 우리 앞에 처해진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다시 궐 안의 일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정열적으로 뜨겁게 일을 하는 원범의 모습을 바라보며 뿌듯하고 그가 참 멋져보였지만 한편으로 무언가... 불안했다. 다시 만날 거지만, 금방 그가 올 거지만... 우리의 헤어짐의 시간은 너무나도 단촐했다. 금방 다시 만날거니까... 그래서였지만... 난... 왜 이렇게... 불안하고 섭섭한 걸까... 원범은 그렇게 궐을 떠났다. 궐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은 정말 말도 되지 않은 그러한 기분이 들어 그를 배웅하고 처소로 돌아와 서책을 가까이 했지만 서책의 글자들이 내 눈에 들어서지 않았다. 문득 방 안을 쓰윽 둘러보았다. 방 안에서 키우던 콩알이는 이제 너무 많이 커버려 바깥에서 뛰어놀기를 원했지 방 안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고 임상궁과 진아가 있었지만 왠지 너무나도 쓸쓸했다. “하아...”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나는 서책을 저리 멀리 치우며 보료 위에 벌러덩 눕는데 쿡, 하니 한 쪽 어깨가 베긴다. 마치 돌덩어리가 아래에 깔려있는 것 마냥...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살짝 신경질 난 얼굴로 보료를 휙 들어보는데 보료 아래에는 하얀 종이와 푸른색의 펜던트가 아래 깔려있었다. 깜짝 놀라 편지와 펜던트를 꺼내어 펜던트를 이리저리 훑어보는데 가짜가 아니다. 이건 원범이 나에게서 가져간 그 펜던트였고 나는 불안함에 빠르게 접혀 있는 편지를 열었고 그것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니가 이것을 보았을 때 쯤이면 나는 이미 궐을 떠났을 것이다. 절대 그럴 리는 없지만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너의 말 대로 만약에,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이 물건을 두고 간다. 너의 목숨이 위험한 때에 써라. 비운의 왕이 되던 서글픈 왕이 되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던 나는 상관없다. 너만 살 수 있다면... 나는 아무 것도 상관없다. 그러니...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를 슬프게 하지 마라. 나를 아프게 하지 말고 니가 있던 원래 그곳으로 돌아가. 니가 사는 길이... 바로 내가 사는 길이다.? 눈물이 또르륵 흘렀다. 나는 원범이 직접 쓴 글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이 아저씨... 글씨도 참 잘 쓰네.” 왜 이렇게 슬픈 걸까. 조금 있으면 오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영영 그를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그는 금의환향하듯 청의 황제라는 두둑한 힘을 얻어 이곳으로 돌아올 것인데 왜 이리 가슴이 찢어 지도록 슬픈 것이야. 나는 편지에게서 시선을 틀어 그가 놓고 간 푸른색의 펜던트를 가만히 응시하였다. 그리고는 그 펜던트를 가만히 손에 쥐다 이내 마치 만져서는 안 되는 물건을 만진 듯 책상에 툭 던져 놓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 펜던트로 21세기로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만지고 싶지도 않아. 보고 싶지도 않아. 빨리 와... 임금님아. 왕님아. 너를 이제 막 보내고 돌아서는 길인데... 보고 싶어. 마냥 보고 싶어... 그러니까 빨리 와... 나 너무 불안해... 다음 날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임상궁에게 이상한 상자 하나를 받아야 했다. 임상궁은 한 내관이 누가 보냈는지는 묻지 말고 나에게 가져다주라고 말을 했고 임상궁은 버릴까 하다가 혹시라도 중요한 물건일 듯 싶어 나에게 상자를 가져왔다고 했다. 나는 그 상자를 가만히 두고 잠도 덜 깬 얼굴로 멀뚱 멀뚱 그것을 바라보았다. “마마. 함부로 열어 보시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임상궁의 말에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궁금했고 상자의 여기가 무슨 21세기로 아니고 상자의 문을 연다고 영화처럼 폭탄이 펑-! 하고 터지겠는가? 나는 상자에 손을 천천히 가져대 대었다. 어찌나 긴장되는지 손이 덜덜 떨리고 옆에 있는 임상궁도 침을 꼴까닥 삼킨다. 끼익- 하고 상자의 문이 열리고 이내 그 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니 내 손바닥 반만한 초록색의 보석이었다. 이게 대체 뭔 보석이래?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생각 하나. “아아앗-!!!” “마마! 마마! 무슨 일이옵니까!!!” “인혁이를 불러라!!!” “예?! 무슨 문제라도!!!” “인혁이 확실히 전하를 따라가지 않았지?!” “예,예! 그러하옵니다만...!!” “당장 인혁이를 불러!!” “예! 예! 마마!!” 내가 기겁을 하며 임상궁을 재촉하자 임상궁은 울상이 된 얼굴로 빠르게 뛰어나갔고 나는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은 다름 아닌 청의 황제가 원범에게 보낸 그 보석이었다. 대체 어느 착한 위인이 내게 이 보석을 보낸 것이지?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뽀뽀해주고 싶다!!! 보석을 보니 싱글벙글 입가에 환한 미소가 감돈다. 원범을 청으로 보내지 않아도 돼. 아직까지 국경을 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록 그가 청의 황제를 신임을 얻는다라는 말로 가는 것이지만 이 보석만 있으면 사신이 이 보석만 가져가면 일이 더 복잡해지지 않아. 괜히 청까지 끌어 들여 나라를 안정시키는데 꼬이게 만들 수는 없어. 이 보석이 있으니까... 이 보석이 있으니까...!!! 원범의 생각대로 차근차근 나라를 개척할 수 있어! 내가 엄청나게 호들갑을 떨어대며 인혁을 불러서 그런지 인혁은 불이 나게 달려왔다. 이마에 땀도 송글송글 맺혀서는 나를 다급하게 바라보는 그. 나는 그의 모습에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내 환하게 웃으며 인혁을 향해 보석을 내밀었다. “짜잔-!!!” “이것이... 혹시...?” 인혁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이게 바로 그 보물일거야!” “이걸 어떻게...?” “누군지는 몰라도 어떤 착한 사람이 찾아줬나 봐! 분명 김씨 문파 중 한 사람이 몰래 우리를 응원하고 있는 걸거야!” 환하게 웃으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나와는 달리 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 보석을 노려보았다. “왜? 왜 그런 눈이야?” “아닙니다...” “인혁아! 빨리 이걸 원범에게 전해줘!” 나의 말에 인혁의 동공이 커지며 불안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한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봐?” “이상합니다.” “무엇이?” “아무래도 함정 같습니다. 이것을 전하께 전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함정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어떤 함정인지는 모르지만 원범을 청나라로 보낼 수는 없어! 괜 히 청나라에 갔다 위험한 꼴을 겪으면 어떡해! 그리고 청나라의 지원을 받으면 그만큼 청의 간섭도 받는 거잖아! 그러면 진짜 전하가 원하는 나라가 되지 못해!” “하지만... 이것은 정말 너무나도 뻔한 함정입니다!” “난 그런 거 몰라!” “마마께서 위험하실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인혁의 말에 나는 순간 가슴이 불안하게 두근거렸다. 그리고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이 나를 짓눌렀다. “어서 전하께 이것을 가져다 드려.” 숨이 턱, 하고 막힌다. 인혁의 말에 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내 운명을 느꼈다. 순간 그렇게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너무나도 팽그르르 잘 돌아가 이 보석이 내 손에 들어온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마마!” “내가 니 목숨을 구했다 니가 말했지? 내 명을 따르겠다 니 입으로 내게 맹세했지? 그러니까... 어서 가. 어서 가서 이것을 전하께 전해드리고 전하를 모시고 나에게로 와줘.” 빙그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하자 그는 무척이나 불안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지만 이내 내게 넘겨주는 보석을 가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괜찮아.” 나는 환하게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고 그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서글픈 모습으로 빠르게 나의 처소를 빠져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나는 원범이 나에게 쓴 편지와 펜던트를 꺼냈다. 그리고는 조용히 펼쳐 다시 한 번 읽어 내려갔다. 천천히... 천천히...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읽을 수 있을 만큼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한... 100번 쯤 읽어갔을 때일까...? “숙의 박꽃잎은 어서 나와 사약을 받으시오!!” 나는... 그렇게 눈치가 없다가 왜 이럴 때에만 눈치가 빠른지 몰라. 밖에서 나는 소리에 담담한 얼굴로 편지를 읽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문을 바라보았고 임상궁과 진아는 눈물을 뿌리며 달려와 엎어지듯 부들부들 온 몸을 떨며 소리쳤다. “마마! 마마! 밖에...!! 밖에...!!!” “알고 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것입니까! 마마!! 마마!!”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것은 원범의 승리일까. 아니면 대비의 승리일까. 내가 죽는다면... 그래, 대비의 승리이겠지. 하지만 내 죽음으로도 원범이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앞으로 나아간다면 영원한 원범의 승리가 될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마!!!” 임상궁과 진아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내 귀를 울렸지만 나는 방긋 웃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내지었다. 그때,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고 귀인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귀인의 옆에는 그녀의 상궁이 사발 그릇을 조심히 들고 와 섰고 나와 귀인은 서로를 가만히 마주본다. “전하께서 진노하시지 않겠습니까.” 문근의 말에 대비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문근을 바라본다. “진노해야지요.” “마마. 이 일로 인하여 전하를 더 자극하는 계기가 될까 불안하옵니다.” “크게 자극 될 것이오. 그리고 무너지겠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소?” 대비는 재미가 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문근을 바라본다. “나는 주상과 약속했소. 청나라의 보석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숙의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이제 보석이 주상에게 갔고 그 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숙의를 건드려도 되는 것이지요. 대비인 내가 주상의 아이를 가진 귀인을 밀어 아이를 죽게 한 그녀에게 사약 한 사발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오?” 대비의 말은 어떤 것 하나 틀린 것이 없었지만 문근은 불안했다. 과연 이것이 잘 선택한 길인지 말이다. 대비의 말대로 숙의의 죽임이 임금에게 커다란 타격이 되어 주저앉을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분노에 들끓어 가문을 몰살의 길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마!!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마마! 마마!!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우르르 쾅쾅-!!! 한 여름도 아니었는데 바깥은 천둥 번개가 치며 이내 비를 쏟아내렸다. 바깥에서는 중전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쩌렁쩌렁 대비전을 울렸지만 대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자네 딸을 잘못 키웠네.” 대비의 말에 문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중전의 자리에 올랐으면 우리 가문을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쓸데없는 연민에 휩싸여서는 중전이라는 자신의 신분도 잃고 저리 목 놓아 우니 말일세.” 문근은 낮은 한숨을 내쉬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고 대비는 그런 문근을 바라보며 말한다. “가는겐가?” “가끔 그런 생각이 드옵니다.” 문근의 말에 대비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은... 중전마마가 아니라... 저와 대비마마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말입니다.” 대비는 황당한 얼굴로 무언가 말을 내뱉으려 하지만 문근은 이내 인사를 하고 그 방을 나서고 천천히 복도를 지나 바깥으로 나와 대비전 마당에 엎드려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목 놓아 울고 있는 자신의 딸을 바라보다 이내 신발을 천천히 신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 앞에 같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는다. “이러지 마십시오. 마마.” “아버님... 그녀를 살려주십시오. 그녀를 죽이지 마세요.” “마마. 마마께서 이러신다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죄를 지었어요. 더 죄를 짓지 말아요. 아버지... 아버지 더 죄를 짓지 말아요...!!!” “숙의가 곧 죽을 것입니다.” “아버님!!!!” 휘영은 고개를 내저으며 문근을 잡고 소리치지만 문근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숙의가 가는 길을 지켜봐 주세요.” 문근의 말에 휘영은 멍하니 문근을 바라보다 이내 눈물을 흘리며 미친 듯이 대비전을 뛰쳐나갔다. 원범은 이상하게 발길이 너무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꾸만 자꾸만 청으로 가는 길을 늦추었고 하루가 지났는데도 원범이 있는 곳은 궐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는 곳이었다. 권세홍은 멍하니 궐 쪽을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뗀다. “하루 밖에 지나지 않으셨는데 그새 궐이 그리우십니까.” 원범은 그의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고 권세홍은 다시 그에게 묻는다. “궐에 사랑하는 분이 계신 가 봅니다.” “하하. 그렇게 보이는가?” “예. 그래 보입니다. 궐 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신 것으로 보아서는...” 권세홍의 말에 원범인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권세홍은 그것을 빙긋 웃으며 바라본다. 드르륵-! 갑자기 권세홍과 원범이 머물던 곳의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의 사나이가 원범에게 얼굴을 내민다. “아니! 니가 어떡해...?!” 원범은 깜짝 놀라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인혁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인혁은 고개를 홱 돌려 권세홍의 손에 거칠게 상자를 넘겨주며 입술을 뗀다. “이것이 그대의 황제가 원하는 보석이요.”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원범도 권세홍도 놀란 얼굴로 어리둥절해 하지만 이내 권세홍은 정신을 차리고 인혁이 건네준 상자를 열어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초록색의 보석이 반짝였고 원범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혁에게 소리친다. “찾았느냐!!!” “찾은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숙의마마께 이것을 보냈습니다.” “뭐라?” 원범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 “마마의 명으로 달려왔으나... 위험합니다. 마마께서... 위험하십니다...!!!” 인혁의 말에 원범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비에게 있는 보석이 제 발로 꽃잎에게 왔다는 것은 대비가 꽃잎에게 보석을 건네주고 꽃잎이 이 보석을 자신에게 보내기만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것은 함정이다. “황제께는 제가 알아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빨리... 빨리 궁으로...!!” 권세홍은 무슨 일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원범의 모습에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겠다며 원범을 보내며 자신이 가져온 가장 빠른 말 두 필을 원범과 인혁에게 주었다. “이랴-!!!” 원범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제발 늦지 않았으면... 제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자신이 소홀했다. 자신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이런 상황을 염려해야 했었다. 원범은 이를 악 물며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말고삐를 세게 쥔다. “이랴-!!!” 죽지마...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해... 바로가기 Daum 카페 음악샵 내 블로그 내 메일 내 쪽지 하얀고양이님의 야옹세상 cafe.daum.net/whitecat7 음식(공개) | 회원수 59,500 카페정보내 정보 가입 31 방문 1288 새글 162 카페지기 워키토키 개설일 2003.11.16 프로필 oO블루Oo 수정 쪽지 0통 메일 48통 내 글 반응 내가 쓴 글 작성중이던 글이 있습니다. 휴대폰 카페 카페 초대 회원 보기 소모임 바로가기 -------------- [소모임 만들기] 카페 ON (미사용중)채팅 카페 탈퇴   · 출간소설게시판 출간소설게시판. 최신목록 목록 윗글 아랫글 [[2007이곳은조선시대]] ─── 74 [완결] 글쓴이: ★하얀고양이 조회수 : 2776 07.08.27 11:21 http://cafe.daum.net/whitecat7/2bW7/330 귀인인 내 앞에 사약을 두고는 아무런 말없이, 그저 아무런 말없이 나를 응시했고 나 역시도 그녀를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꽤 많은 시간이 흘렀던 것 같은데... 드디어 그녀의 입술에서 말이 흘러 나왔다. “사약입니다.” “네. 사약이네요.” “알고... 있지요?” 귀인의 시선이 떨렸다. 그녀가 또렷이 무슨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에 나는 자신과 원범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고 또한 그녀가 임심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냐는 말일 것이다. 나는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다 이내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말하지 않는 겁니까.” “나 살자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당신이 이 사약을 먹게 되었소.” “알고 있습니다.” “후회한다면...” 귀인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그녀의 두 눈 한 가득 눈물이 맺혔다. “후회한다면... 지금 내게 후회한다, 말하시오. 그렇다면 당신 대신 내가 사약을 먹을 것이오.” 귀인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는 그저 가만히 아무런 표정 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그러자 그녀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나를 향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차라리 모든 것을 밝히고 나를 죽여!!! 후회한다고,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소리치란 말이야!!! 그러면 이 자리에서 내 친필로 모든 사실을 말하고 당신 대신 내가 그 사약을 먹고 죽을 테니... 그러기 위해 내가 이 자리에 온 것이야. 그러기 위해 여기 서 있는 거야!” “후회하지 않습니다.” 가슴이 떨렸지만 흔들리는 짙은 갈색의 사약을 바라보며 너무나도 두려웠지만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정말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이렇게 되었구나... 이런 생각 밖에 하지 않습니다.” “거짓말! 날 원망하잖아! 날... 날...!!” “원망 같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의 곁에 오래 머물다 갈 운명은 아니었구나... 내가 죽는다 해도 그가 흔들리지 않아야 할 텐데... 내 소원을 들어줘야 할 텐데... 너무 많이 슬퍼하지 말아야 할 텐데... 그 생각을 할 뿐입니다.” “어째서... 너는 어째서...!!!” 귀인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도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끝까지 화가 나...!! 끝까지 화가 나...!!!!” “내 목숨 살자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의 걸림돌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무섭지만... 너무나도 두렵지만... 애써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나는 가만히 내 앞에 있는 갈색의 액체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나를 죽일 물건이다. 이것이 나의 목숨을 앗아갈 물건이다. 가슴이 두근두근... 두려움에 떨리지만... “죽는 것은 두렵지만... 너무나도 무섭지만... 분명 그가 돌아와 나의 죽음을 보았을 때 그는 나를 안아줄 테니... 따스하게 안아줄 테니... 두려워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나 대신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 사랑하는 그 사람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에 감사하며... 그렇게... 죽으렵니다.” 귀인이 두 눈을 질끈 감았고 그것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귀인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다 이내 입술에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꽉 물며 치맛자락을 꼭 잡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시 한 번 묻겠소. 후회하지 않소? 후회한다면 내가 저 사약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녀를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짓자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지며 이내 눈물을 펑펑 흘린다. 나는 가엾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사랑만 받았다면 정말 예쁜 사람일텐데... 그녀도 조금만 생각을 달리했다면 이처럼 되지 않았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인이었을텐데... “나를 원망해요. 나를 증오해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은 후 이내 몸을 틀어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갔고 그녀가 빠져나가자마자 임상궁과 진아가 들어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외쳤다. “마마!! 조금만 시간을 끄세요! 그러면... 그러면 전하가 오실 것입니다!!” “내 목숨이 사라져야 전하의 약점이 사라진다.” 내 말에 임상궁과 진아가 기겁을 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나는 그녀들을 억지로 물리고 가만히 사약을 내려다보았다. 시간을 끌다 보면... 어떻게든 시간을 끌다 보면... 그가 돌아와 나를 살려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를 돕는 일이 아니다. 나는 계략에 휘말려 원범에게 약점이 되는 존재가 되었고 대비는 나를 살린다, 어쩐다는 말을 하며 원범에게 말도 안 되는 거래 조건을 내걸 것이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 는다. “하아...” 긴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려 펜던트를 응시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비운의 왕이 되어도 상관없으니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라 나에게 준 그. “미안해... 그럴 수 없어. 너를... 너를 비운의 왕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서글프고 서글픈 죽음을 맞이하게 하고 싶지 않아. 너를 사랑하니까... 이 아프고 서글픈 죽음... 내가 대신 할게. 이렇게 너를 오랫동안 바라보지 못한 채 죽는 것은 너무나도 슬피지만... 너를 대신 해 죽는 거라고 생각하면... 나는... 나는 정말 행복하니까.” 사약이 들려 있는 사발을 든 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이내 나는 긴 숨을 들이 마시며 침착하려 애썼다. 그를 위해 죽는 것이다. 두렵다고 울지마. 무섭다고 울지마. 행복했고 이 죽음으로 그가 조선이라는 나라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됐다면... 그의 꿈이 실현이 된다면... 나는.. 그걸로 족해. 사약이 가득 든 사발을 들어 꾸역꾸역 입 안에 처넣었다. 식도로 죽음의 물이 꿀꺽 꿀꺽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이내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한 뜨거운 고통이 나의 몸을 휘몰아쳤고 입안에서 울컥 붉은 피를 쏟아내며 온 몸에 힘이 쫙 빠졌다. 툭... 나의 몸이 옆으로 쓰러진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원범은 미친 듯이 달렸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궐을 향하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느려보였다. 심장이 터질 듯이 급해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걱정되고 불안해 어찌할바를 몰랐다. 이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궐 안에 도착했고 그는 궐 안에서까지 말을 몰아 숙의의 처소에 도착했다. "전하! 전하!“ 임상궁은 눈물을 흘리며 원범을 바라보았고 그 모습에 자신이 생각한 그것이 일어나고 있었음을 눈치챘다. 원범은 미친듯이 안으로 들어갔고 인혁 또한 그 뒤를 따랐다.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 긴 복도를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볼 것만 같았다. 아니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어찌되었다며, 왜 이리도 빨리 왔냐며 귀여운 미소를 보이며 자신을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주길 바랬다. 드르륵- 쾅! 문을 부술 듯 열고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어디에도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생기 넘치는 그녀는 축 늘어져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것에 원범의 하늘이 무너졌다. 원범의 삶이 무너졌다. “아... 아... 으아아아!!!!” 원범은 미친듯이 소리를 내지르며 정신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아 올렸다. “정신차려! 내가 왔다고... 내가 왔단 말이야! 정신차려! 정신차려! 박꽃잎...!!!” 정신없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그녀가 스르륵, 아주 천천히 눈을 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것에 터질 듯한 기쁨을 느끼며 소리친다. “어의! 어의를 불러! 아직 살아있어! 당장 어의를 부르란 말이야!!!” 원범의 말에 인혁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오르며 바깥으로 뛰쳐나갔고 원범은 눈물을 억수 같이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로 그녀를 꼭 안은 채로 그녀의 볼을 자신의 볼에 부빈다. “힘내. 조금만 힘내. 살 수 있어. 살 수 있으니까 조금만 힘내...!!!” “박... 꽃잎... 대단하다... 하아... 하악...” “말하지마. 힘 빼지마. 나중에 어의가 와서 널 다 살리고 난 다음에 그때 말해도 늦지 않아. 우린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그러니까 말하지마!!!” 원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벌렁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한 채 숨을 거칠게 내쉬며 그녀를 꼭 안았다. “기다...리고 있었어.” “말하지마! 힘 빼지 말라고 이 멍충아!!!!” “내... 소원...” 꽃잎의 말에 원범은 동공이 커다랗게 열리고 그 안에서 뜨거운 눈물이 미친듯이 흘렀다. 그녀는 온 힘을 다 해 팔을 들어 올려 원범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힘겹게 미소 짓는다. “내 소원... 들어... 줄 거지...?” “그런 말 하지마!!!” 하늘이 무너진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대체 무엇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 시간을 돌리고 싶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다시 하나부터 열까지 고쳐 그녀를 살리고 싶다. 제발... 제발 시간을 돌려다오...!! “들어...주라...” 그녀가 그를 향해 힘겹게 입술을 뗀다. 그녀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에 그녀의 너무나도 서글픈 마지막 미소에 그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고 이내 힘겹게...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고마워... 헤헤... 정말... 고마워...” 스르륵, 자신의 볼을 어루만지던 그녀의 손에 점점 힘이 없어진다. 그리고 이내 툭, 힘 없이 손이 떨어지 고 원범의 눈이 커다랗게 열린다. “박꽃잎...” 그녀에게서는 대답이 없다. “박꽃잎... 박꽃잎... 박꽃잎...!!!!!” 아무리 외쳐도 목 놓아라 그녀의 이름을 불러도 그녀는 눈을 뜨지 않는다. 그 예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 원범은 이를 악 물며 어쩔 줄을 몰라하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린다. “아... 아...!! 이런 젠장!!!!! 박꽃잎, 눈 뜨란 말이야!!!!” 아무리 흔들어도 그녀가 깨어나질 않는다. 아무리 그녀의 이름을 불러도 그녀가 눈 뜨지 않아. 그의 가슴은 펑 하고 터져 갈가리 찢어질 것만 같았다. 축 늘어진 그녀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그의 눈에 책상 위에 올려진 푸른 보석이 눈에 들어선다. 그리고 며칠 전 불쑥 자신들에게 찾아온 할아버지의 말이 원범의 머릿속에 번개같이 스쳐지나간다. 원범은 재빠르게 그 보석을 힘 풀린 꽃잎이의 양손에 억지로 쥐며 그녀를 안고는 미친 듯이 기도한다. “제발 그녀를 살려줘... 내가 그 어떤 고통 속에서 죽어가도 상관없어. 비운의 왕이 되던 서글픈 왕이 되던 피를 토하며 사지가 찢기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도 상관없어. 그녀를 살려줘... 제발... 제발... 그녀를... 살려줘...” 원범의 애달픈 두 눈동자에서 투명한 눈물이 흐르고 원범과 꽃잎의 손으로 맞잡아진 그 푸른색의 보석은 은은한 빛을 내기 시작한다. “박꽃잎!!!” “네에!!!”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것에 국사 선생님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향해 무언가를 툭 내던졌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받아내며 선생님이 내게 주신 물건을 보니... 에? 손수건이다. “내 국사 수업이 그렇게 감동적인 줄은 몰랐다.” 국사 수업?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 학교, 우리 반, 내 친구들... 우리 국사 선생님이다. 나는 그것에 정신없어 하다가 이내 볼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확인했고 후다닥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래서 조선 25대 왕 철종은 아직까지도 대단한 업적을 남긴 왕으로 기억되고 있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철종의 부인인 철인왕후가 썼다고 하는 그 책에는 철종과 숙의 박씨에 대한 사랑이 적혀 있는데 그것이 그저 철인왕후가 쓴 허구적 소설인지 진짜인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어. 그 책이 진짜 철인왕후가 쓴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지.” 딩동댕동-딩동댕동- “딱 맞춰서 수업 끝나는 종 울리네? 그럼 다음 시간에 보자.” 선생님은 방긋 웃으며 교실을 나가고 아이들은 각자 감사하며 인사를 하고 우르르 제 각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나는 교실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내 픽, 어이가 없는 웃음을 내지었다. 어떻게 된 거지? “멋지지 않냐!!!” 세린이다. 와, 세린이 얼굴 진짜 오랜만에 보네. “철종 말이야. 어쩜 그렇게 멋진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내 남자니까 넘보지마.” “에?” 나 지금 방금 뭐라고 말한 거지?? 순간 내가 말하고 어이가 없어 입을 쩍 하고 벌렸고 세린이는 나보다 더 어이가 없는지 눈을 껌뻑껌뻑 거리다가 이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철종 이야기 듣다가 울더니 이제는 니 남자라고 우길 정도로 그렇게 반했냐?” 세린이는 나를 향해 입술을 씰룩거리다가 이내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종례를 하러 선생님이 들어왔고 이내 세린이는 다시 앞을 바라보며 앉는다. 담임선생님은 종례를 꽤 오랫동안 하는데 나는 그 얘기가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나 꿈을 꾼 건가...?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에는 그를 생각할 때 느껴지는 뜨 거워지는 내 심장의 느낌은 너무나도 생생하다. 내가 원래대로 21세기로 죽지 않고 돌아왔다면 역사는 바뀌지 않고 철종은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역사는 바뀌었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종례가 끝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멍하니 세린이와 교문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세린이는 옆에서 뭐라고 쫑알쫑알 대는데 나는 그 말이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대체 이놈의 시간은 어떻게 되어 버린 거야? “박꽃잎! 듣고 있는 거야?!” “어어??” “나 오늘 신발 사러 못 간다니까!!!” 세린이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한껏 자신을 뽐내듯 말한다. “진짜~ 미안. 정말 약속 있다고 계속 말하는데도...” “도통 듣지를 않는다고?” 내 말에 세린이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 “너 내가 할 말 어떻게 알았어?” “알았어. 그럼 내일 사러 가자. 바이바이.” 나는 멍하니 세린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세린이는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 이내 빙긋 웃으며 앞으로 달려가며 손을 흔든다. “미안! 내일 보자!!” 세린이가 앞으로 달려가고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는데 순간 운동장 한 가운데 턱시도 털을 가진 귀 한쪽이 살짝 잘려 있는 고양이가 유유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우아아악!!!” 그 고양이를 바라보며 버럭 소리를 내지르고 고양이를 잡으려 달려가지만 고양이는 재빠르게 나를 피해 앞으로 달려가고 나는 다급한 마음에 신고 있는 구두를 홱 벗어 고양이를 향해 던졌다. 맞아라! 맞아라! 설마 이게 맞고 죽겠냐! 일단 너를 내가 잡아서 이 일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야겠다고!!! 퍼억-! 고양이를 향해 열심히 신발을 던졌는데 어째 그 앞사람이 맞냐... 그것도 바닥을 향해 던졌는데 왜 하필이면 신발이 날아가다가 도중에 붕 떠 앞에 사람의 머리에 맞냐구!!! 미간을 찌푸리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그 동안 고양이는 도망치고 일단 사람 머리에 신발 맞춰놓고 고양이 따라갈 수도 없고... 일 단 우리 학교 학생이니 소문이 이상하게 나면 안 되니까... 나는 쪽팔림을 무릎 쓰고 열심히 짝짜기 신발로 달려가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절대 고의로 그런 게...” 정말 아주 구리게도 내 신발을 맞은 사람은 내가 너무나도 약한 남학생이었고 나는 어쩔 줄을 몰라 전전긍긍 거리다가 이내 힐끗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본다. 바라보는 그 짧은 순간에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성격 좋은 아이일까? 그렇다면 그냥 넘어갈텐데... 성격 구린 아이일까? 그렇다면 완전 생난리를 칠 텐데... 어쩌지...? 어쩌지...? “너...” 남자아이... 목소리 꽤 좋다. 그리고... 낯익다. 목소리가 어찌나 멋진지 ‘너’ 한 글자에 내 심장은 두근두근 뛴다. 나는 힐끗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그 남자아이를 향해 돌렸고 이내 모든 것이 정지했다. “너... 나 알지 않냐?” 살짝 눈살을 찌푸린 얼굴도 똑같다. 나를 응시하는 그 검은 눈동자도 똑같다. 도톰하고 말캉해보이는 입술도 똑같다. “너 나 어디서 보지... 않았... 우악-!!!” 미친듯이 그를 껴안았다. 그다... 그야...!!! 원범이야. 그가... 그가 이곳에 환생해 있어... 그 사람이야...!!! “야! 야! 너... 왜...!! 우악! 너 왜 울고 그래! 왜, 왜, 울고!!!! 그,그래...” 그는 처음에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다 이내 멍하니 나를 응시하다 이내 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얼굴을 붉히며 투덜투덜 거리지만 그를 안은 나의 팔을 풀기는커녕 가만히 나를 응시하다 이내 와락 나를 껴안는다. “이상하게... 너... 낯설지가 않다.” 당연하지. 당연하지...!!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우리가 얼마나 죽도록 서로를 사랑했는데...!!! 전생에서는 너의 사랑을 채 못 받은 채 죽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거야. 니 곁에서... 너의 사랑 니가 죽고 내가 죽을 때까지... 그렇게... 그렇게 받으며 살 거야!!!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다시는... 그를... 내 곁에서 떠나보내지 말아주세요. “야! 근데 너는 니가 내 대가리 신발로 맞춰 놓고 우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미안!! 흐아아앙!!” “우,울지마! 울지 말라고!!!!” 교문 앞에 소란스러움에 하교를 하는 학생들은 힐끗 힐끗 그것을 바라본다. 그곳의 학생들 말고도 그들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새하얀 백발을 하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턱시도 차림에 검은 고양이를 데리고 있는 멋진 신사. 그 신사는 기분이 좋은 듯 신나게 걷다가 이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고 그것과 동시에 고양이가 툭 뛰어내려 신사 앞에 떡 하니 선다. “하여튼 당신은 특이해.” 고양이의 입이 오물조물 움직이며 사람의 목소리를 내지만 노신사는 하나도 놀랍지도 두렵지도 않는지 허허, 웃음을 내지으며 말한다. “지루한 신의 일생에 이것이 바로 로망이 아니겠는가?” “로망 그만 차리고 일이나 똑바로 해.” 고양이는 꼬리를 요염하게 일렁이며 앞으로 걸어 나갔고 그것에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따라가던 노신사는 앞으로 지나가는 한 남자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양이를 향해 소리친다. “저 사내다!” “또야?” 고양이가 신사를 향해 몸을 틀며 가만히 섰고 노신사는 허허 웃으며 말한다. “저 자도 내가 영혼을 놓을 때 살짝 영혼을 다른 곳에 튕겨 분배했다네. 저자의 영혼은... 음...” 노신사는 한참동안이나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2086년의 미래에 영혼 파편이 튕겨져 나가게 했어. 고양이양. 어서 가서 데려와 주겠어?” 노신사의 말에 고양이는 불만에 섞인 듯 이내 노신사를 바라보다가 이내 폴짝 폴짝 달려가 노신사가 찝은 남자 앞에 탁 하니 나타나고 남자는 그 고양이를 바라보며 방긋 웃으며 고양이를 안아 올린다. “혼자야? 왜 여기에 이렇게 나와 있어? 여긴 도로라 위험한데...” “그 고양이는 내 고양이라네.” 남자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노신사의 모습에 깜짝 놀라지만 이내 방긋 웃으며 말한다. “아, 그러세요?” “학생. 시간 괜찮으면 아르바이트 하나 해보겠는가?” “아르바이트요?” “그래. 내가 발명한 물건을 잠시 시험만 해주는 아주 간단한 아르바이트라니.” 노신사는 남자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 부드럽게 미소 짓고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네! 좋아요.” 남자의 대답에 노신사의 얼굴에는 장난끼 가득 찬 미소가 흐르지만 이내 그것도 잠시 인자한 미소를 내보이며 남자를 안내해고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고양이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자신의 몸치장을 한다. -the end-